1919년 1차셰계대전 직후 파리에서 열린 국제회담에 영국대표단의 일원으로 참석한 젊은 외교관 해럴드 니콜슨을 한 파티에서 소개받은 프루스트는 그에게 회담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자세히 묻는다. ˝오전 열시에 모임을 열었다˝는 한 문장을 프루스트는 천천히, 상세히 말해달라고 요청한다. ˝정확하게요, 선생님, 너무 빠르지 않게요.˝ 프루스트 읽기(와 강의)의 딜레마다..





이것은 어쩌면 프루스트의 구호인지도 모른다. "너무 빠르지는 않게요(n‘allez pas trop vite)."이렇게 너무 빠르지는 않게 지나감으로써 얻는 이득이란, 그 과정에서 이 세계가 훨씬 더흥미로워질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는 점이 아닐까? 니콜슨이보기에는 "예, 우리는 오전 열 시에 모임을 열고"라는 간결한문장으로 요약되는 이른 아침이 악수와 지도와 종이 바스락거리는 소리와 마카롱 과자를 드러낼 정도로 확장된 것이다.  - P6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알랭 드 보통의 프루스트 에세이를 여러 번 손에 들었지만 비로소 읽게 되었다. 세번째 구입한 책으로. 두번 잃어버리고서야 읽게 되는 책들도 있는 것이다...

이 작품은 보다 서정적이던 시대의 추이를 추적하는 회고록과는 완전히 다르다. 오히려 이 작품은 어떻게 하면 시간낭비를 중지하고 음미할 수 있는 삶을 시작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 관한 이야기이며, 더욱이 충분히 실용적이면서도 보편적으로 적용 가능한 이야기이다. - P1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전출처 : 로쟈 > 완벽한 민주주의는 없다

2년 전의 밑줄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유일하게 번역된 폴 굿맨의 책 <바보 어른으로 성장하기>(1960)에 실린 수전 손택의 글 한 단락이다. 정확히는 1972년 폴 굿맨이 사망하자 그를 추모하여 쓴 글인데 2012년판에 ‘추천사‘로 포함되었다(손택은 2004년에 사망했다). 폴 굿맨의 책들에 관심을 갖게 하면서 동시에 손택의 책을 한번도 강의에서 읽지 않았다는 생각이 났다. 생각난 김에 상반기에 대표작 몇권을 강의에서 읽어볼 계획이다...

내가 그에게 얼마나 빚을 진 기분인지 일일이 다 열거하기는 어렵다. 지난 20년 동안 폴 굿맨은 나에게 가장 중요한 미국 작가였다. 그는 우리의 사르트르이고 장 콕토다. 폴 굿맨은 사르트르처럼 탁월한이론적 지식을 갖추지도 않고, 장 콕토가 다양한 예술 분야에서 내보인 열광적이고 불투명한 환상의 원천을 단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지만, 그에게는 사르트르도 콕토도 갖지 못한 재능이 있었다. 인간의 삶에 대해 까다롭지만 관대한 도덕적 열정에 대해 그는 진심으로 다가갔다. 활자화된 종이 위에서 그는 지금까지 어떤 작가도 내지 못했던 친숙하면서 사랑스럽고, 화가 치밀어오른 듯한 그런 진짜 목소리를 냈다. 종종 문학작품에서 그러한 것처럼 나는 그의 삶 속에서보다 그의 작품 속에 더 품위 있는 인간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때론그 반대로 실제 삶 속에서의 인물이 책 속의 인물보다 더 고상한 경우도 있다. 마르키 드 사드처럼 책 속의 인물과 실제 삶의 인물 사이에 아무런 관련이 없을 때도 있다.) - P1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전출처 : 로쟈 > 책읽기보다 훨씬 더 좋은 것

6년 전에 옮겨적은 보르헤스의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