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나 사상가의 평전류는 언제나 관심대상인데 이번주에 나온 책으로는 단연 칼 폴라니 평전이 주목거리다. 개러스 데일의 <칼 폴라니: 왼편의 삶>(마농지). 폴라니 번역과 사상 전파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홍기빈 칼폴라니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이 감수와 해제를 맡았다.

˝유대계 망명 지식인으로서 격변의 시대와 상호작용하며 인격과 사상을 직조해나간 폴라니의 여정을 생생하게 재현하고 있다. ‘왼편의 삶’이라는 부제가 시사하듯, 그것은 유연하면서도 굳건한 사회주의자의 일관된 삶이었다. 또한 특정한 사상에 얽매이는 대신 자신의 내면적 도덕에 근거해 당대의 여러 지적, 사상적 실험과 적극적으로 응전한 역동적 지식인의 길이었다.˝

저자는 서두에서 칼 폴라니와 마이클 폴라니 형제, 그리고 이들의 친구 루카치와 만하임을 묶어서 ‘헝가리 망명자 4인조‘라고 부르는데 평전은 그들이 살았던 시대에 대한 조감도로서도 의미가 있을 듯싶다. 헝가리의 부다페스트에 대한 나의 관심은 순전히 이들 지성을 낳은 지적 문화적 토양에 대한 관심에서 비롯한다. 비록 동유럽문학기행이 현재로선 보류된 상태이지만 헝가리의 극우정권이 언젠가 교체된다면 다시 기획해보려고 한다. 루카치와 만하임 뿐만 아니라 폴라니 형제에도 관심을 갖게 해주는 책이 이번 평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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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올의 마가복음 강해>와 함께 고전 주해본으로 눈길을 끄는 책은 리링의 <노자>(글항아리)다. ‘실증적 <노자> 읽기‘가 부제. 이미 공자와 <논어>에 대한 탁견을 보여준 저자이기에 <노자>에 대해서도 기대를 갖게 한다. <노자>에 대해서 출발점이 되는 표준서가 되지 않을까 싶다.

덕분에 꽤 오랫동안 손에서 놓았던 <노자>에 대해서도 다시 관심을 갖게 되었다. 오래전 도올의 <노자와 21세기>와 강신주의 <노자> 이후가 아닌가 한다. 동양고전에 대해서는 한비자와 (리링 덕분에) 공자에 관심을 두었던 것이 내가 기억하는 마지막이다.

제자백가에 대해서는 관심이 순환하는데 당장은 노자와 묵자에 대해서 읽으려 한다(묵자만 하더라도 다수의 책이 나와 있다. 노자는 말할 것도 없고). <예수와 묵자>도 생각이 나서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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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 2019-11-09 1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 동양사상까지.~ 노자?, 로쟈? 감기의 계절입니다. 물리치세요.

로쟈 2019-11-10 09:43   좋아요 0 | URL
동양고전에 대한 서평도 종종 써왔어요.~
 

도올 선생의 성서 강해 시리즈로 요한복음과 로마서 강해에 이어서 마가복음 강해가 출간되었다. <도올의 마가복음 강해>(통나무). 전작들이 모두 주목의 가치가 있지만 복음서의 원형에 해당하는 마가복음에 대한 진지한 첫 독서가 비로소 가능하게 되었다는 점을 높이 사고 싶다.

˝50여 년간 고전학을 연마해온 도올 김용옥이 그의 생애에서 가장 오랜 기간 집필한 노작이며, 그만큼 방대한 레퍼런스와˝ 사유의 다양성이 통섭된 역작이다. 마가복음은 모든 복음서양식의 원형이며, 4복음서 중에서 가장 먼저 쓰여진 것이다. “먼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복음서라는 문학 장르를 최초로 만들어낸 마가의 “창조적 긴장감”이 중요한 것이다. 저자는 마가복음은 “오로지 마가로만” 읽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한다. 그러면서도 그 해석과정에서 인류의 모든 사유양식들을 종합하고 있다. 이 책은 도올의 철학적 사유를 총체적으로 압축시킨, 인류사상계에 새로운 동서융합의 지평을 제시하는 기념비적 저술이다.˝

마지막 문장은 독자가 판단할 일이겠으나, 신간 덕분에 민중신학과 해방신학의 핵심을 납득할 수 있게 되었다. 민중혁명의 기원과 구조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는 뜻이다(러시아혁명에 대한 이해가 그와 다르지 않다). 가당찮은 기독교인들이 더럽히고 있는 기독교 복음의 시원적 의의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도올의 마가복음 강해>를 거쳐서 지젝의 <예수는 괴물이다>(마티)로 넘어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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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학 고전 번역으로 이름이 높은 김덕영 교수가 ‘한국 자본주의 정신‘을 해부한 책을 내놓았다. <에리식톤 콤플렉스>(길). 이론사회학자의 드문 시도이기에 흥미를 끈다. 저자는 근대사회에 대한 이론적 해명작업에 주력하고 있는데 <환원근대>와 <루터와 종교개혁> 같은 전작이 사전 정지작업이라면 <에리식톤 콤플렉스>는 이론의 적용을 통한 실제 분석에 해당한다.

˝한국의 독특한 역사적 체험, 즉 한국의 근대화 과정 전반을 일제강점기인 식민지 시대부터 지난 이명박 정부 때까지를 사회학적 분석 대상으로 삼아 한국의 근대화가 국가와 기업, 그리고 개신교에 의해 시민계층적 자본주의와는 전혀 다른 기형적 자본주의화 과정을 밟아왔음을 밝혀내고 그것을 ‘에리식톤 콤플렉스’(에리식톤Erysichthon은 그리스 신화에 오만하고 불경스러운 부자로 아무리 먹어도 허기를 느끼는 저주를 받아 끊임없이 먹어치우는 상징으로 등장한다)라는 새로운 개념 도입으로 구체화·명료화한다. 이는 곧 돈과 물질적 재화에 대한 무한한 욕망에 다름 아니며, 이것이 바로 한국 자본주의의 정신이라는 것이 저자의 결론이다.˝

자연스럽게도 저자에게 모델이 됐을 책은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이다. 대입해보자면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 자리에 들어간 것이 한국의 경우에는 ‘에리식톤 콤플렉스‘라는 것. 하지만 ˝돈과 물질적 재화에 대한 무한한 욕망˝이 한국적 특수성에 해당하는지는 의문이다. 자본주의를 추동하는 보편적 욕망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에리식톤 콤플렉스‘라는 제목이나 개념도(‘에리직톤‘이 통용 표기 아닌가?) 이론을 전공한 학자의 제안으로서는 어색하다. 아무래도 비유에 해당하기 때문에. 부제 ‘한국 자본주의 정신‘를 살리는쪽이 낫지 않았을까. 읽기 전 소감이 그렇다는 것이고 저자의 분석이 얼마나 설득력이 있는지는 읽어봐야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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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미래(장밋빛 미래가 아니라 파멸과 몰락으로서의 미래)를 예언하는 두 권의 책이 나란히 나왔다. 앨프리드 맥코이의 <대전환>(사계절)과 크리스 헤지스의 <미국의 미래>(오월의봄)다. 먼저 <대전환>은 아주 노골적이게도 ‘2030 미국 몰락 시나리오‘가 부제다.

˝맥코이는 <대전환: 2030 미국 몰락 시나리오>에서 지금으로부터 10여 년 뒤인 2030년이면 팍스 아메리카나의 시대가 끝날 것이라는 징표들을 좇으며, 1890년대의 미국스페인전쟁부터 양차 세계대전과 냉전 시대를 거쳐 21세기 사이버·우주전쟁의 시대에 이르기까지 미국제국이 걸어온 한 세기를 돌아본다. 그리고 인류 역사상 모든 제국이 그러했던 것처럼 미국제국 또한 걷게 될 몰락의 시나리오를 보여준다.˝

이미 여러 권의 책을 통해 소개된 미국의 진보 언론이 크리스 헤지스의 신작도 미국이 미래를 부정적으로 본다. <미국의 미래>의 부제가 ‘7개 키워드로 보는 미국 파멸 보고서‘일 정도다.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미국의 현실을 일곱 개의 키워드로 파헤친 르포르타주다. 쇠망, 헤로인, 노동, 사디즘, 도박, 증오, 자유라는 핵심 키워드로 구성된 이 책은 현대판 소돔과 고모라로 몰락한 퇴폐적이고 대중 착취적인 미국의 현실을 고발한다.˝

단지 미국의 파멸만을 예언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한국사회를 들여다보는 거울도 제공한다. 저자의 ‘한국 독자를 위한 서문‘을 직접 참고할 수 있고, 책소개도 그 점을 놓치지 않고 있다.

˝크리스 헤지스는 함부로 희망을 얘기할 수 없는 미국의 현실에 개탄하며, 자본 친화적인 정부와 소수 거대 자본가들의 독점적 무대가 된 미국의 경제시장을 들여다본다. 기업 국가의 횡포에서 존엄을 착취당하고 삶을 저당 잡힌 개인의 면면을 들여다보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우리는 작금의 현실을 반추한다. 과연 미국에 희망이 있는가? 물신주의가 팽배하고 자본주의가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이 세계에서 희망을 말할 수 있는가? 이는 과연 미국이라는 강대국에 국한한 이야기인가?˝

미국의 대전환은 우리에게도 필연적으로 대전환의 시대다. 시대의 좌표와 향방을 가늠해보기 위해서라도 참고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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