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는 사람을 독서인, 평균보다 많이 읽는 사람을 독서가라고 부르는 것은 어색하지 않다. 그런데 ‘인간‘이 붙으면 의미가 묘해진다. 독서인의 다른 말이 될 수도 있지만 인간이란 말의 뉘앙스 때문에 뭔가 못할 짓을 하는 이를 가리키는 것처럼도 느껴진다. 가령 내게는 ‘독서중독자‘로 읽힌다(흔하게는 ‘책벌레‘가 있었고 조금 격상하여 ‘책중독자‘라고도 불렸다).

이봉호의 <독서인간의 서재>(울력)의 부제가 ‘상수동 독서중독자의 서재에서 발견한 책‘인 것은 그래서 어색하지 않다. <독서인간의 서재>는 그 독서중독자의 서평집이다. 내가 붙인 추천사를 옮긴다.

˝저자 이봉호는 ‘독서중독자’이다. 책을 손에서 놓을 줄 모르는 이가 독서중독자라면, 거기에 더하여 책에 관한 이야기를 멈출 수 없는 이도 독서중독자라 불러 마땅하다. <독서인간의 서재>는 독서 편력의 기록이면서 책에 관한 끝이 없는 이야기다. 문학과 예술, 철학과 사회비평 등 다양한 분야와 난이도의 책을 다루지만, 저자의 눈길은 시종일관 부드럽고 어조는 가지런하다. 언제 어떤 자리에서도 아주 편안하게, 그러면서도 진지하게 책 이야기를 들려줄 것만 같다. 까칠한 서평가의 딱딱한 서평집에 물린 독자들을 따듯하게 다독여 줄 책이 여기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책에 관한 책들도 이제는 서가의 한 칸을 차지하고도 남는데, 지난주에 한권이 추가되었다. 부르크하르트 슈피넨의 <책에 바침>(쌤앤파커스). "결코 소멸되지 않을 자명한 사물에 바치는 헌사"가 부제다. 물론 그 자명한 사물은 책이다. 책은 말 그대로 책에 대한 헌사(오마주)다. 



















"잊혀지고, 버려지고, 수집되었다가 다시 내팽개쳐지고, 온전치 못하더라도 사랑받았던 책들, 그렇게 기꺼이 우리에게 도달하려 하는 모든 책들에 바치는 헌사. 종이책 외에 다른 대안은 존재하지 않을 것만 같던 세상에서 태어나고 자라 이제 60대에 접어든 독일의 한 작가가 ‘종이책’을 둘러싼 아련한 기억들을 소환한다."


이 '헌사'의 행렬에 동참하라는 제안을 받고서 나도 한 꼭지를 보탰는데, 서두에 '미친 사랑의 한 사례'라는 제목으로 실렸다. 그리고 뒷표지에는 그 일부가 발췌돼 들어갔다. 


"장서가로 신분이 바뀌게 되면 책은 상전이 된다. 분명 책은 내가 수집하지만 어떤 책이 자기 보존을 위해서 나를 고용한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아뿔싸, 책에 바쳐진 제물이 되는 것인가! <책에 바침>을 덮으며 복잡한 심경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이 또한 미친 사랑의 한 사례가 되리라."


물론 책에 미친 동료들에 관한 책들도 이미 나와 있다. 니콜라스 바스베인스의 <젠틀 매드니스>(뜨인돌) 같은 책을 염두에 두고 하는 말이다. 이런 경우엔 '곱게 미친 사랑의 한 사례'가 되는 것인가...


20. 02. 09.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two0sun 2020-02-09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평생 끝나지 않을 짝사랑중입니다.
내 손안에 있는것도 온전히 내것인것 같지 않고
가질 수 없는 것들은 가질 수 없어 애가 타고~


로쟈 2020-02-09 21:16   좋아요 0 | URL
^^
 

지난주에 나온 문화사 책으로 단연 눈에 띄는 건 메리 매콜리프의 ‘예술가들의 파리‘ 시리즈다. 이번에 나온 건 세권인데 1871년부터 1929년까지 파리의 문화사를 다룬다(영어판을 검색해보니 더 이어진다). 이 가운데 세기말과 세기초를 가리키는 ‘벨에포크‘(아름다운 시대)를 다룬 건 <벨에포크, 아름다운 시대>(현암사)와 <새로운 시대의 예술가들>, 두 권이다. 원저의 제목으로는 각각 <벨에포크의 여명>과 <벨에포크의 황혼>이다. 셋째권은 <파리는 언제나 축제>(헤밍웨이의 파리 시절을 곧바로 연상시킨다).

현재 프랑스문학강의를 진행하고 있고 이번 가을에 프랑스문학기행도 계획하고 있어서 자연스레 파리에 관한 책들을 찾아봐야 하는 상황에서 때맞춰 출간돼 반갑다(세권의 원서도 주문했다). 첫권을 읽고 있는데 마네와 졸라에 관한 내용들은 강의/문학기행과 관련해서 요긴한 참고가 된다.

˝예술사에 깊은 관심을 갖고 연구해온 역사학자 메리 매콜리프는 예술사상 가장 역동적이었던 이 시기 파리에 모여든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당시의 사회적 상황과 버무려 흥미진진하게 풀어놓는다. 당대를 살았던 인물들의 일기, 회고록, 편지 등의 1차 자료를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서술 방식은, 독자로 하여금 마치 당시의 인물들의 삶 속으로 직접 뛰어든 것 같은 느낌을 받게 하고, 나아가 그 인물들의 삶과 예술을 더 깊이 이해하게 한다. 각 시대 음악, 미술, 문학, 무용, 영화 등의 예술 분야는 물론이고 과학과 기술, 건축과 패션, 정치 및 경제적으로 중요한 인물과 이슈들까지 모두 아우르는 이 책은 세계 수도로서의 파리의 모습을 생생하게 재현해낸다.˝

파리에 관한 책은 적잖게 나와있는데 이 참에 두루 정리해봐야겠다(여러 차례 페이퍼를 쓰게 될 것 같다). 상반기의 과제 목록이 하나 더 늘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주의 역사서로 대니얼 임머바르의 <미국, 제국의 연대기>(글항아리)를 고른다. ˝이제야 미국이 어떤 나라인지 알 것 같다˝는 띠지의 문구가 책의 의의를 잘 대변하고 있다. 원제는 ‘어떻게 제국을 숨길 것인가‘인데, 사실 현재 트럼프의 미국은 제국적 본성을 그대로 드러내놓고 있다는 점에서 특이하다. 미국이 ‘제국‘이 아니었던 적은 없다. 그동안은 잘 숨겨왔을 뿐이란 걸 폭로하고 있는 책이 <미국, 제국의 연대기>다. 한 서평을 인용한다.

“이 책은 세계사 속 미국 역사의 본질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완전히 바꿔놓는다. 임머바르는 미국인이 영토를 획득하고 이를 지배하며 그로부터 영향을 받은 과정을 집중적으로 다루면서 미국이 그저 하나의 ‘제국’이 아니라 아주 뚜렷한 특색을 지닌 제국이며, 이런 면은 지금까지 대부분 무시되어왔음을 잘 보여준다.”

미국을 주제로 한 책으로 작년말에 나온 책들도 같이 읽어볼 만하다. 크리스 헤지스의 <미국의 미래>(오월의봄)과 낸시 매클린의 <벼랑 끝에 선 민주주의>(세종서적) 등이다. 어제 강의에서는 토크빌의 <미국의 민주주의>의 핵심 주장들에 대해 살펴보았는데, 그것이 어디까지 타락, 변질되고 있는지 고발하는 책들로 눈길을 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음악의 문외한이 '악성 베토벤'에 대해 내가 강의에서 다룰 일은 거의 없다. 그럼에도 언급은 하게 되는데, 가령 톨스토이의 <크로이체르 소나타>(<크로이처 소나타>)가 베토벤의 곡을 소재로 한 작품이어서, 쿤데라의 <불멸>에서 괴테와 베토벤의 에피소드가 나오기에 언급하는 식이다. 하지만 올해는 사정이 좀 달라졌는데, 베토벤의 생애를 소재로한 로맹 롤랑의 대작 <장 크리스토프>(1912)를 봄학기에 읽을 예정이어서다. 
















알려진 대로 로맹 롤랑의 여러 권의 예술가 평전을 쓰고 있는데(<톨스토이>도 그 중 하나다) 가장 널리 알려진 책이 <베토벤의 생애>다. 그리고 <장 크리스토프>는 현재 두 종의 번역본이 살아있는데, 



강의에서는 편의상 동서문화사판으로 읽을 예정이다(강의 공지는 내달에 하게 될 것 같다). 다른 선택지로는 범우사판이 있다. 



베토벤과 장 크리스토프에 대해서 미리 떠올리게 된 건 때마침 눈에 띄는 베토벤 평전이 출간되어서다. 마르틴 게크의 <베토벤>(북캠퍼스). '문화평전 심포지엄'의 세번째 책이다(앞선 <하이데거>와 <니체>가 1,2권이었다).



"독일 음악학의 대가 마르틴 게크는 이 책에서 ‘베토벤’이라는 이름으로 회자되는 열두 개의 주제를 36명의 역사적 인물과 함께 집중 조명한다. 당대인들을 비롯해 그의 후대인들이 받아들인 인간 베토벤과 작품을 통해 시대정신과 베토벤 음악이라는 우주를 가늠하고 있다. 해박한 지식과 사유를 바탕으로 한 우아하고 섬세한 글쓰기가 매력적인 이 책은 베토벤 음악에 대한 폭넓은 분석인 동시에 그의 음악을 듣는 이들을 위한 하나의 매뉴얼이다."
















찾아보니 저자 게크의 책은 로로로 평전 시리즈이 <바흐>(한길사)를 포함해서 몇 권이 책이 나와 있었다. 
















생각해보니, 베토벤 평전은 얀 카이에르스의 두툼한 <베토벤>(길)이 재작년에 나왔었다. 마르틴 게크의 책과 경합이 될 만하다. 베토벤 평전이 새해 벽두부터 나온 건 올해가 탄생 250주년이어서라고 한다. 나로선 <장 크리스토프> 강의로 기념에 가름할 수 있겠다...


20. 01. 12.


댓글(4) 먼댓글(0) 좋아요(3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로제트50 2020-01-13 1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 크리스토프> 동서문화사판으로
가지고 있어요. 몇 년 전에 구입해서
토요일의 독서메뉴였죠, 또 그 여성버전
이라는 <매혹된 영혼>의 재출간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습니다.
요즘 틈틈이 베토벤 현악4중주 전집시디
를 듣고 있어요. 나름 추억이 있고
제대로 알고자 오래전 독일에서 녹음한
버전으로요... 쌤은 책으로, 저는 음악으로
위대한 예술가의 영혼과 만나는거군요~~

로쟈 2020-01-12 22:49   좋아요 0 | URL
그 정도면 매니아신데요.~

로쟈 2020-01-13 22:01   좋아요 0 | URL
로맹 롤랑 자신이 ‘현대세계의 베토벤‘을 그리고자 했다고 했어요. 평전을 썼으니까 그걸 반복할 필요는 없었겠지요.

로제트50 2020-01-14 0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음, 그렇군요! 탄생 250 주년을 맞이하여
다시 그 인생을 읽어내는 과제가 나왔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