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언어학자에 대한 페이퍼는 정말 오랜만인 듯싶다. 책들이 한꺼번에 나와서인데, 일단 <일반언어학강의>(알려진 대로 소쉬르의 이 대표 저작은 사후 제자들의 노트를 편집하여 펴낸 책이다)의 바탕이 된 강의록 3권이 이번에 동시에 출간되었다. 


 














"그린비 크리티컬 컬렉션으로 출간된 <소쉬르의 1·2·3차 일반언어학 강의>(전3권)는 소쉬르가 세 번에 걸쳐 행한 <일반언어학 강의>를 받아 적은 학생들의 ‘필기 원본’을 정리한 판본으로, 바이와 세슈에가 한 권으로 편집/종합한 판본(1916)에 비해 소쉬르의 목소리가 더욱 생생히 담겨 있다."


생생하게 담겨있다고 해도 소쉬르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싶어하는 독자가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다. 일단 <일반언어학 강의>만 하더라도 일반교양서로 그렇게 널리 읽히는 것 같지는 않기 때문이다(물론 구조주의와 같은 현대문학이론의 이해를 위해서는 한번쯤 거쳐야 하는 책이지만, 어디까지나 원칙적으로 그렇다는 말이다).
















소쉬르의 <일반언어학 강의>는 기억에 세 종의 번역본이 있었고 현재는 최승언판과 김현권판이 살아있다. 3차 강의는 김성도 교수가 <소쉬르의 마지막 강의>로 옮기기도 했다. 
















소쉬르 입문서로는 고 김방한 교수의 <소쉬르>가 있었다. <일반언어학 강의> 해제는 김성도 교수의 책이 나와았고, 최용호 교수의 <소쉬르는 이렇게 말했다>는 기본적인 이해를 갖춘 후에 읽어볼 만한 참고서. 여하튼 이번에 나온 세 권의 강의록은 현대언어학뿐 아니라 인문학의 언어적 전회에 관심있는 독자라면 유혹을 받을 만하다. 


 














프랑스의 걸출한 언어학자 에밀 뱅베니스트의 강의록도 이번에 나왔다(이름은 벤베니스트, 방브니스트로 표기되다가 뱅베니스트로 낙착된 듯). <마지막 강의>. 소쉬르의 책과 마찬가지로 김현권 교수가 우리말로 옮겼다. 앞서 나온 <일반언어학의 여러 문제>도 김 교수의 번역. 나는 예전에 <일반언어학의 제문제>라고 나왔던 책으로 읽었었다. 
















<일반언어학의 여러 문제>만 하더라도 전문적인데, 그보다 좀더 '대중적인' 책으로는 <인도유럽사회의 제도 문화 어휘 연구>(전2권)을 꼽을 수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서구 사유의 기원을 형성하는 인도유럽의 주요 어휘들을 분석한다. 하나의 단어가 어떻게 탄생하였는지, 탄생 후 다른 어휘 및 문화들과 상호작용하며 어떻게 변모하였는지를 밝히고 있는 이 책은 서구의 문화와 사상의 기원을 이해하는 단초를 제공해 줄 것이다.'


대단한 박식가와 만나게 해주면서 동시에 독자도 똑똑해진 느낌이 들게 하는 책이다. 

















소쉬르와 뱅베니스트의 책에 대해 적다 보니 문학이론에서는 이들 못지 않게 중요한 러시아 언어학자 로만 야콥슨이 생각난다. <문학 속의 언어학> 때문인데, 그나마 나와있던 발췌 번역본도 절판된지 오래 되었다. 더이상 독자가 없다는 말일까? 그렇더라도 이런 '기본적인' 책이 절판된 채 방치돼 있다는 사실은 좀 씁쓸하게 느껴진다. 
















원저는 550쪽이 넘으니 꽤 묵직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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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저명한 정치철학자라고 하지만, 그보다는 철학 교수로 기억하는 오트프리트 회페의 <정치철학사>(길)가 번역돼 나왔다. 정치철학에 대한 강의를 두어 차례 진행한 터라 나로선 영어권 학자들과 다른 관점을 보여주는지가 궁금하다. 















이번에 <정치철학사>가 번역되었지만, 회페 교수는 <철학의 거장들>(전4권) 시리즈의 편자로 이름을 기억하게 된 철학자인데 특히 칸트와 아리스토텔레스 전문가다(칸트의 고향 쾨니히스베르크 출생이라고 하니 특별한 인연이기도 하다). 이번 책 소개는 이렇다.


"정치와 관련, 우리 시대를 ‘위기의 시대’라고 진단하면서 이를 해결할 방법으로서 ‘정치적인 것’의 귀환을 요구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정치적인 것’에 대한 중요한 정치철학자 20여 명을 소개하는데, 단순히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그 시대의 상황 및 문제의식과의 연관관계 속에서, 그리고 시대를 초월하는 특정한 보편성을 읽어내는 방식으로 기술하고 있다."


이미 나와 있는 다수의 정치철학사와 비교해서 읽어봐도 좋겠다. 




























참고로, 서양철학사 대용으로 읽을 수 있는 <철학의 거장들>은 놀랍게도 아직 절판되지 않았는데(20년 전에 나온 책이다) 사실 독자들 사이에서는 번역에 문제가 많다고 알려진 책이다. 내가 구입하지 않았던 이유이기도 한데, 번역이 개정돼 나올 가능성은 없는지 궁금하다. 그러려면 일단 절판되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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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든>의 저자 헨리 소로의 책은 너무 많이 나와서(일기까지 포함) 더 나올 것이 없겠다 싶었는데, 숲이나 호수가 아닌 바다에 대한 책이 나왔다. <케이프코드>(싱긋). 그런데 뭔가 기시감이 있어서 찾아보니 <대구 곶>이라고 한번 나왔던 책이다. 





 











"주로 내륙 지방의 숲이나 호수에 관한 책을 많이 남긴 소로가 바다에 대해 쓴 유일한 책이다. 소로는 케이프코드를 세 차례(1849년 가을, 1850년과 1855년 여름) 찾아가 그곳에서 만난 자연 풍경과 바다, 사람들과 나눈 이야기들을 기록했다. 케이프코드는 잉글랜드의 청교도들이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북아메리카 대륙에 맨 처음 도착한 곳이다. 나중에 청교도들은 내륙 쪽으로 이동해 미국 북동부 매사추세츠주 플리머스에 정착하는데, 케이프코드는 작은 만(灣)을 사이에 두고 플리머스 건너편에 있다."


미국문학기행 같은 것을 떠날 일이 당분간은 없어 보이지만, 만약 미국 동부쪽으로 간다면 월든 호수와 함께 방문지로 고려해봄직하다. 
















말이 나온 김에 <월든>을 다시 검색하니 (너무 많은) 번역본 가운데, 세 종 정도가 가장 많이 읽히는 듯싶다. 미국문학 강의 때는 김석희 선생 번역본으로 읽었다. 

















<월든>과 함께 강의에서 읽을 수 있는 책은 <시민 불복종>인데, 역시 세 종의 번역본이 눈에 띈다(펭귄클래식판 <월든>에 같이 수록돼 있다). 언젠가 강의에서 다시 읽게 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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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에 나올 역사서로 관심도서는 단연 위르겐 오스터함멜의 <대변혁: 19세기 역사풍경>(한길사)이다. 분량상 3권으로 분권돼 나와서 책값만 12만원에 이른다(번역본 분량은 2500쪽). 
















"위르겐 오스터함멜은 <대변혁: 19세기의 역사풍경>에서 세계사의 한 세기를 ‘완벽’하게 다룬 것처럼 가장하지 않는다. 오스터함멜은 서론에서 19세의 중점 연대를 통해 이 책을 서술했음을 밝힌다. 중점 연대는 대략 19세기 60년대에서 80년대 사이를 가리킨다."
















오스터함멜은 하버드-C.H.베크 세계사의 한 편집자로 이름을 알게 된 역사학자이고, 이름까지 기억하진 못했지만 <식민주의>와 <글로벌화의 역사>로 이미 접했던 저자다. <글로벌화의 역사>는 분량도 그렇지만 너무 개략적이었다는 인상이다. 아무래도 저자의 전문분야는 19세기사로 보인다. 

















<대변혁>의 원저는 이미 구입해서 갖고 있는데(영어판을 갖고 있다), 분량이 1192쪽에 이른다(번역본 분량이 대략 두배 정도군). 사실 분량 때문에 독서는 엄두를 내지 못했는데, 번역본이 나왔으니 좋은 계기로 삼을 수 있겠다. 19세기사는 세계문학사와 관련해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으니(시기적으로는 도널드 서순의 <불안한 승리: 자본주의의 세계사 1860-1914)>와 비교해 볼 수 있겠다). 















덧붙이자면, 하버드.C.H.베크 세계사 시리즈로는 세 권이 더 출간돼 있다. 14세기(1350년) 이후 현재까지를 카바하고 있다. 원서와 함께 주섬주섬 모아두고 있는 시리즈다. 케임브리지대학에서 나오는 세계사 시리즈(번역에 엄두가 나지 않을 정도로 방대하다)와 경합할 만하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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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권의 책 제목이다. 같이 묶은 건 같은 저자의 책이어서다. ‘작가이자 언론인‘으로 소개되는 윌 스토. (좀 된 줄 알았지만) <이야기의 탄생>(흐름출판)이 작년봄에 나왔고 <셀피>(글항아리)는 지난주에 나왔다(2017년작). 어제 동네서점에 들렀다가 구입.

˝영국의 저널리스트이자 소설가 윌 스토는 최근 3년간 자신의 삶에서 네 건의 자살이 있었다고 밝힌다. 한 사람이 자기를 혐오하고 끝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결과를 가져오는 실체가 무엇인지 알고 싶어 그는 이 책을 썼다. 우리 자아를 침몰하게 하는 이 강력한 힘은 어디에서 오고, 왜 나타나게 된 걸까? 그 굴레에서 벗어날 방법은 없을까?

이 책은 자아와 자존감에 대한 책이지만, 높은 자존감을 강조하는 수많은 자기계발서와는 완전히 다르다. 높은 자존감이 과연 바람직하기만 한 걸까? 하는 의문을 제기하며 그 과정을 밝혀가는 이 책은, 아리스토텔레스와 프로이트부터 높은 자존감을 상징하는 스티브 잡스나 도널드 트럼프 같은 당대의 인물까지 다채롭게 다루며 우리 머릿속 한구석에 자리잡은 높은 자존감의 진실을 파헤친다. 자아와 문화를 탐구하는 여정은 독자들에게 한편으로 충격을 안겨주고 동시에 신선한 시각을 제공할 것이다.˝

‘높은 자존감‘의 문제점을 다룬다는 점이 포인트. 완벽한 자아에 대한 환상과 집착이 낮은 자존감보다 더 많은 문제를 낳는 사회로 우리가 진입한 건 아닌가 싶다. <이야기의 탄생>도 관심주제라 어디에 꽂아두었는지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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