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로쟈 > 인류는 어떻게 역사가 되었나

엊그제 서점에서 보고, 까맣고 잊고 있었다는 걸 알았다(그런 책이 한둘이랴). 인류세를 넓게 정의하는 이들은 호모 사피엔스의 역사까지도 포함하고자 하는데 길게 보면 결국 ‘한 바닥‘이라는 것. 지혜와 어리석음과의 오랜 경주에서 인류는 결국 패배할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기후변화의 도전에 대응할 만한 지혜와 정치력을 누가 갖고 있는지만 보아도). 불과 10년 전과 비교하더라도 성인 독서량이 절반으로 떨어진 나라에 희망이 있는지는 무신들만이 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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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산 2022-03-14 0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십니까? 항상 잘 보고 있습니다.
과문해서 그런지 ‘무신들만이 알 것이다.‘가 이해가 안됩니다.
그럼 항상 강건하십시오.

로쟈 2022-03-14 13:42   좋아요 0 | URL
巫神들로 적은 거에요.
 

사전투표를 마쳤다. 투표소가 (횡단보도를 건너야 해서) 5분 거리인 가까운 장소였는데, 유권자들이 줄을 잇고 있었지만 대기할 정도는 아니어서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넣고 빠져나오기까지 5분도 걸리지 않았다. 유권자 1인으로서의 권리 행사는 마쳤고 이제 수요일의 결과를 기다릴 따름이다(1919년 만세운동 이후 한 세기, 도약의 다음 세기로 넘어갈 것인가 다시금 30년 뒤로 퇴행할 것인가, 중대한 갈림길이 될 것이다).   
















그런 생각에 손이 닿은 책은 지지 파파차리시의 <민주주의 그 너머>(뜰북)다. 생소한 출판사에서 나왔고 책의 장정도 어수룩하지만(대학가의 제본도서 같은 인상이다) '이상한' 책은 아니다. 처음 소개되지만 저자는 일리노이대학의 정치학과 교수이고 원저는 예일대출판부에서 나왔다(원서를 구하는 김에 저자의 다른 책 <네트워크화된 자아, 그리고 탄생과 삶, 죽음>도 같이 구했다). '우리의 정치 미래를 상상하라'가 부제.


"민주주의는 국가를 지배하는 가장 이상적인 체제로 평가되어 왔다. 하지만 더 이상 그게 아니라면? 민주주의는 최종목표가 아니라 무언가 더 나은 것을 향한 과도기적 단계일 수 있다. 저자는 30개 이상 나라의 사람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민주주의가 무엇이고 시민들이 생각하는 민주주의의 의미는 무엇인지, 나라의 운영 강화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무엇인지 등을 살펴본다. 이 책은 궁극적으로 정부가 시민들을 더 잘 보살피고, 또한 긍정적인 방향으로 진화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탐구한다. 동시에 일반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으려고 애쓴다. 자본주의, 미디어, 교육에 대한 일반 시민들의 생각과 그것을 몸소 경험한 이야기를 들음으로써, 미래 국정 운영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예측해 본다."


 















최근 강의에서 다룬 사이토 고헤이의 <지속불가능 자본주의> 덕분에(혹은 탓으로) 탈성장에 관한 책들도 몇 권 구했는데(사이토 자신은 라투슈 같은 구세대 탈성장론자들의 입장을 비판한다. '탈성장 자본주의'는 불가능하며 궁극적으로는 '탈성장 코뮤니즘'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게 사이토의 주장이다) 파파차리시의 책과 같이 읽어보려 한다. 
















말이 나온 김에, 사이토 고헤이의 책들. 화제작 <마르크스의 생태주의>(2018)에서 <지속불가능 자본주의"('탈성장 코뮤니즘'이란 제목이어도 무방했다)로의 급속하고 급진적인 이행이 인상적이다. 두달 동안 강의에서 읽은 <공산주의라는 이념>도 더해서 여러 가지 생각을 궁굴리게 된다. 


 














사이토 고헤이와 마찬가지로 기후변화(혹은 인류세) 시대의 마르크스와 사회주의(로도 부족하다는 의미에서 코뮤니즘이라고 적어야 하지만)에 대해 고민하는 책들도 여럿 나와있다. 같이 모아놓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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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맘 2022-03-05 20: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말정말 다음 세기로 넘어가길 간절히 바랍니다ㅠ
30년전이라하면 6월민주화운동 전 시대를 말씀하시는거죠? 생각만으로 암담합니다

로쟈 2022-03-06 10:31   좋아요 1 | URL
공든탑이 무너지면 안되죠.~

육포 2022-04-08 2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Nabokov 가 두 분의 댓글을 볼 수 있다면 뭐라고 할까?
Fraud(Freud)! Toilet(Eliot)! ....
 

한나 아렌트의 유고모음집 가운데 한권이 번역돼 나왔다. <유대인 문제와 정치적 사유>.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이 통상 유대인 문제(이 경우는 유대인 학살 문제)를 다룬 책으로 떠올리게 되지만 정치평론가로서 아렌트는 유대인 문제를 전방위적으로 숙고했다. 그 총결산에 해당하는 책.

˝아렌트는 유대인 문제를 조명하면서 정치 문제가 특정 집단뿐만 아니라 모든 공동체의 문제라는 점을 잘 드러낸다. 이 책은 ‘왜 유대인 문제인가’라는 특정한 질문을 ‘왜 정치인가’라는 보편적 질문으로 전환하고 이에 대해 생각할 계기를 제공한다.˝

이미 리처드 번스타인의 연구서 <한나 아렌트와 유대인 문제>가 번역된 지 오래 되었다. 관심주제에서 제쳐놓았는데 아렌트의 묵직한 책이 번역된 김에 관심을 가져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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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사회철학, 특히 하버마스 전공자이자 번역자로 유명한 장춘익 교수의 논문집이 '장춘익의 사회철학'으로 갈무리돼 나왔다. <비판과 체계>.<근대성과 계몽>, 두 권이다. 정년을 기념한 것인가 했는데, 알고 보니 유고집이다. 뒤늦게 알게 된 사실인데, 저자는 지난해초 아까운 나이에 타계했다. 하버마스와 루만의 사회철학에 관해 국내에서 가장 정통한 학자라는 평을 전해들은 바 있어서 더욱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하버마스와 루만의 대표작 번역을 맡을 만큼 능력과 책임감이 출중했다). 그나마 잘 정리된 유작집이 빠르게 나와서 저자의 학문을 대신하게 되었으니 다행스러운 일이다.    















한림대 철학과에 재직했던 저자의 육성은 열린연단 강연(하버마스이 <의사소통행위이론>을 소개하는 강연이다)에서 들어볼 수 있다. 















장춘익 교수의 역작는 하버마스의 <의사소통행위이론>과 루만의 대저 <사회의 사회> 번역이다. <의사소통행위이론>은 개역본을 준비하던 중이라고 하는데, 아쉽게도 실현되지 않았다. 이 묵직한 번역서들을 갖고는 있지만 해설을 읽는 것으로 독서를 대신해왔다. 이번 유고논문집을 길잡이 삼아서 읽어보고 싶다. 근대가 합리화의 과정이라는 독일 사회철학의 이해와 기대를 다시금 상기하게 되는 게 최근 한국의 상황이기도 해서다. 성인의 절반이 1년에 단 한권의 책도 읽지 않는다는 나라에서 '선진국'이 과연 가능한지 궁금한데, 내달이면 답변해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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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는 '크랩(crap)'이다. 일상어로 얼마나 흔하게 쓰이는 단어인지는 모르겠지만 사전적 정의로는 '헛소리'나 '쓰레기 같은 것'을 가리킨다. 번역본의 제목이 <싸구려의 힘>인 게 그럴 듯하다. 미국 역사학자 웬디 월러슨의 <싸구려의 힘>. 부제가 '현대 세계를 만든 값싼 것들의 문화사'다. 
















소개에 따르면 저자는 소비자문화, 물질문화, 시각문화 외 19세기 미국 자본주의에 대해 강의한다고 하는데, <전당포: 독립부터 대공황까지 미국의 전당업> 같은 저작도 갖고 있다(러시아의 전당업에 관한 책이 궁금하군). 


"현대인들의 일상에 싸구려 물건들이 넘쳐나게 된 경위와 원리, 그리고 싸구려의 본질을 역사적, 문화적, 경제적으로 연구해낸 책. 저자는 도서관, 박물관, 학회, 대학, 기업 자료실을 찾아다니며 수집한 엄청난 양의 자료를 바탕으로 싸구려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을 자세하게 그려내고 거기서 의미심장한 통찰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아무려나 책은 '값싼 것들'의 소비문화가 경제뿐 아니라 우리의 심리에 미친 영향까지도 살펴보고 있어서 흥미롭다. 더불어 미국식 자본주의의 긍정적/부정적 힘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한다(니체의 구분에 따르면 자본주의 문화는 노예의 문화다). 
















값싼 것들의 대량생산과 대량소비에 주목하여 자본주의 세계사를 살핀 책으로는 경제학자(개발사회학을 공부했으면 사회학자인가?) 라즈 파텔의 <저렴한 것들의 세계사>도 있다. <경제학의 배신><식량전쟁> 등으로 소개된 저자. 


"정치, 경제, 사회, 환경, 젠더 이슈에 이르기까지 분야를 망라한 전문가들이 추천한 이 책은 담대한 역사서인 동시에 도발적인 사회과학서다. 자본주의는 18세기 산업혁명의 영국이 아니라 15세기 대서양의 섬에서 시작되었다는 관점에서 유럽과 신대륙의 역사를 다룬다. 자연, 돈, 노동, 돌봄, 식량, 에너지, 생명, 이 일곱 가지를 저렴하게 유지하면서 지속적으로 거래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자본주의의 오랜 전략이었음을, 그 작동의 원리를 각 장에서 파헤친다."


값싼 것의 생산과 소비는 자연스레 그것을 소비하는 주체의 사고와 태도도 저렴하게 만든다. 아니 저렴한 것들에 적응하면서 자연스레 물들게 한다. 인간을 저임금 노동력으로 등치하는 사고방식이 대표적이다(120시간 노동을 얘기하는 자나 지지하는 자나 마찬가지다). 경제에서의 싸구려가 문화와 정치까지도 어떻게 싸구려판으로 만들어가는지(저질 정치인을 용인한다) 주시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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