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를 써야 할 시간에 공연히 아침 뉴스를 검색하다가 또 챙겨놓을 수밖에 없는 기사들을 읽었다. 소득격차가 심화되면서 양극화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인데 지젝이 말하는 객관적 폭력, 시스템의 결과로 산출되는 구조적 폭력의 사례라 할 만하다(<폭력이란 무엇인가>에서 지젝이 지적하는 바에 따르면, 현단계 자본주의에서 중산층은 사치이다. 중산층까지 챙기지 않는다는 말이다). 물론 거기에 더해지는 것은 '보이지 않는 손' 혹은 '윗선'이다. 당장은 선거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자명하다(계급의 양극화는 민주주의와 양립하기 어렵다).    

서울신문(11. 04. 26) 20:80…소수가 富 누리는 양극화 현실로 

20%의 소수가 80%의 부를 누리는 이른바 ‘20 대 80 사회’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이 같은 부의 양극화는 수출 대기업 위주의 경제성장과 중소기업의 경쟁력 약화, 대기업의 영역 확장과 ‘골목 상권’으로 불리는 자영업자의 몰락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25일 국세청에 따르면 종합소득세 신고자 중 상위 20% 소득자의 1인당 소득금액은 1999년 5800만원에서 2009년 9000만원으로 10년 새 55%나 늘어 대부분 억대 수입을 바라보고 있다. 그러나 하위 20% 소득자의 1인당 소득금액은 같은 기간 306만원에서 199만원으로 54%나 급감했다.

●자영업자 몰락등 작용
10년간의 경제성장 과실을 전혀 누리지 못한 채 소득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종합소득세는 사업, 부동산 임대, 이자 등 여러 소득을 합쳐 과세하는 세금으로 자영업자 등 개인사업자가 신고자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전체 소득금액 중 계층별로 차지하는 비율을 보면, ‘IMF 위기’로 불리는 외환위기 이후 소득의 양극화는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2009년 종합소득세 신고자의 총 소득금액은 90조 2257억원이었다.이 중 상위 20%가 가져간 소득금액은 64조 4203억원으로 무려 71.4%에 달한다. 상위 20~40% 소득자의 소득금액은 13조 5337억원으로 총 소득금액의 15%에 불과했다. 중간층인 상위 40~60% 소득자는 7.7%, 60~80%는 4.3%, 하위 20%는 1.6%의 소득밖에 벌지 못했다.

결국 상위 20%의 개인사업자가 총 소득의 3분의2 이상을 거둬들인 반면 전체 신고자의 60%를 차지하는 상위 40% 이하는 고작 10% 정도의 소득에 머물렀다. 양극화 현상은 월급쟁이도 마찬가지다.

●상위 40%이하 고작 10% 소득
2009년 근로소득세를 납부한 연말정산자의 총 급여액은 315조 7363억원이었다. 이 중 상위 20% 소득자의 급여액은 131조 1652억원으로, 총 급여액의 41.6%를 차지했다. 상위 20%가 소득의 절반 가까이 가져간 셈이다. 반면 하위 20% 소득자의 급여액은 25조 2242억원으로, 총 급여액의 8%에 지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소득의 양극화는 사회적 불안 요인이자 성장동력 자체를 상실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현대경제연구원의 유병규 경제연구본부장은 “대기업의 신성장 분야 투자를 통한 고용 창출과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 지원, 고용과 연계된 소외계층 복지대책 등 부의 양극화를 막을 수 있는 다각적이고 지속가능한 재분배 정책을 마련해 시행해야 한다.”고 밝혔다.(오일만기자)   

노컷뉴스(11. 04. 26) 건강보험료 폭탄 …윗선 지시로 사전에 국민에 설명 안 해

25일 월급날에 많게는 수십만원이 한꺼번에 빠져나가면서 직장인들을 깜짝 놀라게 한 건강보험료.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가 대국민 설명을 전혀 하지 않아 혼란과 충격을 키웠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른 바 '윗선'에서 4.27 재보선에 미칠 영향을 우려해 건강보험료 정산문제에 대한 자료배포와 설명을 연기하도록 한 것으로 전해졌다.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복지부는 지난 22일 2010년도분 직장가입자 건강보험료 정산과 관련, 보도 자료를 통해 설명할 예정이었다. 즉 임금 인상이나 성과급 등으로 2009년도에 비해 2010년도에 소득이 증가한 경우 추가로 보험료를 납부하게 되고 임금 등이 인하된 경우 보험료가 환급되며 이 절차가 4월 월급날에 이뤄지게 된다는, 월급날 전에 국민이 알아야 혼란이 없을 내용을 22일 알릴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 계획은 특별한 이유없이 오는 28일 발표로 연기됐다. 복지부 담당자는 다만 설명 연기와 관련해 “올해부터 4대보험이 통합징수되면서 데이터 량이 방대해져 업무처리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군색하게 설명했다. 하지만 실제 속사정은 달랐다. 정산 금액이 지난해보다 크게 늘어난다는 내용을 미리 설명할 경우 4.27 재보선 표심에 영향을 줄 것을 우려한 '윗선'의 지시 때문에 연기하게 된 것이다.

복지부의 한 관계자는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재보선이 끝난 다음인 28일로 연기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하면서 어느 곳의 지시였는지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다.

통상적으로 정부 부처가 언론 브리핑이나 보도 자료를 통해 국민들에게 정책을 설명할 경우 당정청과 사전에 조율 절차를 거친다. 정부 부처는 먼저 안을 만든 뒤 청와대 비서실의 담당 정책파트너에 보고하는 절차를 거친다. 교육과 관련한 중요한 정책이나 발표사항이라면 청와대 교육문화비서관실에 먼저 보고하고 협의하는 것이다. 또 총리실에도 보고하지만, 주는 청와대여서 청와대와 협의된 내용이라고 하면 총리실은 의례적인 절차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이와 함께 사전에 당정협의 절차를 거치는 경우도 많다. 여당과 협의하지 않을 경우 당을 무시한다는 인상을 줘 견제를 받을 수 있고 대국회 업무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복지부에 자료 배포 연기를 지시했다면 청와대나 여당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비중있는 사인인 경우 반드시 청와대에 보고하고 있고, 건보료 정산문제는 해마다 하는 일이라 당정협의 사항은 아니기 때문에 연기 지시는 청와대에서 나왔을 가능성이 높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진영곤 고용복지수석은 CBS기자와의 통화에서“발표를 연기하라는 얘기는 하지 않았고 예정대로 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부가 건보료 정산 관련 설명을 연기한 것은 갑자기 월급에서 많은 액수의 건강보험료가 빠져 나갈 경우 국민 정서에 악영향을 미쳐 재보선에서 여당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같은 의도와는 반대로 설명 연기가 정부.여당에 불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아무런 설명도 듣지 못한 직장인들은 갑자기 수십만원이 빠져나간 월급명세서를 보며 깜짝 놀랐고 이는 건강보험과 당국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건강보험 재정적자 문제가 국민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고 정부가 건보료 인상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혼란은 건보 재정적자 해소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야당에서 정부가 정책을 이용해 선거에 개입했다며 선거법 위반 여부를 문제삼고 나설 경우 논란이 확산되면서 건강보험 재정 안정화 대책 마련에도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망된다.(김선경기자) 

11. 04.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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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26 14: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4-26 20: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4-26 22: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Who are you?

화제성에서는 리비아의 전쟁과 일본 대지진마저도 잠재운 듯 보이는 것이 '신정아 신드롬'이다(알라딘에서는 단연 더 그렇다). 베스트셀러로까지 이어질지는 아직 불확실하지만, <정의란 무엇인가>와 <아프니까 청춘이다>에 이어서 자전에세이 <4001>은 한국사회의 무의식을 보여주는 지표 같다는 생각이 든다. 신정아 신드롬 원인을 살펴본 기사와 과거 '신정아 게이트'의 의미에 대해 짚은 문화평론가 이택광 교수의 칼럼을 옮겨놓는다. 사안이 미술계의 병폐와 연애 스캔들에서 사회 전반으로 번진 느낌이다.    

한국일보(11. 03. 25) 신정아 자서전 신드롬 왜 

"신정아의 책 한 권이 서울의 종이값을 올리고 있다."

지난 22일 출간돼 유례없는 판매고를 올리고 있는 신정아씨의 자전에세이 <4001>을 두고 항간에 도는 말이다. 이틀 만에 1쇄 5만부가 모두 팔려나갔고 추가 인쇄될 책을 구하기 위해 서점들은 출판사에, 사람들은 서점에 줄을 섰다. "출판계에서 통상적인 경우는 아니다"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무엇이 사람들로 하여금 신씨의 책에 이토록 열광케 하는 것일까.

이택광 경희대 교수(문화평론가)는 "선정성과 정치성이라는 두 요소가 상승작용을 일으킨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 집계에 따르면 출간 후 이틀 동안 신씨의 책을 가장 많이 구입한 층은 50대 남성(17.4%)이었는데, 이들은 대한민국 사회에서 두 분야에 큰 관심을 보이는 층"이라며 "여기에 민감한 세대의 심리를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30대 여성(16.3%)도 높은 구매력을 보였다"며 "이는 신씨와 비슷한 처지의 여성들이 흔히 보이는 애증의 현상"이라고 풀이했다. 이들은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을 가진 신씨를 시기하고 질투하면서도 같은 여성으로서 사회생활을 하면서 겪는 동병상련의 정도 함께 느낀다는 것이다.

책의 인기 비결을 설명하는 데는 관음에 대한 독자들의 욕구도 빠지지 않는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신과 전문의는 "과거 연예인 X파일이 폭발적이었던 것은 결국 실명이 나왔기 때문"이라며 "이번의 경우에도 정운찬 전 총리 등 다수의 권력층, 지도층 인사들의 실명이 거론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책의 서술 방식도 '차 안에서 추행 당했다'는 정도가 아니라 '웃옷 단추를 어떻게 했다'는 식으로 매우 구체적"이라며 "독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에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한국 사회에 정의 열풍을 일으킨 마이클 샌델 교수의 책 <정의란 무엇인가> 신드롬과도 연결된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택광 교수는 "일방적인 주장이라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신씨의 책에 진실이 들어 있다고 본다면 이는 그 만큼 우리 사회가 정의롭지 못하다는 이야기가 된다"며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기를 끄는 책들은 대개 부조리와 정의에 관한 이야기인 것과 일맥상통한다"고 말했다.

신씨의 '용기 있는 행동'도 책이 인기를 끄는 이유로 분석됐다. 문학평론가 김갑수씨는 "사람들이 자기 자신을 신정아씨의 입장에 대입한다면 많은 경우 소리없이 지내다 세상으로부터 잊혀지기를 바랄 것"이라며 "하지만 신씨는 여성을 업무상의 파트너가 아닌 성적 대상으로 보는 남근주의 사회의 병폐를 온몸으로 겪은 한 여성으로서 이를 세상에 고발한 것"이라고 말했다. 개인의 복수 차원을 넘어서는 사회정의 구현이라는 측면도 있다는 분석인 셈이다.

한편의 드라마 같은 신씨의 복수극이 책의 인기 배경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택광 교수는 "책 제목으로 자신의 수감번호를 선택한 것은 '당신들이 날 이렇게 만들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봐야 한다"며 "신씨는 과거 속죄한다는 마음으로 책을 쓰고 있다고 밝힌 적이 있지만, 실제로는 복수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신분석학자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한다면 감옥에 갔다 온 사실을 전면에 내세울 수 없다"며 "신씨는 책을 통해 '난 죄수가 아니다, 피해자다'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책 내용의 진위 여부를 떠나 일방통행식의 폭로는 어떤 식으로든 사회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것도 전문가들의 공통된 전망이다. 정신과 전문의 이창한씨는 "신씨는 자신의 책을 통해 세상의 한복판에 보란 듯이 다시 섰다"며 "터뜨리면 세상의 주목을 받을 수 있고, 이를 통해 인생역전이 가능하다는 인식이 확산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갑수씨는 "'좋은 게 좋다'며 나쁜 것들은 감춰놓고 보는 우리 사회가 보다 활발하게 소통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정민승기자)   

경향신문(07. 09. 21) 卞·申이 진짜 보여준 것

갑자기 사건의 양상은 학력위조에서 섹스스캔들로 바뀌어버렸다. ‘신정아 게이트’라는 표현 자체가 이 사건의 스펙터클을 더욱 자극한다. 상류층 인사들이 신정아라는 ‘팜므 파탈’을 두고 치정극을 벌인 것처럼 몰고 가는 분위기다. 때는 바야흐로 대선국면. 신정아씨에 쏠린 관심 때문에 여권 대선후보 경선에 차질이 빚어져서 검찰이 이 사건을 빨리 종결지으려 한다는 소문도 있고, 그 반대로 야당이 여당의 대선구상을 망쳐놓기 위해서 신정아 스캔들을 부풀리고 있다는 소문도 있다. 말들도 각양각색이다.

-내용없는 스펙터클 잔치 전락-
그러나 그 무엇 하나 확실한 게 없다. 신정아씨에 대한 언론의 전언은 언제나 뜬금없다. 오늘은 동국대 이사장이 신정아씨에게 거액을 줬다는 보도가 있었다. 무슨 이유에서 어떻게 줬는지 알 길이 없다. 이사장이 아무리 해명을 하더라도 사람들은 더 자극적인 이야기를 기대한다. 언론은 이런 욕망에 화답하고, 이야기는 점점 더 알 수 없는 미궁으로 빠져든다. 이 미궁에서 길을 잃기 전에 한번 생각해보자. 이 사건이 어떤 의미에서 이토록 중요한 사안인가? 정치권이 이 사건을 어떻게 이용해먹든, 그건 시간이 지나면 시시비비가 가려질 문제다.

여기에서 정작 주목해야 할 건 이 사건이 이른바 한국 미술계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비춰주는 거울이라는 사실이다. 신정아씨는 변양균씨를 ‘예술적 동지’라고 불렀는데, 바로 이 점에서 이들이 말하는 미술이라는 게 두 사람의 스캔들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사실이 판명 난다. 내가 보기에, 이 대목이 훨씬 의미심장하다. 이 둘이 어떤 사이이든, 이 둘이 연인 사이라는 그 ‘결정적 물증’이 무엇이든, 변양균씨가 신정아씨에게 노골적인 e메일을 보냈든 말든, 오직 문제가 되는 건 이들이 ‘예술을 위해’ 의기투합했다는 사실이다. 이 사적이고 은밀한 관계로 인해 신정아씨는 시장성 있는 ‘스타급’ 큐레이터로 포장될 수 있었던 거다.

도대체 이들이 함께 뜻을 모을 수 있었던 그 예술은 무엇일까? 사실 예술을 조금이라도 진지하게 고민하는 이들에게 신정아씨와 변양균씨의 예술은 남의 나라 얘기에 불과하다. 신정아씨가 ‘예술’을 위해 한 일이라곤, 원로들에게 싹싹하게 대하고, 변양균씨 같은 고위급 공무원과 뜻을 모아, 돈도 벌고 명성도 쌓은 거다. 신정아씨를 업무방해 혐의로 처벌하는 문제와 이 문제는 엄연히 다른 사안이다. 오히려 후자가 더 긴박하고 심각한 건지도 모른다. 법적으로 어떻게 해볼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 미술계에 이런 사적 관계의 은밀한 거래를 제어할 능력이 없다는 걸 이번 사건은 명확하게 보여줬다. 이와 더불어 명문대 학벌이 경쟁의 도구로서 막강한 능력을 과시한다는 세간의 믿음을 재확인시켰고, 엉뚱하게도 방송 연예계에 허위학력 문제가 만연해 있다는 점도 만천하에 드러났다. 이런 걸 보면, 신정아 사건의 후폭풍은 참으로 거셌다. 평소에 신정아가 누군지도 몰랐던 애먼 이들이 파편에 맞아 나가떨어졌다. 허위로 쌓아올린 거대한 성곽의 실체가 드러났던 거다. 그러나 이런 사실에 대한 반성도 없이, 오직 언론은 이 사건을 스캔들로 만들어 세간의 시선을 더 끌어보고자 열성을 부리고 있다. 이게 정치적인 꿍꿍이 때문이든, 아니면 국민의 ‘알권리’를 위한 순수한 기자정신 때문이든, 이 사건은 이제 내용 없는 스펙터클의 향연으로 전락해버렸다.

-인맥에 휘둘린 미술계 현실-
예술이 근대화의 견인차 역할을 한 적이 없는 한국에서 이번 사건은 필연적으로 예견되었던 건지도 모른다. 내가 만난 어떤 미술인은 신정아씨 때문에 그나마 성장의 기미가 보이던 미술계가 초토화되었다고 했지만, 나는 그 성장의 기미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걸 이번 사건이 증명하는 게 아닌가 한다. 지금 한국 미술에 필요한 건 성장이라기보다, 미술계가 사사로운 인맥과 금전주의에 휘둘리는 현실에 대한 통렬한 반성이라고, 이번 사건은 웅변하고 있는 거다.(이택광/ 경희대 교수·영미어학부) 

11. 03.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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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tty 2011-03-25 17:35   좋아요 0 | URL
이런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미친듯이 팔리는 대한민국이 무섭습니다.

로쟈 2011-03-27 18:05   좋아요 0 | URL
MB를 대통령에 뽑은 거에 비하면야...

태공 2011-03-25 21:54   좋아요 0 | URL
노이즈 마케팅의 진수군요... -_-
한국 사회도 이해가 안 되고요..

로쟈 2011-03-27 18:05   좋아요 0 | URL
알고보면 다 이해되는 사회이기도 합니다.^^;

세실 2011-03-26 08:45   좋아요 0 | URL
어제 수업시간에 이 책을 도서관에 비치하느냐 마느냐로 잠시 토론을 했어요.
전 개인적으로 사기 보다는 차라리 도서관에 비치하는 쪽이 맞다고는 생각하지만
읽고 싶지는 않아요. 왠지 상술에 놀아나는 느낌이랄까. 선데이서울 읽는 느낌일꺼 같아요.

로쟈 2011-03-27 18:07   좋아요 0 | URL
비치불가용까지는 아닌 듯한데요. 이용자들의 수요가 있다면요...

비로그인 2011-03-27 09:09   좋아요 0 | URL
많이 배운 사람도 까놓으면 시정잡배랑 별 다를거 없다는 식의
반지성주의 반지식인주의도 이런 책 인기에 한몫합니다.

철학책보다는 철학자의 사생활과 스캔들, 이중성을
다룬 책이 나오면 훨씬 잘 팔리겠죠.

로쟈 2011-03-27 18:07   좋아요 0 | URL
반지성주의이기도 하지만 반권위주의이기도 해서 양면적인 듯합니다...

하영-이룰수없는아련한첫사랑- 2011-03-29 19:17   좋아요 0 | URL
너무 많은 책들의 홍수속에서.... (늘 세상에 필요없거나 의미없는 존재는 없다고 믿지만)
정말 책을 읽고자 하는 사람들까지 뻥하게 만드는 책들의 홍수속에 있으면
가끔은 나오지 말았으면 아니 나올 필요가 없는 책들은 좀 사라져 주길 바라곤 합니다.
(오역되어 원래의 가치를 흐리는 책들을 물론 포함해서요)
이 책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는 보지 않아서 판단하기 힘들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일기 정도밖에 안되는 에세이나 잠시 비치된 잡지에 실릴 만한 읽을꺼리 정도인데 '책'이 되어 '출판'되고 심지어 '무수히 팔려나가기'까지 하는 건 아닌가요?
그걸 확인하기 위해 읽을 이유는 저한텐 없지만, 혹시 그래야 하는 분들에겐 '책 값'이 아까울 지 모르니 도서관엔 비치하심이^^
('그런 정도의 책'이 워낙 많이 나오는 우리 사회라...)
 

지진으로 사고 이후 계속 악화되고 있는 일본 후쿠시마의 원전 사태는 원자력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데, 우리도 사회적 공론화가 필요하지 않나 싶다. 지진 안전지대라고 낙관하기엔, '그린에너지'라고 안심하기엔 원자력은 너무 위험하며 '값비싼' 에너지이다. 원자력을 이용할 수는 있지만 폐기할 수는 없다는 점에서 그렇다.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기사를 스크랩해놓는다.  

   

한겨레(11. 03. 19) ‘끌 수 없는 불’ 원전 신화는 무너졌다 

“원자력발전소에서 나오는 빨간불을 끄는 기술은 아직도 없습니다. 그리고 고준위폐기물을 제대로 처리하는 방법은 여전히 세계 어디에도 없습니다. 앞으로도 못합니다.”

일본의 반핵 시민과학자 다카기 진자부로가 1992년 도쿄 특별강연에서 한 예언이 10년 뒤 현실이 됐다. 대지진 뒤에 덮친 후쿠시마 원전 비극의 핵이 바로 끄고 싶어도 마음대로 끌 수 없는 불이다.

“결국은 수명이 아주 긴 방사능이 남게 됩니다.…100만년이 지나도 아직 10명의 사람을 죽일 수 있는 게 남아 있다면 얼마나 끔찍합니까. 그렇게 오랫동안 꺼지지 않는 불, 끌 수 없는 불, 독성이 남아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인간이 만든 불이라면 끄고 싶을 때 끌 수 있어야죠. 원자력의 불은 켜고 싶을 때 켤 수 있지만 끄고 싶을 때 끌 수 없다는 점에서 빵점짜리 기술입니다.”

원자력 이용 문제의 사회적 공론화를 염원하는 7명의 젊은 생태사회연구자들이 오랜 시간 토론을 거쳐 내놓은 <기후변화의 유혹, 원자력>은 다카기의 경고가 일본만이 아니라 한국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음을 조근조근 차분하게, 그리고 분명하게 보여준다. 중동 급변사태로 더욱 가팔라졌지만, 석유가격의 고공행진과 온난화 가스 저감 압박 속에 등장한 ‘원자력 르네상스’에 대한 기대 때문인지, 아니면 상상을 절하는 일본 현실에 압도당한 탓인지 사람들은 후쿠시마 원전 사태를 보면서도 원자력 드라이브정책을 한 축으로 한, 일본과 크게 다르지 않은 한국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 국가발전전략이 불러들일지도 모를 위험성엔 여전히 둔감한 듯하다. 사람들은 일본과 한국 원전의 발전방식과 세대 차이, 도쿄전력과 일본 당국의 어수룩해뵈는 대응조처 등을 거론하며 한국은 다를 것이라 믿고 싶어할지 모르지만 다카기의 시선으로 보면 별로 다를 게 없다. 스리마일이 그랬고 체르노빌도 그랬지만 예상치 못한 원전사태 때 제때 불을 끌 수 없는 일본의 한계는 한국이라고 다르지 않다. 



<기후변화의 유혹, 원자력>은 묻는다. 원자력은 안전한가? 안전하다던 일본 후쿠시마 원전들의 어이없는 실상을 통해 그렇지 않다는 게 한층 더 명백해졌지만, 그전부터 원전 인근지역의 유아 사망률, 선천성 기형아, 암 발생률 등의 통계수치들은 원자력이 결코 안전하지 않다는 걸 이미 보여주었다. 그리고 원전 보유국들에서 크고 작은 사고가 끊이지 않았고 한국도 고리1호기가 가동된 이후 2009년까지 원전 가동을 중지해야 할 정도의 사고가 423건이나 된다. 2007년에만 12회 가동 중지로 인한 손실액이 490억원에 달했다. 그럼에도 2007년 6월로 정상수명 30년을 넘긴 고리1호기는 ‘수명 연장’ 판정을 받고 계속 가동중이다. 후쿠시마 사고 원전들이 바로 그런 낡은 원전들이다.

책에 따르면, 수명을 다한 원전들이 ‘운전 계속’ 판정을 받고 길게는 수십년을 더 버티는 것은 경제성이 있다는 증표가 아니라 그 반대다. 전력의 원전 의존율이 80%에 가까운 프랑스를 빼고, 1980년대 후반 이후 구미 국가들이 새로운 원전 건설을 중단한 채 낡은 원전들 수명 연장을 거듭하는 이유는 주로 그 지역 원전들이 사기업들이기 때문이고 수지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이것은 이 책의 또다른 질문, 원자력은 경제적인가?에 대한 답이기도 하다. 수명 연장 외엔 뾰족한 방법도 없다. 원전은 가동을 멈추는 걸로 일이 끝나는 게 아니다. 철거하거나 그대로 밀폐 또는 굳혀서 영구보존해야 하는데 엄청난 비용이 든다. 그냥 내버려두면 치명적인 방사성물질들이 흘러나오기 때문에 계속 돈을 들여 관리해야 한다.

해체할 경우 잠시 곁에 있기만 해도 목숨을 잃게 될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을 비롯한 수만톤의 방사선 오염물질들을 어디에 어떻게 처분할 것인가. 독성이 길게는 수백만년 이상 지속되는 방사성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리하는 기술을 지닌 나라는 아직 한 곳도 없다. 사기업이 이런 뒷감당을 하다간 망한다. 그러니 차라리 계속 가동하면서 눈치 보는 게 낫다. 다카기가 얘기한 끌 수 없는 불은 이런 맥락까지 고려해서 이해해야 한다. 그런 원전이 안전할까? 그리고 돈벌이가 되면 수명 연장이 아니라 새 원전을 건설할 것이다. 그게 사기업의 본성이다. 원전의 경제성은 발전단계만이 아니라 우라늄 채굴과 정련, 부지와 방사성폐기물 처리장 건설 단계도 따지고 관리비용, 천문학적인 원료 재처리 비용 등도 감안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도 다량 방출된다.

그럼에도 2022년까지 12기의 원전을 더 건설해서 2030년께 원전 의존율을 59%까지 끌어올리겠다(현재 35.5%)는 한국(20기 가동으로 원전설비 세계 6위)이나 55기를 가동하면서 11기를 건설중이거나 계획하고 있는 일본, 59기 가동에 1기를 추가 건설중인 세계 2위의 원자력대국 프랑스, 향후 20년간 45기 이상의 원전을 더 건설하겠다는 러시아, 11기 가동에 26기를 추가 건설할 중국, 17기 가동에 10기를 추가 건설할 인도, 104기 가동에 11기 추가 건설을 계획중인 세계 최대 원자력대국 미국 등에선 대체로 국가가 직접 개입하거나 거대 독점업체들이 그 사업을 주도한다. 거기엔 경제외적 요소들이 강하게 개입한다. 이산화탄소 감축의무를 손쉽게 달성하려는 정치적 계산, 표준화된 기성체제와 유착하려는 권력과 관료와 기업 등 주류 이익집단들의 경로의존성이 포함된다. 하지만 그래도 한계가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에 따르면, 전세계 우라늄 확인매장량은 앞으로 43~79년 정도(2007년 기준) 쓸 수 있는 양밖에 없다.

이런 정도만 들춰봐도 또다른 두 가지 질문, 원자력은 청정 에너지인가, 원자력은 지속 가능한가에 대한 답도 자명해지지 않을까. 그러니까 원자력은 안전하고 깨끗하고 경제적이고 지속가능하다 따위의 언설들은 ‘신화’에 지나지 않으며, 지금 한국 사회를 풍미하고 있는 원자력 르네상스는 실은 아주 위험한 ‘원자력 신화의 르네상스’에 지나지 않는다고 이 책은 주장한다.

1955년 한-미 원자력협정 체결 이래 지속돼온 공급위주의 원전정책과 이를 뒷받침한 값싼 심야전기, 그와 연계된 비효율적인 양수발전 제도, 그것이 에너지 소비를 늘리고 다시 공급위주 에너지정책을 심화시키는 악순환구조. 그것은 석유나 원자력 의존도를 계속 높이고 에너지 낭비를 심화시키면서, 절약과 효율, 새로운 재생에너지 산업 육성 등의 대안 찾기를 외면하게 만들었다. 이런 정체된 구조 속에서 기업과 관료 등 공급자 쪽은 이득을 챙기고 비용은 결국 국민이 댄다. 이런 공급자 담합구조는 이번 도쿄전력 대응에서도 일부 드러났듯 무사안일과 무기력, 안전불감증의 원천이기도 하다.

간 나오토 총리가 말했듯이 사고 한 번으로 동일본 전체를 괴멸시킬 수도 있는 ‘끌 수 없는 불’. 그런 위험한 불을 도처에 켜 놓고 살기엔 인간의 기술은 짧고 한반도는 너무 좁지 않을까. 책은 그렇다고 당장 원자력을 포기하자고 주장하는 건 아니다. 그게 과연 필요한지, 필요하다면 어느 정도로 어떤 방식으로 할지, 대안은 없는지 등을 소수 공급자들간 담합이 아닌 소비자 중심의 사회적 공론화 작업을 통해 찾아보자고 제안한다.(한승동 선임기자)    

“제임스 러블록이 틀렸다” 

지구가 온난화(warming) 정도가 아니라 가열(heating) 상태의 급박한 열탕화 위기에 직면한 지금 지구를 구할 길은 원자력뿐이다. 이런 주장을 한 이는 뜻밖에도 지구를 살아 있는 우주 생명체로 보는 ‘가이아’ 이론을 제시한 영국 과학자요 환경운동가 제임스 러블록이다. 본래 원자력 이용에 호의적이었던 러블록은 2007년에 낸 <가이아의 복수>(세종, 2008)에서 그런 주장을 적극적으로 펼쳤다. 환경운동 분야에서 지명도가 높은 러블록의 이런 주장은 유럽 쪽에서 상당한 논란을 불러일으킨 모양이고 국내에서도 비슷한 반향이 일었다. <기후변화의 유혹, 원자력> 필자들은 러블록의 주장이 야기할 파장을 의식했음인지, 책 제2장을 러블록 비판에 할애했다.

러블록이 생각하는 완벽한 대안은 핵융합 에너지다. 별의 에너지이기도 한 핵융합 에너지는 방사능과 폐기물 처리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거의 무한하고 무해한 에너지다. 그런데 이것을 실용화하려면 적어도 10~20년은 걸린다. 많은 사람들은 핵융합 실용화에 이 정도 시간밖에 들지 않을 것이라는 러블록의 생각을 비현실적 낙관주의로 보고 있지만, 그에겐 그 정도의 시간마저 기다릴 여유가 없다. 그만큼 지구 열탕화가 위기수준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미 실용화한 핵분열 에너지, 즉 현존 원전에 기대자고 주장한다. 원자력이 가장 안전하고 폐기물 처리도 다른 화석연료들에 비해 손쉽다고 본다. 석탄에 비해 40배나 안전하며 수력보다도 안전하단다. 제3세계 사망자의 대부분은 원자력이 아니라 과로, 영양부족, 전염병으로 죽어가고 있는 만큼 방사능으로 인한 암 발생과 핵전쟁에 대한 서구인의 두려움은 허상이라고 러블록은 주장한다. 미국이 수소폭탄 실험을 한 비키니섬이나 옛 소련시절의 체르노빌 원전사고 피해는 과장돼 있으며, 특히 원자력은 가이아에 아무런 피해도 주지 않는 에너지라고 말한다.

이에 대해 진상형 경북대 교수는 원전을 보유한 31개국 대부분은 잘사는 나라인 데 비해 석탄과 수력을 주로 쓰는 나라들은 빈국들이 많아 안전도나 처리비용, 온난화 작용 등을 평면비교하는 건 설득력이 없다고 본다. 비교하려면 31개국에 한정해서 양자를 비교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에너지원별 효과로 따지면, 예컨대 동일전력 생산을 전제로 100명이 일하면서 5명이 사망하는 석탄발전소와 10명이 일하면서 4명이 사망하는 원자력발전소 가운데 더 위험한 것은 원자력 쪽이 아니냐고도 했다. 무엇보다 원자력이 안전하지도 깨끗하지도 경제적이지도 지속가능하지도 않다고 보는 <기후변화의 유혹, 원자력>의 주장에 동의한다면 러블록의 원자력 대안론에 회의적인 시선을 보낼 수밖에 없다.

그리고 기술적 낙관론에 토대를 둔 러블록의 지나친 과학주의, 공학주의엔 사회적 관점이 부재하며, 인간(인간을 지구라는 생명체를 파괴하는 암세포로 보기도 한다)보다 가이아를 중심에 놓는 그의 시선은 과학과 종교 사이를 모호하게 오가는 줄타기라는 비판도 있다.(한승동 선임기자) 

11. 03.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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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11-03-19 20:46   좋아요 0 | URL
가이아 이론의 과학자가 원자력을 무한하고 무해한 에너지로 봤다는 게 참 충격적이네요. 어제 토론프로그램에서 방청자가 원자력의 위험성에 대한 질문을 하자 그럼 대안이 뭐냐는 투로 원자력의 정당성을 얼버무리는 여당 의원에 화가 났습니다. 원할 때 끌 수 없고 제어할 수 없는 에너지원을 인간이 통제할 수 있다고 착각하는 상황도 너무 서글프네요.

로쟈 2011-03-21 08:45   좋아요 0 | URL
'원자력 마피아'란 말이 헛소리가 아닌 듯합니다...

雨香 2011-03-21 10:05   좋아요 0 | URL
"원전은 가동을 멈추는 걸로 일이 끝나는 게 아니다"인데도 원전을 계속 짓겠다는 사고방식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원자력발전에 대해 고민하게 하는 책이군요. 감사합니다.

mirror 2011-03-22 08:33   좋아요 0 | URL
원자력 마피아의 대부는 미테랑과 죠스팽일 것 같네요. 프랑스 좌파들은 정권 잡고서도 원자력 발전소 미친듯이 지었으니 말입니다. 더구나 미테랑은 핵폭탄 실험까지 아주 열심히 했죠. ^^ 그리고 미국은 원자력 마피아가 힘을 못 쓰는 지역인것 같네요. 근 30년간 안 지었으니 말입니다. 그러고 보면 오바마가 원자력 마피아의 조직원인 것 같구요. 30년간이나 안 했던 것을 새로 시작하려 하니 말입니다. ㅎㅎ 중국과 인도는 새롭게 마피아에 장악된 지역이고요. 지금도 전기를 사용하지 못하는 전국민의 절반에게 원자력이 아니면 전기를 공급할 수 없다고 한, 인도의 관리 녀석은 진정 마피아의 끄나풀임에 틀림없나 봅니다.
 

한국은 늦은 오후로 접어들고 있지만, 모스크바는 아침시간이다. 아침식사를 하고 어제 한국에서 온 대학원생들과 한담을 나누다 방으로 와서 뉴스기사를 검색해본다. 동해안 폭설 소식에 아직 구제역 파동은 끝날 줄을 모르는군. 기사들을 읽다가 칼럼 하나가 인상적이어서 스크랩해놓는다. 구제역 현장의 '농심'을 전달해주고 있다. 살처분되는 돼지들의 사진을 보면 묵시록의 시대가 따로 있는 게 아니란 생각이 든다. '지금, 여기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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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11. 02. 12)[낮은 목소리로]생명의 질서가 무너져간다

구제역 파동이 빨리 끝나야 할 텐데 걱정입니다. 강진은 약 2만6000마리의 소를 키웁니다. 2000농가가 소를 키우니까 평균 13마리 정도 키우는 셈이죠. 구제역 파동이 나면서 소 사육농가의 불안감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강진읍은 그나마 나은 편이지만 면 단위 식당·상가는 거의 폐업 직전입니다. 밥집도 술집도 파리만 날립니다. 소 사육농가는 명절도 없이 방역을 하루에 두 번씩 합니다. 집안식구들도 내려오지 못하게 하고 축사를 지킵니다. 방역초소를 보면 거의 계엄령 수준입니다. 움푹 파인 도로를 지날 때 상처난 농민 마음을 보는 것 같아 아픕니다. 

구제역은 사람 관계를 단절시킵니다. 서로 만나지 말아야 하고 그게 도리이고 예의입니다. 계모임, 동창회, 작목반 회의, 농민회 총회도 연기됐습니다. 관계의 단절은 결과이고 또 원인이기도 합니다. 자연과 격리된 공장식 축사가 결국 구제역의 원인이고, 생리와 섭리를 무시한 인위적인 양육이 병의 근원입니다. 규모화 농업은 시스템에 의존하는 농업입니다. 제초제와 살충제로 나락을 키우고 항생제와 외국산 사료로 소를 키웁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규모를 유지할 수 없습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현 단계에서 가장 효율적이기 때문입니다. 조물주는 모든 생물을 자연교배 할 수 있게 창조했지만 소는 정자를 수의사가 주입합니다. 임신을 하는 것이 아니고 임신을 시킵니다. 자연이 역사와 진화를 통해 유지했던 생명의 질서가 인간에 의해 제조됩니다. 현대 농법은 자연과 자연의 유기적 순환을, 생명과 생명 간 결합과 관계를, 사람과 생물 간 교감을, 사람과 사람 간 나눔과 소통을 단절시킵니다.

  

인간관계도 끊어내는 구제역
사람들은 흔히 ‘질서를 지킵시다’라고 말하면 줄을 잘 서는 것으로 생각합니다만 자연의 질서는 관계를 잘 맺는 것입니다. 쌀 미(米)자를 보면 위 아래로 사람손이 여든여덟번 간다는 말이 되지만, 가운데 십자를 기준으로 사방에서 협력해야 한 톨의 쌀이 나온다고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하늘과 땅, 사람과 씨앗이 제대로 관계를 맺어야 생명이 탄생합니다. 관계는 소유의 개념이 아닙니다. 서로 존중하고 섭리를 이해하고 생명의 원리를 보장하는 것이 관계의 시작입니다.

구제역 사태로 약 350만마리의 생명이 살처분됐습니다. 조류인플루엔자까지 합치면 약 1000만마리의 생명이 죽었습니다. 생매장하는 장면이 생중계되고 있습니다. 인간이 동물을 소유하고 그들의 운명을 결정할 권한과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오만과 독선이 생매장의 철학적 바탕입니다. 살처분 말고 다른 대안이 있는가. 모르겠습니다. 다른 방법이 있는가를 저는 모릅니다만 자연이 부여한 생명을 인위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는 인간의 오판이 병의 원인이고 그 결과라는 사실은 숨길 수 없습니다. 살처분 주사를 맞은 어린 송아지가 어미소 젖을 물고 죽었다는 농민의 울음 섞인 인터뷰를 보았습니다. 소 27마리를 매장한 농민이 결국 자살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죽음의 잔치를 빨리 끝내야 합니다. 그리고 되돌아봐야 합니다. 우리가 말하는 효율과 경쟁력이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 똑똑히 보고 성찰해야 합니다.

가축 묻고 강 파는 ‘포클레인 정치’
자연의 질서를 파괴하는 4대강 사업이 속도전의 기세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생명에 대한 무지를 넘어 생명을 무시하는 정책 입안자들의 서류놀음이 죽음의 잔치를 부추깁니다. 용산참사로 많은 사람들이 죽었습니다. 시위는 그저 처리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사람을 불태웠습니다. 동물을 살처분하는 포클레인과 4대강을 파는 포클레인과 경찰을 진입시킨 컨테이너가 한국 사회를 인정사정없는, 피도 눈물도 없는 죽음의 나라로 만들고 있습니다. 삼호주얼리호 선원들이 무사히 귀국해서 다행이고 선장이 빨리 회복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그러나 배에 뚫린 무수한 총탄자국을 보면서, 우리 가족이 있는 배에 저렇게 많은 총을 난사한 저들의 작전이라는 것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이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과연 그 배에 국회의원이나 재벌 총수들이 인질로 있었다면 저런 작전을 벌일 수 있었겠는가 묻습니다. 대통령의 가족이 배에 있었다면….

돈을 벌기는 어려워도 잃기는 순간입니다. 여러 해 동안 쌓은 사람 간의 신의도 잃기는 순간입니다. 세상사 다 그렇습니다. 하물며 생명은 끊어지면 그것으로 끝장입니다. 그래서 소중하게 겸손하게 조심스럽게 생각하고, 또 생각해서 결정하고 행동해야 합니다. 생명을 다루는 일에 정치적 이해관계, 경제적 타산 이딴 거 생각하지 말아야 합니다.(강광석 | 전농 강진군 정책실장)  

11. 0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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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읽기' 리스트를 만들면서 관심을 갖게 된 책은 선대인의 <프리라이더>(더팩트, 2010)이다. '대한민국 세금의 비밀'이란 부제가 내용을 짐작하게 해주는 책. '프리라이더'는 무임승차자를 뜻하는 말. 작년말에 나온 책인데, '세금'에는 관심이 없던 터라 그냥 지나쳤었다. 관심을 좀 가져야 한다는 걸 저자는 일깨워준다. 두 편의 리뷰기사를 스크랩해놓는다.   

한겨레(10. 12. 25) 무임승차의 고수들 “탈세가 가장 쉬웠어요” 

한국보다 경제 발전이 늦은 나라들을 여행이라도 할라치면, 우리는 그 사회의 만연한 부패와 뇌물 고리에 관한 소문들을 주워섬기느라 침이 마르기 십상이다. 마치, 우리는 이제 그 문제에서 자유로운 양 우쭐하면서 말이다. 한국 사회는 공정한가. 대개의 한국인들은 ‘그렇진 않다’고 답할 것이다. 다시 ‘한국은 부패한 사회인가’라고 묻는다면 이번에도 ‘그렇진 않다’고 답하기가 쉬울 것이다. 우리를 나로 좁히면, ‘공정한 사회는 아니어도 시스템은 움직이는 사회, 따라서 심하게 부패하진 않은 사회’에 살고 있다고 은연중에 믿고 싶었다. 과연 그런가.

한국 사회 부동산문제에 줄기차게 발언해온 선대인(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씨가 쓴 <프리 라이더-대한민국 세금의 비밀>을 읽노라면, 적어도 세금 시스템에 관한 한, 한국 사회는 불공정함을 넘어서 부패, 곧 타락의 상태에 놓여 있음을 재삼 상기하게 된다.

책 제목 ‘프리 라이더’는 무임승차자를 뜻한다. 부패가 사전 뜻 그대로 ‘정치·사회제도·의식 따위가 타락한’ 상태라면, 한국 사회는 공정하지도, 타락에서 자유롭지도 않다. 세금을 제대로 내지도 않고 그 세금으로 제공되는 공공재(공공서비스)에 거저 올라타서 온갖 혜택을 누리는 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 무임승차자들은 재벌기업들과 부유층, 고소득 전문직이다. 이 책은 한국에서 세금이 얼마나 불공정하게 걷히고 있는지, 세금을 걷어야 할 곳에서 정부와 제도가 얼마나 과세를 방기하고 있는지, 따라서 무임승차한 이 사회 특권층이 누리는 특혜실태를 분노에 찬 필치로 까발린다.

지은이는 우리가 더 분노할 대상은 구조적으로 잘못 짜인 현행 과세제도라고 말한다. 한국 사회 세금제도는 ‘1970년대 개발연대’에 만들어졌다. 경제 부문을 ‘자산경제’와 ‘생산경제’로 나눌 때, 당시 한국경제는 생산경제 중심이었다. 곧 기업이 공장을 가동하고 그 공장에서 노동자들이 월급을 받아 소비지출을 하는 경제가 주축을 이뤘다. 그렇게 부가가치세·법인세·근로소득세가 국세 수입의 3대 축을 형성했다. 문제는 수십 년이 지났지만 그 조세체계 근본틀이 바뀌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2000년대 내내 부동산 값이 폭등하고 주식 거래가 활발해지며 주식·부동산으로 대표되는 자산경제 규모가 비대해졌다. ‘7500조원의 자산경제’ 규모가 국내총생산으로 대표되는 생산경제의 7배를 넘어섰다. 그런데 자산경제의 각종 자본이득, 이자·배당 소득에 대해 걷는 세금은 전체 세수의 17.8%에 불과하다. 자산경제 규모는 생산경제의 7배인데 그 세금은 4분의 1에도 못 미치는 것이다. 지은이는 따라서 대부분 자산소득이 ‘불로소득’인 셈이라고 말한다. 세금을 내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와 제도는 월급쟁이들의 근로소득엔 칼 같은 반면 자산소득에는 헐겁다. 집값이 올라 수억 차익이 생겨도 1가구1주택일 경우 시가가 9억원을 넘지 않는 한, 세금이 필요 없다. 주식으로 큰돈을 벌어도 역시 세금이 필요 없다. 국내 부동산 보유세 부담액은 부동산 자산가치의 0.09%에 불과한데도 부유층은 이를 ‘세금폭탄’이라 호도한다. 지은이는 반문한다. 실질 보유세율이 1%를 넘는 미국 같은 나라는 세금 핵폭탄이 떨어지는 나라인가.

더 큰 부패는 과세당국에 포착 안 되는 ‘지하경제’에 있다. 탈세의 온상 지하경제 규모가 국내총생산의 10~30%에 이른다고 지은이는 말한다. 1993년 금융실명제가 도입됐지만 이를 비웃는 차명거래는 재벌 기업들 사이에 만연해 있다. 올해 불거진 태광그룹, 신한은행, 씨앤(C&)우방, 한화그룹 등의 검찰수사에서 차명계좌를 통한 거액 비자금들이 쏟아졌다. 지은이는 특히 부패와 비자금의 큰 젖줄로 건설업계를 지목한다. 이 업계는 “다단계 하도급을 따라 갖은 비자금이 만들어지고 상향식 뇌물과 향응접대가 끊이지 않는다.” 건설업계에서 매년 10조원 이상의 비자금이 만들어지고 2조원 넘는 탈세가 발생하는 것으로 그는 추정한다. 



문제는 탈세가 “일부 악덕 기업에 국한되지 않는 데” 있다. 이 지하경제(3장 ‘지하경제와 탈세의 그늘’)를 살펴보면서 지은이는 “홍라희씨가 미술품 구입에 열을 올린 이유”를 소개한다. “재벌들의 비자금 조성과 이를 위한 회계분식, 탈세의 규모는 상상을 초월”하는데,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바로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 일가의 차명거래를 통한 비자금 조성과 탈세, 탈법적 상속이라고 그는 말한다. 삼성 특검 결과 “이 회장은 4조5천억원의 차명 재산을 고스란히 자기 재산으로 인정받았”으며 “과세시효 15년이 지났다는 이유로 한 푼 세금도 내지 않았다.” 특검 주장대로 4조5천억 비자금이 모두 상속재산이라면 상속세법상 여러 공제를 감안해도 이 회장은 2조원가량의 상속세를 냈어야 한다고 지은이는 말한다.

세금이 얼마나 잘못 걷히고 잘못 쓰이는지(6장 ‘4대강과 세금의 비밀’)를 ‘폭로’하는 이 책을 통해 지은이가 집단적 조세저항을 촉구하는 건 아니다. 직장인을 비롯한 정직한 납세자들이 연대해서, 무임승차자들이 없도록 조세체계와 재정구조 개혁을 정치권과 정부에 요구하는 집단적인 노력을 하자는 것이다.(허미경 기자)   

미디어스(11. 01. 24) 대한민국 세금의 비밀이 궁금하세요, 그러면…

안상수 전 인천시장이 고강도 감사를 받고 있다.혐의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인천세계도시축전 예산과 시 예산 2억7천만 원을 편법으로 자신의 비서 개인 계좌에 입금해 놓고 사적인 용도로 썼는지 여부, 다른 하나는 인천 송도에 대형호텔을 짓고 있는 건설사가 부도 위기에 처하자 시 산하 인천도시개발공사로 하여금 호텔을 직접 인수하도록 지시했는지 여부다. 언론 보도를 보면 두 가지 혐의 모두 감사원 조사가 상당 부분 진척됐음을 구체적으로 적시하고 있는 만큼 안 전 시장으로선 어떤 식으로든 책임을 모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안 전 시장에 관한 최근 보도를 검색해보면 ‘월미은하레일’에 관한 한 신문의 기사가 나온다. 기사는 국내 최초의 도심형 모노레일로 관심을 모아 온 인천 월미은하레일이 결국 철거될 것으로 보여 혈세 853억 원이 그대로 날아갈 판이란 소식을 전하고 있다. 2차 용역에서 1차 때 결과를 뒤집고 상업 운전 실적이 전혀 없는 모노레일로 갑자기 사업방식이 바뀌고, 턴키방식으로 발주되는 바람에 시공이나 설계 경험이 전혀 없는 업체들이 참여해 레일을 깔고 전동차를 제작하면서 부실로 이어지고, 인천세계도시축전에 맞춰 무리하게 공기를 앞당긴 탓에 부실을 자초하는 등 이 사업은 한 마디로 부실 백화점이었다. 그 과정이 얼마나 엉터리였는지 인천교통공사 사장이 “당초에 모노레일로 결정했던 정책적 판단부터 설계, 시공까지 제대로 된 것이 하나도 없었던 것 같다”고 털어놨을 정도다. 당시 정책결정권자가 바로 안상수 전 시장이다. 그러니 안 전 시장은 이 어처구니없는 사태에 대한 책임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다. 실제로 인천시는 응분의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방침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다.

두 가지 사례만 봐도 우리가 낸 세금이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이 책의 저자가 빚더미에 올라앉은 대표적인 자치단체로 인천시 사례를 든 것도 무리가 아니다. 부도 위기 건설사를 대신해 호텔을 인수한 인천도시개발공사는 인수가격도 제대로 검증하지 않은 채 호텔 인수금 488억 원의 10%를 계약금으로 건네야 하는데도 3.5배나 많은 170억 원을 지급한 것으로 밝혀졌다. 안 전 시장이 지난 2003년에 설립한 문제의 지방 공기업 인천도시개발공사는 수많은 개발사업의 실패로 불과 8년 만에 4조 6천억 원이 넘는 빚더미에 올라앉고 말았다. 안 전 시장 재임 당시 누적된 인천시의 부채가 자그마치 10조 원에 육박한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이 어마어마한 빚은 결국 누구의 짐인가? 도대체 언제, 어떻게 그 많은 빚을 다 갚는단 말인가? 이것이 비단 인구 270만의 인천시에만 국한된 상황일까? 지방 재정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놓은 당사자들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성실하게 꼬박꼬박 세금을 내면 오히려 바보가 되는 역설은 이 나라의 조세 정책이 정도와 상궤를 크게 벗어나 있음을 입증한다. 필자를 비롯한 이른바 월급 생활자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에는 다 수긍할만한 이유가 있다는 얘기다. 가깝게는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들의 약삭빠른 세금 탈루에서부터 재벌가의 비자금 조성과 탈세, 정부 차원의 노골적인 부유층 감세까지 곳곳에서 자행되는 탈법과 편법 때문에 매번 세금 독박을 써야 하는 평범한 월급 생활자들의 삶은 한없이 고단하다. 이 책을 읽어보면 대한민국의 조세 정책은 한 마디로 곪을 대로 곪아 언제 터질지 모르는 고름처럼 보인다. 더욱이 모든 문제가 바로 눈앞에서 현재진행형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4대강 사업이다. 4대강 공사 현장 덤프트럭 기사들이 받는 일당의 셈법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오마이뉴스>의 기사(“덤프트럭 일당 76만 원, 어디로 사라지나” 2010년 10월 15일자)만 봐도 4대강 사업이 얼마나 구석구석 엉터리로 가득한 지를 쉽게 알 수 있다. 한국 경제를 병들게 하는 4대강 사업은 공사구간별 업체를 선정하는 방식에서부터 위에서 예로 든 현장에서의 품삯 배분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부패와 반칙, 불공정으로 얼룩져 있다. 이 책의 저자는 ‘삽질 패러다임’에 빠진 ‘건설족 정부’의 친재벌, 친기업 정책에 대해 “이것이 사실상 정권이라는 합법적 권력을 가진 자들이 전 국민을 상대로 저지르는 범죄행위다.”라고 일갈한다.

우면산 터널을 만든 맥쿼리인프라라는 기업이 세금 한 푼 안 내고 엄청난 수익을 챙겨간다는 사실이 KBS 시사기획 쌈의 취재로 만천하에 드러나자 많은 국민은 분노했다. 그런데 이런 반칙 자본주의가 합법의 탈을 쓸 수 있는 것은 궁극적으로 사업 주체는 물론 그로 인해 혜택을 입는 집단까지 총체적으로 부패해 서로가 서로의 뒤를 봐주는 마피아 집단으로 똘똘 뭉쳐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저자 말마따나 우리가 정작 비난해야 할 대상은 교활하게 국민 세금을 빼먹고 언젠가는 튈 맥쿼리인프라가 아니라 제2, 제3의 맥쿼리가 똑같은 일을 벌여도 뒷짐 진 채 나 몰라라 휘파람만 불고 있는 이 나라 정부다. 앞서 인천시의 사례를 언급했지만, 사실 불필요해 보이는 수많은 공사가 국토 난개발과 환경 파괴를 우려하는 목소리를 잠재우고 모로 강행될 수 있었던 데는 사회간접자본은 일단 공급만 하면 수요는 저절로 생긴다, 일단 시작을 했으니 끝을 봐야 한다는 삽질 논리가 매번 먹혀들었기 때문이다. 4대강 사업 역시 궁극적으로 같은 수순을 밟고 있다. 그래서 생겨나는 부작용은 고스란히 국민 개개인의 세 부담으로 귀결된다.그런데도 이 정부는 뻔뻔스럽게 자신들의 나라를 ‘복지대국’이라 선전하고 있다. 양두구육(羊頭狗肉)이란 표현이 딱 맞아떨어진다.

이런 판국에 국내 최대 언론사가 무임승차 정부의 충실한 조력자 역할을 자처하고 나섰다. 천안함 성금에 연말 불우이웃 돕기 성금으로도 모자라 이번엔 군대에 방열조끼를 보내자며 성금을 걷고 있는 것이다. ‘사상 최대 복지 예산’이라고 거짓말을 일삼는 정부의 예산 편성 내역을 파헤쳐 사실을 가려내고 진실을 말해주어도 모자랄 판에, 국방부가 당연히 정당한 예산을 편성해 해결해야 할 일을 국민 성금을 걷어 대신 해주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 황당한 모금 기획은 그 자체로 정부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것인 동시에 언론사 자신의 존재 이유마저 몰각한 일종의 배임 행위라고 할 수 있다. 굳이 성금을 걷어야겠다면 그동안 수없는 탈세로 국가경제의 건강성을 훼손하고 공정경쟁의 원칙을 파괴함으로써 평범한 국민에게 말할 수 없는 자괴감과 상대적 박탈감을 안긴 삼성을 비롯한 재벌기업에 개전의 기회를 주는 것이 차라리 옳다. “아이들의 인생과 잠재력은 출생과 무관해야 한다.” “재산을 모은 이들은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이를 사회에 환원하는 방법을 발견하길 바란다.” “상속세는 매우 공정한 세금이다.기회 균등을 추구하고 부유층에 특혜를 주지 않기 위해서는 상속세가 필요하다.” “사회의 자원이 왕조가 세습되듯 대물림되어서는 안 된다.우리는 능력 중심의 사회와 기회 균등의 가치를 지켜나가야 한다.” 세계 최고 갑부로 통하는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의 발언들을 그들에게 굳이 상기시켜주어야 하는 걸까. 



가난한 국민의 세금을 가져다 가진 자의 배를 불리는 미국식 경제제도의 끔찍한 폐해를 낱낱이 파헤친 <뉴욕타임스> 현직 기자 데이비드 케이 존스턴의 저서 <프리런치>는 공짜점심은 항상 정직한 점심보다 비용이 더 든다는 자명한 진리를 우리에게 일깨워주었다. 그런 문제의식을 우리 실정에서 파헤친 것이 바로 이 책이다. 감세와 개발 경제로 대변되는 이 정부의 경제 정책이 지닌 치명적 함정을 진지하게 경고하고 있는 이 책은 납세가 의무인 이 나라 국민 개개인이 납세자로서 자기 정체성을 찾아가는 데 필요한 것들을 소상하게 알려준다. 그동안 우리는 바보였다. 그러니 무지를 추문으로 만들고, 대중은 우매하다는 위정자들의 안심에 균열을 주자. 우리가 낸 세금이 어디로 가서 어떻게 쓰이는지 추적하고 학습하자. ‘징벌적 세금’이니 ‘세금 폭탄’이니 하는 대중적 세뇌와 협박에 당당하게 저항하자. 나아가 무임 승차자(free rider)들이 정당하게 세금을 내도록 압박하자. <프리라이더>를 읽자. 되도록 많은 이와 함께 널리 돌려 읽자.(김석/KBS 기자) 

11. 02.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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