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간된 책 두 종을 '오래된 새책'으로 같이 묶는다. 아이작(아이자크) 도이처의 '트로츠키 평전 3부작'과 마르크스의 '프랑스혁명 3부작'이다. 



트로츠키 평전 3부작은 <무장한 예언자><비무장의 예언자><추방된 예언자>로 구성돼 있는데 애초에는 필맥(2005-2007)에 출간되었다가 이번에 출판사가 시대의창으로 바뀌었다. 

"레닌과 더불어 러시아혁명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던 레온 트로츠키의 생애와 사상을 꼼꼼하게 기록한 책이다. 트로츠키 전기 중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아이작 도이처의 '트로츠키 평전 3부작'인 <무장한 예언자(The Prophet Armed)> <비무장의 예언자(The Prophet Unarmed)> <추방당한 예언자(The Prophet Outcast)>를 완역한 책이다."

나는 필맥판으로 갖고 있기 때문에 특별히 개역된 내용이 없다면 새로 구입할 필요가 없지만, 절판됐던 책이 다시 나와서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올해가 러시아혁명 100주년이라는 점을 고려한 출간이겠다. 



트로츠키의 전기로는 자서전 <나의 생애>(범우사, 2001)과 로버트 서비스의 <트로츠키>(교양인, 2014)가 참고할 만한 책인데, 분량으로는 도이처의 가장 방대하다(서비스의 책도 970쪽이 넘는다). 절판된 책 가운데는 트로츠키의 <러시아혁명사>(풀무질, 2003-2004)가 있는데, 이 또한 올해 다시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바람이 그렇다).



마르크스의 <프랑스 혁명사 3부작>(소나무, 2017)은 1990판의 개정판이니 무려 27년만이다. <1848년에서 1850년까지 프랑스에서의 계급투쟁><루이 보나파르트 브뤼메르 18일><프랑스 내전>를 묶은 것인데, 몇달 전에 중고판을 구입하려다 근간 소식이 있어서 기다리던 참이었다(생각보다 일찍 나와서 반갑다). 

"카를 마르크스가 역사적 유물론을 정식화한 후, 그의 역사관을 현실 정세 분석에 적용한 3편의 저작인 <프랑스 혁명사 3부작>은 마르크스주의 역사학의 백미로 꼽힌다. 역사 해석과 현실 참여 사이의 변증법적 긴장관계가 어떻게 상호 침투할 수 있는가를 예시한 마르크스 실천론의 정수이기도 하다."

프랑스 혁명사 3부작에 다시금/새삼 관심을 갖게 된 건 지난해 프랑스문학을 강의하면서부터인데, 19세기 대표작가들의 대표작을 일별하고 나니 프랑스혁명사와 문학사를 긴밀히 연관지어 봐야겠다는 판단이 생겼다. 널리 읽히는 문학사로 미셸 레몽의 <프랑스 현대소설사>(현대문학, 2007)도 원제는 '대혁명 이후의 프랑스 소설'이다.



그런 맥락에서 관심을 갖고 있는 시리즈가 주명철 교수의 <프랑스혁명사>(10부작)인데, 현재 네 권이 출간된 상태다(저자의 <오늘 만나는 프랑스혁명>과 <계몽과 쾌락>도 프랑스혁명 관련서로 읽을 수 있다). 봄에 5권이 나오는 듯싶은데, 순조롭게 완결되기를 기대한다...


17. 0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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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고전'으로 두 권의 책을 고른다. <실낙원>의 저자 존 밀턴의 산문 <아레오파기티카>(인간사랑, 2016)과 여성 작가 조지 엘리엣의 마지막 소설 <다니엘 데론다>(한국문화사, 2016)다. 



'언론자유의 경전'으로 불리는 <아레오파기티카>는 1999년에 나온 번역판의 개정판이다. 

"영국 혁명 초기의 정치적·종교적 현안 문제에 대한 존 밀턴의 급진적 대응 방식을 가장 잘 보여주는 귀중한 역사적 자료로 평가된다. 뿐만 아니라 이 책은 밀턴의 산문을 대표하는 글로 꼽히고 있는 바, <실낙원>이 밀턴 시의 금자탑이라면, <아레오파기티카>는 그의 산문 중의 백미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점은, 이 책이 언론 자유의 경전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언론 사상사에서 가장 가치 있는 문헌 중 하나로 인정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책은 번역서 겸 연구서이기도 한데, 역자인 서양사학자 박상익 교수는 <밀턴 평전: 불굴의 이상주의자>(푸른역사, 2008)도 펴낸 바 있다. 



수년 전에 밀턴의 <실낙원>을 강의에서 다룬 적이 있고, 내년 봄에도 다시 다룰 예정인데, 오랜만에 밀턴의 평전과 함께 <아레오파기티카>도 읽어보려 한다. 



밀턴의 대표작 <실낙원>과 <복낙원>은 밀턴 연구의 권위자인 조신권 교수의 번역본으로 읽을 수 있다. 밀턴 연구서로는 조신권 교수의 <존 밀턴의 문학과 사상>(아가페문화사, 2012), 최재헌 교수의 <존 밀턴의 생애와 사상>(역락, 2011), <다시 읽는 존 밀턴의 실낙원>(경북대출판부, 2013) 등이 나와 있다(<존 밀턴의 문학과 사상>과 <다시 읽는 존 밀턴의 실낙원>은 개정판으로 다시 나온 책들이다). 역시나 참고자료로 다시 읽게 될 책들이다. 



조지 엘리엇은 19세기 영문학 최대 작가로 꼽힌다. 대표작 가운데 <플로스 강의 물방앗간>은 작년에 강의에서 읽었고, 대표작 <미들 마치>가 다시 나오길 기대하고 있는데, 뜻밖에 <다니엘 데론다>가 먼저 나왔다. 

"조지 엘리엇은 빅토리아시대를 대표하는 지성적 작가임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소설들은 비교적 소품을 제외하고는 국내에 잘 알려져 있지 않고 <다니엘 데론다>는 국내에 소개된 적이 없었다. 철저한 지배 욕구로 삶을 피폐하게 만드는 영국 상류계층을 비판하며 유대인 문제를 다룬 이 소설은 현대 사회에 타문화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촉구하며 또한 자국 문화와 사회에 대한 반성적 시각을 제시함으로써 디아스포라, 종교적, 인종적 갈등에 대한 해결책이 시급한 현재 사회에서도 여전히 절박하고 유효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미들 마치>도 나오게 되면 조지 엘리엇 읽기도 심화 버전으로 다시 시도해봐야겠다. 발표순으로 하면 조지 엘리엇의 대표작은 <아담 비드>, <플로스강의 물방앗간>, <미들 마치>, <다니엘 데론다> 순이다. <아담 비드>가 첫 장편소설이다...


16. 12.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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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주의 책'이 어느새 '내년의 책'이 되게 생겼는데, 가장 고대하는 책의 하나는 루이 알튀세르의 <마르크스를 위하여>(후마니타스, 2017)다. 기억을 좀 더듬자면 사회주의 몰락 이후 90년대 중반 알튀세르 붐이 일었을 때 알튀세르의 대표작으로 많이 회자되었고 <맑스를 위하여>(백의, 1997)라고 번역돼 나온 바 있다(다른 판본도 있었던가?). 러시아문학 전공자들 사이에서도 대학원 세미나가 꾸려졌을 정도로 당시엔 알튀세르가 대세였다(어즈버, 지난 시간들이다).  



나도 관심은 가졌지만 당시엔 혼자 읽어내기 어렵기도 했고 진득하게 공부하기엔 다른 할일이 많았다. 나는 묵직한 주저 대신에 <아미엥에서의 주장>(솔출판사, 1991)과 2차 문헌을 읽는 걸로 알튀세르 읽기를 대체했다. 그렇게 묻어둔 책인데, 20년만에 새 번역본이 나온다니 감회가 없지 않다. 역자는 알튀세르 전문가로 이름을 날렸던 서관모 교수다. 



'역사가 반복되는가'는 따로 따져보아야 할 어려운 문제이지만 간혹은 반복된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오래된 새책'들이 불가불 불러들이는 환각이다. <마르크스를 위하여>와 함께, 어떤 독자는 20년 전 시간으로 되돌아갈 수도 있는 것. 



아직 20년을 살아보지 못한 독자라면 마르크스 입문용으로 좀더 쉽게 나온 책을 손에 들어도 좋겠다. <마르크스는 처음입니다만>(나름북스, 2016)부터 <꼼당선언>(푸른나무, 2016), <수취인: 자본주의, 마르크스가 보낸 편지>(풀빛, 2016) 등이 모두 그런 용도로 쓸모가 있는 책들이다. 



정색하고 알튀세르를 읽으려는 독자라면 그레고리 엘리어트의 <알튀세르: 이론의 우회>(새길, 2012), 국내 연구자들이 쓴 <알튀세르 효과>(그린비, 2011)와 <라캉 또는 알튀세르>(난장, 2016)까지 참고할 수 있겠다. 어차피 그러자면 <마르크스를 위하여>를 건너뛸 수 없겠군...


16. 1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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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고전'으로 두 권의 고전 번역서를 고른다. 헤로도토스의 <역사>(길, 2016)와 플라톤의 <법률>(숲, 2016)이다. 고전 분야에 익숙한 독자라면 이미 원전 번역본이 나온 두 책의 새 번역본이라는 걸 알 수 있으리라. 가령 <역사>는 천병희 선생의 최초 원전 완역본 <역사>(숲, 2009)이 진작 나온 바 있다(그밖에 중역본이 몇 종 된다). 이번에 나온 건 서양 고전학이 아닌 서양 고대사 전공자의 번역이다. 


"국내에 번역, 출간된 헤로도토스의 <역사>는 3~4종 된다. 하지만 고대 그리스사 전공자에 의한 희랍어 원전 번역은 이 책이 최초이다. 번역자 김봉철 교수는 이미 역사가로서의 헤로도토스와 그의 주저 <역사>에 대한 다수의 논문을 발표하여 축적된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이 책을 번역하였다. 이 책 번역의 원칙으로 역자는 원문을 가급적 충실하게 직역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음을 밝히고 있다. 그 이유는 이 책이 서양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학 고전이므로 그 문장과 자구 하나하나가 독자들에게 충실하게 전달될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김봉철 교수는 <그리스 신화의 변천사>(길, 2014), <영원한 문화도시 아테네, 2002) 등의 저서와 <그리스 민주정의 탄생과 발전>(한울, 2001) 등의 역서를 갖고 있다. 역사학 전공자와 고전학 전공자의 번역은 어떻게 다른지 궁금한데, 차이는 직접 비교해봐야 알 수 있겠다. 



희랍 고전 번역에 매진하고 있는 천병희 선생의 새 번역으로 플라톤의 <법률>이 추가되었다. 말년의 저작으로 <국가><정치가>와 함께 플라톤의 정치철학을 대표하는 책(분량으로는 <국가>와 함께 가장 두꺼운 책이다. 이 두 권이 플라톤 전체 대화편의 40퍼센트를 차지한다). 이 역시 최초 번역본은 아니어서 박종현 선생의 원전 번역본이 앞서 나왔었다. 



두 종의 원전 번역본이 있다고 해서 유감스러울 일은 절대 없다. 각기 장단이 있으므로 필요에 따라 참고하고 또 비교해볼 수 있겠다. 플라톤 번역과 관련해서는 정암학당의 전집 번역이 여기에 추가될 수 있을 텐데, 결정적으로 아직 <국가>와 <법률>이 나오지 않고 있다. 그래도 언젠가 나오게 되면 3종의 번역본이 플라톤의 원전 번역을 삼분하겠다. '삼분지대계'란 이런 경우에도 해당하겠다...


16. 1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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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소개되는 저자이므로 '이주의 발견'이라고 해도 되겠지만, 급이 있으므로 '이주의 고전'으로 분류한다.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사회학자 장-조제프 구의 <철학자 오이디푸스>(도서출판b, 2016)가 번역돼 나왔다. 반갑지만 낯설지는 않다. 오래 전에 저자의 이름을 듣고 책도(영어본) 찾아본 기억이 있다(그걸 복사해두었는지가 기억나지 않을 따름). 저자의 다른 책 가운데서는 <상징 경제>에 눈길이 가는군.

 

"장-조제프 구는 과정과 상관없이 오랜 시간에 걸쳐 침전된 오이디푸스 신화를 그 기원에서부터 따져 물음으로써 바로 그 신화 안에서 서양 역사의 인류학적이고 철학적인 전환점을 추적한다. 저자는 오이디푸스가 전형적 입문신화를 변형, 고장 냄으로써 새로운 철학자의 형상을 그려내고 있다는 결론을 내린다."

오이디푸스 신화 내지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왕>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제시한다면 나로선 그 자체로 읽어볼 용의가 있다.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왕>과 <안티고네>에 대해서 종종 강의를 하기 때문인데, 당장 다음주에도 천안에서 <오이디푸스왕>에 대한 강의가 있다.

 

 

그렇게 종종 강의를 하다 보면 나대로의 해석에 대한 욕심도 생긴다. <안티고네>의 경우 나는 크레온과 안티고네 대립과 함께 (안티고네의 동생) 이스메네와 (크레온의 아들이자 안티고네의 약혼자) 하이몬에 주목하는 편이다. 즉 '크레온 vs 안티고네'라는 구도 못지 않게 '크레온/안티고네 vs 이스메네/하이몬'의 대립 구도가 중요하다고 본다. <오이디푸스왕>도 이번에 다시 읽으면서 생각을 정리해볼 참인데, <철학자 오이디푸스>가 과제 도서로 주어진 셈.

 

 

소포클레스의 두 작품은 고전 중의 고전이자, 세계문학 읽기의 가장 기본이 되는 작품이지만, 이들 작품, 특히 <오이디푸스왕>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과 해석을 담고 있는 책은 아주 드물다. 프로이트와 어니스트 존스의 해석 외에 전공자의 견해로는 강대진의 <비극의 비밀>(문학동네, 2013)을 참고할 수 있는 정도다. <오이디푸스왕>에 대한 레비스트로스의 강력한 분석도 <구조인류학>이 절판된 지 오래여서 현재로선 읽어보기 어렵다(대학생들이라면 도서관에서 찾아보기 바란다). 그렇다면 <철학자 오이디푸스>가 가장 깊이 있는 해석을 담은 책이 되는 것인가(뭔지 모르게 싱겁다는 느낌이 드는군).

 

 

<안티고네>는 사정이 약간 나아서 주디스 버틀러의 <안티고네의 주장>(동문선, 2005)과 함께 이명호의 <누가 안티고네를 두려워하는가>(문학동네, 2014)를 참고할 수 있다. <안티고네>를 둘러싼 해석과 논쟁의 역사를 얼추 가늠하게 해준다(임철규 선생의 <고전>(한길사, 2016)에도 <안티고네>에 대한 깊이 있는 해석이 들어 있다). 덧붙이자면, 내달에 나온다는 지젝의 근간도 <안티고네>다(올초부터 기다리고 있는 책이다).

 

여하튼 <철학자 오이디푸스>를 읽을 수 있게 돼 흡족하다. 아마도 내일 부산에 다녀오는 기찻간에서 손에 들고 있지 않을까 싶다. 흠, 가방이 너무 무거워지는 건가...

 

16. 09.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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