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밀 뒤르켐의 고전적 저작 <종교생활의 원초적 형태>(한길사)가 다시 나왔다. 맨처음에 나왔던 민영사판을 갖고 있는데 지금 보니 1992년에 나왔더랬다. 그러다 2017년에 개정되어 나왔는데 이번에 한길사판으로 다시 나왔다. ‘그레이트북스‘ 시리즈에 들어가니 비로소 자기 자리를 찾은 느낌이다. 대표작 <자살론>도 아직 이만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과 비교된다.

 ˝<종교생활의 원초적 형태>는 뒤르켐 생전에 나온 마지막 책으로 ‘종교와 도덕의 관계’, ‘종교의 기원’ 등 그의 학문적·사상적 관심이 집대성되어 있다. 뒤르켐은 이 책에서 종교의 일반이론을 탐구했다. 종교의 본질과 근거, 종교의 출현, 종교의 요소와 기능을 밝힌다.˝

뒤르켐의 종교론에 대해서는 대학 1학년 첫 학기에 수강한 ‘종교학 개론‘ 강의에서 처음 들었고 그와 관련하여 읽은 여러 종교학 책들에서 접했었다. 그러던 차에 번역본이 나와 구입했는데 대학원시절이라 완독하진 못했다. 전공만 하더라도 읽어야 할 책이 너무 많았으니까. 지금은 물론 다른 관심과 식견으로 다시 대하게 되니 감회가 없지 않겠다. 다른 관심이란 건 한국 근대의 특수한 현상으로 신종교의 발흥을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것인데, 관련서를 조사하고 몇권 주문한 상태다.

분야로 치면 종교사회학. 학부때 오경환의 <종교사회학>(서광사)을 읽었는데 이제 보니 그 이후에 나온 책도 몇권 된다. 입문서 성격의 책들로 보이는데 좀더 심화된 책도 있는지 알아봐야겠다. 신천지교회와 관련해서도 여러 르포와 비판서들이 보이는데 좀더 확장된 관점에서(가령 종교사회학) 한국의 신종교 현상을 설명해주는 책이 나왔으면 한다. 정감록부터 동학과 개벽운동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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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 그로스란 이름이 떠서 신간이 나왔나 했더니 아니다. 페미니즘 이론서로 <몸 페미니즘을 향해>(꿈꾼문고)가 그것인데 제목에 ‘몸‘이 들어가 있어서 확인해보니 (개정판이란 표시가 없지만) 과거에 <뫼비우스 띠로서 몸>(여이연)이라고 나왔던 책.

2001년에 나왔으니 18년만이다. 왜 바로 검색이 안 되나 했더니 그때는 저자가 ‘엘리자베스 그로츠‘로 표기됐었다. 원서도 검색해보니 아직 절판되지 않았다. 기억에는 대학도서관에서 대출해 같이 읽었더랬다(정확히는 맛만 보았다고 해야겠다).

˝불과 최근까지도 철학에서 여성은 지워져 있었다. 엘리자베스 그로스는 책의 각 장을 통해 우선 이런 현실을 정확하고 날카롭게 지적한다. 기성 체계에 대한 주도면밀한 비판이 새로운 페미니즘적 대안의 도출을 위한 첫걸음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그로스는 그 대안의 중심에 다시 ‘몸‘을 위치시킨다. 그리고 그 ‘몸‘을 부재나 결핍이 아닌 ‘성차‘로써 정의한다. 다시 말해 기존의 남근중심적 체계를 무너뜨릴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핵심 개념으로서 ‘성차화된 몸‘을 제시하는 것이다.˝

‘성차화된 몸‘이란 주제는 그로스(그로츠)와 주디스 버틀러의 페미니즘을 비교한 전혜은의 <섹스화된 몸>(새물결)의 주제이기도 하다. 문제는 그로스나 버틀러나 상당한 배경지식과 집중적인 독서를 요구하는 이론가들이라는 데 있다. 대의를 간추리는 건 어렵지 않으나 실제 독서는 만만찮다. 앞서 나왔던 <뫼비우스 띠로서 몸>이 흐지부지 절판된 이유다. 최소한 라캉주의에 대한 선이해는 갖춘 뒤에 도전해보는 게 좋겠다. 그로스 자신이 라캉에 대한 페미니즘적 입문서를 써서 이름을 알린 이론가였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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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 속의 고요, 를 잠시 떠올렸다. 뒷편 베란다 창밖으론 아직 매미소리가 들리지만 더위처럼 한 풀 기세가 꺾였다. 처서도 지났고 내일이면 날짜로는 9월이다. 여름의 마지막날. 실내온도는 25도까지 떨어졌다(올여름 최고온도는 29도였다). 선선해서 책을 읽기 좋은 계절, 흔히 말하는.

아침으로 샌드위치를 먹고는 당장 읽어야 책을 펴놓고도 무릎에는 이번에 다시 나온 두 권의 <국화와 칼>(1946)을 올려 놓았다. 내가 갖고 있는 것만으로도 댓종이 넘는다. 하지만 완독할 기회는 없었다(제목만으로도 읽은 것 같다는 느낌을 주는 탓일까?). 미국의 인류학자 루스 베네딕트의 대표작이면서 가장 널리 알려진 일본문화론. ‘일본문화의 패턴‘이 부제다.

일본정부의 도발로 시작된 ‘경제전쟁‘ 국면 때문에 책을 다시 펴낸 걸로 보이는데, 이 참에 완독해보는 것도 좋겠다(하지만 다음주가 가을개강이고 시작부터 강의가 10개가 넘는다). 일본 관련서로 요즘 출판계의 화제는 <일본제국쇠망사>(글항아리)인데, 갑작스런 수요 때문에 바쁘게 중쇄를 찍었다고 한다. 겸사겸사 일본을 쇠망으로까지 이끈 문화적 심성에 대해서도 식견을 가져볼 만하다. 크게 어려운 일은 아니고 <국화와 칼>을 손에 들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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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밍웨이 신간이 <파리 스케치>(반니)라고 나왔길래 살펴보았다. ‘파리‘가 제목에 들어가 있어서 절반은 의심하고 있었는데 예상대로 <파리는 날마다 축제>(이숲)라고 나왔던 책의 새 번역판이다.

˝<파리 스케치>는 헤밍웨이가 파리에서 거주하던 젊은 시절을 회고하며 말년인 1957년부터 1960년 사이에 쓴 에세이다. 이 수필집은 1964년에 ‘움직이는 축제’라는 제목으로 처음 출간되었고, 2010년에는 여기에 초고 상태인 ‘파리 스케치’를 추가하여 같은 제목으로 재출간되었다. 이 책의 2부로 소개된 ‘파리 스케치’는 비록 원고가 작가에 의해 매끄럽게 다듬어지지는 않았지만, 젊은 시절에 대한 헤밍웨이의 성찰과 1부 ‘움직이는 축제’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 들어 있다.˝

2부를 제목으로 삼고 있을 뿐 편제는 <파리는 날마다 축제>와 동일하다. 참고로 안정효 선생 번역의 <호주머니 속의 축제>는 책의 1부, 곧 1964년판의 번역이다. 원제 ‘움직이는 축제‘는 의미전달이 어려운데 날짜가 고정돼 있지 않고 해마다 변경되는 축제를 뜻한다. ‘이동축제일‘로 옮기는데 그 또한 뜻이 바로 전달되지는 않는다. 새 번역본이 ‘파리 스케치‘를 제목으로 삼은 이유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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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4년 퓰리처상 수상작으로 죽음을 주제로 한 책 가운데 단연 돋보이는 어니스트(어네스트) 베커의 <죽음의 부정>(힌빛비즈)이 재번역되어 나왔다. 언젠가 한번 언급한 적이 있는데, 매우 훌륭한 책이지만 번역이 좋지 않았고 그마저도 절판됐던 책이다. 미더운 번역자에 의해 다시 출간돼 반갑다(출판사는 의외다). 단순한 재간이 아니어서 다행스럽고.

˝<죽음의 부정>은 인간의 근원적 문제인 죽음, 종교, 악에 관한 그간의 연구를 망라한 어니스트 베커 필생의 역작으로 평가받으며 1974년 퓰리처상 논픽션 부문을 수상했다. 인간의 본성에 새로운 빛을 비추며 삶과 생의 의지를 북돋는 베커의 메시지는 출간 반세기에 다다른 지금도 유효한 가치를 지닌다. 죽음에 관한 논의에 앞서 반드시 거쳐야 할 책으로 지금도 수요가 꾸준하지만 안타깝게 절판됐던 상황, <죽음의 부정>이 초판 출간 12년 만에 심도 있는 새 번역으로 다시 독자들을 만난다.˝

저자는 실제로 5년간 암투병을 하며 이 책을 썼다 한다. 이 책의 존재 자체가 ‘죽음의 부정‘의 위엄 있는 사례라고 할 것이다. 번역에 대한 불만으로 중간에 덮었던 기억이 있는데(그래도 책을 버리진 않았다) 여름이 가기전에 다시 손에 들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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