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작가 마샤두 지 아시스(1829-1908)의 <브라스 꾸바스의 사후 회고록>(창비, 2013)이 출간됐다. 현대 작가가 아니라 19세기, 그것도 최대 작가라 한다. 개인적으로는 <세계문학론>(창비, 2010)에 실린 '주변성의 돌파: 마샤두와 19세기 브라질문학의 성취'란 글 덕분에 알게 된 작가인데, '세계문학적 성취'라고 하여 궁금하던 차였다. 어떤 작품인가.

 

이 작품은 주인공 브라스 꾸바스가 사후에 작성한 회고록이라는 독특한 설정의 장편소설로, 독창적이고 자유로운 형식, 유머와 아이러니, 허무주의와 낙천성이 돋보인다. 로런스 스턴 같은 기이한 서구고전들과 명맥이 닿아 있되, 현대적인 문제의식과 문학적 실험으로 고유한 문학세계를 성공적으로 구현해냈다. 짧은 장들로 잘게 나뉘어, 여담과 아이러니한 서술 등을 풀어나가는 독특한 구성을 통해 라틴아메리카 문학은 물론, 세계문학사에서도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매력적인 작품이다.

'이주의 고전'이라고 할 만한 책으로 첫 출간이긴 하지만 '오래된 새책'이라고 부르는 게 틀린 건 아니다. 영어판의 가격이 센 걸로 보아 대중적이진 않은 듯싶다.  

 

 

 

파울로 코엘료 같은 베스트셀러 작가가 있지만 '브라질 문학'이라고 하면 아직 좀 생소하다. 찾아보니 <브라질 문학사>(부산외대출판부, 1998)가 오래 전에 출간된 바 있다. 베스트셀러 <나의 라임오렌지나무>(동녘)의 작가 바스콘셀로스가 브라질 작가이고, 흠, 그 이후엔 바로 <연금술사>(문학동네)의 코엘료로 넘어오는 것 같다. 소개된 작가가 혹 더 있었던가?..

 

13. 10.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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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서재 방문자가 300만명을 넘어섰다. 확인해보니 200만명을 돌파한 지 1년 10개월만이다. 추세로 봐서는 3년쯤 뒤에 500만명까지 가게 될 듯싶다. 서재활동의 반응 지표라고 할 만한 것이 즐찾과 방문자 수 정도인지라, 서재활동에 대한 기념과 회고도 보통 그에 따르게 된다. 방문자 수는 균일하지 않지만 평균적으론 하루엔 2천명선을 넘어섰다. 어떨 때는 부담이고 어떨 때는 부듯함이다. 부담/부듯함에 답하는 의미에서 '이주의 고전'이란 걸 연재하려고 한다. 다른 건 아니고, 매주 쏟아지는 책 가운데 고전으로서 주목할 만한 책들을 따로 언급하려는 것이다. 보통은 다시 번역돼 나온 책들이기에 '오래된 새책' 카테고리에 넣으려고 한다.

 

  

 

이번주에 다루려는 아이템은 사르트르의 희곡과 올콧의 선정소설이다(20세기 프랑스 철학자와 19세기 미국 여성작가는 물론 아무 상관이 없다. 책이 같이 나왔을 뿐이다). 먼저, 사르트르의 희곡선으로 <닫힌 방. 악마와 선한 신>(민음사, 2013)이 세계문학전집의 하나로 나왔다. <악마와 선한 신>은 <악마와 선신>이란 제목으로 더 친숙한데, 여하튼 사르트르의 대표 희곡에 속하는 두 작품이다. "사르트르의 희곡들 중 가장 성공적인 작품이라는 평가와 함께 오늘날까지 세계 각지에서 상연되고 있는 '닫힌 방'과 사르트르가 자신의 희곡 중 가장 아끼는 작품이라고 알려진 '악마와 선한 신'이 수록된 사르트르 희곡선."

 

 

 

사르트르의 작품 가운데는 소설 <구토>를 강의에서 다룬 적이 있고, 그의 희곡들도 관심권에 계속 놓아두고 있었지만 마땅한 번역본이 없던 터였다. <무덤 없는 주검>과 <더러운 손> 등이 서문문고로 나와 있는 정도. 그래서 몇달 전에 영역본 하나를 구했는데, 이번에 나온 <닫힌 방>도 포함돼 있다. 기회가 되면 강의에서 다뤄보고 싶다(카뮈의 희곡들과도 비교해보고).

 

 

 

번역자 지영래 교수는 사르트르 전공자로 사르트르의 플로베르론을 다룬 연구서 <집안의 천치>(고려대출판부, 2009)와 번역서 <사르트르의 상상력>(기파랑, 2008)을 펴낸 바 있다. 한편, 사르트르 드라마에 대한 참고자료로는 여러 종류의 자료와 회견들을 옮긴 <상황극>(영남대출반부, 2008)이 있다.

 

 

<작은 아씨들>의 작가 루이자 메이 올콧의 소설집 <가면 뒤에서>(문학동네, 2013)도 이번에 나왔다. '선정소설'이란 분류가 눈길을 끄는데(성장소설이 아니라!), "가명 내지 익명으로 발표했던 올컷의 대중소설들은 한동안 묻혀 있다가 1940년대부터 발굴되기 시작했고, 1980년대에 여성주의 운동과 맞물리며 큰 주목을 받았다"고 한다. 이번에 소개되는 건 스릴러 네 편. "관계의 섹슈얼리티적 측면과 낭만적 사랑 신화, 성별 정체성에 대한 문제를 흥미진진하게 빚어낸 '가면 뒤에서, 또는 여자의 능력', '어둠 속의 속삭임', '수수께끼'와 해시시를 삼킨 후 통제되지 않는 자아를 경험하는 젊은 연인의 일화를 담은 '위험한 놀이' 순으로 구성되어 있다."

 

 

 

생각난 김에 펭귄클래식에서 나온 <작은 아씨들>도 구입했다(중학생인 아이가 혹 관심이 있을까 싶어서). <작은 아씨들>의 작가가 과연 '가면 뒤에서' 무슨 소설을 쓴 것인지 한번 알아봐야겠다...

 

13. 10.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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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을 먹기 전 '오래된 새책'들을 더 골라놓는다. 우연히 발견한 에리카 종의 <비행공포>(비채, 2013) 덕분에 리처드 브라우티건의 <미국의 송어낚시>(비채, 2013)까지 같이 건졌다. <비행공포>가 더 궁금하지만 <미국의 송어낚시>가 먼저 나왔으니 먼저 다룬다.

 

 

<미국의 송어낚시>는 이미 여러 판본으로 출간됐었는데, 제일 처음은 공역서로 나온 중앙일보사판이었다(내가 소장하고 있는 판본이다. 어느 박스에 들어가 있는지 모르지만). 이후에 효형출판에서, 뒤이어 비채에서 다시 나온 것(비채판도 2006년에 나오고 이번에 다시 찍은 듯싶다). 소개에는 "김성곤 교수가 1991년에 번역.소개한 <미국의 송어낚시>의 재출간판이다."이라고 돼 있는데, 2006년 효형출판판의 소개 같다. "김성곤 교수의 두번째 번역을 거친 이 책은, 1960년대 목가적 꿈을 잃어버린 미국 산업사회를 담담하게 패러디하고 풍자한다." 찾아보니 첫 작품인 <빅서 출신의 남부 장군>(1964)보다 먼저 쓰였지만 그보다 늦은 1967년에 출간됐다. <워터멜론 슈가에서>(비채, 2007)가 그 이듬해에 나왔다. 어떤 의의가 있는 책인가.

 

 

미국 생태문학의 대표작이자 히피운동이 꽃피우던 1960년대 미국 청년들의 ‘성경’이었던 소설 <미국의 송어낚시>의 개정판이 출간되었다. 브라우티건의 팬임을 자처한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자유롭고 순수하며 엉뚱하고 즐거운 사고와 기성 소설의 틀을 낱낱이 해체한 듯 독특한 해방감’이라고 표현한 원작만의 개성과 은유를 모던&클래식 시리즈의 판형에 고스란히 담았다. 작품 세계로 독자를 인도하는 소개글을 첨가하고 번역문을 다듬고 수정해 보다 간결하고 읽기 쉽게 했다. 번역을 맡은 서울대학교 김성곤 교수의 자세한 해설과 생전의 작가와 나눈 인터뷰가 송어낚시 여행을 떠나는 독자들의 이해를 도울 것이다.

 

여성의 성애를 다룬 작품으로 70년대 초반 화제가 됐던 에리카 종의 <비행공포>(1973)도 국내에 여러 차례 출간됐다(원서는 바로 최근에 40주년 기념판이 나왔다). 검색해보니 <공중에 뜬 나의 맨발>(고려원, 1979), <날아다니는 것이 무서워>(문장, 1979), <날기가 두렵다>(민예사, 1979), <날으는 것이 두렵다>(삼문사, 1981) 등이 초기 번역본들이고, 역시나 절판됐지만 비교적 최근에 나온 게 <날기가 두렵다>(넥서스, 1995)이다. 지금은 존재감이 없는 작가가 됐지만 한때는 아래 책들이 국내에 모두 번역됐었다.

 

 

 

제일 오른쪽 책은 1942년생인 저자가 쉰 살 때 쓴 자서전으로 <내가 두렵다>(넥서스, 1995)로 번역됐다(원저는 1994년에 나왔다). 아래가 젊은 시절의 에리카 종. 현재는 71세로 노년의 삶을 살고 있다.

 

 

여하튼 <비행공포>는 작년인가 도서관과 헌책방을 뒤져본(검색해본) 적이 있는 책이어서 재출간이 반갑다. '걸작'은 아니더라도 '시대'의 표정을 담고 있는 책들을 요즘 구하고 있기도 하고. 작고한 최인호의 <별들의 고향> 같은 책 말이다.

 

 

 

그러고 보니 <별들의 고향>도 1973년에 나왔다. <비행공포>와 동갑내기인 셈. 1973년생들도 어느덧 중년을 맞았구나... 

 

13. 10. 20.

 

 

 

P.S. 아, <비행공포>를 왜 찾았는지 생각이 났다. 역시나 지젝 때문이었다. <환상의 돌림병>(인간사랑, 2002)에서 그가 인용한 대목(이 또한 절판됐군). 유명한 세 가지 변기 얘기다.

에리카 종이 거의 잊혀진 그녀의 <비행공포>의 시작부분에 나오는 서로 다른 유럽의 변기에 대한 그 유명한 논의에서 비웃는 식으로 다음과 같이 주장하고 있는 것도 놀라운 일이 아니다. "독일의 화장실은 참으로 제3제국의 공포를 알게 해주는 열쇠이다. 이와 같은 화장실을 만들 수 있는 국민이라면 뭐든지 할 수 있을 것이다."(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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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오래된 새책'으로 도이힐러의 <한국의 유교화 과정>(너머북스, 2013)을 꼽았지만, 한권을 더 얹는다면 레닌의 <국가와 혁명>(아고라, 2013)도 가능하다. 다시 나왔으면 싶었던 책 가운데 하나.

 

 

다시 나왔으면 했던 때는 물론 지젝의 <혁명이 다가온다>(길, 2006)와 <지젝이 만난 레닌>(교양인, 2008)을 읽을 무렵이다. 여러 번 언급한 바 있지만, 이 두 종은 지젝의 같은 책의 독어판과 영어판을 각각 옮긴 것이다. <지젝이 만난 레닌>에는 영어판처럼 레닌의 글모음과 지젝의 해제가 같이 묶였고, <혁명이 다가온다>는 지젝의 해제만을 따로 옮긴 것이다(실제 독어판은 그렇게 나온 듯하다. 러시아어판도 그러하다). 그사이 <지젝이 만난 레닌>은 벌써 절판된 상태다. 다른 판형으로 다시 출간될지 모르겠다(개인적으론 두툼한 하드카바 대신에 소프트카바로, 레닌과 지젝이 분권돼 출간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피력한 적이 있다).

 

 

<국가와 혁명>의 영어본은 펭귄판으로 나와 있다. 지젝의 레닌론에 대해선 <지젝이 만난 레닌>과 함께 <레닌 재장전>(마티, 2010)을 참고할 수 있다. 지젝의 글 외에도 레닌주의에 대한 재평가를 담은 좌파 철학자들의 글이 실려 있다(현재는 이 책 또한 품절된 상태다). 혁명가 레닌의 대표적 저작으로서 <국가와 혁명>의 의의에 대해서는 이렇게 소개된다.

출간된 이래 사회주의 혁명사상의 고전 중 가장 중요한 가치를 지닌 책으로 평가받아왔다. 그의 사상에 대한 동의 여부를 떠나 혁명가, 정치가는 물론 지성계와 문화계 전반에 걸쳐 큰 영향을 끼쳐왔다. 마르크스의 <공산당선언>이 공산주의 사회에 대한 이상을 소개한 책이라면 <국가와 혁명>은 이를 현실로 옮길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한 책이라 할 수 있다.  

그러한 의의에 덧붙여서 개인적으론 레닌주의와 박정희주의도 비교해봄직하다는 생각을 늘 해오고 있다. <국가와 혁명과 나>란 책 때문이다. 물론 이론적인 저작은 아니지만, 레닌의 <국가와 혁명>을 전혀 염두에 두지 않은 제목인지는 의심스럽다. 레닌주의와 박정희주의는 혹 '국가와 혁명'과 '국가와 혁명과 나'라는 구도로 정리될 수 있을는지도 모른다.

 

 

아직은 독서계획만 갖고 있는 상태이지만 그래서 몇년 전엔 박정희의 <국가와 혁명과 나>도 구했다. 절판된(그래서 희귀본이라고 고가로 올라와 있는) <국가와 혁명과 나>(지구촌, 1997) 대신에 동서문화서판으로. <하면된다! 떨쳐 일어나자>(동서문화사, 2005)는 <우리 민족의 나아갈 길>과 <국가와 혁명과 나>가 합본된 책이다. 박정희 향수를 얘기하고, 젊은층에서도 자칭 박정희주의자가 없지 않지만 정작 이런 책을 읽는 독자는 거의 없는 듯싶다. '박정희'로 검색되는 책 가운데 현재 세일즈포인트가 가장 높은 책은 <기시 노부스케와 박정희>(책과함께, 2012)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귀태' 발언의 출처가 된 책이다).

 

오늘 박근혜 대통령은 전남 순천에서 열린 전국새마을지도자 대회에 참석해 “새마을운동은 우리 현대사를 바꿔놓은 정신혁명이었고, 그 국민운동은 우리 국민의식을 변화시키며 나라를 새롭게 일으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고 평하고, “(새마을운동을) 미래지향적 시민의식 개혁운동으로 발전시키고 범국민운동으로 승화시키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다('5년 임기제' 대통령의 발언이라고는 믿기지 않는다!). 그래서 다시 한번 <국가와 혁명과 나>도 떠올리게 됐다. 레닌과 박정희 사이에 의외의 접점이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다시금 들면서(혹은 스탈린과 박정희?)... 

 

13. 10.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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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오래된 새책'이라 할 만한 책은 윌 듀런트의 <철학 이야기>(봄날의책, 2013)다(저자명은 '듀란트', '듀랜트'로도 표기된다). 이미 적잖은 번역본이 나와 있기에 중복이란 인상도 주지만 역자가 정영목이어서 기대가 된다. 내가 읽은 문예출판사판도 나쁜 번역은 아니지만 미진한 대목이 지적되곤 했다. 출판사에서는 재번역의 의의를 이렇게 설명한다.

 

참고로, 이 책이 윌 듀런트의 <철학 이야기>를 소개하는 첫 책은 아니다. 그동안 몇 차례에 걸쳐 국내에 번역, 소개되었다. 휘문출판사, 삼성당, 명문당, 삼진사, 동서문화사, 청년사, 고려대 출판부, 문예출판사 등을 통해서였다. 하지만 굳이 이 책을 다시 낸 이유는 그동안 나온 책들이 이 책의 의미를 제대로 짚어주지는 못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또 듀런트의 유려하고 아름다운 문장의 맛과 멋을 충분히 전하지는 못했다는 아쉬움 때문이다. 또 <옮긴이의 글>에서 이 책의 탄생 과정에 대해 잘 밝혔듯이, 이 책이 그저 쉽고 재미있는 철학책 한 권, 그래서 100만 부가 넘게 팔린 것이 아니라, 노동자 교육용 강좌를 통해 처음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냈고, 그 과정에 살을 붙여서 만들어진 책이라는 점, 저자 듀런트 자신의 내적?정신적 고민과 갈등을 거치면서 형성되고 완성된, 글자 그대로 <살아 있는> 철학책이라는 점을 꼭 밝히고 싶었다.

 

 

개인적으로는 고3 때 서점에서 직접 구입해서 읽은 최초의 철학서였는지라 <철학이야기>는 나름대로 '인생의 책' 가운데 하나다(연이어 <문학이야기>도 읽었더랬다). 지금은 <문명이야기>까지 완역돼 나오고 있는 형편이니(<역사 속의 영웅들>을 거기에 추가할 수 있겠다) <철학이야기>도 '정본' 번역본을 가질 만한 때가 됐다. 일급 번역자의 솜씨가 궁금하다...

 

13. 10.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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