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저자'를 골라놓는다. 이오덕 선생의 일기 선집과 권정생 선생과 주고받은 편지가 책으로 묶여서 나왔고, 신영복 선생은 오랜만에 강의록을 펴냈다. 재일 강상중 교수도 신간을 펴냈다.(흠, 자동 로그아웃되면서 페이퍼가 저장되지 않아 등록하기를 누르고서도 다시 쓴다.) 

 

 

이오덕 선생의 일기는 2013년에 다섯 권짜리로 출간된 바 있는데, 이번에 나온 <나는 땅이 될 것이다>(양철북, 2015)는 '한 권으로 읽는 이오덕 일기'다. 일기 선집으로 읽을 수 있겠다. 그리고 권정생 선생과 나눈 편지를 모은 <선생님, 요즘은 어떠하십니까>(양철북, 2015).

1973년 1월 18일, 이오덕은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무명 저고리와 엄마’를 쓴 동화작가 권정생을 찾아갔다. 이오덕은 마흔여덟이었고, 권정생은 서른여섯. 두 사람은 그렇게 만났다. 그때부터 이오덕과 권정생은 평생을 함께하며 편지를 주고받았다. 두 사람이 남긴 편지에는 두 사람의 삶과 만남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약값, 연탄값 걱정부터 읽고 있는 책 이야기, 혼자 잠 못 드는 밤 어떤 생각을 하는지…… 하루하루의 삶을 이야기하며 마음을 나누고 있다. 정성껏 조심스레 다가가, 어느새 함께하고 있는 두 사람을 만날 수 있다.

'아름다운 편지'란 말이 실감에 어긋나지 않는 드문 사례다. <이오덕 동시선집>(지만지, 2015)도 엇비슷하게 나왔다.

 

 

'신영복의 마지막 강의'란 부제로 나온 책은 <담론>(돌베개, 2015)이다. <강의>(돌베개, 2004) 이후 10년 만에 출간되는 또 다른 '강의'다.

<강의> 출간 이후 10년 만에 출간되는 선생의 ‘강의록’이다. 이 책은 동양고전 말고도 <나무야 나무야>,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등 선생의 다른 책에 실린 글들을 교재 삼아 평소에 이야기하신 존재론에서 관계론으로 나아가는 탈근대 담론과 세계 인식, 인간 성찰을 다루고 있다. 이 책 한 권에 선생의 사유를 모두 담아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 책에서는 동양고전 독법과 인간 군상의 다양한 일화를 통해 사실과 진실, 이상과 현실이라는 다양한 관점을 가져야 함을 이야기한다.

<변방을 찾아서>(돌베개, 2012) 같은 에세이도 그 사이에 끼어 있긴 하지만, 묵직한 강의, 혹은 담론의 맛은 오랜만에 접하게 됐다. 책값이 아깝지 않은 책이란 이런 책들을 두고 하는 말이겠다.

 

 

2009년에 <고민하는 힘>이 베스트셀러가 된 이후 강상중 교수의 책은 해마다 한두 권씩 출간되고 있는데, 작년에는 소설 <마음>(사계절, 2014)이었고, 올해는 <마음의 힘>(사계절, 2015)이다. '고민'과 함께 '마음'을 강상중의 주제라고 불러도 되겠다.

<고민하는 힘> 의 저자 강상중이 신작 <마음의 힘> 을 펴냈다. 방황하던 재일 한국인 청년이 일본 사회의 유력 지식인으로 자리 잡기까지, 많은 상처를 극복하고 치열하게 고민해온 당사자로서 이제 넓은 마음의 바다로 나아가 인생론을 이야기한다. <마음의 힘> 은 100년 전에 쓰인 두 소설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 과 토마스 만의 <마의 산> 을 실마리 삼아 시대와 마음의 관계를 밀도 높게 파고든 작품으로, 시대의 아픔과 공명하면서도 자신을 잃지 않고 굳건히 살아가기 위한 두텁고도 유연한 ‘마음의 힘’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나로서는 소세키의 <마음>과 토마스 만의 <마의 산> 읽기라는 점에 눈길이 가는데, 예전에 두 작품을 강의한 경험 때문이다. 내가 놓친 게 무엇인지 확인해보는 기회가 될 수도 있겠다. 더불어 나쓰메 소세키 전집도 나오고 있는 터라 소세키 소설들을 다루고 있는 강상중 교수의 다른 책들도 다시 읽어봄직하다...

 

15. 04.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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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국외 저자로만 '이주의 저자'를 고른다. 두 명의 고전 작가와 한 명의 현역 작가다. 영국 작가 G. K. 체스터튼과 포르투갈의 페르난두 페소아, 그리고 다시 영국 작가 줄리언 반스가 그들이다.

 

 

먼저 <못생긴 것들에 대한 옹호>(북스피어, 2015)는 '브라운 신부' 시리즈로 유명한 탐정소설 작가이자 비평가 체스터튼의 에세이집이다. 소설 <목요일이었던 남자>(펭권클래식, 2010)나 <정통(오소독시)>(상상북스, 2010; 이끌리오, 2003)만으로는 부족했던 부분을 채워주는 듯해서 아주 반가운 책.

20세기 영국의 지성을 대표했던 언론인이자, 당대의 기득권 계층에 대한 비판을 아끼지 않았던 에세이스트이자, 모든 문학 장르를 섭렵하여 독창적인 견해를 밝힌 평론가이자, 브라운 신부를 탄생시킨 미스터리 작가로도 유명한 G. K. 체스터튼의 에세이집이다. 이 책에서 그는, 오로지 성공만을 쫓거나 성공한 사람들에 대해 다루는 책들의 오류를 꼬집고, 영국의 제국주의에 반감을 내보인 한편으로 당시 유럽 지식인들 사이에 퍼져 있던 사회주의나 우생학에 반대의 목소리를 냈으며, 미스터리 작가로서 탐정소설에 대한 비평을 개진한다.

특히 탐정소설에 관한 에세이들은 <목요일이었던 남자>와 함께 지젝의 책에서 인용되고 있어서 궁금하던 차였다. 독설의 대가라는 평판에 걸맞는 재미를 선사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페르난두 페소아의 <불안의 글>(봄날의책, 2015). 작년 봄에 먼저 나온 <불안의 서>(봄날의책, 2014)의 '부록'에 해당하는 책이다. 앞선 책과 마찬가지로 배수아 작가가 독어판에서 우리말로 옮겼다. 그 사이에 산문집 <페소아와 페소아들>(워크룸프레스, 2014)가 더 나오기도 해서, 페소아는 이제 한국어로도 읽을 수 있는 작가가 되었다.

오늘날 포르투갈 현대문학에서 가장 중요한 작가로 손꼽히는 페르난두 페소아 산문집. 이 책은 일기이며 시이고, 독특한 페소아적 감각론이며 형이상학이고 편지이며 기록이자 묘사, 부조리와 모순과 권태의 송가,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슬픈 애가이기도 하다.

영어본도 구하던 차였는데, 조만간 시간을 내 본격적인 독서를 시작해봐야겠다(이탈리아 작가 클라우디오 마그리스와 함께 내게는 올해의 산문 작가 후보다). 

 

 

끝으로 줄리언 반스의 <용감한 친구들>(다산책방, 2015). 원제는 <아서와 조지>(2005)다.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의 영국사회를 배경으로, 셜록 홈스의 창시자인 소설가 아서 코난 도일과 조지 에들지라는 두 실존인물의 삶을 생생하게 되살려낸 <용감한 친구들>은 치밀한 자료조사와 섬세한 상상력으로 당시 영국사회의 정치와 종교, 사법체계, 인종의 문제를 우아하게 해부하고 있다.

"읽기를 멈출 수 없다. 줄리언 반스의 소설 중 가장 밀도가 높은 작품"(월스트리트저널)이란 평을 고려하면 성급하게 손에 들면 곤란한 작품이겠다. 특히나 바쁜 일이 있는 처지라면, 시간을 뭉텅이로 떼일 염려가 있겠기에.   

 

 

국내에서는 먼저 나왔지만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2011)와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2014)가 모두 <용감한 친구들>보다 나중에 나온 작품들이다. 순서를 따지자면 <용감한 친구들>부터 읽어보는 것부터 한 방법. 나처럼 아직 나머지 두 권을 읽지 않은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작가란 무엇인가3>(다른, 2015)에 수록된 반스의 인터뷰도 요긴하게 참고해볼 만하다. 아직 더 읽을 작가와 작품이 있다는 건 우리에게 아직 숨쉴 공기가 더 남아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책들을 책상맡에 놓고 크게 숨을 들이켜본다...

 

15. 04.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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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을 먹기 전에 '이주의 저자'를 고른다. 조르조 아감벤이나 장 뤽 낭시 같은 철학자들의 신작이 나왔지만 따로 다루기로 하고 역사학자 세 명을 골랐다.

 

 

먼저, 원로 서양사학자 이광주 교수의 책 두 권이 한꺼번에 나왔다. <나의 유럽 나의 편력>(한길사, 2015)과 <담론의 탄생>(한길사, 2015)이다. <나의 유럽 나의 편력>은 <내 젊은 날의 마에스트로 편력>(한길사, 2005)의 개정판이고 <담론의 탄생>은 신간이다. 부제가 '젊은 날 내 영혼의 거장들'인 <나의 유럽 나의 편력>은 저자가 "평생 가까이한 유럽 최고의 교양인들의 삶과 사유, 저작들을 단 한 권으로 만날 수 있는 교양서이자 지적인 에세이"이고, <담론의 탄생>은 "유럽의 살롱과 카페 문화라는 친숙한 주제를 그 속에서 꽃핀 자유로운 담론문화의 전통을 중심으로 풀어"낸 책이다. 지성사와 문화사에 대한 저자의 관심과 편력을 가늠하게 해준다.

 

 

그밖에 <교양의 탄생>(2009), <동과 서의 차 이야기>(2002), <아름다운 지상의 책 한권>(2001), <아름다운 책 이야기>(개정판 2014) 등이 이광주 컬렉션을 이룬다. 문화사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에겐 유익한 읽을 거리다.  

 

 

아울러 중국의 스타 학자 이중톈의 <국가를 말하다>(라의눈, 2015)도 출간됐다. 신간은 아니고 <이중톈 제국을 말하다>(에버리치홀딩스, 2008)로 소개됐던 책의 개정판이다. 2005년에 홍콩에서 먼저 출간되고 중국에서는 2007년에 나온 것으로 중국의 고대 정치제도를 다룬 책이다. 스스로 '이중톈 최고의 역작'이라고 자부하는데 여느 '강의책'들과 달리 다소 학술적이다. 저자에 따르면 국내에 먼저 소개된 <제국의 슬픔>(에버리칭홀딩스, 2007)은 이 책을 쓰면서 함께 정리한 수필식 기록에 해당한다. <국가를 말하다>가 '정전'이라면 <제국의 슬픔>의 '외전'이라는 설명이다. 기억엔 <이중톈 제국을 말하다>를 읽어본 듯싶은데, 완독을 했던 것인지 일부만 읽은 것인지 확인해봐야겠다.

 

 

역사학자 한홍구 교수의 역사논설 <역사와 책임>(한겨레출판, 2015)도 챙겨두어야 할 책. <유신>(한겨레출판, 2014)에 이어지는 것으로 오늘의 현실을 반추하게 하는 현대사의 교훈들을 짚는다.

이 책은 박근혜 정권 2년차, 구체적으로는 비서실장 김기춘의 등장에서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까지의 기간 동안 우리 사회의 부조리한 모습들을 바라보면서 한국 현대사에서 교훈을 찾는 내용이다. 특히 이런 문제의식이 한 권의 책으로 묶여 나오기까지는 세월호 참사의 영향이 지배적이었다. 저자는 '대한민국을 운영하는 이들은 누구인가?' 하는 질문에 초점을 맞추어 우리 현대사를 복기한다.

무엇이 달라졌고, 무엇이 (악착같이) 그대로인지 저자와 함께 복기해보도록 하자. 4월이 가기 전에...

 

15. 04.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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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저자'를 고른다. 먼저, 기다리던 책 가운데 하나였던 가라타니 고진의 <철학의 기원>(도서출판b, 2015)이 드디어 선을 보였다. <말과 활>에 연재된 걸 일부 따라 읽다가 단행본으로 읽어보려고 미뤄둔 터였다. <세계사의 구조>에 대한 '보유'의 하나로도 읽어달라는 게 저자의 주문인데, <자연과 인간>, <'세계사의 구조'를 읽는다>를 포함하면 세번째 보유다.

 

 

한편으로 <철학의 기원>은 가라타니의 소크라테스론으로 읽을 수 있는데, 한국어판 서문에 따르면 꽤 오래 벼르던 책이기도 하다. 이미 10대 중반에 소크라테스와 데카르트, 칸트가 그의 영웅들이었는데("자명하게 보이는 것을 근본적으로 의심한 사람들"이라는 이유에서다), 데카르트는 <탐구>에서, 그리고 칸트는 <트랜스크리틱>에서 다뤘지만(가라타니에 따르면 현대철학의 비판으로부터 그들을 구출하고자 했다) 소크라테스에 관해서는 <세계사의 구조>를 발표한 이후에야 비로소 발상을 얻게 되었다는 고백이다.  

 

 

아무려나 철학의 기원에 대한 새로운 계발적 관점을 제공하고 있기에 인문 독자라면 필독해볼 만하다.

 

 

한문학자 안대회 교수도 흥미로운 저작을 내놓았다. <담바고 문화사>(문학동네, 2015). 이제껏 이 주제를 다룬 책이 없었다는 게 새삼 놀라운데, 여하튼 이제는 갖게 됐다. 저자의 주저로는 시학서 <이십사시품>의 요체를 짚은 <궁극의 시학>(문학동네, 2013)의 뒤를 잇는 것으로 보아도 되겠다.

조선에 처음 담배가 들어왔을 때, 혹자는 이를 신선의 풀이라 했고, 어떤 이들은 이것이 부모를 멀리하게 하고 이성을 유혹하며 남녀노소와 상하 간에 유별해야 할 질서를 무너뜨리는 못된 물건이라고 보았다. 그러나 담배에 관한 많고 많은 논란을 떠나,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1610년 어름 처음 조선에 상륙한 이 풀을 사랑한 사람이 너무도 많았다는 점이다. 군왕 정조는 애민정신에서 이 풀이 만백성에게 미치길 바랐고, 기생의 손에는 어김없이 늘 담뱃대가 들려 있었다. 이 책을 통해 '담바고'라는 키워드 하나로 숨 가쁜 변화를 겪어내고 있던 조선시대부터 구한말까지의 단면을 생생하게 목도할 수 있을 것이다.

요컨대 '담바고의 모든 것'을 담은 문화사다.

 

 

그리고 전직 신문기자이자 절필한 문필가 고종석도 신작을 펴냈다. 아니 정확하게는 신작이 아니라 선집이다. 소설을 가려서 묶은 <플루트의 골짜기>(알마, 2013)에 이어서 언어학에 관한 글들을 묶은 <언어의 무지개>(알마, 2015)가 출간됐다.

고종석 선집의 둘째 권으로서, 작가 고종석의 사유 세계 근간이라 할 수 있는 언어학 에세이를 엄선해 담았다. 고종석의 단행본 <감염된 언어> <말들의 풍경> <국어의 풍경들> <자유의 무늬> 중에서 선집의 위상에 걸맞은 글 20편을 가려 수록했다. 1998년부터 2007년에 이르는 약 10년의 기간 동안 생산해온 글들이다.

선집인 만큼 대부분의 글을 이미 읽었을 테지만 나로선 이번 기회에 재독해볼 생각이다. <감염된 언어>(개마고원, 1999/2007)는 특히 좋아했던 책이었던 만큼 물리지 않고 읽을 수 있을 듯싶다. 언어학 전공자들의 학술서들을 제외한다면, 아마도 한국어로 읽을 수 있는 가장 깊이 있는 생각들을 읽을 수 있다는 게 최대 장점이지 않을까 싶다. 더 깊이 들어간다면, 국내 저자의 책으론 어떤 책들이 있는지 떠오르지 않지만, 가령 소쉬르나 에밀 벤베니스트, 로만 야콥슨의 책들이 '깊이 읽기'의 대상이 될 만하다.

 

 

대부분 절판된 야콥슨의 책을 제외하면 소쉬르의 <일반언어학 강의>나 벤베니스트의 <일반언어학의 여러 문제>가 전공서 범주에 드는 듯싶다. 인문학 전공자라면 필히 읽어볼 만한 공구서들이다...

 

15. 04.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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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저자'를 골라놓는다. 글쓰기 책으로 다시 돌아온 베스트셀러 저자' 유시민, 그리고 국사학자 배우성과 건축가 유현준, 세 명이다.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생각의길, 2015)은 이미 예고됐던 책인데, '유시민의 30년 베스트셀러 영업기밀'이 부제다(영업기밀!).

<거꾸로 읽는 세계사>부터 최신작 <어떻게 살 것인가> <나의 한국현대사>까지, 출간한 거의 모든 책이 베스트셀러에 오르면서 유시민은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대표 글쟁이’로 자리매김했다. 그 덕분에 저자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글 잘 쓰는 비결이 있나요?” “어떻게 해서 그렇게 잘 쓰게 되었나요?” 하는 질문을 수없이 들어야 했다.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은 그 물음에 대한 유시민의 대답이기도 하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30년 동안 쌓아온 작가 인생의 영업기밀을 가감 없이 풀어 놓았다. 이를 통해 글 쓰는 재주를 타고나지 않았더라도 누구든 노력하면 유시민처럼 쓸 수 있다는 단순한 진리를 독자들에게 전달해준다.

목차만 봐도 대략의 요지는 가늠해볼 수 있는데, '발췌 요약에서 출발하자' '악평과 악플을 겁내지 말자' '모국어가 중요하다' '말이 글보다 먼저다' '추천도서 목록을 무시하라' 등이 저자의 조언이다. 거기에 더하여 '글쓰기에 유익한 독서법'으로 '전략적 독서법'을 제안하는데, 이 대목이 가장 눈길을 끈다.

 

더불어 노회찬, 진중권과의 공저 <생각해봤어?>(웅진지식하우스, 2015)도 같이 나왔는데, 팟캐스트 '노유진의 정치카페'에서 다룬 이슈 질문들을 묶은 것이다. "<생각해봤어?>는 그동안 다룬 주제 중 앞으로 두고두고 생각해봐야 할 문제, 앞으로의 우리 삶과 직결되어 있는 문제 14가지만 뽑아서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는데, "불평등이 이렇게 심해지면 나중에 전 세계는 어떻게 될까? 고루할 수 있는 가톨릭 교황이 가장 급진적으로 느껴지는 까닭은 뭘까? 유전자조작식품만 먹다보면 인류는 어떻게 될까? 재미있는 놀이 집단이었던 일베는 앞으로 더 과격해질까? 최첨단 IT시대 은밀한 사생활은 없어져도 되는 걸까? 등"이다.

 

 

조선사 전공자인 배우성 교수의 <독서와 지식의 풍경>(돌베개, 2015)은 '조선 후기 지식인들의 읽기와 쓰기'가 부제다. "독서와 글쓰기, 지식 유통과 공유 양상을 읽음으로써 조선 후기 지성사를 재정립하고자 한다." '한국학 총서'로는 <조선과 중화>(돌베개, 2014)에 뒤이은 것인데, 학술교양서로 분류할 수 있겠다. 독서를 매개로 한 조선 후기 지성사의 풍경을 세밀하게 묘사한 책으로 기대를 갖게 한다.

 

 

건축사로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유현준 교수의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을유문화사, 2015)는 '도시를 보는 열다섯 가지 인문적 시선'이 부제다.

 도시는 단순히 건축물이나 공간들을 모아 놓은 곳이 아니다. 도시는 인간의 삶이 반영되기 때문에 인간이 추구하는 것과 욕망이 드러난다. 이 책은 자신들이 만든 도시에 인간의 삶이 어떻게 영향을 받는지, 과연 더 행복해지는지 아니면 피폐해지고 있는지 도시의 답변을 들려준다.

도시에 대한 인문학적 성찰을 담은 책들은 여럿 나와 있는데, 현역 건축가의 시각을 보여준다는 점에서는 김석철의 <건축과 도시의 인문학>(돌베개, 2011)과 같이 읽어봄직하다...

 

15. 03.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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