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일이 많이 밀려서 결국 또 PC방에 왔다. 일단 '이주의 저자'부터 고르는데, 분야별로 자리를 마련해야 할 형편이다. 먼저 신작을 낸 세 명의 소설가를 한데 묶는다.

 

 

우선 중견작가 성석제의 소설 두 권이 한꺼번에 나왔다. <믜리도 괴리도 없이>와 <첫사랑>(문학동네, 2016)이다. 소설로는 <투명인간>(창비, 2014) 이후인 것 같고, 단행본으로는 에세이 <꾸들꾸들 물고기 씨, 어딜 가시나>(한겨레출판, 2015) 다음이다. <믜리도 괴리도 없이>는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집필한 여덟 편의 단편소설을 묶은 책이자, 작가가 1996년 첫 소설집을 출간한 이후 꼭 20년이 되는 해에 펴내는 새로운 소설집이다. 새 소설의 제목 '믜리도 괴리도 업시'는 고려가요 '청산별곡'의 한 구절에서 인용한 것으로, '미워할 이도 사랑할 이도 없이'라는 뜻이다."

 

 

반면에 <첫사랑>은 소설선집이다. "이 책은 성석제의 첫번째 소설집 <내 인생의 마지막 4.5초>와 두번째 소설집 <조동관 약전>에 담긴 초기작 가운데서 20년이 지난 오늘에도 독자들에게 여전히 회자되는 걸작을 엮은 소설선집이다. "

 

알라딘에서 검색되는 성석제의 첫 책은 <나의 꿈은 바둑왕>(한뜻, 1995)와 <위대한 거짓말>(문예마당, 1995)이지만, 내가 기억하는 건 시인 성석제였다. 프로필에는 1995년에 소설로 등단했다고 하는데, 나는 왜 시인으로 먼저 기억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여하튼 소설가로 더 융숭한 대접을 받고 있지만 <검은 암소의 천국>(민음사, 1997)을 펴낸 시인이기도 하다.  

 

 

신작이 뜸하다 할 때쯤, 때맞춰 작가 정이현도 새 소설집을 펴냈다. <상냥한 폭력의 시대>(문학과지성사, 2016). 2002년에 등단하여 첫 소설집 <낭만적 사랑과 사회>를 펴낸 게 2003년이었고, 이번에 세번째 소설집이라 하니 다작은 아닌 셈.

 

 

중간에 장편 히트작 <달콤한 나의 도시>(2006)와 알랭 드 보통과의 공동 작업 <사랑의 기초 -연인들>(2012)을 더 펴내기도 했다. 소개에 따르면 이번 소설집에서는 다소 변화된 관점과 정서를 담고 있다고. "<상냥한 폭력의 시대>는 2013년 겨울부터 발표한 소설들 가운데 일곱 편을 추려 묶은 책이다. 2000년대 중반 정이현 소설에 따라붙던 "도발적이고 발칙하며, 감각적이고 치밀하다"는 수식의 절반은 지금 대체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성장했고, 시대는 달라졌으며, 이에 발맞춰 정이현도 변화했다. 그의 문장은 여전히 감각적이고 치밀하지만, 정이현은 이제 2010년대와 동세대 사람들에게서 톡 쏘는 '쿨함' 대신 '모멸'과 '관성'이라는 서늘한 무심함을 읽어낸다."

 

 

러시아문학 번역가로 잘 알려진 작가 김연경도 오랜만에 신작 소설집을 펴냈다. <파우스트 박사의 오류>(강, 2016). 1996년에 등단했으니 올해가 20년차. 연구자와 번역자를 겸한 탓에 소설가로서의 소출이 많지는 않았다. 11년만에 나온 신작 소설집인 만큼 재기의 의미도 있다고 보인다(2009년에 나온 <고양이의 이중생활>은 장편소설이다). 

 

"김연경의 신작 소설집이 나왔다. 2005년 <내 아내의 모든 것> 이후 십여 년 만이다. 작가는 그 공백을 가득 메우기라도 하듯 이번 소설집을 소설이라는 삶의 이야기로 꽉 채우고 있다. 소설집이지만 구성이 1부와 2부로 나누어져 있다. 1부에 있는 네 편의 소설은 2012년 이후로 쓰인 것이고, 2부의 네 편은 2010년 이전의 작품들이다. 작가는 소설들 사이에 엄연히 존재하는 시간과 문체의 차이를 강조했다고 말한다."

개인적으로는 내년에 괴테의 <파우스트> 강의를 다시 기획하고 있어서 표제작 '파우스트 박사의 오류'에 관심이 간다. 파우스트 모티브를 어떻게 변주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16. 10.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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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저자'를 고른다. 주목할 만한 저자들이 많아서 여러 번 나누어 다뤄야 할 듯싶은데, 일단은 원로 학자들부터 묶는다. 먼저 한국의 대표 인문학자로 자리매김되고 있는 김우창 선생의 전집(전19권)이 이번에 완간되었다. 올해가 팔순을 맞은 해여서 이에 맞춘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에 1차분으로 7권이 나왔고 이번에 나머지 12권이 2차분으로 출간되었다(<예술론>부터 <대담/인터뷰>까지다).

 

 

아무려나 19권의 전집은 일대 장관이 아닐 수 없다. 올해 나온 인문학자의 전집으로는 박이문 전집과 함께 오래 기억되고 음미되길 기대한다.

 

 

김우창, 유종호 교수와 함께 오랫동안 <세계의 문학> 편집위원을 역임했던(내가 기억하는 <세계의 문학>은 세 사람이 편집위원으로 활동하던 때의 잡지다) 고려대 이남호 교수도 회갑을 맞아 새 에세이집을 펴냈다. <남김의 미학>(현대문학, 2016).

 

"1980년 등단한 이래 특유의 예리한 통찰력으로 문학 안팎의 세계를 탐구하며 한국 비평의 지평을 넓혀온 저자가 20126월호부터 201312월호까지, 17회에 걸쳐 월간 <현대문학>에 절찬 연재되었던 글에 다양한 사진 자료들을 더해 출간한 이 책은 이제 좀더 근원적인 우리의 삶에 관한 탐구에 시선을 맞추게 된 필자가 잊혀져가는 한국의 대표적인 정서의 뿌리인 남김의 미학을 우리의 전통과 문학을 통해 깊이 있게 관조한 에세이집이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담백하고 정갈한 문체에 실린 관조와 성찰의 여유를 맛볼 수 있는 에세이집이다.

 

 

문명교류학과 실크로드학의 대가 정수일 교수가 이번에는 라틴아메리카 답사기를 펴냈다. <문명의 보고 라틴아메리카를 가다 1,2>(창비, 2016). 그런데 어인 라틴아메리카? 

"문명교류학의 세계적 권위자 정수일이 실크로드 오아시스로(육로)와 초원로 답사기에 이어 실크로드 대장정의 완결판으로 라틴아메리카를 일주하며 해상실크로드 답사기를 내놓았다. '정수일의 세계문명기행' 시리즈의 첫 걸음이자, 라틴아메리카.아프리카.유럽 등 그동안 학계에서 실크로드와는 무관하다고 여겨온 주요 지역에서 문명교류의 개연성을 캐내려는 한 연구자의 답사 실록 그 첫번째 책이다."

그러니까 시야를 유라시아에서 라틴아메리카와 아프리카로도 확장하고자 하는 셈인데, 그 귀추가 주목된다. 일단은 서론격인 '해상실크로드와 라틴아메리카'를 읽어봐야 저자의 구상을 어림해볼 수 있겠다.

 

 

저자가 주도한 실크로드학의 구체적인 성과들은 <실크로드 사전><해상 실크로드 사전><실크로드 도록> 등 일련의 책들을 참고할 수 있다...

 

16. 10.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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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 이후 첫 주를 정신 없이 보내고 맞는 주말에 '이주의 저자'를 고른다. (정확한 원인은 모르겠지만) 언제부턴가 서재 방문자 수는 조울증 환자처럼 널뛰기를 하는데, 어제오늘은 조증 모드다. 그렇다고 서재에 특별한 메뉴가 마련돼 있는 건 아니니 하던 일이나 해두도록 한다. 3인의 학자를 골랐다.

 

 

먼저 서울대 독문과 명예교수인 안삼환 교수의 역작이 나왔다. <한국 교양인을 위한 새 독일문학사>(세창문화사, 2016). 주로 괴테와 토마스 만 작품 번역으로 알려진 저자가 정년 이후에 펴낸 노작으로 840쪽에 이르는데, 제목에서부터 두 가지를 특별히 강조하고 있다. 한국 '교양인'을 위한 책이라는 것과 '새' 독일문학사라는 점.

"서문에서 저자는 '한국 교양인을 위한' 이란 책 제목의 이유로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독일문학' 재조명을 염두에 두었다고 밝힌다. 한국에서의 독일어 연구 및 독일문학 연구가 70년이 넘어가는 연륜의 현재에도 아직 일제 강점기의 틀을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에 그 안타까움이 있다. 이 책은 <젊은 베르터의 고뇌>를 비롯하여 <파우스트>, <빌헬름 텔>, <유리알 유희>, <양철북>, <향수> 등 친숙한 독일작품들이 어떠한 문학 정신을 품고 있는가를 알아보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

 

세계문학을 강의하는 처지에서 보면 각 나라별/지역별 문학사가 꽤나 절실한데, 독일문학사의 경우 이미 나와 있는 책들은 분량이 소략하거나 전공학생을 위한 책이었다. 지적 관심을 가진 독자(교양인)을 위한 깊이와 폭을 갖춘 문학사책이 아쉬웠는데, 안삼환 교수의 책이 아주 맞춤하다. 내년에 독일과 오스트리아 쪽 문학 강의를 준비하는 데 요긴하게 참고하려고 한다.

 

 

서울대 국제대학원의 조영남 교수가(가수 조영남과는 동명이인이다) '덩샤오핑 시대의 중국'를 세 권의 역저로 풀어냈다. <개혁과 개방><파벌과 투쟁><톈안먼 사건>(민음사, 2016). 중국 현대사를 다룬 책은 드물지 않게 나오고 있지만 덩샤오핑 시대에 한정하여 국내 학자가 써낸 묵직한 저작은 희소하지 않았나 싶다. 제목과 표지의 사진만으로도 책의 범위와 의의는 가늠해볼 수 있겠다.

 

 

저자는 중국 관련 연구서를 정력적으로 펴내고 있는데, 탄탄한 해설과 함께 현대 중국을 바라보는 독자적인 시각까지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조선대 국문과의 차승기 교수도 역저를 펴냈다. <비상시의 문/법>(그린비, 2016). '식민지/제국 체제의 삶, 문화, 정치'가 부제.

"이 책은 한국 근대성에 내재화한 식민성과 마주하기 위해서는 현재가 지정한 각자의 자리에서 과거를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배치가 지금처럼 결정되기 이전의 상황, 그러나 이 상태를 향한 움직임이 가속화되기 시작했던 그 시점, 다시 말해 ‘식민지/제국 체제’의 수립과 그 궁지가 노정된 과정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형체 없이 흩어지거나 체제 속으로 휩쓸려 들어가 더 이상 들리지 않게 된 목소리들을 되살려 봄으로써 식민성이 각인한 한국 근대성에 대한 결정론적 시각에 균열을 내고자 한다."

식민성 내지 식민지 체제에 대해서 다시 성찰해볼 수 있는 계기로 삼아도 좋겠다.

 

 

되짚어 보니 나는 저자의 저작보다 번역서를 먼저 읽었다. 저명한 바흐친 연구서 <바흐친의 산문학>(책세상, 2006)과 사카이 나오키 등의 <세계사의 해체>(역사비평사, 2009)를 먼저 읽었던 것이다. 첫 저서는 <반근대적 상상력의 임계들>(푸른역사, 2009)을 건너뛴 것인데, 뒤늦게 관심을 갖게 된다. 저자가 편자로 참여한 책으로 성공회대 동아시아연구소의 '아시아문화연구 시리즈' 책들도 전공자들은 챙겨둘 만하다. 이런 종류의 책들이 교양과 전공의 경계를 표시하는 듯하다...

 

16. 09.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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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저자'를 고른다. 미국의 역사학자 이언 모리스, 소설가로 더 유명한 스위스 출신의 철학자 페터 비에리, 그리고 일본의 한국문학 연구자 하나토 세츠코, 3인이다.

 

 

스탠포드대학의 역사학 교수인 모리스는 <왜 서양이 지배하는가>(글항아리, 2013)으로 처음 소개된 이후 <전쟁과 역설>(지식의날개, 2015)에 이어서 이번에 <가치관의 탄생>(반니, 2016)까지 소개됨으로써 확실한 중럄감을 갖게 되었다(<문명의 척도> 같은 책이 더 소개되지 않을까 싶다).

"인류문명사의 대가인 이언 모리스는 '야수 같은 물질의 힘'이 어떻게 인류의 문화와 가치관, 신념을 한정하고 결정짓는지에 대해 야심찬 주장을 펼친다. 인간 가치관의 거시적 역사를 제시하기 위해 먼저 인류의 발전 과정을 에너지 획득 방식에 따라 수렵채집, 농경, 화석연료의 연속적 3단계로 나누고, 이 에너지 획득 방식들이 해당 시대에 득세할 사회적 가치들을 결정하거나 최소한 한정했다고 주장한다."

고대사와 고고학 전공인 이언 모리스는 '이해'가 아닌 '설명'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전통적인 의미의 역사학과는 다른 역사학을 지향한다. 재레드 다이아몬드나 유발 하라리와 견줘볼 만한데, 국내에 소개된 세 권의 책만 하더라도 각각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 스티븐 핑커의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그리고 하라리의 <사피엔스>와 같이 읽어볼 만하다. 즉 이들 책들을 흥미롭게 읽은 독자라면 모리스의 책들도 환영할 만하다.

 

 

'파스칼 메르시어'라는 필명으로 쓴 <리스본행 야간열차>(들녘)로 국내뿐 아니라 세계 독자들에게 이름을 알린 페터 비에리의 철학적 에세이들의 저자이기도 한데, <삶의 격>과 <자기 결정>에 이어서 <자유의 기술>(은행나무, 2016)이 이번에 나왔다. 국내 출간은 나중이지만, 모두 <리스본행 야간열차> 이전에 쓰인 책들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먼저 쓰인 게 <자유의 기술>이라고.

"다양한 학문에서 행복한 삶을 위한 제일의 조건으로 언급되곤 하는 '자유'에 관해, 독일의 철학자인 페터 비에리가 대중적이고도 철학적 정확성을 바탕으로 통찰한 책이다. <삶의 격>에서 지고의 가치로 '존엄성'을 언급하고 <자기 결정>에서 그 존엄한 삶을 위해 '스스로 결정하는 삶'을 강조한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스스로 결정을 내리는 인격체, 의지의 자유를 이야기한다. '삶과 존엄' 3부작 중 마지막을 장식하는 이 책은 집필 순으로는 가장 먼저 쓰여진 덕분에 존엄성을 강조하며 국내에서 큰 반향을 일으킨 바 있는 페터 비에리 철학의 원류를 되짚어가는 묘미를 선사한다."

 

순서대로라면, '삶과 존엄' 3부작을 통과해야 비로소 '리스본행 야간열차'에 탑승하게 되는 건가. 

 

 

일본의 한국근대문학, 특히 이광수 연구로 업적을 쌓은  하타노 세츠코란 이름을 기억할 독자는 거의 없겠지만, 이제는 기억해두기로 하자. 일본어로 쓴 이광수 평전 <이광수, 일본을 만나다>(푸른역사, 2016)가 번역돼 나왔기 때문인데, 이번이 세번째 책이다. <무정을 읽는다>(소명출판, 2008)와 <일본 유학생 작가 연구>(소명출판, 2011)가 앞서 출간됐었다.

"일본어 번역서 <무정>(2005)을 비롯하여 <무정을 읽는다>(2008), <일본 유학생 작가 연구>(2012), <이광수의 이언어 창작에 관한 연구>에 이르기까지 이광수 연구에 집중해온 니가타현립대학의 명예교수 하타노 세츠코의 연구 성과가 고스란히 녹아 있는 이광수 평전이다. 저자는 자료에 기초해 그간 묻히거나 망각되었던 역사적 맥락을 최대한 복원하면서 '일본'과의 관계 속에서 이광수의 삶과 문학이 놓인 자리를 꼼꼼하게 추적한다. '친일'인가 '문학성'인가라는 이분법에서 벗어나 '일본'이라는 키워드로 이광수의 삶을 가감 없이 그린다."

 

같이 기억할 만한 이름은 역자인 최주한 서강대 연구교수다(역시 이광수 전공이다). 두 사람은 <이광수 초기 문장집>(소나무, 2015)을 같이 펴내고 있기도 하다. 내년이 <무정> 발표 100주년이 되는 해라서 이광수와 <무정>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재조명이 이루어질 듯한데(이달 <문학사상>의 기획특집도 <무정>이다. 발표 99주년 기념), 기본 자료로 삼을 만하다...

 

16. 09.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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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저자'를 고른다. 내주가 추석 연휴라서 신간이 나오지 않을 테니 이번 주에 나온 책들 가운데서 두 차례 '이주의 저자'를 고르게 될 듯하다. 일단 눈에 띄는 건 문학평론가 3인이다. 세대순으로 먼저 원로 평론가 김윤식 선생의 새 책이 출간되었다. <문학사의 라이벌 의식 2>(그린비, 2016).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문학사의 라이벌 의식>(그린비, 2013)의 속편이다.

 

"지난 1권에서 주로 동시대에 활동한 문인들의 라이벌 의식을 다뤘다면, 이번 책에서는 일제 강점기에서 시작하여 6·25전쟁을 거쳐 1980년대까지 다소 폭이 넓은 시기를 다룬다. 또한 지난 1권과 마찬가지로 문인들 간의 라이벌 의식은 물론, 한 작품 속 등장인물 간의 라이벌 의식과 한 작가 내부의 장르상의 라이벌 의식까지 다뤄 한국 근대문학사의 풍부하고 생생한 장면을 면밀히 포착한다."

발문을 쓴 안경환 전 인권위원장(이자 서울대 명예교수)은 <내가 읽고 만난 일본>(그린비, 2012)까지 포함해서 '한국문학사의 라이벌론 3부작'이라 칭하고 있다. 하지만 목차만 봐서는, 그리고 저자의 건강이 허락한다면, 3부작으로 끝나지 않을 듯하다. 한국 현대문학사의 현장을  저자만큼 생생하게 묘사해줄 수 있는 평론가도 드문 만큼 <문학사의 라이벌 의식 3>도 기대해본다.

 

 

중견 평론가 정과리 교수의 신작 평론집도 출간되었다. <뫼비우스의 분면을 떠도는 한국문학을 위한 안내서>(문학과지성사, 2016). 전작 <1980년대의 북극꽃들아, 뿔고둥을 불어라>(문학과지성사, 2014)와 마찬가지로, 제목 자체가 '정과리표'를 웅변한다. 아무런 책소개도 뜨지 않아(나도 책은 주문해놓은 상태고 다음주에나 받아볼 참이다) 목차를 옮겨오면 이렇다.

제0장 위기가 아닌 적이 없었다, 그러나 때마다 위기는 달랐다 - 위기담론의 근원, 변화, 한국적 양태
제1장 정보화 사회의 태동과 문화의 생존
제2장 이데올로기를 씹어야 할 때
제3장 세계문학의 은하에서 한국문학 창발하다
제4장 할국의 더듬이는 굽이도누나

검색하다가 이번에 알게 된 것인데, <근대소설의 기원에 관한 한 연구>(역락, 2016)도 지난달에 나온 저자의 신간이다. 신간이라고는 하지만 저자의 불문학 박사학위논문을 단행본으로 (상당히 뒤늦게) 펴낸 것이다. 책의 부제인 '크레티엥 드 트르와 소설의 구성적 원리'가 내가 기억하는 논문 제목이다.

 

 

<그라알 이야기>(을유문화사, 2009) 소개에서 가져오자면, 크레티엥(크레티앵) 드 트루아는 "12세기 무렵 프랑스에서 활동한 작가로서, 아더 왕 이야기를 소설로 쓴 첫 세대 작가로 꼽힌다. <그라알 이야기>는 흔히 '성배'라고 번역되는 '그라알', 그 원형을 보여 주는 작품이다." <근대 소설의 기원에 관한 한 연구>를 읽기 위해서라면 같이 들춰보는 것도 좋겠다.

 

 

젊은 평론가 함돈균의 신작도 출간되었다. 세번째 평론집일 듯싶은데, <사랑은 잠들지 못한다>(창비, 2016)가 타이틀이다. "등단 이후 10년간 평단과 시민사회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쳐온 문학평론가 함돈균의 평론집. 전작 <예외들> 이후로 4년 동안 집필해온 문학비평을 한데 엮었다. 이 시기 한가운데의 세월호사건이 상징하는 우리 사회의 결핍과 아픔을 끊임없이 사유해온 작가들의 고투가 비평의 시각으로 기록되어 있다." 이상 시 전공자답게 대부분의 글이 시 평론이다. 개인적으로는 '레미제라블 또는 시의 천사 - 세계문학과 한국문학'이란 글에 관심이 간다

 

 

저자의 다른 책으로는 <시는 아무것도 모른다>(수류산방.중심, 2012), <사물의 철학>(세종서적, 2015) 등이 있는데, <시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이상 시적 주체와 윤리학'이 부제이고, 기억에 저자의 박사학위논문을 펴낸 것이다...

 

16. 09.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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