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서점에 들렀다가(집에서 양방향 도보로15분거리에 두 곳의 중형서점이 있다) 신철규 시집 <지구만큼 슬펐다고 한다>(문학동네)와 함께 유종호 선생의 <문학이란 무엇인가>(민음사)를 사들고 왔다.

<문학이란 무엇인가>는 알라딘에 품절로 뜨는 책이니 나름대로 득템(알라딘에도 중고본은 뜬다). 초판은 1989년 가을에 나왔고 내가 그 즈음에 읽었으니 28년 전 책이다. 오늘 구입한 건 2판 30쇄로 2011년 여름에 찍은 것이다. 오랫동안 문학 입문서 역할을 해온 스테디셀러인데 품절이 일시적인 것이기를 바란다.

단지 품절도서라서 재구입한 건 아니고 28년만에 읽으면 어떤 인상을 받을지 궁금해서 골랐다. 이를 테면 독서의 키재기 같은 것. 키를 재면서 벽에다 눈금을 그어놓고 비교하는 것처럼 같은 책을 오랜만에 다시 읽으면 그동안 생각이 얼마나 자랐는지 가늠해볼 수 있다. 흠, 성장기도 한참 전에 지난 나이에 키를 잰다고 하니까 멋쩍지만 정신의 성장에는 따로 시한이 있는 게 아니잖은가.

<문학이란 무엇인가>란 제목의 책으로 내가 제일 먼저 읽은 건 사르트르의 책으로 기억한다(기억과 사실은 언제나 다를 수 있다). 당시엔 문예출판사판. 그리고 김현/김주연 편의 <문학이란 무엇인가>(문학과지성사). 이 책도 나중에 개정판이 나왔다. 대학 첫 학기에 문학개론을 들으면서 그밖에도 몇권 더 읽었을 테지만 <문학이란 무엇인가>라는 제목의 책에 한정하자면, 내게는 ‘3종세트‘에 해당한다.

이제 연어가 모천 회귀하듯이 세월을 거슬러 다시 이 책들을 손에 든다. 나대로의 <문학이란 무엇인가>를 낳기 위해서다. 연어들이 돌아오는 나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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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늦깎이 등단 작가(1965년작 <소설 알렉산드리아>를 기준으로 하면 마흔넷에 등단)이면서 대표적인 다작의 대중소설 작가(매월 1000매의 원고를 썼다), 그리고 대하장편 <지리산>의 작가, 정도가 작가 이병주(1921-1992)에 대해서 내가 입력하고 있던 바다. 하지만 지난 10여 년간 이병주 기념사업회를 중심으로 재평가 작업이 진행되어 온 사실을 알고 있었고 몇년 전부터 작품과 연구서를 구입해왔다.

그렇더라도 본격적인 독서는 미뤄두고 있었는데 이번 학기에는 한국현대문학 강의를 진행한는 차에 그의 <관부연락선>(한길사)을 끼워넣었다. 작품 발표연대상으로는 김승옥의 <무진기행> 다음이지만 연휴도 고려해서 두 권짜리 <관부연락선>을 최인훈의 <광장> 다음에 배치했는데, 작품의 시간적 배경도 <무진기행>보다 앞선 시기라서 스스로 온당하다고 생각한다.

이병주에 관한 자료들을 읽다가 뒤늦게 알게 된 사실인데 하동 출생인 그의 문학을 기려 이병주문학관이 지난 2008년 하동군에 건립되었다. 지난번에 가본 박경리문학관에서 먼 거리가 아닐 텐데(같은 관내이니) 놓쳤다는 생각이 든다(시간상 어렵긴 했다). 내년봄쯤 박경리문학기행을 진행하면 곁들여서 이병주문학관 방문도 일정에 포함해야겠다. 그 전에 <토지>와 <지리산>을 완독하는 건 숙제.

이병주 문학에 대한 연구와 재조명은 부쩍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어서 올해도 두어 권의 책이 출간되었다. 생전에 받지 못했던 비평적 환대를 몰아서 받는 것 같다는 느낌도 든다(나부터도 재발견이다). 일찌감치 ‘한국의 발자크‘를 자임했던 작가의 문학적 성취가 제대로 평가받고 음미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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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먼 나이트의 <단편소설 쓰기의 모든 것>(다른)을 좀 뒤늦게 손에 들었는데, 실상 이런 종류의 책이 무슨 도움이 될까 싶은 의구심에 책을 다시 덮으려다가 읽은 말미의 한 대목. 저자는 ‘뭘 읽어야 할까‘를 묻고 답한다. 물론 작가지망생들이 뭘 읽어야 할까에 대한 조언이다.

˝전부 다. 한마디로 전부 다 읽어야 한다. 윌리엄 셰익스피어, 윌리엄 깁슨, 표도르 도스토옙스키를 읽는다. 케첩병 라벨에 있는 글씨도 읽는다. 그런데 전부 읽되 읽고 싶을 때만 읽는다.˝

매우 당연하면서도 전적으로 동감할 만한 충고다. 내용은 좀더 이어지는데 독서법에 대한 현명한 충고를 담고 있다. 전부 읽되 절대로 꾸역꾸역 읽지는 말고 흥미가 동했을 때 읽으라는 것. 그래야 머리가 팽팽 돌아가고 뭐라도 쓸 준비가 된다.

읽는 거라면 나도 어디 가서 빠지지 않는데 윌리엄 깁슨은 독서 이력에서 빠져 있다. 저자가 SF작가라서 깁슨을 치켜세운 면도 있겠지만 ‘전부 다‘ 읽는다는 차원에 목록에 올려놓는다. 아, 억지로 읽을 필요는 없다고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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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간의 연휴가 시작되었다. 아이들식으로 말하면 ‘가을방학‘이다. 집집마다 추석 행사가 있을 테지만 여느 해에 비하면 그런 가족행사 일정을 한껏 제하고도 5일 가량은 온전하게 휴일이다. 많은 이들이 여행일정을 잡아놓았을 법한데, 이달에 국내외 여행을 원없이 다녀온 내가 넘볼 일은 아니다.

대신에 읽을 책들을 방바닥에 1미터 높이로 쌓아놓았다. 책상에 놓인 책들을 제외하고도 40권 가까이 된다(이 와중에 내일 배송될 책도 여러 권 된다지? 누구한테 묻는 것인가?). 게다가 내일은 도서관에도 오랜만에 들러서 러시아혁명사와 이병주의 소설 등을 대출해 오려 한다. 무모한 독서 계획이긴 한데, 그렇다고 이런 욕심을 말려오지도 않았다. 오히려 더 부추기곤 했다.

며칠 전에 구입한 <김윤식 서문집>(사회평론) 개정판만 하더라도 그렇다. 서문만 모은 책이 500쪽이 넘는다. 고작 읽는 일 가지고 견줄 바가 아니다. 작가 이병주 선생은 27년간 매달 1000여 매씩의 원고를 썼다 하니 이 또한 분발심을 갖지 않을 수 없게 한다.

열흘의 연휴라면 최소한 300매의 원고를 쓰고 10권의 책(3000쪽) 정도는 읽어줘야 하지 않을까. 그런 계산을 하며 방안을 두리번거리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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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적인 명칭은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컬렉션‘이지만 정확하게 말하자면 ‘리커버 특별판 시리즈‘라고 해야겠다. 포인트는 리커버에 있는 것.

리커버 특별판으로 나온 세 권은 카뮈의 <페스트>.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 하인리히 뵐의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다. 순전히 표지 때문에 책을 재구입한다는 건 합리적이지 않지만 츨판계에서 요즘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는 게 리커버판 출간이다(리커버판 <침묵의 봄>을 보라!). 나도 이번 컬렉션의 <설국> 같은 경우는 기념으로 소장하고 싶다(이번 겨울에 설국 문학기행을 떠날 수도 있고).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컬렉션이 나온 데서 알 수 있지만 올해 노벨문학상 발표도 성큼 다가왔다. 통상 10월 첫주 목요일 저녁 8시에 발표되므로 바로 다음주다(지난해처럼 한 주 늦춰질 때도 있다). 몇년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강의를 진행한 인연으로 나도 수상결과를 눈여겨 보는 편인데 올해는 지난해의 ‘파격‘을 상쇄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예상한다(예측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거라는 얘기다).

결과에 따라서는 현재 단행본으로 준비중인 ‘노벨문학상 강의‘ 책의 챕터가 하나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책은 내년 9월에 출간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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