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간의 연휴가 시작되었다. 아이들식으로 말하면 ‘가을방학‘이다. 집집마다 추석 행사가 있을 테지만 여느 해에 비하면 그런 가족행사 일정을 한껏 제하고도 5일 가량은 온전하게 휴일이다. 많은 이들이 여행일정을 잡아놓았을 법한데, 이달에 국내외 여행을 원없이 다녀온 내가 넘볼 일은 아니다.

대신에 읽을 책들을 방바닥에 1미터 높이로 쌓아놓았다. 책상에 놓인 책들을 제외하고도 40권 가까이 된다(이 와중에 내일 배송될 책도 여러 권 된다지? 누구한테 묻는 것인가?). 게다가 내일은 도서관에도 오랜만에 들러서 러시아혁명사와 이병주의 소설 등을 대출해 오려 한다. 무모한 독서 계획이긴 한데, 그렇다고 이런 욕심을 말려오지도 않았다. 오히려 더 부추기곤 했다.

며칠 전에 구입한 <김윤식 서문집>(사회평론) 개정판만 하더라도 그렇다. 서문만 모은 책이 500쪽이 넘는다. 고작 읽는 일 가지고 견줄 바가 아니다. 작가 이병주 선생은 27년간 매달 1000여 매씩의 원고를 썼다 하니 이 또한 분발심을 갖지 않을 수 없게 한다.

열흘의 연휴라면 최소한 300매의 원고를 쓰고 10권의 책(3000쪽) 정도는 읽어줘야 하지 않을까. 그런 계산을 하며 방안을 두리번거리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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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적인 명칭은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컬렉션‘이지만 정확하게 말하자면 ‘리커버 특별판 시리즈‘라고 해야겠다. 포인트는 리커버에 있는 것.

리커버 특별판으로 나온 세 권은 카뮈의 <페스트>.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 하인리히 뵐의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다. 순전히 표지 때문에 책을 재구입한다는 건 합리적이지 않지만 츨판계에서 요즘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는 게 리커버판 출간이다(리커버판 <침묵의 봄>을 보라!). 나도 이번 컬렉션의 <설국> 같은 경우는 기념으로 소장하고 싶다(이번 겨울에 설국 문학기행을 떠날 수도 있고).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컬렉션이 나온 데서 알 수 있지만 올해 노벨문학상 발표도 성큼 다가왔다. 통상 10월 첫주 목요일 저녁 8시에 발표되므로 바로 다음주다(지난해처럼 한 주 늦춰질 때도 있다). 몇년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강의를 진행한 인연으로 나도 수상결과를 눈여겨 보는 편인데 올해는 지난해의 ‘파격‘을 상쇄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예상한다(예측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거라는 얘기다).

결과에 따라서는 현재 단행본으로 준비중인 ‘노벨문학상 강의‘ 책의 챕터가 하나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책은 내년 9월에 출간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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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이주의 고전‘을 고른다. 안 그래도 지난학기에, 그리고 지난주까지도 토마스 만의 작품에 대한 강의가 있었는데, 만의 마지막 장편 <사기꾼 펠릭스 크룰의 고백>(아카넷)이 출간되었다. 학술명저번역총서로 나와서 책값은 비싼 편이지만 만의 독자라면 기꺼이 감수할 만하다.

책소개에는 제대로 소개되지 않았던 작품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미 1950년대에 번역된 전례가 있다. 지금의 기준으로는 결함이 있는 번역이었다는 얘기로 들린다. 아무려나 만의 주요 작품들 가운데 시중에서 구할 수 없었던 작품이었기에 출간소식이 반갑게 여겨진다. 바라건대 <선택된 인간>도 새 번역이 나오면 좋겠다.

대작 <요셉과 그 형제들>을 제외하면 토마스 만의 주요작 가운데 강의에서 읽지 못한 작품은 <고백> 이외에 <로테, 바이마르에 오다>와 <선택된 인간> 정도다. <토니오 크뢰거>를 포함해서 <부덴브로크 가의 사람들>과 <마의 산>, 그리고 <파우스트 박사> 등을 다루었기에.

대학 1학년 때 읽은 루카치의 ‘토마스 만이냐 카프카냐‘ 같은 논문을 이제는 나대로 평가할 수 있는 처지가 되었는데 무려 30년만이다. 이번 연휴에는 루카치의 논문도 다시 찾아서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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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스베버 2022-08-12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쟈님, 루카치의 ‘토마스 만이냐 카프카냐‘ 논문이 어느 번역서에 실려 있는지 알 수 있을까요? 오래전 절판된 책에 수록되어 있을 것 같기도 한데요..

로쟈 2022-08-13 14: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대 리얼리즘론(열음사, 1986)에 실려있어요.
 

‘우리 시대 예술가들과의 대화‘가 부제다. 김나희의 <예술이라는 은하에서>(교유서가). 저자는 생소한데(그럴 수밖에 없다. 첫 책이니까), 파리에서 피아노와 법학을 전공했다고. 유럽에서 활동하는 덕분인지 인터뷰이의 상당수가 유럽의 예술가들이다(철학자 알랭 바디우가 포함된 게 특이한데, 사실 바디우는 극작가이자 소설가이고 바그너 전문가이기도 하다). 한국인으로는 영화감독 박찬욱, 봉준호 등이, 소설가로 신경숙, 작곡가로 진은숙, 음악가로 정명훈, 백건우, 조수미 등이 포함되었다.

어제 통영의 윤이상기념관을 둘러본 일 때문에 나로선 윤이상과 루이제 린저의 대담집도 떠올리게 되는데, 이번에 재출간된 <윤이상, 상처입은 용>(알에이치코리아)이 그것이다. 윤이상의 음악세계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지만 파란만장한 그가 삶 자체가 시대의 증언으로서 의미 깊게 여겨진다. 올초에 나온 박선욱의 <윤이상 평전>(삼인)도 제쳐놓았던 책인데 다시금 책상 가까이로 옮겨놓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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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09 18: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돌아오는 길은 정체 없이 버스가 제 시간에 도착했다. 터미널에서 집까지는 도보로 10분 남짓 거리인데 피곤했지만 무거운 짐을 든 건 아니어서 걸어서 귀가했다. 저녁을 먹고 한숨 돌리며 북플을 적는다.

버스에서 적은 페이퍼에서 통영 예술지도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더니 여러 분이 이미 나와 있다고 알려오셨다. 통영의 출판사 남해의봄날에서 나온 <통영 예술 지도>다.

지난달인가 <통영을 만나는 가장멋진 방법: 예술 기행>을 구매하고도 이번에 그냥 내려가는 바람에 <예술 지도>의 존재도 깜박 잊었다. 카프카문학기행을 다녀오느라 박경리문학기행은 제대로 준비하지 못하는 바람에 내년으로 일정을 연기하고서 사전 답사차 내려간 것이었다. 국내여행도 여행전문 가이드의 도움이 필요할 것 같았는데 좋은 가이드북과 지도가 있다면 대신할 수도 있겠다.

사전답사를 마쳤으니 적당한 일정이 잡힐 때까지 작가와 작품을 좀더 읽는 일만 남았다. 박경리 전집 외에 유치환과 김춘수의 시집도 다시 읽어둘 참이다. 아래 사진은 청마문학관과 김춘수 유품전시관에 찍은 사진들이다(김춘수전시관 앞에서 찍은 통영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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