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자음과모음, 2012)의 저자 사사키 아타루가 길담서원의 초청으로 내한하여 강연과 대담을 갖는다. 강연 소개기사를 발췌해놓는다. 관심 있는 분들은 참고하시길(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402211051041&code=960100).

 

일본 사상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비평가이자 지식인 사사키 아타루가 내한 특별 강연을 갖는다. 사사키는 길담서원의 초청으로 26일 오후 7시30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 1층 북카페 산 다미아노에서 <우리들이 ‘혁명’이라고 부르는 것, 우리들이 ‘종교’라고 부르는 것>이란 제목의 주제 강연을 한다.(...)

 



사사키는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자음과 모음), <이 치열한 무력>(자음과 모음)으로 한국에서도 열혈 독자층을 확보한 일본의 각광받는 젊은 철학자다. 특히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에서 밝힌, ‘책을 읽는다는 것’과 혁명을 연계하는 치열한 사유가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서평가 이현우씨(로쟈)는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을 두고 “가라타니 고진의 <탐구> 이후에 가장 나를 놀라게 한 일본인 저자의 책”이라고 했다.

 

이번 특별 강연은 길담서원의 여섯 돌을 기념하는 행사다. 사사키 아타루는 앞선 25일 저녁 옥인동 길담서원에서 ‘문학의 피안에서, 문학의 차안에서’라는 제목으로 여섯 돌 기념 강연을 한다. 또 26·27·28일 철학자 강신주씨와 세차례에 걸쳐 연속 대담(비공개)을 가진다. 길담서원 서원지기 박성준씨(전 성공회대 교수)는 “사사키의 강연, 강신주 선생과의 대담을 올 상반기에 책으로 묶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강신주씨는 26일 저녁 정동 산 다미아노 특별 강연 때 사사키 소개를 겸한 인사말을 전할 예정이다. 참가 문의=길담서원(02-730-9949, http://cafe.naver.com/gildam/) 참가비=1만5000원. 선착순 100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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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 화제가 됐던 외신 하나는 중국 지도부의 부패 의혹이다. 22일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의 조세회피처 기업 명단 공개로 전, 현직 중국 지도부의 치부가 폭로됐는데, 언론 통제로 정작 중국 내부에서는 이슈화가 되기 어려울 거란 전망이다. 권력층의 자제들인 소위 '붉은 귀족'이 해외로 유출한 자산이 최소 1조달러에서 최대 4조달러(약 4312조원)로 추정된다고 한다. 최근 덩샤오핑 평전이 출간된 김에 다시금 중국현대사와 중국 공산당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에드가 스노우의 <중국의 붉은 별>(두레, 2013)에서 해리슨 솔즈베리의 <새로운 황제들>(다섯수레, 2013)을 거쳐 에즈라 보걸의 <덩샤오핑 평전>(민음사, 2014)까지가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관련기사의 일부는 이렇다.

 

 

‘훙얼다이’(紅二代) 혹은 ‘붉은 귀족’으로 불리는 중국 고위층 자제들의 경제 권력 독점은 이미 여러 차례 지적됐다. <블룸버그>는 2012년 덩샤오핑과 왕전, 천윈 등 중국 혁명 원로의 자제들이 보유한 국유기업 자산이 1조6000억달러(약 1700조원)로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5분의 1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또 장쩌민 전 주석의 아들 장몐헝을 비롯해 우방궈, 허궈창 전 상무위원의 자제들이 아버지의 권력을 활용해 이른바 ‘태자당 사모펀드’를 조성해 부를 축적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리펑 전 총리 일가는 중국 전력 분야를 장악하고 있다.

 

이번 탐사보도 결과 장신 소호차이나 회장과 아시아 최대 정보통신(IT) 업체인 텅쉰(텐센트)의 마화텅 대표 등 중국 최고 갑부 16명도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것으로 밝혀졌다. 중국 누리꾼들은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 “관상(官商) 결탁(정경유착)이 드러났다” “부패를 분명하게 척결해야 한다” 등의 글을 올렸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중국의 강력한 언론 통제 때문에 이번 폭로의 파장이 중국 사회 전반으로 번질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중국 국내 언론은 관련 보도를 하지 않았고, 웨이보의 관련 글도 삭제되고 있다. ‘반부패 제도화’를 주장하는 시민운동에 대한 중국 지도부의 강경 대응도 변함없다. “고위 공직자 재산 공개야말로 부패를 척결하는 근본대책”이라며 ‘신공민운동’을 벌여온 인권운동가 쉬즈융의 재판은 이날 외신 취재를 통제한 가운데 예정대로 진행됐다. 국제사면위원회(앰네스티)는 전날 “쉬즈융을 처벌하는 것은 시진핑 주석이 주도하는 부패 척결 운동이 허위임을 증명한다”고 비판했다.(한겨레)  

 

 

시진핑 주석도 매형이 부패에 연루돼 있고, 현 지도부 가운데는 리커창 총리 등 극히 일부만 부패 혐의에서 벗어나 있다(공청단 출신인 리커창이 주석이었다면 중국의 부패 척결 운동이 좀 다른 양상으로 진행됐을지 궁금하다). 아무려나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다'는 건 중국사가 증명한다. 중국 공산당이 스스로 변화할 수 있을지 두고볼 일이다...

 

14. 0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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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화제가 된 뉴스는 미국 뉴욕타임스의 14일자 사설이었다. 요즘 불편한 관계에 놓인 박근혜 대통령와 아베 총리가 교과서 문제로는 나란히 입길에 올랐는데, 미국의 이 대표 언론은 두 집권자의 편파적 역사 교과서 밀어붙이기를 문제삼았다. 그러자 한국에선 외교부와 교육부가 부랴부랴 반박성명을 내기까지 하는 촌극이 빚어졌는데, 거꾸로 교과서 문제를 '대국적' 견지에서 보더라도 터무니없다는 사실과 함께 그 정치적 속내를 다시 확인하게 된다. 사설 원문과 번역문을 자료삼아 옮겨놓는다. 출처는 경향신문이다(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401141811251&code=970100&nv=stand).

 

 

■‘정치인과 교과서’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와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은 각각 자기 나라에서 자신들의 정치적 견해를 반영하는 새로운 고등학교 역사교과서를 밀어붙이고 있다.

아베는 문부과학성에 애국주의를 고취시키는 교과서들만 (검정) 승인하도록 지시를 내렸다. 그가 주로 우려하는 것은 2차 대전 시기에 대한 것으로, 그는 부끄러운 역사의 장(章)으로부터 초점을 이동시키고 싶어 한다. 일례로 그는 한국 ‘위안부’ 문제를 교과서에서 밀어내길 바라며, 또한 (중국) 난징에서 일본 군에 의해 저질러진 대학살을 축소하려 하고 있다. 그를 비판하는 이들은 그가 일본의 전시 침공들을 지워버리고 위험한 애국주의를 부추기려 한다고 말한다.

박근혜는 일본 식민통치와 탈식민 이후 남한의 독재가 교과서에 반영되는 걸 우려하고 있다. 그는 일제 식민통치에 부역한 한국인들 문제를 축소하고 싶어 하며, 지난해 여름에는 한국 교육부에 새 역사교과서를 승인하게 밀어붙였다. 이 교과서는 일본에 협력했던 이들이 ‘강압에 의해 그랬을 뿐’이라고 쓰고 있다. (현재 한국의 전문가 집단과 엘리트 관료 중 다수는 일제 식민통치에 협력했던 가문 출신들이다.) 학자들, 노조들, 교사들은 박근혜가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며 비난해왔다.

아베와 박은 모두 전쟁이나 (친일) 부역에 민감한 가족적 배경을 갖고 있다. 일본의 패전 이후 연합국은 아베의 조부인 기시 노부스케를 A급 전범으로 체포했다. 박의 아버지 박정희는 식민통치 시기 일본군의 장교였으며 1962년부터 1979년까지 남한의 군사독재자였다. 두 나라에서 역사 교과서를 개정하려는 이런 위험한 시도들은 역사의 교훈을 위협하고 있다.

 

Politicians and Textbooks

Both Prime Minister Shinzo Abe of Japan and President Park Geun-hye of South Korea are pushing to have high school history textbooks in their countries rewritten to reflect their political views.

Mr. Abe has instructed the Education Ministry to approve only textbooks that promote patriotism. He is primarily concerned about the World War II era, and wants to shift the focus away from disgraceful chapters in that history. For example, he wants the Korean “comfort women” issue taken out of textbooks, and he wants to downplay the mass killings committed by Japanese troops in Nanking. His critics say he is trying to foster dangerous nationalism by sanitizing Japan’s wartime aggression.

Ms. Park is concerned about the portrayal of Japanese colonialism and the postcolonial South Korean dictatorships in history books. She wants to downplay Korean collaboration with the Japanese colonial authorities and last summer pushed the South Korean Education Ministry to approve a new textbook that says those who worked with the Japanese did so under coercion. (A majority of professionals and elite civil servants today come from families that worked with the Japanese colonizers.) Academics, trade unions and teachers have accused Ms. Park of distorting history.

Mr. Abe and Ms. Park both have personal family histories that make them sensitive to the war and collaboration. After Japan’s defeat in the war, the Allied powers arrested Mr. Abe’s grandfather, Nobusuke Kishi, as a suspected class A war criminal. Ms. Park’s father, Park Chung-hee, was an Imperial Japanese Army officer during the colonial era and South Korea’s military dictator from 1962 to 1979. In both countries, these dangerous efforts to revise textbooks threaten to thwart the lessons of history.

 

14. 01. 15.

 

 

 

P.S. 한번 더 관심을 갖게 되는 책은 한홍구의 <유신>(한겨레출판, 2014)과 함께 강상중, 현무암의 <기시 노부스케와 박정희>(책과함께, 2012)다(많은 비밀을 풀어준다). 전인권의 <박정희 평전>(이학사, 2006)도 <유신>의 배경으로 다시 읽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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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자 경향신문의 '뉴 파워라이터' 연재는 철학자 진태원 교수(알라딘 발마스님)와의 인터뷰다. 예전에 진 교수가 교수신문에 실은 칼럼 '철학을 공부하고 싶다는 K군에게'를 옮겨놓은 적이 있는데(http://blog.aladin.co.kr/mramor/4360795). 그 뒷얘기도 질문에 포함돼 있기에 옮겨놓는다. '더 비관적'이란 견해가 눈길을 끄는데, 사실 밖에서 보는 것과 다르진 않다. 예비 철학도들에게는 유감스럽겠지만, 자신이 어떤 길 위에 놓여 있는지는 알고 들어서는 게 좋겠다.   

진 교수는 2010년 말 ‘철학을 공부하고 싶다는 K군에게’라는 공개 편지글을 쓴 적이 있다. 그는 K군에게 서울대 학부 출신이 아니거나 영미권 유명 대학원에 진학할 만한 경제적 능력이 없다면 인문학, 특히 철학은 하지 말기 바란다며 다른 길로 가라고 조언했다.

 

- 지금도 같은 조언을 하겠는가.

 

“더 비관적이다. 한국 대학원에 가는 것은 외국 대학원에 가기 위해 외국어 배우는 과정에 불과하다. 석사과정만 있는 셈이다. 한국에서 깊이 연구하고 서로 경쟁하는 학풍, 학파가 생길 수 없다. 서양에서 공부한 분들은 미국, 독일, 프랑스가 내 나라인 것처럼 착각한다. 독일 철학은 그 나라의 역사 흐름, 지적 배경에서 나온 것이다. 그 나라 현실 문제를 신음하다 나왔다. 그것을 ‘나의 철학’, ‘우리 철학’이라고 생각하면 한국에서 일어난 사건 또는 삶 문제에 무관심하게 된다. 학문 공론장이 없다는 게 문제다. 문제를 사고하고 실천적 해법을 제안하는 일이 힘들다. 대학 교수도 기업 직원 같은 처지가 됐다.”

 

 

진 교수는 향후 계획을 묻는 질문에 “스피노자에 관한 박사논문을 더 보완해 책으로 내야 한다. 2007년에 출판사와 계약했는데 아직 못 썼다(웃음). 스피노자, 데리다 연구나 번역을 더 하고 싶다. 발리바르 책도 3권을 계획 중"이라고 답했다. 말이 나온 김에 덧붙이자면, 진 교수가 옮긴 데리다의 <마르크스의 유령들>이 절판된 지 오래 됐다. 다시 나오길 기대한다...

 

14. 0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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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에서 극단 '코끼리 만보'의 연극 <말들의 무덤>을 보았다. 한국 전쟁기 민간인 학살 문제를 다룬 작품으로 창작노트에 따르면 "민간인 학살의 순간들을 직간접적으로 겪고 견뎌야만 했던 생존자들의 증언과, 학살의 순간을 바라본 또 다른 타자들의 증언, 사진 등의 이미지 증언을 토대로 구성된 연극"이다. 역사의 상처에 대한 윤리적 책임과 그 연극적 형상화라는 미학적 물음을 다양한 방식으로 제기하고 있어서 인상적이었다. 지난주에 주간경향에서 읽은 리뷰는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말들의 무덤>은 한국전쟁 중에 일어난 양민학살을 목격한 증언자들의 녹취록을 바탕으로 그동안 침묵되었던 역사를 연극적으로 복원한 작품이다. 이를 위해 이들은 먼저 전쟁이란 거대한 역사적 사건의 이면에 ‘사라져간 사람’과 ‘사라짐을 목격한 사람’이 있었음에 주목한다. 한국전쟁 기간 중 소리 없이 사라진 존재들과 이들의 죽음을 목격한 채 살아가야 했던 수많은 사람들의 말과 기억을 현재의 시간, 그리고 무대라는 공간 속에서 복원하고자 하는 것이다. 때문에 작품의 구성 역시 서사적인 이야기로 풀어내는 것이 아니라 한국전쟁 양민학살 목격 녹취록을 13명의 배우들이 재현하는 것으로 이루어져 있다. 즉, 21세기를 살아가는 배우 자신이 한국전쟁 중 죽어간 사람들을 그들의 ‘말’로 기억하고 복원해내는 구성이다.

이 작품을 위해 배우들은 진실화해조사위원회가 보유하고 있는 방대한 인터뷰 자료와 녹취록을 조사, 연구했고 이를 바탕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자신의 말’로 다듬어내는 긴 과정을 거쳤다. 단순히 배역을 맡고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배우 스스로의 적극적인 의지와 능동적인 참여를 필요로 하는 이러한 방식은 공동창작을 지향하는 극단 코끼리만보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오랜만에 공연되는 이들의 신작 <말들의 무덤>은 비록 느린 발걸음일지언정, 삶 자체를 재현하는 연극보다는 삶의 틈새와 여백, 삶에서 채워지지 않은 앙금 같은 것을 무대에 그려내고자 하는 극단 코끼리만보의 묵직한 행보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9월 6일부터 15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김주연_연극 칼럼니스트)

 

팸플릿에는 작품에서 인용된 녹취록과 사진, 영상 등의 출처가 밝혀져 있는데, 그 중 몇 권을 같이 모아놓는다. 제대로 된 역사교육을 위해서라면 이런 연극이야말로 단체관람이 필요하다...

 

 

 

13. 09.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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