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대학원신문의 한 기사를 학술저널 담비에서 옮겨온다(http://www.dambee.net/news/read.php?section=S1N5&rsec=&idxno=10777). 점심을 먹고 커피도 마신 뒤라 잠시 '여흥' 삼아 읽은 '춤' 관련기사이다. 젊은 세대들에겐 왕가위의 영화 <해피 투게더>로 각인된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춤, 탱고의 문화사를 잠시 짚어주고 있는데, 가난한 이민자들의 애환이 탱고에는 서려 있다는 걸 알게 한다(비슷한 근대화를 경험한 우리에겐 왜 이런 춤이 없는지 문득 궁금해진다). 그냥 캬바레 춤이 아닌 것이다. 생각해보니 우리에겐 자유만 부족한 것이 아니라 춤도 부족하다... 

고려대 대학원신문(147호) 아르헨티나 근대문화로서의 탱고

부에노스아이레스는 항구도시다. 항구도시는 물질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문화의 집결지라는 특성이 있다. 또한 외지인이 빈번하게 드나드는 가운데 이들이 경험하는 서러움과 고독, 향수 등이 풍요로운 문화를 낳기도 한다. 뉴올리언스 항에서 재즈가 탄생한 것이 그렇고, 리버풀이 비틀스를 탄생시킨 것이 그러하다. 부에노스아이레스처럼 외지인의 유입이 국가 정책적으로 이루어진 곳이라면 더할 나위가 있을까. 탱고는 바로 이 부에노스아이레스 항구, 그 중에서도 가장 남쪽 하구였던 보카에 정착한 이민자들 사이에서 탄생했다.

19세기 후반의 아르헨티나는 근대국가로 자리잡기 위해 박차를 가하던 시기였다. 국가헌정을 수립하고 유럽인이민정책 및 무상 공교육제도를 통해 공화국을 ‘문명화’하는 것이 실증주의자였던 이 시기 통치자들의 최대목표였다. 이민정책의 첫 번째 목적은 인디오를 축출한 지역에 사람을 거주시킴으로써 광활한 대지를 개척하고자 함이었지만, 유럽인의 유입이 선진적인 문명을 도입하는 데 기여하리라는 계산도 있었다. 통치자들은 ‘유럽화’를 곧 ‘문명화’와 동일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렇게 들어온 이민자들은 부유한 유럽국의 중산층이 아니라 가난한 남유럽 출신의 하층민들이었다. 특히 내 소유의 땅을 갖겠다는 꿈을 안고 온 남부 이탈리아의 농민들이 상당수였다. 돈을 벌겠다고 떠난 엄마를 찾아나선 이탈리아 소년의 이야기인 <엄마 찾아 삼만리>도 이 역사를 배경으로 한 것이다. 그러나 이민자들은 뿌리깊은 대토지 소유제 때문에 꿈을 이루지 못하고 대부분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일용 잡부로 전락했다. 이민자들이 주로 정착한 곳은 보카 지구였다. 남아메리카와 유럽을 잇는 주요 하구였던 보카는 일용직을 구하기 쉬웠기 때문이었다.



고달프고 서러운 항구의 노동은 태양이 서쪽 지평선으로 사라질 즈음에야 끝이 나고, 어둑한 선술집에서 서민적인 음악을 들으며 술잔을 기울이는 것으로 이민자들의 고단한 하루가 또 저문다. 때로 여흥으로 술파는 여인들과 춤을 추기도 한다. 대부분 돌아갈 것을 기약하고 가족을 두고 온 남자들이거나 미혼이었던 이민자들은 이 여인들과 외로움을 달래기도 한다. 이렇게 탱고는 향수에 시달리던 이민자들과 몸 파는 여자들 사이의 춤에서 비롯되었다.

하층민의 춤으로 탄생한 탱고는 처음에는 부에노스아이레스 안에서도 보카 지역에만 머물러 있었다. 유곽에서 탄생했다는 원죄 때문이었다. 더구나 춤을 춘 사람들이 대개 유럽에서 온 이민자들이었고, 당시에 이민자들에 대한 토착인들의 편견과 증오심이 팽배해 있던 상황을 고려하면 토착 아르헨티나인들이 탱고에 대해 느꼈을 거부감이 충분히 짐작된다. 서로 몸이 스치고 다리를 교차시키기도 하는 춤 동작이 외설스럽다고 여기기도 했거니와 빈민촌에서 탄생한 춤이다보니 더더욱 아르헨티나 상류층은 탱고를 경멸했다.

그러던 탱고가 유럽에 전파된 것은 유명한 탱고 작곡가들이나 빈민촌을 드나들며 탱고를 배운 일부 부유층 남자들이 유럽 여행을 통해 선보이기 시작하면서였다. 유럽 대륙은 탱고의 에로틱한 춤 동작에 열광적인 반응을 보였다. 당시 유럽 사교춤에는 탱고처럼 남녀가 몸을 가까이 맞대는 예가 없는 데다 탱고가 남미의 끝자락에서 건너온 춤이라는 이국성도 매력적이었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탱고가 유럽 상류층의 호응을 받자 탱고를 저속하고 수치스러운 춤이라고 배척하던 아르헨티나 상류층의 태도에도 변화가 생겼다. 유럽으로 수출되었던 탱고가 다시 아르헨티나로 역수입되는 기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탱고의 확산은 아르헨티나 정치 지형의 변화와도 맞물려 전개되었다. 1912년 보통선거법이 제정되고 하층민들도 투표권을 갖게 되면서 중하류층을 대변하는 급진시민당의 후보가 대통령이 되었다. 이렇게 하류층의 참정권이 보장과 급진당 세력의 확산의 결과 하류층 문화도 제도권으로 진입하기 시작했다. 탱고의 확산도 이러한 사회적 수용의 분위기에 힘입었음은 물론이다.

탱고는 근대국가 아르헨티나가 그 정체성의 기초를 마련하던 시기의 문화 산물이다. 탱고가 탄생한 곳은 도시와 농촌이 만나는 접경지대, 이민자와 크리오요 사이의 갈등이 상존하던 빈곤의 공간이었다. 부에노스아이레스라는 대도시 문명과 크리오요 농촌 전통 사이에 존재한 근대적 삶의 긴장이 탱고를 낳은 것이다. 탱고의 탄생지인 빈민촌, 그 변두리 공간은 바로 근대화 시대의 산물이다.

부에노스아이레스가 겪은 근대화, 도시화, 유럽화의 역사가 없었더라면 탱고라는 춤은 발생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혹은 부에노스아이레스가 연방수도로 변모하지 못하고 일개 주(州) 수도에 머물렀더라면, 탱고 또한 한 지방의 민속음악에 머물러 있었을 것이다. 19세기 말의 부에노스아이레스, 세계화되어가던 연방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가 있었기에 탱고의 탄생이 가능했다는 뜻이다. 근대도시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모든 욕망과 애환은 바로 탱고 속에 오롯이 담겨있는 것이다.(조영실/ 서울대학교 서어서문학과 강사)

08. 06. 16.

P.S. 탱고하면 <해피 투게더> 말고도 떠오르는 영화는 많다. 먼저, 샐리 포터가 감독과 주연을 맡은 <탱고 레슨>. 일단은 스텝이라도 배워야 출 것 아닌가? 그녀가 파블로 베론과 추는 탱고는 http://kr.youtube.com/watch?v=yi1dprxgEz8 에서 볼 수 있다. 영화 <여인의 향기>에 나오는 알파치노의 탱고도 너무 유명하니 빼놓을 수 없겠다(http://kr.youtube.com/watch?v=dBHhSVJ_S6A). 아니 더 거슬러 올라가자면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도 있군(http://kr.youtube.com/watch?v=qX_4A6d_Q-U). 내친 김에 <해피 투게더>의 한 장면까지(http://kr.youtube.com/watch?v=ea1pM0qhudI).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밤거리를 피아졸라의 음악과 함께 잠시 둘러보아도 좋겠다...


댓글(3)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연두부 2008-06-16 22:26   좋아요 0 | URL
덕분에 '여인의 향기' 동영상 감사하게 다시 볼 수 있었네요...

로쟈 2008-06-17 00:29   좋아요 0 | URL
^^

노이에자이트 2008-06-18 23:32   좋아요 0 | URL
아스트로 피아졸라의 오블리비옹...좋죠.
 

어젯밤에 읽다가 눈물이 난 기사를 옮겨놓는다. 쇠고기가 아니라 중국의 지진 참사에 관한 것이다. 사망자수가 5만명을 넘어섰다는 얘기도 들려오는 만큼 안타까운 사연들이 없을 수 없다. 기사는 그 중 세 사람이 남긴 유언을 전하고 있다. 중국은 이미 국가적인 애도에 나섰다. 측은지심이 국적을 가릴 수는 없는 노릇이며, 삼가 희생자들의 명복을 빈다... 

한겨레(08. 05. 23) ‘지진처럼 가슴 뒤흔든’ 유언들…중국이 울었다

“엄마 아빠 미안해요. 저 없이도 행복하게 사시길 바래요.” “사랑하는 아가야! 네가 살아난다면, 내가 널 사랑했다는 걸 꼭 기억해주렴.” “나는 꼭 살 거야. 나의 가장 큰 소원은 당신과 소근거리며 평생을 함께 하는 것이야.” 지진의 폐허 속에서 발견된 애절한 ‘유언’들이 13억 중국인들의 가슴을 뒤흔들고 있다. 콘크리트 더미에 깔려 숨이 잦아드는 상황에서 마지막 생기를 모아 사랑하는 이들에게 남긴 희생자들의 글은 거대한 지진이 돼 눈물샘을 자극하고 있다.

■ 엄마 아빠 미안해요 처음엔 아무런 글자도 보이지 않았다. 종이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것이었다. 뿌연 먼지가 낀 게 콘크리트 더미에서 방금 나온 듯했다. 20일 베이촨중학교에서 실종자를 찾던 구조대원들은 그런 종이조각을 든 채 고개를 떨군 교사가 의아할 뿐이었다. 의아함은 곧 전율로 바뀌었다. 교사가 종이조각을 햇빛에 비추는 순간, 나뭇가지 끝과 같은 날카로운 것으로 꾹꾹 눌러 새긴 글자의 흔적이 보이기 시작했다. 매몰됐던 학생이 연필이나 볼펜을 구할 수 없는 상황에서 남긴 유언이 분명했다. 이 글을 남긴 학생은 이 학교 1학년 1반 장둥화이였다. 붕괴된 건물에 갇혀 사투를 벌이던 그는 부모에게 짤막한 유언을 남겼다. 자신이 없어도 행복하게 살기를 바란다는 아들의 마지막 편지를 본 부모는 억장이 무너져 그 자리에서 주저앉고 말았다.

■ 사랑하는 아가야 13일 베이촨의 한 무너진 가옥에서 구조대원들이 그를 발견했을 때, 그는 마치 절을 올리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무릎을 꿇고, 윗몸을 구부린 채, 두 손으로 몸을 지탱하고 있었다. 위에서 쏟아져내린 건물 잔해에 짓눌린 탓인지, 허리가 많이 무너져 있었다. 그는 이미 숨이 끊어진 상태였다. 그가 결사적으로 품고 있던, 노란 꽃무늬가 그려진 빨간 포대기에선 3~4개월된 아기가 상처 하나 없이 새근새근 숨쉬고 있었다. 한 의사가 그의 품을 헤쳐 포대기를 들어올리자 아기는 곤한 듯 잠에 빠져들었다. 포대기에서 휴대전화가 삐져나왔다. 의사는 무심결에 휴대전화를 들어 화면을 봤다. 거기엔 “사랑하는 아가야!”로 시작하는, 젖먹이에게 남긴 엄마의 마지막 메시지가 남아 있었다.

■ 당신과 평생을 함께 하고 싶어 천젠(26)은 15일 베이촨의 한 콘크리트 더미에서 발견됐다. 콘크리트 3개가 시루떡처럼 쌓여 내리누르는 비좁은 틈에서 그는 무려 73시간을 버텼다. 아무 것도 먹지 못하고 빗방울로 겨우 목을 축이는 상황에서도 삶의 의지를 꺾지 않았다. 그는 구조대원들이 다가오자 “나는 세계 최초로 세 덩어리의 콘크리트를 등에 진 사람”이라며, 오히려 구조대원들을 다독이기도 했다. “나는 꼭 살 것이다. 아이가 태어나 아빠가 누군지도 모르게 할 순 없다”는 그의 말에는 비장함까지 어렸다. 당시 그의 아내는 아기를 가진 상태였다. 구조장면을 생중계하던 <중국중앙텔레비전>(CCTV)이 그에게 전화로 아내를 연결해줬다. 그는 숨가쁜 목소리로 “지금 나의 가장 큰 꿈은 당신과 평생을 소근거리며 함께 하는 것이야”라고 말했다. 이게 그의 유언이 됐다. 구조대원들이 10분 뒤 그를 꺼냈을 때, 그는 더는 말을 하지 못했다.(청두/유강문 특파원)

한겨레(08. 05. 23) [세상읽기] 슬퍼할 줄 아는 사회

독일 뮌헨 근교 다하우의 유대인 수용 시설을 보러 가던 길이었다. 열 명 남짓한 청소년들이 담소를 나누며 경쾌한 걸음으로 나를 앞질러 갔다. 열일곱, 열여덟 살쯤 되어 보이는 남녀 학생들은 인솔 교사를 따르고 있었다. 내가 수용소 입구로 들어섰을 때 그들은 추모탑 앞에 반원 형태로 서서 묵념을 올리고 있었다. 내가 추모탑을 둘러본 뒤 안내소 건물로 들어가 기본적인 정보를 얻고 나왔을 때 그들은 추모비 주변에 무릎을 꿇은 자세로 둥글게 둘러앉아 있었다. 서로 손을 잡고 고개를 깊숙이 숙인 자세였는데 놀랍게도 다들 울고 있었다. 환한 대낮에 많은 관광객 앞에서, 뱃속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오열을 숨기거나 과장됨 없이 표현하고 있었다.

나는 그들 뒤에 얼어붙은 듯 멈춰 섰다. 현충일에는 묵념하고 광복절마다 순국선열을 기리는 의식에 참석했지만 그 과정에서 진심으로 울어본 적은 없었다. 빼앗겼던 조국이나 전쟁에서 잃은 삼촌을 위해 울음으로써 슬퍼해야 한다고 배운 적도 없었다. 나중에야 유대 문화에 특별한 애도 전통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애도란 슬픔의 감정을 충분히 느끼고, 그것을 충실히 표현하고, 잃은 대상을 잘 떠나보낸 뒤, 그것을 내면화시키며 성장하는 총체적 과정을 일컫는 말이다. 유대 문화의 애도 매뉴얼을 보면 혈육의 죽음을 맞았을 때 애도자는 충분히 슬퍼할 수 있도록 장례까지 3일 동안 종교적·사회적 의무가 면제된다. 장례 뒤 7일 동안은 집에 머물면서 방문객의 조문을 받고, 떠난 사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장례 후 한 달 동안도 여전히 슬픔을 표현하는 기간으로 정해 머리를 자르지 않고 사회활동을 최소화하고 매일 교회당에 가서 기도한다. 1년이 지나면 떠난 자를 기리는 특별한 의식을 행하고 그 뒤 매년 반복한다고 되어 있다.

한 인간의 정신을 형성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가 특별한 대상과 맺는 애착 경험이라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마찬가지로 그 특별한 대상(사람뿐 아니라 조국·자유·이상·직위 등)을 잃었을 때 그것을 어떻게 애도하느냐에 따라서도 한 사람의 건강과 성장이 좌우된다. 개인뿐 아니라 사회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공동체의 집단 무의식 속에 깃든 박탈의 감정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그 사회의 건강과 성숙도가 결정된다.

현대로 접어들면서 거의 모든 공동체가 전통적인 애도 문화를 폐지하거나 외면했다. 부모를 잃어도 장례식장에서 간단하게 예식을 치른 뒤 슬퍼할 시간도 없이 차를 달려 일터로 돌아간다. 이성과 합리를 중시하는 사회는 슬픔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미성숙한 태도라 여긴다. 거부당한 개인적·사회적 슬픔들은 공동체 내부에 남아 현대 사회를 특징짓는 병리적 징후로 드러나고 있다. 슬퍼하지 못하는 사회는 폭력적으로 변한다.

내가 철들면서부터 들어온 친일파 문제를 아직도 듣는 이유는 잃은 조국에 대한 분노와 상실감이 제대로 애도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일본이 생각날 때마다 한 번씩 독도가 자기네 영토라고 주장하는 행위는 패전의 상실과 좌절감이 제대로 애도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과거사를 청산한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그 말의 가장 본질적인 의미는 애도하기가 아닐까 생각하곤 한다. 공동체 구성원의 집단 무의식 속에 자리잡은 박탈의 감정을 충분히 경험하고 표현하고 떠나보낸 다음 성숙한 변화를 모색하는 일이 아닐까 싶다. 중국 정부가 쓰촨성 지진 희생자들을 위해 3일간 애도 기간을 정했다. 삼가 고인들의 명복을 빈다.(김형경 소설가)

08. 05. 23.


댓글(7)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마노아 2008-05-23 17:45   좋아요 0 | URL
우리 사회가 슬퍼해야 마땅한 때에 슬퍼할 줄을 모르는 감정장애를 겪고 있는 것 같아요. 삼가 고인들의 명복을 빕니다...

로쟈 2008-05-24 14:27   좋아요 0 | URL
애도 기간에 게임을 할 수 없게 됐다고 PC방에서 욕설을 퍼부어대는 중국 여성도 있더군요...

마늘빵 2008-05-23 18:33   좋아요 0 | URL
마땅히 분노할 것에 대해 분노하고, 슬퍼할 것에 슬퍼할 줄 아는 사회가 되어야 합니다. 우리도.

로쟈 2008-05-24 14:27   좋아요 0 | URL
대리 분노, 대리 슬픔에 익숙해져가고 있는 게 문제지요...

2008-05-24 11: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쟈 2008-05-24 14:26   좋아요 0 | URL
네, 생각할 때마다 눈물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L.SHIN 2008-05-26 23:51   좋아요 0 | URL
네, 슬퍼할 줄 아는 사회, 애도할 줄 아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국내외적으로 어수선하고 심신도 피로하여 좀 쉬려고 했는데, 다른 날도 아니고 5.18에 올라온 기사 하나가 눈에 밟힌다. '국민화합을 위한 특별기도회'에서 조용기 목사가 했다는 설교를 요약해주고 있는 기사다. 한국의 대형교회들 또한 광우병 만큼이나 경계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걸 새삼 일깨워준다(달리 종교가 아편이겠는가).

노컷뉴스(08. 05. 18) "광우병 괴담은 사탄의 계략"

조용기 원로목사(여의도순복음교회)가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주최로 18일 서울 시청 앞에서 열린 '국민화합을 위한 특별기도회'에 설교자로 나서 "광우병 괴담은 국민에게 불안감을 주기 위한 사탄의 계략"이라고 지적하고 "대통령을 믿고 따르며 기도로 지원하자"고 주장했다. 다음은 '두려움과 형벌'이란 제목으로 전한 조용기 목사의 설교 내용이다.

■ 설교 요약
성경의 '욥기'에 보면 '어느 날 두려워하고 걱정하니 재앙이 임했다'고 말한 구절이 있다. 욥은 많은 재산과 재물도 잃고 온몸에 종기도 났다. 그때 욥은 "나의 두려워하는 것이 나에게 임하고...고난만 남았구나"라고 탄식했다. 이것이 바로 도적질하는 마귀가 하는 짓이다. 마귀가 좋아하는 것은 '부정적인 상상'이다. 욥도 얼토당토않은 부정적 생각하다가 그대로 재앙이 일어났다. 마음에 무서워하고 불안해하면 그것이 생활에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럴 땐 "원수귀신아 물러가라!"라고 대적해야 한다. 바로 오늘처럼 모여 기도하며 대적해야 한다. 비가 오는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모여 간구하는 것이 바로 기도인 것이다. 오늘의 여러분의 간구를 통해서 축복이 오게될 것이다. 우린 항상 긍정적인 말을 해야한다. 예수가 있으므로 희망이 있고 두려움은 없다.

한국에 '광우병 공포'가 몰아닥치고 있다. 매스컴에 의해 과장되고 있다. 광우병 공포는 가정과 생활에 공포를 일으키기 위해 계획된 것이다. 사람의 마음속에 공포가 들어가면 이성이 마비되고 패배하는 것이다. 무엇 때문에 광우병 공포가 매스컴을 통해 이렇게 야단법석인가? 국민의 불안만 가속되고 있다. 한우고기까지 못 먹고 있다. 병보다 마음에 일으키는 공포가 더 무서운 것이다. 광우병 괴담은 병 자체보다 공포를 일으켜 우리를 패배시키려는 마귀의 계략인 것이다. 광우병 괴담은 또, 미국과 우리나라를 이간질하려는 정책이다. 우리는 미국과 교역하며 잘 살게 된것이다. '미국 물러가라!'고 하면 우리가 낙후될 뿐이다.

그리고, 광우병으로 공포심을 일으키려는 것은 현 정부를 무력화시키려는 것이다. 이것은 국민들이 결국 손해를 보는 것이다. 민주주의 절차에 의해 대통령 뽑았으면 지켜봐줘야 한다. 이같은 배후에는 특정 방송과 신문이 편파 보도로 반미사상, 정권 무력화를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두려움 방치하면 재앙이 온다. 그럼, 우린 광우병에 대처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하나? 전문가와 과학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한다. 뜬 소문에 의한 소문, 근거없는 괴변에 귀를 기울여서는 안된다. 제가 아는 바로는 '전문가들은 미국소 먹어서 광우병 걸릴 확률이 없다'고 했다고 한다. 전문가들이 괜찮다면 그런 줄 알아야한다. 내가 아는 미국 변호사가 '미국의 많은 한국교포가 미국 소고기를 먹었는데도 광우병 걸린 사람 하나도 없다'고 했다.

광우병 괴담에는 배후가 있다. 투쟁이념을 가진 단체들이 국민을 선동하지 말아야한다. 특정 매스컴은 왜 옛날 필름 보여주고 또 보여서 불안감을 가중시키는가? 초, 중학생이 무엇을 아는가? 그들을 충동해서 밤에 벌벌떨며 나오게 한 것이 참된 이념인가? 우리는 감정을 가라앉혀야 한다. 우리가 대통령을 안믿고 어떻게 살아가겠는가? 대통령이 된지 석달도 안됐는데 어찌나 비난을 하는지 민망해서 볼 수가 없다. 이는 시집온 지 석달도 안된 며느리에게 왜 아들을 낳지 못하냐고 하는 것과 똑같은 것이다. 우리가 뽑은 대통령을 1년은 보고 이야기 해야 한다.

예전 박정희 대통령이 월남전에 우리 군을 파병하기 전에 기도부탁을 해왔다. 박 대통령은 "파병을 하면 우리의 많은 젊은이가 죽을텐데 마음이 너무 괴롭습니다. 나라를 생각하면 파병해야겠고 젊은이를 생각하면 하지 말아야겠으니 마음이 아픕니다"라고 한 적이 있다. 이렇게 예수 믿지 않는 박정희 전 대통령도 국민을 걱정했는데, 하물며 예수 믿는 장로가 국민을 못살게 할 리가 있겠는가? 대통령을 믿고 기도로 밀어주는 여러분들이 돼야겠다.

아마 날 욕할 사람들 많을 것이다. 나는 어떤 편도 아니다. 하나님 편이다. 우리 민족의 안정을 위해 현 정부를 짓밟지 말고 협력해야 한다. 하나님은 사망의 골짜기로 다닐지라도 우리를 인도해주실 것이다. 오늘 주님과 대통령의 지도력을 믿고 기도하는 여러분 되길 기원한다.(조혜진 기자)

08. 05. 19.

P.S. 설교 요약을 읽으면서 한국교회의 고질인 '미국 제일주의' 혹은 '종미주의'를 다시 확인하게 되는데, 오전에 읽은 기사에도 이 문제를 지적한 것이 있어서 옮겨놓는다.

고뉴스(08. 05. 18) '종미(從美)파'가 쇠고기 파국 불렀다

쇠고기 협상은 들춰내면 들춰낼수록 그악하다. 협정문 곳곳에 독소조항이 진을 치고 있고, 그 독소조항을 들여다보면 SRM(광우병위험물질)이 그득하다.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해도 우리가 수입 중단 조치를 취할 수 없다는 협정을 맺은 것은 나라의 주권을 포기한 것이나 진배없다. 거기에 협상 과정에서 영문 번역이라는 치명적 실수까지 더해져 도대체 협상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이런 중대한 실수를 저지를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또한 정부가 쇠고기 협상의 유일한 근거로 내세우는 OIE(국제수역사무국) 기준도 철저하게 준수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SRM이 들어간 꼬리곰탕이나 티본스테이크, 수육(삼차신경절)을 먹을 가능성이 커졌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이번 쇠고기 협상은 이명박 대통령과 국무위원 그리고 청와대 내 이른바 ‘종미(從美)파’ 참모들이 주도한 작품이다. 청와대 곽승준(국정기획), 김중수(경제), 김병국(외교안보), 박재완(정무), 이주호(교육과학) 그리고 사퇴한 박미석 전 사회정책수석까지 모두 미국 박사 출신으로 이들은 한미동맹 강화를 외교·안보의 핵심가치로 여기고 있다. 국무위원들 가운데 강만수(재정경제), 이윤호(지식경제), 김성이(보건복지), 정종환(국토해양) 장관등이 대표적인 미국 유학파들로 이들은 교육·의료·환경 등 각종 정책 입안과정에서 미국식 모델을 벤치마킹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1급 이상 핵심 보직자들의 절반이 해외에서 유학이나 연수를 했고, 그중에 72%가 ‘미국파’다. 특히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정권 핵심 멤버들은 전 정권에서 ‘동맹파’로 불리는 사람들보다 한 발 더 나가 있는 ‘종미파’ 사람들로 한미동맹 강화를 통해 국제관계 뿐만 아니라 남북문제 나아가 우리의 국방과 경제적 문제도 풀어야 한다는 가치관을 공유하고 있다. 한 마디로 ‘미국 제일주의’다.

쇠고기 협상은 미국 우선, 미국 제일주의이라는 정책의 연장선상에 비롯됐다. 지난 정부부터 수년을 끌다시피 해 온 한-미 쇠고기 협상이 협상시작 불과 일주일 만에 끝나버린 상황은 국민들에게는 놀랍기 그지없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내막을 살펴보면 이명박 정부는 출범 전부터 한미관계에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쇠고기 문제를 화끈하게 풀어주려 했고 이를 총선 뒤 끝낼 공산이었음을 보여주는 정황은 곳곳에서 포착된다.

국민들에게 경제살리기에 대한 높은 기대만 잔뜩 품어준 상태에서 단시간 내 가시적인 효과를 내려면 한미FTA 비준을 연내 관철시켜야 하고, 그러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쇠고기 문제를 될 수 있는 한 빨리 끝내야 한다는 조급증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 과정에서 ‘검역 주권’과 ‘국민 생명권’은 도외시 됐다.

지난 8일 청와대 수석들은 이례적으로 청와대 춘추관을 찾아와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익명으로 처리해 줄 것을 부탁한 이들 청와대 참모들은 “쇠고기 문제가 정치사회적으로 이렇게 큰 영향을 미칠 것에 대해 준비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광우병 문제는 아예 생각지도 못했다며 “송구스럽다”고 했다. 그러나 우리 측의 쇠고기 문제 해결로 미국에서 연내 한미FTA 비준이 가능할 것이라는 희망을 드러냈다.

그러나 퇴임을 목전에 둔 부시 대통령과 행정부가 FTA 비준을 의회에서 통과시키기에는 한계가 뚜렷하다. 민주당의 유력 대선 주자인 오바마와 힐러리는 한미FTA에 반대하고 있다. 이명박 정권은 이런 여러 현실적 조건들을 다각적으로 계산하지 않은 채 일방적이고 단순하게 ‘모 아니면 도’식으로 접근, 사태를 그르쳤다. 주체성이 결여된 이러한 ‘대미 추종’은 쇠고기 협상과 같은 굴욕적이고 비참한 결과를 초래했다.

과도한 ‘종미주의’는 남북관계도 틀어지게 만들었다. 정권 출범과 함께 남북대화는 단절됐고, 우리는 북한에 대해 아무런 발언권도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이러는 사이 미국은 북한과 더욱 적극적으로 대화를 시도, 조만간 북핵문제가 완전히 타결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국은 다음달부터 50만 톤의 식량을 북한에 지원키로 했다. 우리는 매년 해왔던 식량 지원을 중단했는데 오히려 미국은 지원하는, 이상한 사태가 전개되고 있다. 북한은 ‘통미봉남(미국과 통하고 남한은 봉쇄)’ 수순에 돌입, 미국과만 상대하면서 남한을 배제시키고 있다. 이제야 이명박 정부는 안절부절 북한에 대화를 제의하는데 이것도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다.

쇠고기 협상의 후폭풍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듯, 1개월 앞 정세도 파악 못하는 정권의 무지와 철학의 빈곤함을 그대로 노출시키고 있다. 무모한 대미(對美) 질주는 이웃한 중국에게도 거리감을 심어주고 있다. 현재 중국은 이명박 정권이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MD(미사일방어계획) 참여 계획 등 미국이 주도하는 질서에 적극편입하려는 움직임에 강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이 모두 정권 핵심에 ‘자주파’가 사라짐으로써 생긴 일들이다. 자주파와 동맹파가 힘의 균형을 유지할 때 이명박 정부가 표방하는 ‘실용주의’도 가능하다. 이명박 정권이 쇠고기 파문에서 교훈을 얻지 못한다면 비극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김성덕기자)


댓글(26)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Mephistopheles 2008-05-19 01:53   좋아요 0 | URL
한시름 놨습니다. 30개월 이상 수입분은 어마어마한 규모를 자랑하는 순복음교회에서 처리해 줄 껍니다..^^

로쟈 2008-05-19 10:34   좋아요 0 | URL
기도로 SRM을 물리치려는지...

웽스북스 2008-05-19 01:55   좋아요 0 | URL
심각하네요 -_-
안그래도 오늘 갔던 모임 중 한 분이 오늘 새문안 교회에서 예배를 드렸는데,
거기 장로님께서 기도하시길

사탄이 우리 아이들을 빨갱이로 만들려고 하고 있다
뭐 이런 기도를 하셨다고해서 깜짝 놀랐는데

오호 통제라입니다-_-

멜기세덱 2008-05-19 03:20   좋아요 0 | URL
그래도 사탄이 맹박이 보단 낫네요.
광우병 걸려 죽는것보단, 빨갱이 되는 게 낫지.....암.....ㅋㅋ

로쟈 2008-05-19 10:35   좋아요 0 | URL
이런 행태들 때문에 한국 교회에 대한 혐오를 지우기 어렵습니다...

마늘빵 2008-05-19 09:09   좋아요 0 | URL
어이쿠 저분은 심심할때마다 한번씩 나와서 종교집회를 여신다니까요. -_- 좀 이제 집에 들어가지.

로쟈 2008-05-19 10:33   좋아요 0 | URL
단테의 <신곡>에 보면 교황들도 다수 지옥에 가 있죠...

Arch 2008-05-19 09:15   좋아요 0 | URL
친미가 아니라 종미군요. 짜고치는 고스톱도 아니고.

로쟈 2008-05-19 10:33   좋아요 0 | URL
대한민국 기득권층의 현주소 같습니다...

반딧불이 2008-05-19 10:50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저분이 MB의 늙은 불독이군요. "우린 광우병에 대처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하나? 전문가와 과학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한다." <- 도대체 이분의 전문가와 과학자는 누군지....

stella.K 2008-05-19 11:38   좋아요 0 | URL
까깝하네요. 다윗왕을 가르쳤던 나단 선지자 같은 목사는 없는가 보네요.
장로란 이유만으로 목사가 같은 편이 되면 안되는 건데...ㅜ.ㅜ

로쟈 2008-05-20 22:40   좋아요 0 | URL
가재는 게편이죠...

리기다소나무 2008-05-19 16:44   좋아요 0 | URL
광우병괴담은 사탄의 괴략이란 말은 소를 수입하는 건 명박이니까 명박이가 하나님??
사탄이랑 맞서서 이겨라 30개월된 쇠고기먹고 명박이 이겨내삼~
30개월쇠고기먹고 명박이 이겨내삼~ 30개월쇠고기먹고 명박이 이겨내삼~

로쟈 2008-05-20 22:40   좋아요 0 | URL
할렐루야!..

섬나무 2008-05-19 18:45   좋아요 0 | URL
종교란 저렇게 천박하게 쓰려고 인간이 개발한 정치도구지요.대체 나라가 어떻게 되돌아가는 건지 모르겠어요. 6월 4일이 보궐선거라던데 투표권자들이 미친 정부에 브레이크를 걸어주기를 고대해보는데, 정말 갑갑한 현실입니다.

로쟈 2008-05-20 22:39   좋아요 0 | URL
종교의 다른 용도도 물론 있는데, 한국에서는 주로 좀 천박하게 쓰이는 것 같습니다...

나의왼발 2008-05-19 20:02   좋아요 0 | URL
조용기는 목사도 아니고 악질 종교 사기꾼입니다. 제가 총신대 신학대학원장 하셨던 분을 아는데 그 분도 조용기는 절대 기독교 목사가 아니고 종교 팔아먹는 사기꾼이라고 욕을 하시더군요. 조용기=문선명=조희성=정명석

로쟈 2008-05-20 22:39   좋아요 0 | URL
흠 그렇다면 한국에는 목사님보다 사기꾼들이 더 많은 것 같은데요...

순오기 2008-05-19 20:30   좋아요 0 | URL
흠~ 교회에 장기방학(?)중인 요즘, 오히려 하느님과 가깝다고 느낀답니다~
종교란에 기독교라고 쓰면서도 아직은 목사나 교회를 섬길 마음이 없다지요!
기독교 목사들의 아전인수격인 성경 들이대기에 20년 교회생활에 방학을 선언했죠.
무조건적인 믿음과 기도로, 광우병이나 사탄 빨갱이가 다 물러가면 좋겠군요.^^

로쟈 2008-05-20 22:38   좋아요 0 | URL
무교회 신앙도 있다니까요...

anathema 2008-05-20 00:26   좋아요 0 | URL
조용기의 이런 발언도 한심하지만 기독교의 입장에서 보면 조용기는 이단입니다. 정상적인 그리스도인은 그를 그리스도인으로 인정하지 않습니다. 그의 4차원의 영성이라는 것은 사이비 종교인 신사상 운동(쓰레기 책인 론다 번의 [시크릿]이 추종하는 바로 그것)의 주장을 그대로 베낀 것입니다(이 사실을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것이 문제). 교리적으로 이단입니다. 미국에서는 이미 23년 전에 조용기의 신학이 이단임을 밝힌 책도 발행되었습니다.

로쟈 2008-05-20 22:36   좋아요 0 | URL
이 대회 자체는 한기총에서 주최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조목사가 이단이라면 한기총도 이단이 되는 걸까요?). 그의 발언은 정통/이단이라는 교리 문제 차원이 아니라 상식의 차원에서 보고 싶습니다...

군자란 2008-05-20 17:54   좋아요 0 | URL
저는 누군가를 판단한다는 것은 자기 자신에게도 많은 손해를 준다고 생각합니다.진화생물학이나 현재 물리학관련된 책들을 읽다보면 아직까지도 사실 함부로 판단한다는 것에 많은 두려움을 느낌니다.
종교도 나름대로 현재 가장 큰 권력을 가진것도 단지 무지한 백성들의 책음으로 돌리는 것도 상당히 부담이 되고,종교도 나름대로 효용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조용기 목사가 사기꾼이지는 잘 모르지만 어떤 사실을 큰그림에서 봐야지 작은 것에 집착하다보면 어느 새 진실은 없고 공허함만 남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로쟈 2008-05-20 22:34   좋아요 0 | URL
판단은 어려운 것이지만 동시에 불가피한 것이죠. 이번 발언으로 조목사의 삶 전체를 판단할 의도나 필요는 제가 갖고 있지 않습니다. 다만 발언의 부적절함과 어이없음을 지적할 수는 있는 것이죠. 신자들은 다르게 생각할는지 몰라도...

anathema 2008-05-22 08:57   좋아요 0 | URL
조용기가 이단인 것은 사실이며 얼마든지 증명 가능한 것이고, 한기총이 무식해서 조용기의 정체를 모르는 것입니다. 그리고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조용기는 상식의 차원에서 봐도 문제있는 인간이고, 기독교의 차원에서 봐도 문제있는 인간이라는 것입니다.

로쟈 2008-05-23 00:25   좋아요 0 | URL
제가 보기엔 둘 사이에 별로 차이가 없어 보이는데, 기독교 차원에서는 그렇게 큰 차이가 있나 보군요(하지만 당사자들은 별로 개의치 않는)...
 

외장이 화려하고 값도 어지간한 양서를 뛰어넘는 책들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그런 만큼 양질의 책들이 출간되고 있는지는 의문인데, '외화내빈'의 책들이 드물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번역과 편집 등에서 발견되는 실수와 오류 들이 결코(!) 줄지 않는 것은 유감스러운데 이를 꼬집는 기사가 있어서 옮겨놓는다. 출판에서도 실수나 오류가 '관행'으로 굳어지는 걸 자주 경계할 필요가 있다(물론 사람이 저지르는 게 실수다. 문제는 '태만한' 실수이고 그런 실수의 '구조적인' 방조다). 어느 분야나 가만 앉아있어도 알아서 좋아지는 경우는 거의 없지 않은가.

경향신문(08. 05. 03) [책동네 산책] ‘책 만드는 장인정신’ 아쉽다

존 뮤어(1838~1914)는 미국 국립공원의 아버지로 불리는 환경주의자이자 자연주의 작가다. 지난주 나온 책 ‘나의 첫 여름’(사이언스북스)은 1869년 여름 요세미티 지역을 탐험한 경험을 기록한 책으로 미국 생태문학의 고전으로 칭송받는 작품이다.

호기심에 차서 책장을 넘겨보다가 의아스러운 대목이 눈에 띄었다. 옮긴이의 글에서다. 뮤어가 “당시 미국 대통령이던 아이젠하워를 요세미티로 초청해 이틀간 야영을 같이한 후 아이젠하워가 백악관으로 돌아가 이 지역을 국립공원으로 선포하게 한 사실은 매우 잘 알려진 일화”라고 썼다.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일까. 아이젠하워가 대통령으로 재임한 시기는 1953~61년. 뮤어가 타임머신을 타고 가지 않는 한 그를 만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단순한 실수’라고 보기에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출판사 측은 이 같은 내용을 그대로 담은 보도자료를 내놓았다. 인터넷서점의 책 소개에도 버젓이 올라있다. 허술한 교정·교열 문제는 새삼스러운 게 아니라지만 너무한다 싶었다. 게다가 상대는 국내 유수의 출판사인 민음사의 계열사 아닌가.

그런데 이런 일이 우연히 발생한, 예외적인 경우는 아닌 모양이다. 같은 주 나온 피터 드러커의 ‘경제인의 종말’(한국경제신문). 몇 장 펼치지도 않았는데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 나왔다. 이번에도 옮긴이 해설이다. “ ‘경제인의 종말’ 이후 드러커의 모든 저서들을 분석하고 예측한 것을 시간의 검증을 거쳐 ‘경제인의 종말’에서 다시 분석하고 예측하였다.” 솔직히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됐다. 그 앞 문장에 비슷한 문장이 있긴 했다. 담당편집자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최종교정을 편집장이 봤다며 바꿔준다. 그의 대답이다. “이런, 실수했네요. 앞 문장을 잘못 반복한 것 같습니다.”

이름깨나 날린다는 출판사들이 이 모양이니 무슨 말을 더 해야 할까. 사실 요즘 출간되는 책들 가운데는 과연 교정·교열을 꼼꼼하게 봤나 싶을 정도로 오·탈자와 비문이 심심찮게 발견된다. ‘오·탈자의 발견’은 책읽기의 일상적인 사건이 됐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한 도서평론가는 “이제 그런 일이 너무 많아서 그냥 포기하고 읽는다”고 씁쓸하게 말했다.

뭐가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한 출판인은 “아주 구조적인 문제”라고 잘라 말했다. 출판사들이 ‘양’으로 승부를 내다보니 책을 ‘찍어내는’ 데에만 정신이 팔려서 책에 대한 ‘장인정신’은 뒷전이라는 것이다. 교정·교열 능력을 제대로 갖춘 유능한 편집자들이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지 못하는 출판계 시스템도 문제다. 요즘에는 교정·교열을 아예 외주로 돌리는 출판사도 많아서 편집자가 자신이 내놓는 책의 세부적인 내용을 모르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



최근 문학과지성사가 내놓은 ‘한국문학선집 1900~2000’ 중 작가 김성동씨에 관한 해제에 심각한 오류가 발견된 사실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혹 이 사건이 한국 출판이 자초할 위기를 경고하는 ‘탄광 속의 카나리아’ 같은 게 아닐까. 화려한 장정과 디자인을 앞세운 한국 출판이 정작 속으로는 곪아가고 있다는.(김진우기자)

08. 05. 04.

P.S. 기자의 지적대로 부실한 편집/교정은 현행 출판시스템의 문제이다. 교정/편집자가 전문화되어야 하고 그에 걸맞은 대우가 보장되어야 하지만 현재의 시스템은 오히려 정반대로 가는 듯하다. 양적인 팽창이 질적인 내실을 동반하지 못하는 현실을 언제까지 방치해두어야 하는지 의문이다. 교정/편집의 부실은 사소한 경우라도 책에 대한 신뢰를 치명적으로 잠식하는 수가 있다. 최근의 경험을 들자면, <한나 아렌트의 정치이론과 정치철학>(삼우사, 2008)의 '감사의 글'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폴리티출판사 사람들, 특히 나의 편집자 존 톰슨, 길 모틀리, 데비 세이무어, 팜 토머스 그리고 제니퍼 스피크와 함께 일하는 기쁨을 가졌다. 어떤 저자도 훌륭한 출판인이 되고 싶어하지 않는다...

저자가 출판 편집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는 상례적인 문구이다. 한데, "어떤 저자도 훌륭한 출판인이 되고 싶어하지 않는다"? 역자의 무지야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편집자는 이 대목을 어떻게 그냥 지나칠 수 있었을까? 그것도 책의 두번째 페이지인데(원서로 치면 첫페이지이다!). 이 문장은 "No author could wish a better publisher."를 옮긴 것이다. "어떤 저자도 이보다 더 좋은 출판사를 기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정도의 뜻 아닌가('publisher'는 '발행인'을 뜻하기도 한다). 물론 저자가 상찬하고 있는 건 폴리티출판사(Polity Press), 혹은 그 발행인이다. 그것이 어떻게 "어떤 저자도 훌륭한 출판인이 되고 싶어하지 않는다"로 번역되는 것인지는 미스터리다.   

사소한 한 문장이지만, 이런 대목은 저자/역자나 편집/출판인이 그다지 '훌륭하지 않다'는 걸 암시해준다. 미심쩍어하면서 더 읽어봤지만 아래 대목에 이르면 (역자의 노고에도 불구하고) 원서와 대조하지 않으면 독서의 의미가 없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므로 이 책에서 나는 아렌트의 저작에 있어서 공적 삶과 정치적 생각함 사이의 결합 및 각자가 다른 사람을 아는 방식을 추적하려 한다."(17쪽)

"In this book, then, I attempt to trace out the connections in Arendt's work between public life and political thinking, and the ways in which each informs the other."(4쪽)

여기서 "the ways in which each informs the other"를 역자는 "각자가 다른 사람을 아는 방식"이라고 옮겼는데, 나로선 의외이다. 상식적으로 'each'는 바로 앞에 나오는 'public life'와 'political thinking'을 가리키는 것 아닌가? 저자가 이 책에서 따라가보고자 하는 것은 아렌트의 저작에서 (1)공적인 삶과 정치적 사유간의 관계, 그리고 (2)공적인 삶과 정치적 사유가 서로를 특징짓는 방식, 이다. 나는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한다. 모처럼 소개된 무게 있는 연구서를 반갑게 손에 들 수 없는 건 울적한 일이다...


댓글(17)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노이에자이트 2008-05-04 23:13   좋아요 0 | URL
제가 과외 가르쳤던 학생에게 했던 말...비교급에 부정문 나오는 것 제대로 해야해요.이거 하다가 영어포기하는 사람이 많아요...한나 아렌트 번역 오류를 보다가 갑자기 이 생각이 나네요.

로쟈 2008-05-05 16:59   좋아요 0 | URL
간혹 눈이 믿기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너무도 단순한 오역들이 창궐해서요...

turnleft 2008-05-05 06:41   좋아요 0 | URL
제 생각에는 번역자들이 초벌 번역을 컴퓨터 영한 번역 프로그램으로 돌리는게 아닐까 하는 의구심도 들더군요 -_-+
(제 전공이 컴퓨터공학인데 과 교수님이 개발한 영한 번역기가 있었어요. 거기서 "Time flies like arrow" 를 넣으면 "시간 파리들은 화살을 좋아한다"라고 결과가 나오더라는..;;)

로쟈 2008-05-05 17:00   좋아요 0 | URL
거의 그런 수준의 오역들이 너무 많습니다. 비상식적인...

드팀전 2008-05-05 09:29   좋아요 0 | URL
파하하...시간 파리..

로쟈 2008-05-05 17:00   좋아요 0 | URL
'시적인' 번역이죠...

노이에자이트 2008-05-05 21:59   좋아요 0 | URL
인도네시아를 지배한 폴란드...라고 해서(제프리 배러글러프:현대사의 성격 김봉호 역 삼성문화문고92번)이거 뭔 소리? 했는데 홀란드를 폴란드라고...그리고 리델 하트 전략론(신상초 번역)엔 캠페인이라는 단어가 하도 많이 나와서 이게 뭐야...했는데 군사영어에선 대규모 전투를 캠페인이라고 한다는 걸 알고 실소...아마 번역자는 캠페인은 침뱉지 말자...줄서자...그렇게만 알았던 모양이예요.

로쟈 2008-05-05 23:08   좋아요 0 | URL
'세르비아'를 '시베리아'로 옮기는 등 코믹한 경우들이 적지 않습니다. 시적이고 유머러스한 사례들이죠...

노이에자이트 2008-05-05 22:12   좋아요 0 | URL
아,,,그리고 문지사와 김성동 씨의 갈등은 지금 어떻게 되나요?

로쟈 2008-05-05 23:07   좋아요 0 | URL
보도로는 법정 분쟁에 들어간 상태로 보입니다...

노이에자이트 2008-05-06 00:29   좋아요 0 | URL
김성동 씨 성깔 있는데...제가 문단 뒷이야기...그런 류의 책을 즐겨 읽거든요.적나라한 것 좋아해서...예전에 유신시절 김성동 씨가 스님일 때 결혼식 하객으로 갔는데 주례사하는 김동리 씨가 내내 유신체제 찬양만 하길래 김성동 씨 왈...저러니 늙으면 죽어야지...

로쟈 2008-05-06 13:52   좋아요 0 | URL
ㅎㅎ 언젯적인가요!..

노이에자이트 2008-05-07 00:28   좋아요 0 | URL
만다라 쓰기 전이니까 70년대 중반에서 말 무렵이나 될까요? 우리나라 문인들 중 김동리 문하생들이 많잖아요.이문구 씨도 그렇고 박경리 씨도...그런데 김성동 씨 성향은 김동리 씨같은 강경한 반공하고는 안 맞죠.박헌영을 정통으로 보는 것 같아요.게다가 김동리 씨는 5공 때도 유명했잖아요.이병주 씨와 막상막하였죠.

로쟈 2008-05-07 23:27   좋아요 0 | URL
김동리 사단이라고 했지요. 박경리, 오정희 선생도 다 '문하'인데, 박완서 선생만 예외인가 싶은데요...

노이에자이트 2008-05-09 00:26   좋아요 0 | URL
서영은 씨도 빠질 수 없죠.손소희 씨 타계후 재혼상대였으니까요.제가 소장한 손소희 작품집엔 김동리 씨와 찍은 사진이 있어서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게 합니다.

로쟈 2008-05-09 11:05   좋아요 0 | URL
그러고 보니, 서영은씨는 요즘 작품활동이 뜸하시군요...

노이에자이트 2008-05-09 23:53   좋아요 0 | URL
글쎄요.아직은 작가로는 한창인데요...
 

'피터 싱어 읽기' 리스트를 만들어놓은 김에 관련기사를 찾았다. 작년 봄에 방한했던 것이 기억나서다. <오늘의 세계적 가치>(문예출판사, 2007)에 실린 피터 싱어의 문답강연에 대해 몇 마디 적어놓을까 했지만 시간이 여의치가 않다. 도올인터뷰 기사로 소개를 대신한다.

중앙일보(07. 05. 21) [도올인터뷰] '실천윤리학'의 거장 피터 싱어 교수를 만나다

미국 프린스턴대 석좌교수이자 타임지에서 세계를 움직이는 100인의 한 사람으로 꼽은 피터 싱어(Peter Singer) 교수가 내한했다(본지 5월 18일자 18면 기사 참조). 도올 김용옥 기자가 17일 서울대 호암관에서 그를 만나 점심을 같이 했다. 싱어 교수는 21일 오후 2시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강연을 한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상가로서 우리는 재미있는 대화를 많이 나누었다. 싱어 교수는 보통 철학자들과는 달리 어법이 진솔하고 직설적이며 간결했다. 버트런드 러셀 이후로 가장 많은 사회적 논쟁을 생산하고 가장 많은 독자를 확보하고 있는 철학자로서 정평이 있다"는 것이 도올의 말이다.

-좀 거칠게 질문하겠는데 윤리학(ethics)이란 무엇인가?

"윤리학이란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마땅한가(how we ought to live)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정의가 간결해서 좋다. 그대는 전통적 윤리학 학파 중에 어디에 속하는가? 혹은 속하지 않는지….

"나는 공리주의 학파(utilitarianism)에 속한다."

-그대의 주장이 전통적 공리주의와 다른 것이 있다면?

"전통적 공리주의는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이라는 말이 있듯이 인간의 쾌락의 정도의 기준에 의하여 윤리적 가치를 결정한다. 그러나 나는 쾌.불쾌의 문제에 집착하지 않는다. 내가 주장하는 것은 모든 지각.의식 있는 존재(sentient being)의 선호(preference)에 관한 것이다. 그 선호의 만족을 최대화시키거나, 선호를 방해하는 불만을 최소화시키는 것에 관한 것이다."



-당신의 선호공리주의(preference utilitarianism)에 의하면 인간이 살기를 선호할 때도 있지만 죽기를 선호할 때 그것을 합법적으로 허용해야 한단 말인가?

"그렇다. 그것이 내가 주장하는 안락사 허용의 문제다."

-그러한 허용에 도달케 되는 윤리적 과정에 더 큰 문제가 있지 않은가? 존엄한 인간의 의식적 결정이라면 몰라도, 뇌사 상태에 있는 인간이라든가, 유아의 경우 본인이 결정할 수 없는 생명의 종료를 누가 감히 결단하겠는가?

"내가 말하는 것은 불가피한 비극적 상황에 관한 것이다. 소생 가능성 없는 뇌사의 인간이라든가, 너무도 심각하게 불구로 태어난 신생아의 경우, 주변의 식구나 양식을 가진 의사가 어려운 논의 끝에 도달한 합의(선호)를 인정해 주는 것이 더 자비로울 때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 인간의 오판이라든가 보험금, 범죄 동기 등 여러 가지 복잡한 문제가 개입될 우려가 많다.

"안락사는 현재 네덜란드와 벨기에에서 시행되고 있는데 실제적으로 큰 사회적 부작용이 없다. 나의 논의에 많은 사람이 부정적 견해를 표방하는 가장 큰 이유는 논리적이라기보다는 인도주의(humanitarianism)에 관한 그들의 관념이 편향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 편향의 대부분은 기독교적 신념에 기초하고 있다.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메시지는 유대교의 경우는 좁은 울타리의 동네사람이나 선민의식에 절어있는 유대인종의 범위를 벗어나지 못했다. 예수가 말하는 '이웃'도 기껏해야 인간이라는 종의 범위를 벗어나지 못했다.

성차별(sexism), 인종차별(racism)이 악이라면 물론 인간을 동물과 구별하는 종차별주의(speciesism)도 악이다. 내가 말하는 것은 앞서 언급했듯이 모든 지각.의식 있는 존재의 고통의 경감이나 이해 관심에 관한 동등한 배려다. 저등 의식의 유아보다 더 고등한 의식을 가지고 있는 동물도 많다. 이런 동물은 마음대로 죽이면서 안락사 문제에만 인도주의라는 존엄성의 잣대를 운운하는 것은 위선이다. 절대적인 듯이 보이는 윤리적 직관(intuition)이라는 것도 편견투성이다. 직관 자체가 진화해야 한다."



-그대는 유대인인가?

"그건 왜 묻나? 우리의 논의와 유대인은 아무 상관이 없다. 나는 혈통상 분명한 유대인이지만 사상이나 종교로 말하면 날 유대인으로 규정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나는 그냥 사람이다."

-유대인들이 미국의 상층권력의 핵심을 장악하고 국제세계에 부도덕한 많은 영향을 행사하고 있는데 당신은 책임이 없나?

"당신이 말하는 것은 미국정치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매우 조직화된 유대인 로비스트를 지칭하는 것이나 그들이 곧 유대인은 아니다. 유대인 중에는, 촘스키, 프로이트, 아인슈타인, 칼 마르크스 같은 이도 있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사람 탄압은 잘못된 것이다."

-당신은 무신론자인가?

"하나님이라는 전지전능한 존재가 있어 이 세계를 창조했고 지배하고 있다면 도대체 인간세상을 왜 이따위로 작동시키고 있는가? 어렸을 때부터 이런 질문을 나는 극복하지 못했다. 인간의 문제를 궁극자에게 맡길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우리의 가치를 선택해야 한다는 것은 나의 확고한 신념이다. 나의 입장을 지각 있는 모든 존재의 입장과 항상 환치(換置)해 보는 것이 모든 종교적 명제에 우선한다. 대체적으로 종교는 공평성(impartiality)을 결여하고 있다."



-지각 있는 존재에 관한 당신의 주장은 불교의 중생(衆生)이론과 통한다고 생각하는가?

"당신의 호가 '도올'이듯이 불교는 돌멩이에도 저급한 의식이 있을 수 있다고까지 보는 것 같다. 내 이론은 존재를 거기까지 넓히지는 않는다."

-신경계(nerve system)의 유무인가?

"고통을 느낄 수 있음에 관한 것이다."

-식물에도 정보 전달 체계는 있다.

"식물이 고통을 느낄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나무를 톱으로 자를 때 나무가 통증을 안 느끼는 줄 어떻게 아는가?

"현대과학의 상식 수준에서 이야기하자."



-당신 강연 제목을 묻겠는데, 21세기에 윤리적으로 산다는 것이 도대체 무엇인가?

"첫째 이 세계의 불필요한 고통(unnecessary suffering)을 줄이는 방향으로 행동해야 한다. 둘째 이 세계는 이미 이 세계의 사람들이 충분히 먹고살 수 있는 부를 축적해 놓았다. 단지 분배가 잘못되고 있는 것이다. 가난한 사람들, 못사는 나라의 음식.의료.교육을 위해 힘써야 한다. 셋째 환경을 파괴시키지 않는 방향에서 우리의 문명생활을 영위해야 한다. 환경파괴 가스와 연료의 사용을 억제해야 한다."

-미국은 에너지 낭비 체제의 확보를 위해 이라크까지 침공하지 않았나?

"에너지 이유만 아니라 남의 나라에 민주를 만들어 주겠다고 간 것이다. 어떻게 그것이 가능한가? 그 결과는 수천 수만의 생명이 아무 이유 없이(for no good reason) 죽어만 갔다. 유엔의 결정을 무시하고 단독으로 행동한 것은 미국역사의 치명적인 도덕적 결함이다."

-부시는 좋은 사람인가?

"그는 대체적으로 기만적이다. 아주 자비로운 보수인 것처럼 가장했으나 약자와 가난한 자를 무시했고 개인의 자유를 짓밟는 감시체제를 강화시켰다. 그리고 오리건주의 안락사법을 뒤엎으려 했다. 보수적 기독교인의 지지에 지나치게 의존한다."

-나는 최근 '요한복음'을 새로 번역하고 강해했다. 예수를 어떻게 생각하나?

"그는 나나 당신과 같은 사상가(윤리교사)의 한 사람이다. 그에 관한 정보는 대부분 그가 죽은 지 40.50년 후부터 집필된 것인데 별 신빙성이 없다."

-한국에 대한 생각은?

"한국은 세계적으로 매우 지위가 높은 나라다. 경제적으로 11위권에 든다면, 한국인은 이제 글로벌한 사유를 해야 한다. 해외원조금을 너무 적게 내놓고 있다. 그리스 같은 나라도 국민총소득의 0.17%를 내놓는데 한국은 0.1%밖에 안 내놓고 있다."



-북한에 대한 생각은?

"인민의 고통에 대한 배려가 매우 부족한 나라 같다."

-그래도 '악의 축'이라고 규정할 수는 없다.

"내 말을 오해하지 말라. 그 나라의 지배자와 선의의 피해를 받는 대중을 혼동해서는 아니 된다. 북한의 인민들에게는 보편적 자비의 가치를 동일하게 적용해야 한다. 북한 인민들을 도와야 한다."

-남북관계 개선에 관한 의견은?

"나는 구체적 정황은 잘 모른다. 그러나 남한과 북한이 평화롭게 접촉하고 핵문제를 해결하고 개성공단이나 철도와 같은 경협을 추진하는 문제에 관해 미국이 보다 너그럽고 적극적인 태도를 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궁극적으로 미국에 이익이 된다는 것을 미국인들은 깨달아야 한다."

피터 싱어는 1946년 호주 멜버른에서 태어났다. 그의 부모는 나치 탄압을 피해 오스트리아 빈에서 이주한 유대인들이다. 현재 프린스턴대 생명윤리학 드캠프석좌교수로서 범세계적 기아퇴치.생명운동에 앞장서고 있다. 멜버른대에서 "나는 왜 도덕적이어야 하는가?"라는 제목의 석사논문을 썼고, 옥스퍼드대에서 '시민 불복종'을 주제로 박사논문을 썼다. 그의 조부는 심리학자 프로이트에게 영향을 준 고전학자였다. 그의 명저 '동물해방' '실천윤리학'은 세계 철학계의 매우 인기있는 텍스트이다. 철저한 채식주의자.

08. 04. 27.


댓글(4)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섬나무 2008-04-28 14:36   좋아요 0 | URL
인터뷰가 실질적이고 간결하네요. 정말 좀 거친 직설적인 질문들이 현실감 있습니다. 마치 싸우는 사람들 같기도 하고...^^ 묻는 이나 대답하는 이나 학문적 수식이 없어 좋습니다. 피터싱어의 공리주의 혹은 윤리학을 눈치채기에 부족하지 않네요.
'독설의 팡세'를 읽고 에밀 시오랑과 로쟈님은 매치가 안되는 듯 하다고 생각했답니다. 역자는 그가 주는 충격이 유쾌하거나 즐겁지 않으며 절망적이고 불편하다고 했는데 내겐 이보다 유쾌하고 통렬한 사고는 없어 보입니다.

행복이란 아주 희귀한 것이다. 늙은 후에나 노망했을 때만 느낄 수 있는 것이니까. 행복은 극히 소수의 인간에게만 베풀어진 혜택이다./
나는 노망하면 행복해질 수 있다. ㅎㅎ 내가 지금 불행한 것은 너무도 당연하고 노망을 두려워할 필요도 없으니 이보다 더 나를 기쁘게 하는 책을 어디서 찾을 것인가.


로쟈 2008-04-28 23:38   좋아요 0 | URL
시오랑에 대해서는 몇 차례 다룬 적이 있는데요. 잘 안 맞아 보이나요?^^

비로그인 2008-04-29 12:18   좋아요 0 | URL
도올의 질문과 싱어의 대답이 모두 명쾌합니다.
싱어의 생각에 공감하는 편이랍니다.
저의 서재에 옮기고 싶습니다.
의미심장한 인터뷰기사소개 고맙습니다. 로쟈님.


로쟈 2008-04-29 13:46   좋아요 0 | URL
별말씀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