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편의점에 갔다가 신문판매대에 걸려 있는 중앙일보 1면에 최장집 교수의 사진이 크게 실려 있는 걸 보고 인터넷으로 찾아봤다. 현재 후마니타스출판사에서 진행하고 있는 '최장집 교수의 정치철학 강의'와 관련한 인터뷰기사였다. 자료삼아 스크랩해놓는다('최장집 정치철학'의 핵심이 무엇인지 알게 해준다). 오마이뉴스의 관련기사는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420838 참조.
중앙일보(10. 07. 24) 최장집 “마르크스 이론 치명적 결함은 정치의 역할이 없다는 것이죠”
진보학계의 거장 최장집(67) 고려대 명예교수. 대학 교수직을 정년퇴임한 그가 요즘 새롭게‘열공 모드’에 들어갔다. 특별한 약속이 없으면 점심 시간도 잊은 채 독서 삼매경이다. 아예 약속 자체를 안 하는 분위기다. 60대 후반에 다시 시작하는 ‘최장집의 새로운 도전’이다. 독서야 평생 해온 일. 하지만 이번엔 뭔가 좀 다르다. 주제가 달라졌다. 민주주의론에서 정치철학으로.
7월 16일 오후 그의 연구실. 세트로 짝을 맞춘 책꽂이의 목록이 싹 바뀌었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그 자리엔 민주주의와 비교정치 관련 책이 주인 노릇을 했다. 지금은 다른 종류의 도서가 그 자리를 채웠다. 마키아벨리·플라톤·아리스토텔레스·홉스·베버…. 고대에서부터 근대에 이르는 서양 정치철학 책이 가득하다. 책상 위에도 중간중간 메모지를 끼워놓은 10여 권의 정치철학 책이 펼쳐 있다. 왜 정치철학일까.
7월 21일 오후 4시 서울 지하철 합정역 근처. 후마니타스 출판사가 있는 건물의 강의실을 찾았다.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강의가 한창이다. 계단에 붙은 ‘최장집 교수의 정치철학 강의’라는 타이틀이 눈에 띈다. 7월 7일 개강한 그의 정치철학 강연이다. 이미 개강 첫날 플라톤의 『공화국』을, 14일엔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을 주 교재로 강의했다. 앞으로도 매주 수요일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서양 정치철학의 대표선수들을 통사적으로 쭉 훑을 작정이라고 한다.
#‘마키아벨리=사악한 권모술수’ 오해 풀어야
● 왜 갑자기 정치철학입니까.
“한국 사회에 만연돼 있는 정치에 대한 오해를 교정하고 싶어서입니다. ‘정치의 부재’야말로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의 최대 적입니다.”
● 우리 국민 대부분이 정치 전문가일 정도로 정치가 활성화돼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잘 보세요, 정치에 대한 턱없는 기대와 폄하가 교차하는 게 우리의 현실입니다. 과도한 유토피아의 낭만적 정서가 퍼져 있어요. 실현 불가능한 기대치를 정해놓고 그에 미달했다고 정치를 폄하하곤 하지요. 그러곤 정치의 길이 아닌 다른 길로 가려고 합니다. 정치를 배제했을 때 나타나는 현상은 결과에 무책임한 것입니다.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죠. 정치는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한 길을 찾는 행위입니다. 거기엔 실천적 지혜가 무엇보다 필요합니다. 결과가 좋아야 다 좋은 것은 물론 아니지만, 결과까지 책임지는 행위, 그것이 바로 이 시대 우리 사회에 요청되는 사려 깊은 분별력의 정치 행위입니다.”
● 전공이 비교정치이지요.
“그렇습니다. 나의 전공은 비교정치고, 정치사회학이며 경험적으로는 한국정치를 집중적으로 공부해 왔어요. 그렇다고 내게 정치철학이 완전히 낯선 분야는 아닙니다. 석사학위 논문을 홉스의 정치철학으로 썼고, 미국 시카고대 유학할 때도 정치철학을 틈틈이 수강하거나 청강했어요. 정치철학에 대한 문제 의식은 오래됐습니다.”
● 그런데 왜 마키아벨리인가요. 뜻밖입니다. 마키아벨리는 온갖 권모술수 정치의 대명사인데.
“영국의 극작가 셰익스피어도 ‘잔학한 마키아벨리’라는 부정적 평판을 내린 것으로 유명합니다. 사악함과 부도덕·무도덕의 정치를 마키아벨리와 연결짓는 게 일반적이죠. 그러나 그게 다는 아닙니다. 마키아벨리를 그렇게 해석하지 않는 이도 적지 않습니다. 지금 이 순간 나는 후자 쪽의 마키아벨리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마키아벨리에 대한 오해를 푸는 것이 오늘 한국 정치의 문제를 푸는 데 요긴하다고 생각합니다.”
● 마키아벨리의 어떤 점이 우리 정치에 도움이 된다는 겁니까.
“마키아벨리의 정치학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데서 출발합니다. 정치 현실을 초월한 이상적 윤리규범이나 신앙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마키아벨리를 최초의 근대적 정치철학자라고 부릅니다. 그것은 왜 그럴까요. 권력과 폭력, 그리고 악의 문제를 현실적 차원에서 생각한 최초의 인물이라고 본 겁니다. 마키아벨리는 권력·폭력·악과 같은 것들을 정치의 영역에서 배제돼야 하는 것으로 보지 않았어요. 정치의 기준을 윤리규범으로 본 것이 아닙니다. 권력이라는 현실은 정치의 출발점입니다. 폭력과 악을 정치를 실천하는 하나의 조건으로 간주했지요. 그 조건들을 다루는 게 정치고, 정치를 통해 공공선을 이룩해 가는 것입니다. 애초에 현실을 초월한 유토피아를 설정해 놓고 그리로 몰고 가는 것은 혁명이지 정치가 아닙니다. 마키아벨리는 도덕이나 규범에서 좋은 정치를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플라톤을 한번 보세요, 정치와 윤리가 혼합돼 구분되지 않습니다. 마르크스는 플라톤 계열이지요.”
최 교수의 강의에서 흥미로운 점이 발견된다. 그는 크게 두 개의 흐름으로 정치철학을 분류했다. 하나는 ‘이상의 정치’이고, 다른 하나가 ‘현실의 정치’다. ‘이상의 정치’ 그룹엔 플라톤·로크·루소를 배치했다. ‘현실의 정치’ 그룹엔 마키아벨리·아리스토텔레스·몽테스키외·토크빌·베버가 자리 잡는다. 전자를 대표하는 인물이 플라톤이고, 후자는 마키아벨리가 대표한다. 그의 강의는 두 흐름을 포괄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후자의 흐름, 즉 마키아벨리류의 ‘현실 정치철학’에 비중을 뒀다. 거기에 정치의 본질이 있다고 보는 것이며, 무엇보다 그 현실의 정치가 오늘 우리 사회에 가장 취약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 마르크시즘 아닌 좋은 정치 이끌 실력 필요
● 그러고 보니 정치철학 강의 목록에도 과학적 사회주의의 창시자인 마르크스가 보이지 않습니다.
“일부러 뺐어요. 마르크스 이론은 이미 한국 사회에서 충분히 읽혔고 진보파들에게는 ‘유일한 지식’이라 할 정도로 보편화되었죠.”
망설임 없는 즉답이 돌아왔다. 이 정도 강의안을 짜려면 적어도 올 초엔 준비를 마쳤을 터다. 그의 생각이 급조되지 않았음이 분명했다. 그는 계속 이어 이렇게 답했다.
“마르크스 이론의 치명적 결함은 정치의 역할이 없다는 점이지요. 마르크시즘이 현실 속에서 작동을 못하고 실패한 이유는 거기에 있어요. 정치는 없이, 이상과 규범만 강요됐기 때문에 권력의 문제를 잘 다룰 수 없었지요. 그런 이상과 당위의 논리는 우리에게 넘쳐요. 오늘 한국 사회에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그런 규범이 아니라 좋은 정치를 이끌 실력이라고 봐요.”
● 마르크스보다 마키아벨리가 더 필요하다는 말로 들립니다.
“그래요. 지금 한국 정치에 절실히 요청되는 것은 마르크스가 아니라 마키아벨리라고 보는 겁니다. 오해는 마세요, 바로 오늘날 한국의 현실에 대한 진단이 그렇다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마키아벨리에 대한 오해부터 풀어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한국 사회에서 정치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는 길이라고 보는 겁니다.”
● 이명박 정부 초기 ‘광우병 촛불시위’ 때 최 교수님은 ‘직접 민주주의’의 한계를 지적했고, ‘대의 민주주의’를 성숙시켜야 한다고 말하셨죠.
“독재와 민주가 대립하던 시절, 윤리적 도덕성이 최고 덕목이었던 시절에 정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깊어만 갔습니다. ‘이상의 정치’와 ‘운동의 정치’는 함께 갑니다. 군부 독재에 저항하는 ‘운동의 정치’는 그 나름의 정당성을 확보했습니다. 그런데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를 고민해야 할 오늘에도 여전히 운동과 이상의 정치가 지속되어도 좋은가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상의 정치가 아니라 ‘현실의 정치’라고 저는 보는 것입니다. 현실주의 정치철학자로서 마키아벨리를 재평가하자는 것은 일종의 대증요법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는 최 교수님의 베스트셀러입니다. 말씀을 듣다 보니,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의 문제의식을 마키아벨리의 입을 빌려 심화시켜 나가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백악관에 입성하며 했던 말을 기억하나요. ‘나는 워싱턴을 바꾸러 온 것이 아니라 정치를 하러 왔다’고 했습니다. 우리는 어떻습니까, 대통령이 되는 순간 정치를 안 하지요. 정치의 가치를 잘 이해하는 정치인이 결국 중요합니다. 다른 의견, 다른 세력과 대화하고 타협하고, 정치적 목적을 정치를 통해 설득하고 뭔가 의미 있는 일을 만들어내는 능력을 배양해야 합니다.”
# ‘정치와 통치의 기술’에 눈 떠야
● 이상과 윤리규범을 전제로 한 정치학의 전통은 오래돼 왔는데요.
“정치적 실천을 개척하는 지혜라고 할까요, 이젠 현실 정치의 얽히고설킨 것을 푸는 실력이 필요합니다. 그런 지혜나 정치적 실력은 선악의 이분법에선 나오지 않아요. 리얼한 정치의 본질과 역할을 직시해야 합니다. 한국 정치의 수준을 높이는 일은 정치와 철학에 대한 바른 이해에서부터 출발합니다. 폭력과 악을 배척만 할 것이 아니라 정치의 중심에 놓고 정면으로 대화해야 합니다. ‘저항의 정치학’만으로는 이제 안 됩니다. ‘정치와 통치의 기술’에 눈을 떠야 합니다.”
● 좀 더 구체적으로 적시하신다면.
“가치나 이념의 주장만 난무하고 정치는 없는 현실. 세종시가 그렇고, 4대 강이 그러하며, 천안함도 예외가 아닌 것 같습니다. 정치에 대한 오해, 강한 유토피아 지향성, 정치철학의 부재 등등…. 윤리규범으로서의 이념만이 과도하게 큰 소리를 내는 현상은 이제 마감할 때입니다.”
듣고 보니 좌나 우, 진보와 보수 모두가 생각해 봐야 할 지적이었다. 최장집 교수는 인터뷰에서 최근의 지방선거 결과 등 주요 정치 현안에 대한 나름의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 6·2 지방선거 결과를 어떻게 보나요.
“2007년 대선, 2008년 총선의 결과가 보수 한나라당의 일방적 승리였습니다. 민주주의에서 일방적으로 힘의 균형이 무너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요. 이번 지방선거는 그 균형을 제도 안에서 이룬 결과로 봅니다. 한국 유권자의 투표 패턴이 최소한 민주주의의 규범을 중요한 가치로 수용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지요.”
● 무상급식이 핵심 이슈였는데.
“복지 이슈가 선거에 영향을 미친 것은 의미 있는 변화이자 발전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체 복지의 측면에서 하나의 단편적 이슈였지요. 나는 교육의 문제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교육을 통한 계층적 상향 이동이 상당히 어려워졌어요. 옛날엔 있던 상향 이동의 사다리가 없어져서 경쟁은 비교할 수 없이 강해졌지만 혼란과 불확실성이 크다고 봅니다. 우리 사회를 불안정하게 하고 예측 가능하지 못하게 하는 거죠.”
● 진보 성향 교육감도 많이 당선됐습니다.
“한국의 교육이 보수적 틀로 강하게 짜여 있었어요. 그 속에서 부패도 자랐습니다. 이번 선거를 통해 보수의 독점체제가 진보와의 경쟁체제로 들어간 것은 바람직합니다. 하지만 교육의 내용을 너무 과격하게 바꾸려고 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봅니다. 해결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바꿀 수 있는 것을 제대로 바꾸는 것이 중요하지요.”
● 지방선거에서 승리한 야당의 역할은.
“지방선거 결과는 야당을 긍정적으로 본 게 아니라 이명박 정부에 대한 반발로 보입니다. 야당에 대한 적극적 지지가 아니라 소극적 지지입니다. 야당이 여기에 안주하면 희망이 없을 겁니다. 이익집단적 성격에서 벗어나 좀 더 넓은 계층으로 기반을 넓혀야 합니다.”
● 정부·지자체의 세금 운용이 문제되고 있습니다.
“그동안 누굴 뽑고 임명하는 데만 관심이 높았습니다. 그들이 국가 예산을 어떻게 쓰는지를 이젠 정밀하게 감시해야 합니다. 이것만큼 중요한 정치적 이슈도 없지요. 광화문광장을 걸어다니면서 그런 생각을 합니다. 세금을 이렇게 써선 안 됩니다. 세종시·4대 강·천안함 문제 등을 모두 세금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 최 교수의 대표작인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24쇄가 최근 출간됐습니다. 개정판을 더 내지 않겠다고 한 이유는 뭔가요.
“진보·보수 정부를 다 경험하면서 이제 정권의 변화를 따라가지 않고도 일반화할 수 있는 한국 정치의 특징을 짚어낼 수 있겠기 때문입니다.”
● 그렇게 정리해 낸 한국 정치의 특징은 뭔가요.
“정당 체계가 다른 부문의 발전에 비해 극히 지체돼 있다는 점이지요. 한국 민주주의를 발전시키지 못하게 하는 장애 요인입니다. 엘리트가 아닌 서민대중, 소외계층 같은 사회적 약자들이 정치적으로 대표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민주화는 되었지만 민주화 이전의 구질서, 즉 한국사회가 만들어졌던 구조는 변화하지 않고 있지요. 이 말은 좌파 정당이 새로 만들어져야 한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하나의 사회적 세력으로는 존재하는데 정치적으로는 대변되지 못하는 구조, 거기서부터 발생하는 문제가 많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입니다. 보수정당의 실력도 문제가 많습니다. 사회의 다양한 요구를 수렴하고 통합해 내는 데 편협하고 무능력한 겁니다. 실력을 갖춘 미래의 정부로서 정당이 발전해야 합니다.”
● 후학들을 위한 조언은.
“한국의 엘리트들은 너무 바쁩니다.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을 소비하고 있지요. 각종 자문회의나 프로젝트 등의 사회적 참여도 많습니다. 그러나 이제 지식인들은 공부에 더 열심이어야 합니다. 교수는 교수로서의 자기 직분에 충실해야 합니다.”
j 칵테일 >> 마키아벨리
니콜로 마키아벨리는 16세기 르네상스기 이탈리아의 정치이론가이자 역사학자다. 그를 기점으로 정치철학은 근대와 전근대로 나뉜다. 대표작 『군주론』을 통해 그는 근대 정치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핵심은 도덕과 정치의 분리다. 정치를 윤리 규범과 다른 영역으로 파악했다. 그 이전엔 신앙과 윤리가 정치의 자리를 대신했다.
마키아벨리만큼 평가가 극명하게 갈리는 인물도 없다. 특히 우리에게는 권모술수와 동의어로 쓰일 만큼 나쁜 이미지가 퍼져 있다. 그러나 꼭 그렇게 볼 것만은 아니다. 동기가 선하다고 해서 결과도 선한 것일까. 역사는 그렇지 않은 사례를 많이 보여준다. 고상한 목적이 권력과 결탁돼 전혀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중세 종교재판, 프랑스 혁명기의 자코뱅 테러, 근대의 공산주의 혁명이 그렇다. 오히려 ‘더러운 손’이 실제로는 깨끗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아이러니가 일어나는 게 정치 현실이다.
그의 이론이 쉽지만은 않다. 『군주론』의 키워드인 ‘비르투(virtu)’ 같은 용어부터 간단하지 않다. 최장집 교수는 ‘비르투’를 단순히 ‘덕성’으로 번역할 수 없다고 했다. 용기·대담성·결단력·의지·능력·교활함·위용 등으로 그때그때 다르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배영대기자)
10. 07. 25.
P.S. 인터뷰를 읽으며 든 단상은 두 가지다. 하나는 레오스트라우스와 최장집. 짐작에 "미국 시카고대 유학할 때도 정치철학을 틈틈이 수강하거나 청강했어요."라고 할 때 그가 수강하거나 청강한 강의는 레오스트라우스나 그 제자들의 강의였을 것이다(부시 행정부 시절 레오스트라우스는 네오콘의 이론적 지주로 자주 도마에 올랐다). 마침 레오스트라우스가 엮고 공저자로 참여한 <서양정치철학사>(인간사랑) 1권이 절판됐다가 최근에 다시 나왔는데, 이 시리즈의 '마키아벨리' 편은 의당 레오스트라우스가 집필했다. 최장집 교수의 강의가 책으로 묶여 나오면 비교해서 읽어봐도 좋겠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최장집과 강유원. <인문 고전 읽기>에도 <군주론> 읽기가 포함돼 있지만, 강유원의 <서구 정치사상 고전읽기>가 비슷한 '프로젝트'이기 때문이다. 마저 나오게 되면 역시나 최장집 교수의 강의와 비교해볼 수 있겠다. 사실 두 사람은 오래 전에 <춘아, 춘아, 옥단춘아, 네 아버지 어디 갔니?>(민음사, 2001)에서 대담을 나눈 바 있기에 구면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