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인문주간 페스티벌의 한 행사로 아트앤스터디에서 고전무료특강이 개최된다(http://www.artnstudy.com/sub/HWF2010/S02_01.asp). 9월 13일부터 17일까지 5일간 다섯 차례의 강의가 진행되는데, 나는 15일(수) 16시(오후 4시)부터 2시간 동안 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 대해 강의하게 됐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홈피를 통해서 신청하시면 된다. 무료강의인지라 선착순으로 마감되며 온라인으로도 청강하실 수 있다. 전체 강의일정은 아래와 같다.     

9월 13일(월) 강신주 <『장자(莊子)』> (16시 ~ 18시)  

9월 14일(화) 손철주 <조선시대의 명화> (16시 ~ 18시)  

9월 15일(수) 이현우<도스토예프스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16시~18시)

 

9월 16일(목) 이정우<미셸 푸코 『광기의 역사』> (16시~18시)  

9월 17일(금) 홍기빈 <칼 폴라니 - 『거대한 전환』> (16시~18시) 

 

10. 09.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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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04 22: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04 23: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14 09: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14 13: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전쟁을 책임진 자가 가장 위험하다”

점심과 저녁, 두 차례 소나기가 내렸어도 무더운 건 여전한 날씨다. 이러다가 갑자기 기온이 떨어지면 섭섭한 마음이 들지도 모른겠다. '정'이 들어서 말이다. 날씨는 그렇고, 요즘 가장 흥미로운 외신 기사는 내부고발 웹사이트 위키리크스에 관한 것이다. 미국 정부와 한바탕 법적 분쟁을 치를지도 모르겠다. 관련기사를 스크랩해놓는다.   

 
7월26일 위키리크스 설립자 어샌지가 위키리크스가 제공한 정보로 기사를 작성한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을 들어 보이고 있다. 

시사IN(10. 08. 06) 아프간 폭로로 미국 넉다운 시킨 위키리크스 

‘21세기의 월터 크롱카이트’인가 아니면 ‘제2의 대니얼 엘스버그’인가. 3년 전 출범한 세계적인 폭로 전문 비영리 웹사이트 위키리크스(Wikileaks)의 창간인 줄리언 어샌지(39)를 두고 하는 말이다. 크롱카이트와 엘스버그 모두 베트남 전쟁에 관한 진실을 폭로해 유명해진 인사다.

어샌지가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관한 군사기밀이 담긴 9만여 쪽의 문건을 폭로하자 미국 정부가 발칵 뒤집혔다. 주무 부처인 국방부는 기밀 유출자에 대한 대대적인 색출작업에 나섰다. 최악의 경우 오스트레일리아 국적의 컴퓨터 프로그래머 출신인 어샌지와 위키리크스는 법적 심판을 받을 수도 있다. 미국은 이번 문건 유출을 연방법 위반으로 보기 때문이다.  

어샌지가 미국의 뉴욕타임스와 영국의 가디언, 독일 주간지 <슈피겔> 등 세 나라의 대표적인 권위지를 통해 7월25일 동시에 폭로한 이번 문건에는 지금까지 일반인에게 감춰져온 미군의 아프간 전황에 관한 충격적 내용이 적지 않다. 그 가운데는 파키스탄의 정보기관이 적대 세력인 탈레반과 물밑에서 협력하고 있으며, 탈레반이 미군 전투기를 격추시킬 수 있는 지대공 미사일을 확보했고, 미군과 연합군이 아프간 민간인 수백 명을 살해하고도 공식 보고하지 않은 내용 등이 포함되어 있다. 어샌지는 문건을 폭로한 7월26일 영국 런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문건을 통해 아프간 전쟁을 새롭게 이해하고 이미 일어난 일을 미화할 수 있는 여지를 줄이고 싶다”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아프간 전쟁에 관한 ‘숨겨진 진실’을 알리고자 비밀 문건을 폭로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런 어샌지를 두고 ‘21세기의 월터 크롱카이트’라는 말이 나도는 데는 이유가 있다. 크롱카이트는 CBS 방송 앵커이던 1968년 2월 베트남 현지 취재를 토대로 미군이 베트남에서 고전하고 있고, 베트남 전쟁에서 이길 수도 없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보도해 ‘가장 신뢰받는 언론인’으로 미국인에게 각인돼 있다. 또 랜드연구소 연구원이던 대니얼 엘스버그 박사는 베트남 전쟁에 관한 미국 국방부의 비밀 문건인 7000쪽짜리 ‘펜타곤 페이퍼’(Pentagon Papers)를 1971년 뉴욕타임스에 유출해 베트남 전쟁에 관한 당시 존슨 행정부의 조직적인 거짓과 위선을 폭로한 주인공이다. 올해 79세인 엘스버그 박사는 워싱턴 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건은 펜타곤 페이퍼 유출 사건 이후 최대 규모의 허가받지 않은 폭로이지만 실제 규모는 훨씬 더 크고, 인터넷 덕분에 전 세계적으로 급속히 확산됐다”라고 말했다. 

어샌지의 폭로로 가장 곤경에 처한 곳은 미국 정부다. 미국 정부는 이번 문건 내용이 “시기적으로 전임 부시 행정부 시절인 2004년부터 2009년까지 벌어진 것이다”라며 태연한 척하지만 실은 정반대다.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번 문건으로 아프간 주둔 미군이 위험에 빠질 수 있고, 군의 기밀 유지를 위태롭게 만들 수도 있다”라고 말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제임스 존스 국가안보보좌관은 성명을 통해 이번 문건 폭로를 ‘무책임한 짓’이라며 어샌지를 노골적으로 비난했다.

미국 정부, 위키리크스 폐쇄 검토
이런 가운데 미국 정부는 위키리크스 사이트를 폐쇄하기 위한 법적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부 비밀에 관한 미국과학자연맹 프로젝트’의 스티븐 애프터굿 국장은 워싱턴 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미국민은 아프간 전쟁에 관해 행정부에 더 많은 투명성과 솔직함을 요구한다. 그런 점에서 위키리크스는 국방부가 남긴 공백을 메운 셈이다”라고 말했다.

현재 미국 국방부는 미군 정보분석가인 브래들리 매닝 일병을 이번 문건 유출의 용의자로 추정하지만 다른 용의자에 대한 수사도 확대하고 있다. 매닝은 2007년 7월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벌어진 미군 헬기의 민간인 오폭 상황을 담은 동영상을 위키리크스에 유출한 혐의로 지난 5월 체포됐다. 문제의 동영상은 지난 4월 위키리크스를 통해 폭로돼 미국은 물론 전 세계에 엄청난 충격을 던졌는데, 이 동영상 덕분에 위키리크스는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어샌지는 이번 문건 폭로로 미군의 아프간 작전이 위태로운 지경에 빠질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 “별 근거가 없다는 판단이다”라고 일축했다. 이번 문건을 공개하기 앞서 ‘피해 최소화’ 절차를 거쳤고, 그 결과 1만5000건에 달하는 기밀 문건은 공개를 보류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 문건도 실명을 삭제한 뒤 적절한 시점에 공개하겠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CNN의 대표 시사 프로그램 <래리킹 쇼>에 출연해 “이번 문건은 미군 자체의 자료를 통해 지난 6년간 아프간 전쟁의 사상자와 위협 현황을 한눈에 꿰뚫어볼 수 있게 한다”라고 강조했다.  

어샌지에 따르면 세계 각국 정부의 부정과 비밀주의를 폭로해 시정하도록 하자는 게 위키리크스의 목표다. 이처럼 목표는 거창하지만, 정작 위크리크스의 상근 요원은 겨우 5명이다. 하지만 인터넷을 통해 각종 정보를 전해주는 자원봉사자가 세계적으로 800여 명이나 된다. 그 덕에 현재 인구 100만 이상의 전 세계 모든 나라에 관한 비밀 파일 700만 건을 확보하고 있다. 위키리크스는 본부도 없는 무국적 기관으로, 서버 운영비로 매년 기부금 약 20만 유로를 사용한다. 또 자체 인터넷 사이트가 사이버 공격에 노출돼 무력화될 가능성에 대비해서 스웨덴·아이슬란드·벨기에 등 여러 나라에서 동시에 사이트를 운영하는데, 운영진의 신원은 철저히 베일에 가려 있다. 어샌지는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가장 큰 걱정은 지금 하는 일이 너무나 빨리, 너무 엄청나게 성공해 자칫 자료를 제대로 처리할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지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어샌지의 이런 걱정이 기우는 아닐 듯싶다. 실제로 위키리크스는 3년 전 출범 직후부터 세계 주요 언론의 주목 대상이 되더니 이제는 미국을 비롯한 주요 정부의 ‘요주의’ 대상이 됐기 때문이다. 심지어 미국 중앙정보국과 국방부는 이미 내부 문서에 위키리크스를 미국 국가안보에 대한 ‘위협’으로 적시한 상태다. 또 여러 정부와 관련 기관이 법원을 통해 위키리크스를 폐쇄하려고 했고, 사이버 공격을 통해 무력화를 기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뭔가 구린 구석이 있는 정부에게 위키리크스는 무서운 존재인 셈이다.

어샌지는 문건 폭로 이후 위키리크스로 흘러드는 정보가 봇물을 이룰 것으로 내다본다. 그래서 ‘폭로의 시대’가 성큼 다가왔으면 하는 게 그의 바람이다. 그는 아마도 ‘펜타곤 페이퍼’를 누출한 대니얼 엘스버그가 되기로 내심 작정한 것 같다. 흥미롭게도 위키리크스 웹사이트는 베트남 전쟁에 관한 조직적 기만을 폭로한 엘스버그의 구실을 길게 거론하며 “원칙있는 폭로는 역사의 물줄기를 좋은 쪽으로 바꿨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라고 높이 평가했다.(워싱턴·권웅 편집위원)    

한겨레(10. 08. 07) “아프간전 기밀문서 반환하라” 미, 위키리크스에 고강도 압박

미국 정부와 내부고발 웹사이트인 위키리크스(wikileaks.org)의 갈등이 첨예해지고 있다. 미 국방부는 5일 위키리크스에 아프가니스탄 전쟁 관련 모든 기밀 자료를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아직 공개하지 않은 자료들의 폭로 중지를 촉구하고, 국방부의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법적 대응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제프 모렐 미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위키리크스가 대량의 문서들을 공개해 미군과 동맹국, 아프간 협력자들의 안전을 위험에 빠뜨렸다”며 “위키리크스는 모든 자료를 반환하고 웹사이트에 게시된 자료들을 삭제하고 컴퓨터에 보관된 모든 자료를 영구 폐기하라”고 촉구했다. “추가 폭로는 피해를 더욱 악화할 뿐”이라며 “위키리크스는 ‘올바른 행동’을 하라”는 충고도 곁들였다.

최근 아프간전 관련 기밀정보 7만7000여건을 폭로한 위키리크스 쪽은 “모렐 대변인의 발언이 몹시 불쾌하다”고 응수한 뒤, 자신들에 대한 대중적 기부를 호소하고 나섰다. 트위터 메시지를 통해 “국방부의 요구는 공식적인 위협”이란 입장도 밝혔다. 위키리크스는 나아가 암호해독 열쇠가 없이는 내용을 볼 수 없는 대용량 암호화 파일을 웹사이트에 올려, 추가적인 기밀공개 준비를 마친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위키리크스는 1만5천여건의 미공개 자료들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미 국방부는 그 자료들의 웹사이트 공개를 막을 권한이 없다.

미 국방부는 전문가 80명을 동원해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문건들을 일일이 분석하고 있다. 모렐 대변인은 “위키리크스에 대한 법적 대응은 연방수사국(FBI)과 법무부가 결정할 일”이라면서도, “위키리크스가 정부 관리들의 불법을 교사한 책임이 있다”고 경고했다.

앞서 미국 뉴스웹사이트 <데일리 비스트>는 지난 3일 “위키리크스 쪽이 미 국방부에 추가 자료공개가 아프간전 관련자들에 위협이 되지 않도록 편집하기 위한 공동 검토를 제안했다”고 보도했으나, 미 국방부는 그런 제안을 받은 바 없다고 부인했다.(조일준 기자) 

10. 08. 06.   

P.S. 내부고발의 파괴력이라면 우리도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 고발' 사건을 통해서 경험한 바 있다. 위키리크스는 그것이 잘 조직화되면 몇 사람의 힘만으로도 엄청난 사회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가 될 듯싶다.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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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때리다 2010-08-07 00:17   좋아요 0 | URL
여담이지만...어샌지 님...꽃중년이세요...므흣...

로쟈 2010-08-07 18:50   좋아요 0 | URL
머리만 하얗지 않으면 20대로 보겠어요...

미지 2010-08-07 01:11   좋아요 0 | URL
요즘 날씨에 정드는 것 절대 동감입니다. 열대에 대한 동경이 있는 것인지, 한편으로 난방비도 안들고 해서 욕심없고 가난한 삶들이 옹기종기 살기에 열대 기후가 딱인 것도 같구요. 아핏차풍의 열대병 보고서 며칠간 도저히 잠을 못 이루었습니다. 기뢰에 충돌한 듯한 강렬한 미적 체험이었습니다..
위키리크스를 통해 디지털미디어의 폭발력, 투쟁력을 확인하게 되려나요... 걔들이 꽤나 거세 공포를 느끼는 것도 같은데요... 내부자라는 물질적 지속성과 인터넷이라는 탈물질성이 만나는 자리에서 전면적 전선이 이루어질 때, '합법적'으로 개입할 권한도, 제지력도 현재 걔들에게 없다... 할리우드 시나리오도 여기까지는 못(안) 따라갈 것 같은데요... ^^ 지젝은 지금 어떻게 생각할까요? 그리고 벤야민은... 우디 알렌과 밥 딜런은....
그런데 일단 권력의 내부자가 되려면 공부 잘하고 성격 무던해야겠네요^^^!

로쟈 2010-08-07 18:49   좋아요 0 | URL
이번에 체포된 미군을 봐도 '공부 잘하고'의 범위는 상당히 넓은 것 같아요. 각자의 직분에서 접근가능한 기밀들이 있는 것이죠...

2010-08-07 12: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07 12: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08 14: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08 15: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엊그제 읽은 칼럼이 인상적이어서 관련기사를 찾아봤다. 그간에 모르고 있었는데(너무 천안함에만 빠져 있었나 보다), '위키리크스'라는 내부고발 전문 웹사이트에서 아프간 전쟁과 관련한 미국의 기밀문서를 공개하여 큰 파문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인데, 여러 모로 흥미를 끄는 사건이다(정신분석의 용어를 쓰자면 '상징계에 대한 실재의 습격'이라 할 만하다). 인터넷 시대에 개인과 국가권력 간의 쟁투가 어떻게 벌어질 수 있는지도 보여주는 사례 같다(당연한 관심은 우리에게도 이런 폭로가 가능할까란 것이다). 추가적인 폭로 자료도 엄청난 분량으로 쌓여 있다고 하는 만큼 귀추가 주목된다. 기사는 엊그제 칼럼에서 지난 4월의 칼럼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모두 조찬제 경향신문 국제부 차장의 기사다.        

경향신문(10. 07. 29) [마감 후…]‘위키리크스’라는 유령

하나의 유령이 미국을 배회하고 있다. ‘위키리크스’라는 유령이다. 이 유령이 들춰낸 치부들은 미국을 뒤흔들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악몽에 시달리게 하고 있다. 백악관과 국방부를 비롯한 미 행정부는 이 유령을 사냥하기 위해 혈안이다. 그러나 유령은 공중을 빙빙 돌며 먹이를 찾는 독수리처럼 끊임없이 오바마 행정부의 치부를 노리고 있다. 위키리크스는 이제 미국의 최대 위협 가운데 하나가 됐다.

위키리크스는 처음부터 유령처럼 다가왔다. 지난 4월5일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부수적 살인(collateral murder)’이라는 제목의 동영상은 세상을 전율시켰다. 2007년 7월 이라크 바그다드 상공의 미군 아파치 헬기에서 마치 사냥하듯 민간인들을 향해 기총소사를 퍼붓는 장면은, 희희낙락하며 환호하는 조종사의 몰인간적 행태와 겹치면서 분노를 자아냈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의 실체는 이로써 발가벗겨졌다. 하지만 이는 예고편에 불과했다. 그로부터 3개월 20일 뒤, 메가톤급 핵폭탄이 터졌다. 지난 25일 위키리크스가 ‘아프가니스탄 전쟁일지(war logs)’라는 이름으로 공개한 9만2000여건의 기밀문서다.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민간인 사망, 파키스탄 정보부와 탈레반의 유착, 탈레반 요인 암살을 위한 비밀 특수부대 운용 등 감춰진 아프간전의 실상이 이 기밀문서들을 통해 드러났다. 미 행정부는 “전쟁 중에 벌어진 일” “중요한 문서는 없다”는 식으로 의미를 애써 축소했다. 그러나 오바마는 아프간 전쟁 일지 공개 이틀 만인 27일 문서 누출이 “개인이나 작전의 잠재적 위험”이라고 시인할 수밖에 없었다. 위키리크스가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120만건의 비밀문건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간폭탄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내부비리 폭로가 목적이다 보니 위키리크스의 활동은 유령처럼 이뤄지고 있다. 사이버공간에서 활동하기에 쉽게 노출되지 않는다. 서버도 익명성이 법적으로 보장되는 나라에 두고 있다. 활동가들도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위키리크스에는 주인이 없다. 정부의 비리에 관심 있는 내부고발자나 반체제 인사, 언론인, 사회활동가 등 누구든 정보원이 될 수 있다. 정보제공자 신원보다 정보 내용을 중시한다. 대신 신원은 철저히 보호한다. 언제 어디서 어떤 방법으로 위키리크스가 공격할지 모른다는 두려움. 이보다 더 큰 두려움이 있을까.

역설적이게도 위키리크스라는 유령은 미국의 정보자유법(FOIA)의 부산물이다. 위키리크스의 기밀문서 폭로가 낳은 ‘국가기밀 대 언론자유’ 논란의 중심에 ‘정보자유’라는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역사는 행정부와 언론 간의 정보자유를 둘러싼 투쟁의 역사라 할 수 있다. 국가 안위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할 경우 미 행정부는 정보 비밀주의를 강화했다. 2001년 ‘9·11 테러’ 이후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취한 조치가 대표적 사례다. 위키리크스가 정보자유를 강조하는 이유는 창설자 줄리안 어산지가 지난 25일 독일 슈피겔과 한 인터뷰에서 확인된다. 그는 “양심이 있는 사람은 언제나 공권력의 남용을 폭로했다. 우리의 일은 이들을 보호하고 대중에게 알리고 역사 기록이 부인되지 않게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사람인가, 라는 질문에는 “전쟁을 책임진 사람이 가장 위험하다”고 대답했다.

위키리크스는 개인의 힘은 미약하지만 하나하나 뭉치면 국가권력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정부 비리를 폭로하는 것이 정책을 바꾸고 세상을 조금이라도 변화시킬 수 있다면, 내부고발자든 언론인이든 활동가든 모두가 단결해야 한다.(조찬제 국제부 차장)  

경향신문(10. 07. 28) 위키리크스의 폭로 ‘오바마의 리스크’로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관련한 위키리크스의 기밀문서 폭로가 가져올 향후 파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는 연방법 위반을 언급하며 파문 차단에 나섰지만 향후 아프간전 수행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는 데다 오는 11월 중간선거의 악재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더욱이 위키리크스는 추가 기밀 폭로를 예고한 상황이어서 파장은 일파만파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은 26일 정례 브리핑에서 위키리크스 기밀문서 공개에 대해 “이는 연방법 위반으로, 현재 수사의 대상이 돼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기브스 대변인은 “기밀 공개는 충격적”이라면서 “아프간 주둔 미군을 위험에 빠뜨리고, 군의 기밀유지를 위태롭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문건의 내용들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대 아프간 전략이 변경되기 이전에 일어난 일”이라며 이번 문서 공개가 오바마 행정부와 관련이 없음을 강조했다. 미 국방부도 기밀 누출자 색출에 나서는 한편 폭로된 기밀들이 가져올 잠재적 위험에 대한 분석작업에 돌입했다.

백악관의 파문 확산 차단 노력에도 불구하고 오바마 행정부 내부는 좌절감에 휩싸였다. 뉴욕타임스는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 의회와 국민에게 나쁜 영향을 줄 것이 확실하다”는 한 관리의 말을 인용해 행정부 내부의 분위기를 전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폭로가 향후 아프간전에서 파키스탄의 협력을 얻어내는 지렛대가 될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익명을 요구한 관리는 “이제 모든 것이 공개됐다. 기밀 공개로 우리는 파키스탄에 도와달라고 말하기가 쉬워졌다”고 말했다.

현재 아프간전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과 의회의 태도를 감안하면 오바마 행정부에 미칠 파장은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파키스탄에 쏟아부은 천문학적인 돈과 정보가 탈레반을 돕는 데 사용된 것이 밝혀진 이상 의회의 지지를 얻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뉴욕타임스는 27일로 예정된 미 하원의 아프간 전비 지원에 관한 법안 처리 결과가 주목된다면서 오는 연말까지 아프간 전략을 재검토해야 하는 오바마 행정부엔 부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바마가 의회를 설득하지 못할 경우 주둔군 축소라는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아프간에 군을 파견한 다른 국가들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정보 공유에 대한 의문을 제기할 경우 그동안의 협력관계에 손상이 갈 수도 있다는 점도 배제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이번 폭로를 계기로 아프간전은 ‘부시의 전쟁’에서 ‘오바마의 전쟁’이 됐다고 지적했다. 미 프린스턴대 역사학과 줄리안 젤리저 교수는 AFP통신에 “이번 공개는 부시의 문제를 오바마의 것으로 만들었다”면서 “오바마는 자신을 그것으로부터 분리시킬 수 없다”고 말했다.(조찬제기자) 

 

위클리경향(10. 07. 06) ‘위키리크스’ 미국 정부 눈엣가시   

미국 정부의 비리를 담은 기밀문서를 폭로해 온 내부고발 전문 민간 웹사이트 위키리크스(wikileaks.org)가 미국 정부의 눈엣가시가 되고 있다. 지난 4월 초 이라크 주둔 미군 아파치 헬기가 2007년 바그다드 상공에서 무차별 기총사격으로 로이터통신 기자 2명 등 민간인 10여 명이 사망하는 과정을 담은 동영상을 공개해 파문을 일으킨 위키리크스는 최근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저지른 민간인 학살을 담은 동영상을 공개할 것이라고 밝혀 ‘제2의 파문’을 예고했다. 이라크 동영상 공개 후 곤경에 빠진 미국 당국은 이 자료를 위키리크스에 제공한 사병을 체포해 조사 중이며, 심지어 위키리스크 설립자에 대한 체포령을 내리는 등 잠재적 파문 차단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라크·아프간 동영상은 빙산의 일각
영국 일간 가디언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위키리크스 설립자인 줄리앤 어샌지는 6월 초순 지지자들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미군이 지난해 5월 아프간 가라니 마을에서 민간인을 공습하는 동영상을 곧 공개한다는 내용이었다. 이 사건은 아프간 침공 이후 미군에 의한 최악의 민간인 학살로 알려져 있다. 당시 아프간 정부는 미군 공습으로 어린이 92명을 포함해 민간인 140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아프간 정부의 발표를 믿지 못한 미군은 자체 조사를 벌였으나 실수가 있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로이터통신 기자 2명을 포함해 10여 명이 사망한 이라크 동영상이 보여 준 파장을 생각하면 140명이 숨진 ‘아프간 동영상’이 공개될 때 가져올 파장은 쉽게 예측할 수 있다.

그러나 아프간 민간인 학살 동영상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수도 있다. 이 동영상은 5월 26일 미군 당국에 체포된 이라크 주둔 미군 정보분석가 브래들리 매닝(22)이 위크리크스에 제공한 것으로 알려진 26만건의 민감한 기밀자료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2007년에 입대한 매닝은 업무상 비밀를 취급할 수 있었다. 이 덕분에 그는 근무하는 동안 이라크 동영상을 비롯한 외교 전문 등 엄청난 기밀자료들을 내려받았다. 그는 당국에 체포된 뒤 쿠웨이트에서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가 체포된 과정은 어처구니가 없다. 자신의 무용담을 전 컴퓨터 해커인 애드리언 라모에게 이메일을 보내 자랑한 데서 비롯됐다. 매닝은 라모에게 “당신이 비밀 네트워크에 하루 14시간씩 8개월 이상 마음껏 접근할 수 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물었고, 라모는 이 사실을 미국 연방수사국(FBI)에 알린 것이다.

매닝의 문서가 공개될 경우 파괴력은 엄청날 것으로 보인다. 매닝이 라모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확인된다. 그는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을 비롯한 전 세계 외교관 수천명이 어느 날 아침 잠에서 깨어났을 때 비밀로 분류된 외교문서 전체가 일반에 공개된 사실을 알면 심장마비에 걸릴 것”이라고 썼다고 인터넷 매체 와이어드(wired.com)가 전했다. 이 때문에 미국 당국의 최대 관심사는 매닝이 위크리크스에 넘긴 자료의 내용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다. 미국 당국은 매닝 체포 직후 그의 컴퓨터 하드 드라이브를 압수하고 워싱턴에서 전문가들을 동원해 분석작업을 벌이고 있다. 어샌지는 매닝 체포 이후 그를 변호할 변호사 3명을 고용했지만 미국 당국은 면회조차 허용하지 않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체포설 때문에 피신 중인 설립자 
아이슬란드 의회 의원이자 반전운동가로 이라크 동영상 작업을 한 브리기타 욘스도티르는 6월 18일 미국 ABC방송 <월드뉴스>에 나와 “어샌지가 미국 정부로부터 체포 위협을 느껴 피신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우리는 매일 그와 접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욘스도티르는 아이슬란드 의회가 전날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국가안보와 관련한 내부고발자에게 ‘국제 피란처’를 제공하는 법안을 발의한 인물이다.

그러나 그로부터 사흘 뒤인 6월 21일 가디언은 유럽의회가 주최한 정보의 자유에 관한 세미나에 참석차 벨기에 수도 브뤼셀을 찾은 어샌지를 만나 인터뷰했다. 미군이 매닝을 체포한 뒤 모습을 감췄다가 약 한 달 만에 나타난 것이다. 그가 피신한 이유는 내부고발자나 변호사들이 매닝 체포 후 그에게 닥칠 위험을 감안해 극도로 조심할 것을 당부했기 때문이다. 어샌지는 인터뷰에서 “우리는 지지와 보호가 필요하다”면서 “그러나 항상 방심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어샌지가 자신의 활동 때문에 신변의 위험을 느낀 것은 올해 초부터였다. WSJ에 따르면 그는 올해 초 자신들을 미군과 미국의 정보전 노력에 대한 잠재적으로 묘사한 미국육군정보전센터의 2008년 비밀보고서를 위키리크스 사이트를 통해 폭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육군정보전센터는 “비밀로 분류된 국방부 문서가 인가 없이 유출되면서 외국 정보기관이나 해외 테러조직 등에게 미군을 상대로 소송을 제공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면서 위키리크스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이 와중에 이라크 동영상을 폭로하면서 그는 피신할 수밖에 없는 신세가 됐다. 실제로 미국 웹 매체인 데일리비스트는 매닝의 체포 사실이 알려진 뒤 사흘이 지난 6월 10일 “미국 국방부 조사관들이 어샌지가 공개될 경우 미국의 국익을 크게 해칠 국무부의 비밀문서들을 공개할까 봐 두려워해 그의 행방을 수소문하고 있다”고 전했다.

위키리크스의 기밀문서 폭로는 한편으로 국가안보와 국민의 알 권리에 관한 논란을 가열시키고 있다. 국가안보를 우려하는 측은 과거 내부고발자가 기자에게 정보를 주던 것과 달리 인터넷 등의 발달 덕분에 누구든 사이버 공간에 익명으로 직접 올릴 수 있어 국가 기밀이 쉽게 유출될 수 있다는 이유를 든다. 뉴욕타임스는 이와 관련해 6월 12일 오바마 행정부가 정부 기밀을 언론에 유출하는 공무원에 대한 처벌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출범 17개월째인 오바마 행정부가 정부 기밀을 유출한 관리를 처벌한 건수가 전임 부시 행정부보다 많다고 지적했다. 반면에 국민의 알 권리가 중요하다는 측은 처벌 강화가 전쟁범죄로 재판을 받지 않으려는 방편에 불과하다면서 내부고발자야말로 진정한 국민적 영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위키리크스?
설립자 줄리앤 어샌지는 호주 출신의 컴퓨터 해커였다. 그는 정부나 기업, 각종 기관의 부패를 내부고발자들이 일반인에게 알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2006년 위키리크스를 만들었다.
그는 6월 1일 위키리크스 사이트에 실은 인터뷰에서 “사회의 모든 정보와 사회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특정 정부와 정당, 정치지도자 가운데 누구를 지지할지와 관련이 있다”면서 “시민들이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데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사이트의 존재 이유”라고 밝혔다. 위크리크스의 운영 철칙은 내부고발자의 신원 확인보다 자료의 신뢰성에 우선순위를 두는 것이다. 실제 운영자는 5명이지만 수백명의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을 받고 있다. 소송이 제기될 경우 변호사의 도움도 받는다. 서버는 익명성이 법으로 보장된 스웨덴에 두고 있다.

경향신문(10. 04. 15) [마감 후…]전쟁,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

2007년 7월12일 낮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외곽의 거리. 열 명 남짓한 남자들이 골목 한 쪽에서 어슬렁거린다. 머리 위엔 미군 아파치 헬기 두 대가 이들의 동태를 감시하고 있다. 조종사들의 목소리가 다급해진다. 군중 5~6명이 AK47 소총과 로켓추진수류탄(RPG) 등을 갖고 있다며 발포명령을 내릴 것을 상부에 요구한다. 이윽고 상부 지시를 받은 헬기는 이들에게 총탄을 퍼붓는다. 일부는 쓰러지고 일부는 몸을 피한다. 피하는 이들에겐 다시 총탄이 쏟아진다. 공중을 선회하던 헬기는 부상자 한 명을 발견하고 다시 발포 준비를 한다. 순간 승합차 한 대가 그를 싣기 위해 다가간다. 차 안에 어린이 두 명이 있었음에도 헬기는 이들에게 사격을 퍼붓는다. 아이 두 명은 겨우 목숨을 건진다. 이날 헬기 공격으로 10여명이 사망했다. 그 가운데는 로이터통신 소속 이라크인 2명이 포함돼 있었다.

미 정부와 기업의 불법행위를 고발하는 사이트 위키리크스(wikileaks.org)가 지난 5일 ‘부수적 살인(Collateral Murder)’이라는 제목으로 공개한 비디오 내용이다. 이 비디오는 약 3년 전 이라크에서 발생한 민간인 사망 사건을 다룬다. 당시 뉴욕타임스는 미군 발표에 의존해 미군이 기습공격을 받고 공격해 무장세력 9명과 민간인 2명(로이터 고용인 2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이 비디오를 보면 미군 발표가 거짓임이 드러난다. 몇 사람은 무장한 것처럼 보이지만 긴장은 전혀 없다. 미군과의 교전은 더더욱 없다. 왜 미군이 그동안 비디오를 공개하라는 로이터의 요청을 거부했는지 알 만하다. 위키리크스는 이 비디오를 미군내 내부고발자들로부터 입수했다. ‘부수적 살인’이라는 제목은 민간인 사망자를 ‘부수적 피해’로 표현하는 미군의 주장에 빗댄 말이다.

가공할 만한 것은 조종사들의 교신 내용에서 볼 수 있는 태도다. 이들은 자신들의 공격으로 죽은 사람들을 보고 고소해하고 환호한다. 승합차 속 아이들이 다친 데 대해 미안해하기는커녕 오히려 어른들을 나무란다. “전쟁터에 애들을 데리고 오는 게 잘못이지.” 조종사들에겐 인간에 대한 존엄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다. 전쟁은 이들에게 인간을 사냥하는 게임일 뿐이다. 이 비디오는 과거 어두운 기억을 떠올린다. 2004년 아부그라이브 수용소 수감자 인권유린 사건이다. 포로들을 발가벗겨 바닥에 쓰러뜨리거나 알몸인 포로 머리에 두건을 씌운 채 문이나 침대에 손을 묶는 등 갖은 추행을 저지르면서도 즐거워하는 미군들. 미군은 이런 악몽 때문에 비디오를 감췄던 것일까.

이 비디오는 공개 9일 만에 유튜브 클릭 수만 약 600만회에 이를 만큼 파장이 크다. 하지만 미국은 사과는커녕 곧 잊혀질 것이라고 말한다. 지난 11일 미 ABC방송 <디스 위크>에 출연한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은 “비디오 공개로 미국 이미지가 훼손되지 않았나”라는 질문에 “전쟁 중에 벌어진 일”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미국에) 도움이 되지 않겠지만 오랫동안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미군의 행위는 전쟁범죄라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는 마당이다. ‘전쟁 중 환자는 아군이든 적군이든 돌봐야 한다’는 제네바협정을 어겼다는 것이다. 미군과 미 정치인들은 안다. 전쟁터에서 미군의 추행과 민간인 희생이 많으면 많을수록 반전여론만 높아진다는 것을. 그럼에도 감춘다. “정치언어는 거짓말을 참말로, 살인도 훌륭한 일로 만들고, 허공의 바람조차 고체처럼 단단하게 보이게 고안된 것이다”라는, 위키리크스가 첫머리에 인용한 조지 오웰의 말이 그 답이다.(조찬제 국제부 차장)   

10. 07.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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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위키리크스와 폭로의 시대
    from 로쟈의 저공비행 2010-08-06 23:05 
    점심과 저녁, 두 차례 소나기가 내렸어도 무더운 건 여전한 날씨다. 이러다가 갑자기 기온이 떨어지면 섭섭한 마음이 들지도 모른겠다. '정'이 들어서 말이다. 날씨는 그렇고, 요즘 가장 흥미로운 외신 기사는 내부고발 웹사이트 위키리크스에 관한 것이다. 미국 정부와 한바탕 법적 분쟁을 치를지도 모르겠다. 관련기사를 스크랩해놓는다.      7월26일 위키리크스 설립자 어샌지가 위키리크스가 제공한 정보로 기사를
'고전, 영화로 읽다' 강좌

엊저녁에 한겨레교육문화센터에서 진행한 5주간의 '도스토예프스키 깊이 읽기' 강좌가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읽기'로 마무리됐다. 수강생 몇 분과 간단하게 뒷풀이자리를 가졌는데, 차후 강의 일정을 물어오시는 분들이 계셔서 9월 강의 일정이긴 하지만 미리 올려놓는다. 지난봄 '고전, 영화로 읽다' 강좌의 속편 격인데, 도서관에서 또 한번 영화로 고전을 만나는 기회를 갖게 됐다. 

  

지난번에 다룬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와 형평을 맞추기 위해 이번에 고른 건 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이다. 강좌는 무료로 진행되기에 도서관 근처에 사시는 분이라면 주말에 영화감상 나들이를 나오셔도 좋겠다. 이미 7월 일정은 이번 주말만 빼고는 진행이 됐고, 9월에 네 차례가 강좌가 더 남아 있다. 참고로,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 대한 강의는 9월 11일(토)에 예정돼 있으면 신청은 노원평생학습관 홈페이지에서 받는다고 한다. 전체 일정은 다음과 같다.   

영화제작소눈의 '상영+강좌'프로그램인 <고전, 영화로 읽다>가 도서관을 찾아갑니다. 서울문화재단의  '책, 예술과 만나다' 중 하나로 선정되어 4개의 도서관에서 8번의 강좌를 이어나가게 됐습니다. 다소 심심한 도서관의 주말 상영회를 좀 더 뜨거운 시간으로 만들어 볼 생각입니다. 하나의 책과 하나의 영화가 어떻게 서로를 흉내내고, 싸우며 때로 벗어나는지를 되도록 담백하게 듣고, 말하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찾아와주세요. 혹은 찾아가주세요. 때로 도서관이 극장이 되기도 합니다. 아니면 극장에서 책을 발견해도 좋습니다. 수많은 진부한 책과 영화속에서 길을 잃은 당신이라면, 더욱 찾아와주길, 찾아가 주길 바랍니다.(수강신청은 각 도서관 홈페이지에서..)

정독도서관

1강(7월 10일) - 거울 앞에 선 소설과 영화 : 그 증감의 게임
코맥 매키시『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2005 / 코엔 형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2007
강사 : 김영남 (영화감독), <내 청춘에게 고함>, <보트> 등 연출 

2강(7월 17일 ) - 동시대성의 내연과 외연                  
가와바타 야스나리 『산소리』,1954 / 나루세 미키오 감독 <산의 소리>,1954
강사 : 이연호(영화평론가), 전 KINO 편집장, 영상원 강사,『전설의 낙인』등

 
고덕평생학습관

3강 (7월 24일) - 인형의 집 : 집나간 노라만 문제인가? 
헨릭 입센『인형의 집』, 1879년 / 패트릭 갈랜드 감독 <인형의 집>, 1973년
강사 : 장정일(소설가), 시집『햄버거에 대한 명상』,희곡『고르비 전당포』,소설『보트하우스』등

4강 (7월 31일) - 크로넨버그, 죽음과 욕망의 생리학
오노레 드 발자크『나귀 가죽』, 1831년 / 데이빗 크로넨버그 감독 <비디오드롬>, 1983년
사 : 이창익(종교학자),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연구위원, 한신대 강사,『종교와 스포츠』등

노원평생학습관 

5강 (9월 4일) - 오뒷세이아, 세계와 인간을 탐구한 서사시
호메로스『오뒷세이아』, 기원전 7세기 / 마리오 카메리니 감독 <율리시스>, 1954
강사 : 강대진(고전문헌학자), 정암학당 연구원,『고전은 서사시다』,『잔혹한 책 읽기』,『신화와 영화』등 



6강 (9월 11일) - 도스토예프스키와 인간의 구원
도스토예프스키『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1880 / 피터 젤렌카 감독 <카라마조비>, 2008

강사 : 이현우(인문학자), 서울대 노어노문학과 박사, 한림대학교 연구교수,『로쟈의 인문학 서재』등

거마도서정보센터 

7강(9월 18일) - (미정)
베른하르트 슐링크『더 리더』, 1995 / 스티븐 달드리 <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 2008
강사 : 김진영(철학자), 아카데미 상임위원. 독일 프라이부르크 대학에서 아도르노와 벤야민 미학을 전공. 

8강(9월 25일) - (미정) 

10. 07.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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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30 02: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7-30 08: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7-30 09: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7-30 19: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헌내 2010-07-30 15:51   좋아요 0 | URL
요즈음, 한국학술정보원에서 해외 학술지를 무료로 복사해주고 있더군요....
(www.riss.kr)

그나저나 역시 지원해주는 인문사회과학 해외 학술지는 400건 밖에 안 됩니다. (인문학만이 아닌 인문+사회과학입니다 - 인문학 학술지는 100건도 안되는 것 같던데...)


P.S. 건방지게 지젝을 프로필 사진으로 씁니다 ㅋ

로쟈 2010-07-30 19:34   좋아요 0 | URL
지젝 덕분에 왠지 가족적인 분위기가 느껴지네요.^^

재준 2010-07-30 17:39   좋아요 0 | URL
앗! 어제 뒷풀이 감사했습니다. 스스로 드러내지 않음을 성장과 미덕으로 여겨온 저를 돌아본 시간이기도 했거든요^^. 노원에 꼭 시간내서 찾아뵙겠습니다. 건강하세요.

로쟈 2010-07-30 19:35   좋아요 0 | URL
네, 노원에서도 뵈면 구면이겠습니다.^^

lifeisart 2010-07-31 11:04   좋아요 0 | URL
저 노원에서 뵐께용^^ 넘 멋진 강좌 기대됩니당~

로쟈 2010-07-31 14:52   좋아요 0 | URL
영화+강의여서 4시간 정도 잡으셔야 합니다.^^
 

어제 편의점에 갔다가 신문판매대에 걸려 있는 중앙일보 1면에 최장집 교수의 사진이 크게 실려 있는 걸 보고 인터넷으로 찾아봤다. 현재 후마니타스출판사에서 진행하고 있는 '최장집 교수의 정치철학 강의'와 관련한 인터뷰기사였다. 자료삼아 스크랩해놓는다('최장집 정치철학'의 핵심이 무엇인지 알게 해준다). 오마이뉴스의 관련기사는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420838 참조. 

중앙일보(10. 07. 24) 최장집 “마르크스 이론 치명적 결함은 정치의 역할이 없다는 것이죠” 

진보학계의 거장 최장집(67) 고려대 명예교수. 대학 교수직을 정년퇴임한 그가 요즘 새롭게‘열공 모드’에 들어갔다. 특별한 약속이 없으면 점심 시간도 잊은 채 독서 삼매경이다. 아예 약속 자체를 안 하는 분위기다. 60대 후반에 다시 시작하는 ‘최장집의 새로운 도전’이다. 독서야 평생 해온 일. 하지만 이번엔 뭔가 좀 다르다. 주제가 달라졌다. 민주주의론에서 정치철학으로.

7월 16일 오후 그의 연구실. 세트로 짝을 맞춘 책꽂이의 목록이 싹 바뀌었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그 자리엔 민주주의와 비교정치 관련 책이 주인 노릇을 했다. 지금은 다른 종류의 도서가 그 자리를 채웠다. 마키아벨리·플라톤·아리스토텔레스·홉스·베버…. 고대에서부터 근대에 이르는 서양 정치철학 책이 가득하다. 책상 위에도 중간중간 메모지를 끼워놓은 10여 권의 정치철학 책이 펼쳐 있다. 왜 정치철학일까. 



7월 21일 오후 4시 서울 지하철 합정역 근처. 후마니타스 출판사가 있는 건물의 강의실을 찾았다.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강의가 한창이다. 계단에 붙은 ‘최장집 교수의 정치철학 강의’라는 타이틀이 눈에 띈다. 7월 7일 개강한 그의 정치철학 강연이다. 이미 개강 첫날 플라톤의 『공화국』을, 14일엔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을 주 교재로 강의했다. 앞으로도 매주 수요일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서양 정치철학의 대표선수들을 통사적으로 쭉 훑을 작정이라고 한다.

#‘마키아벨리=사악한 권모술수’ 오해 풀어야

● 왜 갑자기 정치철학입니까.

“한국 사회에 만연돼 있는 정치에 대한 오해를 교정하고 싶어서입니다. ‘정치의 부재’야말로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의 최대 적입니다.”

● 우리 국민 대부분이 정치 전문가일 정도로 정치가 활성화돼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잘 보세요, 정치에 대한 턱없는 기대와 폄하가 교차하는 게 우리의 현실입니다. 과도한 유토피아의 낭만적 정서가 퍼져 있어요. 실현 불가능한 기대치를 정해놓고 그에 미달했다고 정치를 폄하하곤 하지요. 그러곤 정치의 길이 아닌 다른 길로 가려고 합니다. 정치를 배제했을 때 나타나는 현상은 결과에 무책임한 것입니다.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죠. 정치는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한 길을 찾는 행위입니다. 거기엔 실천적 지혜가 무엇보다 필요합니다. 결과가 좋아야 다 좋은 것은 물론 아니지만, 결과까지 책임지는 행위, 그것이 바로 이 시대 우리 사회에 요청되는 사려 깊은 분별력의 정치 행위입니다.”

● 전공이 비교정치이지요.

그렇습니다. 나의 전공은 비교정치고, 정치사회학이며 경험적으로는 한국정치를 집중적으로 공부해 왔어요. 그렇다고 내게 정치철학이 완전히 낯선 분야는 아닙니다. 석사학위 논문을 홉스의 정치철학으로 썼고, 미국 시카고대 유학할 때도 정치철학을 틈틈이 수강하거나 청강했어요. 정치철학에 대한 문제 의식은 오래됐습니다.” 

 

● 그런데 왜 마키아벨리인가요. 뜻밖입니다. 마키아벨리는 온갖 권모술수 정치의 대명사인데.

“영국의 극작가 셰익스피어도 ‘잔학한 마키아벨리’라는 부정적 평판을 내린 것으로 유명합니다. 사악함과 부도덕·무도덕의 정치를 마키아벨리와 연결짓는 게 일반적이죠. 그러나 그게 다는 아닙니다. 마키아벨리를 그렇게 해석하지 않는 이도 적지 않습니다. 지금 이 순간 나는 후자 쪽의 마키아벨리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마키아벨리에 대한 오해를 푸는 것이 오늘 한국 정치의 문제를 푸는 데 요긴하다고 생각합니다.”

● 마키아벨리의 어떤 점이 우리 정치에 도움이 된다는 겁니까.

마키아벨리의 정치학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데서 출발합니다. 정치 현실을 초월한 이상적 윤리규범이나 신앙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마키아벨리를 최초의 근대적 정치철학자라고 부릅니다. 그것은 왜 그럴까요. 권력과 폭력, 그리고 악의 문제를 현실적 차원에서 생각한 최초의 인물이라고 본 겁니다. 마키아벨리는 권력·폭력·악과 같은 것들을 정치의 영역에서 배제돼야 하는 것으로 보지 않았어요. 정치의 기준을 윤리규범으로 본 것이 아닙니다. 권력이라는 현실은 정치의 출발점입니다. 폭력과 악을 정치를 실천하는 하나의 조건으로 간주했지요. 그 조건들을 다루는 게 정치고, 정치를 통해 공공선을 이룩해 가는 것입니다. 애초에 현실을 초월한 유토피아를 설정해 놓고 그리로 몰고 가는 것은 혁명이지 정치가 아닙니다. 마키아벨리는 도덕이나 규범에서 좋은 정치를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플라톤을 한번 보세요, 정치와 윤리가 혼합돼 구분되지 않습니다. 마르크스는 플라톤 계열이지요.”

최 교수의 강의에서 흥미로운 점이 발견된다. 그는 크게 두 개의 흐름으로 정치철학을 분류했다. 하나는 ‘이상의 정치’이고, 다른 하나가 ‘현실의 정치’다. ‘이상의 정치’ 그룹엔 플라톤·로크·루소를 배치했다. ‘현실의 정치’ 그룹엔 마키아벨리·아리스토텔레스·몽테스키외·토크빌·베버가 자리 잡는다. 전자를 대표하는 인물이 플라톤이고, 후자는 마키아벨리가 대표한다. 그의 강의는 두 흐름을 포괄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후자의 흐름, 즉 마키아벨리류의 ‘현실 정치철학’에 비중을 뒀다. 거기에 정치의 본질이 있다고 보는 것이며, 무엇보다 그 현실의 정치가 오늘 우리 사회에 가장 취약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 마르크시즘 아닌 좋은 정치 이끌 실력 필요

● 그러고 보니 정치철학 강의 목록에도 과학적 사회주의의 창시자인 마르크스가 보이지 않습니다.

“일부러 뺐어요. 마르크스 이론은 이미 한국 사회에서 충분히 읽혔고 진보파들에게는 ‘유일한 지식’이라 할 정도로 보편화되었죠.”

망설임 없는 즉답이 돌아왔다. 이 정도 강의안을 짜려면 적어도 올 초엔 준비를 마쳤을 터다. 그의 생각이 급조되지 않았음이 분명했다. 그는 계속 이어 이렇게 답했다.

“마르크스 이론의 치명적 결함은 정치의 역할이 없다는 점이지요. 마르크시즘이 현실 속에서 작동을 못하고 실패한 이유는 거기에 있어요. 정치는 없이, 이상과 규범만 강요됐기 때문에 권력의 문제를 잘 다룰 수 없었지요. 그런 이상과 당위의 논리는 우리에게 넘쳐요. 오늘 한국 사회에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그런 규범이 아니라 좋은 정치를 이끌 실력이라고 봐요.”

● 마르크스보다 마키아벨리가 더 필요하다는 말로 들립니다.

그래요. 지금 한국 정치에 절실히 요청되는 것은 마르크스가 아니라 마키아벨리라고 보는 겁니다. 오해는 마세요, 바로 오늘날 한국의 현실에 대한 진단이 그렇다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마키아벨리에 대한 오해부터 풀어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한국 사회에서 정치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는 길이라고 보는 겁니다.”

● 이명박 정부 초기 ‘광우병 촛불시위’ 때 최 교수님은 ‘직접 민주주의’의 한계를 지적했고, ‘대의 민주주의’를 성숙시켜야 한다고 말하셨죠.

“독재와 민주가 대립하던 시절, 윤리적 도덕성이 최고 덕목이었던 시절에 정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깊어만 갔습니다. ‘이상의 정치’와 ‘운동의 정치’는 함께 갑니다. 군부 독재에 저항하는 ‘운동의 정치’는 그 나름의 정당성을 확보했습니다. 그런데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를 고민해야 할 오늘에도 여전히 운동과 이상의 정치가 지속되어도 좋은가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상의 정치가 아니라 ‘현실의 정치’라고 저는 보는 것입니다. 현실주의 정치철학자로서 마키아벨리를 재평가하자는 것은 일종의 대증요법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는 최 교수님의 베스트셀러입니다. 말씀을 듣다 보니,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의 문제의식을 마키아벨리의 입을 빌려 심화시켜 나가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백악관에 입성하며 했던 말을 기억하나요. ‘나는 워싱턴을 바꾸러 온 것이 아니라 정치를 하러 왔다’고 했습니다. 우리는 어떻습니까, 대통령이 되는 순간 정치를 안 하지요. 정치의 가치를 잘 이해하는 정치인이 결국 중요합니다. 다른 의견, 다른 세력과 대화하고 타협하고, 정치적 목적을 정치를 통해 설득하고 뭔가 의미 있는 일을 만들어내는 능력을 배양해야 합니다.”

# ‘정치와 통치의 기술’에 눈 떠야

● 이상과 윤리규범을 전제로 한 정치학의 전통은 오래돼 왔는데요.

“정치적 실천을 개척하는 지혜라고 할까요, 이젠 현실 정치의 얽히고설킨 것을 푸는 실력이 필요합니다. 그런 지혜나 정치적 실력은 선악의 이분법에선 나오지 않아요. 리얼한 정치의 본질과 역할을 직시해야 합니다. 한국 정치의 수준을 높이는 일은 정치와 철학에 대한 바른 이해에서부터 출발합니다. 폭력과 악을 배척만 할 것이 아니라 정치의 중심에 놓고 정면으로 대화해야 합니다. ‘저항의 정치학’만으로는 이제 안 됩니다. ‘정치와 통치의 기술’에 눈을 떠야 합니다.”

● 좀 더 구체적으로 적시하신다면.

“가치나 이념의 주장만 난무하고 정치는 없는 현실. 세종시가 그렇고, 4대 강이 그러하며, 천안함도 예외가 아닌 것 같습니다. 정치에 대한 오해, 강한 유토피아 지향성, 정치철학의 부재 등등…. 윤리규범으로서의 이념만이 과도하게 큰 소리를 내는 현상은 이제 마감할 때입니다.”  

듣고 보니 좌나 우, 진보와 보수 모두가 생각해 봐야 할 지적이었다. 최장집 교수는 인터뷰에서 최근의 지방선거 결과 등 주요 정치 현안에 대한 나름의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 6·2 지방선거 결과를 어떻게 보나요.

2007년 대선, 2008년 총선의 결과가 보수 한나라당의 일방적 승리였습니다. 민주주의에서 일방적으로 힘의 균형이 무너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요. 이번 지방선거는 그 균형을 제도 안에서 이룬 결과로 봅니다. 한국 유권자의 투표 패턴이 최소한 민주주의의 규범을 중요한 가치로 수용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지요.”

● 무상급식이 핵심 이슈였는데.

“복지 이슈가 선거에 영향을 미친 것은 의미 있는 변화이자 발전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체 복지의 측면에서 하나의 단편적 이슈였지요. 나는 교육의 문제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교육을 통한 계층적 상향 이동이 상당히 어려워졌어요. 옛날엔 있던 상향 이동의 사다리가 없어져서 경쟁은 비교할 수 없이 강해졌지만 혼란과 불확실성이 크다고 봅니다. 우리 사회를 불안정하게 하고 예측 가능하지 못하게 하는 거죠.”

● 진보 성향 교육감도 많이 당선됐습니다.

한국의 교육이 보수적 틀로 강하게 짜여 있었어요. 그 속에서 부패도 자랐습니다. 이번 선거를 통해 보수의 독점체제가 진보와의 경쟁체제로 들어간 것은 바람직합니다. 하지만 교육의 내용을 너무 과격하게 바꾸려고 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봅니다. 해결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바꿀 수 있는 것을 제대로 바꾸는 것이 중요하지요.”

● 지방선거에서 승리한 야당의 역할은.

“지방선거 결과는 야당을 긍정적으로 본 게 아니라 이명박 정부에 대한 반발로 보입니다. 야당에 대한 적극적 지지가 아니라 소극적 지지입니다. 야당이 여기에 안주하면 희망이 없을 겁니다. 이익집단적 성격에서 벗어나 좀 더 넓은 계층으로 기반을 넓혀야 합니다.”

● 정부·지자체의 세금 운용이 문제되고 있습니다.

그동안 누굴 뽑고 임명하는 데만 관심이 높았습니다. 그들이 국가 예산을 어떻게 쓰는지를 이젠 정밀하게 감시해야 합니다. 이것만큼 중요한 정치적 이슈도 없지요. 광화문광장을 걸어다니면서 그런 생각을 합니다. 세금을 이렇게 써선 안 됩니다. 세종시·4대 강·천안함 문제 등을 모두 세금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 최 교수의 대표작인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24쇄가 최근 출간됐습니다. 개정판을 더 내지 않겠다고 한 이유는 뭔가요.

“진보·보수 정부를 다 경험하면서 이제 정권의 변화를 따라가지 않고도 일반화할 수 있는 한국 정치의 특징을 짚어낼 수 있겠기 때문입니다.” 



● 그렇게 정리해 낸 한국 정치의 특징은 뭔가요.

정당 체계가 다른 부문의 발전에 비해 극히 지체돼 있다는 점이지요. 한국 민주주의를 발전시키지 못하게 하는 장애 요인입니다. 엘리트가 아닌 서민대중, 소외계층 같은 사회적 약자들이 정치적으로 대표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민주화는 되었지만 민주화 이전의 구질서, 즉 한국사회가 만들어졌던 구조는 변화하지 않고 있지요. 이 말은 좌파 정당이 새로 만들어져야 한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하나의 사회적 세력으로는 존재하는데 정치적으로는 대변되지 못하는 구조, 거기서부터 발생하는 문제가 많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입니다. 보수정당의 실력도 문제가 많습니다. 사회의 다양한 요구를 수렴하고 통합해 내는 데 편협하고 무능력한 겁니다. 실력을 갖춘 미래의 정부로서 정당이 발전해야 합니다.”

● 후학들을 위한 조언은.

“한국의 엘리트들은 너무 바쁩니다.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을 소비하고 있지요. 각종 자문회의나 프로젝트 등의 사회적 참여도 많습니다. 그러나 이제 지식인들은 공부에 더 열심이어야 합니다. 교수는 교수로서의 자기 직분에 충실해야 합니다.”

j 칵테일 >> 마키아벨리
니콜로 마키아벨리는 16세기 르네상스기 이탈리아의 정치이론가이자 역사학자다. 그를 기점으로 정치철학은 근대와 전근대로 나뉜다. 대표작 『군주론』을 통해 그는 근대 정치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핵심은 도덕과 정치의 분리다. 정치를 윤리 규범과 다른 영역으로 파악했다. 그 이전엔 신앙과 윤리가 정치의 자리를 대신했다.

마키아벨리만큼 평가가 극명하게 갈리는 인물도 없다. 특히 우리에게는 권모술수와 동의어로 쓰일 만큼 나쁜 이미지가 퍼져 있다. 그러나 꼭 그렇게 볼 것만은 아니다. 동기가 선하다고 해서 결과도 선한 것일까. 역사는 그렇지 않은 사례를 많이 보여준다. 고상한 목적이 권력과 결탁돼 전혀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중세 종교재판, 프랑스 혁명기의 자코뱅 테러, 근대의 공산주의 혁명이 그렇다. 오히려 ‘더러운 손’이 실제로는 깨끗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아이러니가 일어나는 게 정치 현실이다. 



그의 이론이 쉽지만은 않다. 『군주론』의 키워드인 ‘비르투(virtu)’ 같은 용어부터 간단하지 않다. 최장집 교수는 ‘비르투’를 단순히 ‘덕성’으로 번역할 수 없다고 했다. 용기·대담성·결단력·의지·능력·교활함·위용 등으로 그때그때 다르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배영대기자) 

10. 07. 25.   

P.S. 인터뷰를 읽으며 든 단상은 두 가지다. 하나는 레오스트라우스와 최장집. 짐작에 "미국 시카고대 유학할 때도 정치철학을 틈틈이 수강하거나 청강했어요."라고 할 때 그가 수강하거나 청강한 강의는 레오스트라우스나 그 제자들의 강의였을 것이다(부시 행정부 시절 레오스트라우스는 네오콘의 이론적 지주로 자주 도마에 올랐다). 마침 레오스트라우스가 엮고 공저자로 참여한 <서양정치철학사>(인간사랑) 1권이 절판됐다가 최근에 다시 나왔는데, 이 시리즈의 '마키아벨리' 편은 의당 레오스트라우스가 집필했다. 최장집 교수의 강의가 책으로 묶여 나오면 비교해서 읽어봐도 좋겠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최장집과 강유원. <인문 고전 읽기>에도 <군주론> 읽기가 포함돼 있지만, 강유원의 <서구 정치사상 고전읽기>가 비슷한 '프로젝트'이기 때문이다. 마저 나오게 되면 역시나 최장집 교수의 강의와 비교해볼 수 있겠다. 사실 두 사람은 오래 전에 <춘아, 춘아, 옥단춘아, 네 아버지 어디 갔니?>(민음사, 2001)에서 대담을 나눈 바 있기에 구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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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때리다 2010-07-25 18:04   좋아요 0 | URL
레오 슈트라우스의 영향을 받았다면...ㅎㄷㄷ... 니체 철학이 이렇게도 공포스럽게 변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는데....

로쟈 2010-07-25 18:49   좋아요 0 | URL
마키아벨리나 니체나 레오스트라우스나 엘리트주의란 점에선 다 공통적이죠...

Daniel 2010-07-26 00:33   좋아요 0 | URL
선생님 글 덕분에 춘아, 춘아~ 책에 최장집 교수님 관련 글이 있다는 것은 처음 알았습니다.

최장집 교수님 책은 구입할 수 있는 것은 되도록이면 다 구입하려고 노력하는데; 강유원 선생님과의 대담을 전에 인터넷에서만 봤고 출처가 어딘지를 몰랐던 기억이 납니다. 이번에 덕분에 알게 되어 감사합니다.

그런데 책을 구입할까 하고 검색해봤는데 절판이군요... 출판사에 전화하면 재고라도 있을런지 모르겠네요.

하나 여쭙고 싶은 게 있습니다.

절판된 책들 중에서는 출판사에 전화하면 반품되었던 재고라고 있는 경우가 가끔 있더군요. 물론 상태는 완전 새것(?)일 순 없지만 경우에 따라선 반품이라고 믿겨지지 않는 좋은 상태의 책들도 더러 있던데...
보통 절판되었다고 나오면 언제까지 출판사 창고(?)라든지 본사에 반품 등 재고가 남아 있을까요. 여쭤보는 이유는 당장에 돈은 없는데 책은 절판되었고... 그런데 출판사에는 이렇게 반품 명목으로 들어온 재고가 있는 경우에 고민을 좀 하게 되거든요... 당장 그거라도 구입하지 않으면 다시는(?) 혹은 당분간은(?) 못구할텐데;;; 뭐 이런 심리인데 반품 등 재고의 생명주기(?)를 알게 되면 조금 여유를 가지고 구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여줘봅니다. 감사합니다.

로쟈 2010-07-26 00:39   좋아요 0 | URL
제가 아는 내용이 아닌데, 짐작엔 출판사마다 다 다를 겁니다. 창고 사정이 다 다를 테니까요. 절판된 책은 요즘은 (인터넷)중고서점이나 헌책방을 알아볼 수밖에 없고, 저 같은 경우는 도서관에서 대출해봅니다(필요한 부분은 복사하고요). 어렵게 구한 책인데 또 개정판이 나오는 경우도 없지 않기 때문에 너무 매달리진 않아도 될 듯해요...

Daniel 2010-07-26 00:46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물론 복사가 좋긴 한데(절판되었으니 합법적으로(?) 복사...) 복사해두면 이상하게 더 보질 않게 되고 보관하기도 힘들고...
아무튼 너무 매달리지는 않도록 하겠습니다^^. 마이리스트가 바뀌어서 바로 들어와봤더니 이리 빨리 답을 얻게 되어 감사합니다. 평안한 밤 되십시오.

노이에자이트 2010-07-28 15:55   좋아요 0 | URL
최장집 씨가 영향을 받았다면서 자주 언급하고 권하는 저서는 아담 쉐보르스키,E.E.샤츠슈나이더,로버트 다알 등 주로 자본주의하에서 민주주의는 어떻게 작동하는가,민주정치와 정당정치의 관계는 어떠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를 탐구한 정치학자들입니다.저도 이들 중 앞의 두 사람은 최장집씨 덕에 알게 되었지요.최장집 씨가 마키아벨리를 언급한 것은 요즘 우리나라의 진보주의자들이 너무 운동권 정서에서 못벗어나고 있다는 문제의식 때문에 정치란 무엇인가 하는 문제를 좀 더 뿌리부터 탐구해 보자는 뜻에서 한 것 같습니다.요즘 신문사와의 대담에서 부쩍 진보주의의 교조주의 성향을 지적하고 있기도 하구요.이 대담도 평소 최장집 씨의 그런 지론을 반복하고 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