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베르테르의 슬픔과 백야

'라캉'으로 검색을 하니 제일 먼저 뜨는 기사가 이번주에 개봉하는 영화 <카페 느와르>에 대한 소개평이다. 안 그래도 뒤늦은 개봉 소식을 접하고 한번 보고 싶던 차였다(지난주에 언론시사회가 있었고, 오늘은 VIP시사회가 열렸다고 한다). 이 참에 스크랩해놓는다.      

무비스트(10. 12. 27) 영화를 통해 완성된 책의 리얼리즘

영화평론가 정성일이 감독으로 데뷔를 했다? 아마도 많은 평론가들이 가장 하고 싶어 하는 일이 영화를 만드는 일일 테지만, 동시에 가장 부담스러운 일도 영화를 만드는 일일 것이다. 하지만 과거 프랑소와 트뤼포 감독은 이런 얘기를 했다. 영화를 사랑하는 첫 번째 방법은 같은 영화를 두 번 보는 것이며, 두 번째 방법은 영화를 평하는 것이며, 세 번째는 영화를 만드는 것이라고. 아마도 평론가 정성일은 그런 이유로 감독이 되었고, <카페 느와르>를 만들었을 것이다.

중학교 음악교사인 영수(신하균)는 같은 학교 선생인 미연(김혜나)과 연인이다. 하지만 학부모인 또 다른 미연(문정희)과 첫눈에 반해 사랑을 시작한다. 둘의 불륜이 계속되던 어느 날, 영수는 학부모 미연으로부터 이별을 통보받는다. 이별을 받아들일 수 없는 영수는 학부모 미연의 남편을 죽이려고도 하지만 결국 미연을 놓아준다. 실의에 빠져 청계천을 걷던 영수는 우연힌 선화(정유미)를 구해주고 선화의 사랑 이야기를 듣는다. 하지만 선화로부터 자신을 사랑하지 말라는 당부를 받는다. 선화와 선화의 옛 사랑을 연결시켜주는 역할을 하게 된 영수는 선물을 배달하는 퀵 서비스 여인 은하(요조-신수진)로부터 자신에게 배달된 선물을 전해 받는다.

<카페 느와르>의 이야기를 요약하자면 연인이 있는 남자가 불륜을 저지르고, 그로 인해 두 사람을 모두 잃고 외로워한다는 내용이다. 이렇게 정리를 하면 영화는 TV 통속극처럼 간단해 진다. 하지만 <카페 느와르>는 3시간 18분에 이르는 긴 러닝타임을 지니고 있다. 짐작했겠지만 영화는 단순히 내용을 전달하는 데에만 급급하지 않는다. 자신의 소원을 들어줄 한 명의 여자를 찾아 헤매는 영수를 중심으로 익숙하지만 낯선, 서울이라는 공간을 끊임없이 돌아다닌다. 또한 대사는 구어체가 아닌 문어체로 이루어져 있고, 지나간 사랑 이야기는 엄청나게 긴 대사량으로 처리되기도 한다. 분명 <카페 느와르>는 지금까지 우리가 봐 온 영화들과는 스타일이나 의미 전달 방법에서 다른 길을 택했다. 굉장히 낯설지만 그렇기 때문에 흥미롭다.  



우선 이 영화가 선택한 가장 핵심적인 정체성은 책이다. 영화의 중심 이야기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백야’와 관련을 맺고 있는데, 인물들이 주고받는 대사들이 모두 이 책들을 기반으로 한 것이다. 게다가 대화법 역시 책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 문어체로 이루어져 있다. 정성일 감독은 ‘책의 리얼리즘’이라는 말로 이들의 ‘사실성’에 대해 얘기했는데, 영화를 보는 내내 영화가 완벽히 책의 모습을 하고 있는 듯한 경험을 하게 된다. 하지만 이 영화의 접근법에는 약간의 의문도 있다. 과연 책을 읽지 않은 이들에게 이들의 행위는 어떻게 ‘읽힐’ 것인가? 마치 영화를 볼 수 있는 자격 조건을 제시한 듯한 뉘앙스도 배제할 수 없다.

이 외에도 <카페 느와르>는 다양한 영화들의 인용으로도 관심이 간다. 아예 대놓고 장면과 대사를 따온 <극장전>부터 <괴물> <올드보이> <살인의 추억> <행복> 등의 우리 영화가 여러 방식으로 인용된다. 또한 브레히트, 체호프, 라캉 등은 물론 고다르, 오즈 야스지로 등의 고전 영화감독들의 스타일도 묻어난다. 저 장면은 어느 영화의 어떤 장면! 이라고 똑 부러지게 밝히지 못한다 하더라도 영화를 즐겨온 이들에게 <카페 느와르>의 장면 장면들은 남다른 재미를 준다. 게다가 그 장면들이 서울이라는 지독하게 낯익은 공간에서 느껴지는 특별함이라는 점에서 생각할 바를 준다.

정성일 감독은 영화의 길이에 대해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인용하며 “죽음을 늦추는 시간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백야’를 가져왔고, 덕분에 베르테르는 죽음을 조금 더 연기했다. 영화가 6시간, 8시간이었다면 그 죽음은 조금 더 연기됐을 거다. 하지만 사랑과 죽음이라는 근본적인 설정은, 설정 그 자체로는 한계가 보이기도 한다. 하여 정성일 감독은 이러한 태생적인 설정을 현실에 대입하기도 한다. 우리 시대가 우리에게 가져온 죽은 시간들, 변화된 모습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찌됐던 목숨을 연명하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에서 현실은 또 다른 ‘극사실주의’를 드러낸다. 책의 리얼리즘은 영화를 관통하며 삶의 리얼리즘으로 변모한다.

하지만 이 영화에 감독으로서의 정성일이 얼마나 드러났을까 하는 의구심도 든다. 영화에 드러나 많은 가치와 의도가 선배 영화인들, 고전 감독들이 만들어놓은 토대에서 그들을 인용하거나 거부하거나 비웃기도 한다. 영화를 향한 순수한 예술적 접근이 한 영화광으로 하여금 영화를 만들게 했고, 그것이 <카페 느와르>라는 결과물을 낳았다면, 정성일은 감독으로서 자신의 모습을 아직 드러내지 않은 셈이다. 그의 말대로 두 번째 영화가 만들어졌을 때, 감독 정성일을 만나게 되지 않을까 싶다.(김도형기자)  

10. 12. 27.   

P.S. 지난주에 읽은 감독 인터뷰기사도 옮겨놓는다. '세계문학전집'을 차례로 영화화하고 싶으며 다음 영화로 <마담 보바리>를 지목한 것이 인상적이다(의외로 '소박한' 야심 아닌가?). 전집이라! 그는 몇 편까지 찍어볼 생각인지 궁금하다...

 

경향신문(10. 12. 23) “수많은 예술 도둑질한 영화, 이제 문학과 우정 나눠야죠”

한국에서 누구보다 많이 영화를 사랑하고 보고 글을 쓴 평론가 정성일. 그가 지천명에 접어들어 내놓은 장편 데뷔작 <카페 느와르>는 놀랍게도 책을 위한 헌사다. 이 영화는 요한 볼프강 폰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과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의 <백야>를 원작으로 한다. 영화 도입부엔 ‘세계소년소녀 교양문학전집’이라는 부제가 나오고, 등장 인물들은 해외문학 번역서에서 뽑아낸 듯한 문어체 대사를 읊는다.

정성일 감독은 “책의 문자들이 배우들의 육신을 통과해서 어떻게 피와 살을 얻고 말하여지는지, 어떤 방식으로 활동하기 시작하는지 보고 듣고 싶어졌다”고 했다. 그는 “책을 찍고 싶었다”며 이 영화가 ‘책의 리얼리즘’을 구현한다고 말했다.

“영화는 종합예술입니다. 그 이유는 영화가 오랫동안 수많은 예술들을 도둑질했기 때문이지요. 이제 도둑질한 재산을 두고 우정을 나누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카페 느와르>는 문학에 대한 영화의 우정입니다.” 

 

<카페 느와르>는 초등학교 음악 교사인 영수(신하균)의 이야기다. 그는 같은 학교 교사 미연(김혜나)과 연인이지만, 같은 이름의 학부모 미연(문정희)과 불륜에 빠진다. 결국 학부모 미연은 이별을 선언하고, 괴로워하던 영수는 우연히 선화(정유미)를 만나 호감을 느낀다. 전반부는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후반부는 <백야>에 기초했다. 상영시간은 3시간18분이다.

그가 오랫동안 영화를 보고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부딪힌 가장 큰 문제는 “(영화의) 이야기를 믿을 수 없었다”는 점이었다. 그는 올해 흥행한 몇 편의 영화를 예로 들며 “그 얘기가 말이 되느냐”고 되물었다. 결국 믿을 만한 얘기가 어디있는지 고민한 끝에 100년 이상 버티면서 읽히고 또 읽힌 이야기는 믿을 만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렇다면 왜 하필 괴테와 도스토예프스키인가. 그는 길게 설명했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처음 읽은 건 12살 때였습니다. 아무도 제게 그 책이 권총 자살로 끝난다는 사실을 얘기해주지 않았습니다. 어린 나이에 너무 충격이었습니다. 오늘날 많은 폭력영화를 본 독자에겐 놀랍지 않겠지만, 제가 그 책을 읽은 건 60년대였다는 사실을 환기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나서 무수한 죽음을 보았습니다. 80~90년대를 거치면서 한국 사회에선 죽어도 너무 많이 죽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살아남았고요. 저는 어떤 사람을 ‘열사’라고 부르는 것에 대해 저항감이 있습니다. 죽음을 기려서는 안됩니다. ‘죽으면 안돼’라고 외치는 것이 우리가 해야할 일입니다.”

그는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영화로 옮기기로 결심했지만 베르테르의 죽음만은 막고 싶었다. 괴테를 어떻게 막을 것인가. 도스토예프스키라면 막지는 못할망정 연기시킬 수는 있지 않을까. 영화가 늘어난 것은 그 때문이다. 베르테르의 자살을 최대한 미루고 싶었다.

 

<카페 느와르>에는 책만 나오는 건 아니다. <극장전>, <괴물>, <올드보이> 등 동시대 한국영화, <빨간 풍선>, <주말> 등 해외 고전영화가 인용된다. 정 감독은 최근 자신이 낸 책 제목이기도 한 “언젠가 세상은 영화가 될 것이다”라고 그 이유를 들었다.

“이렇게 생각하면 어떨까요. <올드보이>의 최민식이 망치로 내려치다가 너무 힘들어 한강에 놀러나와요. 그러면 <괴물>의 송강호가 있는 매점에 오는 거예요. 아이 잃은 <밀양>의 전도연과 아이를 지키려는 <마더>의 김혜자가 나란히 앉는 거예요. 모든 영화들이 모여서 만드는 하나의 세상을 비유하고 싶었습니다. 이 영화에서 출구를 열고 나가면 다른 영화의 입구가 있는 식으로 신(scene)을 생각하면 어떻겠느냐는 말이죠.”

영화엔 동시대 한국 사회를 직접적으로 환기시키는 장치들이 많다. 영화의 프롤로그에서 한 소녀는 미국의 대표적인 햄버거 가게에 앉아 “하나님 아버지 부디 저를 보살펴 주세요”라고 말한 뒤 햄버거를 먹는다. 정 감독은 이를 두고 자살을 시도하는 장면이라고 말했다. 햄버거 안에 든 미국산 쇠고기, 이를 통한 광우병을 은유한 것이다.

“이 장면을 보고 ‘햄버거를 먹고 죽는다는 게 말이 되어요?’라고 묻는 거예요. 전 당황했어요. 얼마나 많은 사람이 촛불시위에 나왔는데, 그때 나왔던 한국 사람들조차 다 잊은 것인가. 2년 지났는데 잊었다면 5년 뒤엔 무엇을 기억할 것인가. 쓸쓸하고 스산해졌어요.”

평론가로서 엄청난 영화를 보고 숱한 영화 촬영장을 누볐지만, 장편 연출자로서 나선 건 처음이다. 그는 영화를 찍으면서 “영화의 성질에 대해서, 영화가 어떤 방식으로 세계를 긍정하고 세계는 어떤 방식으로 영화를 부정하는가를 배웠다”고 말했다. 아울러 100% 동시녹음으로 영화를 찍으면서 서울이 이토록 소음과 공사가 많은 곳인지 처음 알았다고도 했다. 사전에 장소를 섭외한 뒤 막상 촬영하러 가면 10곳 중 4곳은 공사중이었다. 이것이 세계가 영화에 주는 부정성이다. 영화는 그 부정성을 도리없이 받아들여야 했다. 

그는 언론시사회 내내 극장 뒤편에 선 채 영화를 봤다. 그는 “느껴보고 싶었다. 객석에 앉은 사람들이 내가 만든 영화, 내가 생각한 이야기, 만들어낸 인물을 어떻게 느끼는지. 그 즉각적인 한숨소리와 웃음소리, 호의와 저항감, 휴대폰의 불빛까지. 그걸 객석에 앉아 느낄 수는 없었다. 극장 안의 풍향계가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카페 느와르>에 대해 스스로 평을 하면 어떨까. 그는 “별점을 매기면 다섯 개, 20자평을 쓴다면 ‘휘몰아치는 감동, 이토록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영화가 있을까’라고 쓸 것”이라며 “지구상 모든 감독들이 그렇듯 자기 영화에 대해선 눈이 먼다”고 말했다.

“자기 영화는 무조건 긍정해야죠. 그건 스태프와 배우에 대한 예의입니다. 자기가 의미있는 작업을 했다는 태도가 없으면 누가 그 영화를 사랑해주겠습니까.”

그는 기회가 된다면 세계문학전집을 차례로 영화화하고 싶다고 했다. 다음에 찍어보고 싶은 작품은 <보바리 부인>이다. <카페 느와르>는 30일 개봉한다.(백승찬기자)  

감독의 말  

영화와 인생 중에서 무엇이 더 중요합니까? 프랑소와 트뤼포가 대답했습니다. 당연히 영화가 더 중요하지요.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그런 다음 마음속으로 생각했습니다. 나는 결국 사라질 것이고 영화는 여기 남을 것입니다.  

영화를 만들 결심을 하면서 작은 계획을 하나 세웠습니다. 그건 ‘세계소년소녀 교양문학전집’이라는 이름 아래 연작을 만드는 것입니다. 제일 먼저 꺼내든 책은 내가 14살 때 처음 읽은 요한 볼프강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었습니다. 이 책은 괴테가 25살이 되던 해 1774년에 썼습니다. 이 영화의 첫 번째 제목은 그 책에서 가져온 <슬픔(Die Leiden )>이었습니다. 그 책을 처음 읽었을 때 아무도 내게 그 책이 그렇게 끝난다는 이야기를 해 준 사람이 없었습니다. 아무 방어도 하지 못한 채 그 책의 마지막 대목에서 베르테르가 자기 머리에 권총 자살을 하는 대목을 읽었습니다. 구식 권총은 아마도 단번에 베르테르의 생명을 빼앗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 대목은 이렇게 쓰여져 있습니다.  

“.....의사가 도착했을 때 불쌍한 베르테르는 이미 회복할 수 없는 상태였습니다. 방바닥에 쓰러진 채 맥은 아직도 뛰고 있었으나, 그의 손발은 모두 마비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오른쪽 눈 위에서 머리를 관통하여 쏘아서 뇌수가 밖으로 터져 나와 있었습니다. 별 효과가 없는 줄 알면서도 팔의 정맥을 째고 방혈을 시켰습니다. 피가 흘러 나왔습니다. 숨은 간신히나마 아직 쉬고 있었습니다...”  

얼마나 아팠을까요, 젊은 베르테르는. 나는 이 책을 읽은 다음 나이를 먹으면서 많은 죽음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의 운명이 다하는 것은 슬프기는 하지만 놀라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자기 스스로 자기의 숨을 거두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나는 1980년대를 살아남았고 그런 다음에도 한참을 더 살고 있습니다. 간절하게 말하고 싶었습니다. 제발 그러면 안 됩니다. 그러니 그저 거기서 멈춰 주세요. 나의 힘으로 괴테의 소설 속의 죽음을 멈출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그 곁에 한 편의 소설을 더 가져다 놓기로 하였습니다. 오로지 그걸 미루기 위해서입니다. 그때 내가 서가에서 뽑아든 건 표드르 미하일로비치 도스또예프스끼가 그의 나이 27살인 1848년에 쓴 <백야 혹은 감상적 소설, 어느 몽상가의 회상 중에서>입니다.  

그 해 프랑스 혁명이 일어났고,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공산당 선언>을 썼습니다. 나는 할 수 있는 한 그 죽음을 미루고 싶었습니다. 그저 나흘 밤이라도 좋으니 그걸 미루고 싶었습니다. 거인 괴테가 베르테르의 관자놀이에 총을 쏘았을 때 그 죽음을 감히 내 힘으로는 미룰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도스또예프스끼라면, 네 그렇습니다, 도스또예프스끼라면 그렇게 잠시라도 미룰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나는 그 죽음을 미루기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그렇습니다. 이 영화의 상영시간이 긴 것도 오로지 내 마음 속의 간절한 호소의 일부입니다. 차라리 나는 그것을 영화가 내게 요구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할 수만 있다면 나는 영화가(*영화를?) 끝내지 않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죽음을 막을 수는 없었습니다.  

“...물론 나는 알고 있다. 오직 운이 좋았던 덕택에 나는 그 많은 친구들보다 오래 살아남았다. 그러나 지난 밤 꿈속에서 이 친구들이 나에 대해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강한 자는 살아남는다. 그러자 나는 자신이 미워졌다” 베르톨트 브레히트가 1944년에 쓴 시 <살아남은 자의 슬픔>입니다.  

2010년 11월 오늘 첫 눈이 올지도 모른다는 뉴스를 들으면서 정성일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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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28 00: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28 08: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자꾸때리다 2010-12-28 0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제 눈엔 정유미 누나 밖에 안 보여요. 사랑해요 유미 눈화 ㅜㅜ ♥

로쟈 2010-12-30 07:56   좋아요 0 | URL
정유미론을 하나 쓰시죠.^^

푸른바다 2010-12-28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성일씨의 특성을 볼때 왠지 의식/지식 과잉의 헐리우드 키드 같은 영화가 아닐까 하는 선입견이 드네요.^^ 물론 선입견이길 바라고 저도 기회가 되면 영화를 보고 싶습니다.^^

로쟈 2010-12-30 07:55   좋아요 0 | URL
인터뷰들이 나오고 있는데, 역시나 열정적인 달변입니다.^^

귀족온달 2011-02-05 0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랫동안 정성일씨의 영화평을 읽어왔는데요, 찬찬히 읽다보면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준다고 봅니다. 뛰어난 작곡가가 절창이 아니듯 뛰어난 영화평론가가 좋은 영화감독이 될 수는 없겠죠. 영화는 어떻게 이미지화 하는가가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성실의 덕목만으로는 안되는 감각과 재능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정성일씨 영화를 보면서 느낀건 힘을 빼야 한다는 거였습니다. 노래를 부를때도 목에 힘을 주지않는단계를 가야 제대로 할 수 있다고 하더군요. 너무 많은 생각은 영화를 만들때 좋은 덕목은 아닌듯 합니다. 예전에 이문열씨가 그런말을 하더군요. 소설의 구조와 상징과 모든 이론적인 걸 생각하고 있으면 한편도 쓸수가 없다고요...영화창작도 역시 비슷하지 않을까요...

로쟈 2011-02-06 12:11   좋아요 0 | URL
네, 영화는 저도 실망스러웠습니다. 기대를 너무 많인 때문인지도 모르지만, '아는 게 병'일 수도 있겠단 생각도 들었어요. 혹은 그가 '현실'을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모르는 게 아닌가도 싶었어요. '세계명작'이란 외피를 고집하는 것도 미심쩍은 부분입니다. 그는 자신의 시나리오를 쓸 자신이 없는 건가 싶어서요...

예브 2011-03-12 0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넵스키대로를 떠올리며 읽었던 백야를 청계천에서 다시 눈으로 보는 재미도 있던걸요..^^
 

추석영화로 홍상수 감독의 <옥희의 영화>를 꼽았는데, 실제로 볼 형편이 안되는 탓에 주연을 맡은 배우 정유미 씨의 인터뷰 기사를 위안 삼아 스크랩해놓는다. 흠, <잘 알지도 못하면서>에 관한 기사를 옮겨놓을 때 한번 언급한 바 있지만, 그녀는 아마도 작년부터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여배우이다. <차우>와 <내 깡패 같은 애인> 같은 영화를 순전히 그녀가 나온다는 이유로 보았을 정도다(영화도 나쁘지 않았지만). 홍상수 감독의 단편영화 <첩첩산중>도 챙겨보았고. 존재 자체로 즐거움을 주는 배우를 만나는 것도 고마운 일이다... 

한국일보(10. 09. 21) '옥희의 영화' 주연 정유미 

강단 있으면서도 어딘가 허점 있어 보인다. 맑은 피부가 청순함을 한껏 강조하는 얼굴엔 기성 질서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분방함도 풍긴다. 그래서일까. "헤픈 게 나쁜 거야?"('가족의 탄생')라는 대사가 제법 어울렸고, 청정한 사랑의 파도에 몸을 싣는 앳된 여고생('사랑니') 역도 제격이었다. 스타나 연예인보다 배우라는 이미지가 더 강해서인지 똘똘하고 당차 보이는 평범한 취업재수생('내 깡패 같은 애인') 역할도 안성맞춤이었다.

16일 개봉한 홍상수 감독의 신작 '옥희의 영화'에서 자신의 전공학과 교수와 과 동기 사이에서 사랑을 찾아가며 은근히 팜므파탈의 면모를 보이는 옥희의 이중생활도 그이기에 고개가 크게 끄덕여진다.

정유미(27)는 떠들썩한 흥행으로 대중의 눈길을 끈 배우는 아니다. 그래도 연기 이력은 만만치 않다. 2004년 단편 '폴라로이드 작동법'으로 영화계의 주목을 받은 뒤 홍상수, 정지우, 김태용 감독 등 작가주의 성향이 강한 감독과 호흡을 맞췄다. 멧돼지와 인간의 사투를 다룬 '차우' 등 상업성 짙은 영화에도 출연하며 영역을 조금씩 넓히고 있다. 

 

'옥희의 영화' 촬영은 그에게 하나의 유희와도 같았다. '내 깡패 같은 애인' 막바지 촬영으로 지쳐 있을 무렵 홍 감독이 "촬영 쉬는 날 언제냐. 겨울 스케치나 함께 하자"며 전화로 출연제의를 해왔다. 바로 다음날 아침 촬영장으로 향했다. 제목도 정해지지 않았고, 스태프는 달랑 4명. "과연 영화가 완성은 될까. 개봉을 하긴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그는 "몸도 좋지 않아 툴툴거리며 하루를 보냈지만 실험적인 촬영이 너무 신기해 또 다른 에너지가 생겼다"고 말했다. "영화는 장르 불문하고 좋아하고, 출연작도 장르를 가리지 않는다"는 그의 무던한 성격이 무보수 저예산 영화 '옥희의 영화' 출연에도 적용된 셈이다. 



"영화 속 크리스마스는 정말 크리스마스에 찍고 신년 1월 1일 배경 장면도 실제 그날 찍었어요. 영화 속 그날의 기운을 실제 느끼면서 찍는 재미가 묘하더군요. 아차산 장면 찍을 땐 홍 감독님이 짐 보따리를 들고 산을 오르는 모습에 너무 감동 받아 '아 (뒷일은 이제) 몰라. 그냥 즐기자'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동년배에 비해 꽤 이력이 붙었지만 사람들은 아직 그를 잘 알아보지 못한다. 그러나 그는 "서운함도 없고 부러움도 없다. 열심히 찍은 TV 드라마나 영화를 사람들이 인정해주면 그만"이라고 말했다.

정유미는 "연기를 잘하고 싶고 노력을 계속하려 한다"고 하나 "아직 스스로를 배우라 할 수 없다"고 했다. "(주연인)'내 깡패 같은 애인'을 찍을 땐 이제 떳떳한 배우가 됐다 생각했는데 정작 영화가 끝나고선 아직도 멀었다며 내 머리에 꿀밤을 먹였다"고도 덧붙였다. "배우는 연기 이외에 홍보 등의 몫도 잘해야 하는데 아직 그런 그릇이 못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심은하씨 닮았다는 말도 나온다"고 하자 "다른 분들 닮았다는 말은 많이 듣는다"고 답했다. 누구냐고 묻자 발개진 볼에 어색한 웃음을 담으며 "몰라요"라고 외면한다. 미모에선 다른 배우에 비교되고 싶지 않은, 젊은 여배우의 자존심이 느껴졌다. 어쨌든 그는 이룬 것보다 이룰 것이 많은 배우다.(라제기기자) 

10. 09.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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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22 00: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22 08: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22 01: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22 08: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10-09-22 0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석 연휴에는 좀 쉬실 수 있나요?
그래봐여 며칠 안 되지만 꿀맛 같은 휴식시간이 되시길...^^

로쟈 2010-09-22 08:53   좋아요 0 | URL
생각없이 쉴 수는 있지만, 쉬면 안되는 처지라 고민이네요.^^;

easybird 2010-09-22 1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크린에서 저런 무방비의 표정을 만나기가 점점 힘들어지는 것 같아요- 정말 보석같은 배우에요ㅎㅎ

로쟈 2010-09-24 00:08   좋아요 0 | URL
'무방비의 표정'이란 표현이 정확해보입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한국영화 감독은 홍상수이다. 그러니 올 추석영화로 그의 신작 <옥희의 영화>를 꼽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하지만 정작 가까운 CGV에서는 상영을 하지 않는다. 언제, 어디서 봐야할지 고민 좀 해봐야겠다. 며칠 전에 읽은 인터뷰기사를 옮겨놓는다. 스포일러가 가장 적은 기사이기도 하다.    

한겨레(10. 09. 17) 전작들보다 더 준비안한 ‘현장 완성형’이다 

<옥희의 영화> 홍상수 감독은 작품처럼 묘했다. 15일 오후 서울 압구정동 카페에서 만난 그는 졸린 눈에다 머리는 풀풀거리고 슬리퍼 차림이었다. 출연진과 열하루 동안 베니스와 런던 영화제에 초청받아 “잘 놀다 오느라” 시차적응이 안돼 두 시간 밖에 못 잤다고 했다. “할 얘기가 별로 없다”는 그와 50여분 동안 드잡이 하는 동안 “이제 인터뷰 끝이냐”고 두 번이나 물었다. 

 

“나는, 결과를 알고 시작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4개 단편으로 된) 이번 영화는 첫 편 두 쪽짜리 트리트먼트(간단한 작품 개요)로 시작했다. 준비 안 된 정도가 그전 영화에 비해 훨씬 심했다. 그 점에서 실험적이었다.” 1편(주문을 외울 날)을 끝내고 생각이 자라 2편(키스왕)을 찍었고, 4편(옥희의 영화)이 보태지고 나서 비로소 장편이 되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마침 그때 폭설이 와 3편(폭설 후)이 떠올라 전체가 완성되었다고 했다.

두쪽 트리트먼트의 씨앗은 이선균. “그는 솔직하고 깨끗하며 머리도 좋은 것 같다. 외모와 달리 까탈스럽지 않고 사심없이 작품에 달려 들더라. 2007년 <밤과 낮> 촬영할 때 파리까지 와 줘 운이 닿으면 다시 한번 함께 작업하고 싶었다.” 일단 출연인물이 결정되면 그를 통해 무슨 이야기가 가능한지를 생각하면서 작품을 확장해 간다. 정유미씨와 문성근씨가 합류하게 된 것도 그런 과정이다.

“하나가 결정되고 또 하나가 보태지면서 그것들이 서로 작품에 어떻게 작용할지 호기심과 기대감으로 지켜본다. 나도 결과를 모른다. 내 작업은 과정을 통한 발견이다.” 여기서 ‘그것들’은 인물이기도 음악 또는 배경이기도 하다. 평소 좋아해서 반복해 들었던 ‘위풍당당 행진곡’은 마침 그때 감정이 꽂혀 단편들 앞뒤에 스며들면서 고색창연한 배경음이 되었고, 영화 주무대로 등장하는 아차산은 단지 자신이 근무하는 학교에서 가깝기 때문이었다. 모든 게 직감이다. 



종합하면 그의 작품은 유리창 성에처럼 스스로 자라 만들어진 자연무늬다. 대사도 마찬가지. “촬영에 앞서 그날 시나리오를 보여주고 바로 회수한다. 전체적인 느낌을 바탕으로 함께 리허설을 한다. 상황따라 즉석에서 대사가 나오기도 한다. 그것은 애초의 책상에서 쓴 대사와 동일한 가치를 갖는다. 수용 여부는 내 몫이다. 그렇게 해서 대사의 95%가 완성된다.”

예산이 아주 적게 드는 것은 자기가 즐기는 스타일이 운 좋게도 큰 돈 들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번 <옥희의 영화>에 든 돈은 5천만원. 촬영에 2천만원이 들었고 나머지는 35㎜로 컨버팅하는 비용이다. 가까운 장소가 배경이고, 촬영 회차도 10차례 안팎이며 출연배우들도 사실상 노개런티였다. 입장료 수입이 비용을 초과해 이익이 나면 주는 조건이다.

“투자 받기는 참 어려운 일이다. 성사되기까지 기다려야 하고 때로는 틀어지기도 한다. 하고 싶을 때 못 하는 것은 물론이고 일단 돈을 받고 나면 정작 하고 싶은 것을 못 한다. 투자자의 영리목적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

그 말 뒤에 “옳다 그르다가 아니라 개인의 기질 문제”라고 덧붙였다. “다양한 영화판에 애초 돈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감독도 한 명쯤 있어야 하지 않느냐. 나의 생각에 동조해 주는 배우가 있어 고마울 따름이다.”

“술을 마시면서 시나리오를 쓴다는데…”라며 넘겨짚자 펄쩍 뛰었다. “원래 영화 일 외에 다른 하나도 없다. 사람들을 만나 술을 즐기기는 하지만 일할 때는 전혀 술을 먹지 않는다.” 하지만 배우들한테는 술을 먹인다고 했다. 술 마시고 취하는 장면이 나오기 때문. “취한 척하는 것보다 약간의 술에 연기를 보태는 것이 낫더라. 물론 테이크가 길어지면 곤란해지더라.”(임종업 선임기자)  

10. 09.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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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가게재습격 2010-09-21 0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석연휴 오전에 슬쩍 들렀습니다. 편안한 연휴 보내세요.^^

2010-09-21 11: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21 16: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직 <인셉션>도 보지 못한 상황이지만 지난주에 개봉한 다큐영화 한 편에 눈길이 간다. 칼럼을 읽고서야 영화에 대해서, 그리고 '엘시스테마'란 베네수엘라의 음악교육 프로젝트에 대해서 알게 됐다. 창립자는 음악가이자 경제학자 출신 활동가 호세 안토니오 아브라우 박사라 한다. 방학이 끝나가는 아이들이 한번쯤 보면 좋을 듯싶다. 물론 어른들은 보는 것만으론 부족하고 뭔가 느껴야겠고...   

경향신문(10. 08. 16) 삶을 구원하는 예술의 힘   

모골이 송연해지는 영화, 그러면 곧 납량특선 공포영화를 떠올리게 된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 비참한 현실을 전복시킨 실화 다큐 <기적의 오케스트라-엘 시스테마>를 보면 모골이 송연해진다

베네수엘라 빈민촌 아이들을 30여년에 걸친 음악교육을 통해 오케스트라 주자로 키워내며 나라 자체를 문화공동체로 변신시킨 기적의 현장이 우리 삶에도 영감과 감흥을 준다. 이를테면 “예술이, 음악이 밥 먹여주느냐?”며 예술을 하며 살겠다는 이들을 기죽이는 세속·실용적 논리는 이 다큐를 보면 뒤집어진다. 먹고사는 게 중요하니 돈벌이 직장부터 확보하고 취미로 예술을 하라는 이런 충고는 삶을 구하는 예술의 힘을 본 적이 없기에 나온 것이리라.

최근 다시 출간된 요한 하위징아의 <호모 루덴스>가 주창하듯이 인류문화의 기원은 놀이다. 우리 자신도 돌이켜보면 어린 시절, 온갖 놀이에 빠져 살지 않았던가? 놀이는 예술행위와 같은 것이다. 어린이 그림이 천재 미술가처럼 보이는 것은 아직 길들여지지 않은 인간의 본질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남미 북부 작은 나라, 빈부격차가 우리 못지않게 심각한 이곳에서 1970년대 중반 ‘엘 시스테마’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마약 거래와 총기 사고가 일상화된 이곳, 누추한 차고에서 음악 레슨이 시작되었다. 음악가이자 경제학자 출신 활동가 호세 안토니오 아브라우 박사와 뜻을 같이한 소수가 아이들 손에 악기를 쥐여주며 희망의 싹을 뿌렸다. 전과 5범 소년까지 포함한 11명으로 시작된 빈민 구제용 음악교육은 30여년이 지난 현재 200여개 음악센터로 가지쳐 40여만명의 가난한 아이들에게 음악하는 삶의 길을 열어주었다. 이제 베네수엘라는 클래식 음악의 미래로 불리기도 한다.

마더 테레사가 가장 빈곤한 이들과 함께했듯이, 아브라우 박사는 가장 가난한 아이들에게 음악을 안겨준 것이다. “죽으면 쉴 텐데”라며 휴일 없이 일하는 그는 꿈을 실현하는 방식을 알아낸 지행합일 몽상가 현자이다. ‘잘 아는 이를 당할 수 없지만, 즐기는 이는 그 누구도 못 당한다’는 공자님 말씀이 바로 엘 시스테마 프로젝트 몰입에도 드러난다. 가난한 이웃을 가족으로 삼았던 인류의 스승들 얼굴이 공유하는 인자함과 사랑, 그런 공익활동이 개인적으로도 즐거운 일이란 것을 보여주는 그의 미소가 아우라가 되어 마음을 뒤흔든다.

그런 즐거움은 전염된다. 시내 공연에 나가는 아이들은 아브라우 할아버지와 같이 시내에서 아이스크림을 먹고 산책할 생각에 즐겁고 들뜬 마음을 전한다. 최근에는 음악센터까지 올 형편조차 안되는 쓰레기 하치장 아이들을 위해 쓰레기 더미 속에 음악센터를 세웠다. 청각장애 아이들을 위한 합창단 육성에도 집중하고 있다. 늘어나는 아이들에게 악기를 마련해줄 비용이 없어서 종이악기로 음악교육을 시작하여 종이 오케스트라라는 기발한 아이디어도 등장했다. 음악은 악기로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하는 것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렇게 음악의 영혼을 인간의 영혼과 접속시키는 교육으로부터 삶을 치유하고 변화시켜 나간다.

‘시몬 볼리바르 오케스트라’는 삶의 열정이 폭발하는 연주로 유례가 없는 세계적인 오케스트라가 되었다. 2008년 말 내한공연에서도, 이렇게 꿈틀대는 연주는 처음이라는 관객의 열광적 반응을 얻어냈다. ‘현대판 모차르트’로 불리는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은 차세대 마에스트로로 꼽히는 격정적 지휘로 객석을 사로잡는다. 그의 지휘를 보기만 해도 심장이 떨리는 음악의 힘을 느끼게 된다. 강렬한 삶의 약동이 온 세포를 자극한다.

엘 시스테마는 연주에만 그치지 않는다. 악기 제작과 수리, 차세대 교육까지 같이 나눈다. 그 결과 성장하면서 서구의 유수한 오케스트라에 진출하고 있다. 여러 사람이 함께 어우러져 하모니를 이루는 오케스트라 만들기는 ‘따로 또 같이 미학’을 증명한다. 베토벤의 ‘운명’ 같은 장중한 클래식으로부터 남미 특유의 꿈틀대는 맘보 리듬은 무대와 객석을 같이 흔들어 놓는다. 아파트 몇 채나 되는 레슨비를 치르며 계급 차별화의 만족감에 쏠려가는 연주자 양성 풍토에선 찾아보기 힘든 열정이 객석에서 솟구친다. “음악이 없는 삶은 잘못된 삶으로, 피곤한 삶이자, 유배당한 삶”이라고 일갈한 니체의 호모 루덴스론이 실현되는 현장. 음악/예술의 힘이 우리를 구원할 것이란 희망이 꿈틀댄다. 그리하여 이 기적의 오케스트라 현장을 꼭 관람하시라고 초대한다. 자신의 구원을 위해, 때론 출구조차 안 보이는 우리 사회의 희망을 위해서.

팁: 돈벌이 중심 인간이라는 각박한 호모 이코노미쿠스에 중독된 현실에 부딪히는 <와이키키 브라더스> <즐거운 인생> <브라보 마이 라이프>가 떠오른다. 밥벌이 현실과 음악/예술을 대치시키는 현실에 대해, 이 영화는 답한다. “그럼요, 예술이 밥 먹여 주고 말고요, 행복도 주지요”라고. 우리 모두 즐거운 놀이를 통해 비루한 삶을 변혁시킬 열정을 가진 인간이기에 이런 프로젝트는 이곳에서도 가능하다.(유지나|동국대 교수·영화평론가)     

크리스천투데이(10. 08. 07) 엘시스테마-바디매오처럼, 포기하지 않는다면…

“오후 6시만 되면 거리에서 총격전이 시작되고, 모두 잠을 청해야 한다. 가끔 대낮에도 총격전이 벌어져 아직 집에 돌아오지 못한 엄마를 기다린다. 혹시 총에 맞아 부상을 입지는 않았는지 걱정이다. 친구들 중에도 총상을 입어 다음날 학교를 나오지 못할 경우도 있다. 총상을 입지 않아도 사는 것은 ‘지옥’이다. 13살밖에 되지 않았지만 마약에 중독돼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 하루하루 살아가는 자체가 전쟁이다. 빈곤에서 해방되고 싶다.”

어린 아이의 입에서 ‘사는 것이 지옥’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각박한 현실이 바로 남미의 석유부국인 베네수엘라 빈곤지역 아이들이 겪는 실상이었다. 꿈이나 희망이라는 단어를 언급하는 것조차 사치로 여겨지는 그야말로 밑바닥의 삶. 이 아이들이 마음껏 희망할 수 있는 세상으로 안내하고, “코끼리처럼 큰 걸음으로 세상을 향해 나가겠다”며 미래에 대한 희망을 말할 수 있게 된 원동력은 ‘음악’이었다.

빈곤지역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음악교육을 통해 희망을 선물하고자 했던 ‘엘시스테마’(El Sistema) 프로젝트는 1975년 베네수엘라의 한 도시의 허름한 차고에서 시작됐다. 들리는 거라곤 총소리 뿐이었던 전과 5범 소년을 포함한 11명의 아이들은 총 대신 악기를 손에 들고, 난생 처음 음악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35년 뒤, 차고에서 열렸던 음악교실은 베네수엘라 전역에 200개 센터가 되었고, 11명이었던 단원수는 30만명에 이르렀다



오는 12일 개봉하는 다큐멘터리영화 ‘엘시스테마’는 거리의 아이들이 어떻게 음악을 통해 삶이 변화되는지 여정을 그리고 있다. 지휘자이자 경제학자였던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Jose Antonio Abreu)라는 한 사람의 꿈에서 시작된 ‘엘시스테마’라는 공동체가 어떤 과정을 통해 전 세계적인 영향을 끼치는 기적의 아이콘이 됐는지 다양하고 역동적인 영상과 아름다운 클래식 음악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종이오케스트라를 통해 음악의 기초를 터득하고 각 단계별 오디션을 거치며 좀 더 구체적으로 음악을 배워간다. 개중에는 LA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등 전문적인 음악가로 성장한 경우도 있다. 하지만 엘시스테마는 실력이 뛰어난 아이들을 발굴해 성공한 음악가로 키우는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다. 음악을 접할 기회가 없는 거리의 아이들에게 오케스트라 연주를 가르치면서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풍부한 감수성을 일께워주고, 희망을 갖고 자신의 인생을 개척해 나갈 수 있도록 돕는데 더 큰 가치를 두고 있다.  

이 일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희생하고 헌신했다. 설립자 아브레우 박사를 비롯해 지휘자, 교사, 수많은 자원봉사자들……. 이들은 월급이 남보다 적고 그 결과가 단시간만에 눈에 띄지 않더라도 보이지 않는 가치를 위해 기꺼이 자신의 인생을 내어놓았다.

아브레우 박사는 말한다. “엄청난 부를 가진 선진국의 사람들은 권태와 염세주의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더 이상 지켜야 할 것, 이루고 싶은 것이 없는 그들은 엄청난 부를 가졌기에 오히려 더 비참할 수 있다. 가난한 아이들은 음악을 배우며 마음이 풍요로워진다. 그리고 거기에서 살아갈 힘을 얻는다.” 지켜야 할 가치가 있고, 이뤄야할 꿈이 있다면 가난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과 삶을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그 안에서 꿈을 발견할 줄 아는 사람이 진짜 ‘부자’다.

소경 거지 바디매오는 비참했다. 하지만 그는 그 절망적이고 비참한 상황 속에서 주저앉지 않았다. 그는 소경이라는 자신의 주어진 처지에 절망하기 보다 부르짖을 수 있는 입이 있음을 감사했다. 설령 제자들이 그를 막을지라도 그는 끝까지 “나사렛 예수”를 부르짖으며 구원을 요청했고, 그는 결국 나음을 입었다. 바디매오처럼 부르짖음을 포기하지 않고, 코끼리가 걷듯이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다보면, ‘엘시스테마’의 기적은 오늘날 이 자리에 서 있는 우리에게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이미경 기자) 

10. 08.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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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때리다 2010-08-15 2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년에 내한공연 했을 때 가고 싶었는데 시험기간이어서 ㅜㅜ 그런데 두다멜의 말러 교향곡 5번 음반 좋더군요

로쟈 2010-08-16 20:02   좋아요 0 | URL
작년에는 모르고 지나갔습니다.^^;

루체오페르 2010-08-16 0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부터 교육관련 다큐에 몇번 등장해서 관심 가졌었는데 참 괜찮고 멋진 활동 같습니다.
그 교육으로 세계적인 지휘자도 배출됬다고 하더군요. 이름은 기억 안납니다.^^;
비슷한 것으로 '노숙자 인문학 공부, 희망의 인문학' , '문제아 글쓰기 공부, 프리덤 라이터' 가 떠오르더군요. 우리도 이정도의 성과는 아니지만...지방의 학생 독서,공부모임에서 시작해 활발하게 해외석학 인터뷰도 하고 잡지,책도 내고 하는 곳도 있던데(이것역시^^;) 우리 나라에도 꼭 필요한, 있었으면 하는 모습입니다. 국내 도입이 시급합니다!ㅎㅎ

로쟈 2010-08-16 20:03   좋아요 0 | URL
인디고 말씀이시죠. 요즘은 잡지 영어판까지 발행하고 있습니다...

람혼 2010-08-19 0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브레우와 엘 시스테마는 정말 하나의 기적이자 기적보다 더 감동적인 전범이죠. 다큐멘터리 영화로까지 나왔다니 한 번 봐야겠군요. 두다멜과 엘 시스테마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걸 보면 정말 어깨가 절로 들썩들썩하고 눈가가 촉촉해집니다.

로쟈 2010-08-16 20:04   좋아요 0 | URL
서재엔 가끔 오시나보군요.^^ 람혼님의 공연도 흥이 나던데요.^^

2010-08-16 16: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16 20: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노자읽기 2010-08-17 15: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피아노에 그만 영 흥미를 잃어버린 아들에게 보여주어야 겠습니다...
엘리트 예술 교육은, 정말 예술을 즐기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재앙이지요....

로쟈 2010-08-17 16:51   좋아요 0 | URL
예능 교육이 부의 과시가 되는 나라도 재앙이고요...
 

어제 오전과 저녁 강의 사이에 시간이 비어서 대학로CGV에서 이창동 감독의 <시>를 봤다. 곧 종영하는 걸로 나와서 서두른 것이기도 했다(나는 전작 <밀양>을 스크린에서 보지 못했다). 영화는 격렬한 감정을 다룬 전작에 비해서 의외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단조롭고 단선적인 이야기였다. 하지만 비범한 영화였다. 이런 감독과 동시대를 살고 있다는 사실이 온갖 거짓과 추악의 횡행 속에서도 한편의 '시'처럼 느껴진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시란 눈으로 볼 때 아름다운 것만 아니라 어쩌면 추하고 더러운 것에 숨은 아름다움을 찾는 일”이라고. 칸국제영화제에서의 상영소식을 전하는 기사를 스크랩해놓는다. 영화제에서도 좋은 결과를 얻으면 좋겠다...   

경향신문(10. 05. 21) "시는 추함에서 아름다움 찾는 일”  

제63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작인 <시>가 19일(현지시간) 공개됐다. 갈라 스크리닝에 비해 박수가 박한 언론 시사에서도 영화가 끝나자 장시간 박수가 이어졌다.

 

이창동 감독은 언론 시사회 직후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시>는 문학의 한 장르인 시에 대한 영화이기도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것, 돈으로 가치를 따질 수 없는 것에 대한 영화이기도 하다”며 “시란 눈으로 볼 때 아름다운 것만 아니라 어쩌면 추하고 더러운 것에 숨은 아름다움을 찾는 일”이라고 말했다.

<밀양>으로 2년 전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해 전도연씨에게 여우주연상을 안긴 이창동 감독에 대한 반응은 뜨거운 편이었다. 회견장에 모인 많은 외신기자들은 대부분 <밀양>에 대해 알고 있었다.

“굳이 구분하자면 <밀양>이 피해자에 대한 이야기라면, <시>는 가해자의 고통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가해자를 손자로 둔 할머니 마음의 죄의식과 시를 쓰기 위해 찾아야 하는 세상의 아름다운 말 사이의 갈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주연 윤정희씨(왼쪽)는 외신기자의 질문에는 프랑스어로, 한국 기자의 질문에는 한국어로 답했다. 객석에는 그의 남편인 피아니스트 백건우씨도 앉아 있었다. 오랜만에 영화로 돌아온 소감에 대해 윤정희씨는 “영화는 내 인생이다. 한 번도 영화를 떠난 적이 없다. 90살까지는 지금처럼 활동하고 싶다”고 말했다. 아울러 나이든 육체를 드러낸 장면에 대해선 “영화배우는 인간의 삶을 표현하는 것이다. 나이와 세월의 흐름은 생각지 않는다. 세월의 흐름에 맞는 역할에 충실할 뿐”이라고 설명했다.  



소설가이자 문화부 장관이었고, 지금은 영화감독인 이 감독에게 어느 직업이 가장 마음에 드느냐는 질문도 던져졌다. 그는 “어떤 직업이 좋아서 선택한 적은 없다. 심지어 영화감독이라는 일조차 마찬가지다. 영화를 만드는 일에 회의가 생기기도 하지만, 그래도 영화감독이 재미만 따지면 제일 좋다”고 말했다.

시사회 직후 만난 독일 텔레비전 ZDF의 마이크 플라첸은 “<밀양>과 <시> 모두 좋았지만, <시>가 더 압축적이고 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시의 특징을 과장하지 않으면서도 시적인 분위기를 내는 대단한 영화”라며 “지금까지 본 경쟁작 중 가장 좋았다”고 말했다. 칸영화제는 23일 폐막과 함께 수상작을 발표한다. 

10. 05. 20. 

P.S. 지난주 씨네21에 실린 인터뷰에서 이창동 감독은 <시>가 <밀양>과 마찬가지로 질문을 던지는 영화라는 지적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밀양>의 연장선이라면 영화로 질문을 한다는 의미에서일 것이다. 답이 안 나오는 질문을 한다는 점, 답을 쉽게 찾지 못한다는 점에서 연장이라는 거다. 하지만 나에게는 답이 아니라 질문이 중요하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점점 질문을 안 하니까. 나는 영화가 우리의 삶에 당연히 질문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사람들은 언제부터인가 영화는 질문을 안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럼 나라도 질문을 해보자 하는 거다. 다음을 또 기약하긴 어렵지만 이번만 할게, 하는 거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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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ul 2010-05-20 1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함 속의 아름다움'이라는 감독의 말을 들으니 무릎을 치게 되더군요. 저는 아직 경험의 부족 때문이겠지만, 추함을 보고 분노하고 몸서리치며 보았기 때문이었습니다. 반추해보니 그 추악한 일상들 이면에 도도하게 흐르고 있는 물결(오프닝과 클로징 쇼트)같은 아름다운 풍경들을 왜 잊고 있었는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자살한 여중생에 대한 보상문제를 논의하는 창밖으로 꽃잎의 아름다움을 쫓는 여인의 모습....그리고 그 긴박한 긴장감.

끝내 여중생의 죽음의 장소와 여인의 감정이 이어지던 다리...그리고
죽은 아이가 회생한듯 흠뻑 젖은 채 길 위에 서 있던 여인의 모습.



결국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것은 각자의 몫이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그러나 여전히 슬픔이 아름다움으로 전이시키기 어려운 잔상으로 남는 것은 인간의 고통이 그만큼 뿌리깊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로쟈 2010-05-21 09:37   좋아요 0 | URL
영화는 두번, 세번 보도록 자극하는 듯해요. 개인적으론 시낭송회 풍경 같은 게 너무나 '정확하게' 그려져서 놀랐습니다...

쉽싸리 2010-05-20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번주 대구 00시네마에서 보았죠. 토요일 저녁시간 인데도 열 명도 채 안되는 관객들 ㅜㅜ
기본 상영관이 너무 적은것 같습니다. 자본의 논리인지 흥행의 논리인지,,

같이본 파트너는 윤정희씨 연기가 별로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저는 참 좋았습니다. 약간 들뜬것 같은, 푼수? 같은 연기가 딱 이더군요.
이불 뒤짚어 쓴 손자를 일으키려고 하는 장면에서는 찡하더군요.
이창동감독 영화의 배우들은 참 연기를 잘해요. 자연스럽게.
이왕이면 좋은 결과나오고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하네요,,,

로쟈 2010-05-21 09:38   좋아요 0 | URL
이런 영화를 많이 안 보는 세태와 우리의 정치현실이 무관하지 않겠지요...

blanca 2010-05-20 2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란여우님 말에 동감합니다. 90살까지. 너무 감동적입니다. 시를 보러 가야겠습니다. 무리를 해서라도요^^;; 참, 로자님 덕택에 생존자 서문 읽고 있는데 벌써 가슴이 떨리네요. 좋은 책 추천 감사드립니다.

로쟈 2010-05-21 09:39   좋아요 0 | URL
저도 책을 어제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