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주문하고 저녁에 배송받은 책 가운데 하나는 씨네21 주성철 기자의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장국영>(흐름출판, 2013)이다. 기억에 이 책은 한달쯤 전에 나왔는데(좀 일찍 나온 거 아닌가란 생각을 했었다) 판권란을 보니 발행일자가 오늘이다. 4월 1일, 만우절. 물론 이건 '기획출판'이다. 2003년 4월 1일 우리 곁을 떠난 장국영의 10주기를 추모하는. 그러니까 빨리 나온 게 아니라 누구라도 오늘 손에 들 수 있게끔 타이머가 맞춰졌던 것.

 

 

책을 펼쳐 보니 류승완 감독부터 정성일 평론가를 거쳐 김경주 시인까지 추천사가 세 쪽이다. 그리고 책장을 다 넘길 필요도 없이 깨달은 것은 이 책이 '앨범'이라는 것. 읽는 것보다 간직하는 것이 더 의미가 있을 때 그것은 책이라기보다 앨범이다. 한 배우에 대한 기억이면서 한 시대에 대한 추억을 담은. 내게도 장국영은 <아비정전>의 장국영이다. 그리고 <동사서독>과 <해피 투게더> 같은 왕가위의 영화들 속 장국영. <천녀유혼>과 <인지구>(<연지구>)의 장국영도 떠오른다.

 

 

그런 영화를 영화관에서 그리고 비디오로 보던 시절이 내게도 있었다. 대학가에서 하숙하던 시절 <아비정전>을 비디오로 빌려다 보고서, 그 자리에서 되감아 다시 본 기억이 난다. 그리고 한동안은 생일날마다 한번씩 보곤 했다. 그랬던 시절의 앨범. 그러니 이 책은 읽지 않아도 되는 책이다. 언제라도 꺼내 펼쳐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한 책이기에.

 

책 뒷갈피를 보니 저자의 책으로 홍콩 영화여행 가이드북 <홍콩에 두 번째 가게 된다면>과 인터뷰집 <8인의 장인들>이 더 거명돼 있다. 전자는 알고 있지만 후자는 처음 들어봐서 찾아보니 아직 나오지 않은 책이다. 위시리스트로 기억만 해놓는다. 사실 홍콩에 두 번은커녕 한 번도 가본 적이 없고 가고 싶다는 생각도 해본 적이 없다(나는 여행을 싫어한다고 생각한 적은 없지만, 생각해보니 떠난 적이 별로 없다. 즐기진 않는 게 분명하다). 하지만 설혹 가게 되더라도 장국영의 흔적은 찾기 어려울 거라고 한다. "몇 해 전에 장국영의 발자취들을 따라서 홍콩에 간 적이 있다. 예상과 달리, 그때 이미 그의 흔적들은 옅게만 남아 있었다. 홍콩은 너무 쉽게 그를 잊은 듯했다."라는 게 영화평론가 이동진의 보고다.   

 

 

역시나 장국영은 그의 영화 속에, 그리고 우리의 기억 속에서나 살아있을 뿐이다. '그 시절'이 다시 돌아올까? 턱도 없는 일이다. 이제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바이지만, 한번 떠난 사람은 다시 돌아오지 않으며 우리의 청춘 또한 그러하다. 반복되지 않기에 슬프고 아름답다. 목련처럼 가끔 찬란하다. 그리고 이런 날, 만우절처럼 웃기다. 어쩌겠어, 그게 인생인 걸. 2003년 4월 1일, 홍콩의 만다린오리엔탈호텔 24층 객실에서 거짓말처럼 몸을 던진 당신처럼... 

 

 

13. 04.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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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스펜스의 여왕' '최고의 이야기꾼'으로 칭송되는 영국의 여성작가, 라면 누굴 떠올릴 수 있을까? 작가소개는 그렇게 돼 있지만 어지간한 독자라면 '대프니 듀 모리에(1907-1989)'란 이름을 대기 어려울 것이다. 특히나 한국에 번역된 상황을 보건대 그렇다. 하지만 히치콕의 영화 <새>의 원작자, 라고 하면 얘기가 좀 달라진다. 왠지 친근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아직 보지는 않았지만 히치콕의 <레베카>도 대프니 듀 모리에의 소설이 원작이라고 한다.

 

 

바로 그 대프니 듀 모리에의 <레베카>(현대문학, 2013)가 번역돼 나왔다. 알고 보니 처음은 아니다. 두 권짜리로 나온 <레베카>(생각의나무, 2010)가 있었지만 출판사가 부도가 나면서 절판됐고 이번에 현대문학사판으로 다시 나온 것. 역자가 같다. 다른 역자의 번역으론 <레베카>(동서문화출판, 2003)도 있다. 아직 절판되지 않았다. 현재 알라딘에서 구할 수 있는 건 이 두 종의 <레베카>뿐이다.

 

 

 

히치콕도 영화화에 욕심을 낸 미스터리의 고전, <레베카>는 어떤 소설인가. 평판만을 보자면 '클래식'에 가깝다.

1938년에 출판된 <레베카>는 그녀의 다섯 번째 소설이자 대표작으로 발간 후 영국에서만 28쇄를 거듭할 만큼 폭발적 반응을 이끌어냈다. 유럽은 물론이고 미국에서도 베스트셀러에 올랐으며 그해 미국 도서판매상협회가 선정하는 전미 도서상을 수상했다. 공포 소설에 심리적 기법과 로맨스 요소를 가미한 <레베카>는 영국 고딕 문학에 활력을 불어넣었을 뿐 아니라 섬세한 내면 묘사와 치밀한 사건 전개, 그 누구도 예상 못한 반전이 돋보이는 미스터리 고전의 반열에 올랐다. 그리고 이를 증명하듯 초판 발행 후 70년 이상이 흐른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절판된 적이 없는 책으로 유명하다.

그렇더라도 내 경우에 관심은 히치콕과의 관계에 두어진다. <새>와 <레베카> 모두 영화화됐지만 차이점이 없지 않다. 전자는 단편이고 후자는 장편이기 때문이다. 즉 <새>의 경우는 기본 아이디어를 차용한 것에 가깝지 않을까 한다.

 

 

정확히 그런지 확인해보려고 절판된 <새>(생각의나무, 2008) 중고판을 주문했다(영화 <새>는 다 품절되고 현재 알라딘에서는 공포영화 컬렉션 판으로만 구입할 수 있다).  

 

 

흥미로운 건 작가 대프니 듀 모리에의 영화배우 뺨치는 외모다. 히치콕이 좋아했던 금발의 미녀. 히치콕이 듀 모리에를 직접 만난 적이 있는지 궁금해진다.

 

 

영화 애호가라면 알겠지만 사샤(사차) 제바시 감독의 <히치콕>(2012)이 개봉 예정이다. 가장 방대한 분량의 히치콕 전기 결정판은 패트릭 맥길리건의 <히치콕>(을유문화사, 2006)이고 가장 최근에 나온 관련서는 <히치콕과 사이코>(북폴리오, 2012)다. 히치콕 관련서는 다 모으고 있는 터라 구해놓았지만 아직 손에 들진 못했다. 내년까지는 읽어볼 기회가 있을 것이다...

 

13. 03.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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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개봉 화제작은 조 라이트 감독의 <안나 카레니나>(2012)다. 감독보다도 타이틀롤을 맡은 키라 나이틀리와 남편 카레닌 역의 주드 로가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지난주 씨네21도 마찬가지인데, 사실 키라 나이틀리가 의외의 캐스팅인 건 사실이다.

 

제인 오스틴이라면 몰라도, 톨스토이라니. 영국의 로맨틱코미디 명가 워킹타이틀이 러시아의 걸작 소설을 영화화한다는 것도 의문이었지만, <안나 카레니나>의 가장 큰 미스터리는 키라 나이틀리가 안나를 연기한다는 것이었다. 푹 꺼진 눈매에, 남자아이같이 호탕하게 웃던, <오만과 편견>과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의 깡마른 그 배우가 안나 카레니나를 맡았다고? 다음은 모두의 우려와 달리, 자신만의 안나를 성공적으로 연기해낸 키라 나이틀리의 이야기다.(씨네21)

키라 나이틀리의 연기에 대해서는 호평도 많이 나오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아무리 그렇더라도 원작의 안나와 동일시하기가 쉽지 않았다. 여러 버전의 <안나 카레니나>를 봐 왔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배우는 역시나 그레타 가르보다. 클레런스 브라운 감독의 흑백영화 <안나 카레니나>(1935)에 나온 안나(참고로 이 영화에서 브론스키는 이미지로만 보자면 최악의 캐스팅이었다) 물론 조건이 있다. 러시아식 털모자를 쓴 안나. 모자를 벗은 안나는 또 다른 이미지이기에. 이미지만으로 보자면 줄리앙 뒤비비에 감독의 <안나 카레니나>(1948)의 주연 비비안 리보다도 더 빼어나다.

 

 

그레타 가르보의 눈빛과 카리스마에 견주면 알렉산드르 자르히 감독의 러시아판 <안나 카레니나>(1967)의 안나 역 타치야나 사모일로바도 빛이 바랜다.

 

 

톨스토이의 원작에서 안나는 서른 살의 유부녀이지만 스무살의 아름다움을 뽐내는 것으로 돼 있다. 그레타 가르보가 안나 역을 연기했을 때 그녀의 나이가 서른이었다. 사모일로바는 34살. 영화에서는 30대 중반, 심지어는 40대로도 보인다(무도회에서 브론스키와 춤추는 장면에서는 연인이 아닌 모자가 춤추는 것 같다!). 아무리 연기를 잘한다고 해도 여성적 매력이란 점에서 감점을 당할 수밖에 없다.

 

요즘 관객들에겐 그래도 가장 친숙한 소피 마르소는 어떤가. <안나 카레니나>(1997)는 소피 마르소가 31살에 찍은 영화다.

 

 

예쁜 얼굴이지만 '고뇌'를 표현하기에 좀 부족한 마스크다. 키라 나이틀리가 안나 역에 잘 어울리지 않는다고 했지만 털모자를 쓰면 좀 나아진다. 역시 러시아 영화에서는 모자를 쓰는 게 낫다...

 

 

결론적으로 <안나 카레니나>는 여전히 적임자를 미래형으로 남겨놓고 있다...

 

13. 03. 27.

 

P.S. 브론스키 역에 가장 어울리는 배우는 누구일까? 저마다 취향이 다를 수 있지만, 나더러 캐스팅하라면 러시아판 <안나 카레니나>(1967)에 나오는 바실리 라노보이를 꼽겠다. '러시아 영화사상 가장 잘 생긴 장교'라고도 일컬어진다. <전쟁과 평화>(1965)에서는 나타샤를 유혹하는 유부남 아나톨로 출연한 경력도 있다. 60년대니까 좀 옛날이긴 하지만 러시아에서는 이런 배우를 '잘 생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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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북캘린더를 보니 이번주 2월 6일이 프랑수아 트뤼포의 생일이다. 1932년 2월 6일생.(1984년 10월에 세상을 떠났다.) 그러면서 소개된 대표작이 <히치콕과의 대화>(한나래, 1994)다. 흠, 절판돼 유감스럽다고 몇번 언급한 책. 소장도서였지만 행방불명인 책이기도 하고(결과는 같은 셈인가?). 다시금 유감이 되살이나 재출간을 독촉하는 의미로 또 한번 언급한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의 러시아어본을 갖고 있고, 영어본도 구할 참이다. 히치콕 영화에 대해서 뭔가 써보기 위한 준비를 조금씩 하고 있는데(내년쯤엔 영화에 관한 책을 쓰려고 한다. 영화에 관한 책이면서 영화책에 관한 책), 당연히 이 책도 중요한 참고도서다.

 

 

 

트뤼포를 검색하다 보니 앙드레 바쟁의 <장 르느와르>(한나래, 2005)에도 트뤼포가 엮은이로 뜬다. 프랑스의 대표적 영화평론가 바쟁의 책은 국내에 네댓 권 소개돼 있는데, 작가론으로는 <오손 웰즈의 영화미학>(현대미학사, 1996)이 더 번역돼 있다. 

 

 

 

개인적으로 더 관심을 갖고 있는 건 그의 영화론 <영화란 무엇인가>(시각과언어, 1998)이다. 이번에 다시 찾아보니 대학도서관에서 볼 수 있었던 영어본이 보급판으로 나와 있다. 여유가 생기는 대로 구해볼 참이다.

 

 

더 찾으니 영화학자 더들리 앤드루의 평전 <앙드레 바쟁>(2013)이 근간 예정이다. 예전에 나온 책이 있는데, 개정판인지 새로운 책인지 모르겠다. 바쟁의 <잔혹영화>(현대미학사, 1995/2012)는 (아마도 품절됐다가) 작년에 다시 찍었다. <전후 뉴웨이브까지의 프랑스 영화, 1945-1958>(2012)도 영어본이 눈에 띈다.

 

 

말이 나온 김에 프랑스 영화사에 관한 참고도서를 찾아봤다. 르네 프레달의 <오늘날의 프상스 영화>(동문선, 2012)가 가장 최근에 나온 것이고, 장 피에르 장콜라의 <프랑스 영화사>(동문선, 2003)는 절판됐다. 김호영의 <프랑스 영화의 이해>(연극과인간, 2003) 정도가 국내서. 독자가 없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영화학 쪽도 빈곤하기 짝이 없다...

 

13. 02. 03.

 

 

 

P.S. DVD로는 '프랑소와 트뤼포 베스트 콜렉션' 같은 게 나왔었지만 현재는 모두 품절 상태다. 그래도 데뷔작 <400번의 구타> 같은 대표작들은 개별 타이틀로 구해볼 수 있다. <프랑스와 트뤼포의 400번의 구타>(성신여대출판부, 2008)라는 국내 저자의 연구서도 나와 있는데, 왜 검은 색 표지를 썼는지는 모르겠다. 오래 전에 본 영화이지만 한번 더 보고 싶다.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를 트뤼포 버전으로 말하면 '400대는 맞아야 어른이 된다'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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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국제영화제가 한창 진행중인데, 영화사의 고전 가운데 새롭게 발굴/복원된 작품을 소개하는 2012 JIFF ‘되찾은 시간’ 코너의 '오프스크린' 행사 강연자로 참석하게 됐다. 내가 맡은 영화는 아르헨티나의 감독 우고 산티아고(Hugo Santiago)의 <인베이전>(1969)이다. 보르헤스가 시나리오 작업에 참여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영화 소개를 옮겨놓는다. 영화는 오늘 저녁에 상영된다(http://www.jiff.or.kr/g00_event/g10_special_0102.asp).  

 

 

혁명의 열기가 세계를 휩쓴 직후인 1969년, 아르헨티나는 기나긴 군사독재 중 유화 국면을 맞는다. 검열이 느슨해진 틈을 타, 우고 산티아고는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및 아돌포 비오이 카사레스와 함께 군사 쿠데타를 빗댄 <인베이전>의 시나리오를 쓰고 제작과 연출을 도맡는다. 권총 한 자루만으로 무력 침공을 시도하는 잔악한 무리를 막으려 동분서주하는 이들의 이야기는, 감독이 어느 인터뷰에서 언급한 것처럼 ‘일리어드’를 떠오르게 한다. 침공을 막기 위해 제거해야 하는 트럭과 송신 장치는 트로이의 목마와 닮았고, 용맹하고 정의로우나 시작부터 패퇴가 예정되어 있는 인물들의 운명은 트로이인들과 같다.

 

고다르의 <알파빌>처럼, B급 범죄물이면서 현실 풍경을 배경으로 한 저예산 SF의 외양을 지닌 영화는, 가상의 도시 아킬레아를 무대로 삼았으나 기실 항구도시 부에노스아이레스를 담은 지정학적 다큐멘터리이기도 하다. 또, 20세기 라틴아메리카 사를 극사실주의로 기술하는 역사물처럼 보이기도 한다(1976년 아르헨티나에서 또 한 번 일어날 쿠데타와 길고 엄혹한 저항의 시간을 예감하는 결말 시퀀스는, 1973년 칠레 산티아고 스타디움에서의 학살마저 미리 보여주는 듯해 소름이 끼칠 정도다).

 

한편, 괴수나 새의 울음, 노이즈, 탱고 선율 등이 직조하는 초현실적 사운드스케이프, 흑백 필름이 드리우는 빛과 그림자를 마술처럼 활용하는 미장센과 외화면 구성의 아름다움은, 이 작품을 상투적인 정치 영화가 아니라 세계영화사의 숨은 보석으로 기억하게 한다.(제13회 전주국제영화제 메인 카달로그 리뷰어. 신은실)

 

오프스크린 3 : <인베이전>

• 강연자 : 이현우 (인문학자, 인터넷 서평꾼 ‘로쟈’)
• 일시 : 4월 29일(일) 20:00
• 장소 : 전주시네마타운 5관

 

12. 04. 29.

 

P.S. 참고로 영화는 유튜브에서도 전편을 볼 수 있다(123분 분량). 자막이 없는 게 흠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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