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는커녕 별다른 휴식 없이 방학을 보내려니까 기진맥진에 기력 소진이다. 남은 두 주도 별다른 비전이 없고, 아마도 가을에 '후유증'을 앓을 듯싶다. 경제적, 문화적 '빈민들'의 바캉스라면 '북캉스'이거나 영화관람일 수밖에 없는데, 아이와 같이 본 영화를 빼면 이번 여름에 극장에서 한 편의 영화도 보지 못했다(<바더 마인호프>와 <퍼블릭 에너미> 정도는 봐도 좋았을 것이다). 여름이 가기 전에 그래도 기회가 된다면 루마니아 영화 <사일런트 웨딩>은 챙겨두고 싶다. 동구권 영화를 원래 좋아하는 편이고, 게다가 '스탈린' 시대가 배경이고, 쿠스투리차 풍이면 '무조건'이다. 쿠스투리차의 <약속해줘>는 또 언제 개봉했더란 말인가. '빈민'에겐 실망할 여유도 주어지지 않는군... 

한겨레(09. 08. 17) 스탈린 죽음에 '립싱크 결혼식'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특이한 사연만을 찾아다니는 티브이 방송 프로그램 촬영팀이 루마니아의 한 작은 마을에 도착한다. 촬영팀을 맞는 것은 한때 이 마을의 술집 매춘부였던 노파. 할머니와 농밀한 성적 농담을 주고받던 촬영팀은 뭔가 이상한 기운을 느낀다. 마을에 여자들만 산다는 걸 알게 된 이들은 그 이유를 취재하기 시작한다.   

루마니아 영화 <사일런트 웨딩>은 루마니아인들이 실제로 경험한 역사적 비극을 농담하듯 가볍게 재구성한다. 난쟁이, 매춘부, 하인 출신 공산당원 등 전형적인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영화가 따분하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영화 전반에 흐르는 희극적 제스처 덕분이다. 재치와 유머는 비극을 유쾌하게 승화하는 데 아주 유용하게 사용된다. 예를 들어 스탈린주의자들의 무식함과 아둔함을 채플린식 슬랩스틱 코미디로 번안해 과장되게 표현하는 식이다.

때는 1953년 루마니아. 스탈린의 폭정이 목을 죄어 오던 무렵, 같은 마을에 사는 이안쿠(알렉산드루 포토체안)와 마라(메다 안드레아 빅토르)는 사랑에 푹 빠져 있다. 피끓는 청춘을 주체할 수 없는 둘은 들판과 창고를 가리지 않는다. 곡물과 빨래 등을 활용한 아름답고 독창적인 에로티시즘이 인상적인 장면을 연출한다. 마라의 아버지는 결혼도 하지 않고 “붙어먹는” 이들을 창피해한다. 그러다 이안쿠가 결혼을 결심하자 마을은 축제 분위기로 바뀐다. 결혼식 당일, 술과 음식을 잔뜩 준비한 마을 사람들이 집시 음악에 들떠 있는 찰나, 마을 하인 출신의 공산당원 고고니아가 소련군 장교를 대동하고 나타난다. 스탈린이 죽었으니 모든 회합을 금지한다는 명령이 떨어진다. 결혼식도 장례식도 금지된다.    

영화의 절정은 밤중에 치르는 결혼식 장면이다. 대화와 웃음은 당연히 금지된다. 포크와 나이프는 모두 수거하고, 컵에 헝겊을 말아 건배를 한다. 강요된 침묵 속에 뱃속의 꼬르륵 소리나 방귀 소리는 더욱 크게 들리기 마련이다. 웃음이나 방귀처럼, 막는다고 막을 수 없는 것이 민중의 건강한 생명력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에미르 쿠스투리차의 루마니아 판본으로 볼 수 있을 만큼 마술적 리얼리즘의 흔적이 보이는 이 영화는 막 잡은 생선처럼 생기 있는 언어로 폭포수 같은 문화 세례를 제공한다. 지난주 국내 개봉한 쿠스투리차의 <약속해줘>가 안겨준 실망에 비하면 이 영화는 가히 청출어람이다. 루마니아의 국민 배우이자 연극 연출가인 호라치우 멀러엘레의 영화 데뷔작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 원작을 읽자마자 각본을 써서 유명 감독들에게 보여줬으나 결국 임자를 찾지 못하고 자비를 털어 직접 연출하게 됐다고 한다. 멀러엘레 감독은 <4개월 3주 그리고 2일>로 2007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크리스티안 문지우 감독과 함께 루마니아 누벨바그의 기수로 떠오르고 있다.(이재성기자) 

09. 08. 17. 


댓글(8)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펠릭스 2009-08-17 2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칭 유미적 탐미주의자임을 내세운 마광수 님은
'결혼하지 않고 붙어먹은' 현대 남녀에 대한
'성애'와 '성담'을 소설화했다.
마교수가 '성적 급함과 리얼리티'를 '영구식 코미디'로
변환하였다면 그의 책들에 '19금'이 장애가 되지 않았을까,
사람들은 지난 야한 공간곁으로 우회하며 즐거워 한다.

로쟈 2009-08-18 10:13   좋아요 0 | URL
그런 이야기가 너무 많은 탓에 경쟁력이 없었지요...

Kircheis 2009-08-18 2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더 마인호프>랑 <약속해줘>, <퍼블릭 에너미>는 봤고, <사일런트 웨딩>은 곧 볼 예정이예요. <퍼블릭 에너미>는 조니뎁과 음악 외에는 별로지만, 나쁘지 않았어요. 어째 바쁘신 로쟈님을 약올리는 댓글인 것 같네요;

로쟈 2009-08-21 10:05   좋아요 0 | URL
흠, 약올리시는 댓글 맞습니다.^^;

폭설 2009-10-23 2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더 마인호프>는 구경 조차 할수 없었고 (과연 개봉은 한 건지?)
<퍼블릭 에너미>는 소문 보다 별로였고
<사일런트 웨딩>은 자꾸 자꾸 생각이 나네요.
9월 개봉 영화중 가장 괜찮은 영화였나고나 할까요?

배경이 루마니아라는 것에 호기심이 일었고...
루마니아 사람들도 처음부터 스탈린에 맹종한 것이 아닌
어쩔수 없이 무릎을 꿇은 것이었더군요.

주인공 아부지의 넉넉한 허리둘레하며 축하객 모두가 혼연일체로 입만 벙긋하면서
피로연을 진행하다 투당탕! 실수로 소음을 내고는 공포에 떨다가도 다시 마음을 진정하고
피로연을 이어갔는데 그런 섬세한 연출은 어떻게 하며 연기는 또 어떻게 할수 있는지....

결혼식을 위하여 소 두마리(?) 돼지 네 마리(?)를 잡았댔나.
참 통도 컸습니다. 그만큼 낙천적이었다는 뜻도 될텐데....^^

전 이 영화를 보고 루마니아의 역사가 궁금해 졌습니다.^^

<언노운 우먼>도 괜찮았는데...

로쟈님은 <러브 오브 시베리아>를 보신 적이 있는지... 저는 줄리아 오몬드와 주인공
러시아 남자의 사랑 얘기 보다 그외의 것들, 러시아 감옥과, 민속, 고색창연한 풍경, 문화, 시베리아 원시림과
그곳을 달리는 기차등 러시아적인 모든 것들이 신기해서 이 영화를 좋게 봤는데...^^


로쟈 2009-10-23 21:51   좋아요 0 | URL
네, 러시아 영화감상이란 과목도 강의한 적이 있었는데, <러브 오브 시베리아>를 매학기 보여줬었죠.^^

허심청 2009-11-09 0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 사일런트 웨딩을 놓쳤습니다. 영화 보러 가는 차 안에서 걸려온 전화 한 통 때문에 완전히 산통깨져 극장이고 뭐고 할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그 이후론, 결국 ...
로쟈님, 혹 이 영화 어둠의 경로를 통해 나려받기 할 수 있는 방법 알 수 있을까요?
다음학기 영화로 보는 현대 슬라브 유럽 이란 요상한 과목을 강의해야 하는데 이 영화를 넣을 생각이거든요. 문쥬의 4, 3, 2는 어째 수업시간에 공개된 장소에서 틀기에는 좀 거시기한데 얘는 괜찮을 것 같아선요 ...

아, 그리고 위에 분이 말씀하신 언노운 우먼 역시 잼나게 본 영화입니다. 크세니야 라파포르트(К. Раппапорт)라는 유태인 혈통의 페쩨르부르그 연극여배우의 연기가 정말 좋습니다. 2002년 말르이 극장에서 바냐 아저씨에서 열연할 때부터 범상치않다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이탈리아에 스카웃돼 갔더군요.

로쟈 2009-11-09 19:04   좋아요 0 | URL
영화는 저도 못 봤어요. 말씀을 들으니 좀 구해봐야겠다는 생각은 드네요.^^
 

아침에 경향신문에서 읽은 인터뷰기사는 '마을영화'를 만드는 신지승 감독 부부 이야기였다. 우연히 지난주에 두 분과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독특한 영화제작 방식과 '또 다른 영화'에 대한 열정이 인상적이었다. 두 사람이 제작하는 새로운 개념의 영화를 '마을영화'라고 지칭하지만 별칭도 여럿 된다. '마을공동체영화' '돌탑영화' '심청이젖동냥영화' 등등.  

최근에 펴낸 책 <떠돌이 감독의 돌로 영화만들기>(아름다운사람들, 2009)의 서문에서 저자들은 이렇게 적었다. "영화라는 것과는 인연이 없을 것같이 생각해온 사라들, 진짜 용기도 없고 재주도 없을 것 같은 사람들, 남들 앞에 나서는 것을 주저했던 사람들, 평범하고 무료한 일상 속에 묻혀 살았던 사람들과 함께 돌탑영화를 만들기 위해 전국 방방곡곡을 다녔다. 그러면서 한편으론 거창한 시대적 소명과 간교한 자본적 전략을 극복하고, 감독 개인의 미학적 취향과 주관을 넘어 화두를 변방으로 삼고 지역적 삶으로 회귀하여 동네잔치 같은 영화를 만들면서 마냥 행복했고 마냥 즐거웠다." 아래 기사에서도 그 즐거움은 얼마간 묻어나는 듯싶다... 

 

경향신문(09. 07. 02) '마을영화’ 만드는 신지승·이은경 부부   

영화는 산업이다. 제작에서부터 배포에 이르기까지 자본의 뒷받침 없이는 만들어질 수 없다. 한데 이 자명한 사실을 거부하는 이들이 있다. 돈 없이도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신지승(46)·이은경(40) 부부다. 영화제작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출연료는 0원, 영화촬영에 동원되는 배우와 스태프에게 소요되는 식사와 숙박 등의 제비용도 들지 않는단다. 해답은 ‘마을영화(혹은 공동체 영화라고도 부른다)’이다. 감독은 신씨가, 제작은 아내 이씨가 맡는다. 배우는 전국의 마을 주민들이다. 때로 아이들도 동원된다. 주민들은 배우일 뿐 아니라 때론 영화감독이 되기도 하고 손이 모자라면 붐마이크를 들고 녹음기사를 하기도 한다. 연기를 배운 적이 없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카메라 한번 만져본 적 없고 심지어는 영화 자체를 본 적도 없는 고령의 노인들과 함께 영화를 촬영하는 일이 대체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부부를 만나러 길을 떠났다. 부부의 작업실 겸 거처는 경기 양평 용문산 자락. 사륜구동 차가 있어야 올라갈 수 있을 정도로 가파른 산중턱이다. 집에는 여러 명을 수용해 영화교육과 상영이 이뤄지는 작업실이 있고, 집 앞 경사로 한쪽에는 돌을 쌓아 만든 작은 규모의 노천원형극장이 있다. 영화제작과 관람이 한 공간에서 이뤄지는 원스톱제작 시스템이 숲속 한 가운데 구축된 셈.

지금의 공간을 만들고, 마을영화의 개념을 바로 세우기까지 부부는 지난 10년간 고군분투했다. 충무로와 여의도 등 영화사와 드라마프로덕션에서 10여년간 연출부 생활을 하다 데뷔가 어그러지면서 좌절한 뒤 지금의 양평에 귀촌한 것이 99년. 경제적으로도 어렵고 작품창작에도 한계를 느끼면서였다. 연고도 없는 곳에 와서 몇년간은 힘들었다. 하지만 오히려 서울이 아닌 시골에서 새로운 영화의 가능성을 발견했다.

“지금 한국의 영화는 돈으로 만드는 겁니다. 자본을 투자해도 단기에 최대한의 성과를 얻어내려고 하다보니 더욱 상업화가 되죠. 독립영화도 마찬가지예요. 독립영화 감독들조차도 언젠가는 상품으로서 자신의 영화를 들고 대중과 만나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투자비가 많지 않다보니 오래 촬영하고 오래 묵히고 고민해가면서 영화를 만들 수 있어요.”

마을영화의 개념을 구체화시킨 것은 2003년 무렵. 가진 돈 탈탈 털어 5t 트럭을 사들여 작업을 하고 먹고 자고 씻을 수 있도록 개조한 뒤 트럭을 타고 전국의 마을을 누볐다. 영화현장에서 부부의 연을 맺어, 실무를 맡아 온갖 뒷감당을 다 해내는 아내 이씨도 물론 함께였다. 부부가 제작하는 영화에는 성공이니 복수, 살인 등 보편적인 영화의 소재가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어울리며 빚어내는 소소한 일상이 소재로 등장한다. 송아지를 잃어버려 화병이 나 누워버린 할아버지, 고춧값 100원 차이로 서로 싸우는 할머니, 경로잔치의 주인공인 노인들이 스스로 잔치 준비를 위해 전을 만드는 씁쓸한 현실, 이주여성 며느리와 시어머니간의 갈등 등 작지만 농촌의 단면이 담긴 모든 것들이 소재가 된다.  

“기존의 드라마는 복수와 선악의 문제를 다루고 갈등이 있고 이것이 풀리면서 완결되잖아요? 마을영화에서는 생활속 갈등을 다룹니다. 마을마다 고유한 술이 있듯이, 마을영화도 마을마다 서로 다른 이야기를 갖고 있죠. 마을영화는 마을 사람들이 빚어내는 드라마입니다.”

마을영화는 자본과 대중의 입맛에 맞춰 기획된 상업영화, 독립영화와는 분명히 선을 긋는다. 제작 방식도 통상의 영화제작과는 차이가 난다. 영화제작 방식은 대강 이렇다. 역사, 설화 등을 통해 영화의 단초를 찾은 뒤 영화촬영지를 고른다. 마을 이장을 통해 연락을 넣고 협조를 구하는 것은 필수. 요즘엔 직접 의뢰가 오기도 한다. 다음 단계는 사전답사를 통해 주민들을 인터뷰하고 소재를 수집하는 것. 그 후 본격적인 촬영에 들어가면서 전체 주제를 잡아나가고 편집 등 마무리 작업을 한다. 그게 끝이 아니다. 제작의 마무리는 주민들과 함께하는 ‘달빛영화제’다. 야외에 천막을 치고 모두 함께 마을영화 시사회를 즐기는 것이다.

기존 영화제작과 가장 큰 차이라면 사전에 시나리오를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모든 것이 열려진 상태에서 작업을 합니다. 시나리오를 들고 가면 일단 그건 감독 개인의 영화가 되는 겁니다. 마을영화는 백지상태에서 출발합니다. 이야기의 원형을 마을에서 구해요. 여러개의 에피소드가 통합되면서 하나의 구성체가 돼 가는 거죠.”

신씨는 상업주의에 물든 한국 영화계의 대안을 마을 공동체에서 찾고 있었다. 그는 “마을은 자본주의의 물신 숭배를 극복하고 인간 정신의 가치를 위협하는 퇴폐성을 극복할 수 있는 공동체 창작의 소립자”라고 강조했다. 그뿐만 아니라 마을주민들에게는 유쾌한 체험이자 놀이며 치유의 경험을 제공하는 예술행위라고 설명했다.

“전남 화순에 갔었어요. 겨울이라 농한기였는데, 경로당에 가니 노인분들이 60~70여명 앉아계시더군요. 영화 이야기를 했더니 즐거운 소일거리로 받아들이시더군요. 나이를 막론하고 사람들은 누구나 즐겁고자 하는 놀이의 욕구를 갖고 있습니다. 예술은 즐거운 것이라는 데서부터 마을영화는 출발합니다.”

마을 주민들의 어설픈 연기가 혹여 영화에 방해가 되지 않을까. “사실 농어촌의 잔잔한 일상을 완결된 하나의 이야기로 만들어내는 일이 어렵지 ‘전원일기’류의 연기는 어렵지 않아요. 오히려 시골분들이 예술적 그릇이 더 커요. 무엇을 하는지,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다 알아요. 상황만 주어지면 스스로 알아서 대사를 해요. 서로 연기를 지켜보며 스스로 감독이 되어 훈수를 두기도 하죠.”

때문에 촬영 현장은 모두 함께 웃고 즐기는 축제의 장이다. 신씨는 공동체 구성원의 적극적인 참여와 협력을 요하는 마을영화 작업은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이뤄지는 문화예술교육·미디어교육과는 전혀 성격이 다른 작업이라고 강조했다. “이건 미디어 운동이 아니라 영화를 찍는 행위, 예술창작행위예요. 영화를 통한 미디어교육이라든가 문화예술교육은 아이들이나 청소년들에게는 가능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하루하루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할머니, 할아버지들, 주민들에게는 불가능한 이야기입니다. 자신들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그 분들이 기껍게 참여해야 영화제작이 진행되거든요.”

부부는 지난 10여년간 60여편의 영화를 제작했다. 대부분 중·단편. 90분 이상의 장편도 10편이 넘는다. 작지만 성과도 있다. 환경을 소재로 한 영화는 영화제에 초청되고 청소년과 노인들이 배우로, 스태프로 참여한 영화는 청소년영화제, 노인영화제 등에서도 초청을 받아 상영됐다. “마을영화가 널리 알려지진 못했지만 영화계 내부에서는 파급력이 크다고 봅니다. 영상자료원이 진행하는 ‘찾아가는 영화관’이나 독립영화배급지원센터가 진행하는 ‘우리동네 극장만들기’ 등 최근에 커뮤니티를 위한 영화상영 이벤트가 늘고 있어요. 물론 커뮤니티의 구성원들이 제작에 참여한 영화를 상영하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죠. 그런 면에서 마을영화는 앞으로 더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하나의 문화브랜드가 될 수 있다고도 보고요. 맛집을 찾아가듯, 마을영화를 보려면 그 마을로 가도록 만드는 거죠.” 



부부는 최근 그간의 경험을 모아 마을영화의 이론과 방법론, 비전을 담은 책 <떠돌이 감독의 돌로 영화만들기>(아름다운사람들)를 펴내기도 했다. 자본과 분업화된 시스템, 전문인력 없이는 불가능해보이는 영화제작을 농어촌 주민들과 유쾌하게 진행하고 있는 부부와 이들이 제작한 마을영화를 관람하고 서울로 돌아오면서 오랫동안 잊고 있던 예술의 본질을 되새겨봤다.(윤민용기자) 

09. 07. 02.


댓글(7)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라로 2009-07-02 2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왜 땡스투를 할 수 없나요????

로쟈 2009-07-02 22:21   좋아요 0 | URL
제가 스크랩한 기사에 대해서는 책의 이미지만 따붙이고 있습니다...

2009-07-02 23: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7-02 23: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7-02 23: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7-02 23: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펠릭스 2009-07-19 2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KBS "책 읽는 밤", 제11화를 봤다.
영화의 특징은,
1. 동시에 한 공간에서 함께 감상.
2. 감상자의 시각 등에 자동으로 옴.
3. 시작과 결말이 평균 3시간 소요.
4. 감상후 다른 공간으로 쉽게 이동.
5. 비주얼한 세계로 순간 퐁당 가능.
감상자가 직접 배우가 될 수 있는 "마을영화",
있는 그대로 출연할 수 있는 편안한 영화만들기.
"극장이라는 곳은 공동묘지와 같다." -신지승 감독 -
 
잘 알지도 못하면서

기분전환도 할 겸 오랜만에 동네극장에서 심야영화를 보기로 하고 정한 프로그램은 홍상수의 <잘 알지도 못하면서>다. 박찬욱의 <박쥐>도 상영중이지만 한편만 봐야 한다면 나로선 선택의 여지가 없다(여러 리뷰를 보건대 <박쥐>의 감상이 유쾌할 것 같지 않다). 두 시간쯤 남았는데, 마침 감독 인터뷰 기사가 있기에 '기념'으로 스크랩해놓는다. 인터뷰의 홍상수는 이젠 나도 잘 아는 홍상수이다. 아, 그의 취미는 처음 알았다. 그러고 보니 영어제목이 'Like You Know It All'이군...  

서울신문(09. 05. 16) 칸 영화제 초청받은 ‘잘 알지도 못하면서’ 홍상수 감독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홍길동이 아니다. 홍상수(49) 감독 이야기다. 그의 최근 동선은 누가 봐도 혀를 내두르게 한다. 이달 전주영화제(단편 ‘첩첩산중’)와 칸영화제(‘잘 알지도 못하면서’)가 부른 데 이어, 8월 열리는 로카르노영화제에서도 그를 심사위원으로 초청했다.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지만, 홍 감독의 얼굴에서는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무엇보다 9번째 장편 ‘잘 알지도 못하면서’(14일 개봉)에 호평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작품은 영화감독인 구경남(김태우)이 제천과 제주를 방문하면서 겪는 일화를 담고 있다. 두 곳에서 차례로 여자를 만나지만, 오해와 과욕 때문에 곤욕을 치르고 만다. 홍 감독은 바쁜 와중에도 이메일 인터뷰에 흔쾌히 응했다.

→평소 영감을 얻는 곳은.

-남들이 보면 일상적인 상황인데, 나한테는 영화적으로 풀어나가면 내가 하고 싶었던 질문들을 그 구현과정에서 ‘저절로’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직감으로 들 때가 있다. 난 거기서 시작한다.

→작품이 더 편안하고 재미있어진다는 평에 “나이가 들어서”라고 했는데 혹시 세계관이나 작품관이 바뀌었나.

-항상 지향하는 곳은 밝은 곳, 힘찬 곳, 명료한 곳이었다(어떤 것을 명료하게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명료함까지 포함해서). 내가 겪은 것이 있고, 생긴 게 있어서 나의 경로가 있었던 것 같다. 처음 영화 시작했을 때 내가 가졌던 관심들과 지금의 것들이 달라진 것이 있다. 난 언제나 부분으로서만 움직이고 있다. 그리고 그 변화를 따로 ‘관(觀)’으로서 얘기하면 과정에 대한 왜곡된 설명이 될 것이다. 영화가 나에겐 최선의 표현이라고 믿고 싶다.

→주인공 구경남에 혹시 본인의 모습도 투영이 됐나.

-모델이 있어야 작업을 하는 사람이지만, 모델과 최소한의 거리가 있어야 작업이 가능하다. 그래서 한 인물을 위해서 모델 여럿을 섞기도 하고, 모델 아닌 읽고 보고 들은 것들을 섞기도 한다. 구경남은 (퍼센티지는 모르겠고) 나와 김태우와 다른 언급 안 된 모델들과 내가 읽고 보고 들은 것들의 합이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에서 몇몇 인물의 경우, 연기가 어색한 것이 사실이다. 개의치 않는 건가, 특별한 느낌을 유도하기 위한 건가.

-내가 어떤 건 많이 꼼꼼하고, 어떤 건 조금 설렁설렁한다. 주어진 촬영 조건 속에서 더 중요한 것을 기준으로 오케이를 내면서 찍어간다. 그렇게 보였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난 ‘개인적으로’ 별로 걸리지 않았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는 이야기나 대사가 앞뒤에서 대구를 이루거나, 약간의 변형을 거쳐 반복된다. 이 기법을 통해 말하고자 한 것이 있나.

-삶이 일직선으로 나간다고 믿는 것도 대구·반복의 구조처럼 확인된 사실은 아니다. 누군가의 눈에는 대구가 더 사실적인 삶의 구조일 수 있다. 입력된 해석의 틀이 너무 강해서 우린 삶의 현상을 맨눈으로 제대로 보지 못하고 죽는 경우가 허다하다. 부분으로 봐서는 같지만 둘을 놓고 보면 꼭 다른 점이 보이고, 너무 다른 것이라도 같이 놔두고 보면 꼭 같은 면이 발견된다. 우린 그런 부분의 발견을 통해서 입력된 틀의 허구를 운 좋게 확인할 수도 있다, 가끔.

→감독의 영화를 보면, 현실의 비루하고 약간은 추잡한 모습들이 그럴 듯하게 그려지는 경우가 많다. 그런 모습을 그리는 것은 ‘이런 것도 우리네 삶의 모습이다.’라고 인정하기 위함인가.

-표현대로 ‘비루하고 약간 추잡한 게’ 우리가 매일 사는 삶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비루하지 않고 추잡하지 않고, 귀엽고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순간들도 있지만…. 난 과장된 사고와 근거 없는 환상 때문에 삶이 불필요하게 더 힘들어진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런 사고 과장과 환상들을 끄집어내서 같이 보려 하는 맘이 있다. 그런 맘 때문인지 어떤 삶의 부분들이 다른 부분들보다 더 자주 선택되는 것 같다.

→여성 관객분들 중에 간혹 “홍상수 영화에 나오는 여자들은 다 한번 건드리면 쉽게 넘어오는 것으로 그려져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람도 있더라.

-그런 분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아는 어느 주체적이고 튼튼한 정신의 여자분은 내 영화를 아주 유쾌하게 받아들이는 것도 사실이다. 둘은 뭘 다르게 보는 걸까. 한 분은 (어떤 이유나 목적의식으로) 그 여자 인물의 행동 액면가에 반응하는 것 같고, 한 분은 영화의 맥락과 태도에 감흥한 것 같다고 생각한다.

→홍 감독의 영화는 대개 현재 시점으로 진행된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방식을 특별히 싫어하는 이유가 있나.

-시간대가 늘어지면 시간 점프가 커지고, 그 사이를 설명 없이 건너가려면 (설명을 할 수는 없고) 뭔가 전형성에 많이 의존해야 해야 할 것 같다. 모른 척하고 그냥 건너갈 수도 있지만 그건 척하는 것 같고, 쿨한 척. 근접 시간대의 미세한 차이 속에서 뭔가를 얘기해야 내가 하고 싶은 얘기를 하게 되는 것 같다.

→소위 특급 배우를 잘 기용하지 않는다. 캐스팅의 원칙이나 기준이 있다면.

-대강 이야기가 정해지면 배우들을 만나기 시작하는데, 그 배우란 사람 속에서 어떤 맥을 읽게 된다. 그 맥이란 게 그 사람을 ‘내 식으로 이해하는’ 어떤 기억 속의 인물의 환기같은 건데, 그걸 잡고 내가 미리 준비한 걸 섞으면서 과정을 시작한다. 



→취미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취미라고 부를 것은 없다. 첫 영화하고 상금 탄 돈으로 뭔가 사둬야겠다고 해서 피아노를 샀다. 제대로 배운 적은 없지만, 가끔 그걸 5분, 10분씩 치면 재미있다.

→감독의 연애관이 궁금하다.

-연애보다는 삶이 재미있다. 애인보다는 친구가 최고다.

→칸 영화제에 5번째로 가게 된 소감은.

-불러주니 가는 것이고, 내가 작업을 계속하는 데 도움되는 일이려니 생각하고 가는 게 크다.(강아연 기자) 

09. 05. 16. 

 

P.S. 영화는 예상보다 조금 길었지만 예상대로 아주 재미있었다(그런데 객석은 텅 비어 있었다. 한 10명쯤 같이 본 듯하다). 이 저예산 영화에 아마도 무보수로 출연했을 배우들의 연기도 모두 좋았다. 공형진, 유준상 등의 연기. 그러나 압권은 정유미였다. <사랑니> <가족의 탄생> 등의 영화에서 이미 본 배우이고 간간이 그녀의 연기에 대한 호평도 들었지만, 이렇게 놀라운 연기를 보여주는 배우인 줄은 미처 몰랐다(스크린에서 보지 않았기 때문일까?). 좋아하는 배우가 한 명 늘었다... 


댓글(14)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릴케 현상 2009-05-17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족의 탄생에서 정유미씨가 무척 눈에 띄더군요. 그러고 나서 사랑니를 우연히 다시 봤는데 거기 있더라구요^^ 어떤 드라마에서 얼핏 봤을 때는 노다메 칸타빌레의 노다메가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

로쟈 2009-05-17 14:49   좋아요 0 | URL
제가 일본 드라마는 안 봐서요.^^;

딸기야놀러가자 2009-05-17 1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유미라는 배우였군요. 고현정인줄 알았어요.

로쟈 2009-05-17 14:48   좋아요 0 | URL
아, 위쪽 사진은 고현정 맞습니다. 정유미는 좀더 작은 배역으로 나옵니다...

딸기야놀러가자 2009-05-18 23:42   좋아요 0 | URL
위에 쓰신 글에 여자가 두 명 나오잖아요. 위 사진에 남자랑 앉아있는 여자는 고현정인 거죠? 그럼 밑의 독사진은 누구인가요?

로쟈 2009-05-19 00:24   좋아요 0 | URL
독사진이 정유미예요...

노이에자이트 2009-05-17 1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현정 누나는 우리 고향사람(전남 화순에서 국민학교 2학년까지 다녔던가...여하튼)입니다.그 동네에 고씨 집성촌이 있지요.
정유미 누나는 우에노 주리 닮았다는 자명한 산책 님의 말씀인데 그런 것 같기도 하네요.음...이 누나도 귀엽네요.
로쟈 님은 제시카를 알았고 저는 정유미를 알았네요.

로쟈 2009-05-17 22:34   좋아요 0 | URL
연기를 한번 보셔야 하는데요.^^

노이에자이트 2009-05-17 2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에노 주리도 귀여워요.검색 한번 해보세요.로쟈 님 고향에서 나온 이쁜 연예인은 누구인가요?

로쟈 2009-05-19 00:25   좋아요 0 | URL
글쎄요, 딱히...^^;

노이에자이트 2009-05-19 23:39   좋아요 0 | URL
광주 및 인근 전남 지역출신 이쁜 연예인 엄청나게 많은데...문근영,유빈,한지혜,구하라 등등...그 외에도 수두룩합니다.로쟈 님도 찾아보면 고향출신 연예인이 나올 거예요.

릴케 현상 2009-05-18 15: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 우에노 주리라는 이름은 외워둬야겠네요...전 일드를 보는 방법도 몰라요. 만화의 이미지를 떠올려서 말씀드린 건데^^

Kircheis 2009-05-19 2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쟈님도 정유미의 매력에 빠지셨군요^^ 이 친구 정말 매력적이예요. 요새도 검색하면 바로 볼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몇년 전에 <폴라로이드 작동법>이라고, 굉장히 호평받은 단편영화가 있었어요. 친구의 추천으로 봤다가 이 아가씨한테 반해버렸지요. 그 다음부터 영화 출연작은 다 챙겨보고 있는데, 이 영화는 아직입니다. 내리기 전에 빨리 봐야될텐데, 가능할지 모르겠네요;

로쟈 2009-05-20 00:51   좋아요 0 | URL
네, 영화를 보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는 이제 고유명사다. 아는 사람은 다 알다시피 홍상수의 신작 제목이기 때문이다. 홍상수의 모든 영화에 관심이 있는 나로서는(하지만 <밤과 낮>은 아직 보지 못했다) 당연히 <잘 알지도 못하면서>에도 관심을 두게 된다. 박찬욱의 <박쥐>나 봉준호의 <마더>보다도 더 기대를 한다면, 그건 순전히 나의 취향 탓이다. 나는 '영화 같은 영화'보다는 '영화 같지 않은 영화'를 좀더 선호하는 것이다. <박쥐>에 밀려서 동네극장에서는 <똥파리>가 자취를 감추었는데, <박쥐> 때문에 <잘 알지도 못하면서>가 연착하는 게 아닐까 우려된다. 내주에는 영화감상 시간을 좀 내야겠다. 짤막한 소개기사를 스크랩해놓는다.  

한겨레(09. 05. 04) 잘 알지만 잘 알지 못하는 내 자화상

홍상수 감독의 신작 <잘 알지도 못하면서>가 그의 필모그래피(작품 목록)에서 가장 유쾌하고 유머러스한 영화라는 데 이견을 달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다. 독설과 조롱은 전작들에 비해 한결 줄었으며, 감독 자신의 표현대로 “나이가 들어 편안해진” 것처럼 보인다. 나르시시즘에 빠져 살짝 미쳐 있는 여자들, 센 척 하지만 항상 쩔쩔매는 남자들, 어디선가 본 듯한 친숙한 인물들이 우르르 몰려나와서 충분히 있을 법한 말과 행동을 쏟아내는데, 기이하게도 홍상수는 그 익숙함을 낯설게 포착해내는 데 성공한다. 관객은 익숙한 듯 익숙하지 않은 일상의 조각에 참았던 웃음을 터뜨린다. 

일상을 살짝 비튼 웃음

홍상수의 주인공은 언제나처럼 길 위에 서 있다. 예술영화 감독 구경남(김태우)은 제천영화제 심사위원으로 제천에 갔다가, 얼마 뒤 학생들에게 특강하러 제주도에 간다. 영화는 구경남이 제천과 제주에서 만난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다.

일상의 장면들을 비틀어 웃음을 이끌어내는 홍상수식 유머는 거의 정점에 이른 듯하다. 이를테면 구경남과 제천영화제 프로그래머 공현희(엄지원)가 처음 만나는 장면. 구경남은 전날 한숨도 못 잤는데, 내려오는 버스 안에서 한두 시간 잤더니 다섯 시간 잔 것처럼 개운하다는 등의 쓸데없는 말을 늘어놓는다. 하지만, 공현희는 제대로 듣지도 않고 말허리를 자르며 명함을 건넨다. 저녁에 열린 파티에서는 여러 사람을 한꺼번에 만나 똑같은 말을 반복하는 자신을 발견하고, 흥행 감독이 됐다고 어깨에 힘을 주는 후배에게 질투심을 느낀다. 싸잡아 얘기하면 너나없이 다 속물들인데, 그런 속물들이 사는 곳이 바로 세상 아닌가, 홍상수는 그렇게 말하고 있는 듯하다.   

 

지키지도 못하면서 vs 잘 알지도 못하면서
홍상수의 주인공은 여전히 연애에 관심이 많지만, 예전처럼 본능적 욕구를 해결하는 데 급급하기보다는 영혼의 ‘짝’을 갈구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런 짝을 만났다고 자부하는 두 커플을 만난다. 그러나 구경남이 확인한바, 부상용(공형진)·유신(정유미) 부부는 자기 안에 갇힌 과대망상의 ‘송충이’이며, 양천수(문창길)·고순(고현정) 부부는 바람을 피운다. 구경남 자신은 이번에도 짝을 찾는 데 실패한다.

제천과 제주라는, 앞 글자가 같은 두 공간의 대구는 ‘지키지도 못하면서’와 ‘잘 알지도 못하면서’의 대구이기도 하다. 제천에서 만난 공현희는 구경남에게 지키지도 못하면서 왜 약속을 남발하느냐고 타박하고, 제주에서 만난 고순(고현정)은 잘 알지도 못하면서 왜 남의 일에 간섭하느냐고 구박한다. 영화는 결국 잘 알지도 못하면서 남의 일에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인간들에 대한 경멸을 드러내고, 스캔들을 비난하는 세상을 향해 “위선 떨지 마, 지가 하고 싶은 거였으면서”(구경남)라고 야유를 보낸다.

 

영화에 대한 영화

<잘 알지도 못하면서>는 <극장전>(2005)보다도 훨씬 직접적으로 감독 자신의 작품(혹은 작품 활동)에 대해 대놓고 말하는 ‘영화에 대한 영화’(메타 영화)다. <씨네21>이 실명으로 등장하기도 하는데, 자신의 영화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을 텍스트 안으로 끌고 들어와 스스로 흔들고 풍자한다. “왜 사람들이 이해하지도 못하는 영화를 계속 만드느냐”는 학생의 질문에 구경남은 뭐라고 답변하지만 그 말은 공허하게 허공을 떠돌고 결국 상대에게 닿지 않는다. 구경남은 “다음 영화는 200만”이라며, 사람들이 많이 보는 영화를 만들겠다고 다짐하는데, 그래서인지 <잘 알지도 못하면서>는 지금까지 나온 홍상수의 영화 중 가장 대중적이다.

“사람이 되긴 어려워도 괴물이 되진 맙시다”(<생활의 발견>), “생각을 해야겠다. 생각만이 나를 살릴 수 있어”(<극장전>)와 같은 영화 유행어를 남긴 홍상수는 고현정의 입을 빌려 달관한 사람처럼 일침을 놓는다. “나에 대해서 뭘 안다고 그래요. 잘 알지도 못하면서. 딱 아는 만큼만 안다고 해요.”

그의 영화를 보는 것은 홈비디오로 찍어놓은 자기 모습을 극장에서 보는 것처럼 쑥스럽고 민망하다. 그러나 그런 보잘것없는 자화상과 대면한 뒤 극장 문을 나서면 관객은 다시 그 쑥스럽고 민망한 세상 속에서 살아나갈 힘을 얻는다. 홍상수의 유머는 힘이 세다.(이재성기자)  

09. 05. 05.


댓글(9) 먼댓글(1)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1. Like You Know It All
    from 로쟈의 저공비행 2009-05-16 21:40 
    기분전환도 할 겸 오랜만에 동네극장에서 심야영화를 보기로 하고 정한 프로그램은 홍상수의 <잘 알지도 못하면서>다. 박찬욱의 <박쥐>도 상영중이지만 한편만 봐야 한다면 나로선 선택의 여지가 없다(여러 리뷰를 보건대 <박쥐>의 감상이 유쾌할 것 같지 않다). 두 시간쯤 남았는데, 마침 감독 인터뷰 기사가 있기에 '기념'으로 스크랩해놓는다. 인터뷰의 홍상수는 이젠 나도 잘 아는 홍상수이다. 아, 그의
 
 
2009-05-05 23: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5-06 07: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5-06 15: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5-06 21: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5-06 21: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5-06 21: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konstant 2009-05-06 2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폰지 하우스에서 이 영화 개봉에 맞춰서 홍상수 감독의 전작들을 상영하는
감독전을 3주간이나 진행한다고 하네요~

밥은 굶어도 책사고 영화보느라 돈을 꽤 쓰는 편인데,
안 그래도 가벼운 지갑 속 잔돈까지 탈탈 털어서 챙겨봐야겠어요 ^^

로쟈님은 홍상수 감독 영화 중 어떤 영화를 좋아하시나요?
(전 <오! 수정>만 아직 못 봤는데 그외는 다 좋아합니다;;;)

밀리 2009-06-02 14:52   좋아요 0 | URL
<오!수정>은 꼭 봐야 합니다!!^^;

2009-05-07 19: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똥파리'가 말하는 한국사회

지난주에 소개기사를 옮겨놓기도 했는데, 양익준 감독의 <똥파리>가 내일 개봉한다고 한다. 동네 CGV에서는 상영을 하지 않아서 언제, 어떻게 봐야 할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여하튼 몰상식한 뉴스들만 쏟아지고 있는 터라(오늘도 어이없는 언론탄압 기사들이 떴다) 최소한의 정신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한번쯤 보고 싶다. 감독 인터뷰 기사가 눈에 띄기에 스크랩해놓는다.

 

고대신문(09. 04. 06) "세상에 태어난 이상 우린 다 특별해"  

피하고 싶은 것이 우리 곁으로 날아온다. 오는 16일(목)에 개봉하는 영화 <똥파리(Breathless)>다. 지저분한 맨홀 뚜껑 아래에서의 삶을 절절히 그려낸 <똥파리>에서 주연으로 열연한 양익준 감독. 그는 서른다섯의 나이에 스물다섯의 용기 하나로 살아간다. 영화인 양익준과 한 인간으로서의 양익준을 만나봤다.   

#1. 영화가 말을 걸다
영화 제목이 왜 똥파리(Breathless)인가
예전에 어른들이 ‘똥파리’란 말을 많이 썼잖아요. 아마 모르실 수도 있겠지만, 저 같은 경우엔 너무 많이 들어서(웃음). ‘에잇, 이 미천한 놈, 더러운 놈, 우리 곁에 오지 않았으면……’하고 내쳐지는 사람들을 비유하는 말이죠. 이 영화에 등장하는 상훈이나 영재가 다 똥파리로 치부되는 사람들이에요. 영어 제목 ‘Breathless’는 손원평 감독이 지어줬어요. 손 감독은 제가 주연으로 연기했던 <인간적으로 정이 안 가는 인간>(2005)의 감독이었어요. 제 첫 작품부터 계속 제목을 지어줬는데 이번 것은 정말 잘 지어준 것 같아요. 이 세상에 숨 쉴 수 있는 공기는 수북하게 있지만 사람들은 숨을 헐떡이면서 살고 있잖아요. 그래서 ‘똥파리’라는 제목과 연관성이 있다고 생각해요. 우연인지 모르겠지만 프랑스의 거장 장 뤽 고다르(Monsieur Godard)감독의 첫 작품 제목도 ‘Breathless’였대요. 그 때문에 해외 영화인들이 많은 관심을 보였어요. 

네덜란드에서 귀국한지 얼마 안 됐다. 지난 1월 로테르담 국제영화제 최고상인 타이거상을 수상한 소감이 어떠한가
사실 이렇게 얘기하면 ‘로테르담 국제영화제’한테는 미안하지만 예전에 ‘미쟝센 단편영화제(2005)’에서 인기상 받을 때와 처음 만든 단편영화로 ‘서울독립영화제(2005)’에서 관객상 받았을 때가 더 기뻤던 것 같아요. 그 땐 초반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상을 받으면 나도 모르게 어깨에 힘들어가는 게 싫어서 되도록 빨리 잊어버리려고 해요. 이번 영화제엔 젊은 감독들이 많이 모여서 활기찼고, 상을 받은 것보다도 다른 나라의 감독, 관객들과 이야기 나눌 수 있었던 게 더 좋았어요. 자전거를 타고 오시던 네덜란드의 한 중년 여성이 절 보더니 ‘Breathless!’라고 하시더라고요(웃음). 그래서 한 20분 간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는데 결국 가족이라는 건 모든 나라에서 공통적으로 고민하는 문제더라고요.  



연출과 주연을 둘 다 맡았다
처음부터 ‘내가 하겠다’고 생각하고 시작했어요. 근데 촬영을 끝내고 편집하면서 ‘아, 내가 괜히 했나?’하고 고민을 했죠. 아무래도 연기만 할 때엔 연기에 온 정신을 집중할 수 있었는데 연출까지 하니까 아무래도 정신이 분산되더라고요. 대사를 잊어버려서 촬영 중간에 ‘잠깐만!’이라고 했던 적도 많고요(웃음). 아무리 때리는 연기라도 정신적으로 고요한 상태에서 집중해야 제대로 할 수 있어요. 인간의 섬세한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기 때문이죠.

영화에서 용역깡패 상훈 역을 맡아 잔인하고 폭력적인 장면이 많다. 실제로 싸움을 많이 해봤을 것 같은데
지금까지 남을 먼저 때려본 적이 한 번도 없어요. 일단 맞으면 그때서야 저에 대한 보호본능으로 싸움을 했죠. 맞아서 몇 번 기절했던 기억도 있고. 영화 속에서 상훈과 닮은꼴인 또 다른 주인공 영재(이환)라는 캐릭터를 보면 집에선 폭력을 행사하지만 밖에선 오히려 두려워해요. 밖에서 억압됐던 것들이 안에서 풀어지는 것. 참 아이러니죠.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폭력성이 내재돼 있어요. 이 폭력성을 배출할 수 있는 통로가 우리 사회에 없어요. 잘 보이지는 않지만 우리나라 곳곳에 얼마나 많은 폭력이 존재할지 한 번 드러내보고 싶었어요. 영화에선 폭력의 수위가 센 감이 없지 않지만……. 아니, 어떻게 보면 그 수위도 따질 수 없는 거예요. 가족 안에서 아무리 미약한 모순과 문제가 있다고 해도 그 당사자가 힘들다고 느끼면 그게 제일 괴로운 것 아니겠어요? 제가 주위에서 힘들게 봐왔던 이야기를 픽션으로 만들어서 표현한 거예요. 전 일단 착한 사람입니다(웃음).

영화에 개인적 경험이 많이 들어가 있나
네, 부모님과 징글징글했던 모든 것들. 저뿐만 아니라 제 주위 친구들이 그런 경험을 했고요. 지난달 31일(화) 시사회에서 만난 사람들의 표정, 눈빛을 봤는데 고개를 계속 끄덕거리더라고요. 제작할 땐 저로부터 시작했지만 영화가 극장에서 공개된 그 순간부턴 관객들의 이야기가 된 거예요. 저의 어떠한 경험에서 시작됐는가 하는 것은 그렇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자전적 경험이라기보다 자전적 성찰이 담긴 거죠.

독립영화계에선 유명한 배우인데, 대중들에겐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계속 이렇게 몰랐으면 좋겠어요. 제 삶이 제일 중요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침해받고 싶지 않거든요. 지금은 영화가 개봉되는 시기니까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다 하려고 해요. 영화가 거의 막을 내릴 즈음엔 다시 제 삶을 찾아 돌아가야죠. 언제까지 ‘나 상 받은 놈이야, 나 감독이야’ 이러면서 살 수는 없잖아요. 지금은 제 인생에 있어 아주 특별한 시간인 거고요. 그렇지만 전 아주 특별한 지금보다 평범한 시간들, 일상이 더 좋아요.

초창기 배우 시절에 <품행 제로>(2002), <해피에로 크리스마스>(2003),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2006) 등에서 단역을 주로 맡았다. 그 때의 생활이 궁금하다
아, 단역은 아니었는데 많이 편집됐어요. 주조연급 정도였어요. 사실 그 땐 아르바이트로 영화에 출연했어요. 연기는 하고 싶고 돈은 벌어야 하니까 생계를 위해 했던 거죠. 현실적으로 초짜한테 누가 중요한 역할을 주겠어요. 가능성이 보인다고 해도 스타들이 득실거리니 안 되죠. 그런 환경에서는 인정받기 어려워 상업 영화와 독립 영화에 둘 다 출연했어요. 사실 상업 영화중에 내 영화다 싶은 건 없어요. 애착이 가는 영화는 손원평 감독, 이진우 감독이랑 찍었던 단편 영화랑 제 작품 4편 정도예요.  



#2. 평범하고 독특하게 사는 법
첫 인상과 달리 내성적인 것 같다

엄청 내성적이어서 표현을 많이 하고 살려고 하다 보니 말을 많이 하는 성격으로 변한 것 같아요. 요즘엔 처음 만나는 사람하고도 잘 떠들어요. 아무래도 ‘내가 그렇게 모자란 존재가 아니구나’라는 것을 인식하게 돼서인 것 같아요. 예전엔 좋아하는 사람에게 먼저 고백하지 못했어요. ‘쟤는 나보다 크고 높은 사람이야’라는 생각이 드니까 위축돼서 그랬던 것 같아요. 지금은 제 자신을 제일 존중하고 괜찮은 사람이라고 믿어요. 남들 앞에서 주눅 들지 마세요. 사는 데 별로 도움 안 돼요.

영화배우가 안 됐더라면 지금 무엇을 하며 살고 있을 것 같은가
노숙자?(웃음) 그냥 뭘 해도 잘 했을 것 같아요. 열심히 사는 건 습관화돼 있으니까요. 사실 거의 10년 동안 계속 연기만 하면서 살아와서 잘 모르겠어요. 20대 때엔 정말 미친 듯이 연기했던 것 같고, 몇 년 전부터는 연기가 재미있다는 걸 생생하게 느끼고 있어요. 저는 영화배우다, 감독이다 뭐 이런 것보다 그저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소리를 듣고 싶어요.

당신의 20대는 어땠나
상업고등학교를 다녔는데 고3때부터 막노동하고, 용산전자상가에서 냉장고 배달하면서 생활비를 벌었어요. 그리고 바로 군대에 갔는데 고참들이 대학 얘기를 하더라고요. 대학에 가 보는 것도 괜찮겠다 싶어서 군대에서 하루에 두 시간씩 공부해서 수능을 봤어요. 중학교 때부터 조금씩 연기에 대한 꿈을 꾸고 있었고 자연스레 연기과에 진학했죠. 사실 대학 자체가 제게 큰 의미가 있진 않아요. 그때 함께 했던 친구들은 많이 남아 있죠. 지금 이렇게 미친 듯이 연기할 수 있는 것은 학교가 만들어준 것이 아니라, 저와 제 친구들이 스스로 만들어나갔던 덕분인 것 것 같아요. 연기라는 건 절대 누군가가 가르쳐줄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배우가 살아온 흔적들이 결국 연기를 통해 나와요. 대부분의 배우들은 연습을 통한 일관된 감정들이 나오잖아요. 그런 건 제가 볼 땐 되게 재미없어요. 거짓말 같은 느낌들이죠.

살면서 이것만은 꼭 붙잡고 살아야 한다, 이런 게 있다면
사랑. 끊임없는 사랑. 그 중에서도 연인과의 사랑. 그게 삶에 있어 가장 큰 에너지로 작용하는 것 같아요. 미움도 헤어짐도 사랑이에요. 어느 순간부터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만큼 그리고 저보다도 더 많은 열정을 가진 젊은이들이 사랑은 꼭 제대로 해봤으면 좋겠어요. 남들과 비슷하게 살지 않는 것도 중요해요. 특별한 이유에 의해서 태어난 것은 아니지만, 태어난 이상 특별한 존재로 살아가야죠. 부모님의 말씀이라고 해도 아닌 건 아니라도 말할 수 있어야 하고 가끔은 싸우기도 할 줄 알아야 해요. 남에게 피해주고 상처 주지 않으면서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거침없이 뛰어드세요. 젊은 데 뭘 망설여요.(노희 기자) 

09. 04. 15.


댓글(1)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펠릭스 2009-07-29 0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독과 주연을 동시(똥파리),
주연에 대한 느낌이 영화 제5원소의 '게리 올드만'을 나게 합니다.
알파치노,게리올드만,양익준 - 무언가 공통점이 있습니다.
작품의 완성도가 높습니다. 마음도 아픕니다.

돌탑영화의 신지승 감독의 말이 생각납니다.
"풍경보다는 사람의 모습에 촛점을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