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스토옙스키에 대한 강의를 하다보면 작품에 나오는 그림들에 대해서도 다루게 되는데, 아쉽게도 도스토옙스키와 미술 전체에 대한 시야는 갖기 어려웠다. 때마침 아주 요긴한 책이 출간되었는데, 조주관 교수의 <도스토옙스키가 사랑한 그림들>이다. 또다른 제목으론 '도스토옙스키의 미술관'도 가능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미 여러 권의 도스토옙스키 관련 저서와 역서를 갖고 있지만 저자가 그림에만 초점을 맞추어 책을 펴낸 것은 이례적이다. 러시아나 영미에서도 드물지 않을까 싶다. 한해 늦춰지긴 했지만, 지난해 탄생 200주년을 맞은 도스토옙스키를 기념하는 의미도 갖는 책이고, 독자에게도 유익한 연말선물이 되겠다.
참고로 내가 도스토옙스키 강의에서 가장 중요하게 언급하는 그림은 <백치>에 나오는 홀바인의 '무덤 속의 그리스도 시신', 그리고 <악령>과 <미성년>에 나오는 클로드 로랭의 '아시스와 갈라테아'다. 두 그림 모두 도스토옙스키가 바젤미술관과 드레스덴미술관에 직접 찾아가서 본 것들이다. 내년에 스위스문학기행을 진행하다면 바젤미술관에서 홀바인의 그림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