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도서를 모두 읽을 수는 없는 형편이라 소위 대기표를 나눠주는 수밖에 없는데, 지난달에 나온 책 가운데 비교적 앞순번에 해당하는 책이 자크 랑시에르의 <모던타임스>(현실문화A)다. 원저는 지난해에 나온 랑시에르의 최신간이어서 놀라기도 했는데 자그레브(크로아티아)에서 나온 영어판이라 알라딘에서는 구매할 수 없다(통상 랑시에르의 책은 영어판도 같이 구입하고는 했는데 이 책은 예외가 되었다).

책의 부제는 ‘예술과 정치에서 시간성에 관한 시론‘이고 네 편의 글로 구성돼 있다. 역자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진행된 랑시에르의 예술-정치 연구를 축도˝한 책이다. 그 연구를 구성하는 책들은 <감각적인 것의 나눔>(<감성의 분할>, 2000)을 포함하여 여러 권이 소개되었다. <영화 우화>(2001), <이미지의 운명>(2003), <미학 안의 불편함>(2004), <문학의 정치>(2007), <해방된 관객>(2008) 등이고 <아이스테시스>(2011)는 아직 번역되지 않았다(초기작 <프롤레타리아들의 밤>(1981)과 함께 번역출간을 고대하는 책이다). 그 연장선상에 놓여 있는 책이 <모던타임스>라는 것.

개인적인 관심은 랑시에르의 미학이나 영화론보다 문학론에 있는 편이라 <모던타임스>의 독서도 일단 보류한 상태다. 원저를 구하게 되면 일정이 당겨질지도. 혹은 랑시에르의 영화론에 관심을 갖게 되면 역시 생각보다 일찍 책을 손에 들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자면 같은 이유에서 미뤄놓은 다른 책들까지도 한꺼번에 손을 봐주어야 할지도. 아, 그 책들의 행방을 알 수 없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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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터 벤야민의 사진론이 출간되었다. <발터 벤야민, 사진에 대하여>(위즈덤하우스). 벤야민 선집에는 ‘사진의 작은 역사‘ 등이 번역돼 있는데 그 글을 포함해서 사진에 관한 글만 따로 모은 영어판 선집을 옮겼다.

˝현대 철학과 미학의 선구자 발터 벤야민의 사진에 대한 짧은 글들을 영국의 미학자 에스더 레슬리가 골라 수록하고 각 글에 심도 있는 해제를 붙인 책. 벤야민의 사진에 얽힌 개인적인 추억, 초창기 사진의 기술이 현대적 형태로 넘어가는 과정을 날카롭게 해석한 글들과 사진이 예술에 가져올 혁명적인 변화와 지각 경험을 근본적으로 혁신할 것이라는 점, 정치적 영향에 대한 기대 등을 담은 글들이 잘 어우러져 있다.˝

역시나 사진론이 번역을 있는 롤랑 바르트나 수전 손택이 발문이나 해제를 쓴다면 딱 어울리겠다 싶다. 안 그래도 바르트와 손택의 책은 틈이 날 때마다 구해온 터인데 이제 남은 건 읽기라는 건 벤야민의 책은 통보하는 듯하다. 사진 전공자의 책도 언제 나왔던 듯한데 나로선 그냥 있는 책들이나 한데 모아놓는 게 우선이다. 독서를 더는 뒤로 연기할 수 없다는 게 점점 부담스러운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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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이론분야의 관심도서 두 권을 적어둔다. 핼(할) 포스터의 <강박적 아름다움>(아트북스)과 데이비드 건켈의 <리믹솔로지에 대하여>(포스트카드)다. <강박적 아름다움>은 앞서 나왔던 <욕망, 죽음, 그리고 아름다움>의 개역본이다. 오래 전에 세미나를 하면서 흥미롭게 읽었던 책인데 절판되었다가 다시 나와 반갑다. 바뀐 제목은 ‘Compulsive Beauty‘라는 원제를 옮긴 것이다. 부제는 ‘언캐니로 다시 읽는 초현실주의‘. 같은 출판사에서 재번역본을 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이 책은 2005년에 <욕망, 죽음 그리고 아름다움>이라는 제목으로 국내에서 출간된 바 있다. 이번에 완전히 새롭게 번역했다. 원제도 그대로 살리고, 과거 번역본의 오역을 바로잡았고, 누락되었던 본문, 주석과 도판을 모두 찾아 넣었으며, 원서에 없는 첨가는 모두 제거했다. 그리고 25년 전의 작업 의의를 정리한 저자의 한국어판 서문도 실었다.˝

얼핏 데리다의 <그라마톨로지에 대하여>를 떠올리게 하는 <리믹솔로지에 대하여>는 아니나 다를까 데리다 전공자의 책이다(게다가 ‘국제 지젝 연구‘의 공동 창립자란다!).

˝건켈 교수는 데리다에 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커뮤니케이션, 철학, 컴퓨터 사이언스 등을 가로지르는 상호 학제적 연구와 출판물로 주목받고 있으며, ‘국제 지젝 연구‘의 공동 창립자 겸 기획자이기도 하다. 그의 다재다능하면서도 다학제적인 연구의 이력이 잘 보여주듯, 건켈은 철학 분야뿐만 아니라, 모든 것이 리믹스된 현대사회에서 기존의 학문 분야들이 다루기 힘든 다양한 분야에서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영역과 문제를 사유할 수 있는 ‘리믹솔로지‘라는 문화적 개념을 새롭게 창안하고 있다.˝

‘리믹솔로지‘라는 생소한 개념뿐 아니라 저자의 이력 때문에라도 관심을 갖게 된다. 원저는 좀 비싸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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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로베르토 자코메티‘전을 관람했는데, 작가의 생애는 물론 대표작들을 연대기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아주 ‘설명적인‘ 전시였다).

뜻밖의 소득이라고 할 만한 것은 카르티에 브레송이 찍은 자코메티 사진이었는데 비오는 날 외투를 머리까지 올려쓰고 걸어나오는 만년의 자코메티를 포착한 것이다. 자코메티의 삶과 예술이 잘 응축돼 있는 한 장의 컷으로 보였다(찾아보니 한 장 더 있는 것 같다. 두 장의 컷). 대표작 ‘걸어가는 사람‘과 나란히 모아놓는다. ‘걸어가는 사람‘은 전시관 입구의 사진을 다시 찍은 것이다.

자코메티 관련서는 몇권 나와있는데 헤아려보니 절반만 갖고 있다. 두어 권은 더 구입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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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발견‘으로 프랜시스 보르젤로의 <자화상 그리는 여자들>(아트북스)을 고른다. 제목이자 주제가 눈길을 끌고 저자가 믿을 만하다면 주저할 여지가 없다. 전작 가운데 <누드를 벗기다>(시그마북스)가 소개돼 있는데 몇년 전에 구입한 책이다. 미술의 사회사가 저자의 주종목.

아, 확인해보니 원저는 <자화상 그리는 여자들>이 <누드를 벗기다>보다 먼저 나왔었고 2016년에 개정증보판이 출간됐다. ‘여성 예술가는 자신을 어떻게 보여주는가‘가 부제. 16세기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여성 자화상의 역사를 살핀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독서감이 된다. 미술책이니 만큼 자화상들을 일별해보는 것만으로도 책값은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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