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강의를 맡지 않은 이후로는 학기말이 한결 수월해졌지만(시험 채점과 성적 처리가 없어졌기에) 그래도 '관행적인' 후유증은 남아서 맥이 풀린 상태로 주말과 휴일을 보냈다. 장마를 대비해 어제는 서고에도 다녀왔으니 휴식만 취한 건 아니더라도 '방학'을 맞은 기분이랄까. 당장 이번주부터는 '계절학기' 모드로 들어가지만 그래도 방학은 방학이다(휴가 없이 빼곡한 강의 일정으로 채워진 방학). 곧 휴가철에 읽을 만한 책 목록들도 나올 만한데, 그와 유사한 목록을 고르는 기분으로 '7월의 읽을 만한 책'을 고른다.

 

 

1. 문학예술  

 

2015년 여름에 제1부 <로마의 일인자>(전3권)이 나왔던 콜린 매컬로의 <마스터스 오브 로마>의 올여름 '선물'은 제3부 <포르투나의 선택>(교유서가, 2016)이다. "제3부 <포르투나의 선택>에서는 기원전 83년부터 기원전 69년까지 술라의 2차 로마 진군과 독재, 그리고 그의 사후 10여 년간을 다룬다. 제1, 2부에서 가장 매혹적인 주인공의 한 명으로 출중한 외모와 명석함과 야비함을 동시에 지닌 술라가 피비린내를 풍기며 공화정의 기반을 흔드는 독재관으로 군림하다 노쇠하여 몰락하는 과정이 흥미롭게 그려진다." 모름지가 여름나기용으로는 대작 장편소설만한 게 없다고 생각하는 독자들에겐 주저할 것도 없는 선택일 듯.

 

 

한수산의 장편소설 <군함도>(창비, 2016)도 일단 그런 용도 손에 쥘 만한 작품. 2003년에 펴냈던 <까마귀>(전5권)를 대폭 수정하고 새로 원고를 추가하여 완성한 결정판이라고. 문학평론가 염무웅 선생은 이렇게 평했다. "원폭의 도시 나가사끼에서 멀지 않은 섬 하시마, ‘군함도’로 더 알려진 그 섬의 지하탄광에 징용으로 끌려온 조선인 노동자들, 그들의 지옥 같은 삶과 안타까운 죽음, 불굴의 저항과 처절한 탈출로 이어지는 숨 막히는 서사를 통해 우리는 70년 전의 고난의 역사가 오늘 우리 자신의 현실처럼 재현되고 있음을 생생하게 경험한다. 원폭투하의 처참한 현장 속에서 일본인보다 더 심각한 피해를 겪어야 했던 조선인의 운명을 일찍이 이처럼 실감 있게 묘사한 소설이 있었던가 묻고 싶다."

 

 

2. 인문학

 

역사 분야에서는 앙드레 모루아의 역사 삼부작을 고른다. 최근에 나온 <프랑스사>를 비롯해 <미국사>, <영국사>까지 세 권으로 구성돼 있다. 이미 한 차례 언급한 바대로 개정판으로 다시 나온 책들인데, 사실 분량으로는 여름 내내 읽어야 할 듯싶다.

 

 

단 권짜리를 원하는 독자라면 윌리 톰슨의 <노동, 성, 권력>(문학사상사, 2016), 닐 포크너의 <좌파 세계사>(엑스오북스, 2016), 그리고 피터 왓슨의 <무신론자의 시대>(책과함께, 2016)를 목록에 올려놓아도 좋겠다. 나도 방학 때 읽으려고 미리 점찍어놓은 책들이다.

 

 

철학 쪽에서는 '헤겔과 니체와 하이데거'를 골랐다. 국내 학자들의 책이 최근에 연이어 나왔는데, 최신한, 권대중의 <인생교과서 헤겔>(21세기북스, 2016), 강순전의 <정신현상학의 이념>(세창출판사, 2016), 그리고 박찬국의 <니체와 하이데거>(그린비, 2016) 등이다.

 

 

 

조금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을 원하는 독자라면 고병권의 <다이너마이트 니체>(천년의상상, 2016), 김재인의 <혁명의 거리에서 들뢰즈를 읽자>(느티나무책방, 2016), 그리고 한병철의 신작 <아름다움의 구원>(문학과지성사, 2016)을 손에 들어도 좋겠다.

 

 

3. 사회과학

 

사회과학 쪽에서는 걸출한 여성 인류학자 두 사람을 다룬 평전 <마거릿 미드와 루스 베네딕트>(현암사, 2016)와 나오미 클라인의 <이것이 모든 것을 바꾼다>(열린책들, 2016), 그리고 제임스 맥그래스 모리스의 평전 <퓰리처>(시공사, 2016)를 고른다. <퓰리처>는 "'오직 대중을 위한 신문'을 제창하며 언론의 황금기를 열었으나, 결국 악명 높은 황색 언론의 우두머리가 되어 언론 제국에 군림했던 조지프 퓰리처의 파란만장한 삶을 기록한 책이다." 

 

 

한국사회를 다룬 책으로는 박노자의 <주식회사 대한민국>(한겨레출판, 2016), 조윤호의 <나쁜 뉴스의 나라>(한빛비즈, 2016), 그리고 젊은 세대 연구자들의 '흙수저' 세대론, <흙흙청춘>(세창출판사, 2016)을 고른다. 특히 <흙흙청춘>은 "수많은 문제점 중 하나인 청년들에 대한 문제제기를 시작하는 책으로, 짧은 시간 동안 어째서 분노와 혐오로 우리 사회의 코드가 바뀌게 되었는지" 고스란히 드러낸다.

 

 

4, 과학

 

과학분야에서는 이번에 개정판으로 새로 나온 리처드 도킨스의 <확장된 표현형>(을유문화사, 2016), 그리고 리사 랜들의 <암흑 물질과 공룡>(사이언스북스, 2016), 그리고 토마스 데 파도바의 <라이프니츠, 뉴턴 그리고 시간의 발명>(은행나무, 2016)을 고른다. 각각 생물학, 물리학, 과학사 분야의 책들이다.

 

 

국내서 중에서도 세 권을 고르면, 물리학자 김상욱의 <김상욱의 과학공부>(동아시아, 2016), 이강영의 <불멸의 원자>(사이언스북스, 2016), 그리고 '렉처 사이언스' 시리즈의 첫 권 <기원>(휴머니트스, 2016)이다. 편견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책들은 젊은 세대가 좀더 많이 읽었으면 싶다.

 

 

5. 책읽기/글쓰기  

 

분류는 교양인문학 쪽으로 되어 있지만 '책읽기/글쓰기' 카테고리와도 긴밀하게 연관된 책들을 골랐다. 유시민의 <표현의 기술>(생각의길, 2016),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한기호 소장의 <인공지능 시대의 삶>(어른의시간, 2016), 그리고 한국일보 최윤필 기자의 <가만한 당신>(마음산책, 2016)이다. 이 중 <가만한 당신>의 부제는 '뜨겁게 우리를 흔든, 가만한 서른다섯 명의 부고'인데, 너무 뜨거워서 단숨에 읽지 못하고 자주 가만히 내려놓아야 하는 책이다. "상식이어야 할, 그러나 여전히 상식으로 자리 잡지 못한 가치를 위해 온몸으로 투쟁했고 스러져간 이들의 삶을 오롯이 담고 있다. 또한 지금까지도 우리를 뜨겁게 흔드는, 가만한 서른다섯 명을 결코 잊지 않겠다는 의지를 담은 기록이기도 하다."

 

16. 07. 03.

 

 

P.S. '이달의 읽을 만한 고전'으로는 '함석헌'을 고른다. 김영호의 <함석헌 사상 깊이 읽기>(전3권, 한길사, 2016)가 출간된 게 계기인데, 처음엔 공저로 알았지만 놀랍게도 저자의 단독 저작이다. 함석헌 사상에 대한 가장 폭넓으면서도 깊이 있는 해설서로 읽을 수 있다.

 

 

함석헌 선생의 대표 저서로는 <뜻으로 본 한국역사>(한길사, 2003)가 있고(오래 전에 강의에서 다룬 적이 있다), 평전으로는 김삼웅의 <저항인 함석헌 평전>(현암사, 2013)과 이치석의 <씨알 함석헌 평전>(시대의창, 2015)을 참고할 수 있다.

 

 

전호근의 <한국철학사>(메멘토, 2015), 한국철학사상연구회의 <처음 읽는 한국 현대철학>(동녘, 2015)에서도 함석헌 사상에 한 장씩을 할애하고 있다. 박홍규의 <함석헌과 간디>(들녘, 2015)도 두 사람의 삶과 사상을 비판적으로 검토한 최초의 책으로 '함석헌 읽기'의 필독 목록에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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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로는 이미 여름이라는 이유로, 그리고 주중에는 따로 시간을 내기 어렵다는 이유로 '이달의 읽을 만한 책'을 며칠 이르게 골라놓는다. 읽을 책이 부지기수로 밀려 있는 상황에서 또 읽을 만한 책이라고 고르려니까 미리 더부룩해지는 것 같은 느낌도 들지만, 사실 머릿속을 비우는 의미도 있다. 무엇이 더 중한지는 골라놓고 봐야 알 수 있을 듯하다.

 

 

1. 문학예술

 

문학 쪽에서는 삼인에서 새로 시작한 '시인선'의 시집 두 권을 먼저 고른다. 유진목의 <연애의 책>과 조인선의 <시>다. 이 시인선은 내막을 갖고 있다. "문학평론가 황현산, 시인 김혜순, 김정환은 몇 해 전 신춘문예나 잡지 등단 관행의 문제점을 '출판사 주도로 오래 준비해 출간하는 시집 출판'이라는 새 제도로 극복하고자 뜻을 모았다. 즉, 시집 출간으로 시인을 등단 내지 재등단시키는 제도를 마련한다는 것으로, 시집 한 권 분량을 채울 50∼60편의 시를 한꺼번에 받아 살펴본 뒤 역량이 확인된 시인들의 시집을 출간하여 시집선을 채운다는 목표를 세운 것이다."

 

즉 시 몇 편으로 등단하고 일정 기간 발표한 작품을 묶어서 시집을 펴내온 관행을 바꿔보겠다는 취지다. 새로운 과정을 거쳐서 펴내는 만큼 기대를 갖게 하는데, <연애의 책>을 두고 황현산 선생은 "한국 최고의 연애 시"라고 격찬했다. 안목에 기대서 일단 주문해놓았는데, 내일이나 받아서 읽게 되면 따로 얘깃거리가 생길지 모르겠다.

 

 

소설로는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장편 데뷔작 <에이미와 이자벨>(문학동네, 2016), 제임스 설터의 데뷔작 <사냥꾼들>(마음산책, 2016), 그리고 정지돈의 첫 소설집 <내가 싸우듯이>(문학과지성사, 2016)을 고른다. 미리부터 마음이 풋풋해진다.

 

 

예술 분야에서는 최근에 미셀 모건의 <오 마이 마돈나>(뮤진트리, 2016)가 출간된 김에 '뮤진트리 뮤지션 시리즈'에서 몇 권 골랐다. 현재 7권이 나온 상태인데, 모두 친숙한 이름들이다. <신디 로퍼>와 <마돈나>는 비교해서 읽어도 되겠다(내게 80년대를 되새겨주는 이름들이다).

 

 

2. 인문학

 

인문 분야에서는 '플라톤'의 책들을 골랐다. 일단 천병희 선생의 번역으로 <플라톤의 다섯 대화편>(숲, 2016)이 번역돼 나왔다. 테아이테토스, 필레보스, 티마이오스, 크리티아스, 파르메니데스 등 5편의 후기 대화편이다. 특별히 파르메니데스의 번역이 반가운데, 이 번역의 의의는 나중에 따로 짚어보고 싶다. 그리고 리베카 골드스타인의 <플라톤, 구글에 가다>(민음사, 2016). 철학자이자 소설가라는 저자의 직함대로 철학적인 주제로 소설로 풀어내는 데 능한데(철학적 픽션), 이 책 역시 "오늘날 환생한 플라톤이 현대인과 만나는 대화편과 그에 대한 해설로 구성되어 있다." 나로선 원서를 진작 구해놓은 책인데, 번역본을 손에 들기 전에 책장에서 빨리 찾아봐야겠다.

 

<플라톤, 구글에 가다> 정도는 고등학생도 읽었으면 싶지만 좀 부담스럽다면(700쪽이 넘는다) 최성민의 <나의 멘토 소크라테스>(시간여행, 2016)를 먼저 읽어도 좋겠다. 고등학생 저자가(지금은 대학생이 됐을까?) 쓴 것으로 "한 고등학생이 소크라테스의 삶과 철학이 담긴 명저들을 바탕으로 질문하고 답하며 자기만의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은 책이다." 저명 학자들과의 인터뷰도 수록하고 있는데, 청년의 패기가 느껴진다. 장차 10년 후의 성과가 기대된다.

 

 

중국에 관한 무겁지 않은 책들도 몇 권 골랐다. 위화의 <우리는 거대한 차이 속에 살고 있다>(문학동네, 2016)과 쑨거의 <중국의 체온>(창비, 2016)은 중국의 저명 작가와 지식인의 눈으로 바라본 당대 중국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중국의 '차이'와 '체온'을 느끼게 해줄 듯. 중국철학자 자오팅양이 프랑스 철학자 레지 드브레와 나눈 서신선 <상실의 시대, 동양과 서양이 편지를 쓰다>(메디치미디어, 2016)는 서로 다른 경험과 배경을 지닌 두 사람이 "근대적 혁명의 한계에서 시작한 이 서신 토론은 정치, 종교, 역사, 철학을 넘나들며 자본에 잠식당한 현실을 폭로한다."

 

 

3. 사회과학

 

사회과학 쪽에서 먼저 고른 책은 사스키아 사센의 <축출 자본주의>(글항아리, 2016)다. '복잡한 세계 경제가 낳은 잔혹한 현실'이 부제. 21세기 자본주의의 새로운 논리로 저자가 이끌어낸 결론이 '축출'이다. "사회적 계급과 물질적 조건, 지리적 위치를 입체적으로 조명하며 축출의 근원을 밝히고, 성장이라는 무자비한 신화의 가면을 벗긴다." 예감 혹은 예상을 벗어나지는 않지만, 실상을 확인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겠다.

 

또 다른 사회적 진단은 조지프 피시킨의 <병목사회>(문예출판사, 2016)다. "기회균등 원칙이 갖는 여러 난점을 파헤치면서 이 원칙을 더욱 급진화, 구체화, 현실화하려는 대담한 시도를 한다. 기회균등을 아무리 보장하더라도 기회구조 자체가 단일하고 협소하면 병목현상을 피하지 못하고, 결국 허울뿐인 평등의 원칙과 무자비하게 불평등한 현실밖에 남는 게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제가 '기회의 불평등을 넘어서기 위한 새로운 대안'이다.

 

국내서로는 정현백 교수의 <주거 유토피아를 꿈꾸는 사람들>(당대, 2016)을 고른다. 부제는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주거개혁 정치와 운동'이다. 당장 한국사회의 현실을 비슷한 문제를 앞서 고민했던 국가들이 어떤 해법을 찾았는지 타산지석으로 삼을 만하다.

 

 

4. 과학

 

학생들도 같이 읽어볼 만한 책으로 '일상적이지만 절대적인 과학지식' 시리즈가 있다. 이번에 <양자역학 지식 50>이 나왔는데, <뇌과학 지식 50>이나 <화학지식 50>과 같이 읽어보면 좋겠다.

 

 

역시나 학생들이 읽어볼 만한 책으로 인공지능 알파고와 이세돌 기사의 대결을 다룬 몇 권의 책도 얹어놓는다. 바둑의 기초만 알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5. 책읽기/글쓰기

 

 

장정일의 <이스트를 넣은 빵>(마티, 2016)은 새 서평집이 아니라 서평 선집이다(국내에서는 최초가 아닐까?). <장정일의 독서일기>(전7권) 가운데서 가려 뽑은 책. 그의 독자로서는 감회가 없지 않다. 한문학자 안대회 교수의 <문장의 품격>(휴머니스트, 2016)은 "조선의 문장가에게 배우는 치밀하고 섬세하게 일상을 쓰는 법"이라는 부제 그대로다. 이남희 작가의 <나의 첫번째 글쓰기 시간>(아시아, 2016)은 초보자를 위한 논픽션 글쓰기 안내서다. "저자가 전하는 논픽션은 자기 이야기(자서전), 리뷰(비평문), 인터뷰, 르포, 여행기." 시나 소설이 아니라도 뭔가 쓰고 싶은 욕망을 가진 독자라면 참고해볼 만하다.  

 

16. 05. 29.

 

 

P.S. 그리고 '이달의 읽을 만한 고전'으로는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다. 전7권의 방대한 작품을 다 읽는 건 아니고, 맛보기로 1-권을 읽어보자는 것. 1권 '스완네 쪽으로'가 민음사판으로는 두권짜리, 펭귄클래식(<잃어버린 시절을 찾아서>란 제목) 양장본으로는 한권, 보급판으로는 두 권짜리가 나와 있다. 나로선 올여름을 프루스트와 함께 보내게 될지도 모르겠다. 프루스트를 그렇게 사랑하느냐고? 아니, 그게 어떤 의미의 사랑이냐에 달려 있기도 하고, 또 직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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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책'을 고르려다가 날짜도 된 만큼 '이달의 읽을 만한 책'을 고르기로 한다. 예전에 하던 말로 '계절의 여왕'이 문턱에 있으니(요즘은 4월중순부터 5월 초순까지인 듯하다. 5월 중순부터는 이미 여름 날씨니까). 날씨가 좋은 만큼 나들이 가기에도 좋은 계절이고 독서에도 좋은 계절이다(선택은 알아서들 하시길).

 

 

1. 문학예술   

 

새롭게 소개된 작가와 작품들을 골랐다. 포르투갈 작가 안토니우 로부 안투네스의 <대심문관의 비망록>(봄날의책, 016), 이탈리아 작가 나탈리아 긴츠부르그의 <가족어 사전>(돌베개, 2016), 이스라엘 작가 다비드 그로스만의 <시간 밖으로>(책세상, 2016) 등이다. 안투네스는 포르투갈 작가로 페르난두 페소아와 주제 사라마구에 이어서 우리가 이름을 기억해야 할 작가로 보인다. 나탈리아 긴츠부르그는 <치즈와 구더기>를 쓴 역사학자 카를로 긴즈부르그의 어머니이기도 하다(같은 성이 '긴츠부르그'와 '긴즈부르그'로 달리 표기되어 모자가 분리된 형국이다). 이스라엘 현대문학의 거장으로 꼽히는 다비드 그로스만은 '데이비드 그로스먼'이란 이름으로 세계신화총서의 하나인 <사자의 꿀>(문학동네, 2006)을 통해 소개된 적이 있다. 아무려나 내게는 모두 '초면'인 작가들이어서 마음을 조금은 들뜨게 한다.

 

 

예술 쪽으로는 먼저 <미학적 인간>(예담, 2009)의 저자 엘렌 디사나야케의 <예술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연암서가, 2016). "시각예술뿐만 아니라 음악, 시적 언어, 무용, 공연예술을 망라하여 처음으로 행동학적 관점에서 예술을 다루고 있으며, 예술을 생명행동적으로 파악하고 인간실존의 생물학적 필연성으로 규정하며 인간 종의 근본적인 특징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진작 구입하고도 아직 읽을 짬을 못 내고 있는 조너선 로젠봄의 <에센셜 시네마>(이모션북스, 2016). 영화평론가로서 그의 명성이 어디에 근거하고 있는지 몇 편은 읽어봐야겠다. 거기에 사진책도 하나 얹자면, 필리프 홀스먼의 <하나, 둘, 셋 점프!>(엘리, 2016). "라트비아 태생의 미국 사진가이자 인물사진의 거장이라 불리는 필리프 홀스먼은 '라이프'지 표지사진을 가장 많이(101번) 찍은 작가로 유명하다. 그는 아인슈타인, 오드리 헵번 등을 비롯하여 수많은 예술가, 정치가, 과학자 들의 인물사진을 찍었다. 인물사진을 찍는 다른 사진가들이 자신들의 피사체가 앉아 있는 데 만족한 반면, 필리프 홀스먼은 사람들을 점프하게 했다." 그 사진들을 모은 것. 오드리 헵번이 점프하며 웃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소장할 만하다.  

 

 

 

2. 인문학

 

인문분야의 책으로는 먼저 중국현대철학연구회에서 펴낸 <처음 읽는 중국현대철학>(동녘, 2016)을 고른다. '처음 읽는 현대철학' 시리즈로는 프랑스 현대철학, 독일 현대철학, 영미 현대철학, 한국 현대철학에 이어서 다섯번째로 나온 책인데, 개인적으로는 가장 궁금한 타이틀이다. 중국 근현대사상에 대한 지도를 안 갖고 있어서. "중국 현대철학의 흐름을 크게 세 가지, 즉 전통 유학의 근대적 전환, 둘째, 현대 신유학의 등장, 셋째, 사회주의의 도입과 발전으로 정리한다. 그리고 각 흐름을 대표하는 사상가 열두 명을 선별해, 격변하는 중국에서 그들이 어떤 사유를 발전시켜 나갔는지 핵심적인 개념과 문헌을 발췌하며 주요 사상을 설명한다."

 

 

이전에 이 주제를 다룬 책으론 조경란 교수의 <20세기 중국 지식의 탄생>(책세상, 2015), <현대 중국 지식인 지도>(글항아리, 2013) 등이 있었다. 개별 사상가로 넘어가기 전에 전체적인 조감도를 그리는 데 유용해 보인다. 세 권 정도 읽으면 가닥이 잡힐 듯. 여기서 더 관심이 뻗치는 독자라면 '중국근현대사상총서'로 이행해도 좋겠다. 천두슈, 량치차오, 담사동 등의 책들이 번역되고 있다.

 

 

역사 쪽으로도 폴 로프의 <옥스퍼드 중국사 수업>(유유, 2016)이 한권 분량 입문서로 유력하다. 옥스퍼드대출판부에서 나오는 '아주 짧은 입문서' 시리즈는 국내에 여러 출판사에서 각기 다른 이름으로 펴내고 있는데(가령 교유서가의 '첫단추' 시리즈처럼), '연암서가 인문교실'도 그런 경우다. <트로이 전쟁>과 <중세> 두 권이 최근에 나왔고, 역시나 이 주제에 대한 가이드북으로 삼을 만하다.

 

 

3. 사회과학

 

사회과학 분야에서는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의 저자 장 지글러의 책들을 고른다. 최근에 자서전 <인간의 길을 가다>(갈라파고스, 2016)가 번역돼 나왔다. "유엔 식량특별조사관을 지낸 장 지글러의 지적 자서전. 기아와 빈곤, 불평등 문제를 고발해온 저자는 그동안의 삶을 되돌아보며 철학적으로 고찰한다."

 

 

빅터 클라크의 <살바도르 아옌데: 혁명적 민주주의자>(서해문집, 2016)도 읽을 거리. "세계 최초로 선거를 통해 사회주의 정권을 출범시킨 칠레 아옌데 대통령을 다루는 평전이다. 아옌데의 집안 배경에서부터 의대생으로 민중의 처참한 현실을 목격하면서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고 정치활동을 시작한 시기, 본격적인 정치인으로서의 도전과 좌절, 극복의 순간, 피노체트의 쿠데타로 정권을 잃고 삶을 마감하기까지의 과정들을 담고 있다." 거기에 케이트 에반스의 <레드 로자>(산처럼, 206)과 조기숙 교수의 <포퓰리즘의 정치학>(인간사랑, 2016)을 더 얹는다. '안철수와 로스 페로의 부상과 추락'이 부제다.

 

 

여성 문제를 다룬 책으로 록산 게이의 <나쁜 페미니스트>(사이행성, 2016)과 영국의 여성참정권 운동의 리더 에멀린 팽크허스트의 자서전 <싸우는 여자가 이긴다>(현실문화, 2016)도 이번 달에는 읽어볼 참이다. 사회비판총서(테제들)의 하나로 나온 <현대 페미니즘의 테제들>(사월의책, 2016)도 얹을 만한데, "페미니즘 철학의 길을 연 시몬 드 보부아르부터 젠더 정체성의 전복을 시도한 주디스 버틀러에 이르는 다양한 현대 페미니즘 사상을 소개하는 책이다."

 

 

4. 과학

 

스티븐 제이 굴드 평전 <과학과 휴머니즘>(현암사, 2016)이나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나와 세계>(김영사, 2016) 등은 그냥 별도의 언급이 필요 없이 읽으면 되는 책들이다. '읽어도 될까요?'란 질문이 필요 없는 저자들이기에(굴드의 평전도 굴드가 쓴 건 아니지만). 스티븐 부크먼의 <꽃을 읽다>(반니, 2016)은 곤충학자가 쓴 '꽃의 모든 것'이다. "저자는 우선 꽃의 식물학적인 분석, 즉 꽃의 생물학적 구조를 바탕으로 그들의 생식방법과 기원, 진화과정을 훑어보는 것에서 시작해, 야생의 꽃들이 어떻게 재배되면서 우리의 정원으로, 화원으로 들어와 판매까지 되었는지 살펴본 후, 식품과 향수로서의 역할은 물론 문학과 미술, 신화 등을 비롯한 인류의 문화사에서 꽃이 어떤 영감을 주었고 어떻게 활용되어 왔는지를 찬찬히 훑어본다." 꽃들의 역사가 궁금한 독자들에겐 '머스트-리드' 아이템.  

 

 

더불어 좀더 여유가 있다면 과학 고전에도 도전해봄직하다. 갈릴레오 갈릴레이의 <대화>와 <새로운 두 과학>(사이언스북스, 2016)이 재번역돼 나왔기 때문이다. 코페르나쿠스가 주장한 지동설의 타당성을 논증한 책이 <대화>이고, "<대화>로 인해 종교 재판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갈릴레오가 자택에 연금된 채 눈이 멀어가는 와중에 완성한 근대 물리학의 고전"이 <새로운 두 과학>이다. 갈릴레오의 재판과 관련해서는 많은 책이 나와 있는데, <갈릴레오의 진실>(동아시아, 2006) 같은 책을 갈릴레오의 책 두 권의 대한 들러리로 세워볼 수 있겠다.

 

 

5. 책읽기/글쓰기

 

글쓰기 분야에서는 <소설>의 저자이자 퓰리처상 수상자 제임스 미지너의 문학 수업기 <작가는 왜 쓰는가>(에담, 2016)를 고른다. 2008년에 나온 책의 개정판. 언제 기회가 닿으면 <소설>에 대해서도 강의를 해보고 싶다...

 

16. 04. 30.

 

 

 

P.S. '이달의 읽을 만한 고전'으로는 에밀 졸라의 <목로주점>을 고른다. 문학동네, 열린책들, 펭귄클래식판 등으로 읽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강의에서 다룰 예정이라 이번 기회에 자세히 읽어볼 에정이다. 7월에는 <제르미날>도 강의에서 다루면서 읽어보려고 한다. 워낙에 많은 작품을 쓴 작가이지만 대표작 몇 종 정도는 필독해볼 만하다. 졸라의 <목로주점>에서 한잔 걸치노라면 6월이 코앞이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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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책'과 '이주의 저자'를 건너뛰는 대신에 '이달의 읽을 만한 책'을 고른다. 꾸준히 일을 하는데도 불구하고 일이 줄지 않는 걸 보면 일의 화수분 속에 들어앉아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기야 책도 부지런하게 사들이고 있음에도 여전히 손에 쥐지 못한 책들이 널려 있는 걸 보면, 책의 화수분 속이기도 하다. 그 가운데 이달에 꺼내놓을 책들의 목록이다.

 

 

1. 문학예술 

 

문학 쪽에서는 페터 바이스의 대작 <저항의 미학>(문학과지성사, 2016)을 고른다. 에세이나 이론서가 아니라 소설이다. "1937년부터 1945년까지의 반파시즘 저항운동을 그린" 소설. 작가는 스웨덴으로 망명했지만, 여하튼 20세기 독일문학의 기념비 가운데 하나다. 해설로는 문광훈 교수의 <페르세우스의 방패>(고려대출판부, 2012)가 미리 나왔었다. 사실 이 정도 분량이면 여름이나 겨울방학(휴가) 거리여야 하지만, 출간을 기념하여 '이달의 읽을 만한 책'으로 꼽는다. 영어판도 1권밖에 나와 있지 않기에 충분히 기념할 만하다.

 

 

두꺼운 소설을 골랐으니 얇은 시집도 몇 권. 문지 시인선 신간들 가운데 세 권을 골랐다. 젊은 시인부터 중견시인까지. 이이체, 송찬호, 허연. 가장 궁금한 건 이이체다. "나는 직업이 죄인이다/ 누구보다도 죄를 잘 짓는다"는 자랑질이 먼저 눈길을 끈다. 시인이 지을 수 있는 죄라고 해봐야 별것일 리 없을 거라는 생각이지만.

 

 

예술 쪽으로는 세 명의 화가를 고른다. 반 고흐와 변월룡, 그리고 렘브란트다. 마틴 베일리의 <반 고흐의 태양, 바라기>(아트북스, 2016)는 '해바라기'라는 '걸작의 탄생과 컬렉션의 여정'을 그린다. 문영대의 <우리가 잃어버린 천재화가, 변월룡>(컬처그라퍼 2012)은 러시아 최고 명문 레핀미술대학의 교수로 재직했던 변월룡의 생애와 작품세계를 충실히 소개하고 있는 책. 몇년 전에 나온 책이지만 지금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변월룡전이 진행중이어서 책을 읽을 적기이다. 물론 그의 그림들을 직접 먼저 봐야겠지만(기대 이상의 인상을 받을 거라고 장담할 수 있다). 그리고 게으로그 짐멜의 <렘브란트>(길, 2016)가 번역돼 나왔다. 역시나 김덕영 교수가 옮겼다. 렘브란트는 변월룡이 가장 좋아한 화가이기도 하다.

 

 

2. 인문학

 

인문 분야에서는 지젝의 <새로운 계급투쟁>(자음과모음, 2016)과 호가트의 <교양의 효용>(오월의봄, 2016)을 고른다. 이미 언급한 책들이어서 군말을 더하진 않는다. 거기에 한 권 더 얹자면, 윌리엄 레디의 <감정의 항해>(문학과지성사, 2016). '감정 이론, 감정사史, 프랑스혁명'이 부제다. 저자는 생소하지만 역자 김학이 교수에 대한 신뢰 때문에 주저 없이 손에 들게 된다.

"미국 듀크 대학의 역사학 및 인류학 교수로 재직 중인 윌리엄 레디의 <감정의 항해>. 이 책은 감정이 '생각'과 완전히 다른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인류학과 심리학 분야에서 진행되어온 최근의 감정 연구들을 비판적으로 분석한 뒤, 감정사를 연구하기 위한 새로운 이론 틀을 제시한다. 그리고 그에 입각하여, '감상주의'가 수백 배, 수천 배 증폭되었던 프랑스혁명 시기를 풍부한 역사적 사료를 활용하여 흥미롭게 분석한다."

 

조금 가볍게 읽을 만한 책도 세 권. 자크 아탈리의 <언제나 당신이 옳다>(와이즈베리, 2016)은 자기와 자존심을 주제로 한 책. "아탈리는 고대 사상, 종교, 근대 철학 속 '자기 자신 되기'의 의미와 역사를 더듬으며, 스티브 잡스, 싯다르타, 피카소, 제프 쿤스, 에드워드 스노든, 고르바초프를 비롯하여 예술가, 기업가, 정치가, 활동가 등 분야를 망라한 다양한 인물들의 발자취를 따라, 주도적으로 인생을 경영하여 성공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한다."

 

시인이자 번역가인 전대호의 시집도 아니고 번역서도 아닌 첫 책, <철학은 뿔이다>(북인더갭, 2016)는 대놓고 논쟁을 거는 책이다. '어느 헤겔주의자의 우리 철학 뒤집어 읽기'가 부제로, "헤겔철학을 화두 삼아 저자가 논쟁의 장으로 끌어들인 철학자들은 바로 김상봉, 이진경, 김상환, 이어령이다. 현재 우리 지식계를 대표하는 이들과 맞서며 저자는 주체와 근대의 문제를 새롭게 조명한다."

 

리처드 스티븐스의 <우리는 왜 위험한 것에 끌리는가>(한빛비즈, 2016)는 왠지 읽어본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책인데(제목부터 새롭진 않다) 그럼에도 신간이다. 원제는 <검은 양>(2015) "이 책의 원제인 검은 양(Black Sheep)은 자기 외에 모두 하얀 양인 무리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양을 말하는 것으로, 집안이나 조직의 골칫거리, 말썽꾼, 이단자를 말할 때 쓰인다. 자신이 검은 양이라고 생각하는가? 기왕 나쁜 짓을 할 바에는 일탈행위의 혜택을 누리는 실속 있는 검은 양이 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직업이 죄인이라고 한 이이체 시인도 마스터함직한 책이다.

 

 

3. 사회과학

 

역시나 언급한 바 있는 존 그레이의 <가짜 여명>(이후, 2016)을 제외하면 토마 피케티의 신작 <세금혁명>(글항아리, 2016)이 있다. "공정하고 실용적인 세금 개혁을 위한 제언'이란 부제의 세금혁명 가이드. 국민의 소중한 재산인 세금이 질이 나쁜 권력의 손에 쥐어지게 되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를 여실히 보여준 게 '단군 이래 최대 국책사업'이라는 4대강 사업이었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그리고 그 일에 북치고 장구친 자들은 누구인지 따진 책도 이달에는 읽어봐야겠다. 환경운동연합과 대한하천학회가 같이 펴낸 <녹조라떼 드실래요>(주목, 2016). "환경운동연합과 대한하천학회가 4대강 사업의 진실을 기록하고, 4대강 사업에 대한 정치인, 전문가, 언론가 및 사회 인사들의 발언을 모아 책으로 엮었다. 4대강 사업을 찬동하고 추동한 인물들과 집단이 미래에라도 역사의 심판을 받도록 이들의 명단과 발언과 과오를 기록하려는 것이다. 저자들이 생생하게 전하는 4대강 사업의 진실 속으로 함께해 보자."

 

 

4. 과학

 

과학분야에선 진지한 진화생물학 책 한권과 가벼운 물리학 책 두 권을 고른다. 호모 스미스의 <내 안의 바다, 콩팥>(뿌리와이파리, 2016)이 진지한 책. '물고기에서 철학자로, 척추동물 진화 5억 년'을 다룬다. <물고기에서 철학자로>가 원제. "콩팥이라는 특정 기관의 진화를 일목요연하게 다루며, 물고기에서 인간에 이르는 다양한 척추동물들이 어떻게 콩팥을 정교하게 다듬어왔는지를 보여준다. 가벼운 책이라고 한 건 과학팟캐스트 '과학하고 앉아있네' 시리즈를 가리킨다. 양자역학 편으로 <김상욱의 양자역학 콕 찔러보기>(동아시아, 2015)에 이어서 그 속편으로 <김상욱의 양자역학 더 찔러보기>(동아시아, 2016)가 나왔다. 양자역학에 관해서 이보다 더 쉬운 안내서는 없다고 해야 할 터. 정말 그런지는 읽어봐야 알겠다(읽어도 모르는 게 양자역학이라지만).

 

5. 책읽기/글쓰기

 

 

민음사 대표를 지낸 출판평론가 장은수의 <출판의 미래>(오르트, 2016)를 책읽기/글쓰기 책을 꼽기에 앞서서 고른다. '세계 출판의 최전선에서 배우는 미래 출판 전략'이 부제, 출판의 향방을 좀 들여다 보고 손에 닿는 책을 읽는 게 순서에 맞을 듯해서다.

 

그리고 정여울의 <공부할 권리>(민음사, 2016). 일종의 독서에세이로 "마르크스에서 지그문트 바우만까지, <리어 왕>에서 <이방인>까지 저자가 종횡무진 횡단했던 책 읽기를 삶의 지도에 그려 넣은 책"이다. 더불어, 작가들의 멘토 바버라 애버크롬비의 창작 가이드북도 <작가의 시작>(책읽는수요일, 2016)이란 제목으로 다시 나왔다. 나의 추천사도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멋진 글에 대한 영감이 떠오를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생각은 집어치워라. 사뮈엘 베케트의 말을 빌리자면 우리를 키워주는 건 더 나은 실패뿐이다. 더 낫게 실패하는 과정에서 우리의 인생이란 초고도 조금씩 개선될지 모른다. 인생을 어떻게 이야기로 만들 것인가 고민하는 독자에게 당근과 채찍이 돼줄 책이 여기 있다. 꾸준히 글을 쓰며 ‘나는 작가다’라고 말하는 작가라면, 매일 아침에 혹은 매일 점심에 혹은 매일 저녁에 글을 쓰려고 자리에 앉을 때마다 이 책을 찾을 것이다."

16. 04. 03.

 

 

P.S. '이달의 읽을 만한 고전'으로는 아무래도 셰익스피어와 함께 서거 400주년을 맞은 세르반테스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지난 12월에도 골랐었지만, 안영옥 교수의 해설판도 나온 김에 <돈키호테> 읽기를 다시 시도해봄직하다. 나로선 이번 가을에 강의에서 다시금 다루려 하지만, 미리 읽는다고 해서 우리의 평판이 나빠지거나 하는 건 아니다. 언제 읽어도 제때인 것이 고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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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겨울 가장 아름다운 눈꽃을 본 날(겨울도 떠나기 전 존재감을 과시하고 싶었나 보다), 평소보다 부지런하게 이달의 읽을 만한 책을 고른다. 새학기 첫달의 읽을 만한 책이다. 이맘때면 그런 용도의 책들이 쏟아져나올 만한데, 생각보다는 또 많지 않다(느낌만 그런 것일까?). 아무려나 새학기라는 걸 의식하면서 고르도록 한다.

 

 

1. 문학예술

 

소설로는 윤대녕의 신작 장편소설을 고른다. <피에로들의 집>(문학동네, 2016). "삶의 의미를 향한 허기, 이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과 고요히 찾아드는 희망을 제주의 아름다운 풍광을 바탕으로 그려낸 작품. <호랑이는 왜 바다로 갔나> 이후 꼭 11년 만의 장편소설이다." 희소한 만큼 기대를 모은다. 전작으로 나온 산문집과 중단편 선집도 이 참에 같이 챙겨놓는다.

 

 

예술분야에서는 <걸작의 뒷모습>(세미콜론, 2011)의 저자 세라 손튼의 신작 <예술가의 뒷모습>(세미콜론, 2016)을 고른다. "현존하는 가장 유명한 현대 미술가들을 만나 그들에게 직접 “미술가란 무엇인가”를 묻고, 이들로부터 다층적인 내면의 이야기를 이끌어 낸 책이다." 덧붙일 만한 책은 니콜레 체프터의 <동물원이 된 미술관>(자음과모음, 2016). "독일 현역 미술잡지 편집장이 이야기하는 미술 앞에서의 감정과 태도에 관한 신랄한 기록"이다. 돈과 권력에 물른 현대미술의 맨얼굴을 폭로한다고 하니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미술관에 자주 다니는 독자라면 필독해봄직하다.

 

 

 

2. 인문학

 

철학분야의 책은 진즉 정해놓았는데, 군나르 시라베크와 닐스 길리에의 <서양철학사>(이학사, 2016)이다. 이미 한 차례 소개한 책인데, "저자들은 기존과는 전혀 다른 시각과 참신한 접근, 그리고 명료한 서술과 혁신적인 구성으로 서양철학사 읽기의 새로운 길을 제시한다. 정통 철학으로 여겨지는 사상들 외에도 우리의 인식에 영향을 끼친 여러 분과학문들의 성과를 적극적으로 기술하고 있고, 첨예한 논점에 대한 논의도 피해 가지 않으며, 궁극적으로는 독자 스스로 자신만의 철학적 관점을 형성해갈 수 있도록 정확한 안내점을 제시하고 있다." 고로 읽어볼 만하다. 거기에 덧붙이자면 스피노자 입문서 격인 손기태의 <고요한 폭풍, 스피노자>(글항아리, 2016). '자유를 향한 철학적 여정'이 부제다.

 

 

역사 분야도 오래 고민하지 않고 골랐다. 한국역사연구회의 시대사 총서로 나온 <한국근대사1,2>(푸른역사, 2016)이다. "이 책은 근대의 시작을 고종 대신 섭정했던 흥선대원군의 집권기로 설정하고 있다. 19세기 후반 위기의식의 심화에서부터 우리 근대의 역사를 짚는 것이다. 근대화를 위한 노력의 구체적 양상과 민족 해방 운동의 실상에 관한 역사학계의 진전된 연구 성과를 반영하고 있으며, 근대적 사회 변화에 대한 저항에서부터 독립을 위한 투쟁까지 충실하고 깊이 있게 다루고 있다. 또한 일제의 식민지 정책과 강제동원의 실상에 대해 일반적인 한국사 개설서에서 다루지 않는 부분을 전문가의 시선으로 파헤치고 있다."

 

게다가 한권 더 고른 건 조윤민의 <두 얼굴의 조선사>(글항아리, 2016)이다. 저자는 방송 다큐 작가인데, 역사 쪽의 다큐를 여러 편 제작한 경력이 있다. 학계로부터 자유로운 덕분인지 매우 신랄한 조선사 비판서를 펴냈다. '군자의 얼굴을 한 야만의 오백 년'이 부제. 조선사 비판은 흔히 식민사관이라는 굴레를 덮어쓰기 십상인데, 이제는 그런 또다른 족쇄에서 벗어날 때도 되었다. 

 

 

3. 사회과학

 

사회과학 분야에서는 어제오늘 주목했던 책들을 고른다. 데이비드 그레이버의 <관료제 유토피아>(메디치, 2016)와 지그문트 바우만의 <사회주의, 생동하는 유토피아>(오월의봄, 2016), 그리고 강내희의 <길의 역사>(문화과학사, 2016)다.

 

 

거기에 조금 소프트한 책을 덧붙이자면, 이제 막 고등학교나 대학교에 진학한 학생들이 읽어볼 만한, 데이비드 매컬로의 <너는 특별하지 않아>(민음사, 2016). "미국 고등학교 문학 교사인 데이비드 매컬로가 공부 경쟁밖에 모르는 학생들에게 건네는 맵지만 따뜻한 한마디를 담은 에세이"이고, <링>의 작가 스즈키 코지의 <공부는 왜 하는가>(일토, 2016)는 "작가가 되기 전 학원 강사와 가정교사로 아이들을 직접 가르치고, 자녀의 교육을 도맡았던 저자"의 체험적 공부론이다. 국가인권위에서 활동하는 김민아의 <아픈 몸, 더 아픈 차별>(뜨인돌, 2016)은 "아프다는 이유로, 아팠다는 이유로, 앞으로 아플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입학과 취업에서 배제되고 심지어 진료와 수술마저도 거부당하는 사람들"을 조명하면서 사회와 국가의 책임을 묻는다.

 

 

4. 과학

 

과학 분야에서 읽어볼 만한 책은 단연 오정근의 <중력파, 아인슈타인의 마지막 선물>(동아시아, 2016)이다. 얼마 전, 아인슈타인이 예언했다는 중력파가 검출돼 과학계가 들썩였는데, 도대체 무얼 발견한 것이고 어떤 의미가 있는지 때마침 짚어주는 책이다. '베스트 오브 엣지 시리즈'의 하나로 나온 <우주의 통찰>(와이즈베리, 2016)도 같이 읽어볼 만한 책. '위대한 석학 21인이 말하는 우주의 기원과 미래, 그리고 남겨진 난제들'이 부제다. 그리고 과학저술가 매트 리들리의 대표작 <게놈>(김영사, 2001)이 <생명 설게도, 게놈>(반니, 2016)이란 제목으로 다시 나왔다. 이 분야의 책으로 15년이 지나도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게 놀랍다.

 

 

5. 책읽기/글쓰기

 

일단 고전 해제성 책 두 권. 이케가미 아키라의 <세상을 바꾼 10권의 책>(교유서가, 2016)과 조한별의 <세인트존스의 고전 100권 공부법>(바다출판사, 2016)은 권수에서는 차이가 나지만, 고전에서 무엇을 읽고, 어떻게 읽을 것인가를 다룬다는 점에서는 공통적이다. 그리고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창비, 2015)로 우리에겐 친숙한 저자가 된 리베카 솔닛의 <멀고도 가까운>(반비, 2016)은 읽기와 쓰기, 고독과 연대 등을 주제로 한 에세이다. 문학평론가 정여울은 "나는 나쁜 이야기의 독소를 정화시켜 끝내 아름다운 이야기의 강물로 흘러가게 만드는 더 큰 이야기의 힘을 믿는다. 솔닛은 더 강력한 이야기를 창조함으로써 자신에게 강요된 나쁜 이야기의 마법과 싸워 마침내 승리하는 이야기의 전사다"는 추천사를 붙였다.

 

16. 02. 28.

 

 

 

 

P.S. '3월의 읽을 만한 고전'으로는 스탕달의 <적과 흑>(1830)을 고른다. 스탕달은 발자크와 함께 프랑스 근대문학의 토대를 마련한 작가. 알다사피 <적과 흑>이 그의 대표작이다(또다른 대표작이 <파르마의 수도원>이고, 사후에 출간된 <뤼시엥 뢰벤>은 아직 번역되지 않았다). 번역본은 여러 종이 나와 있는데, 세계문학전집판의 3종 외에 원로 불문학자의 번역으로 범우사판(김붕구 역)과 동서문화사판(서정철 역) 등이 더 있다. 나는 이 모든 번역본을 갖고 있다는 게 문제인데, 일단은 열린책들판과 민음사을 중심으로 읽는다. 강의차 읽는 것이기도 한데, 개인적으로는 거의 25년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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