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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의 해부학
마아틴 에슬린 / 한양대학교출판부 / 199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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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저자 마틴 에슬린은 저명한 연극학자이자 오랜동안 BBC의 드라마제작 책임자로서 활동한 분이다(한국에도 다녀갔다). 그런 경력에 걸맞게 그는 '드라마'의 영역을 소위 '연극'에만 국한하지 않고 상당히 폭넓게 잡는다. 그것은 '드라마'에 대한 기존의 정의를 비평하고 있는 1장에서부터 잘 드러난다.(이러한 점은 그의 다른 저작 <극마당>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가 보기에 무대 드라마로서의 연극은 '20세기 후반기의 오늘날에는, 드라마적 표현양식들 가운데의 단 한 가지 그것도 매우 작은 한 가지이며, 영화, 텔레비젼, 라디오 등 대중매체에 의하여 기계적으로 재생된 드라마도... 본질적으로는 드라마'(15쪽)이다. 이 드라마의 성격은 그것이 인간 행위(action)의 의태적 모방이라는 데 있으며, 그런 점에서 드라마는 제의적 전통을 잇는 놀이이며 인간의 기본적인 기질(make-up)이다. 또한 드라마는 한 사회가 그 구성원들에게 행동규범을 전달하는 가장 주요한 도구의 하나이다. 따라서 모든 드라마는 하나의 정치적 사건이기도 하다(37쪽).
저자는 이러한 기본적인 전제 하에서 드라마의 요소들을 해부한다. 그 요소에 해당하는 것들은 문체와 인물, 구조, 비평용어, 장르(비극, 희극, 희비극), 그리고 무대와 미디어 등이다. 그런 해부 이후에 그가 결론에서 얘기하고 있는 것은 '드라마의 진실'인데, 특별히 강조하는 것은 드라마가 가진 열린 해석의 가능성과 다가성이다.
'드라마는 그것이 반영하는 실세계만큼이나 그 이미지가 다면적이며 그 의미가 다가적이다. 그것이 바로 드라마의 중요한 강점이며 표현양식으로서의 특징이며 그리고 그 위대성이다.'(156쪽)
책은 일급 연극학자의 드라마 입문서로서 일독할 만한 가치가 있다. 하지만, 얇은 분량 때문에, 아무래도 그의 대표적인 저서인 <부조리극>(왜 아직 번역되지 않는지 궁금하다) 만큼의 부피감을 맛보기는 힘들다. 말 그대로 입문서일 따름이다. 사실 드라마를 해부한다고 해서 살아있는 연극을 경험할 수 있는 건 아니지 않는가!
우리말 번역은 몇 가지 아쉬움을 남긴다. 고유명사의 표기가 부정확하고, 작품명에 아무런 표시가 돼 있지 않으며, 오타도 너무 많다. 프랑스의 마임 예술가인 '마르셀 마르소'가 '마르셀 프루스트'로 엉뚱하게 옮겨져 있기도 하다(11쪽). 개정판이 나오길 기대한다. 더 바람직한 건, 우리 드라마를 인용한 드라마 입문서가 나오는 것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