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발 하라리의 책들을 다시 강의하는 김에 빅히스토리 책들도 다시 손에 들었는데, 그간에 주요 입문서들이 재간본이나 개정판의 형태로 다시 나왔다. 예전에 빅히스토리 관련서에 대한 간략한 소개글을 쓴 적이 있기에 반복할 필요는 없고 세 권의 입문서만 다시 확인해둔다. 서가에서 모아두어야 하는데 그게 되질 않아서 알라딘서재에나 모아놓는 것이다.

빅히스토리를 주도하고 있는 학자는 단연 호주의 역사학자 데이비드 크리스천이다. 빅히스토리 연구소를 창립했고 빌 게이츠의 후원하에 빅히스토리를 보급하는 빅히스토리 프로젝트에도 관여하고 있다. 대표적인 저작이 공저인 <빅히스토리>(해나무)와 교재용 입문서 <시간의 지도>(심산)로서 둘다 우리말로 번역돼 있고 개정판까지 찍었다. 그보다 나중에 나온 책이지만 좀더 효율적인 입문서는 신시아 브라운이 쓴 <빅히스토리>(바다출판사)다. 이 역시 번역본이 여러 차례 나온 책으로 흔히 빅히스토리를 대중화했다는 평을 받는다. 그만큼 쉽게 쓰였다는 의미다(보급판이어서 가격도 저렴하다).

이 분야의 입문자라면 신시아 브라운의 <빅히스토리>와 데이비드 크리스천의 <시간의 지도>를 읽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시간의 지도>는 좀 묵직한 책이어서 좀더 전문적이라는 인상을 준다. 그에 비하면 <빅히스토리>는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 그렇다고 유머집을 기대할 수는 없다. 스토리텔링과 재미에 있어서는 유발 하라리의 책들이 단연 한 수 위이다. 빅히스토리 관련서들은 지구과학과 생태학, 그리고 역사를 결합해놓았다는 인상을 주는데, 지구과학과 생태학 책을 흥미진진하게 읽을 독자가 그렇게 많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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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승수 작가의 ‘원숭이도 이해하는‘ 시리즈의 신작은 <원숭이도 이해하는 공산당선언>(시대의창)이다.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과 <원숭이도 이해하는 마르크스철학>에 이어지는 책으로 마르크스주의 대중화에 한몫하고 있는 시리즈다.

˝‘원숭이도 이해하는‘ 시리즈의 세 번째 책. <자본론>, <마르크스 철학>에 이어 이번에는 <공산당 선언>을 다뤘다. 저자 임승수는 원전의 핵심을 찌르는 경쾌하면서도 쉬운 특유의 해설로 1848년 출간 이래 지금까지도 전 세계 수많은 독자들에게 읽히는 역사적인 고전을 강의했다. 인류의 역사를 개괄하고 자본주의의 형성과 몰락을 분석하며 그 이후를 예상한 글을 제대로 읽고 싶은 초심자 및 독자 들을 위해, 저자 임승수는 “친절한 과외 교사”의 마음으로 노력했다.˝

<공산당선언>의 출간 170주년을 맞아 책이 좀 나옴직한데 현재까지는 <원숭이도 이해하는 공산당선언>이 눈에 띄는 정도다. 고등학생 정도면 충분히 읽을 수 있는 난이도여서 마르크스 사상이나 공산당선언의 초심자라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생각해보면 아직도 이런 책들이 우리에겐 더 필요하다. 모두가 발리바르의 <마르크스의 철학>(오월의봄)을 읽어야 하는 건 아니고 또 그럴 수도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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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총서를 언급할 기회는 드문데 그래도 세번째 책까지 나왔으니 격려 차원에서라도 적어둔다. 인류학 고전들을 소개하고 있는 ‘황소걸음 학술총서‘다. 에드먼드 리치의 <버마 고산지대의 정치 체계>(2016)가 첫 권이었고 로이 라파포트의 <인류를 만든 의례와 종교>(2017)에 이어서 이번에 빅터 터너의 <인간 사회와 상징 행위>(2018)가 나왔다. 1년에 한권 페이스로 느리지만 묵직하고 우직하다. 말 그대로 황소걸음이다.

터너의 책은 덕분에 원저와 같이 주문했다. 이런 멍석이 아니라면 읽을 엄두를 못 냈을 책이다. 터너의 가장 유명한 책으로 <제의에서 연극으로>(두 종의 번역본이 있다)도 다시 주문했다. 의례와 종교, 문학이 다 연결되는 책이어서 일독해볼 참이다. 중년의 독서는 더 미룰 수 없는 독서라고 한번 적은 듯한데 노년의 독서란 노안과 함께하는 독서라서 기대치를 높게 잡을 수가 없다. 중년에도 이미 건강은 복병이지만 가장 성능이 좋다는 중년의 뇌로 상쇄해가면서 묵묵히 읽을 뿐이다. 황소걸음에는 황소걸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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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때문에 구입한 책은 야스토미 아유미의 <누가 어린왕자를 죽였는가>(민들레)다. 저자는 도쿄대 동양문화연구소 교수이고 <단단한 삶>과 <위험한 논어> 등이 국내에 소개돼 있다. <어린왕자>는 좀 뜬금없는 경우. 그래도 뭔가 진지하게 분석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덕분에 처음으로 생텍쥐페리와 <어린왕자>에 대해 강의에서 다뤄볼 생각을 하게 되었다. 생각으론 세 작품 정도를 골라서 앙드레 말로나 로맹 가리 같은 작가들과 같이 묶어서 읽을 수 있겠다 싶다. 아마도 올겨울이나 내년 봄쯤에 일정을 잡을 수 있겠다. 아무튼 책의 요지는 이렇다고 한다.

˝저자는 <어린왕자>에서 사랑의 가면을 쓴 폭력의 메커니즘을 찾아낸다. 그리고 이를 ‘모럴 해러스먼트moral harassment’라는 개념으로 소개한다. 모럴 해러스먼트란 친밀한 관계에서 일어나는 보이지 않는 폭력으로 정신적, 정서적인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는 괴롭힘을 말한다. 어린왕자는 장미로부터 이러한 학대를 당했고 결국 죽음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그렇게 볼 수도 있는지는 검토가 필요하고 일단은 보류다. <어린왕자>의 번역본을 포함해 관련서 멏 권을 구입했고 <생택쥐페리의 어린왕자 백과사전>(평단)까지 구비했다. 적당한 때에 누가 어린왕자를 죽였는지 나도 따져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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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지수라는 게 있다면 요즘은 나쁨과 보통만 있는 것 같다. 미세먼지와 연동돼 있을 리 없지만(알레르기는 무관하지 않겠다) 여하튼 안팎으로 상태가 저조하다. 문제는 여러 가지 의욕 감퇴로 나타나는데 책을 구입하는 페이스는 계속 유지되고 있지만(알라딘의 구매내역상으로 그렇다) 강의 외 독서는 리뷰를 쓰는 일도 벅찰 정도로 줄어들었다. 독서력의 일부는 독서체력이라는 걸 또 확인한다(물론 전부는 아니다. 백혈병과 투병하면서도 독서는 이루어지니까).

거창하지만 신에 대한 책도 밀렸다. 두꺼운 책을 위해서 얇은 책을 구입했는데 아마도 신에 관한 가장 앏은 책일 성싶은 게 키스 워드의 <신>(비아)이다. ‘우주와 인류의 궁극적 의미‘가 부제. 문고본 판형으로 100쪽이 겨우 넘는다. 저자는 영국의 신학자이자 성공회 사제이며 옥스퍼드대학의 명예교수로 재직했다.

˝신에 관한 질문은, 인간에 대한 질문, 그리고 이 세계를 바라보는 관점과 불가분하게 엮여 있음을 오늘날 신 논쟁들은 보여준다. 지은이 키스 워드는 모든 이가 납득할 수 있는 시작점을 다시 세우고, 이를 바탕으로 찬찬히 논증을 해나감으로써 신에 관해 잘못된 이해를 불러일으키는 생각을 조정하고 상당한 발전을 이룬 현대 과학과 기존의 신에 대한 생각들이 어떻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지를 모색한다.˝

키스 워드의 책이 얇은 책이라면 김용규의 <신>(IVP)은 두꺼운 책이다. 932쪽이니 적어도 국내서로는 최대 분량이지 않을까 싶다. 앞서 나왔던 <서양문명을 읽는 코드 신>(휴머니스트)의 개정판으로 60쪽가량 증면되었다. 그리고 부제는 ‘인문학으로 읽는 하나님과 서양문명 이야기‘로 바뀌었다.

˝서양문명의 심층에 자리한 기독교의 신에 대한 방대하고도 치밀한 지적 탐사를 통해 신학과 철학과 과학을 조화시킬 뿐 아니라, 문화·역사·미술·음악을 넘나들며 인문학적으로 성서와 기독교를 이해하는 전범을 제시하고, 기독교적 사유의 본질을 규명하는 한 편의 대서사시. 신의 정체와 서양문명의 핵심을 밝히는 이 기획은 현실과 역사에 대한 피상적 이해에서 나온 우리 시대의 문제들을 풀어 나갈 실천적 지혜, 곧 인간의 참된 본성을 숙고하고 미래를 모색할 든든한 디딤돌을 제공할 것이다.˝

신에 대한 나의 관심은 불경하게도 신 자체에 있지 않다. 나의 관심 주제는 근대적 개인과 자아의 탄생에 신 관념이 미친 영향이다. 곧 ‘자아의 원천들‘ 가운데 하나로 주목하는 것이다. 가설적인 견해는 강의에서 자주 얘기하는데 좀더 체계적인 내용으로 구성하기 위해서(책도 쓰려고 한다면) 신학과 기독교 문화사도 검토를 해봐야 한다. 범위를 한정할 수밖에 없는데 그래도 이런 책들이 유익한 길잡이가 되어 준다. 문제는 체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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