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국 인문학 지각변동>(그린비, 2011)에서 중국 현대사 연구자인 백영서 교수와의 인터뷰를 읽다가 '동아시아'론에 대한 책 몇 권을 구하러 서점에 다녀왔다. 가야트리 스피박의 <다른 여러 아시아>(울력, 2011)가 이번주에 나온 것도 겸사겸사 발품을 팔게 된 계기다. 

  

학술서 범주에 드는 동아시아 담론에 대한 책은 대부분 동네서점에선 구할 수가 없었고(교보 분점이라고 해도) 대신에 경향신문 기획연재를 묶은 <동아시아의 오늘과 내일>(논형, 2009)과 함께 몇몇 관련서를 손에 드는 정도에서 타협을 보았다. 가령 미조구치 유조의 <중국의 충격>(소명출판, 2009)과 함께 구입한 <중국 근현대사를 새로 쓰는 관념사란 무엇인가>(푸른역사, 2010) 등이 그 '관련서'이다(<관념사란 무엇인가>는 좀 고가여서 일단은 2권만 손에 넣었다).  

  

'관념사'란 표현을 썼지만, 요즘 많이 출간되고 있는 '개념사' 쪽 책이다(짐작엔 '개념사'를 중국어로는 '관념사'라고 부르는 모양이다). 책의 개요는 아래 소개기사를 참고할 수 있다. 내용을 더 잘 전달해주는 것은 '중국 현대 정치용어의 형성'이라는 원저의 부제다.

중국 관념사 연구의 선구적 업적으로 꼽히는 진관타오(金觀濤) 대만 국립정치대 강좌교수와 류칭펑(劉靑峰) 홍콩 중문대 당대중국문화연구센터 명예연구원 부부의 <관념사란 무엇인가>(2008)가 우리말로 옮겨졌다(전2권ㆍ푸른역사 발행). 양일모 한림과학원 부원장, 송인재 한림과학원 HK연구교수 등 5명이 번역했다.

진관타오 교수 등은 '권리' '개인' '공화' '과학' '천하' '만국' 등 현재 중국에서 사용되는 주요 관념어 92개를 선정해 이 단어들이 어떻게 출현했고 어떤 의미로 변천했으며 그 변화의 맥락은 무엇인지를 통계작업을 통해 분석했다. 저자 부부가 1830년부터 1930년까지 100년 동안 중국에서 간행된 주요 신문 잡지 교과서 번역서 등 1억2,000만자 분량의 자료를 데이터베이스화, 이를 10년 동안 분석한 작업의 결과물이다.

저자들에 따르면 특정한 관념어의 출현과 의미 변화는 당대의 사회변화와 함께 나아간다. 예를 들어 '과학(科學)'은 서양과학이 중국에 처음 알려졌을 때 'science'의 의미가 아니었다. 당시에는 '격치(格致)'라는 단어가 쓰였다. 과학이 격치를 압도하게 된 것은 1900년 전후다. 중국에서 과학은 전통적으로 '과목을 나누어 관리를 선발한다'는 뜻의 과거제 관련 용어였지만, 1905년 과거제의 폐지와 함께 이 단어가 격치의 대체어로 등장했다는 것이다.

주요 관념어들의 역사적 변화를 고찰한 끝에 저자들은 중국 근현대사의 전개를 '선택적 흡수-학습-창조적 재구성'의 3단계로 보자고 제안한다. 이는 근대 이후 중국사를 '서양으로부터의 기물(器物) 학습단계(양무운동)-제도 학습단계(무술변법~입헌공화)-가치 학습단계(신문화운동)'로 해석하던 통설을 깨뜨리는 것. 저자들은 중국의 근현대사를 유교적 경세치용의 틀에서 현대화를 시행한 근대(pre-modern), 서양의 현대적 제도를 학습해 민족국가를 건립하는 현대(modern), 학습의 실패와 관념의 재구성을 시도한 당대(contemporary)로 재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한국일보)

  

이미 개념사에 관해서는 한림대학교 한림과학원 주관으로 '한국 개념사 총서'가 나오고 있고 주창자의 이름을 딴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푸른역사)도 시리즈로 출간되고 있다. <관념사란 무엇인가>는 그 연장선상에서 '중국식 개념사'를 보여주는 듯싶다(한국어판 서문을 보니 비슷한 연구작업이 거의 같은 시기에 기획됐고, 이 책의 번역은 한림과학원의 '동아시아 기본 개념의 상호소통'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이루어졌다).  

 

개념사에 대한 입문서로는 최근에 나온 나인호 교수의 <개념사란 무엇인가>(역사비평사, 2011)를 참고할 수 있겠고, 멜빈 릭터의 <정치.사회적 개념의 역사>(소화, 2010)도 유용한 소개서이다. 국내외 학자들의 글을 모은 <개념사의 지평과 전망>(소화, 2009)까지가 개념사에 대한 '개론'이라고 할 수 있을까. <관념사란 무엇인가>를 자세히 읽고 있는 중앙일보의 기사는 개념사와 관념사의 차이도 지적하고 있어서 참고할 만하다.   

관념이란 마르크스가 주장했듯이 토대에 의해 결정되는 상부구조가 아니다. 책의 주장에 따르면 키워드와 문장을 통해 드러나는 사상이다. 이 관념의 다발이 모여서 형성한 것이 이데올로기다. 이 관념을 형성하는 것을 키워드로 본다. 저자는 현대중국 이데올로기 형성의 주역이라 생각되는 주요 관념과 92개의 키워드를 추출해 분석대상으로 삼았다. 주요 관념이란 진리·권리·개인·사회·민주·세계·경제·과학·혁명 등이다. 이 관념들을 구성하는 키워드들의 시기별 사용빈도를 통계처리했다. 저자가 10년에 걸쳐 구축한 중국 근현대사상사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했다고 한다.

일례로 권리와 개인이란 관념의 사용추이를 보면, 근대 서양에서 권리의 주체는 주로 개인인데 1900년 이전 중국에서 권리의 주체는 국가였다. 권리의 주체로 개인이 본격 등장한 시기는 1900년 이후다. 이 시기에 전통 중국엔 없던 관념인 개인도 대두된다. 이것이 책에서 말하는 전근대와 근대를 나누는 하나의 기준이 된다. 이어 개인의 권리가 부정적 의미로 사용되고 집단이 강조되는 경향이 강해지는데 사회주의가 이를 주도했다고 본다. 저자들은 이같은 통계의 결과를 전통적 관념과 서양 근대적 관념이 언어에 남긴 흔적으로 파악한다. 이 흔적을 쫓다보면 중국 혁명이란 오로지 서양 근대 사회주의 이념의 이식이 아니라 중국 전통 유교의 중국적 재현이란 생각마저 하게 된다.

이들은 중국근현대사의 새로운 시대 구분을 제안했다. 우선 두 저자는 중국 근현대사를 서양 근대 관념의 수용사로 파악한다. 중국 근현대사를 3단계로 나눴다. 서양 근대 관념을 ‘선택적으로 흡수하는 단계’-‘학습하는 단계’-‘소화·종합·재구성하여 중국 특유의 현대 관념을 형성하는 단계’이다. 이 시기를 각각 ‘전근대’(1830∼1895), ‘근대’(1895∼1915), ‘현대’(1915∼현재)로 명명했다(중국식 표현으로는 근대-현대-당대로 우리와 다름. 책은 중국식 표기를 따름). 1919년을 근대의 기점, 1949년을 현대의 기점으로 보는 기존 통념과는 다른 주장이다. 중국사 학계에 새로운 화두를 던진 셈이다. 이를 통해 저자는 서구적 근대를 중국이 제대로 배워야한다는 주장을 펼친다.

그런데 서구중심주의 해체를 화두로 삼는 탈근대가 논의되는 이 시대에, 서구 근대적 기획의 완성을 중국사의 과제로 설정하는 건 뭔가 이상하다. 이책을 번역한 한림대학교 한림과학원은 얼마 전 독일 개념사의 기념비적 저작도 번역한 바 있다. 라인하르트 코젤렉이 주도한 『개념사 사전』(전5권, 2010)이다. 개념사와 관념사는 역사학의 전문 용어다. 개념사는 관념사와 비슷하면서도 전혀 다른 문제의식을 갖는다. 코젤렉의 개념사는 근대의 병리적 현상을 해명하려 한다. 반면 『관념사란 무엇인가』는 서구 근대의 기획을 중국에 실현시키려 한다. 개념사가 반계몽주의적 성향을 갖고 있는 데 반해, 관념사는 근대적 계몽을 기획하는 것이다.(중앙일보)

해서 '동아시아 담론'에 대한 관심이 관념사(개념사)로 뻗어나가게 된 셈인데, 아무려나 동아시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역내 교역의 확대나 선린외교 관계의 구축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기본 개념의 상호소통이란 점을 생각해보게 된다. 그런 의미에선 '동아시아 인문학 지각변동'도 요청되는 게 아닌가 싶다... 

11. 02.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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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고세운닥나무 2011-02-02 15: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주관심사에 관한 여러 정보를 정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스피박의 책은 꼭 봐야겠네요.
여러모로 고맙습니다.
건강과 행운을 빌어 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로쟈 2011-02-02 17:59   좋아요 0 | URL
개념사 쪽은 저도 관심분야인데, '관념사'라고 돼 있어서 그냥 지나쳤던 책입니다. 새해 복많이 받으시길.^^

2011-02-02 22: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2-02 22: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mirror 2011-02-02 2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관념사는 영미권을 중심으로 오래전부터 연구되어온 분야입니다. 100여년전에 창간된 Journal of History of ideas란 저널이 대표적인 연구매체입니다. 독일에서도 몇년전부터 이 저널을 모델로 해서 Zeitschrift für Ideengeschichte란 저널이 창간되었죠.

로쟈 2011-02-02 23:11   좋아요 0 | URL
History of ideas란 표현을 쓰긴 하지만 계보는 좀 달라 보입니다. 저자들도 관념사의 원조로 러브조이를 언급하고는 있지만 실제로 수행한 건 키워드들의 '어휘통계학'이어서요. 역사의미론의 한 분야로 다룬다는 점에서 코젤렉의 개념사에 이어지는 걸로 보입니다. 역자도 그렇게 풀어주네요...
 

책상을 정리하다가 몇주 전 교수신문의 기사가 눈에 띄기에 일부를 옮겨놓는다. 한국의 푸코 수용사에 대해 점검하고 있는 학술대회 발표문의 요약이다. 전공자가 바라보는 푸코 수용사의 오해와 과제가 무엇인지 정리해볼 수 있다. 발표자는 '푸코의 근대성'에 관한 연구로 프랑스에서 학위를 받은 허경 박사이다. 들뢰즈의 <푸코>(동문선, 2003)를 우리말로 옮긴 바 있다. 

교수신문(10. 11. 08) 푸코 번역이 가져온 한국 지식인 담론의 변화  

(...) 푸코의 한국적 수용사에서 또 하나 검토해야 할 부분은 국내외에 널리 펴져 있는 푸코에 대한 몇 가지 오해들이다. 우선, 푸코는 대부분 후기구조주의자로서 이해되고 있다. 그러나 푸코 자신이 구조주의자라는 명칭을 강력히 거부하고 있다는 사실은 차치하고서라도 이러한 이해는 매우 도식적이다. 이는 푸코의 사유를 광의의 의미로라도 ‘구조주의적’이라 칭할 수 있는 시기는 아무리 늦게 잡아도 1960년대 말까지에 한정되기 때문이다.

둘째, 주로 푸코를 포스트마르크스주의자로서 바라보는 견해에 관련된 것으로, 이러한 이해는 대부분 푸코를 푸코 자신이 권력-지식론을 통해 폐기처분한 진리와 이데올로기의 대립이라는 고전적 마르크스주의 혹은 프랑크푸르트학파 또는 그람시와 같은 문제틀 안에서 자주 보이는 경우이다.

셋째, 가장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오해는 푸코를 이른바 포스트모더니스트로서 바라보는 관점이다. 푸코는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말을 자신의 저작 혹은 대담에 걸쳐 단 한 차례도 사용하지 않고 있으며, 스스로 근대와 근대성의 시기를 가장 중요시하는 사상가로서 그러한 문제틀을 명백히 거부하고 있다. 서구인인 푸코에게 자신의 곧 서구의 현대란 서구의 근대 시기에 의해 구성된 것이며, 그런 의미에서 현대의 탐구는 현대를 구성한 ‘현대의 零度’로서의 근대의 탐구를 필연적으로 포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런 면에서 푸코에게 ‘근대’란 아직 끝나지 않은 시기 곧 오늘, 현대이며 따라서 푸코에게 이른바 ‘포스트모던’이란 하나의 사이비 문제로서 인식된다.

넷째, 하버마스를 필두로 한 헤겔주의적 이해가 있다. 이들은 푸코가 “합리주의 전통을 거부한다”고 말하고 있는데, 이 역시 푸코에 대한 오해에서 기인한다. 푸코가 거부하는 것은 헤겔주의와-혹은 어떤 다른 이론과-합리성 자체를 동일시하면서, 자신이 주장하는 이론 이외의 다른 합리성은 없다는 독단적 합리성의 형식을 거부할 뿐이다. 푸코에게 있어서 합리성의 형식은 늘 복수와 다수성으로서만 존재하고 나타난다. 하버마스의 푸코 비판은 근본적으로 푸코가 헤겔주의적 합리성을 인정하지 않고 다수의 합리성 형식들이 가능하다고 본다는 점, 곧 푸코가 헤겔주의자가 아니라는 점에 기인하는 것이며, ‘근대’ 혹은 ‘계몽’에 대한 푸코의 입장에 대한 근본적 오해에 기반한 것이다.

수용 과정의 오해와 극복할 점들
다섯째, 좀 더 세부적인 것으로서, 푸코의 권력-지식론과 관련된 이해다. ‘지식은 어떻게 권력에 봉사했는지’, ‘문명의 역사는 결국 인간의 자유를 억압해온 권력의 역사’라는 문제틀이다. 이는 사실상 권력과 지식의 관계에 관한 플라톤 이래 마르크스까지 이어지는 서구의 전통적 관점으로, 전통적인 자유-억압-해방의 이론틀에 입각한 것이다. 그러나 푸코의 권력-지식론은 이와 달리 “권력과 지식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면서 분리불가능하게 서로를 구성했으며, 그것들 각각이 서로에 대해 미친 생산적 효과를 분석하려는 것”이며, 이러한 의미에서 푸코는 권력에 관해 일반적으로 상정되는 이른바 억압-해방의 가설을 명백히 거부 혹은 제한한다

 

그렇다면 앞으로 푸코 수용사의 과제 상황들은 무엇일까.
1) 푸코 사상을 전반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올바른 번역본의 확립이 시급하다. 사상가로서의 면모를 보여주는 그의 저술들 중 국내에 번역된 것은 어림잡아 보아도 프랑스 현지 저술 분량 전체의 1/3도 되지 않는다. 여기에 번역의 질이라는 문제까지 더 해진다면, 상황은 더욱 악화된다.

2) 푸코 사상의 균형 잡힌 이해가 요청된다. 이제까지의 푸코 이해는 사실상 ‘자신이 읽은 푸코에 한정된 이해’에 불과한 경우가 태반이다. 혹은 푸코 전공자의 경우라 하더라도, 자신의 전공 혹은 지적 취향에 맞추어 ‘과학사가’, ‘문학비평가’, ‘권력과 지식의 철학자’, ‘고고학자’, ‘주체의 해석학자’ 등처럼 푸코의 일면을 전체인 것처럼 강조하거나, 혹은 강조점을 이동시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3) 푸코가 사용한 개념들을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는 사실상 앞의 두 가지 문제 상황으로부터 필연적으로 생겨날 수밖에 없는데, 부정확한 푸코 이해에 기반해 자신의 논지를 전개시키는 경우이다. 이는 주로 전공자들을 중심으로 장기적으로 푸코의 주요 개념어에 관련된 저작 혹은 푸코 주요 개념어 사전의 발간, 그리고 이제까지 국내에서 저술되거나 번역된 푸코 관련 연구서ㆍ논문 등을 망라한 서지 및 일람표의 작성ㆍ발간 등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4) 자신이 유학한 국가 혹은 자신이 관심을 가진 국가의 일반적 연구 동향에 따르는 편향된 이해를 푸코에 대한 일반적 이해인 것처럼 당연시하는 오류의 경우가 있다. 각 연구자들은 그러한 이해가 편향된 것일 수도 있다는 사실 자체를 인정하고 자신의 이론을 전개해야 한다.

5) 마지막으로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으로, 푸코의 이론을 마치 마르크스의 지위를 대체하는 또 하나의 이론적 지주로서 신봉하거나 우상화하는 ‘식민주의적’ 태도를 버려야 한다. 푸코는 결국 어떤 경우에도, 마치 이전 시대의 칸트나 헤겔, 마르크스 혹은 베버의 경우에처럼, 그 ‘오리엔탈리스트적 함의’를 완전히 벗어버릴 수 없는 한 명의 서구 사상가에 불과하고, 우리는 오늘 우리의 상황에 맞게 적절히 이용하려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허경_고려대 철학연구소)

■ 이 글은 2010년 1월 15일 성균관대에서 열린 한국번역비평학회의 월례발표회,  동 학회 주최로 2010년 10월 9일 강원대에서 열린 학술대회 등에 제출한 논문들을 요약한 것이다.  

10. 11.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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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27 15: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헌내 2010-11-28 0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푸코까지도 관심 있으시군요..
 

도박장에 가보질 않아서 '잭팟'의 느낌이 어떤 건지 정확히는 모르지만 이번주 신간들을 보며 '이건 잭팟이야!'라고 혼자 중얼거렸다(분기에 한번 있을까 말까 한 일이다). 최근 신간 제목을 빌려 조금 점잖게 말하면 '버스트'. 뭔가 터졌다는 것. 하루키의 <1Q84> 얘기가 아니다(물론 그건 하루키의 '잭팟'이다). 이번주 언론 리뷰에서는 다뤄지지 않을 듯싶은데, 일단 리처드 세넷의 <장인>(21세기북스, 2010)이 번역돼 나왔다(그러고 보면 나 혼자 느끼는 '손맛'일 수도 있겠다).  

 

작년에 <뉴캐피털리즘>(위즈덤하우스, 2009)이 나왔을 때부터 눈여겨본 타이틀인데, 예기찮게도 번역본이 빨리 나왔다. 전작들에서 그가 강조하던 '장인정신'이란 게 어떤 것인지 세계적 석학의 솜씨로 확실하게 보여줄 듯싶다. 맛보기 소개는 이렇다.  

저자는 장인의 모습을 단지 목공이 하는 육체적인 기능으로만 인식하는 것은 아주 편협한 생각이라고 말한다. 그는 이 책에서 상고시대의 그리스 도공, 로마제국의 이름 없는 벽돌공, 거대한 성당을 지어 올렸던 중세 석공, 르네상스 예술가를 비롯해 근대의 노동자, 리눅스 프로그래머, 건축가, 의사 등 현대의 전문 직종에 이르기까지, 시공을 넘나드는 광범위한 장인 분석을 통해 장인의 정체성과 가치를 재정립하고, 장인의 신(新)패러다임을 제시한다. 결국 저자의 목표는 별다른 보상 없이도 일 자체에서 깊은 보람을 느끼고 세심하고 까다롭게 일하는 인간, 즉 우리 안에 잊힌 장인의 원초적 정체성을 복원하는 일이다.

 

아, 그리고 사르트르의 <사르트르의 상상계>(기파랑, 2010). 번역서 제목이 그렇게 돼 있으니 사르트르를 두 번 반복할 수밖에 없다. 그러고 보니 이 책과 짝이 되는 <상상력>도 <사르트르의 상상력>(기파랑, 2008)으로 나왔었다. <변증법적 이성비판>(나남, 2009)이 완역된 마당이어서 더 바랄 게 없다 싶었는데, 그의 상상력 연구를 집대성한 책까지 번역돼 나오니 감지덕지다. 일단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은 질베르 뒤랑의 <상상계의 인류학적 구조들>(문학동네, 2007)을 읽을 수 있겠다는 것. 전에 책을 좀 읽다가 사르트르의 상상력론과 대결하는 대목에서, 공정하게 읽자면 사르트르의 책을 먼저 봐야겠다는 이유로 미뤄두었는데, 마침내 때가 온 셈이다(빨리 다른 핑계를 찾아야겠다).  

 

혹 상상력이란 주제에 더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뒤랑의 제자이자 '전도사'이기도 한 진형준 교수의 <상상력혁명>(살림, 2010)과 <싫증주의 시대의 힘 상상력>(살림,2009)를 참조해도 좋겠다. 아무래도 번역서보다는 읽기가 편하니까. 역시나 뒤랑의 제자인 서정기 교수의 평론집 <신화와 상상력>(살림, 2010)도 소위 '신화비평'의 현재를 보여준다.   

그리고 오스트리아의 문예학자 페터 지마의 신간 <모던/포스트모던>(문학과지성사, 2010). 책은 어제 신촌 홍익문고에서 사들었는데(다른 책들은 들어오질 않았었다), 지마의 책은 하도 오랜만이어서 '감회'까지 느껴진다. 번역은 그간에 지마를 거의 전담해서 번역해온 김태환 교수. 나는 가장 먼저 소개됐던 <문학 텍스트의 사회학을 위하여>(문학과지성사, 1987)를 비롯하여 지마의 책을 거의 대부분 읽은 듯싶다(오래전 읽이지만 그의 방한 강연도 들었다). <문예미학>(을유문화사, 1993) 같은 책은 대학원의 필독 세미나 교재이기도 했다.   

그런데, <데리다와 예일학파>(문학동네, 2001) 이후 거의 10년 만에야 번역서가 나온 셈이니 격세지감이 있다. 한때 서점을 '주름잡던' 그의 책들도 상당수가 절판되거나 품절된 상태이고. <모던/포스트모던>은 그런 가운데 나온 것인데, 원저는 1997년에 초판이 나오고 2001년에 2판이 나왔다. '생명력'이 있는 이론서라고 봐야겠다. '포스트모더니즘 논의 총결산'이 비록 요즘 유행과 맞는 건 아니지만 시류를 거슬러서 일독해봄직하다.   

그밖에도 네그리의 <예술과 다중>(갈무리, 2010), 캘리니코스의 <무너지는 환상>(책갈피, 2010), 데이비드 하비의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공간들>(문화과학사, 2010) 등 쟁쟁한 명망가의 책들이 이번주 신간이고 모두 보관함에 들어가 있다.  

 

체 게바라 평전의 결정판이라는 <체 게바라, 혁명적 인간>(플래닛, 2010)도 이번주에 나온 책이고(무려 1176쪽 분량이다), 이미 화제가 되고 있는 <김대중 평전>(시대의창, 2010)도 이번주 신간이다, 라고 적고 보니 오류다. <김대중 자서전>(삼인, 2008)과 혼동했다. <평전>과 <자서전>이 동시에 나오는 바람에 같은 책으로 착각했다(<자서전>을 고른다면서 <평전>을 클릭했다).  

하여간에 이 정도면 '잭팟'이라고 할 만하지 않을까. 물론 '옆에서' 그런 게 터졌다는 얘기일 뿐이고, 그게 그냥 구경거리가 아니라 '나의 횡재'가 되기 위해서는 약간의 투자가 좀 필요하다. 대다수 직장인들의 휴가가 시작된다는 내주에 한두 권 정도 챙겨두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 사르트르나 지마 같은 경우야 아무래도 전공자들 손에서나 대접받을 터이지만, 나머지 책들은 충분히 유혹적이다. 다년간의 경험에서 하는 말이지만, 이런 일이 흔치 않다... 

10. 07.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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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생각하는 손과 장인 예찬
    from 로쟈의 저공비행 2010-08-04 14:04 
    리처드 세넷의 <장인>(21세기북스, 2010) 출간 소식의 반가움은 이미 지난주에 포스팅한 바 있는데, 언론리뷰는 이번주에 실리게 되는 듯하다. 가장 빨리 올라온 소개기사를 옮겨놓는다. 나는 번역본보다 원서를 미리 구했는데, 내주쯤에는 조금이라도 읽을 수 있을 듯하다. 기사를 보니 저자의 3부작 중 하나라고 하는데, 나머지 책들도 기대된다.   연합뉴스(10. 08. 04) '생각하는 손' 장인정신을 찾아서 
 
 
미지 2010-07-31 0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쟈님 알라딘 시스템에 대해 비판적으로 생각하는 글 올리면 조회수가 급감하나요? 제가 좀 놀라운 걸 겪어서요...

로쟈 2010-07-31 08:29   좋아요 0 | URL
그 정도로 '정서적인' 시스템이라곤 생각지 않습니다. 조회수가 갑자기 늘어나는 경우는 있어도 갑자기 주는 경우는 좀 드물고요. 어떤 착오인지는 모르겠지만요...

2010-07-31 10: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7-31 10: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푸른바다 2010-07-31 1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혹시 화제가 되고 있는 책은 <김대중 평전>(시대의 창)이 아니라 삼인에서 나온 <김대중 자서전>이 아닐까요?^^ 물론 김삼웅 선생이 집필한 <김대중 평전>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고 고 김대중 대통령의 육성이 담긴 <김대중 자서전>에 새로운 정보가 더 많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김대중에 대한 2권의 책이 동시에 출간되어 혼돈을 일으키는 듯 싶습니다.^^ <장인>이라는 책에 눈이 가는군요. 사르트르의 <상상계>는 두께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이 마음에 듭니다.^^

로쟈 2010-07-31 19:01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제가 잘못 클릭했어요.^^; 그래도 표지는 <평전>이 더 낫네요. <상상계>는 저도 주문을 넣었는데, 저렴한 거야 고마운 일이죠.^^

푸른바다 2010-08-02 15:22   좋아요 0 | URL
사르트르의 상상계와 라캉의 상상계를 비교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라캉은 사르트르보다 오히려 한 살이 많은데 실존주의 뒤에 유행한 구조주의의 대표주자로 알려지는 바람에 사르트르보다 후세대인 걸로 알고 있는 사람들도 있더군요. 사르트르와 동시대인 라캉은 알튀세르, 레비스트로스, 푸코보다는 우리나라 기준으로 하면 까마득한 선배인 셈인데 말입니다.^^ 라캉은 실존주의-구조주의-후기구조주의 전 시대에 걸쳐 유행을 누리는 드문 사상가인 것 같습니다. 라캉은 다른 구조주의자들에 비해 사르트르에 대해 비교적 긍정적이었던 걸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로쟈 2010-08-03 10:07   좋아요 0 | URL
라캉이 1901년생이니까 네 살 더 많습니다. 저는 요즘 라캉-지젝의 주체와 사르트르(실존주의)의 주체 사이의 연관성에 대해서 관심이 생겼어요. 마땅한 책이 없나 찾아봐야겠습니다...

푸른바다 2010-08-03 13:14   좋아요 0 | URL
저도 비슷한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주체를 넘어서 있는 구조가 인간의 훨씬 많은 부분을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단 1%에 불과하더라도 '주체의 결단'이라는 부분을 포기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르트르의 <존재와 무> 3종의 번역본과 영역본, <변증법적 이성비판> 번역본, 라캉 <에크리>와 <세미나> 번역본들과 영역본들을 갖추어 놓고 조금씩 읽어나가고 있는 중입니다. 워낙 방대한 분량이라 언제 다 읽을 수 있을까 싶지만 우공이산이라고 언젠가는 끝나겠지 하는 믿음으로 천천히 나아가볼까 합니다.^^


로쟈 2010-08-03 13:34   좋아요 0 | URL
사르트르와 라캉을 주제로 한 연구서가 몇 권 있는데, 모두 불어본이네요.^^;

푸른바다 2010-08-03 15:12   좋아요 0 | URL
고등학교 때 불어를 제 2외국어로 꽤 열심히 공부했었는데 그를 살리지 못한게 좀 후회스럽군요.^^ 불어의 기억이 좀 남아있었던 대학시절 교보 문고에서 발췌본이긴 하지만 <에크리> 불어본을 구매한 적이 있어요. 이게 어디로 사라졌는지 궁금합니다. 누가 관심을 가질 책도 아니었는데요.^^

개인적으론 독서모임 같은 것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로쟈 2010-08-03 23:12   좋아요 0 | URL
저도 학부 졸업하기에 불어2 듣다가 흥미를 잃었는데(한 학기 동안 바둑, 장기만 뒀지요.^^;) 약간은 후회가 됩니다...

종이달 2022-05-05 0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2020년쯤 완간될 예정이라는 마르크스-엥겔스전집(메가)을 소개하는 학술대회가 지난달 말 중앙대에서 열렸다고 한다. 이 전집판 출간 작업이 갖는 의의와 앞으로의 전망 등에 관한 기사들을 스크랩해놓는다. 참고로 국내에서는 정문길 교수가 오래전부터 메가에 대한 서지학적 차원의독보적인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니벨룽의 보물>(문학과지성사, 2008), <한국 마르스크학의 지평>(문학과지성사, 2004), <마르크스 사상형성과 초기 저작>(문학과지성사, 1994) 등이 출간된 연구성과다.     

 

교수신문(10. 07. 05) 학계 ‘마르크스·엥겔스’ 독해, 전면 재검토 필요하다

우리가 알고 있는 마르크스의 얼굴은 과연 진실일까. 1921년(*1911년) 리야자노프의 야심찬 구상에서 출발해 현재까지 100년을 이어오고 있는 마르크스-엥겔스 전집(Marx-Engels, Gesamtausgabe: MEGA, 이하 메가)이 완간을 눈앞에 두고 이 작업을 국내에 소개하는 국제학술대회가 지난달 30일 중앙대에서 열렸다. 서울대 사회과학연구원(원장 오명석 인류학)과 경상대 사회과학연구원(원장 장상환 경제학), 중앙대 인문과학연구소(소장 김해연 영문학), 계간지 <마르크스주의 연구>(편집인 정성진 경상대 교수)가 독일 프리드리히 애버트 재단의 후원을 받아 개최한 ‘MEGA 작업의 새로운 접근과 맑스의 재해석’ 국제학술대회에는 메가 작업에 참여한 학자 롤프 헤커 독일 베를린-브란덴부르크 과학아카데미 교수, 베아트릭스 부비에 독일 칼 마르크스 하우스 트리어대 교수, 오무라 이즈미 일본 도후쿠대 교수 등이 참석했다.  



메가 작업은 정치적인 이유 등으로 왜곡되거나 누락된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1차 자료를 모두 복원해 출판하는 작업이다. 이것은 곧 국내에 소개된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텍스트 역시 전면적인 검증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이번 메가 작업이 국내 마르크스 연구에 미칠 파장이 적지 않아 보인다.

마르크스 이론에 대한 국내 연구자들의 새로운 해석도 이어졌다. 심광현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영상원)는 마르크스 이론 중 ‘구체’와 ‘추상’ 간의 관계에 복잡계과학을 접목하는 새로운 상상력을 보여 참석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신광영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그람시를 통해 마르크스에게 정치란 무엇이었는지를 고찰했고, 김경수 고려대 교수(철학)는 헤겔의 자장을 벗어나 마르크스의 변증법에 대한 재조명을 촉구했으나 모두 기존의 논의에서 크게 벗어나는 것은 아니었다.

‘복잡계 과학’으로  마르크스 재해석
마르크스를 이 시대에 어떻게 불러낼 것인가에 대한 학자들의 의견은 다양했다. 헤겔을 통한 고전적 입장의 해석뿐 아니라 복잡계 과학을 이용해 마르크스 이론의 폭을 넓히려는 시도도 있었다. 심광현 교수는 마르크스의 ‘정치경제학 비판’에 이미 20세기 중반에 발전된 복잡계 과학의 특징이 내재해 있다고 제시하며, 마르크스의 변증법과 21세기 새로운 과학과의 상호연관성에 대한 현대적 재해석을 촉구했다. 이를 바탕으로 『자본론』이 서술한 자본주의 생산양식의 복잡한 순환 회로를 시스템 이론으로 시각화 한다면 마르크스 사상의 현대화와 대중화를 촉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토론자로 나선 김세균 서울대 교수(정치학)는 마르크스에 대한 현대적 해석들이 헤겔적 해석을 탈피하려는 것에 우려를 나타냈다. 자본주의 시스템을 독해하는 마르크스주의 본래의 역할을 벗어나선 안 된다는 다소 고전적인 입장이다. 이에 대해 김누리 중앙대 교수(독문학)는 “마르크스는 19세기 사상의 총아였지만 어쨌든 그의 사상은 19세기의 산물이다. 때문에 현재에 마르크스를 적용하려면 19세기의 역사적 지형 밖에서 새로운 상상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지금 학계에 그런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가”라며 질문의 화살을 다시 학계로 돌렸다.

메가 전집의 완간은 그동안 국내 학계가 독해한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텍스트에 대해 전면적인 재검토란 과제를 던졌다. 기존의 마르크스와 엥겔스 저작은 1차 자료가 제대로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수한 번역본이 만들어졌다. 소련 공산당의 정치적인 이해관계에 의해 누락되거나 소멸된 부분에 대한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실제 『자본론』 제2, 3권의 경우 메가 작업과정에서 밝혀진 오류만 5천 개가 넘는다.

수정된 것들을 밝히는 부록이 본래 『자본론』 보다 더 두꺼울 정도다. 메가 작업 과정을 발표한 롤프 헤커 베를린-브란덴부르크 아카데미 교수는 “마르크스 사후 엥겔스가 정리한 마르크스의 기록 중 지워진 부분을 디지털 기술로 복원해 본 결과 엥겔스가 자의적으로 바꾼 것도 많았다”며 메가 전집이 나오기 전까지 마르크스의 이론은 여전히 미완성이라고 강조했다.

‘자본론’ 2·3권 오류만 5천개 넘어
국내 학계는 메가 작업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토론 내내 국내 마르크스 연구의 재점검이 요청됐다. 특히 일본이 출판된 전체 메가 중 800질을 구입했다는 오무라 이즈미 일본 도후쿠대 교수의 말은 국내 학계의 마르크스 연구 현실을 환기해준다. 현재 국내 대학에 메가를 체계적으로 보관하고 있는 학교는 한 곳도 없다. 토론자로 나선 신광영 교수는 “마르크스를 지성사적인 의미가 아닌 교조화된 텍스트로 이해하려는 경향이 여전히 존재한다”며 “정치적 해석이 아닌 역사적으로 해석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내 마르크스 연구는 고사 직전이란 지적이 나올 정도로 국내 학계 사정은 척박하다. 당장 메가를 번역할 독일어권 연구자조차 몇 남지 않았다. 김세균 교수의 지적처럼 자본주의 공간이 절대불변의 초역사적 공간이 아닌 게 판명된 이상 자본주의의 모순을 진단할 이론이 시급하다. 이번 메가 작업의 소개로 국내 마르크스 연구가 도약의 전환점을 맞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우주영 기자) 

  

교수신문(10. 07. 05) 대담_ 메가 작업에 참여하고 있는 롤프 헤커 교수와 강신준 동아대 교수

메가(MEGA)에 참여한 롤프 헤커(Rolf Hecker) 독일 베를린대 교수를 지난달 29일 강신준 동아대 교수(경제학)가 만나 메가 작업의 의미와 진행상황, 그리고 마르크스의 재해석 문제 등을 놓고 대담했다. 강신준 교수는 1987년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한국에 공개적으로 처음 소개한 바 있으며, 현재 길 출판사에서 마르크스의 『자본』을 완역 출간할 예정이다. 헤커 교수는 베를린 메가촉진 재단 이사장이며, 메가 연구를 주제로 하는 학술지 <마르크스 엥겔스 연구논집> 편집장을 맡고 있다.      

△국내는 정치적 상황 등으로 마르크스 연구의 토양이 부족한 상태다. 먼저 메가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가.
마르크스 엥겔스 전집 작업은 1911년에 처음 발의된 후 한 세기 동안 지속되고 있는 세기적인 작업이다. 물론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전집은 메가 외에 다른 것도 많이 존재한다. 하지만 메가가 갖는 중요한 특징은 문헌학적 우월성이다. 일단 메가는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남긴 모든 지적 유산을 문헌적으로 완벽하게 복원한다는 원칙을 지키고 있다. 기초자료를 비롯, 그들이 제 3자와 주고받은 편지, 독서과정에서 남긴 발췌노트 역시 작업 대상이다. 게다가 이들 문헌들을 어떻게 편집했는지 소상히 제공하는 주해서를 함께 출판하고 문헌적 자료를 완벽하게 제공해 그들의 사상을 가장 원래의 모습으로 복원하려 한다.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이데올로기적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차단하고 이들의 지적 유산을 진정한 유산으로 남기는 성과를 가져올 것이다.”

△현재 메가 작업의 진도는?
세 번째 단계의 작업이 시작될 때 확정지은 목표는 모두 114권이었는데 현재까지 58권이 출판됐으므로 아직 작업의 진도는 상당히 남아 있는 상태다. 대개 매년 2권에서 3권이 출판되고 있는데 이 진도라면 아직도 작업이 상당 기간 계속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메가 작업은 공적 예산으로 지원되며 5년 단위로 평가 받는다. 그 평과결과에 따라 재정적인 지원이 계속될지 여부가 결정 난다. 현재 작업은 2015년까지 지원이 예정돼 있고 만일 평가 결과가 좋게 나온다면 아마 계속적인 지원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진도가 느린 부분은 제4부인데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독서를 하며 남겨둔 발췌노트의 정리부분이다. 자료가 많고 출처도 다양해 정리가 쉽지 않다.”

△메가가 기존의 다른 전집들과 갖는 차이점은 무엇인가.
기존의 모든 전집과 저작집들은 1956년에서 1968년 사이에 소련과 동독이 중심이 돼 발간한 전집(MEW)을 기초로 한 것이다. 그러나 이 전집은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문헌적 자료들을 모두 발간하는 것이 아니라 선별적으로 발간하는 것이었고 특히 이런 선별에는 정치적 고려가 상당부분 작용했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마르크스의 초기 저작에서 매우 중요한 저작인 『경제학 철학 초고』(1844)가 누락됐다. 게다가 원본의 설명을 보충해주는 주석도 매우 적고 단순한 형태로만 이뤄져서 무엇보다 문헌적 해석이 불완전했다. 이런 문제점들을 극복하고자 노력한 것이 메가다.”

△메가 작업이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해석에 새롭게 기여한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기존에 출판된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저작들은 문헌적인 연구가 뒷받침되지 않아 집필의 연대가 불분명하고 누가 집필자인지에 대한 혼선이 많았다. 무엇보다 각 저작들 간의 관련성이 잘 알려지지 못했다. 이로 인해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사상적인 발전 흐름이 올바로 해석되지 못했다. 그동안 마르크스와 엥겔스를 둘러싼 많은 논쟁들은 메가에 의한 문헌적 연구가 뒷받침되면 전면적으로 재검토돼야 한다. 게다가 마르크스가 남긴 발췌노트들의 새로운 출판은 그가 자신의 사상을 발전시켜 나간 궤적을 명확하게 보여줌으로써 그의 지적 유산을 보다 풍부하고 정확하게 계승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하나의 예를 소개하자면 최근 발견된 발췌노트를 통해 마르크스가 지질학 연구를 꾸준히 해왔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도대체 사회과학에 주된 관심을 가졌던 그가 지질학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무엇일까.”

△독일어권이 아닌 아시아권에 속한 일본이 메가 작업 참여한 것은 상당히 의외다.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문헌 연구에 대한 일본의 관심과 열정에는 상당히 놀라운 점이 있다. 일본은 1930년대 유럽 국가들이 제1차 세계대전과 대공황으로 경제적으로 힘들어하던 시기에 유럽에서 상당량의 마르크스와 엥겔스 문헌을 수집했다. 특히 독일 사민당이 히틀러의 탄압을 피해 망명정부를 꾸리면서 어려운 재정문제를 타개할 목적으로 마르크스 엥겔스의 유고들을 매각할 계획을 밝혔는데 이 때 일본의 오하라연구소가 여기에 관심을 가졌던 일화는 유명하다. 당시 이 매각에는 스탈린의 위임을 받은 부하린이 개입해 일본과 부하린이 서로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일본은 이미 20세기 초반 리야자노프가 메가 작업을 구상할 당시부터 마르크스와 엥겔스 연구에 깊은 관심을 기울여 왔고 그 동안 축적한 연구 인력은 국제적인 공인을 받고 있다.” 



△2008년 경제 위기 이후 독일에서 마르크스 강의를 신청한 수강생이 급증했을 뿐 아니라 강좌수도 늘었다고 들었다. 마르크스에 대한 새로운 관심은 어떻게 봐야 할까.
“정말 그렇다. 나 역시 마르크스의 르네상스란 말을 실감할 정도다. 2008년 이후 마르크스의 『자본』에 대한 번역출판이 급증했다. 최근 메가를 원전으로 한 번역서들만 해도 리투아니아, 타일랜드, 이란,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상당히 많은 나라들에서 번역서가 출판됐다. 한국도 비록 메가는 아니지만 최초의 독일어본이 번역된 것으로 알고 있다. 앞으로 메가에 기초한 번역도 이어져 나올 것이라 기대한다.”(정리 우주영 기자) 

10. 07. 06.  

P.S. 독일에서도 마르크스와 <자본>에 대한 강의가 인기라는데, 강신준 교수의 <자본> 해설서 <그들의 경제, 우리들의 경제학>(길, 2010)에 대한 유료강의는 http://www.artnstudy.com/inmoonsoop/Lecture/default1007.asp?lessonidx=off_sjKang04 에서 들을 수 있다. 이번주부터 시작이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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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rdman 2010-07-06 1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쟈 선생님께서 1월 학기에 좋은 강의 들려주셨던^^ 아트앤스터디 인문숲에서 이번 주 목요일, 강신준 교수의 <그들의 경제, 우리들의 경제학> 강좌가 개강합니다. ''경제대통령'을 뽑았는데 어째서 노동하는 다수가 더 어려움에 처해 있는가?'라는 물음으로 시작해 맑스 <자본>을 현대적인 관점에서 풀어봅니다. 오프 수업 뿐 아니라 온라인 수강도 가능하니, 관심 있으신 분은 둘러봐 주세요. http://bit.ly/b6d2Ni

로쟈 2010-07-06 12:01   좋아요 0 | URL
제가 찾은 주소랑 다르네요.^^

birdman 2010-07-06 12:31   좋아요 0 | URL
앗! 위에 링크 해주신 걸 미처 못 봤어요^^; 참고로 저는 똑같은 주소를 압축(?!)한 건데요, 요즘 '140자 압박' 트위터 때문에 그런 서비스가 있더라구요 ㅎㅎ

로쟈 2010-07-06 12:32   좋아요 0 | URL
아, 링크는 댓글보고 단 거예요.^^;

말러 2010-07-15 05: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자님 1911년 아닌가요? "1921년 리야자노프의 야심찬 구상에서 출발해 현재까지 100년을 이어오고 있는 마르크스-엥겔스 전집" 이렇게 적혀있네요.

로쟈 2010-07-15 07:45   좋아요 0 | URL
오타가 난 거 같네요.
 

기력이 좀 나는가 싶었는데 엊그제부턴 목에 가래가 끓는다. 감기인지 아니면 천식인지 모르겠다. 사소한 일이긴 하지만 글을 쓰는 것처럼 뭔가 민감한 일을 해야 할 때는 방해가 된다. 이렇게 몇자 적는 핑계다. 요즘은 보통 하루에 두 가지씩의 일정이 잡혀 있어서 그에 맞게 가방을 챙기다가 지난주에 도서관에서 빌린 책에 손이 갔다. <보봐르에게 남긴 사르트르 최후의 말>(두레, 1982)이 제목이다(요즘은 보기 드문 유형의 제목이다).   

잘 구할 수 없는 책이고, 서지 사항도 박홍규 교수의 <카페의 아나키스트 사르트르>(열린시선, 2008)를 통해서야 알았다. <보부아르에게 남긴 사르트르 최후의 말>이라고 제목이 인용한 책 일러두기에 나와 있는데, 실제 책에는 '보부아르'가 아니라 '보봐르'라고 표기돼 있다(도서검색을 할 때는 이게 또 두 사람으로 간주된다! 여기서는 '보부아르'라고 표기한다). 거의 30년 전 책이고 말 그대로 누렇게 빛바란 '헌책'이다. 403쪽 분량에 정가는 3,500원. 사르트르 서거 2주기에 맞춰 나온 것으로 보인다. 원제는 <사르트르와의 대화(Entretiens avec Jean-Paul Sartre)>이다. 물론 보부아르가 사르트르와 나눈 대화다. 번역본은 '대담'이란 표현을 썼는데, 둘 사이의 관계와 '대담'은 왠지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1981년에 쓴 서문에서 보부아르는 이렇게 적었다.  

이 대담은 1974년 여름 로마에서, 그리고 초가을에 다시 빠리에서 진행되고 끝났다. 때때로 사르트르는 피곤하였고 내게 잘 대답하지 못했다. 아니면 바로 내가 영감이 부족해 쓸데없는 질문들을 하기도 했다. 흥미없다고 생각되는 대화들은 내가 삭제해버렸다. 나머지 대화들은 거의 연대순을 따라가며 주제별로 재구성하였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책은 두 사람에 대한, 그리고 사르트르에 대한 아주 요긴한 자료와 입문서가 돼줄 듯싶다. 특이한 것은 이 책의 영역본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 보부아르가 사르트르에게 보낸 편지도 영역본이 나와 있는 걸 고려하면 선뜻 이해가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정확한 건 이미 주문해놓은 영역본 <작별의 예식(Adieux)>을 받아봐야 알겠다. 우리말로는 <작별의 예식>(두레, 1982)이라고 번역됐으며 <최후의 말>과 함께 나란히 나온 것으로 보인다(박홍규 교수의 책에서는 언급되지 않는다). 받아봐야 알겠다고 한 것은 영역본의 쪽수가 국역본과 다르기 때문이다. 소위 한국어본보다는 훨씬 많고 불어본보다는 좀 적은 분량이다. 참고로, 불어본에는 이 두 권이 합본돼 있다.    

  

대학 1, 2학년 때, 그리고 안니 코엔 솔랄의 전기 <사르트르>(창, 1993)을 읽던 대학원 시절 이후 오랜만에 다시금 사르트르와 보부아르에 관해 읽으면서 이 두 권은 챙겨두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더 좋은 건 새로 책이 나오는 것이지만 현재의 폼새로는 좀 어렵지 않나 싶다. 또 한 가지 희망사항은 <변증법적 이성 비판>(나남, 2009)을 장서로 소장하는 것인데, 두께나 가격이 모두 만만찮다. 더 넓은 서재를 갖게 된 이후에야 시도해보려고 한다.    

이번에 찾아보니 우리와 달리 영어권에서는 제법 활발하게 연구서와 관련서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 중 이번에 관심을 갖게 된 저자 가운데 한 사람이 <사르트르 사전>도 집필한 게리 콕스다. 입문서 외에도 <사르트르와 소설>(2009)이란 연구서를 펴냈다. <구토>에 대해 쓸 일이 생기면 참고해보려고 한다.    

  

말이 나온 김에 언급하면 <구토>는 현재 마땅한 정본 번역서가 없다. 방곤 교수가 옮긴 <구토>(문예출판사, 초판1983)를 강의용으로 쓰고 있기는 한데, 주인공 로캉탱의 연구대상인 '롤르봉'이 '로르봉'으로 표기돼 있다. 그런 경우 보통은 일어 중역본이 경우가 많아서 의심을 했는데, 박홍규 교수가 인용하고 있는 <노오벨상문학전집 제7권 사르트르 편>(신구문화사, 1966)에 실린 이휘영 교수 번역의 <구역>과 거의 일치하는 것으로 보아 중역본은 아닌 듯싶다. 대신에 이휘영본을 거의 베낀 번역이다. 그 전집본에는 방곤 역, <실존주의는 휴머니즘이다>도 들어 있어서 원래 방곤 교수가 옮긴 것을 이휘영 교수의 이름으로 낸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나로선 확인할 수 없는 일이다. 아무려나 요즘 세계문학전집이 붐인 만큼 새로운 세대의 새 번역이 출간되면 좋겠다... 

10. 05. 18.  



P.S. <카페의 아나키스트 사르트르>는 내게 요긴한 몇가지 정보를 제공해주어 고마운 책인데, 약간 부주의한 대목도 포함하고 있다. 우리에게 흔히 '알랭'이린 필명으로 소개된 '에밀 샤르티에'가 '알랑'이라고 표기된 건 좀 생경하고, '사회주의 리얼리즘'이 공표된 1934년의 제1차 소련작가대회에 참석하고 돌아온 앙드레 지드가 '러시아문학의 낭만주의적 리얼리즘'(114쪽)을 찬양했다는 내용도 좀 이상하다.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오기가 아닌가 싶다. 겸사겸사 지드의 경우에도 예전 <앙드레 지드 전집>에 포함돼 있던 '소련기행' <소련에서 돌아오다>와 <속 소련에서 돌아오다>가 다시금 출간되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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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18 01: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푸른바다 2010-05-18 1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토>가 아직 정본이 없다는 것도 안타까운 일이군요. 전 방곤 번역본으로 읽었지만 언젠가 지적하셨듯이 표트르와 파벨이 혼동되어 있는 것을 발견하곤 신뢰를 접었습니다. 이 오류가 다른 역자의 번역에도 있다고 하신 걸로 보아 <구토>의 번역에도 표절이 횡행한 모양입니다. 김희영 번역본이 낫다는 소문이 있는데 이 책은 절판되어 구하기 힘들더군요. 여러가지로 구토감을 느끼게 하는 세상에 제대로 된 <구토> 번역이라도 있으면 조금이라도 위안이 될텐데요.^^

그나저나 한국어로 번역되면 책이 왜이리 두꺼워지고 분량이 많아지는 지 모르겠습니다. 한글이 알파벹에 비해 가독성이 떨어져서라는 이야기도 있지만 의도적인 부풀리기도 한몫하는 듯 싶습니다. <변증법적 이성비판>은 저도 오래전부터 보관함에 넣어두었건만 아직 구매버튼을 흔쾌히 누르고 있지 못합니다.^^ 프레드릭 제임슨이 서문을 단 영역본은 한권인데 그러한 편집에 호감이 갑니다.^^

로쟈 2010-05-18 23:51   좋아요 0 | URL
영역본이 한 권이었나요? 기억엔 두 권짜리가 있었는데요. 표트르와 파벨은 사실 사소한 디테일이긴 한데, 문예출판사본에는 제대로 돼 있습니다. 이휘영본에 혼동이 있구요. 한데 그런 몇 가지를 제외하면 거의 그대로예요...

푸른바다 2010-05-20 00:56   좋아요 0 | URL
835페이지이긴 하지만 한권짜리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7권짜리 초호화 장정으로 나온 <쌍윳따 니까야>같은 책도 영역본으로는 한 권입니다. 플라톤 전집도 영역본으로는 한권이고 그 두께는 <법률> 한국어 번역본 정도. 아리스토텔레스 전집은 2권.

아마존에서 찾아 보니 <변증법적 이성비판>은 2권이군요. 알라딘에 1권만 올라있어서 착각했던 것 같네요.^^

2010-05-18 23: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5-18 23: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콩세알 2010-05-18 2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에겐 1983년에 초판발행된 학원사 세계문학의 김희영 번역 '구토'가 있는데요 어렸을때 무척 좋아했기때문에 그 뒤론 한번도 다른 번역본을 찾아볼 생각을 못했는데 이 책은 정본 번역서가 아닌가요? 프랑스어과 교수로 나와있던데요.

로쟈 2010-05-18 23:48   좋아요 0 | URL
절판된 책이라 잊고 있었네요. 가장 나을 거라는 의견이 있습니다. 도서관에서 한번 대출해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