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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 - 성폭력의 사각지대에 혼자 남겨진 이들을 위한 심리 치유서
하인츠-페터 뢰어 지음, 배명자 옮김 / 나무의마음 / 2021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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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의 사각지대에 혼자 남겨진 이들을 위한
심리 치유서 『괜찮아, 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
"있는 그대로 사랑받는 것,
왜 그것이 그토록 어려웠을까."
『괜찮아, 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 는 독일 프레데부르크 중독 치료 병원에서 30년 이상의 임상 경험을 쌓은 정신과 전문의이자 심리 치료사 하인츠-페터 뢰어 박사가 쓴 심리 치유서다. 그림 형제의 동화 『털북숭이 공주』를 친족 성폭력 피해 생존자들의 내면 치유에 활용해 심리 치료의 다양한 사례와 효과를 정리해서 1998년 독일에서 출간했다.
책 제목을 처음 봤을 때, 영화 《굿 윌 헌팅》에서 숀 교수가 "네 잘못이 아니야(It's not your fault.)."라고 윌이 그 말을 받아들일 수 있을 때까지 반복해서 말해주던 장면이 떠올랐다.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사건에 상처받고 혼자 남겨진 이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를 마주하는 게 쉽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다 자주 책장을 덮고 감정을 추스르며 읽어야겠지만 서평단으로 참여하고 싶었다.
☆고통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는 것은 정신 건강에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하다. 독일어로 '알리다mitteilen'라는 말은 '함께mit'라는 단어와 '나누다teilen'라는 단어가 합쳐진 말로, 그 안에는 이미 중요한 관점이 담겨 있다. '고통을 알리다'는 말은 다른 사람과 고통을 나누고, 그들의 도움을 받아들인다는 뜻이다. _p.36~37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고, 믿어 주고, 함께 울어 줄 때 우리는 '침묵의 공모자'가 되지 않을 수 있다!" 출판사 '나무의마음'에서 책과 함께 보낸 편지에 담긴 진심이 묵직하게 다가왔다. 책에는 환절기 날씨처럼 늦여름 열기와 서늘한 가을 기운이 함께 담겨 있었다. 눈길이 문장에 걸려 자주 마음이 가라앉았다.
받는 이가 준비되어야 받을 수 있다. 치유의 가장 중요한 전제 조건은 긍정적인 방향, 즉 치유될 수 있다는 믿음이다. 환자들의 상황과 잘 맞는 동화는 몸과 마음과 정신에 상처를 입은 아이에게 '자신이 치유될 수 있다는 믿음'을 일깨운다. 동화에 현재 상황을 투영해 상처를 마주하는 힘이 더해진다.
성폭력은 어떤 식으로든 신체 감각에 깊은 손상을 입히고 마음과 정신에도 흔적을 남긴다. 몸은 떼어 낼 수 없는 무거운 짐이 되고 만다. 절대적 지배와 폭력에 영혼을 살해당한 아이는 모든 고통을 혼자 짊어진다. 아이는 모든 잘못을 자기 자신에게서 찾고, 계속해서 자신에게 한 가지 질문만 던진다.
☆'내가 뭘 잘못했길래 이런 끔찍한 일을 당한 걸까?'
(물론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당연히 '잘못한 게 없다'이다.)
_p.66
두려움을 극복했을 때 변화가 일어난다. 변화가 일어나는 데는 여러 단계와 시간이 필요하다. 치유는 오직 내면에서 시작된다. '지금 여기'에서 심리적 고통을 수용하고 마주해야 한다. 아우슈비츠 강제 수용소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의미치료를 창시한 빅터 프랭클은 죽음이라는 극한 상황에서도 삶의 의미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실질적이고 긍정적인 변화가 있을 때 치유 효과도 있는 것이지
변하겠다는 결심만으로 바뀌는 것은 없다.
결심이 순간의 안도감을 줄지는 모르지만
결코 구체적인 행동 변화를 가져올 수는 없다.
_p.141
벨기에 동화 '파랑새'에서 치르치르와 미치르가 찾아 헤맨 파랑새는 집에 있었다. 언제나 해결책은 가까이 있다. 살아남은 아이들이 모험에서 돌아왔을 때 찾고 있던 무언가를 발견하길 바란다.
☆충격적인 사건, 삶의 위기,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은 큰 고통을 주지만, 한편으로는 영적 성장을 위한 기회가 되기도 한다. _p.161
털북숭이 공주의 벽장. 혼자만의 벽장 안에서 상처를 끌어안고 잠들지 못하는 밤을 견디고 있을 아이가 눈앞에 선했다. 깊은 바다 짙은 어둠 속으로 가라앉는 웅크린 작은 몸. 문을 열고 벽장 밖으로 한 발 내디딜 용기가 함께하길.
"괜찮아, 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 이 말을 상처받은 내면 아이가 믿을 때까지 계속 들려주고 싶다.
☆책을 읽는 내내 나는 저자가 피해 생존자들에게
"이제 그만 거기에서 걸어 나와" 하고 말을 건네는 것만 같았다.
_p.225, 여성학자 권김현영, 추천의 글
시간이 오래 걸려도 괜찮다. 계절이 바뀌듯 마음도 흘려보내는 거다. 언젠가 계절이 지나 흘려보낼 용기를 냈을 때, 가만히 귀 기울이는 선한 이가 곁에 함께하길 진심으로 바란다. 이 책이 해리포터가 살았던 계단 아래 공간에 날아든 '호그와트 마법학교'에서 보낸 입학 초대장처럼 찾아가길.
그대에게 다시 봄이 오고, 여름을 지나 가을이 물들고, 겨울이 내려앉아도 무사히 새로운 계절을 맞이하는 여유가 생기길. 어제보다 오늘 더 편안해지면 좋겠다. 그늘이 넓은 사람으로 담담히 걸어갈 수 있길 간절히 기도한다.
(*본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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