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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공간
조종하 지음 / 이상공작소 / 2021년 1월
평점 :
☆ 그 시절 그 봄은 그러했다
...중략...
아마, 더라도
잊혀진 듯
잊혀지지 않게
그 자리에 머물러 주어라
바라보다
바라보지 않은 듯
그릴 터이니,
평생
_p.103, 2부 너 그리고 나 - 『지점』 중에서
이제는 곁에 없는 인연을 돌아보는 일은 명상과 닮았다. 꽃이 피고 지듯 마음에 피고 지는 당신을 그리다. 그 마음마저 미안해져 눈물짓는다. 너를 잊는 연습을 반복하는 시간을 걷고 또 걷는다.
서로에게 닿았던 순간과 멀어진 시간이 실타래를 풀어내듯 자연스레 한 권에 담겨 있다. 당신과 함께한 그 날, 그 시간, 그 자리에 머문 마음이 향한 그곳의 풍경을 시와 에세이로 풀어냈다. 이별에서 스며 나온 글과 글로는 전하기 힘든 마음이 여백마다 가득하다.
☆ 매일 풍경을 본다는 것.
매일 편지를 쓴다는 것.
매일 당신을 생각한다는 것.
_p.113, 공간 6. 보내지 못하는 편지를 쓴다는 것
함께한 시간이 타고 남은 잿더미를 뒤척여 찾아낸 불씨를 시간의 흐름 위에 적었다. 점처럼 흩어진 감정을 글로 쓰니 별빛을 이어 그린 별자리처럼 고유한 이야기가 되었다.
다정한 포옹이 공간을 채워가는 듯한 작가의 글이 한여름 뙤약볕을 피해 뛰어든 나무 그늘같이 반가웠다. 적당한 온기를 머금은 글에서 느껴지는 서늘함이 기분 좋다.
☆ 별은 떨어진대도 언젠가는 꽃이 되어 핀다.
_p.296, 공간 16. 별은 떨어진대도 꽃이 되어 핀다
책장을 넘기다 차고 기우는 달로 표현한 내지 디자인에 눈길이 머물렀다. 페이지가 더해질수록 달은 비워내고 채워졌다. 책과 함께 받은 굿즈인 글귀가 새겨진 잔과 포스트잇도 감각적이다.
달 표면에 움푹 파인 크레이터(crater, 구덩이)처럼. 당신이 곁에 다녀간 부딪힘의 흔적이 선명하다. 그렇게 머물다간 온기를 어루만지는 시간을 따라 걷다 보면 다채로운 풍경과 만난다. 빈자리에 피어난 꽃을 발견하는 작가의 시선이 귀하게 느껴졌다.
시와 에세이가 낮게 읊조리는 음악을 닮았다. 음악에 몸을 맡기면 마법처럼 풍경이 변하듯 문장이 스며든 순간, 공간이 꽃향기로 가득하다.
(*해당 게시물은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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