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양형 이유 - 책망과 옹호, 유죄와 무죄 사이에 서 있는 한 판사의 기록
박주영 지음 / 김영사 / 201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성범죄에서는 프레임이 더욱 극적으로 대립한다. 실제 성범죄로기소된 피고인이 가장 많이 구사하는 프레임은, 피해자가 돈이나 모종의 이익을 위해 자신을 유혹했다는 꽃뱀 프레임, 자신을 사회적으로 매장하기 위해 성범죄자로 몬다는 복수 프레임, 피해자가 자신이한 행위의 의미를 오해해서 예민하게 반응한다는 착각 프레임, 피해자와 합의를 했다거나 피해자가 오인할 만한 행동을 했다는 유발 프레임, 세상에 널렸는데 왜 자신만 문제 삼냐는 억울 프레임 등이 대표적이다.


피고인에 비해 피해자의 프레임은 단순하고 명확하다. 자신이약자이고 이 범행으로 크나큰 고통을 겪고 있으며, 파렴치한 피고인을 엄하게 처벌해달라는 것이다. 피고인이나 변호인은 피해자의 프레임을 깨기 위해 피해자를 거칠게 공격한다. 피해자가 성적으로 문란하다거나 거짓말을 잘하는 사람이라거나, 약자는 오히려 무고를당하고 있는 자신이라는 식이다. 이때도 약한 척하는 악녀와 무고하게 당하는 남성의 프레임이 등장한다. 약자와 강자의 프레임은 재판에서 고전적인 쟁점인데, 선한 약자와 악한 강자의 프레임이 깨질때, 즉 악한 약자라는 이미지가 부각될 때 판단에 혼란이 온다. 피고인은 이 지점을 노리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관점은 최소한 유무죄를 판단하는 영역에서는 오류다. 불법과 적법의 영역에는 선악이 개입될 수 없다. - P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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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법의학의 발전을 이끈 최초의 여성 법의학자
여성은 입학할 수 없었던 하버드대학교에 최초의 법의학과를 설립하기 위해 자신의 막대한 부와 영향력을 아낌없이 쏟아부었으면서도 나서기 싫어하고 오직 법의학에 초점이 맞춰지길 원했다.

프랜시스 리에게는 꿈이 있었다. 매사추세츠 연방에서 발생하는 모든 예기치 못한 혹은 수상한 죽음에 관한 수사를 보스턴에 있는 단하나의 현대적이고 집중화된 검시관실에서 맡는 것이었다. 그 시설에는 시체 안치소와 독성학 장비, 병리학적 관찰을 위한 현미경, 엑스레이, 사진 장비가 갖추어져야 했다.  - P241

이런 디오라마에 정확한 금전적 가치를 부여하기란 어렵다. 리는각 모형에 대해 항목별로 회계 장부를 작성하지 않았고, 일부 소재는 두가지 이상의 모형에 쓰였다. 어떤 추산에 따르면, 디오라마 하나를 만드는 데 들어간 재료와 노동력의 가치는 3000~6000달러 사이로, 오늘날의 4만~8만 달러에 해당한다.

리의 초기 모형 중 하나는 방 두 개짜리 시골 오두막이다. 거주자는 부자가 아닌 것이 확실하다. 타르 종이로 이루어진 지붕에는 때운 자국이 있다. 하지만 기본적인 생활필수품은 갖추고 있다. 나무난로 근처의 따뜻한 자리에는 안락의자가 있고, 널찍한 철제 틀 침대가 있으며, 방 옆에는 음식 재고가 충분히 차 있는 등유 스토브를 갖춘 단출한 주방이 있다. 라는 정교하고 상세한 디오라마를 만드느라 아주 오랜 시간 공을 들이고 수천 달러를 쓴 끝에 이 모형에 토치로 불을 붙였다. 프레더릭 스몰의 살인 및 방화사건에서 영감을 얻어.. - P285

법의학을 향한 리의 열정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해졌고법의학이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의학, 법학, 경찰 세 분야가 모두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특히 당시 경찰 수사관은 거의 전문교육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그 중요성을 몰라증거를 제대로 다루지 못하거나 범죄 현장을 훼손하곤 했다.

리는 경찰을 위한 교육 세미나를 열고, 1940년대부터 이들을교육하기 위해 실제 사건 현장을 그대로 재연한 작은 모형 디오라마를 만들었다. ‘의문사에 관한 손바닥 연구‘라 불리는 이디오라마는 현재 18개가 남아 있으며, 오늘날까지도 법의학 훈련에 활용되고 있다. 1967년 하버드대학교 법의학과는 사라졌지만, 법의학에 대한 리의 열정과 헌신, 그가 남긴 아주 작은 죽음들은 세상을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변화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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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 할아버지-_- 라고 표현된 걸 보았는데@_@;; 1949년 생이시니 할아버지라 불려도 되는 걸까-_-a;;;;; 내게는 영원한 젊음의 기억과 상징일지도. 그래서인지 예전만큼 와닿지는 않는 모양. 지극한 슬픔ㅠㅠ;;;;;;;;;;;;;;;;

신간으로 장편이 나온다는 얘길 들었는데 어떤 느낌일지 무척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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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3-03-29 09: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 그러고 보면 문나잇님은 아직 젊으신가 봅니다. 저는 하루키가 작은 아버지 또는 막내삼촌쯤이라고 느낄 때 처음 만났거든요. 49년생이면 아직 젊죠 뭐.
가수 전영록을 늘 젊은 오빠로 기억하는 것처럼. ㅋㅋ

moonnight 2023-03-29 11:43   좋아요 1 | URL
stella.K님^^ 제게 하루키님은 늘 젊은 오빠ㅎㅎ;;;인데 어느분께서 할아버지라고 하는 걸 읽고 약간 충격받아서 투덜해봤습니다 ㅎㅎ^^;;;;;

레삭매냐 2023-03-29 10: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최근 이언 매큐언의 경우를
보며 전성기가 지난 작가의
글쓰기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됩니다.

춘수샘은 어떠실런지 과연.

moonnight 2023-03-29 11:45   좋아요 1 | URL
흑흑ㅠㅠ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만 슬퍼져요. 레삭매냐님ㅜㅜ 하루키님의 신간을 기대해봅니다ㅠㅠ

한수철 2023-03-30 21: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달밤 님도 잘, 아시겠지만, 90년대, 2천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대중음악을 필두로 한국소설 등등, 표절은, 으레 어떤 선구적인 장난처럼 치부되거나 비에 스친 날들처럼 그냥 스쳐 지나가곤 했던 무언가였지요.

기실, 하루키를 흉내 내던 한국작가들이 참 많았습니다. 일일이 열거하지는 않을게요.ㅎㅎ^^


....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했지?

암튼 덕분에 하루키를 꺼내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입니다.

저 같은 경우, 이런 장면이 떠오르네요. 상실의 시대의 와타나베가 오이에 김을 싸 먹는 장면 같은.^^




moonnight 2023-03-31 13:39   좋아요 0 | URL
한수철님^^ 반갑습니다. 저도 한수철님 덕분에 말씀하신 부분(제 경우는 노르웨이의 숲ㅎㅎ;)을 다시 찾아보았습니다. 미도리 아버지 병실에서 와타나베가 오이 먹는 장면. 예전에도 읽으며 김에 싼 오이의 맛이 막 떠오르고 이삭아삭하는 소리도 들리는 것 같고 그랬었는데 ^^

Vanessa 2023-04-05 2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안주를 곁들이지 않지만 안주 이야기는 언제나 즐겁다.
술친구가 있을 때의 안주는 대개 떡볶이, 두부김치 같은 것인데 고기를 좋아하는 친구인 경우, 친구는 고기를, 나는 반찬으로 나오는 것들을 싹쓸이..

정진영 작가님의 책인데 죄송하게도 읽은 작품이 없고ㅠㅠ 책을 읽다가 아내분이 배우 박준면님이란 걸 알았다@_@;;; 두 분의 사랑스러운 시작을 알게 된 것이 참 기쁘다♡

Helloween도 반갑고 기쁩니다♡♡♡

내가 소싯적에 헤비 메탈에 빠져들 수 있었던 계기는 가요처럼 멜로디가 선명한 메탈을 들려 주었던 한국 밴드 블랙홀과독일 밴드 헬로윈(Helloween) 덕분이었다.
그들 덕분에 귀가 열린 나는 스래시 메탈, 프로그레시브 메탈, 블랙 메탈, 데스 메탈, 고딕 메탈 등 더 깊은 메탈의 세계로 건너갈 수 있었다. - P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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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le 2023-03-23 12: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회사에서 스트레스를 받을 때면 차에서 sentenced의 복수는 나의 것을 이빠이(ㅋㅋ) 틀어 놓고 스트레스를 풀어요. 그러고 보니 요즘에는 한 번인가밖에 안 들은 듯. 2-3년 전에는 미친 듯이 들었는데. 그렇다면 그때보다 지금 나는 조금 더 살 만 하다는 이야기.

moonnight 2023-03-24 13:42   좋아요 1 | URL
Joule님 반갑습니다^^ 노래제목인가요? 죄송ㅎㅎ;;;; 첨 들어봅니다. 뱅글뱅글@_@;;;; 하여간^^;;; 이전보다 스트레스가 덜하시다는 건 반가운 소식입니다♡

한수철 2023-03-24 22: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처음 보는 책이네요.

죄송합니다, 책 초짜라.^^

근데 블랙홀과 헬로윈에 감화돼 귀가 열려 이후 여러 음악을 듣게 되었다는 문장을 보면서 약간

정형화된 음악 코스를 편안하게 탔겠구나... 싶어서 미소를 짓고 갑니다. ;) 물론 주관적인 판단입니다

건방졌다면 꾸짖어 주십시오!

moonnight 2023-03-25 08:24   좋아요 1 | URL
한수철님^^ 반가워욧! 건방지다니요 무슨 말씀을. 음악전문가이신데용^^ 그 시절 헤비메탈 좋아했던 사람들이면 대개 올라탔을 코스ㅎㅎ;;;; 핼로윈에 반가워서 직장 동료(여전히 메탈을 즐겨듣는 친구)에게 보여줬더니 냉큼 빌려갔어요 제목이 맘에 들었던 듯ㅎㅎ;;

ozzy2012 2023-04-13 1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ttps://www.youtube.com/watch?v=vloysr-z01s
어쩌다 들려서...잡설에 혹해서...^^

moonnight 2023-06-25 17:45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ozzy2012님 혹 오지 오스본의 ozzy인가요?^^ 반갑습니당

유부만두 2023-06-25 10: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저자가 배우 박준면(슈룹 신상궁 역)씨래요.
저자의 소설 <침묵주의보> 읽어보려고요.

moonnight 2023-06-25 17:47   좋아요 0 | URL
유부만두님^^ 네 그렇다고 하네요. 저는 다른 책은 죄송하게도 읽은 게 없어요ㅠㅠ 소설도 읽어보고 싶네요. 따뜻한 성품이신 것 같아요^^
 

씩씩하시다.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당하고,


분노와 막막함이 지나가니 전투의지가 솟는다. 재미있는 재판이 될 것 같다. 그 대단한 인권변호사들의 실력을 한번 보고 싶다. 법률용어로 진실을 덮을 수 있을지(p.15 진실을 덮을 수 있을지)


기죽지 않는 모습이 멋지다. 나라면 어떨까 싶기도 하고.

온갖 스포츠를 기다리며 응원하며 시청하는 모습은 어머나 저도요. 하고 공감하며 학창시절 운동을 좋아하고 골고루 잘 했으며 현재는 수영을 지극히 사랑한다고 하는 대목에서는 저와는 다르시군요. 부럽네요. 하게 된다.

삼십대에 얻은 조카아이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읽으며 나도 함께 글썽


입시 따위는 걱정하지 않던 일곱 살의 아이가 그립다.

오늘도 컴퓨터 앞에 앉아 참고서와 종이더미에 파묻혀 갈수록 창백해지는 나의 어린 왕자. (p.134 이모가 있어서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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