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헉 벌써 작년;) 말에 레 미제라블을 읽으면서 새해엔 고전을 열심히 읽겠다. 라고 결심했더랬습니다. 그 결심이 무색하게도 새해가 되니 갑자기 서가 정리를 해야겠다는 조급함이 막 밀려오면서 얼른 읽고 정리할(중고서점에 팔;;) 책들을 꺼내어 쌓아놓고 읽게 되었습니다. 해서 1월엔 14권을 읽었는데요. 평소 제 책 읽는 속도를 생각하면 권수로는 많지만 어디 내놓고 자랑하고 싶지는 않은 리스트 -_-;
1월에 읽은 책들을 다 정리한 건 물론 아니구요. 소장한 책들도 있습니다. 그 책이 무엇인지는 아마도 짐작이 가실 듯 해요. ^^
(라고 쓰고 보니 굉장히 죄책감이 든다는. 책들에게 미안해지네요. 미안. 그렇지만 어쩔 수는 없어요. 정리를 해야 새 책을 사지요. 흑흑. ㅠ_ㅠ)
1. 어두운 기억 속으로 - 엘리자베스 헤인즈
우와 우와 정말 재미있다. +_+ 읽는 나조차도 끝까지 의심하게 된다. 혹시나 혹시나 이것이 망상인 것은 아닐까. 믿었던 모든 사람들이 등돌리는 상황은 도대체 어떤 것일까. 생각만 해도 가슴이 답답 ㅠ_ㅠ 나도 가벼운 강박증이 있다고 생각한다. 집에 아무도 없고 나도 나가야 할 상황이 되면 가스, 전기, 문단속을 몇 번씩 하고서도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왔다가 꼭 다시 올라가게 된다. 이것을 세번까지 반복한 적이 있는데 내가 미친 거 아닌가 생각했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캐시. 젊은 나이에 머리가 회색이 되어버린 아가씨를 생각하면 그 삶이 어떠할까 마음이 아프다. 그리고 그 이전의 그녀에게서는 상상할 수도 없었던 지금의 모습이라면.
그나저나, 이 책에 등장하는 캐시의 위층남자는 정말, 정말 멋지다. ㅠ_ㅠ 그러므로, 이런 남자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다. -_-;;;
2. 오늘의 요리 - 하시모토 쓰무구
그냥 가볍게 읽기 좋다. 왠지 모르겠지만 산문집이라고 생각했는데 단편소설집이었다. 재미있게도 이 작가는 남자로 아내를 대신해 가사를 돌보고 요리를 한다고. 단편 중 하나는 본인의 자전적인 이야기라 했다. 한 편 한 편 등장하는 레시피는 침이 고이게 한다.
3. 맛있는 위로 - 이유석
조선일보 칼럼으로 읽다가 책까지 구입하게 되었다. 분량문제로 실리지 못했던 부분을 읽는 재미가 쏠쏠. 사실, 칼럼에서 내가 궁금했던 부분을 이야기한 대목이 있어서 아주 좋았다. ^^ 압구정 '루이 쌍끄'의 오너 셰프라고. 외모도 훈훈하신데 요리도 잘 하시고 글도 잘 쓰신다. 흥. (갑자기 시샘 -_-;)
에필로그에서 사랑하는 연인을 언급하는데(신문에서, 가끔 게이로 오해받지만 곧 결혼할 몸이라고 하셨다) 그녀가 책을 아주 좋아한다고. 이 대목에서 나는, 혹 알라디너? 하고 궁금해하게 되는 것이다. ^^;;
섭섭한 부분이 있다면, 이 책을 읽고 난 뒤에는 칼럼에 나오는 이야기도 다 읽은 것이라 재미가 없더라는 ㅠ_ㅠ
4. 통역사 - 수키 김
알라딘에서 워낙 강렬한 지지를 받는 책이라 품절이 풀렸다기에 급히 사서 읽게 되었다.
음... 확실히 재미는 있으나, 왠지 내게는 크게 와닿지 않았다. 내가 문제겠지. ㅠ_ㅠ
5. 맛있게 잘 쉬었습니다. - 허 영만, 이 호준
따뜻한 온천에 몸을 담그고 시원한 아사히 맥주 한 잔을 주욱~~~
나도 그 경험 하고 싶다. -_-;
언젠가, 홋카이도엔 꼭 가고 싶다. 러브레터의 배경이 된 호타루 운하. 그 쏟아지는 눈 속 포장마차에서 사케를... 결국엔 술로 귀결되는구나 -_-;
6. 남자한테 차여서 시코쿠라니 - 김 지영
홋카이도, 혼슈, 규슈, 시코쿠. 일본열도를 구성하는 네개의 섬 중 가장 작은 시코쿠.
이 곳이 88개 사찰을 순례하는 오헨로 상들에 대한 책.
재미있다. >.<
시코쿠 순례에 동참하고 싶다는 열망을 갖게 만든다.
7. 식탐 - 서 명숙
제주 올레길을 낸 그녀. 의 음식의 추억에 관한 이야기.
읽는 내내 군침돌아 혼났네. ㅠ_ㅠ 음식조절 중일 때는 저 멀리 피해야 할 책이다. -_-
8. 나는 런던에서 사람책을 읽는다. - 김 수정
사람을 책 대신 빌려주는 리빙 라이브러리
대화에 서툰 내가 이런 곳에 책으로도, 대출자로도 참가하지 않으리라는 건 당연하지만, 타인이 경험담으로는 재미있다.
"편견을 줄이려면, 내 세상을 넓히는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고 인정하고,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서로의 인식을 넓혀간다는 것. 어떻게 보면 이게 교육의 본질 아닐까요? " 스테판 피셔 school inspector p. 82
9. 보통날의 와인 - 박 찬일
<와인스캔들>의 개정판이라고. 이 사람 책, <보통날의 파스타>는 책꽂이 어딘가에 있을텐데. -_-
박찬일 셰프, 글도 아주 재미있게 잘 쓰신다는 소문은 들었는데, 그리고 책도 나오는 족족 다 산 것 같은데 -_- 안 읽고 있다가 이 책을 처음으로 펴들게 되었다. 솔직이, 처음에는 얼른 읽고 정리하려고 했;;;
그런데, 간직하고 싶어졌다. ^^ 요즘 와인에 꽂혀서 밤마다 와인병을 따고 있는데 공감하는 부분이 많다. 와인을 마실 때는 어떠어떠해야 한다는 훈수보다는 스스로 즐거우면 되지 않느냐는 말씀, 너무 좋다. 박셰프의 조언에 따라서 얼마전 아르헨티나 와인도 시도해보았는데 아주 좋았다. ^^
10. 추억의 절반은 맛이다. - 박 찬일
역시나 재미있구나. +_+;;;; 작가가 부럽지는 않다. 셰프의 길은 당연히 멀고도 험하겠지. 그치만, 작가가 언급한 지방의(국내만이라도), 식당의 '그' 음식들은 먹어보고 싶구나. 그 자유에 대한 갈망 때문에 새벽 세시까지 책을 들고 있었다. 근무에 대한 걱정은 나몰라라 하고 ( ")
11. 미안해 쿠온. 엄마 아빠는 히피야. - 박 은경
와 별 기대 안 했는데, 재미있다!!! +_+
그리고, 쌤 앤 파커스 책이었구나. 몰랐다. 역시~~~ 하게 된다. 소재발굴과 편집의 승리인걸까? 같은 책이 다른 출판사에서 나왔다면 이만큼의 재미를 주지 못했을 것 같다는 근거없는 예상.
인도로 명상수련을 떠났다가 그곳에서 미래의 시어머니와 남편을 만나게 된다는. 그 남편인 바바는. 아내보다 무려 열세살이 어리고 당시 열아홉살;; 그리고 그와 결혼을 하고 귀여운 아들 쿠온을 갖게 된 작가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오랜 시간을 헤매다 이제야 겨우 알게 된 인생의 조그마한 비밀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내가 찾고자 하는 것이 지금 여기에 없다면 그것은 세상 그 어느 곳에도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이다. " (p. 189)
12. 와일드우드 - 콜린 멜로이, 카슨 엘리스
아아.... 너무나 재미있구나. ㅠ_ㅠ
<나니아 연대기>, <오즈의 마법사>, <폐허>까지. 두루두루 떠올리게 만드는 이 비범한 이야기는 열두살 프루와 커티스, 그리고 프루의 애기 남동생 맥의 모험소설이고 성장소설이다.
그리고... 모든 성장에는 아픔이 '당연히' 따른다는 것을 보여준다. 아주 아프다. 수시로 울컥울컥 눈물이 나서 혼났다. 직장에서 눈이 뻘갰 ㅠ_ㅠ; 시리즈로 나올 것 같은데, 이야기도 이야기이지만 작가의 아내가 그렸다는 삽화도 너무나 훌륭하다. 책이 예쁜 건 두말할 나위도 없고. 정말 좋은 책을 만났다.
올해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큰조카아이가 곧 이 책을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
13. 사랑받을 권리 - 일레인 N 아론
스스로의 가치를 심하게 평가 절하한다는 기준. 보다 두 배 이상 나왔다는. -_-;;;;;
나도 그런 줄 알고 있었지만 심하긴 하군. + 이 책 너무 호들갑 떨고 있구나. 라는 느낌.
내 안의 '못난 나'를 너무 콕콕 집어대서 아프기도 했지만 역시 이런 책에서는 얻을 게 없는데 왜 샀지. 라는 것이 마지막 감상이다. 킁.
14. 상처없는 영혼 - 공 지영
벌써 7년 전의 책이다. 개정판이 그렇다는 거다. 초판은 17년 전이다. 삼십대초반의 그녀가 썼던 글들이다. 지금의 작가의 모습과 겹쳐지면서 뭐랄까. 좀 슬퍼졌다고 할까.
어쨌든, 이제는 떠나보낼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