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여자 다이빙의 간판스타, 위민샤(19)에게 2003년 대구U-대회는 평생 잊을 수 없는 기억이다. 그는 이 대회에서 내로라 하는 선수들을 죄다 물리치고 4관왕에 올랐다. 무엇보다도 '2인자의 설움'에서 벗어났다는 데 큰 의미가 있었다. 동료인 궈징징(중국)을 이긴 건 이때가 처음이었다.

그 전까지 궈징징은 위민샤에게 '넘을 수 없는 벽'이었다. 두 사람은 듀엣 경기인 3m 싱크로 스프링보드에선 '찰떡호흡'을 자랑했다. 하지만 개인 경기인 3m 스프링보드에서 마지막에 웃는 사람은 언제나 궈징징 이었다.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때도 그랬고, 2003년 세계선수권 때도 마찬가지였다. 위민샤보다 3살이 많은 궈징징은 국제대회에서 늘 앞서나갔다.

그러나 대구U-대회에서 전세가 완전히 역전됐다. '물 속의 쿠테타'는 1m 스프링보드 결선에서 처음 시작됐다. 위민샤는 엎치락 뒤치락 하는 승부 끝에 궈징징을 0.27점차로 제치고 정상에 섰다. 아무도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3m 싱크로 스프링보드에서 금메달을 합작해낸 두 사람은 '적과의 동침'(?)을 끝내고 다음날 다시 라이벌로 만났다. 또 한 번 놀랄 만한 일이 벌어졌다. 위민샤는 궈징징을 제치고 3m 스프링보드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단체전 금메달까지 포함해 4관왕이 된 위민샤는 어느 틈에 세계 1인자 자리에 성큼 다가섰다.

대구U-대회 때 상큼한 외모와 완벽에 가까운 연기로 많은 팬들을 사로잡은 위민샤는 아테네 올림픽에서 2관왕을 노린다. 전망은 매우 밝다. 우선 3m 스프링보드를 보면, 올해 7차례 다이빙 그랑프리 시리즈 중 총 3차례 출전해 4차 상하이, 6차 우들랜드 대회에서 금메달을 땄다. 반면 강력한 라이벌인 궈징징은 5차 빅토리아 대회에서 우승했을 뿐 두 대회에서 위민샤에 밀려 각각 2, 3위에 그쳤다.

또한 3m 싱크로 스프링보드에서는 적수를 찾아볼 수 없다. 위민샤-궈징징 듀오는 올해 출전한 대회에서 단 한 번도 1등을 놓친 적이 없다. 2월 아테네 다이빙 월드컵 우승을 시작으로, 4, 5, 6차 그랑프리대회를 모조리 휩쓸었다. 율리아 파칼리나-베라 일리나(러시아)가 다소 부담스럽긴 하지만 그렇게 두려운 상대는 아니다. '나갔다 하면 금메달'인 위민샤-궈징징은 이변이 없는 한 아테네 올림픽 금메달이 확실시 된다.

멋 모르는 7살 때 '재미있을 거 같아서' 무작정 다이빙을 하게 됐다는 위민샤는 어느덧 다이빙 강국 중국을 대표하는 선수로 자라났다. '하루에도 수 십 번씩 물 속에 떨어지는 여자' '물에 빠져야 즐거운 여자' 위민샤. 그녀의 '19살 다이빙 인생'은 아테네 올림픽에서 절정기를 맞을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아테네 올림픽에 나가야 할 지 말아야 할 지 무척 고민스럽다. 취리히 골든리그(8월 6일)가 끝난 후 최종결정을 내리겠다".

올림픽이 코 앞으로 닥쳤건만 '육상 중거리 황제' 히참 엘 게루지(30)는 아직 올림픽 출전 여부를 확정 짓지 못하고 있다. 이유는 호흡기 쪽의 문제 때문. "요즘 매일마다 치료를 받고 있는데 별 차도는 없네요". 더욱 답답한 건 원인을 알 수 없다는 것. 보통 때는 그럭저럭 견딜 만 하지만 훈련하고 난 후에는 증상이 더욱 심해진다고. 그러나 연습을 거를 수도 없는 노릇. 올림픽은 점점 다가오고, 마음은 갈수록 초조해지지만 뚜렷한 대책이 없어 그저 답답할 뿐이다.

엘 게루지는 모로코가 낳은 세계적인 육상스타다. 현재 남자 1,500m 세계기록(3분26초00) 보유자로, 세계선수권 1,500m 4연패를 달성했고, 96년 올림픽 이후 1,500m에서는 83차례의 레이스 중 딱 2번 패했다. 하지만 7월 초 로마에서 열린 골든리그 갈라에서 29연승 행진에 종지부가 찍혔다.

엘 게루지는 이 대회에서 1위 라시드 람지(바레인)에 2초 이상 뒤진 3분32초64의 저조한 기록으로 8위에 그쳤다. 4년 동안 패배를 몰랐던 엘 게루지는 충격을 먹었는지 시합이 끝난 후 말없이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경기가 열린 로마 올림픽스타디움은 98년, 자신이 세계최고기록을 세웠던 바로 그 장소라서 더욱 마음이 쓰렸다. '철옹성' 누르딘 모르셀리(알제리)으로부터 세계 1인자 자리를 물려받았던 그가 이제는 모르셀리의 입장이 된 것이다.

비록 29연승 행진에 제동이 걸렸지만, 올 시즌 성적(기록 상 랭킹 8위)도 기대 이하지만 엘 게루지는 여전히 올림픽 1,500m의 유력한 우승후보다. "아테네 대회는 나에게 마지막 올림픽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 기회를 절대로 놓치고 싶지 않다". 그가 이토록 올림픽에 강한 애착을 보이는 이유는 올림픽 챔피언이 되고 싶은 소망 때문이다. '중거리 제왕'으로 불리는 그이지만 이상하게도 올림픽과는 인연이 없었다. 96년 올림픽 때는 상대 선수 발에 걸려 넘어졌고, 2000년 올림픽 때는 무명의 노아 게니(케냐)에게 발목이 잡혔었다.

올림픽에서 은메달만 2개. 남한테 지는 게 익숙지 않은 엘 게루지에게 2등은 낯선 숫자 였다. 자신이 한없이 원망스럽고, 자존심도 많이 상했다. 하지만 모로코 국민들은 은메달에 그친 그를 따뜻하게 맞아주었다. 96년 애틀랜타 올림픽 폐막 후 모로코의 국왕 하산 2세(작고)는 왕실 전용기를 보내 엘 게루지를 픽업했고, 그가 아킬레스건 부상을 당하자 왕실 주치의가 직접 치료하도록 조치했다.

"트랙을 사랑하고, 스타디움에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좋다"는 엘 게루지. 그는 또 말한다. "고통스러운 훈련을 극복했을 때의 희열, 이 기분을 적어도 2~3년은 더 느끼고 싶어요". 모로코 최고의 스포츠 영웅, 엘 게루지의 세 번째 도전이 어떤 결실을 맺을 지 궁금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혈기왕성했던 20대 청년은 어느덧 불혹을 바라보는 중년의 아저씨가 됐다. 스포츠팬들의 가슴을 벌렁벌렁 거리게 했던 '미소년' 같은 이미지는 세월과 함께 사라졌다. 하지만 창 던지기 선수 같지 않은 날씬한 몸매와 거뭇거뭇한 턱수염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 거기다 오랫동안 세계정상을 지켜온 베테랑답게 얼굴에서 부드러운 미소와 여유로움이 보기 좋게 녹아있다. 바로 체코가 낳은 스포츠 영웅, 얀 젤레즈니(38) 얘기다.

아마도 젤레즈니가 아테네 올림픽에 출전한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의 반응은 대부분 비슷했을 것이다. '아, 도대체 언제적 젤레즈니란 말인가'. 기자가 중학교 다닐 때 봤던 선수가 사회인이 된 지금까지 세계를 주름잡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고 신기하다.

얼마전 미국의 육상스타 게일 디버스가 올림픽에 5회 연속 출전하게 됐다는 소식이 전 세계로 전해졌다. 그런데 소리 소문 없이 5번째 올림픽 메달 사냥에 나서는 선수가 또 있다. 1988년 서울 올림픽에 첫 선을 보인 젤레즈니는 5회(아테네 올림픽 포함)의 올림픽에 빠짐없이 참가했다. 혹시 '개근상' 운운하는 사람이 있을 것 같은데 모르는 소리. 성적도 '우등상'감 이었다.

젤레즈니는 4번의 올림픽에서 금3, 은메달 1개를 따냈다. 이것은 올림픽 창 던지기 역사상 전무후무한 기록. 88년 서울 올림픽에서는 타피오 코듀스(핀란드)에 16cm 뒤져 2위에 그쳤지만, 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부터 3회 연속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젤레즈니는 96, 2000년 올림픽 때는 출전 선수 중 체중(77kg)이 가장 가벼웠다. 하지만 불리한 신체조건을 특유의 순발력과 집중력, 그리고 노련미로 커버했다.

그렇다면 젤레즈니의 선수생활은 늘 평탄대로를 달렸을까.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다. 창 던지기 선수는 어깨부상을 늘 달고 살지만 98년에는 운동을 중단해야 될 만큼 심했다. 그러나 이름(젤레즈니는 체코말로 '철'이라는 뜻) 덕분일까. '철인'답게 99세계선수권에서 동메달을 따며 당당히 재기했다.

창 던지기 세계기록(98.48m)을 보유하고 있는 젤레즈니. 냉정하게 보면 올림픽 4연패가 그다지 쉽지는 않을 듯싶다. 올 시즌 최고기록(87.73m)을 세운 알렉산더 이바노프(러시아) 등 신예들의 기세가 무섭다. 반면 젤레즈니의 올해 최고기록은 이바노프에 1.61m이나 뒤져 있다.

그는 더 이상 세계챔피언도, 세게랭킹 1위도 아니다. 그러나 여전히 가장 유력한 금메달 후보다. 왜냐하면 젤레즈니는 실력과 운이 동시에 따라줘야 하는 올림픽에서 벌써 3개의 금메달을 따냈으니까. '니케'(승리의 신)가 젤레즈니의 간절한 염원을 들어줄 지 궁금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후 명예롭게 은퇴하겠다".

아테네 올림픽 배드민턴 여자단식에 출전하는 32명의 명단이 발표됐다. 중국 여자단식 3인방(공 루이나, 장 닝, 조우 미) 중 맏언니인 장 닝(29)은 2번 시드를 받았다. 중국 배드민턴 대표팀에서 최고참인 장 닝의 각오는 남다르다. 이번 대회는, 그녀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딸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기 때문이다.

장 닝은 대표적인 늦깎이 스타다. 그녀는 95년 무렵 세계무대에 혜성처럼 등장했다. 하지만 성장속도는 기대에 못 미쳤다. '뉴 페이스'로 각광 받았지만 예 자오잉, 공지차오 등 쟁쟁한 선배들의 그늘을 좀처럼 벗어나지 못했다. 선수층이 워낙 두꺼운 중국인지라 오성홍 마크를 달고 국제대회에 한 번 나가는 것도 쉽지 않았다.

이내 슬럼프가 찾아왔다. 사방을 둘러봐도 돌파구는 보이지 않았다. 세계랭킹도 20위권 밖으로 뚝 떨어졌다. 촉망 받는 유망주였던 그녀는 평범한 선수로 전락했다. 사람들은 더 이상 그녀의 이름을 부르지 않았고,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도 그녀를 비껴갔다. 장 닝은 그렇게 잊혀져 갔다.

그러나 잔뜩 웅크려있던 장 닝은 2001년 멋지게 비상한다. 부활의 신호탄이 된 대회는 그해 8월 열린 싱가포르오픈. 그녀는 결승에서 팀 동료 다이 윤을 이기고 우승을 차지했다. 한 번 탄력 받기 시작하니까 그 다음부터는 거칠 게 없었다. 같은 해 아시아선수권에서도 왕 첸(홍콩)을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세계 챔피언 자리를 향해 '느리지만 꾸준히' 다가간 장 닝은 이제 세계에서 1~2위에 손꼽히는 배드민턴 여왕으로 자리매김 했다.

한국팬들도 장 닝 이라는 이름이 낯설지 않을 것이다. 그녀는 코리아오픈에서 2차례((2002, 2004년) 우승했다. 그녀의 장점은 큰 키(175cm)에서 내리꽂는 스매싱과 노련한 게임운영 능력. 올해 대회 결승에서는 한국의 전재연을 꺾고 우승하는 바람에 한국 관중들의 미움을 사기도 했지만 시원시원한 플레이로 많은 박수를 받았다. 지난해 4개 대회에서 패권을 안았던 장 닝의 페이스는 올 들어 더욱 좋다. 올해 출전한 6개 대회 중 우승만 3차례. 나머지 3번도 모두 준결승까지 올랐다. 특히 올림픽 전초전이나 다름없는 말레이시아오픈(6월 29일)에서 팀 동료 조우 미를 꺾고 우승해 올림픽 금메달에 대한 꿈을 한껏 부풀렸다.

장 닝이 아테네 올림픽의 유력한 우승후보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넘어야 할 산도 만만치 않다. 예선전은 가뿐하게 통과할 것으로 보이지만 준결승부터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형국이다. 가장 두려운 상대는 조우 미와 공 루이나(이상 중국). 두 선수는 볼 잘 치고, 귀여운 팀 동료들이지만 중요한 순간마다 그녀의 발목을 잡는 얄미운(?) 후배들이기도 하다.

'노장' 장 닝이 아테네 올림픽에서 '금빛 스매싱'을 날릴 수 있을까. 그 답은 8월 19일에 알 수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자고 일어나면 세계신기록'. 이미 눈치 챈 사람도 있겠지만 바로 육상 여자장대높이뛰기를 두고 하는 말이다. 역사는 오래되지 않았지만 여자장대높이뛰기의 기록경신 속도는 실로 놀라운 수준이다. 너무 세계기록이 자주 나와서 일까. 세계기록 세웠다는 말을 들어도 별 감흥이 없을 정도다.

현재 여자장대높이뛰기는 일명 '미녀 삼총사'가 좌지우지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주인공은 '러시아 듀오' 스베틀라나 페오파노바(24), 옐레나 이신바예바(22) 그리고 미국의 스테이시 드래길라(33)다. 이들은 '여자 부브카' 자리에 오르기 위해 치열한 3파전을 벌이고 있는데, 덕분에 세계기록도 양산되고 있다. 최근 여자장대높이뛰기가 육상 인기종목으로 급부상한 이유다.

2002년부터 '빅3'를 형성해온 세 사람 중 '누가 더 낫다'고 콕 집어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페오파노바가 두 사람보다 반 발짝 정도 앞서있는 상황이다. 그녀는 현 세계기록 보유자. 7월 4일 그리스 헤라클리온에서 열린 국제육상연맹(IAAF) 슈퍼그랑프리대회에서 4m88을 뛰어넘어 1주일 전 이신바예바가 세웠던 기록(4m87)을 1cm 끌어올렸다. "나와 이신바예바, 드래길라에 의해 4m80벽도 곧 깨질 것이다. 우리는 그런 잠재력이 충분하다". 세계기록을 세운 뒤 페오파노바가 했던 말이다.

또한 7월 17일 마드리드 슈퍼그랑프리에서도 4m80을 훌쩍 넘었다. 비록 세계기록은 세우지 못했지만 꾸준히 4m80대를 유지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었다. 덕분에 그녀는 이신바예바에게 빼앗겼던 세계랭킹(7월 20일 발표) 넘버 원을 탈환했다. 올림픽을 코 앞에 둔 지금, 경쟁자들을 간발의 차로 앞서고 있어서 인지 페오파노바는 그 어느 때보다 자신감으로 넘쳐난다.

각종 대회에서 숱하게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페오파노바지만 아직 올림픽 메달은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여자장대높이뛰기는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때 처음 정식종목이 됐기 때문이다. 당시 금메달리스트는 드래길라였다. 선수라면 누구나 올림픽 금메달이 탐나겠지만 페오파노바는 특히 더 그렇다. 그녀는 현 유럽선수권 챔피언이자 세계선수권자. 올림픽에서 우승해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하고, 진정한 챔피언으로 인정 받겠다는 각오다.

페오파노바의 세계기록에 불과 1cm 뒤져 있는 '미녀스타' 이신바예바, 6월 체코에서 열린 슈퍼그랑프리스파이크대회에서 4m83을 뛰어넘어 건재를 과시한 '노장스타' 드래길라 그리고 페오파노바. 아테네 올림픽에서 가장 높이 나는 새는 누구일까. 미리 점쳐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