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 - 정보라 연작소설집
정보라 지음 / 래빗홀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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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라 작가의 연작 소설집 " 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 " 가 출간되었는데

책을 읽기에 앞서서 작가의 인터뷰와 에세이 등이 실린 앙증맞은 크기의

미니북을 먼저 읽어보게 되었다.


정보라 작가의 삶과 문학 세계를 좀 더 자세하고 폭넓게 들여다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미니북은 대단히 좋은 경험이었다. 우선 그녀의 인터뷰를 통해서 느낄 수 있었던 건 소설가이기 전에 학생들을 사랑하고 수업을 좋아하는 훌륭한 선생님이었다는 점!


그녀가 여성 신문을 통해 남긴 "정보라의 월간 데모" 속 글들을 통해서는

세상을 보다 좋은 쪽으로 변화시키기 위해서, 말과 글로만 떠드는 게 아니라

실제로 데모에 나서서 투쟁하는 투사라는 점도 알 수 있었다.


얼마 전에 읽은 "고통에 관하여"라는 책을 통해서 정보라 작가가 존재의 고통에 대해서 참지 않는 예민한 감수성의 소유자라는 생각은 하긴 했는데 실제로 그녀는 그러했다!!


미니북에는 [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 중에서 "문어"라는 제목의 이야기가 짧게 실려있는데, 강사들의 권리 향상을 위해서 데모하고 투쟁하는 사람들 앞에 떡하니 외계 생물체 문어가 모습을 드러낸다. 그러다 식탐 대마왕인 노조 위원장에게 문어가 먹히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아주 익살스럽게 그려냈다.


이 이야기도 재미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개복치]라는 단편을 꼭 읽어보고 싶다. 굉장히 소심하고 약한 멘탈의 소유자로 알려진 개복치 어종. 그녀가 단편 속에서 그려낼 개복치는 어떤 모습일지 굉장히 궁금하다. 평소에 내가 스스로 개복치스러운 인간이라 생각하면서 살아왔기 때문인 것 같다.


이 미니북을 읽고 난 뒤에 정보라 작가가 한 100배 더 좋아진 것 같다.

불의를 참지 않는 씩씩한 투사를 발견했다고나 할까? 생각과 삶이 일치하는 생활인을 본 것 같기도 하다. 한마디로 앙증맞지만 내용은 꽉 찬 미니북을 읽어서 좋았다!!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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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뇌 변호사 NEON SIGN 3
신조하 지음 / 네오픽션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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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인간의 장기를 하나씩 교체한다면 어디까지 인간으로 볼 수 있을까,

따위의 오래된 SF 질문을 매우 좋아합니다. 안드로이드가 인간의 기억을

갖고 있다면 그 기억의 원 소유주로 간주할 수 있는가 ."

-- 작가의 말 중에서 --

소설 [무뇌 변호사]에 단번에 끌린 이유가 있었다. 로봇 이야기를 하지만 결국엔

인간을 이야기하는 소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A.I. 이라는 새로운 존재를 통해

도대체 "인간" 이 무엇인가? 하는 질문을 하고 있는 듯 하다. 끊임없이 우리를

분석하고 고민하는게 인간인가보다.

주인공 무뇌 변호사는 실리콘 뇌를 이식받은 일종의 사이보그형 인간이다.

본인의 정체성이 흔들릴 수 밖에 없는 처지이다. 그가 속한 변호사 사무실에는

팔다리를 기계로 교체한 대표 변호사와 안드로이드 법률 보조원이 있기에

안드로이드나 인공 지능이 관련된 범죄 사건들이 종종 들어온다.

실리콘 뇌의 장점은 많은 데이터를 한꺼번에 분석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기계들의 전기 신호나 사람들의 속마음을 알아챌 수 있는 민감한

촉수가 있다는 점. 그는 이 장점을 십분 발휘하여 가망없다고

여겨지는 사건에서도 승리를 이끌어낸다. 한마다로 통쾌하다는 말씀!!

역사가 증명하고 있는 것처럼 인간은 자꾸 나누고 차별한다.

이 소설에서도 인간의 편리를 위해 만들어진 안드로이드와 인공 지능은

약간의 잘못과 오류에도 곧바로 폐기처분될 위기에 처하게 된다.

아무런 권리를 보장받을 수 없는 "로봇" 이기에 "약자"일 수 밖에 없는

이들을 집요하게, 온갖 수를 다 써서라도 변호하는 주인공이 멋있을 수 밖에.

SF소설의 상상력과 범죄 미스터리의 날카로운 추리가 만나서

진짜 신선하고 새로운 소설이 탄생했다는 느낌이다.

감정을 섞지 않은 채 변호에 임하지만 참으로 인간적인 "무뇌 변호사"와

사사로운 감정을 사용할리 없는 기계임에도 불구하고

인간보다 더 인간적이라고 느껴지는 인공 지능과 안드로이드들이 등장.

매력 만점이다.

희한하게도 영화 A.I. 나 블레이드 러너 등의 로봇을 주인공으로 하는

영화를 보면서 깊은 절망감과 슬픔을 느꼈는데, 가볍게 생각했던

이 소설을 통해서도 그와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

감정없는 기계에서 흘러나온 "사랑" 비스무리한 것을 보면서

진정한 사랑은 인간의 "감정" 보다는 "이성"에서 나오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문득 해봤다. 개인적으로 정말 재미있는 소설이다!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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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빛 창창
설재인 지음 / 밝은세상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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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는 우리가 온전히 뭉개지지 않고 이 시간을 통과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 "

썼다 하면 히트작을 만들어내는 스타 드라마 작가인 곽문영의 딸이라서 괴로운 백수 청년 곽용호. 태몽으로 호랑이와 용 꿈을 꿨다 해서 엄마는 그녀에게 거창한 "용호"라는 이름을 지어줬지만 남들 다 하는 취업도 못해서 빌빌거리는 용호. 곽문영 여사가 이룬 성공 덕분에 편하게 살고 있긴 하지만, 자신에게는 관심이 하나도 없고 일 밖에 모르는 엄마가 밉고 원망스럽기만 하다.

그러던 어느 날 마치 연기처럼 곽문영 작가가 사라진다. 작가의 작품에 생명줄이 달려있는 오혜진 PD는 발을 동동 구르다 못해 딸인 곽용호에게 대신 드라마 대본을 써달라고 애걸복걸하고, 고심 끝에 같은 문학 동아리 출신인 전 애인 장현과 짜고 본격적으로 사기극을 펼치게 되는 용호...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별빛 창창]을 읽다 보니, 문득 한동안 백수였던 젊은 시절이 떠올랐다. 그 누구에게도 인정받지 못하고

거친 세상에서 내 자리를 찾기 위해 발버둥 쳤던 나날들... 엄마의 실종이 어쩌면 곽용호에게는 절호의 찬스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 엄마에 그 딸이라고, 용호와 장현이 끙끙대며 쓴 드라마가 공전의 히트를 치게 되면서 용호가 얼렁뚱땅 성공을 거두며 비로소 성장하는 스토리가 아닐까? 생각했는데... 그런데....

곽용호의 모험기, 성장기를 그린 소설이 맞긴 맞다. 다만 좀 더 가슴 찡한 이야기가 담겨 있을 뿐. 갑작스러운 엄마의 실종을 겪게 되면서 이어지는 수색작업과 드러나는 진실.... 그리고 용호의 성장. 생각지도 못했던 눈물이 핑 도는 드라마가 현실에서 펼쳐진다. 집에서 온갖 궂은일을 다 하고 살지만 제대로 대접받지 못한 채, 그렇게, 가구처럼 늙어가는 사람들 평생 퍼주기만 하고 죄책감을 느끼며 살다가 기억을 잃어가는 사람들... 우리의 엄마들이 그렇게 살고 있었다.

솔직히 말해서 소설의 한 2분의 1은 투덜거리며 읽었던 것 같다. 본격적인 이야기가 등장하기 전 서론이 다소 길었고, 기대했었던 용호의 이름과 관련된 태몽이 글 전체의 맥락과 큰 관련이 없는 것 같아서 실망.

그리고 성공에만 집착할 뿐 딸에게 소홀한 엄마에 대한 주인공 용호의 푸념과 투덜거림이 지겨워질 때쯤...

마음이 "쿵" 하고 내려앉다가 슬픔으로 촉촉해지는 것을 느꼈다. 이때부터는 일사천리로 읽어 내려갔다.

우리는 얼마나 서로를 이해하며 살고 있을까? 가족이라도 서로에게 등을 돌린 채 외로워하며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 설재인 작가의 책이 좋았던 이유는, 아마도 다툼과 갈등 속에서 화해와 희망이 엿보이는 이야기를 만들어내기 때문인 듯하다. 또한, 그녀의 이야기 속에는 매우 단단하고 확고한 여성 연대의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좌충우돌 끝에 엄마를 비로소 이해하게 되는 곽용호는 자신과 같은 나이인 스물아홉 살 젊은 시절의 엄마 곽문영을 만나면서 진정으로 깨닫는다.

우리가 내딛는 길이 어둡고 힘들어 보일지라도 하늘에는 찬란한 별들이 빛나고 있음을.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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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 로봇 닥터 네오픽션 ON시리즈 18
윤여경.정지훈 지음 / 네오픽션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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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봇을 동료처럼 신뢰하는 건 어리석은 짓일까? "

첨단 기술의 발전이 급속도로 이루어지는 이때, 인공지능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입장이 갈리고 있는 듯하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삶을 보다 좋게 바꿔놓을 거란 희망찬 시선과 인공지능이 우리의 생존을 크게 위협할 것이라는 우려 섞인 시선. 이 책 [응급실 로봇 닥터]는 인간인 수호와 로봇인 로사와의 조화로운 공존을 보여주며 우리에게 보다 밝은 미래의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어릴 적 몸이 약했던 수호. 수호의 아버지인 로봇 공학자 정도원 박사는 수호가 커서 의사가 되길 바란다.

그는 의사가 된 수호를 여러모로 도와줄 로봇 의사를 발명할 생각으로 로사라는 인공지능을 만들게 된다.

로사는 단지 명령어를 수행하기만 하는 다른 로봇과는 달리 수집된 데이터를 분석하여 스스로 판단과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일종의 생성형 A.I.이다.

로사를 시작으로 여러 분야에서 활약할 로봇들을 만드는 정도원 박사. 그러나 해킹 공격과 프로그램의 오류로 인해 인간을 해치는 로봇들이 생기면서 이들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이 굉장히 싸늘해진다. 피해가 막심해진 기업들은 로봇을 해체하여 부품을 판매하는 지경에 다다르게 되고, 사태 수습을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니던 도원과 유진 부부는 갑작스러운 사고로 사망하게 되는데....

소설 [응급실 로봇 닥터]는 인공지능 기술에 대한 매우 정확한 지식을 바탕으로 앞으로 우리가 현실에서 맞닥뜨리게 될 여러 문제들을 보여준다. 사실 기계 그 자체로서의 로봇은 큰 위협이 되지 않을지 모르겠지만, 로사처럼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 내릴 수 있는 인공지능에 대한 사람들의 두려움은 꽤 클 수 있다. 혹시라도 그들이 잘못된 판단을 내리거나 하면

인간의 생존 자체를 뒤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나 인간의 몸을 다루는 일을 하는 로봇 의사인 로사에게 사람들의 분노나 공격이 가해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 [응급실 로봇 닥터]의 내용은 굉장히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가끔 읽는 SF 소설들이 허무맹랑하게 여겨질 때가 많았는데, 이 책은 안드로이드가 실제로 우리 일상에 보급될 경우 일어날 수 있을 만한 많은 경우의 수와 동시에 거기에 대처할 만한 훌륭한 해결책도 동시에 제시하고 있다. 로봇과 함께 할 미래가 대세인 것 같고, 우리가 그 큰 흐름을 거스를 수 없다면 다가올 미래에 대한 여러 가능성을 상상해보는 것은 필수적 과제인 듯하다. 인간과의 소통을 즐기는 로봇, 로사를 직접 만난 것 같은 착각이 들게 만들었던 소설 [응급실 로봇 닥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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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추리문학상 황금펜상 수상작품집 : 2023 제17회
박소해 / 나비클럽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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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일의 추리 문학 상인 제17회 황금펜상 수상 작품집을 읽었다. 최우수상을 받은 박소해 작가의 [해녀의 아들]을 비롯하여 총 7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나처럼 장르 ( 특히 추, 미, 쓰)를 좋아하는 독자의 입장에선 너무나 소중한 상이다. 그래서인지 작품들 하나하나가 보물처럼 다가왔다. [해녀의 아들]은 상당히 독특하게 읽혔다. 제주도 방언을 그대로 사용한 점과 제주도 4.3 사건이라는 비극이 추리라는 장르 속으로 잘 녹아들었다는 점에서 흥미로웠다. 다 읽고 나서도 오랫동안 여운이 남고 먹먹했던 소설이다.

김영민 작가의 [40피트 건물 괴사건]과 홍정기 작가의 [팔각관의 비밀]은 정통 추리물에서 쓰는 복잡한 트릭과 소름 돋는 반전의 결말이라는 점에서 매력만점이었고, 서미애 작가의 [죽일 생각은 없었어]는 마치 어두운 숲속에서 먹잇감을 노리고 있는 포식자의 서늘한 눈빛이 느껴지는 듯한 스릴러라는 점에서 흥미로웠다. 독초를 심던 할머니의 DNA가 고스란히 손녀에게 전해지면서 독하디 독한 여성 빌런이 탄생한다. 홍선주 작가의 [연모]는 사이코패스들의 연애 혹은 밀당 이야기인데, 로맨틱한 사랑 이야기가 매우 치밀하고 정교한 작전으로 재탄생한 것 같아서 재미있었다.

죽음의 냄새를 진하게 풍기는 여실지 작가의 작품 [꽃은 알고 있다]는 히치콕 감독의 영화 [사이코]를 읽는 것 마냥 서스펜스가 느껴졌고 송시우 작가의 [알렉산드리아의 겨울]은 예전에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아동 상대 범죄를 다루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굉장히 치밀하고 완성도가 높다고 느껴진 작품이다. 범인의 거짓을 꿰뚫어 보고 아주 집요하고 꾸준하게 파고들어가는 수사관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달까? 작가가 작품을 쓰기에 앞서서 배경 조사를 많이 한 것으로 보였다.

최우수상을 받은 박소해 작가의 [해녀의 아들]에 대해서 조금 더 이야기를 덧붙이자면, 자칫 사고로 끝날 뻔한 사건을 해결해 내는 형사의 활약이 돋보이는 이야기였다는 점과 잊어서는 안 될 우리 역사의 비극적인 한 부분이 재조명된다는 점에서 좋았다. 책을 읽고 나니 제주 4.3. 사건에 대해서 왜 공교육에서 심도 있게 다루어지지 않는지가 심히 궁금했다. 이 소설이 굉장히 슬프고 먹먹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엄청난 비극임에도 불구하고 아마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반성하지 않는다는 점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독자들에게 생각할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훌륭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장르문학상이 더 많이 생겨서 이 [황금펜상 수상작품집]에 나오는 7편의 작품과 같이 우수한 작품들을 많이 만나볼 수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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