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내가 최애를 죽이기까지
사쿠라이 치히메 지음, 김지혜 옮김 / 하빌리스 / 2026년 4월
평점 :
사랑은 언젠가는 변한다. 나의 최애를 향한
해바라기 같던 사랑도 세월이 흐르고 현실에 치이다 보면
어느새 식어있기도 하다. 그러나 <내가 최애를 죽이기까지>는
식을 시간조차 갖지 못했던 뜨거운 사랑이 어느덧
살의로 변해버린 이야기이다.
주인공 쇼지 하나코는 아이돌 그룹 백 나우의
멤버 이사미를 과하다 싶을 정도로 좋아하고 집착한다.
반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늘 겉도는 쇼지.
그런 그녀에게 현실보다 자신의 최애인 이사미가
훨씬 더 중요한 것은 당연한 것.
그러던 어느 날 쇼지에게 요후네라는 남학생이
다가온다. 요후네는 자신도 이사미의 팬이라고 했지만
이는 그저 쇼지와 이성적으로 가까워지기 위해서 요후네가
생각해낸 계략일 뿐. 어쨌든 이사미라는 공통분모가 생긴
둘은 함께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게 되는데...
작가 사쿠라이 치히메는 이 책을 통해서
‘인간의 파괴적인 심리’를 정말 잘 그려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에게 심리적, 신체적 학대를
당해온 소년 요후네와 사업에만 관심이 있고 딸을
마치 가사도우미처럼 부려먹는 엄마를 둔 쇼지.
이들에게는 힘들 때, 미래가 막막할 때,
혹은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질 때, 곁에
있어주면서 용기를 주고 성장을 도와줄 부모와 가족이
아예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학교에서는 함께 공부도 하고 삶을
나눌 만한 친구도 이들에게는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항상 겉돌았던 쇼지나 중학교 내내 왕따를 당했던
요후네.. 보이지 않는 미래, 죽는 게 오히려 나을
듯한 현실.. 막막함은 절망과 파괴 본능으로 바뀌고 만다.
머릿속에서 늘 이상화된 이미지로 남아있던
이사미가 여러 건의 불미스러운 사건을 일으키자
도저히 용서할 수 없었던 쇼지의 마음속에 일어나는
위험한 생각.
“아름답지 않은 최애 따위 필요 없어.
죽어 버려.”
이런 측면에서 봤을 때, 잘나가는 아이돌인
아사미가 여러 불미스러운 일을 일으킨 것도 어쩌면
어릴 적 보육원에서 자랄 수밖에 없던 성장 경험이
많이 작용한 것처럼 보였다. 심리적 결핍이란 것은
인생을 살아나감에 있어서 커다란 장애물이 된다.
책 <내가 최애를 죽이기까지>는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재미있었다. 광신도를 연상하게 만드는
맹목적인 사랑과 약한 존재를 파괴하고픈, 통제할 수
없는 공격성 그리고 미래를 기약할 수 없는 깊은 절망감
등등이 잘 묘사된다.
작가가 불안이나 절망 등 인간의 어두운 심리를
많이 연구했거나 잘 알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내면에만 머무르던 부정적인 심리의 씨앗이
어떻게 현실의 범죄 사건으로 구체화되는지도
아주 설득력 있게 잘 그려낸다.
하늘에 닿을 정도로 이상화되었던 사랑이
어떻게 추락하고 살의로까지 변하게 되는지를
섬뜩하리만치 잘 보여주는 책 <내가 최애를 죽이기까지>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