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열
아키요시 리카코 지음, 김현화 옮김 / 마시멜로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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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편의 복수를 위해 얼굴을 고치고 살인자의 아내가 되었다 ”

“ 나는 지옥에 있는 걸까, 천국에 있는 걸까

사실 너무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는 말이 있듯이 여자는 약하지만 마음에 복수라는 칼을 품은 여자는 그 누구보다 무서워질 수 있다. ( 영화 킬빌에 나오는 우마 서먼처럼,,, 피가 낭자하지만 정말 볼만한 영화임 )

이 책에도 폭주하는 복수 기차에 올라탄 여인이 있었으니 그 이름은 히데오의 아내 에리이다. 의사인 히데오와 꽁냥꽁냥 행복한 결혼 생활을 보내고 있는 듯한 그녀는 사실 히데오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서 거짓으로 사랑을 연기하고 히데오와의 결혼에 골인한 사키코라는 인물이다. 에리, 아니 사키코라는 이 여자는 계속 현 남편을 어떻게 죽여야 속이 시원할지를 고민하고 있다.


도대체 그녀의 사연은 무엇이고 히데오의 죄는 무엇인가?

그가 욕조에 들어가 있을 떄 드라이기를 물에 빠뜨릴까?

음식에 독을 탈까?

자고 있는 동안에 칼로 찔러 죽일까?


어릴 적에 엄마를 잃고 이후 아버지마저 교통사고로 하늘나라로 보낸 외로운 사키코.

그녀는 고모집에 얹혀 살지만 부담이 되지 않기 위해서 중학생때부터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힘들게 삶을 살아간다. 그런 그녀 앞에 자신의 처지와 비슷한 소년 다다토키가 나타나고 그들은 서로 운명이라 믿으며 그렇게 사랑으로 맺어진다. 결혼을 한 후 한 제약회사에 취직했던 다다토키는, 그러나, 어느 빌라에서 추락사한채 발견되고

다다토키가 죽은 현장에서 히데오라는 이름의 남자가 발견된다.


알고 보니, 다다토키는 회사 사정이 안 좋아져서 이미 6개월 전에 퇴사를 한 상태였고

그가 머무르던 빌라에서는 그가 그동안 남들에게 사기를 져질러왔다는 정황이 드러난다.

다다토키가 사기를 저지르다니,, 믿을 순 없었지만 투자 정보가 실려있는 여러 유인물과

퇴사했음에도 불구하고 꼬박꼬박 월급을 가지고 왔던 예전의 다다토키의 모습에서

사키코는 그가 사실은 여러 사람들에게 사기를 쳐서 집으로 돈을 가져왔음을 알게 되었고

결국 다다토키에게 사기를 당한 여러 사람들 중 액수가 가장 높았던 구보카와치 히데오가

분을 못참고 다다토키를 베란다에서 밀어버린 것이란 결론을 내린다.

그러나 하늘이 무심하게도 히데오가 다다토키를 죽였다는 결정적인 증거는 끝끝내 나타나지 않았고 다다토키가 자살한 것으로 수사는 종결되고 만다. 유일하게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사키코는 더 이상 삶의 희망을 잃고 에리라는 여성과 함께 밀폐된 텐트에서 연탄불을 피워 자살을 시도하지만 텐트 위에 나뭇가지가 떨어지면서 구멍이 생기는 바람에 살아남는다. 이때 그녀는 생각의 전환을 시도한다. 새로운 인생을 살기로. 증거가 없어서 범인을 잡진 못했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죽인 범인을 자신의 손으로 처단하고 말겠다고.

그녀는 에리의 신분증과 소지품을 손에 넣고 주먹을 꼭 쥔다. 반드시 살아남아 끝까지 복수한다고 생각하며.


네 인생을 대신 살아도 될까? 기회를 얻고 싶어.

그 남자의 죄를 폭로하고 싶어.

우리나라에서는 [ 성모 ] 라는 작품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는 저자 아키요시 리카코.

어마어마한 반전이 큰 매력이었다는 [ 성모 ] 만큼이나 이 작품에도 그에 못지 않은 강렬한 반전이 있다. 불교에서 흔히들 이야기하는 인연법이라는 법칙이 이 소설에서 묘하게 작용하고 있다. 사키코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정말 아무것도...

흔히들 이야기하길 뭔가에 씌이면 " 맹목적 " 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그냥 다다토키에 대한 복수에 씌이는 바람에 " 맹목적 " 으로 그쪽으로만 내달린 그녀 사키코. 책이 거의 끝나갈 무렵에 드러나는 진실은 인간은 선과 악을 동시에 지니고 있는 양면적이고 복잡한 존재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예측가능한 반전이 아니라서 더욱 더 재미있었던 작품 [ 작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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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T TAROT 공식 한국판 - 타로카드 78장 & 한글 가이드북
줄리아 스마일리 지음, 메건 린 코트 그림, 송민경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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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운명을 점치는 막중한 임무를 띄고 있다기에는 너무나 귀여운 모습의 타로 카드가 왔습니다. 그 이름은 캣 타로. 첨에 택배를 뜯어본 순간 이거 뭔가 잘못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어요. 왜냐하면 책이 없었기 때문이죠. 예전에 타로 카드를 좀 다뤄본 제 경험상 타로 카드는 항상 안내서와 함께 하기 때문에 카드 한 상자만 달랑 온 것 같아서 심히 당황했답니다. 그런데 상자 뚜껑을 열어보니 딱 상자 크기의 조그만 안내서가 뙇! 등장했어요. 심하게 작은 크기라서 설명이 잘 되어있을지 의심했는데 알찬 설명이 잘 적혀있었습니다.






우리 코난이도 관심을 가지더군요. 거대 고양이가 나타났다!!

어쨌든 메이저 카드부터 마이너 카드까지 꼼꼼하게 설명이 잘 되어 있는 것을 보고 안심했답니다. 그래서 이제는 카드 하나하나를 구경해보기로 했지요. 우선 메이저 아르카나입니다. 예쁘고 아름답고 귀여운 고양이들을 주인공으로 해서 0번 바보카드부터 21번 세계카드까지 정말 완성도 있게 그려진 카드들이에요. 정말 예뻐서 쓰기에는 아까운 정도라고나 할까요?








마이너 아르카나도 컵, 완드, 동전, 칼 등의 요소에 따라 잘 나뉘어져 있었고요.

사료 먹는 고양이, 놀이하는 고양이 이런 식으로 각 요소에 따라서 고양이의 행태로

잘 나뉘어져 있기 때문에 카드 구분하기가 어렵지 않았어요. 물론 카드에 각 요소들의 표식이 있는 것은 당연하구요. 카드를 기념으로 가지고 싶을 만큼 예쁘고 매력있기는 하지만 예전처럼 재미로 점을 쳐주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어요.




코로나로 인해서 친구도 잘 못 만나고 항상 가까이에 있는 게 남편이다 보니까

남편을 주인공으로 과거- 현재- 미래를 점치는 3카드 배열법으로 그의 운명을 점치게

되었습니다. 가슴이 두근두근 거리더군요.... 그에게 발목잡혀있는 제 운명을 점치는 거나 마찬가지이지 않겠습니까? ㅋㅋㅋ





과거 카드로는 연인 카드가 나왔구요

( 지지고 볶았던 하찮은 연애 시절을 의미하는 것인가? )

현재 카드는 완드 9 가 나왔는데 편안하지만 고집세고 융통성 없다는 의미라는데

( 제 남편 성격이 그대로 나옴 ㅋㅋㅋ )

미래 카드는 비공개입니다 ㅋㅋㅋㅋㅋ

그런데 정말 맞는 카드가 나와서 저희 둘다 헉!! 했다니까요.

혹시나 타로 카드와 타로 카드 리딩에 관심이 있는 모든 회원분들께 추천하는

카드입니다. 고양이를 좋아하신다면 금상첨화라고 생각해요.

그림의 완성도가 그야말로 끝내주거든요.

지인에게 선물로 드려도 좋아하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내일은 친구를 초대해서 리딩을 봐줘야겠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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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집에 사는 네 여자
미우라 시온 지음, 이소담 옮김 / 살림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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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에겐 외로움의 지옥 말고 함께 하는 맛과

따스함과 사건이 있다 ”

[ 그 집에 사는 네 여자 ] 의 표지에는 갓파, 벚꽃, 밥 그리고 괴한의 마스크가 차례로 그려져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각 그림들이 뜻하는 바를 알게된다. 특히 맨 왼쪽에 있는 개구리 같은 모습의 " 갓파 " 는 물 속에 산다고 전해 내려오는 일본의 요괴인데 그의 존재는 이 소설에서 매우 중요하다.

얼굴을 보는 순간 쿡쿡 웃게 되는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으니 반드시 이 책을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이 책의 배경은 백오십평 가까이 되는 낡은 목조주택인 마키타가이고 주인공은 거기에 살고 있는 4명의 여성이다. 자수를 전문적으로 놓고 가르치는 주인공 사치, 그리고 그녀의 우아한 엄마 쓰루요 그리고 사치와 우연히 알게 되었지만 나이를 비롯, 소름끼치는 유사성 ( 나이와 특징없는 외모? ) 때문에 친해진 친구 유키노 그리고 유키노의 직장 동료인 다에미가 함께 살고 있다.

원래 유키노는 백합 빌라라는 이름도 옛날식인 정말 오래된 빌라에 살았지만 이웃에 살았던 할아버지가 욕조에서 돌아가시면서 일으킨 물홍수 때문에 자의반 타의반 빌라를 나오게 되었고, 오갈데 없던 유키노를 사치가 선뜻 받아준다. 그리고 게으르고 여자친구에게서 돈을 뜯어낼 궁리를 하던 전 남자친구와 이별 후 쭉 그에게서 스토킹을 당하던 다에미를 유키노가 마키타가로 데리고 오면서 4명의 여성이 함께 살게 된 것이다.







이 소설은 처음에는 4명의 여성들의 캐릭터와 그들의 소소한 사건들을 중심으로 흘러간다. 자수 전문 선생님인 사치는 집에서 수업을 열고 잘 외출하지 않기 때문에 그대로 고독사하지 않을까 염려하는 소심한 여성이고, 사치의 엄마 쓰루요는 TV 시청과 백화점 방문을 낙으로 살아가며 사치에 대해 별로 간섭하지 않는 자유로운 엄마이고, 사치의 친구 유키노는 생각과 행동이 재빠르고 과감한 독설가이며, 다에미는 구제불능 로맨티스트라 능력없고 불쌍해보이는 남자에게 끌리는 악취미를 갖고 있다.

그런데 이 소설에는 이 여성들 뿐 아니라 존재감이 대단한 캐릭터들이 깨알같은 재미를 선사한다. 우선 입주 고용인으로써 별채에 살면서 80평생 결혼도 안하고 사치와 쓰루요를 지켜주는 노인 야마다 이치로. 아버지의 얼굴을 모르는 사치는 그가 혹시 아버지가 아닐까? 의심해보지만 야마다씨에 대한 어머니의 관심은 거의 공기에 대한 관심이나 마찬가지이다.

" 야마다씨는 왜 결혼 안 했을까."

" 그걸 내가 어떻게 아니. 야다마 씨를 이 집에 들러붙은 지박령이나수호신이라고 생각해. 그냥 내버려두면 돼."

그 뿐 아니라 까마귀의 신과 같은 존재 젠푸쿠마루는 갑자기 소설에 등장하여 사치의 엄마 쓰루요와 아버지 간다의 젊은 시절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게 나름 재미가 쏠쏠한데, 치기어린 젊은 간다가 지적인 쓰루요의 마음에 들기 위해서 화염병을 던지는 장면을 보면 마치 흑백 로맨스 영화를 보는 듯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일본 설화 속에나 등장할 듯한 까마귀의 신이 인간의 러브스토리를 읊어준다는 사실이 대단히 일본스럽다고 할까? 고풍스럽다고 할까? 하여간 재미있었다.




개미같이 소소한 유머거리를 던져주던 이 소설은 막판에 " 갓파 " 미이라를 등장시키면서 그야말로 박장대소의 유머를 선사한다. 아버지의 가출 이후 40년 동안 들여다보지 않았던 아버지와 어머니의 방에 고이 모셔져있던 " 갓파 ". 일본 설화 속에 등장하는 그 미이라가 왜 그 방에 있었으며 굳이 유키노는 접근 금지의 아우라를 팍팍 풍기던 그 방을 왜 열어서 " 갓파 " 미이라를 끄집어내었다는 말인가?

하지만 이 소설의 빅 재미는 " 갓파 " 미이라와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을 놓쳐선 안된다. 반드시 읽어봐야할 부분이다. 소설책 앞부분에선 잔잔하게 흘러가던 소설이 급전환을 하면서 큰 사건이 터지고 모든 비밀이 흘러나온다. 이 부분을 보면서 죽음 이후의 세계에 대해 우리보다 일본이 더 평소에 생각을 많이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 그 집에 사는 네 여자 ] 는 끈끈하지는 않지만 일종의 느슨한 연대감으로 뭉친 여성들의 이야기이다. 부모님처럼 결혼이나 미래를 걱정하지는 않지만 물난리가 났을 때 방을 빌려주고 스토킹을 당할 때 경찰서에 함께 가주는 친구들의 이야기이다. 고독사하지 않을까 걱정할 때 옆에 와서 맥주를 함께 나누며 시시덕거릴 수 있는 친구, 그리고 연애에 소심한 친구를 위해 전시회 티켓을 쿡 찔러주는 친구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리고 다른 엄마처럼 챙겨주고 잔소리하진 않지만 딸의 존재를 보석처럼 여기는 어머니를 둔 한 여성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리고 이 책에 말미에는 주인공 사치를 그 누구보다도 사랑하는 또 한 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따뜻하고 웃음이 넘쳐나는 이 책을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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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의 문법 - 2020 우수출판콘텐츠 선정작
소준철 지음 / 푸른숲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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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용품을 수집하는 노인들이

그런 일과 생활을 하게 된 원인이 개인의 잘못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한 개인의 삶은 국가, 산업, 혹은 같은 동네 주민인

우리들의 영향을 받아 이루어진다

이 글은 도시연구자인 소준철 저자가 2015년부터 2019년까지 북아현동을 일대로 현장조사

작업한 데이터를 기초로 " 폐지 줍는 노인들 ( 특히 여성 노인 ) 의 일과 삶을 살펴 보는 과정 "

을 통해 우리 나라에 특정한 계층, 즉 가난한 노인이 생길 수 밖에 없는 구조를 찾으려고 시도한 책이다. 저자는 가난의 책임이 어디에 있다는 해답을 정확하게 내놓지는 않은 상태에서

오늘날 특정 계층에 있는 노인들을 둘러싼 우리 사회 구조의 취약점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가난에도 문법이 있다니... 상당히 무서운 말이 아닐 수 없다.

아무리 성실하게 일해도 목표를 성취하려고 노력하더라도

가난에도 벗어날 수 없다니... 젊은이들이 흔히들 말하는 흙수저와 금수저라는 사회의 시스템에

대한 자조섞인 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나이 들어서 편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은 누구에게나 있는 바램일텐데 가난을 벗어나는 문법은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 이 책에서는 " 45년생 윤영자 " 라는 가상의 여성 노인을 내세워서 " 폐지를 줍는 현장 " 을 보여주면서 그녀의 하루를 함께하고, 이 사회에서 미래에 대한 탄탄한 준비 없이 그냥 나이들어간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스스로에게 질문 던지게끔 한다.

“이제는 가난의 문법이 바뀌었다.

도시의 가난이란 설비도 갖춰지지 않은 누추한 주거지나 길 위에서 잠드는 비루한 외양의 사람들로만 비추어지지 않는다.

어느 날 강서구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작은 골목을 지나는데,

1km가 채 안 되는 거리에서 모두가 다른 편인, 재활용품 줍는 노인 무리를 보았다.

물론 그들이 함께 다는 건 아니었다.

그들은 경쟁 중이었고 갈림길에 다다르자 뿔뿔이 흩어졌다. 그때엔 몰랐지만,

고물은 먼저 발견한 사람의 차지가 되니까 남의 뒤를 따를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


길을 지나가다보면 리어카나 카트를 이용하여 폐지를 좁고 실어나르는 노인분들을 심심치 않게 보게된다. 사실은 보면서도 무심코 지나쳐 버리는 모습들인데, 여름에도 힘들텐데 요즘같은 겨울에는 얼마나 더 힘들지 참.. 심난한 모습이다.

부양해줄 자식은 없을까? 형편이 얼마나 좋지 않으면 저 연세에 폐지를 줍고 계실까? 등등의 개인적 차원의 질문만 해봤지 사회적 차원의 구조적 문제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 보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책 내용에 따르면, 현재의 노인들은 한국 전쟁의 생존자로써, 권위주의적인 사회 분위기 속에서 청년시절과 중년시절을 힘들게 보내야만 했다. 그리고 1997년 외환위기를 가장으로써 겪어야만 했고, 2007년 세계 금융위기 속에서 나이가 들어간 사람들이다.

그들은 가족을 위해서 또는 나라를 위해서 열심히 살았고, 자신의 재산과 젊음 그리고 노동을 다 바쳐가면서 굴곡진 현대사의 한복판에서 견뎌내기 위해 노력하고 극복해왔다.

그러나 1980년대 말 적용된 사회보험 ( 특히 국민연금 ) 에서는 제외된 세대라서 그런지 따로 물질적 부를 축적하지 못한 이들은 현재에 이르기까지 마땅한 생계 자원을 갖추지 못한 상태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노인들의 재활용품 수집은 비공식적인 노동이고, 도시가 온전히 공식적으로만 작동할 수 없고 비공식적으로도 경제활동이 이루어진다는 것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는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노동이 허가와 신고를 제대로 거치지 않고, 일종의 사각지대로서 암묵적인 용인 아래 유지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뿐만 아니라, 재활용품 수집 노인들의 수집활동과 판매 행위는 제도의 바깥에서 이루어지므로 문제가 발생하였을 때 책임 주체가 명확하지 않다. 즉 다시 말하면, 그들의 노동은

제도와 산업 그 어디에서도 인정을 받지 못하고 보호를 받지도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 무엇보다 재활용품 수집 노인은 무주물인 자원을 획득해 소득으로 전환하는 일을 하는 이들이다. 사회가 해야 할 일은 이 소득을 ‘재활용품 판매’가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획득할 수 있게 하는 것이며, 궁극적으로 노인들이 일을 하지 않더라도 더 나은 기초소득을 가질 방법을 고민하는 데 있다.”

점점 개인화되고 파편화되는 사회에서 더이상 가족이라는 시스템이 은퇴자나 노인을 부양할 수 없는 분위기가 되어버렸다. 당연히 어떻게 살아가야할지에 대한 이야기를 사회내에서 공론화시켜야한다고 본다. 누구나 절벽에 떠밀릴 수 있는 사회가 온 것이다. 질병에 걸릴 수도 있고 파산할 수도 있고 인생에 어떤 일을 맞게 될지 모른다.

더군다나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점점 희미해지는 사회에서 더욱 더 복지 시스템을 연구해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이러한 시점에서 읽게 된 [ 가난의 문법 ].

우리 사회의 그늘을 본 것 같기도 하지만 앞으로 우리가 나아가야할 미래를

고민해보게 되어서 좋은 독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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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 연습
수잔 최 지음, 공경희 옮김 / 왼쪽주머니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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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과 기억,

진실과 거짓,

권력과 동의에 관한 이야기

처음엔 작가가 도대체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어벙벙해하면서 읽어내려갔는데 책을 읽으면 읽을 수록 작가가 매우 영리하다는 생각이 든다. 책의 저자인 수전 최가 어떻게 보면 [ 신뢰 연습 ] 이라는, 다소 모순된 제목을 가진 이 책으로, 독자들 전체를 속이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개인적으로 굉장히 흥미로운 플롯이다. 앞에 읽었던 이야기와 전혀 다른,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가 다음 글에서 펼쳐지기 시작하면 나도 모르게 숨 죽이고 책을 읽게 된다고 해야 할까?

정확한 사실 관계를 드러내지 않은 채, 저자는 과거의 이야기를 다른 세 명의 관점에서 풀어내고 있다. 어떻게 보면 그다지 특별할 것 없는 스토리 라인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글을 다 읽고 나면 마음 속에 거대한 물음표가 찍힌다. 누군가는 어떤 것을 감추고 있고 다른 누군가는 그걸 드러내고 싶어한다. 자신이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냐에 따라서, 이야기는 각자의 각도에서 보이는 것을 드러낸다. 어떤 이야기는 " 세라 " 의 버젼으로 또 다른 이야기들은 또 다른 누군가의 버젼으로...

일단 독자들이 주의해야 할 점은, 저자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해서 독서를 일찍 포기하게 될 수도 있다는 점인데, 마지막에 가서야 작가가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가 드러나기 때문에 꾹 참고 읽기를 바랄 뿐이다. 나 또한 이 소설의 3가지 버젼의 이야기 중에서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등장인물이 누군지 몰라서 꽤 헤매었던 게 사실이다. 사실 두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인 카렌도 첫번째 이야기인 " 세라 " 버젼에서는 거의 엑스트라급의 출현 밖에 하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어쨌든 이 책은 끝까지 읽어야 하고 그럴만한 가치가 분명히 있다!


책을 조금 읽고 나니까 이제서야 작가가 이 책의 제목을 신뢰 연습이라고 붙인 이유를 알 것 같기도 하다. 독자들이 끝까지 작가에 대한 신뢰를 놓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제목을 지은 듯 하다. 작가의 의도가 그러하다면, 책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 뿐만 아니라 우리도 어쩌면 신뢰와 불신 사이에서 시험을 당하는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

책을 읽으면서 사실 나는 어른들의 부주의함과 무책임함에 놀랐고 당시 무력하기만 했을 학생들이 받았을 상처에 대해서 생각했다. 첫번째 이야기인 세라 이야기도 그렇고 두 번째 이야기인 카렌 이야기도 그렇고, 그 당시 어른들이 얼마나 미성숙하고 무책임했던가를 드러내는 듯 보였다. 그들은 어쨌건 교육자이지 않은가? 연기 연습이 목적이었든 아니면 감정의 부주의함이었던 간에, 킹슬리 선생님이든 마틴이든 모두 어느 정도 선을 넘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아직 내게 아이가 없다는 사실이.. 권위자의 손에 아이들을 맡기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이렇게 마음이 놓일 수 없었다.

이 이야기는 명성 있는 예술 아카데미를 다니는 고등학생들의 연기 연습 장면으로 시작된다. 독자들은 여기서 세라와 데이비드를 만나게 되는데, 그들은 신뢰 연습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연기 연습을 하던 중에 격렬한 사랑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불안한 십대들의 감정 상태를 반영이라도 하듯 그들의 사랑은 그리 오래 가지 않는다. 여름에 시작되었던 사랑은 가을 쯤에 끝나버리니까. 어쨌든 이 책의 거의 절반 부분은 세라와 데이비드의 엎치락 뒤치락하는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들의 격정적인 로맨스는 그들 자신을 해칠 뿐만 아니라 다른 학생들과 선생님들과의 관계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사실 청소년 이야기를 이렇게 푹 빠져서 읽게 될지 몰랐다. 어른인 내가 유치한 사랑 놀음에 빠질 소냐.. 뭐 이런 생각으로 책을 읽기 시작하였던 것인데. 그런데 이 책은 이야기 구성면에서나 깊이 면에서 어른들이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도록 짜여져있다. 같은 이야기를 다른 3명의 각도에서 써내려갔는데 우선 고등학생 버젼인 " 세라 " 의 이야기도 유치하지 않고 그녀가 느끼는 고통이나 감정들이 너무 강렬하고 생생해서 정말 머리 속에 장면 하나하나가 다 그려졌다. 등장인물들에 대한 심리나 표정 묘사 등도 너무 세밀해서 혹시 자전적 소설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중간쯤 갑자기 화자가 " 세라 " 에서 그녀의 고등학교 친구 중 한명인 " 카렌 " 으로 바뀌면서 이야기는 다른 톤을 띄게 된다. 세라와 데이비드의 연애 이야기가 어떻게 끝을 맺게 되었는지 더 읽고 싶었지만 어쨌든 작가의 의도를 따라가보기로 했는데 오히려 " 카렌 " 버젼이 더 재미있었던 것 같다. 알고 보니 책의 거의 반 이상을 차지했던 데이비드와 세라의 연애 이야기는 소설 속의 소설, 즉 세라가 작가가 된 후 책으로 출판한 이야기였던 것! 두번째 파트는 카렌이 작가가 된 세라의 출판 기념 사인회를 찾아가면서 시작되는 이야기이다. 사실 세라는 자신의 소설에서 과거에 대한 이야기 중 빼놓은 것들이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게 의도적이었든 의도적이지 않았던 간에. 카렌은 세라가 펴낸 책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고, 그녀의 거짓말을 어떻게든 밝혀내려고 작정한 듯 보인다.

총 3부작으로 나뉘어져 있는 작품 [ 신뢰 연습 ]. 2부는 1부를 바탕으로 쓰여진 것이고 또 3부는 2부와 긴밀한 관련이 있다. 1부가 가장 양이 많고 좀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 이야기에서 모든 사건들이 비롯되기 때문에 일단 읽어둬야한다. 진짜 이 책의 묘미? 혹은 백미? 는 2부와 3부에 드러나기 때문에 기다리면서 꾸준히 읽어두면 나중에 모든 것이 드러나게 된다. 마치 속삭이듯이 비밀스럽게 감추어져있던 이야기가 다 드러나게 된 순간, 독자들은 참았던 숨을 터트려도 되리라...

이 책은 전체적으로 수전 최라는 작가의 풍부한 필력과 날카로운 관찰력이 돋보이는 글이다. ( 번역가의 훌륭한 번역이 도움이 되었으리라 ) 저자는 또한 이야기의 구도를 이리저리 뒤집어서 허구의 가면에 가려진 진실을 독자에게 드러내며 깜짝 놀라게 만든다. 독자를 당황하게 만드는 면이 있지만 충분히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고 본다. 내가 들었던 이야기가 진실이 아니었어? 라며 흥분한 채 책장을 넘기는 독자들이 보이는 듯 하다. 나도 그랬으니까. 어쩌면 이 책의 제목 [ 신뢰 연습 ] 은 " 세라 " 가 쓴 이야기에서 킹슬리 선생님이 학생들의 연기 지도를 위해서 이용한 수업 이름이기도 하지만 이 책과 책을 쓴 작가를 믿고 끝까지 읽어내라는 작가의 의도인것 같아서 재미있었다. 물론 이런 독특한 책의 형식과 다소 한국의 실정에 맞지 않는 책 내용 때문에 별로 좋아하지 않을 독자들도 있으리라고 보지만 개인적으로는 너무 재미있었다. 한번 읽어봐서는 안될 것 같고 두번 세번 읽어야 작가의 진짜 의도를 파악할 수 있을 듯 하다. 너무너무 만족스러웠던 독서 시간을 선사해준 책 [ 신뢰연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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