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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희망 수업 - 그럼에도 오늘을 살아가고 내일을 꿈꿔야 하는 이유
최재천 지음 / 샘터사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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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섭, 공부, 독서, 글쓰기, 소통, 진로, 생태적 삶 등

11가지 삶의 주제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깊이 있는 통찰

"통섭"을 다른 말로 하면 "지식의 통합"이다. 이른바 자연과학과 인문학을 아우르는 통합적인 학문 이론을 뜻하는 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스승이었던 에드워드 오스본 윌슨의 저서를 번역한 최재천 교수님이 본격적으로 이 개념을 소개하였다고 한다. 오늘 내가 읽은 책은 최재천 교수님의 저서 [최재천의 희망 수업]이다. 총 11개의 레슨으로 구성된 이 책은 평생 동안 학문을 연구하는데 바쳐온 한 교수의 여러 주제에 대한 예리하고 지혜로운 통찰이 담겨있기도 하지만, 마치 어린아이처럼 순수하게 삶의 재미를 추구하는 한 인간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시대가 시대인 만큼 A.I.에 대한 이야기부터 기후 위기까지 실로 다양한 주제에 대해 논하고 있다.

이 책은 시대의 흐름을 잘 파악하여 현재 문제시되는 여러 주제에 대해서 다룬다. 우선 요즘 말 많고 탈많은 인공 지능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서 흥미로웠다. 요즘 사람들 사이에서 생성형 A.I.다, 딥러닝이다 해서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인공지능에 대한 두려움이 생겨나고 있다. 사람들은 지적으로 우수한 인공지능에 의해서 인류가 결국 지배당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는데, 최재천 교수님은 그런 두려움을 날려버릴 수 있도록 도와준다. 예를 들어서 산업 혁명 시대에도 기계 때문에 일자리를 잃게 된 노동자들이 기계를 부수는 러다이트 운동이 펼쳐졌지만 결국 기계는 살아남았고 인간도 기계를 관리하는 일을 가지게 된 것. 앞으로도 인공 지능 때문에 일자리를 빼앗기거나 인공 지능에 의해 지배되는 상황보다는 오히려 인공 지능을 이용해서 일자리가 늘어날 거라는 판단 쪽으로 독자들을 이끈다.

이 책이 특히 나에게 재미있었던 이유는, 내가 평소에도 좋아하고 궁금해하는 분야에 대한 이야기가 많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교수님의 천진난만하고 철없던 (?) 학창 시절 이야기가 많이 등장해서 좋기도 했다. 교수님은 책 읽기와 글쓰기라는 주제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논하시는데, 내가 주목했던 부분은 재미있는 독서만 하지 말고 자신이 잘 모르는 분야나 전문적인 분야의 책도 읽어야 한다고 주장하신 점이다. 127쪽 "독서는 빡세게 하는 겁니다. 독서는 취미로 하는 게 절대 아닙니다. 기획해서 책과 씨름하는 게 독서입니다. 읽어도 그만 안 읽어도 그만인 책을 읽느니 나가 노는 게 낫습니다." 이 부분을 읽는데, 망치로 머리를 한대 맞은 기분이 들었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지금까지 오직 재미만을 추구하는 독서만 해왔기 때문이다. 진짜 어질어질함을 느꼈고 앞으로는 내가 모르는 분야, 다소 전문적이고 어려운 분야의 책을 읽어야겠다고 마음먹는 계기가 되었다.

뿐만 아니라 글쓰기를 강조하신 부분도 좋았다. 교수님은 미국 보스턴에 있는 MIT 공대를 예로 드는데, 이 대학을 졸업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읽어야 하는 책이 있다고 한다. 그 책은 바로 "The Elements of Style"이라는 글쓰기 교재인데, 공대에서 배우는 전문적이고 기술적인 학습 내용을 대중에게 잘 전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글솜씨가 좋아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인문학 전공자에게만 글솜씨를 요구하고 공학이나 과학을 전공한 사람들이 글을 못 쓰는 것을 당연히 받아들이는 풍토가 있는데, 이래서는 안된다는 게 저자의 의견이었다. 141쪽 " 나는 연구자가 될 것도 아니고 회사에 취직할 건데 무슨 글쓰기가 필요하겠느냐고요? 세상 모든 일의 마지막에는 글쓰기가 있습니다. (.. 중략..) 이해하기 쉽게 얼마나 잘 썼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장래가 결정됩니다. " 소통과 전달에 글쓰기 중요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저자 최재천 교수님은 "통섭"이라는 개념을 강조하신 분답게 사고가 무척 유연하시다. 책 내용도 딱딱하지 않고 너무 재미있었다. 특히 학창 시절 이야기가 정말 재미있었는데, 예를 들자면 박사 논문의 주제인 민벌레 연구를 할 때의 에피소드와 같은 것들이 그러했다. 연구를 하던 와중에 세크로피아 나무를 들여다보던 중 각기 다른 종의 여왕개미들이 살림을 합친 것을 보게 되는 저자. 인류와 오랑우탄이 손을 잡은 것과 같은 이 특이한 상황을 가지고 논문을 썼으나 각 학술 논문지에서 거절을 당했다고 한다. 딱딱한 논문 제목 때문에 거절을 당했을 거라고 저자의 친구가 예측했다고 하는 부분까지 웃음을 자아내는 에피소드였다. 전반적으로 교수님이 겪은 에피소드 위주로 실려 있어서 읽기도 쉽고 참 재미있는 책이지만 독서량이 부족하거나 교육 제도가 시대에 맞지 않는 점 등등 한국이라는 나라가 개혁해야 할 여러 문제점도 짚어주시기에 배울 점이 많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래를 대비하고 싶은 모든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재미있고 배울 점 많은 교양서 [최재천의 희망 수업]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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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도 좋아하는 비건 한식 대백과 - 시카고에서 차려 낸 엄마의 집밥
조앤 리 몰리나로 지음, 김지연 옮김 / 현익출판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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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인기 많은 한식 요리책!

반찬, 김치, 찌개부터 한국식 베이킹까지 총망라


젊을 때는 많이 신경 쓰지 않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식습관에 조금 더 신경 쓰게 되었다. 밖에서 사 먹거나 배달을 시켜서 먹는 음식보다는 아무래도 직접 만들어 먹는 음식이 건강에 훨씬 더 좋을 것이기 때문에 최근 들어서는 요리를 좀 더 자주 하게 되었다. 유튜브나 인터넷을 통해서 다양한 요리 레시피를 알 수 있었으나 독특하고 특별한 맛을 위해서는 요리책이 필요하겠다 생각하던 차에 이 책 <외국인도 좋아하는 비건 한식 대백과>를 만나게 되었다. 각종 소스부터 반찬, 찌개, 국, 그리고 빵과 떡 같은 디저트까지.. 매우 기본적이지만 저자의 노하우가 가득 담긴 대단히 유용한 요리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목에도 "비건"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것처럼 이 책에 나오는 요리법에는 생선이나 계란 같은 동물성 재료가 전혀 들어가지 않는다. 나도 평소에 고기를 많이 먹지 않고 되도록 채식 위주의 삶을 실천하고자 했기에 이 요리책이 정말 반가웠다. 이 책의 시작은 저자의 가족에 대한 이야기였다. 북한에서 내려온 조부모님, 일찍이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민을 온 부모님들, 모두가 저자의 요리법에 알게 모르게 도움을 준 사람들이다. 앞에서도 이야기했듯 이 책은 소스부터 디저트까지 한국 요리를 총망라한 느낌이다. 개인적으로 모든 요리의 기본은 소스라고 생각했기에 다양한 소스 만드는 법이 소개된 부분이 아주 좋았다.


나의 경우에는 보통 국을 끓이거나 찌개를 만들 때 코인 육수를 이용하거나 내가 평소에 다시마와 멸치 등으로 끓여둔 육수를 이용한다. 그러나 이 요리책에서 소개된 "채수"가 아주 깊은 맛도 나고 유용하게 쓰일 것 같았다. 다시마와 버섯의 조합 그리고 다양한 야채가 포함된 것만 보더라도 얼마나 감칠맛이 날까? 기대되었다. 그리고 우리 가족은 아침마다 빵과 시리얼 그리고 샐러드와 삶은 계란 등으로 식사를 하는 편인데, 집에서 우유 식빵을 만들 수 있다니 완전히 획기적이었다. 물론 내가 만들면 사 먹은 것보다는 맛이 덜할 수 있겠지만 요리책에 나온 우유 식빵의 사진은 뭔가 쫄깃한 식감을 느끼게 해주었다.


사실 나는 다이어트에 관심은 많지만 솔직히 말해서 다이어트를 위한 음식들은 분명히 맛이 없을 거라고 지레짐작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책에 등장하는 요리들은 맛도 좋고 다이어트에도 큰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어서 139쪽에 나오는 "배 코울슬로" 같은 경우는 코울슬로 자체도 맛있지만 우리나라 배가 가진 특유의 시원한 맛 덕분에 더욱더 맛있을 거란 느낌이고, 103쪽에 등장하는 두부전은 본 재료 두부 외에도 당근, 표고버섯, 후추, 대파 등등 다양한 재료가 섞이고 계란물을 입혀 구워내면 마치 동그랑땡 같은 맛이 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우리 신랑이 정말 좋아하는 음식이 몇 가지 있는데, 김밥, 미역국 그리고 국수를 비롯한 면 요리 등이 바로 그것들이다. 내가 평소에 미역국을 끓일 때는 고기나 황태를 무조건 넣는데 채수만으로도 맛을 낼 수 있다면 이 책에 나와있는 조리법으로 한번 만들어보고 싶다. 그리고 이 책에는 중국집에서 시켜야 먹을 수 있는 짜장면 조리법이 나와 있다. 버섯과 애호박 그리고 양배추가 들어가고 고기는 콩고기로 대체한 조리법. 시켜 먹는 짜장면 정도의 맛은 나지 않겠지만 재료가 집에 있는 평범한 것들이기에 주말에 한번 해먹어 봐야겠다 싶다. 만드는 과정에 대한 사진이 나와 있지 않아서 다소 아쉽지만 조리법이 글로 설명이 잘 되어 있고, 완성된 요리를 찍은 사진들이 정말 먹음직스럽게 잘 찍혀있다.


이 책은 특히 건강에 신경을 쓰는 사람들이 본다면 정말 도움이 될 것 같다. 고기는 콩고기로 대체하고 육수의 경우도 야채로 맛을 낸 채수이다. 버섯 등을 이용하여 탕수육을 해먹을 수 있다니 아주 새로운 접근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시 한번 우리 한식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게 해 준 우수한 요리책 [외국인도 좋아하는 비건 한식 대백과]를 요리에 관심이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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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자 - 히틀러
김종천 지음 / 사유와공감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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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최고의 불가사의, 최악의 역사적 인물

히틀러와 나치 정권

내가 그동안 알고 있던 히틀러는 세계대전을 일으키고 유대인이라는 특정 민족을 학살로 이끈 최악의 인간이라는 것이었다. 이외에는 히틀러라는 인물에 대해서 거의 모르고 있었는데, 비록 소설이지만 이 책 [독재자 - 히틀러]를 통해서 그가 독일의 수상으로 집권했던 당시의 독일 상황과 어떻게 해서 그런 최악의 인물이 권력을 잡을 수 있었는지를 알게 되었다. 비참하게도, 현재 우리나라도 엄청난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혼란을 겪고 있다. 독재를 하려고 했는지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했고, 곧 국회의 의결로 계엄은 해지가 되었지만 여전히 소위 극우라고 불리는 무리들이 이곳저곳에서 폭동과 소요사태를 일으키고 있다. 이 책 [독재자 - 히틀러]에 나오는 당시 독일의 상황이 우리와 너무 흡사해서 두려움마저 들었다.

이 책은 히틀러의 어린 시절부터 시작해서 한 나라의 수장이 되어서 권력을 휘두르는 모습까지 담고 있다. 운이 좋아서 리더까지 될 수 있었는지 모르겠는데 사실 히틀러는 머리가 좋거나 재능이 뛰어난 사람은 아니었다. 오스트리아에서 태어난 히틀러는 아버지의 3번째 부인에게서 태어났는데, 공부보다는 그림 그리는 것을 더 좋아했다고 한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면서 유산을 많이 남겼고, 어머니도 47살이라는 이른 나이에 세상을 등지면서 히틀러는 부모의 유산을 받아 빈둥거리며 젊은 시절을 보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젊은 시절에는 노숙자가 되어서 길거리를 헤맸을 정도로 경제적으로 힘든 상황을 겪기도 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그런 사람이 국가 수장이 되고 권력을 움켜쥘 수 있었던 것일까? 더군다나 그냥 평범한 리더가 아니라 온 국민의 지지를 열렬히 받는 지도자가 될 수 있었단 말인가? 이 책을 읽다 보니 몇 가지 원인을 파악할 수 있었다. 우선 독일과 독일인이 가진 본질적 특성이 있었다. 그들은 민족주의와 전통에 대한 집착이 있고 공권력에 대한 복종심이 강해서 개인의 자유나 자율 같은 민주적 의식이 뿌리내리지 못했다는 점. 그리고 당시 독일은 1차 세계대전의 패전국이 되어서 엄청난 돈을 전쟁배상금으로 내고 있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1929년 10월 미국의 주식시장이 붕괴하면서 세계 대공황이라는 혼란이 발생했고 그로 인해 독일도 경제적으로 너무 힘들어지면서 실업자가 속출한다. 경제적 혼란은 곧바로 사회적 혼란을 야기했고 이런 불안정을 틈타서 민족주의를 외치는 나치당에 기존 사회에 절망을 느낀 국민들이 몰리게 되면서 히틀러가 독일의 수상이 되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그러나 히틀러가 단지 운이 좋아서, 스스로만의 능력으로 그렇게 높은 자리에 오를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히틀러 곁에는 괴벨스라는 선전, 선동 전문가가 있었는데, 그는 어릴 때부터 오른쪽 다리를 절어서 열등감이 심했지만 두뇌가 뛰어난 사람이었다. 급진적 좌파 성향이 있었던 괴벨스는 자신을 알아주는 히틀러에게 충성을 맹세했고, 그 이후부터는 히틀러가 이끄는 민족사회주의당, 즉 나치당을 위해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한다. 이 책에 따르면 포스터와 연설을 동원한 그의 선전은 다소 시끄럽고 자극적이었으나 한없이 다채롭고 흥미로워서 대중들의 눈과 귀를 자극하고 카타르시스를 제공했다고 한다. 괴벨스 외에도 많은 기업들이 히틀러에게 자금을 대주게 되고, 젊은 청년들이 나치당으로 몰려들면서 히틀러에게는 자금, 언론 그리고 폭력의 수단이라는 권력을 손에 넣게 된 것이었다.

이후 승승장구하던 히틀러는 여러 정적들을 제거하고 완벽히 자신의 권력 체계를 구축하게 되면서 우리가 알고 있는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키고 유대인들을 끔찍하게 학살하는 수순을 밟게 된다. 이성과 논리보다는 야만과 광기가 세상을 지배하였던 시절이었는데, 무서운 것은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도 독재를 하려고 했던 자에게 지지를 보내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는 점이다. 피를 흘리고 투쟁하면서 겨우 이룬 민주주의가 한순간에 무너질 수도 있다는 공포심을 요즘에 느끼고 있다. 히틀러가 집권하던 당시 독일에도 그를 반대하던 3분의 1의 국민들이 있었으나 그들의 목소리는 다수의 광기 속에서 큰 힘을 쓰지 못한 것으로 보였다.

히틀러도 자신의 야욕 실현을 위해 국가와 민족을 들먹인 사람이고 선전 선동에 뛰어났으며 입만 열면 거짓말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누군가가 떠오르지 않는가? 다시는 국가와 국민들을 위험으로 빠뜨리는 정치인이 생겨선 안된다는 생각이 들고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경각심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존재했던 인물과 사건을 다뤄서 그런지 현장감과 생생함이 남달랐던, 그리고 민주주의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 소설 [독재자 - 히틀러]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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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클리스 : 다시없을 영웅의 기록 - 한국전쟁의 포화 속에서 무모할 정도로 용감했던 한 영웅의 질주
김신영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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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의 포화 속에서

무모할 정도로 용감했던 한 영웅의 질주

책 [레클리스]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전쟁 이야기이고 주인공이 다름 아닌 말이다. 예전에 남겨진 사진들을 통해서 전쟁 중 군인들과 함께 했던 동물들 - 고양이, 개, 혹은 곰 - 등을 본 적은 있었으나 이렇게 실질적인 공헌을 이룩한 경우는 보지 못했던 것 같다. 한때는 경주마로 트랙을 달렸으나 한국 전쟁이 터진 이후에 포탄을 나르고 케이블을 옮기는 등 미군을 위해서 몸을 사리지 않은 영웅 말 "레클리스". 지금 우리가 누리는 평화와 안정은 전쟁 당시 목숨을 바쳐가면서 나라를 지켰던 과거의 영웅들 덕분이고 그 영웅들 속에는 레클리스도 포함된다.

이 이야기는 말에게 온통 마음을 빼앗겼던 한 소년으로부터 시작된다. 일제강점기 시절, 소년 김혁문은 먼발치에서 경마장을 구경하다가 그만 어떤 말에게 마음을 뺏겨 버린다. 이후 그의 목표는 단 하나! 첫눈에 반해버린 ' 흰 다리와 붉은 털을 가진 말'을 눈앞에서 보는 일. 무척이나 가난한 집 출신인 혁문이 말을 소유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까웠지만 어느 날 경마장을 방문했던 혁문은 경마장에서 일하는 일본인들 눈에 들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훈련 수습생으로 일하게 된다. 훈련사 다케오를 통해서 말에 대한 모든 것을 배우면서 말들의 경주를 지켜볼 수 있는 하루하루가 혁문에게는 행복 그 자체였다.

그러나 1941년 일본이 하와이 진주만을 기습 공격하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태평양 전쟁이 시작된다. 혁문을 가르치고 돌봐줬던 일본인들이 전쟁 참여 등을 이유로 일본으로 떠나게 되고 경주마들도 전장에 보내는 쌀을 운반하는 군마로 전락하게 된다. 비록 좋지 않은 상황이지만 혁문은 "불꽃" ( 흰 다리와 붉은 털을 가진 말 ) 을 계속 정성스럽게 돌본다. 그러던 와중에 불꽃이 새끼 말, 즉 이 책의 주인공 아침해 ( 혹은 레클리스 )를 출산한다. 그러나 출산이 힘들었던 탓인지 불꽃이 새끼를 낳은 후 생명을 잃게 되고, 혁문은 잠시 슬픔에 빠지지만 엄마를 많이 닮은 아침해와 다시 사랑에 빠지게 되면서 정성스럽게 아침해를 돌본다.

2장은 6.25 전쟁이 발발한 이야기로 시작된다. 초반에는 한반도 대부분이 북한에게 함락이 되지만 이후에 미군과 유엔군 그리고 특히 맥아더 장군이 이끄는 미 해병대가 참전하게 되면서 북한군이 퇴각한다. 그러나 중공군이 인해전술을 펼치게 되면서 소모전에 접어들게 된 한국 전쟁. 해병대 소속의 페더슨 중위는 중공군을 물리치기 위해서 치명적인 공격력을 가진 무반동총, 즉 '레클리스 건'을 전쟁에 쓰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사람들이 옮기기에는 너무 무거운 포탄을 옮기는 역할을 할 존재가 필요했고 마침 누나 정순이 지뢰 파편 때문에 다리를 절단하는 바람에 의족이 필요했던 혁문은 눈물을 머금고 불꽃의 새끼인 "아침해"를 페더슨 중위에게 팔게 된다.

3장은 미군들의 세심한 돌봄을 받는 레클리스 ( 원래 이름은 아침해였으나 미군에게 속하게 되면서 레클리스로 바뀜 )가 어떻게 훈련을 받고 해병대 일원이 되는지가 소개된다. 레이섬 병장은 본격적으로 레클리스를 훈련시키는데, 엄폐물이 없는 곳에서 포격을 피하는 법, 트레일러에 오르고 내리는 법, 언덕길을 오르내리며 철조망을 통과하는 훈련을 받으면서 점점 레클리스는 진짜 해병이 되어간다. 4장에서는 본격적으로 전장에 뛰어든 레클리스의 활약이 멋지게 등장한다. 무거운 포탄을 나르고 부상을 당하는 등 레클리스가 기여한 덕분에 결국 중공군이 퇴각하고 미 해병대는 승리를 거둔다. 이후 전쟁의 종식과 함께 미국으로 가게 되는 레클리스는 가장 명예로운 해병에게 주어지는 첫 번째 케이크를 먹는 영광을 누리게 되는데....

우리는 현재도 한국전쟁의 악몽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한 상태다. 나라는 3.8선으로 나누어져 있고 휴전 상태이긴 하나 언제 전쟁이 또 터질지는 모르는 일이다. 그러나 어쨌든 현재의 평화와 번영은 한국전쟁 당시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우리 조상님들의 희생 덕분이라고 확실히 말할 수 있다. 우리는 영웅들의 이야기를 책으로 남기고 어떤 영웅은 동상으로 만들면서까지 그들의 업적을 기리곤 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이 책 [레클리스]의 의미가 깊다고 할 수 있다. 적들에게서 날아오는 포탄을 두려워하지 않고 피투성이가 된 채 언덕을 오르내리며 포탄을 나른 영웅 레클리스. 그리고 레클리스를 그냥 말이 아니라 같은 전우로 받아들인 미군들. 우리 한국인들 모두는 이들에게 큰 빚을 지고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실화에 바탕을 둔 이야기라 그런지 정말 생생하고 감동적이었던 책 [레클리스]를 모두에게 추천한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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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감 괴물
김정용 지음 / 델피노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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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떠올리려 애써도

괴물과 싸우기 위해 괴물이 되어버린 기사가 나오는

동화의 제목이 기억나지 않는다."

내 예상보다 훨씬 더 스케일이 큰 소설인 [장난감 괴물]. 특별한 한 개인의 삶에 대한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한국은 물론 전 세계 그리고 우주까지 아우르는 실로 엄청난 스케일의 소설이다. 그래서 그런지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펼쳐지는 스토리 구성이 다소 복잡하고 등장인물도 꽤나 많은 편이다. 그뿐 아니라 크고 작은 사건들이 거의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느낌이랄까? 이야기가 정말 숨 가쁘게 펼쳐진다.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엄청난 흡인력이 있는 소설이지만 나에게는 다소 산만하게 다가오기도 했다. 그러나 어쨌든 엄청나게 매력적이고 독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소설인 [장난감 괴물] 속으로 들어가 본다.

천재 소년이라 불리며 각종 매스컴에 등장해온 소년 서이준. 그는 현재 과학 영재 올림피아드 대회에 참가 중이다. 엄마의 강요에 못 이겨 여러 활동에 참여하고 있긴 하지만 사실 이준은 세상의 관심이 너무 귀찮아졌다. 일부러 시험을 망침으로써 천재의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세상의 관심으로부터 멀어지려고 했으나 충격적이게도 이준은 만점자로 발표가 된다. 집에 돌아온 후 이준의 의도를 알아차린 엄마에게 호되게 혼이 난 후 가출하기로 결심한 이준. 그런데 마침 돈을 노리고 자신을 납치하려 시도하는 남자를 만나게 된 이준은 그를 따라가게 되는데...

한편 민성후 형사에게 아들 민준의 생일이자 그들의 결혼기념일인 9월 17일은 평범한 날이 아닌 "모두의 날"이다. 저녁 7시 30분에 예약해 둔 레스토랑에서 가족들과 식사를 하기로 한 성후. 그러나 도무지 알 수 없는 이유로 아내 정희는 병원 주차장으로 차를 몰았고 하필이면 그 시간 그 장소에 아들 민준이가 있었다. 급발진에 걸린 듯 미친 듯 가속도가 붙은 차는 그만 아들 민준을 피하지 못하고 그대로 치고 만다. 그런데 그녀가 차로 아들을 치었던 시간은 7시 23분이었고, 바로 그 시각 지구 곳곳에는 지진과 해일 등등 동시다발적인 자연재해가 발생하게 된다. 그뿐 아니라 천재 소년 서이준의 엄마인 정하진이 그 시간에 자택에서 끔찍한 모습으로 살해당한 채 발견되는데....

[장난감 괴물]은 우리가 흔히 "카더라 통신"에서 듣게 되는 많은 음모이론들을 떠올리게 한다. 말하자면 마치 자연재해처럼 인간들에게 닥치는 비극이 사실은 어떤 조직이나 단체 혹은 나라에 의해서 치밀하게 계획된 것일지도 모른다는 것. 실제로 코로나 바이러스가 퍼진 것은 약을 팔기 위한 제약회사의 음모라는 둥, 혹은 국제적인 비밀 단체가 인구를 통제하기 위해 벌인 일이라는 둥, 인터넷상으로 퍼진 이야기들이 많다. 소설 [장난감 괴물]도 결국 에너지 고갈, 환경 오염 그리고 기후 위기 등 위기에 빠진 지구에서 비밀리에 진행되는 프로젝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고, 우리가 음모 이론에서 마주치는 매우 비인간적이고 끔찍한 진실을 다루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소설 [장난감 괴물]은 굉장히 박진감 넘치고 스릴 있으면서도 동시에 공포스럽기도 하다. 우리는 언제나 인간 중심의 사고를 하기 때문에 우리가 지구에 끼치는 해악에 대해서 크게 고민하지 않는다. 그러나 지구의 주인이 과연 인간일까? 감정을 느끼는 평범한 인간들이라면 당연히 인간이 중요하다는 결론을 내겠지만, 이성이 주로 발달하고 엄청나게 효율적인 사고를 하는 천재 소년 서이준은 다른 생각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이 세상이 단 한 명에 의해서 좌지우지되거나 하지는 않지만 소위 천재적인 사고를 하면서 세계적인 사업에 뛰어든 사람들이 마치 세상을 좌지우지하는 것처럼 보이는 게 사실이기는 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세상은 평범한 사람들이 도무지 파악할 수 없는 미스터리한 일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현재 혼란의 도가니에 빠져있는 우리나라도 누군가의 계획 속에 있는 걸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다소 정신없는 전개가 펼쳐지긴 했지만 실로 엄청난 스케일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흥미진진한 책 [장난감 괴물]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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