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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번째 계절 부서진 대지 3부작
N. K. 제미신 지음, 박슬라 옮김 / 황금가지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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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점을 명심하라. 한 이야기의 끝은 새로운 이야기의 시작. 모든 일은 전에도 있었던 일이다. 사람은 죽는다. 옛 질서는 무너진다. 새 사회가 탄생한다. "

SF 가 탄생시키는 놀라운 세계. 그 세계 안에서 작가의 지적 상상력이 꽃핀다. 존재하지 않되 존재하는 고요대륙에 3명의 여인이 있다. 에쑨과 다마야 그리고 시에나이트. 그녀들은 각기 다른 나이와 다른 이름을 가졌지만 공통점이 하나 있다. 그들은 오로진이라는, 땅을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초인류이다. 그들의 감각과 신경 촉수는 대지 안으로 스며들어, 대지를 느끼고 진동을 일으키기도 하고 통제하기도 한다. 그들이 가진 엄청난 잠재적 힘은 사람들에게 두려움을 불러일으켜 사람들은 마치 그들을 괴물처럼 대하게끔 한다. 타고난 힘 때문에 사람들로부터 차별받고 혐오당하며, 심지어는 죽임까지 당하는 특별한 존재. [ 오로진 ]. 이 책은 그들의 탄생과 활약에 대한 이야기이다.

" 세상이 끝났다는 말은 대개 거짓말이다. 왜냐하면 행성은 변함없이 존재하기에, 하지만 이것이 바로 세상이 끝나는 방식이다. 이것이 바로 세상이 끝나는 방식이다. 이것이 바로 세상이 끝나는 방식이다. 완전히 "

이 책은 The Broken Earth Trilogy 시리즈 중 첫번째 편에 해당하는 [ 다섯번째 계절 ] 이라는 제목의 책이다. 여기서 다섯번째 계절이란 겨울이 6개월이상 지속되는 시기를 의미한다. 즉, 빙하기 혹은 소빙하기를 나타낼 수도 있는 것 같다. 이 책의 중심세계인 고요대륙에 다섯번째 계절이 들이닥쳤고, 설상 가상으로 대륙 이쪽 저쪽 마을에 대지의 흔들림 현상이 발생한다. 세상의 파괴와 인간 멸종의 시기가 다가오는 것일까? 이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위에 이야기했던 3명의 여인의 삶을 살펴보자.

맨 먼저, 에쑨의 이야기. 그녀는 고요대륙의 중심 도시인 유메네스 근처에 자리잡은 소도시 티리모에 살고 있다. 자신의 능력을 숨긴 채 보육교사로, 그리고 두 아이의 엄마로 조용히 살고 있던 에쑨의 삶의 근간을 흔드는 사건이 발생한다. 에쑨의 능력을 물려받은 아들 우체가 [ 오로진 ] 이라는 것을 발견한 남편 지자가 우체를 잔인하게 살해한 뒤 딸을 데리고 어디론가 떠나버린다. 이리하여 정체가 드러나 버린 에쑨은 아들의 복수를 위해 남편을 찾아 길을 떠난다.

" 너는 지자에게 말했어야 했다. 결혼하기 전에, 그와 잠을 자기 전에, 그를 보며 어쩌면, 어쩌면 가능할지도 모른다고 주제넘은 생각을 하기 전에. 그러고도 로가 [ 오로진을 낮춰 부르는 단어] 를 죽이고 싶었다면 그는 그 분노를 너에게 풀었을 것이다. 우체가 아니라. 죽어 마땅한 건 너다. 두 향의 인구의 만 배가 넘도록 "

다마야는 자신이 그 [ 오로진 ] 임을 알게 된 부모에 의해서 어딘가로 팔려갈 처지에 놓이게 된다. 그러던 중 자신을 사러 온 아동매매꾼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사실은 [ 수호자 : 오로진의 힘을 통제하는 집단 ] 이며 그녀를 [ 펄크럼 : 오로진을 훈련시켜서 무기로 만드는 조직 ] 에 데리고 갈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시에나이트. 그녀는 강력한 조산술 [ 산을 움직이는 능력 ] 을 시행할 수 있는 오로진이자 번식자의 계급을 가지고 있다. 본인이 원하지 않는 남자와 함께 번식을 하고 주어진 과업을 달성해야 한다.

이 책은 고요대륙이라는 가상의 세계와 그 중심에 있는 가상의 도시 유메네스 안에서 벌어지는 가상의 이야기를 다룬다. 대지의 에너지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 오로진 ] 이라는 종족이 등장하는데 그 중에서도 3명의 여성의 삶에 초점을 맞춘다. 그녀들은 한 마을을 파괴할 수 있는 어마어마한 힘을 가지고 있으나 단지 오로진 이라는 이유만으로 억압을 당하고 차별 받는다. 어릴 때부터 힘을 제어하는 훈련을 받아야 하고 자유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오직 특정 계급이나 종족들을 위한 효율적인 무기로 길러지는 [ 오로진 ] 들. 과연 그녀들의 삶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까? 지구행성의 운명은 그녀들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

약력을 보니 N.K. 제미신이라는 작가는 어린 시절부터 SF와 환상문학 뿐 아니라 만화, 애니메이션, 게임 등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또한 성과 인종 차별 및 여러 정치 사회적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높여 왔다고 한다. 그녀의 작품과 현실에서의 활동은 동떨어지지 않다고 본다. [ 오로진 ] 이라는 특정 종족들은 인간으로 취급되지 않는다. 무지몽매한 [ 둔치들 : 능력을 가지지 않은 그냥 사람들 ] 은 오로진들을 두려워하고 죽이기까지한다. 그러나 갖가지 위험과 어려움을 뚫고 살아남는 강인한 여성들의 모습이 보인다. 누구보다 뛰어난 지략과 강력한 힘을 가진 여인들과 그들이 사람들의 혐오와 차별, 냉대를 이겨내야한다는 사실은, 저자가 본인의 위치로 올라가기까지 느꼈던 사회 속에서의 차별과 동떨어진게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읽다보니 페미니즘을 표방하는 소설인가 싶기도 한데,, 아직은 1권이라 그 느낌은 접어두기로 했다.

어쨌든, 저자가 이 책을 통해서 던지고 싶어하는 화두가 무엇이건 간에, 이 책은 SF 나 환상문학이 독자들에게 전달해 줄 수 있는 최고의 재미를 선사한다. 대지에서 태어나 대지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캐릭터들 -- 대지를 움직이는 오로진, 그들을 제압하는 아름다운 수호자들 ----- 의 활약과 신비로운 고요대륙이 나아가는 종말. 종말이라는 상황이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디스토피아적 이미지. 비록 디스토피아적인 상황이나 그 속에서 살아남으려 애쓰는 인간과 인간아닌 존재의 아름다움. 그리고 저자의 세계관이 고스란히 드러난 듯한, 뛰어난 머리를 가진, 강한 힘의 여성들의 활약과 그들을 억압하는 사회의 모습들 등등은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을 한층 책 속으로 몰입하게끔 해준다.

땅에서 태어나 땅으로 이루어진 채 땅을 조종하는 뛰어난 존재인 [ 오로진 ] 들.... 과연 그들의 활약은 2편과 3편에서 어떤 식으로 이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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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살아 있는 모든 순간
톰 말름퀴스트 지음, 김승욱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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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웃고 일상을 나누었던 누군가가 사라진다. 함께 잠들고 깨어나던 침대 옆 자리는 비어있고 살아남은 사람들은 상실감 속에서 남은 나날들을 살아가야 한다.

톰 말름 퀴스트의 자전적 소설 [ 우리가 살아 있는 모든 순간 ]에서, 그는 자신이 경험한 죽음과 탄생에 대한 경험과 성찰을 독자들과 공유한다. 소설의 앞부분에서, 가벼운 페렴 증상을 가진 줄 알았던 여자친구 카린이, 급성 골수성 백혈병에 걸렸다는 소식을 듣게 되고, 그녀는 곧이어 위중한 상태에 빠져 버린다.

그녀가 중병에 걸리고 곧이어 죽음을 맞이할 것이라는 사실에 전혀 대비하지 못한 채, 허둥대는 주인공, 톰. 신은 주사위를 던졌고 그에게 사랑하는 연인의 죽음이라는 잔인한 운명을 안겨준다. 차가운 병실 속에서 무기력하게 있을 수 밖에 없는 톰, 그러나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카린을 사랑하던 이들, 그녀와 톰의 부모님, 친구들, 모두 병원에 함께 와서 톰의 아픔을 같이 한다.

소설은 이상하리만치, 담담한 분위기를 유지한다. 평생을 함께 하리라 약속했던 연인의 죽음 앞에 무너지는 통곡의 소리도 없고 좌절의 움직임조차 없다. 톰은 병으로 인해 죽어가는 그녀의 모습과 치료진의 노력을 자세하게 그리고 절제된 감정으로 묘사한다.

냉정한 서술이지만, 사실 그 아래 슬픔으로 인해 무너져가는 그의 모습이 언뜻 언뜻 보인다. 더러워진 운동화에서 풍기는 냄새에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톰. 한걸음에 달려와 준 친구 스테판이 운동화를 빨아서 널어준다. 별 일 아닌 것 같지만, 독자의 눈에 비치는 스테판의 행동은 얼마나 사려깊은지.

카린은 죽어가지만 그들의 아기는 무사히 탄생한다. 리비아라는 이름의 사랑스러운 딸은, 어머니인 카린을 닮아서 입술이 봉긋하게 튀어나왔다. 톰은 리비아의 사진을 카린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애를 쓰지만, 사실 그녀는 이미 의식을 상실한 상태이다. 지친 듯 쭈그려 앉아있는 톰에게 의사가 다가와서 말한다.

“ 저도 비슷한 일을 겪었습니다. 지금 남편 분처럼 저도 그저 앉아 있기만 했죠. 지금은 딱 세 가지만 기억하시면 됩니다. 첫째, 잠을 잔다. 제대로 자지 않으면 버텨낼 재간이 없습니다. 둘째, 먹는다. 먹는 걸 잊어버리면 기운을 낼 수 없습니다. 셋째, 최대한 자주 병원을 벗어난다. 그러지 않으면 점차 머리가 이상해질 겁니다 ”

너무도 당연한 소리를 하는 것 같지만, 똑같은 일을 겪은 동지로써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조언인 것이다.

결국 카린을 잃고 장례식을 준비하는 톰. 목사님과 장례식을 준비하며 상의를 하는 동안, 카린에 대한 사무치는 그리움을 주체하지 못해 내뱉는 톰의 말.

“ 카린 덕분에 저는 제 자신을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상냥함은 카린의 장점들 중 하나였습니다. 누구든 죽을 수 있지만 카린은 아니었습니다. 제가 죽었어야 해요. 지금 여기에 카린과 리비아가 있어야 하는 건데, 카린은 오랫동안 행복하게 살 자격이 있었습니다.”

여전히 카린을 사랑하지만 이제 그에게는 그녀만큼 사랑하는 딸이 생겼다. 언제고 주저앉아 있을 수는 없는 일. 리비아를 위해서 하루 하루 열심히 살아가는 톰. 그러나 문득문득 올라오는 카린에 대한 사무치는 그리움은 어쩔 수 없다. 마치 그녀가 한 때 존재했었던 사람이었다는 증거를 찾듯, 톰은 그녀에 대한 기억의 편린을 하나하나 건져올린다. 그녀와의 만남부터 말다툼 그리고 카린이 리비아를 임신하고 스크런치라는 태명을 붙여준 기억까지.

이 책을 읽으면서 계속 생각했다. 삶과 죽음은 동떨어져있는 것이 아니다. 죽음은 낯선 자의 방문이라기 보다는 우리 주위에 항상 머물러있던, 그러나 눈에 띄지 않았던 친구가 모습을 드러내는 것 뿐이라고. 하지만 막상 죽음이라는 검은 그림자가 닥쳐오면, 우리는 당황하고 좌절하고 절망하게 된다. 마치 일어나서는 안될 일이 나에게 일어난 것처럼.

[ 우리가 살아있는 모든 순간 ] 의 작가, 톰 말름퀴스트는 자신이 겪은 연인의 죽음에 대해 절제된 감정으로, 아픔을 토로하는 글을 적었다. 글의 첫 부분부터 잔인한 운명의 장난에 휘둘리는 듯한 주인공과 가족들의 힘겨운 모습이 보인다. 사실 언젠가는 겪어야할일이지만 여전히 아프기만한 누군가의 죽음. 그러나 죽음이 있으면 탄생이 있는 법. 죽어가는 상황에서도 딸 리비아를 출산하는 카린. 절망의 가운데에서 기쁨을 맛보는 주인공이다. 카린을 떠나보낸뒤 리비아를 위해 살아가는 주인공.

"나는 기저귀를 갈고, 빨래를 하고, 햄셰프에서 장을 보고, 유모차에서 장 본 물건들이 든 봉지를 묶고 배낭에 채소와 과일을 넣고, 요리를 하고, 아이를 목욕시키고, 진공청소기를 돌리고, 아이를 어깨에 앉히고 아이에게 말을 건다. 아이는 유머감각이 있고 많은 단어를 알게 되었지만 아직 발음은 서툴고 텔레토비보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만화영화를 더 좋아한다 '

작가는 상실과 슬픔이 그리고 기쁨이 교차하는 가운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묵직한 슬픔을 안고 있지만 현실을 살아내는 작가를 보며, 독자들도 가슴 속 차오르는 슬픔을 느끼게 된다. 작가는 자신의 전부였던 연인을 잃어버렸지만 또다른 전부가 생겼다. 이제 그녀를 위해 살아가는 주인공. 서툴지만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주인공을 보며 독자들은 마음으로 응원을 하게 된다. 설명할 수 없는 슬픔으로 가득 찬 이 책 [ 우리가 살아있는 모든 순간],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책은, 독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오늘 절망스러운 하루를 보낸 모든 독자들에게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절망의 순간에도 우리는 살아가야 한다고 말하는 책이있다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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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가 없어도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정민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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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롭게 하늘을 날아다니던 작은 새가 갑작스러운 돌풍으로 날개가 꺾이는 사고를 당한다좌절과 절망으로 얼룩진 눈빛을 한 채파닥거려보지만 현실은... 날 수 없다는 사실그렇다면 이제 죽는 일만 남은 걸까내 인생이 망가진 탓을 남에게 돌리고 좌절과 우울만 안은 채 살아가야 할까?

평소 사법기관의 정의 구현에 대한 물음에 천착하던 작가나카야마 시치리... 이번엔 감성이 넘치는 추리 미스터리를 안고 돌아왔다그는 이 책을 통해서 여러 가지 질문을 던지는 듯 하다여전히 인간이라는 종족에 대한 믿음의 끈을 놓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까인생에서 정말 소중한 것을 잃어버렸을 때 우린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장애인의 눈으로 본 비장애인 우선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등등.. 역시 시치리님의 추리 소설 답게단순 흥미 위주의 책은 아닌 것이다당연하게 여겼던 사회 시스템이나 삶에 대한 의문을 품게 만든다.

미스터리의 제왕나카야마 시치리 님의 새로운 작품 날개가 없어도 의 주인공 사라는 전도유망한 육상 선수이다아직은 올림픽에 나갈 정도는 아니지만특유의 성실함으로 실력을 조금씩 쌓아가고 있다그녀는 트랙에 서 있을 때 생생하게 살아있음을 느낀다그녀에게 있어서 육상그리고 달리기는 목숨, 혹은 삶 그 자체이다.

그러던 어느 날그녀에게 크나큰 불행이 덮친다옆집에 살던 중학교 동창다이스케가 운전하던 차에 치여서 왼쪽 다리 무릎 아래를 모두 잃어버리게 되는 것육상 선수에게 있어서 다리는 목숨과도 같다믿겨지지 않는 현실에 분노하는 그녀설상가상으로 다이스케는 면허가 없는 탓에 자신이 저지른 죄의 댓가도 제대로 치르지 않는다허술한 법망을 유유히 빠져나가는 다이스케를 보며가슴을 치는 사라와 그녀의 부모.

어느 순간 인생을 송두리째 빼앗긴 사라그러나 다리는 없지만 살아남은 목숨은 유지해 나가야 한다회사에도 적응하려 애쓰고 새로 맞춘 의족에도 적응하려 애쓰지만 한쪽 다리가 없어진 지금의 상황이 어색하고 힘들기만 한 사라,,,,, 회사에서는 5분 일하고 5분 쉬어야 한다. 지하철에서는 목발을 짚고 서 있다가 계속 누군가의 자리 양보를 받을 수 밖에 없다. 자신이 쓸모없는 인간이라 느껴진, 사라는 결국 회사를 그만둬 버린다이대로 사라의 시계는 멈추어버릴 것인가?

그러던 어느 날사고를 저지르고 집에 틀어박혀 있던 다이스케가 자신의 방에서 살해를 당한 채로 발견된다정황상 의심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사라와 그녀의 부모들그리고 의심이 가는 또 다른 인물다이스케가 교통 사고를 저지른 뒤 선임했던 미코시바 레이지 변호사그는 어릴 적에 중죄를 짓고 소년원에 간 적이 있는 인물이라다이스케의 죽음에 한 몫을 했을 수도 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한편인생의 시계가 이대로 멈추어 버린 줄 알았던 사라는 TV에서 남아공 출신의, 두 다리가 없는 육상 선수 피스토리우스의 사연에 대해서 알게 되고 새로운 희망을 품는다그리고 그가 가진 의족과 비슷한 의족을 주문 제작하기에 이른다이제는 달릴 수 있다는 기쁨에 들뜬 그녀그런데 의족의 값은 엔화로 200만엔이 넘고 우리나라 돈으로 치면 수천만원에 이른다그러나 현금으로 의족값을 치르는 그녀... 어디서 돈이 생긴걸까?

책은 의족을 찬 채 이제는 패럴림픽에 도전하는 사라의 모습을 보여준다그녀는 장애인이라는 사실이 무색하게 기록 단축에 힘을 쓰고 엄청난 실력을 가진 또다른 장애인 선수와의 대결에서 이기고자 노력한다. 기록 단축을 위해서 살을 빼고 ( 더 뺄 살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 경쟁 상대인 상대선수를 꺾기 위해서 그녀의 육상 스타일을 모방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사라. 1등을 향한 사라의 절절한 마음과 엄청난 노력에 저절로 박수를 보내게 되었다.

날개가 없어도 는, 감성 미스터리라는 타이틀에 맞게 여타의 추리 소설과는 그 성격이 조금 다르다. 밀실 미스터리처럼 복잡한 트릭을 이용하지도 않고, 잔인한 장면도 별로 없다. 사실 다이스케를 죽인 범인이 누군지 등은 여러 가지 정황들로 인해 쉽게 추리가 가능하다이 책을 통해서 아마도 작가가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바는. 삶이 완전히 무너져내리고 세상이 캄캄해진 상황에서도 우리는 여전히 살아나갈 수 있다는 것인 것 같다. 육상 선수인 사라에게 다리는 목숨과도 같은 것이었다. 다리가 산산조각 났을 때 어떻게 보면 그녀의 삶도 산산조각 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울며 떼쓰며 자신의 운명에 분노한 채 주저앉아 있을 수도 있었지만 그녀는 새로운 도약을 시도했다. 꺾였던 날개가 있던 자리에 인공 날개를 달고, 푸르른 하늘로 날아오른다.

우리는 책 속의 사라처럼, 생각지 못했던 사건들을 겪을 수 있다. 갑작스런 사고나 질병 등으로 이전과는 180도 달라진 삶을 살아가야 할 수도 있다. 그럴 때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주저앉아 울고 있을 수만은 없다.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울 뭔가를 찾아 희망을 품고 살아가야 한다. 더 이상 살아갈 수 없을 만큼 커다란 절망을 맛본 사라이지만, 외국 속담 " 한 쪽 문이 열리면 다른 쪽 문이 열린다 " 라는 말처럼 패럴림픽이라는 대회를 통해 희망이라는 빛을 따라간다. 시치리님의 생생한 묘사로 인해, 독자들은 사라와 함께 숨쉬고 사라와 함께 달리고 사라와 함께 기뻐하게 될 것이다. 완벽하지 않지만 소중한 인생을 찾아가는 사라의 모험에 함께 동참하고픈 독자들은 오늘 이 책과 함께 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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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한중일 세계사 4 - 태평천국 Downfall 본격 한중일 세계사 4
굽시니스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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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겹게 외우는 역사 공부는 이제 그만텍스트 위주의 지루한 역사 공부는 이제 그만이라고 외치는 듯한 책을 만났다제목은 본격 한중일 세계사 ]. 처음에는 만화책인지 몰랐는데 책을 펴드는 순간나타나는 귀여운 그림들과 재치 넘치는 말풍선들이 책의 저자인 굽시니스트 님은 참으로 재주도 좋으신 것 같다이렇게 역사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함께 재미있고 귀여운 만화도 잘 그리시다니.


실제의 증국번과 진짜 비슷하게 생김 ( 만화 속 심각한 얼굴의 사나이 )

내가 중고등학교를 다닐 때 제일 싫어했던 과목이 역사였는데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더니 이렇게 서평책과 서평단의 관계로 역사와 다시 마주서게 되었다그 당시에 역사를 왜 싫어했는지 잠깐 떠올려보았더니 외워야 할 자잘한 역사적 사건과 사실들이 너무 많아서였다그리고 또 한 가지역사 선생님이 너무 무서우신 분이었다역사를 좀 재미있게 친절하게 설명해주셨더라면 내가 더 관심을 가지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든다그런 면에서 이 본격 한중일 세계사 는 유머감각 넘치고 매우 친절하신 역사 선생님 같다.


속이 꽉 찬 남자 99.9% 이속빈!!!

이 책은 본격 한중일 세계사 시리즈의 4번째 책으로써태평 천국의 Downfall, 즉 몰락 부분을 다루고 있다.

이 시리즈 1권은 서세동점의 시작 ( 서양 열강들이 힘이 쎄짐 ) 2권은 태평천국 라이징 ( 태평천국의 상승세 ) 3권은 일본 개항 그리고 4권이 태평천국의 몰락 부분을 다룬다한국 역사도 잘 모르는데 중국과 일본의 역사를 알아야 되나라고 혼자 궁시렁거리고 있는데,,,, 작가 굽시니스트님이 웬지 나의 궁시렁을 들은 것처럼 머리말에 이렇게 남겨놓았다.

“ 국사 공부만으로도 빡센 거뭘 굳이 중국사일본사까지 관심을 가져야 하나 싶지만, ‘ 한국사 ’ 라는 나무를 제대로 관찰하기 위해서는 멀리서 ‘ 동양사 ’ 라는 숲을 봐야 하는 부분이 있는 법입니다. So, ..일 근대사 ㄱㄱ!!”

저자의 말이 100번 옳다는 생각이 들면서나는 우선 태평천국이 뭔지 알아보기 시작했다. ( 무식이 철철 넘치는 서평단 )

태평천국 운동이란중국 청나라 말기인 홍수전이 창시한 비밀 결사 ‘ 배상제회 에서 비롯한 봉기로 건국된 신정국가가 세워짐. 1851년 광시 성 구이핑현에서 건국하였으나 사실상 그 지역 근방을 중심으로 세를 키워나가기 시작한 것뿐이었고 실제로는 1853년 3월 남경을 점령한 후 남경을 ‘ 천경 으로 개명한 뒤 수도로 지정해 본격적 신국가 건설봉기의 주축이었던 배상제회는 주로 계속된 기근비적의 약탈지주와 고리대금업자들의 압박에 시달리던 광시 성 산촌 농민과 일부 소지주 광부실업자층에 기반하여 조직을 넓혀갔다.

태평천국이란종교를 바탕으로 하여 세워진 새로운 국가였던 것!..... 속으로 생각했다나란 human being 참으로 무식하도다... 태평천국은 처음엔 승승장구 하면서 청의 진압군을 격퇴할 정도로 강성하였으나시간이 지나면서 내부 분열과 서양 열강의 견제로 약화되고 종국에는 신사층 출신인 이홍장의 회군에게 결정적인 대패를 당하면서 패퇴한다.



일진일퇴를 거듭했지만 끝내는 태평천국을 무너뜨리는 이홍장

처음에 책을 읽는 동안에는누가 누구 편인지어느 장군이 어느 나라에 속하는지그리고 서양 열강과의 관계는 뭔지 온통 헷갈리기만 했다그런데 태평천국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본 뒤에 이들이 청나라와 맞붙은 상황그리고 이와 함께 청나라로의 서양 열강들의 간섭 등이 이어지면서 대충 1850년에서 1860년으로 이어지는 그 당시 중국 역사의 흐름에 대해서 대충 파악할 수 있었다청나라의 입장에서 봤을 때는 내부적으로는 태평천국 군즉 난징까지 함락시킨 광서 장발적 ( 그들 입장에서는 깡패집단 ) 에 시달렸고 외부적으로는 서양 열강 ( 서양의 깡패 ) 의 개방 요구에 무릎을 꿇은 시기였다고 볼 수 있다이 책에서는 청나라와 태평천국의 대립그리고 서양 열강의 중국으로의 진출을 매우 자세하고도 재미있게 잘 묘사해주고 있다역사에 문외한이었던 나도 중국의 역사에 조금은 눈을 뜬 기분이 들었고, 1권부터 천천히 다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2차 아편 전쟁 종료되고 베이징 조약 체결, 결국 서양 열강에 무릎 꿇는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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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키
D. M. 풀리 지음, 하현길 옮김 / 노블마인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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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리블랜드 퍼스트 뱅크의 현재와 과거를 교차하며 벌어지는 추적 스릴러 데드키. 여기서 궁금한 것!!! 과연 데드키가 뭘까? 데드키는 바로 은행의 대여금고를 열 때 필요한 마스터키를 지칭한다. 이 책은 클리블랜드 퍼스트뱅크가 갑작스레 문을 닫으며 모든 직원들을 해고하던 1978년 당시와 20년이 지난 후인 1998년을 오가며 벌어지는 긴박한 사건들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 사람들의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이 긴박한 이야기의 중심에는 바로, 대여금고의 마스터키인 이 데드키가 있다.

1998년의 주인공 아이리스 래치는 WRE이라는 건축회사에 갓 입사한 햇병아리 건축가이다. 그녀는 청사진에 빨간색 펜으로 표시를 하는, 잔업 위주의 일을 맡고 있다. 좋은 대학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그녀가 그러한 사소한 일에 지루함을 느끼던 어느 날, 그녀에게 새로운 일이 주어지는데, 그것은 바로 지금은 버려진 채 황량하게 서 있는 클리블랜드 퍼스트 뱅크의 재사용 가능성을 보여주는 설계도를 그리라는 일이다.

직속상관인 브래드와 함께 수십 년간 사용되지 않았던 건물로 들어가서 퀴퀴한 냄새와 먼지 속에서 작업을 하는 동안, 웬지 누군가가 자신을 지켜보는 듯한 느낌을 느끼는 그녀. 건물 경비원인 레이먼 인가? 직속 상관인 브래드 인가? 분명히 아무도 없어야 할 건물에서 누군가의 흔적을 계속 느끼는 아이리스. 건물 안을 돌아다니며 설계도를 작성하던 그녀는, 마치 최면에 빠진 듯 점점 해서는 안 될 행동을 하게 된다. 은행에서 일했던 누군가의 서류를 뒤져보고, 대여금고와 관련된 의혹에 사로잡히는 그녀.

한편, 이야기는 클리블랜드 퍼스트 뱅크가 아직 망하기 전인 1978년으로 넘어가다. 주인공 베아트리스는 아직 성인이 되지 않았지만, 도리스 이모의 도움으로 각종 서류를 조작하여 클리블랜드 은행의 타이피스트로 취직을 한다. 살벌한 직장 분위기와 자신에게 음란한 추파를 던지는 상사 때문에 괴로운 그녀, 그러나 곧 맥신 이라는 직장 동료과 친분을 갖게 되고, 둘은 곧 마치 언니와 여동생처럼 친밀한 관계가 된다. 그러던 중, 베아트리스는 직속 상사로부터 맥신을 감시하라는 명령을 받게 된다. 맥신이 대여금고와 관련된 불법을 저지르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는 베아트리스.

작가가 겪은 실화인가? 한 은행에서 벌어진 부정 부패를 마치 자신이 겪은 것인 양 보여주는 책. 600페이지가 넘는 책의 두께에도 불구하고 그 다음 장면이 궁금하여 페이지는 술술 넘어간다. 일종의 사회파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이라고 불러도 될 듯 한 이 책을 읽으면서 역시 도둑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면 안되는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법망이 허술한 틈을 타서 한 몫을 챙기려는 검은 속내의 은행가들 이야기. 우리나라나 미국이나, 짧은 시간에 엄청난 부를 이룬 사람들은 어쩌면, 도둑질이라는 하나의 기술을 잘 습득한 결과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끔 만든 책이었다.

하지만, 어디나 정의의 사도들이 있는 법. 사람들의 눈을 속여서 그들의 재산을 꿀꺽 하려는 파렴치한 인간들을 혼내주려는 정의의 수호자들이 등장한다. 그러나 그들은 FBI도 아니고 경찰관도 아니고 시정부 소속의 의원들도 아니다. 그들은 은행에서 존재감 없이 일하던 여인네들이다. 그녀들은 은행을 믿고 돈이나 귀중품을 맡겼던 사람들의 눈을 가리고 아웅 하던 못된 고양이들을 혼내주려는 계획을 세우고 그것을 실천한다.

한 은행의 대여금고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인간의 추악한 욕망의 끝을 보여주는 소설, 데드키. 사람들은 은행을 믿고 대여금고에, 자신의 소중한 재산을 맡겼다. 그런데 은행 측에서 그러한 사람들의 믿음을 저버리는 사기극을 벌이게 되고, 진실을 밝히려는 여인들과 그들을 뒤쫓는 어두운 그림자들은. 20년이라는 시간을 뛰어넘어 같은 공간에서 벌어진다. 과연 이 글의 결말은 무엇일까? 진실은 승리할 것인가? 막판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소설, 데드키, 오늘 독자들의 심심한 밤을 스릴과 박진감으로 가득채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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