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함께 글을 작성할 수 있는 카테고리입니다. 이 카테고리에 글쓰기

그림 따지는 변호사 - 이재훈 교수의 예술 속 법률 이야기
이재훈 지음 / 예미 / 202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미술과 법률이 얼마나 멋지게 융합할 수 있는지!


영어 속담에 "그림 한 장이 천 마디 말보다 낫다"라는 표현이 있다. 하나의 그림이 정말 많은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는 이야기인데, 이걸 뒤집어보면 하나의 그림이 보는 사람들의 시각에 따라서 얼마든지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자전거를 탄 어린이의 그림이 있다고 치면 자전거와 어린이라는 피사체에 주목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고, 그림의 역동성이나 색채에 주목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감상하는 사람들의 직업이 감상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을까? 이 책 [그림 따지는 변호사]의 저자 이재훈 님은 아마도 그렇다고 말할 것 같기도 하다.


책 [그림 따지는 변호사] 이재훈 님은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하고 변호사가 된 후 현재는 성신여대에서 법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라고 한다. 규율에 기반한 유연성이라는 자기 철학을 가지고 있고 산책 중 길냥이 찾는 취미가 있다니 반가웠다. ( 나도 산책할 때 꼭 츄르를 챙긴다 ) 업무에 대한 압박과 스트레스 때문에 클래식 미술 감상이라는 취미를 시작하였다고 하는데, 취미가 발전이 되어서 이렇게 책도 펴낼 수 있다니 뭔가를 시작하면 파고드는 성격이신가? 싶기도 했다. 저자는 여러 전시회를 다니다가 도슨트가 펼치는 작품에 대한 스토리텔링에 빠져들었고 그 후 여러 명화 속에서 발견되는 법률 지식을 이야기하는 책을 내게 되었다고 한다.


나는 이런 책이 정말 좋다. 예술이라는 감성적 영역과 법률이라는 이성적 영역이 만나서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아주 독특한 느낌의 책이 탄생했다. 그림을 보면서 법률 상식을 배울 수 있다니 정말 재미있게 다가온다. 저자는 화가 베르메르의 작품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를 보면서 '진주'라는 귀중품의 법적 정의를 논한다. 광물이고 무기질에 속하는 보석들이 귀금속인데 반해서 진주는 조개의 몸속에서 탄생한 일종의 유기질이고 따라서 귀금속으로 분류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여기서 처음 알았다. 이뿐만 아니라 아르침볼도라는 화가의 작품은 과일과 같은 사물로 인간 형체를 표현하는데, 여기서 시작된 아이디어가 최근 개봉된 영화 [에일리언 : 로물루스]로까지 이어진다. 영화에는 생성형 A.I.를 이용하여 이미 작고한 배우 이안 홈을 등장하게 만드는데, 이것이 초상권 문제를 둘러싼 법적인 분쟁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내가 워낙 동물을 좋아하다 보니 개인적으로 눈길이 많이 갔던 부분은 바로 4장 [ 동행을 위한 배려 - 동물과 법 ] 이었다. 175쪽 "스스로 살아가는 길고양이 - 나쓰메 소세키와 유기 동물 "에서는 현재는 반려동물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는 고양이의 기원, 다양한 작품 속에 등장하는 고양이의 모습 그리고 일본의 대문호 나쓰메 소세키의 작품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에 등장하는 고양이의 인간에 대한 풍자 등등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다가왔다. 이와 더불어 우리나라에서 시행하고 있는 [동물 보호법] 이야기가 나오는데, 여전히 한 발은 늘 자연에 걸쳐놓고 사는 고양이의 야생성이 동물 보호법에 반영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길고양이가 가끔 인간의 공격과 학대의 대상이 될 수 있는데, 좀 더 강력한 법이 제정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 딱딱하고 엄격할 것 같은 법과 아름답고 신비로운 그림이 만났다?! 이 책 [그림 따지는 변호사]는 저자가 취미로 시작한 그림 감상에 자신의 전문 분야를 충실히 녹여낸 책이라고 볼 수 있다. 이전에는 정말 아무 생각 없이 봤던 그림들이 이제는 시대를 반영하고,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삶을 반영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법률적으로 따져볼 만한 내용들도 많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서 정말 똑똑히 알 수 있었다. 어린이가 등장하는 그림을 보고, 최근 인스타에 어린 자녀의 사진과 일상을 공유하는 "셰어런팅"을 이야기하는 저자. 사실 나도 부모들이 과연 자녀의 허락을 받고 그들의 모습을 노출시키고 있는 것인지, 궁금하기는 했다. 아무리 예쁘고 사랑스러워도 누구나 볼 수 있는 공적인 영역에 아이들의 모습을 드러내는 게 사생활 침해라는 법률적 문제를 낳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개인적으로 든다. 마치 도슨트처럼 그림 속에 깃든 법률 지식을 꼼꼼히 설명해 준 책 [그림 따지는 변호사] 이쪽 분야에 관심이 있는 모든 독자들에게 추천한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현실 온라인 게임
김동식 지음 / 허블 / 202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더 능숙해지고 더 단단해졌다!

초단편 외길 9년, 김동식 첫 단편소설집

김동식 작가의 상상력에 과연 한계가 있을까?

생각지도 못한, 매우 기발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3편의 단편이 실린 단편소설집 [현실 온라인 게임]의 가제본을 읽게 되었다. 짧은 편이지만 어디로 튈지 모르는 기가 막힌 전개에 그리고 놀라운 반전이 기다리고 있는 결말까지 역시 기대했던 것처럼 매우 강력한 한방이 있는 단편들이었다.

우선 첫 번째 단편인 [현실 온라인 게임]은

온라인 게임에서 주인공들이 공략하는 퀘스트가 현실에서 주어질 때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다룬다. 언제나 그렇듯, 주인공은 김남우와 홍혜화. 김남우는 무료한 삶을 살아가던 직장인이었지만 홍혜화로부터 알게 된 현실 온라인 게임에 참여하게 되고 레벨이 올라갈수록 더욱더 짜릿한 보상을 주는 퀘스트에 점점 더 중독되어가는데...

마치 세계적인 인기를 끄는 시리즈 오징어 게임을 보는 느낌으로 읽게 된 흥미진진한 단편 [현실 온라인 게임]

어쩌면 우리의 삶이 "보상"이라는 허상을 향해 굴리는 쳇바퀴가 아닐지. 보상에 집착하는 김남우를 지켜보면서 쳇바퀴 같은 삶을 살며 마치 마약 중독자처럼 한 달 후 월급이라는 보상을 기다리는 나 자신을 보는 느낌도 느꼈다.

세 번째 소설 [내일을 부르는 키스]는

설정 자체가 너무 재미있었다. 아르헨티나로 신혼여행을 떠난 부부 김남우와 홍혜화. 그들은 신비한 석상 주변에서 키스를 하다가 그만 석상의 저주에 걸리고 만다.

키스를 못하면 내일이 오지 않는 그런 저주... 말하자면 이들은 매일 반드시 키스를 해야만 하고 혹시나 못하는 경우에는 똑같은 하루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는데... 과연 이들에게는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가?

이 단편은 주인공이 반복되는 매일을 살다가

인생의 진리를 깨닫게 되는 영화 [사랑의 블랙홀]을 떠올리게 했다. 그런데 그 영화가 좀 순수하고 아름다운 메시지가 있었다면, 이 단편은 무지 자본주의적인 색깔을 띠고 있고 결말이 조금 험악 (?) 하다. 그러나 자극적인 걸 좋아하는 나 같은 한국인들에게는 약간 매콤한 결말도 좋은 듯 ..

김동식 작가의 작품들은 매우 환상적인 내용을 담고 있지만 반면에 우리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게 한다. 특히 [현실 온라인 게임]을 읽으면서 우리 사회에 이미 달콤한 보상을 약속하면서 평범한 사람들을 나락에 빠뜨리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생각해 보게 되었다.

특히 더 많은 돈, 더 많은 권력, 더 많은 쾌락 등등

무엇인가를 향한 인간의 탐욕이 선을 넘어버리는 순간

생각지도 못한 지옥문이 열린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기발함 그 자체인 김동식 작가의 소설집 [현실 온라인 게임] 판타지와 스릴러를 좋아하는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존재하는 모든 것은 사라지지 않는다 - 우리의 삶을 넘어선 본질에 대한 이야기 세스 시리즈
제인 로버츠 지음, 매건 김 옮김 / 터닝페이지 / 202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영혼의 관점에서 죽음과 탄생, 인간의 정체성, 삶이라는 

우주적 드라마를 치밀하게 엮어냈다."


우리 인간은 감각 위주의 현실을 살면서도 보이지 않는 존재나 다른 차원의 세상이 있을 것이라고 막연하게 느낀다.  물론 신이나 영혼과 같은 것을 아예 믿지 않는 사람들도 있긴 하지만 최근에는 인정하는 쪽이 더 많은 것 같다.  나는 언젠가부터 전생이나 윤회 등에 관한 글을 읽기 시작했고, 인류의 기원 등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영혼 불멸설이나 죽음이 끝이 아니라는 것을 막연하게 믿게 되었고 우리는 여러 번의 생을 통과하면서 실수하고 배우고 깨우치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물질세계라는 드러난 현상이 아니라 이 세상을 이루게 만든 본질을 알고 싶었다고 할까?


이 책 [존재하는 모든 것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그런 면에서 많은 것을 설명해 주는 백과사전 같은 책이었다.  이 책은 영혼과 우주, 죽음과 탄생과 같은 미스터리에 대한 해답을 제공해 준다.  물론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게 거짓 없는 완벽한 사실이라고 말할 근거는 없다.  그러나 내가 그동안 품었던 여러 의문점에 대한 답은 찾을 수 있었다.  이 책의 주인공은 "세스"라고 하는 다른 차원의 존재인데, 세스는 제인 로버츠라는 사람과 교신을 하기 시작했고, 제인의 남편 로버트 F. 버츠가 아내의 입을 통해서 전해지는 세스의 메시지를 기록하여 책으로 펴내게 된다.  다른 차원의 존재라니... 그렇다면 우주에 여러 차원이 있다는 다중우주 이론이 사실이란 말인가?   막연하게만 품어왔던 의문이 풀리는 순간이었다. 

 

이 책은 크게 3개의 파트로 구성된다.  Part 1 <존재하는 모든 것은 사라지지 않는다>에서는 "영혼"의 본질에 대한 설명이 제공된다.  23쪽 "나는 육체가 없지만 이 책을 쓴다"에서 세스는 우리의 영혼은 다수의 퍼스낼리티로 구성이 되어 있고 각각의 퍼스낼리티는 다른 차원에 존재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세스와 같은 영혼의 존재들은 심령의 힘만으로 주위 환경을 창조할 수 있고 시간을 초월할 수도 있다고 한다.   인간의 경우도 단지 육체가 지닌 감각기관을 통해 차단이 될 뿐, 우리의 심령도 언제든 다른 차원으로 갈 수 있는 워프를 제공한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꿈속에서 여러 행성을 돌거나 다른 세상에 가는 경우도 혹시 이런 경험인 걸까?  육체가 자고 있는 틈을 타서 다른 차원을 방문하는 경험...  어떤 꿈은 너무나 생생하고 컬러풀해서 실제로 경험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은 적도 많았기 때문에 이 부분은 더욱더 흥미로웠다.


Part 2 <연속적인 삶을 통해 우리의 영혼이 얻는 것>에서는 죽음 이후에 인간들이 어떤 일을 겪게 되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소개된다.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부분은 바로 179쪽 "죽음 이후의 세 가지 선택"이라는 제목의 글이었다.  세 가지 선택 중 2가지는 결국 영혼이 지구에 머무르게 된다는 사실 즉 환생과 윤회와 관계가 있었고, 마지막 선택의 경우는 영혼의 성장을 통해서 윤회 주기가 끝나는 사람들은 다른 차원에서의 삶, 다시 말하면 육체가 없거나 다른 형체를 가진 삶을 선택할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천국과 지옥이라는 것도 본인의 믿음 체계에 따라서 생겨날 수 있다는 점과 죽음 이후에도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고 지구에서의 삶에 집착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아직은 많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영혼이나 죽음과 관련된 미스터리가 곧 풀리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을 수 있었다.

 

Part 3 <영혼은 결과가 아닌 존재의 과정이다>에서는 신이라는 거대한 존재에 대한 설명이 다시 이어진다.   신은 하나의 거대한 본체이고 세상과 인간을 창조한 존재이기에 인간뿐만 아니라 모든 만물에 신이 깃들어있다는 설명이었다.  그리고 과학적 초고대 문명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 미스터리를 다루는 채널에서 이야기하는 아틀란티스 문명 같은 곳 ) 아주 오래전에 과학적으로 매우 진보했던 문명이 있었고, 폭력에 너무 저항하다가 에너지 조절에 실패해서 결국 망해버렸다?라고 읽혔는데, 내가 맞게 읽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든 이 책 [존재하는 모든 것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물질세계와 눈에 보이는 현상에 치우쳐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영혼이라는 존재의 본질과 진리를 다시금 떠올리게 하는 책이다.  정말 여러 가지 주제에 대한 포괄적인 내용이 실려 있는데,  솔직히 말해서 내 이해 능력을 넘어서는 내용이 많아서 읽기에 좀 어려웠다.  그러나 영성에 관심이 많고 현실의 삶을 초월하는 이야기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재미있어할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진리에 좀 더 가까이 다가설 수 있게 도와준 책 [존재하는 모든 것은 사라지지 않는다]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정영진의 시대유감 - 나는 고발한다, 당신의 뻔한 생각을
정영진 지음 / 21세기북스 / 202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설픈 위로나 공감을 하느니

불편한 질문을 좀 해볼게요."

예전에 대중적으로 유명해진 한 스님이 쓴 책을 읽어본 적이 있다. 읽다가 중간에 던져버렸지만. 온갖 미사여구는 다 사용한 글이었지만, 겉 포장지만 화려하고 속은 텅텅 빈 상자 같은 느낌을 받았다. 깊이 없는 내용의 책을 보고 '저자가 진짜 스님이 맞나?'라고 고개를 갸우뚱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분은 이런저런 논란에 휩싸이더니 결국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져 버렸다. 이 책 [정영진의 시대유감]은 내가 앞서 이야기한 한 스님이 쓴 책의 내용과 같은 위선, 허위의식, 가짜 등등을 고발하는 글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작가 정영진 씨의 오래된 팬이다. 그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몇 개를 구독하고 있는데, 그 채널들이 다루는 주제들이 굉장히 신선하고 시대를 반영한다. 그 외에도 이 분을 좋아하는 이유는 첫 번째로 지적으로 돋보인다는 점. 저자가 진행하는 방송에서 패널들에게 던지는 질문이 굉장히 날카롭다. 그리고 저자는 유머감각도 뛰어난 편이다. 다른 사람들이 하는 말을 조용히 듣고 있다가 던지는 농담이 완전히 촌철살인이다. 한마디로 배꼽을 잡는다. 그야말로 뇌섹남의 전형이다. 그런 정영진 씨가 책을 냈다니 어찌 읽어보지 않을 수가 있겠나?

책 [정영진의 시대유감]을 한마다로 요약하자면 "세상과 대중들이 가진 허위의식과 위선에 대한 고발" 과 "주체적이고 비판적 사고 권유" 정도로 할 수 있겠다. 남들이 눈치 보면서 "Yes"라고 말할 때, 당당하게 "No"라고 할 수 있는 저자. 그는 남들의 말에 쉽게 휩쓸리는 대중들의 허약한 자아와 모든 종류의 가짜, 거짓, 위선, 등등의 민낯을 이 책에서 드러낸다. 이 책은 크게 3개의 파트로 이루어져 있다. 첫 번째 파트의 제목은 [모순을 밝히다 - 고민 없이 산다는 것은 큰 위기다]이고 스스로 사고하지 않는 세상에 대한 유감을 드러낸다. 54쪽 "카페에 둔 노트북을 아무도 훔쳐 가지 않는 이유"에서 한국의 범죄율이 낮은 이유는 "성숙한 시민의식"보다는 거리 곳곳에 설치된 CCTV 등의 효과적인 범죄 예방 시스템 덕분이라고 말하는 저자. 명쾌한 진실 앞에서 반박할 자 누가 있으리.

Part 2 [가식을 비웃다 - 누구나 좋아할 이야기를 하는 사람을 조심하라]라는 글에서는 마치 뱀의 혀를 가진 것처럼, 겉으로만 좋아 보이는 말을 하는 사람들을 경계하라고 저자는 말한다. 112쪽 "비겁하고 간사한 사람들은 진실을 숨기고 듣기에 달콤한 말만 늘어놓는다. (...) 지금 힘들어하는 이에게 가슴이 뻥 뚫리는 이야기를 해주는 것은 채소를 먹지 않는 아이에게 울지 말라며 사탕을 먹이는 것과 비슷하다." 보기 좋고 듣기 좋은 거짓보다는 다소 불편하지만 인생에 도움이 되는 진실을 보려고 노력하라는 이야기로 들려서 공감했다. Part 3 [소신을 말하다 - 눈치 없는 사람이 세상을 바꿔왔다]에서는 진짜 눈치 없게 잔소리하는 작은 아버지처럼 느껴지는 저자. 그러나 항상 쓴소리가 도움이 되는 법이다. 스스로에 대한 객관화가 덜 된 채 제대로 노력도 하지 않고 일류 기업만을 바라보는 젊은이들에게 일침을 날리는 글 225쪽 " 당신들처럼 한심한 세대를 만들어서 미안합니다"라는 사회 초년생들이 꼭 읽어봐야 할 대목이라고 느꼈다.

우리는 불편한 진실보다는 편한 거짓을 더 좋아할지도 모른다. 먹방에 열광하고 사이버 렉카가 퍼뜨리는 쓰레기 같은 가짜 뉴스를 몰래 탐닉하는 버릇이 있을 수도 있다. 이런 식으로 실제 우리는 개, 돼지처럼 살고 있으면서도 어떤 정치인이 말한 "대중은 개, 돼지나 마찬가지다"라는 말에 흥분하고 비판한다. 문제의식을 가지고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들을 프로불편러라고 몰아세우고 자신은 어떤 문제에든 쿨하게 대처하는 사람이라고 정신 승리를 하고 있을 수도. 어떻게 보면 그 "프로불편러"에 속하는 사람이라고 볼 수 있는 저자 정영진 씨는 이 책 [정영진의 시대유감]을 통해서 우리 시대를 관통하는 여러 문제점들에 대해서 날카롭게 비판하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 그가 이 책을 통해서 하고 싶은 말은,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정치적 위기도 정치인들의 문제만은 아니고 질문하지 않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대부분의 우리가 만들어낸 문제가 아닐까? 인 것 같다. 좀 더 나은, 이상적인 사회를 꿈꾸는 모든 사람들이 꼭 한번은 읽어봐야할 책 [정영진의 시대유감]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죽음은 직선이 아니다 - 암, 도전, 진화 그리고 삶과 죽음에 대한 매혹적인 탐구
김범석 지음 / 흐름출판 / 202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죽음과 불멸의 두 얼굴,

암에 숨겨진 생명의 원리

우리는 죽음과의 조우를 최대한 미루기 위해서 암과의 사투를 벌이는 사람들을 주위에서 보곤 한다. 그나마 현대 의학이 발달한 덕에 요즘은 암 환자라도 생존율이 높은 편이지만 별다른 치료법이 없던 과거에는 암으로 인해서 조기에 사망하는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다. 지금은 화학 치료, 방사선 치료, 수술 등 많은 방법을 통해서 암과 공존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 같다. 이 책의 저자 김범석 교수는 아버지가 암으로 사망하신 것을 계기로 의사가 되고 암 정복에 뛰어든다. 주로 암 치료에 대한 내용이 많지만 암과 관련된 이야기들 - 유전자, 암의 기원, 삶과 죽음에 대한 철학적 이야기 등등 - 이 있어서 흥미로웠다.

저자 김범석 교수는 서울대학교 암 병원 종양내과 전문의이자 임상교수이다. 그는 많은 암 환자들을 만나며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고통과 희망을 마주 해왔다고 한다. 나는 책을 읽으면서 저자같은 사람이야말로 환자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서 고군분투하는, 진정한 의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이 책 속에는 암 정복을 위해서 연구하고 피땀 흘린 내용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특히 암 치료에 쓰이는 약물에 대한 이야기는 아주 깊이 있고 전문적으로 쓰여있어서 좀 어려웠지만 그래도 흥미로웠다. 이 책은 크게 1~5부로 나뉘고, 1부는 저자가 의료 초보인 레지던트 시절 맞닥뜨려야 했던 수많은 죽음들과 그 앞에서 무력했던 경험을 담고 있다. 저자가 암 전문 의사가 되도록 만들었던 여러 계기들이 등장하고 갑작스럽게 찾아오는 죽음에 대한 저자의 고찰이 흥미로웠다.

"모든 죽음은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다. 죽음은 직선적이지 않다. 임계점을 넘어서면 몸은 한순간에 꺾인다. 임계점을 넘어서는 순간, 몸은 순식간에 변한다. 이쪽은 생, 저쪽은 사. 마지막 바이털이 끊어지는 순간까지도 그랬다. 그 과정은 대개 이렇다." -30쪽-

2부 : 암을 향한 인류의 도전에서는 암 정복을 위해서 지금까지 인류가 어떤 노력을 기울여왔는지가 나온다. 다시 말해서 암 치료법의 시작과 발전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1896년 시카고에서 방사선에 노출된 공장 노동자의 피부가 벗겨지고 손톱이 빠지는 등 방사선에 의해서 세포가 죽는데 착안한 치료법, 즉 방사선 치료법이 개발된다. 그리고 1943년 미군 함대에 실려있던 겨자 가스탄이 폭발하면서 노출된 화학 가스가 세포를 파괴하는 것에 기초한 화합물 항암제가 발명되기도 한다. 독으로 암을 죽이는 치료법이 개발되면서 다양한 약물이 항암 치료에 쓰기에 되는데, 특히 최근에는 여러 항암제를 한꺼번에 사용하면서 치료 효과를 높인다는 점, 그리고 암세포 표적 항암제인 이레사와 같은 약물이 개발되었다는 점도 흥미로웠다.

3부 : 죽음과 불멸의 두 얼굴, 암에서 인상적이었던 내용은 바로 진화하는 암에 관한 이야기였다. 유방암을 앓고 있던 환자에게 다양한 종류의 약물과 치료법을 실시했던 의사들. 그러나 암 덩어리들은 약물에 대한 내성을 길러가며 끈질기게 살아남는다. 강력한 억제력이 있는 신약을 써서 그 환자는 치유가 되었지만 언제 또 암이 재발할지 알 수 없다는 이야기를 읽으면서 암세포도 여느 세포처럼 진화하고 발전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4부 : 반전에서 저자는 참으로 아이러니하게도 우리가 지금까지 암에 안 걸리고 살아온 게 행운이라고 한다. 이 주제에 대해서 저자는 "암세포의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이라는 제목을 통해서 우리의 몸을 구성하는 세포들은 묵묵히 일하는 반면 몸의 주인인 사람들이 혀에서 느껴지는 맛이라는 자극을 위해서 얼마나 몸에 좋지 않은 음식을 섭취하는지를 밝힌다. 맛이라는 쾌락에 집착하는 와중에 많은 정상 세포들이 암세포로 변하는 과정이 있기에 저자가 "암세포는 죄가 없다"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이 책 [죽음은 직선이 아니다]는 암 정복이라는 뚜렷한 목표의식을 가진 채 평생을 암 연구에 바쳐온 한 교수님의 깊이 있는 지식과 본인만의 날카로운 철학이 잘 정리되어 있는 책이다. 굉장히 전문적인 책으로써, "죽음"에 대한 관념적인 글이 아니라, 암이라는 질병에 대한 A부터 Z까지 세상의 모든 지식을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책에서 해답을 얻을 수 있는 질문을 정리해 보자면, "암이란 무엇인가?", "현대의 암 치료는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는가?", "암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은 무엇인가?" 등등인데, 이외에도 이 책에서 수많은 질문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다. 나는 너무 관념적이거나 추상적인 글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그런지, 생물학, 의학, 유전학, 약물학 (?) 등등 다양한 지식이 총망라되어있는 이 책이 정말 (X100) 재미있었다. 학창 시절에 특히 생물을 좋아했었는데, 그런 내용이 많아서 재미있었던 것 같다. 의학을 전공할 생각이 있거나 이런 분야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 추천해 주고픈 책 [죽음은 직선이 아니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