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진/우맘 > 살아 있는 모든 것은 for 즐거운 편지

작년 4월, 엄마가 가슴에 종양이 있다는 판정을 받았습니다. 악성일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를 듣고, 결과가 나올 때 까지 한 달여동안 어찌나 마음을 졸였던지... 지금까지 생각만 해도 눈물이 고이는군요. 다행스럽게도 양성이었고, 지금은 건강하게 생활하시지만, 처음 맞닥뜨린 죽음의 가능성, 우리 엄마에게도 죽음이 찾아올 수 있다는 가능성은 저를 큰 공황에 빠뜨렸었습니다.

즐거운 편지님, 어쩌면 이제 겨우 마음 추스리고 계실지도 모르는데....주책 없는 제가 괜한 짓을 하는 것은 아닌지. 하지만, 편지님이 어머니를 잃었다는 슬픈 소식을 전해들은 날 이 책을 만났고, 웹에 게시하려고 작업을 하는 내내 편지님이 머리속에서 떠나질 않았답니다. 혹자는 그러겠지요. 에이, 한 번 만나보지도 못한 사람, 블로그에서 몇 번 오갔다고 그럴리가... 저도 이런 제가 잘 이해되지 않네요. 아마도, 첫 정이라 그런가봐요. 편지님은 제가 처음으로 즐겨찾기에 등록한 분이세요. 조언을 청하면 언니마냥 길고 길고 긴 코멘트로 답변을 주시던 님에게, 어느새 포옥 정이 들었나 봅니다.

어설프게 그림책 내용을 들어 위안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그냥, 기억해 주세요. 틈틈이 작업하는 며칠 간, 내내 잘 계실까...얼마나 슬프실까... 제가 걱정했다는 것을요. 그리고, 생판 남이지만 누군가 나를 걱정해 주었다는 사실이, 힘을 내시는데 손톱만큼이라도 보탬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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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맘 2004-03-17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 말 안 남기셨지만, 그냥 퍼가셨다는 것으로, 그리 불쾌하거나 하지는 않으셨다 미뤄 짐작해도 되겠죠? ^^
 

 

 미운 세 살? 네 살? 일곱 살??  그 시기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는데... 


이 책을 아이보다 먼저 보며 푸하하!! 어쩜 이리도 표현을 잘 했을까 싶었다. 과연 욘석의 표정은 어떨까, 뭐라 하려나 상상해가며.. 사실 책을 미리 훑어보기란 생각처럼 쉽지가 않다. 그저 아이에게 읽어주며 제대로 파악할 때가 더 많으니.. 그러니 꽤 오랫동안 찾던 책이라든지, 제목만으로는 그 내용을 상상할 수 없을 때 그만큼 궁금해서 이 책처럼 먼저 들춰보게 된다.


<엉덩이가 집을 나갔어요> 제목을 보며 아마 날마다 말썽만 피우는 녀석이 엉덩이를 맞다맞다 엄마에게 반란을 일으켜 "엉덩이가 집을 나갔어요!"하고 외치게 되는 소린 줄로 알았다. 그런데 전혀 뜻밖에 "엉덩이의 반란"인 것이다.

그러면 집을 나간 엉덩이를 어떻게 그렸을까 했더니(본문에서 글쓴이가 워낙 통통~한 엉덩이라는 걸 강조했으므로) 그림을 그리다말았다. 아니 그렸다가 지운 것 같기도 하다. 그러니 더 웃긴다. 

그런데 예상 밖으로 태현이 반응이 무덤덤한 것이다. 엄마 혼자만 이것저것 상상하며 재미있어 한 꼴이 되고 말았으니. 한창 미운 짓 할 때 보여줬다면 반응이 재미있었을 텐데... 하긴 요즘 우리들의 관계가 그 동안의 우여곡절(?) 끝에 타협점을 찾아서 상당히 우호적이긴 하다.^^ 그러고 보니 이 책은 이제 미운 세 살, 네 살 시기로 입문하게 되는 아이와 엄마에게 더 필요할 거란 생각이 든다. 아이가 이제 일곱 살쯤 되고 보니 그 시기가 늦은 감이 드는 책들을 만나게 될 때가 종종 있다.(신간은 어쩔 수 없지만) 한동안은 권장연령을 썩 반기지 않았지만 아이가 커가면서 여러 책들을 접하다보니 대상나이를 구분하게 될 때가 생긴다. 권장연령이란 걸 완전히 무시할 수도 없고, 쫓아가기만 할 것도 아니고... 아무튼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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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맘 2004-03-06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음...미운 세 살에 이어 미운 네 살, 다섯 살까지 주욱 소신을 잃지 않는 예진양에게 필요할 것 같군요.
참, 님, 제 서재에 님에게 러브콜을 날리는 글이 하나 있는데...조만간 방문하여 답변 주시길.^^
 
천사와 꼬마병정의 대모험
피터 콜링턴 / 한림출판사 / 199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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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의 한쪽 구석 서가에서 무심코 집어든 책이라 더욱 소중하게 다가온다. 그림이 어찌나 섬세한지 구석구석 소품 하나하나, 그림자에까지 시선이 머물게 된다. 부드럽고 고운 선들이 모여 이룬 중간 톤의 색채는 포근한 꿈속을 연상시킨다.

어릴 때 누구나 한번쯤 이런 상상을 해보지 않았을까... 잠자리에서 엄마가 읽어 준 그림책으로 꿈속여행을 떠나게 되는 아이의 머리맡에 작은 천사와 꼬마병정이 나란히 놓여있다. 아이는 어느새 깊이 잠이 들고... 책에서 봤던 해적이 탁자 위에 놓여있던 분홍빛 돼지저금통을 떨어뜨리더니 동전 한 닢을 훔쳐 가려한다. 그 소리에 깨어난 꼬마병정이 칼을 빼들고 막아보지만 역부족 병정까지 잡혀간다. 천사가 깨어나서 꼬마병정이 사라진 걸 알고 슬퍼하며 병정을 찾아 나서면서부터 모험이 시작된다.

천사가 어찌나 작은지 고양이에게도 쫓겨 달아나고 작은 파리(?벌)와도 싸워야한다. 천사의 움직임을 따라 집안을 하나하나 살펴보게 되는 즐거움이 있다. 잠든 아이의 꿈속에서 일을 벌이는 해적들. 다시 잠들어 있는 해적들이 깰까봐 살금살금 움직이는 천사와 병정의 행동에 저절로 숨죽이게 된다. 어찌어찌 동전 한 닢을 되찾아 오게되는 이야기가 크기에 변화를 주며 이어지는 그림에서 초를 다투듯 긴박감이 느껴진다.

번뜩 잠에서 깬 아이는 잠든 사이에 일어난 일을 다 알고 있기나 하듯이 천사와 꼬마병정에게 입을 맞추고 양손에 하나씩 꼬옥 감싸쥐더니 다시 잠이 든다. 오랜만에 보는 그림만 있는 그림책이 마음을 잔잔히 흔들어 놓는다. 이제 7살 되는 우리아이도 한참씩 들여다보며 구석구석 살핀다. 더 어린아이들이라면 책 속으로 폭 빠져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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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속 나라 도둑 괴물 옛이야기 그림책 까치호랑이 6
조대인 글, 홍성찬 그림 / 보림 / 199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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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인시대'드라마를 아빠의 어깨너머로, 엄마 손가락 사이로 훔쳐보다 나중엔 아예 아들과 아빠가 나란히 어깨를 맞대고 즐기기 시작했다. 뭐가 그리도 재미있는지 김두한을 흠모하더니 동작까지 따라한다. 코트의 단추를 채우지 않고 입는 거라며 그것도 여름에.. 게다가 모자도 코트 뒤에 달린 모자 말고 김두한모자가 있어야되는데... 아쉬워하며 그냥 비슷하다며 건네준 여름모자(빙 돌아 챙이 달린)를 뒤집어쓰더니 좀 걸어가다가 갑자기 코트와 모자를 휙 벗어 던지며 폼을 잡곤 했다. 눈에 잔뜩 힘도 주고서.

그러는 녀석이 늑대에게 잡아먹혀 뱃속에 갇혀있게 되는 이야기의 그림책들은 무서워서 못 본다. 이걸 어찌 설명해야하나. 근데 <땅속 나라 도둑 괴물>은 또 너무 좋아한다. 몇 번 읽어주며 살펴보니 무협지 같지만 섬세하고 과장이 없는 담백한 그림이 이야기를 진부한 무용담으로 만들지 않고 진지한 느낌이 들도록 한다.

결혼식날 눈 깜짝할 사이에 각시를 업고 가버린 도둑괴물을 쫓아다니게 된다는 군더더기가 없는 모험담이 상상의 세계에 빠져들게 한다. 각시가 있는 땅 속 나라 동굴집까지 고생고생하며 겨우 찾아가는 과정이 흥미롭고, 괴물을 이기기 위해 각시가 준 산삼을 한 뿌리씩 먹으며 힘을 내보는 그 과정 또한 그림이 이어져 있어 힘이 점점 세어지는 걸 함께 느낄 수 있다. 산삼 세 뿌리가 효력을 발휘하며 도둑과 대결을 벌이는 장면에선 아이도 응원을 한다. 신랑의 용기와 각시의 재치로 괴물을 물리친 후 보물까지 얻게 되고 남도 도우며 행복하게 살았다는 옛이야기의 전형적인 결말 또한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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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인 사냥꾼을 조심하세요!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9
콜린 맥노튼 글 그림, 전효선 옮김 / 시공주니어 / 199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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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 가득히 풍성한 녹색 잎으로 둘러싸여 있는 숲의 거인은 만지면 푹신푹신할 것 같다. 아이는 숲의 거인을 손으로 만져보기도 한다. 물어보면 부드럽단다. 더욱 신나는 건 바로 자기도 물어보고 싶은 질문을 꼬치꼬치 캐묻는 꼬마가 등장하기 때문인가 보다. 거기에다 거인아저씨의 자상한 답변엔 독자를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이는 힘이 있다. 사람들의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숲의 거인 즉 밀림이 점점 사라져간다는 이야기가 아이들을 상상의 세계로 이끌며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책을 자세히 훑어볼 시간 없이 처음 읽어줄 때의 일이다. 거인이 풍팡나무 열매가 익어 밑으로 떨어질 때 그 나무 밑에 서 있다가 몸 위로 내리는 꿀비를 핥아먹는다는 얘기가 나온다. 꼬마는 끈적끈적해진 몸을 어떻게 씻느냐고 물어보고 거인은 자신 있게 '안 씻어.'한다. 잘하다가도 한번씩 엎드려 머리감는 게 싫어서 목욕을 하지 않겠다고 할 때가 있기에 거인이 꼬마에게 물어보는 '어때? 무슨 냄새가 나니?'하며 코 가까이로 책을 아니 거인의 몸을 가져갔다. 코를 잡기라도 하며 지독한 냄새가 난다고 할 줄 알고 그런데 아이는 "나뭇잎 냄새!" 책 속의 꼬마는 '숲 냄새요.'한다. 나의 굳어진 머리와 가슴을 또 한번 깨닫는 순간이다. 그 이후로도 이 대목에선 같은 대답을 한다.

거인도 한마디한다. "으흠, 이 세상에서 제일 좋은 냄새다!" 이쯤 되면 정말 숲 속에 들어선 듯 숲의 향기가 솔솔 풍겨온다. 그 뒷부분은 지금까지 아기자기 주고받던 이야기에서 범위가 넓어져 '숲의 거인'이 살던 곳을 떠나게 된 이유를 설명한다. 서로 잡아죽인다는 즉 자연을 망가뜨리는 거인 사냥꾼들의 이야기로 이어지는 것이다. 여기서부턴 5세 이하 유아들은 이해하기 힘들 듯하다. 처음 몇 번은 내용을 간추리거나 좀 살벌한(?) 대사를 살짝 바꿔 읽어주기도 했었다.

글이 길게 이어져도 주로 거인과 꼬마의 흥미진진한 대화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다. 처음엔 거인 목소리에 잔뜩 신경을 써서 읽어주다가 목소리가 나도 모르게 변해 아차 싶을 때가 있다. 작은 꼬마와 비교도 안될 만큼 우람한 거인이니 번번이 어쩔 수 없기는 하지만. 그러다 거인의 말이 길게길게 이어지니 힘이 빠져 어느새 숲이 망가지고 점점 사라져가듯 목소리로는 더 이상 구분이 안 되는 숲의 거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목소리를 중간에 점검해야하는 문제점이 있다.^^

"거인 사냥꾼을 조심하세요!" 책을 덮기 전에 아이가 꼬마와 함께 거인에게 외치는 소리이다. 그것도 간절하게... 자연을 우리 마음대로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어른들의 의식과 달리 아이는 거인아저씨가 들려준 "살아있는 것들은 모두 다 말을 할 줄 안단다. 다만 사람들이 못 알아들을 뿐이지."를 꼭 믿는 눈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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