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여선 작가의 본명이 권희선이라는 것. 나는 정영문 _목신의 어떤 오후 그리고 박민규_낮잠이 슬프게도 좋았다는. 내가 읽은 한국소설들은 왜 이리 절절하게도 아픈건지...
그런데 나는...얼마나 될까? 재산을 속셈해보는 나 자신이 초라하고 비루하게 느껴졌다. 입을 헹구던 물이 소주처럼 씁쓸했다. 호상 소리 듣긴 글렀군...나는 중얼 거렸다. 헛헛한 웃음이 나왔다. 호상은 없다. 그 어떤 죽음도 비루한 일상일 뿐이다. 258p 박민규_낮잠
투르게네프에게서 미학만이 존재한다고 알았었는데 사회성 담긴 목소리가 아름다움에 묻혀서 잘 느껴지지 않았던 것... 단편집에서 좋았던 순서는 파우스트- 푸닌과 바부린- 사랑의 개가- 짝사랑-꿈 이다. 파우스트는 말할 것도 없이 많이 언급 되는 편이라 놔두고, 사랑의 개가는 투르게네프가 죽기 2년 전 1881에 발표한 작품이다. 읽으면서 굉장히 몰입했는데 이탈리아를 배경으로하는 이국적인 매력이 강했다. 점심을 마치고 저녁녘에 별장 테라스의 올레안도르와 계수나무 그늘에 앉아서, 무이츠는 마침내 자기의 여행담을 시작했다.109p이 문장 중 올레안도르가 뭘까. 한참을 생각하다가 찾아 보았다. 협죽화 oleander. (사진) 이거 같다. 주로 열대나 아열대에 사는 독성을 가진 나무. 독이 있어서 제주도 거리에 심어져 있는 협죽화를 다 뽑아버렸다는 실화도 있다고. 올레안도르가 이 소설의 복선이지 않았을까... 뭔가 굉장한 걸 발견한 ㅡ 뿌듯한 느낌이 든다! 혼자! 또 이태리 서북부 페르라라 Ferrara 지명은 페라라가 맞는 표기라고 함. 여러 아주 오래된 듣보잡 러시아 작가와 작품들을 작품 곳곳에 심어 놓은 것이 공감은 안 되어도 참 부럽다.
자전적 소설인가? 달달하고 오글거리지만 슬프다.
그는 모든 과거에서 단절하고 앞으로 돌진했다. 고독하고 쓸쓸한 삶의 우울한 강둑에서 그는 소용돌이치는 물결 속으로 곤두박질치듯 뛰어들었다. 이 물결이 그를 어디로 실어갈까, 암초에나 부딪히지는 않을까, 이런 것에 상관하지도 않았고 알고 싶지도 않았다. ...그것은 저항할 수 없는 거센 물결이었다! 102p
세월호참사 발생 160일째 된다라는데 현재 상황 천일도 지났다. 소설가 시인 사회학자 정신분석학자 언론학자 정치철학박사과정 등의 저자 중 사회학자의 글의 가장 좋았다. (그래서 사회학책을 소설보다 좋아하는 건가?) 각주가 많은 글은 자신에 목소리가 없어 보여서 그닥 안 끌리지만 소개된 책들은 모두 읽고 싶다.
내 ‘인생‘은 금물인데. 당신은 무엇을 하며 즐기고 있는가. 물어오는 자들. 미래의 피폭자들. 암환자들. 이주노동자들. 탈북자들. 비정규직 노동자들. 실업자들. 강정에서. 4대강에서. 용산에서. 크레인 위에서. 우리 시대의 구조적 폭력에 절망한 모든 인간들. 배제된 자들. 세월호에서 죽어간. 147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