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치는 대로 끌리는 대로 오직 재미있게 - 이동진독서법>이 올 설연휴의 책이 되었다. 책을 많이 읽는 사람들의 생각은 비슷한 것 같다. 책을 통해 그 어떤 즐거움보다 큰 행복을 느끼고 여러 권의 책을 동시에 읽으며, 책을 정리하면서 기쁨을 얻는다 등등. 이동진님도 행복에 관해 언급을 하는데 앞서 읽었던 사이토 다카시 <만두와 사우나만 있으면 살만합니다>가 떠올랐다. 요 책은 신기하게 처음 읽을 때는 별루라고 여겨졌었는데 다시 읽으니 참 괜찮은 듯하다. {왜지?}

동진 왈, 행복한 사람들은 습관이 좋다고 한다. 습관이 없으면 안정성이나 자기동일성이 유지가 안 되고 습관 부분에 재미를 느끼는 이들이 진정 행복한 것이라고. 다카시의 방법은 행복의 축(자신에게는 만두와 사우나)을 가지고 기분이 나쁜 때나 우울해질 때 이것들을 행하는 것이다. 즉 행복은 단순한 데에 서 오는 거고 자신만의 안전망을 잘 구축해 놓으면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 스스로 노력하고 고생한 끝에 원하는 것을 차지한 사람이 진정으로 행복해질 수 있다.(사이토 다카시, 33p)

행복은 인생의 목적이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돈이 목적이 아닌데 자주 그렇게 되듯 행복도 목적처럼 갈구되는 때가 온다. 이동진독서법은 술술 잘 읽혔다. 아마 인터뷰라서 또 책에 관련한 내용이라서 그런 것 같다. 많은 사실을 배웠다. 특히 정영문과 비슷한 류의 한국소설가를 알게 된 게 가장 큰 득이다.


한국소설의 경우도 최수철, 이인성, 정영문, 박상륭 이런 작가들의 소설을 어떻게 영화화할 것인가. 영화화한 적이 있기는 하죠. 박상륭의 소설 <죽음의 한 연구>를 영화화한 것이 [유리]인데 사실 좀 이상한 영화죠. (이동진, 121p)



첨에는 책과 정체성을 같이 한다는 데에서 언뜻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아래 내용은 동감됐다. 독서는 시간이 오래걸리고 과정 자체가 중요하다. 단순한 목적성을 가지고 하지 않는, 재미가 무엇보다 중요한 동기라는 점.
독서에 관한 생각들을 깊이 해본 적이 없는데 그를 통해 새롭게 인식했다. 가장 가까이 있지만 어떤 존재인지 생각하지 않는, 어떤 관계인지 정의하지 않는 이상한 정상 가족처럼 말이다.


일단 책이라는 것 자체가 삶의 일부가 되도록 끌어안는 게 중요해요. 그러다보면 책이 우리에게 질문을 하게 해준다는 거죠. (이동진,92p)


깨달음.
책은 나의 삶의 큰 부분임. 인공지능보다 엄청나게 느리지만 저자와의 대화를 통해 질문하고 답하고 스스로 성장하고 있음. 만 권을 읽는다면 인생이 아닌, 나 자신이 어찌 변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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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8-02-18 08: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책을 엄청 좋아지만 책이 삶의 전부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책을 읽는 타인‘도 책 읽는 삶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 사람들을 만나서 대화를 하면 나에 대한 새로운 질문들이 나오거든요. 다독을 강조하는 독서 전문가들은 책을 많이 읽으면 삶이 달라진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런 생각에 동의하지 않아요. 삶을 변화시키는 변수는 다양해요. 책 한 두 권 읽고나서 삶이 달라질 수 있고요, 나와 비슷한 독서 취향을 가진 사람을 만나는 순간이 삶이 달라질 수도 있는 특별한 계기가 될 수 있어요. ^^

:Dora 2018-02-18 13:58   좋아요 0 | URL
삶이 바뀌는 건 해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가치관이나 생각의 빙향이 바뀌는 건 맞는 것 같아요. 딱히 독서토론에 참여하지 않다보니 타인이 잘 의식은 안 되구요. 일종의 희망사항 아닐까요? 돈 로또보다 허망하지는 않으니까요.
 

독서의 기술

신토피컬 syntopical 독서 :
개별 독서물의 범주를 넘어 2권 이상의 책 내용을 비교하여 새로운 주제적 결론을 이끌어 내는 문제해결을 위한 독서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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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녀, 야수에 맞서다 - 여성이 자기방어를 시작할 때 세상은 달라진다
엘렌 스노틀랜드 지음,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설연구소 울림 옮김 / 사회평론아카데미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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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지 않은 생의 기간 중 무의식에 감금된 나쁜 새끼들을 떠올린다ㅡ 고딩 등교 버스 안에서 성추행하던 놈, 후문에 항상 있던 바바리맨, 치마 짧다고 욕한 할배, 여름에 지하철에서 속옷 들여다 보던 놈, .... 그 나쁜새끼들에게 욕 한 번 지대로 먹여주지 못한 게 한이 된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나는 보통의 여성이고 여성들은 지금도 밤늦게 집에 갈 때 ˝조심해서 가~˝ 라고 서로에게 말한다. 혹여나 지하철에서 성추행 당하지 않을까 조마조마하다. 이젠 몰카를 찍히지나 않을까도 염려해야 하는 시대다.


나쁜년이 되어라. 자기 방어 실천법. 그만해 라고 말하기. 언어전사들이 쓴 페미니즘 책 읽기. 등등 실천방법들이 담겨있다. 반납일이 되어 자세히 못 읽었다. 고정된 성역할을 나도 모르게 아이들에게 강요하고 있을 것 같다. 완전히 탈피하고 버릴 순 없어도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세상에는 온전함보다 다양함이 존대한다. 급진적 페미니즘을 이해하지는 못해도 옹호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들이 이루어낸 위대한 일들이 있다. ) 여성주의는 남성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세상에 아주아주 처음부터 당연한 것은 아무것도 없는 것 같다. 여성으로 태어나 안전하게 살아보려는 건 왜 이렇게 피곤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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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8-02-03 12: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나이가 되어서도 그 나쁜 새끼들에게 욕 한 번 제대로 못 해준 것이 여전히 한이 됩니다! 젊은 세대는 그 나쁜 새끼들에게 제대로 한방 먹이기를 바랍니다!!! 글 잘 읽었어요~~!

:Dora 2018-02-03 15:54   좋아요 0 | URL
그런 스벌색히들에겐 욕도 아깝지만 가끔씩 혼잣말이라도 하시면 건강에 이롭습니다
 

오늘 강의에서 내가 우연히 끌려 접근한 융 심리학, 여신의 등장은 문화여성주의에 속함을 알게 되었다. 신기했다. 만다라, 타로 등 여성성과 융, 여성주의 상담을 나름대로 정리해봐야 겠단 생각을 했다. (우주의 기운이 끌어 당기는가... ) 이에 관련 샘이 제시하신 책들은 ㅡ 아티스트웨이, 빨래하는 페미니즘, 여성의 몸 여성의 지혜, 우리 속에 있는 여신들 등이다. 내가 여기에 좋았던 벗들을 보탠다면 ㅡ우리 속에 숨어있는 힘, 늑대와 함께 달리는 여인들, 여성 영웅의 탄생 등

주디스 버틀러 공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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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노래 2018-02-04 0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지난번에 덧글썼던 고래노래입니다. 제가 작년에 <여성의 몸 여성의 지혜> <우리 속의 여신들>을 읽는 모임을 만들었었어요. 모임전후 기록을 블로그에

고래노래 2018-02-04 0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렸었는데 링크 남겨봅니다.

http://whalesong.tistory.com/m/685?category=758450

늑대와 함께~ 책도 지난달 모임에서 읽었는데 다들 감동의 쓰나미에 허우적거렸어요.^^

고래노래 2018-02-04 00: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올려주셨던 여성주의 책들 중 여러권을 질렀습니다. ㅎ 남겨주시는 좋은 리뷰와 책추천 감사드립니다.

:Dora 2018-02-04 12:21   좋아요 0 | URL
제가 감사하죠. 모임도 하신다니 부러울 뿐이네요. 전 그냥 책을 읽었을 뿐..;; 좋은 정보 공유해요.
 

오늘 언급된 책들

책들을 추가하며 강남순 교수의 강의를 찾으니 카페 두잉에서 하셨었네...김홍미리 쌤이 두잉에 한 번 가보라고 했다.

안그래도 sns으로만 정보를 받고 있었는데 놀러가 봐야겠다!

아래는 예스 24에 실린 강교수님 글.

http://ch.yes24.com/Article/View/31481#?Ccode=000_004_007

 

“성차별은 인류역사상 가장 오래된 차별이다. 성차별은 다른 차별과 굉장히 유사하면서도 다른 측면을 가진다. 다른 차별과 달리 오직 성차별만이 침실에서부터 백악관까지 이어진다. 공적 영역에서만 행사되지 않고 깊숙한 사적 영역에서도 행사되어 왔기에 가장 오래되고 끈질기며 가장 최후까지 지속될 것이다.”

 

강남순 교수는 여성혐오를 말하기에 앞서 우리는 여성혐오가 무엇인지 상식적으로 알 수 없음을 전제했다. 따라서 여성혐오가 한국 사회에서 마치 자명한 개념처럼 쓰이는 게 오류라고 지적했다. 여성혐오는 인류 문명사가 시작된 이후 이론적, 실천적으로 다양한 영역에서 뿌리를 내려왔기에 우리는 다층적인 폭을 전부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덧붙여 여성혐오를 정확히 알기 위해서는 꾸준한 공부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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