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낼모레 서른, 드라마는 없다 - 방황하는 청춘을 위한 찌질하지만 효과적인 솔루션
이혜린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3년 1월
평점 :
'방황하는 청춘을 위한 찌질하지만 효과적인 솔루션'이라..
사실 서른이 훌쩍 넘어 이제 마흔을 향해 달리고 있는 나이기에(정말 인정하긴 싫지만 --;;) 책을 읽기에 앞서 '공감하면서 읽을 수 있을까?'하고 걱정을 했었다. 왠지 이제 막 서른을 앞두고 있는 20대의 파릇파릇한 아가씨들이 읽어야 할 것 같은 그런 느낌이랄까...
내 나이는 누구의 조언도 필요없이, 아니지... 그게 아니라 낼모레 마흔.. 하는 제목으로 시작하는 책이 더 잘 어울릴 것 같고, 이제 먹을 만큼 먹었으니 사실 누구의 조언보다는 나름대로 철학을 가지고 살아야 할 것 만 같은 그런 느낌이 팍팍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황하는 청춘을 위한'이라는 문구가 나를 끌어 당겼을까? 아직 나는 청춘이고 갈피를 잡지 못 하고 있어서 일까? 아니면 영원히 청춘이길 바라는 작은(?) 소망 때문이었을까?
나는 직장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라인 타기이며, 로맨스의 시대는 막을 내렸고, 외모도 실력이라고 믿는다. 가장 최근에 '낼모레 서른'을 겪은 사람으로서, 결코 바람직하진 못하더라도 가장 현실에 근접한 결론일 것이다. 그러니 '비현실'적인 사람들은 이 책을 덮는게 좋다. 방구석에서 남몰래 뭔가를 뚝딱뚝딱 만들어 세계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옳은 일이라면 사장님의 싸대기를 갈기고서라도 해내야 직성이 풀린다면, 이 책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다. p8
책을 펼치고 읽기 시작한 작가의 말부터가 쎄다. 나는 이미 이런 사회생활을 10년이상 경험해 본 바로 작가의 말이 맞다는 것에 한표를 던짐과 동시에 그래도 아직 아무것도 경험하지 못 한 사람들은 일말의 끈이라도 놓지않고 꿈을 꾸지 않을까?란 생각을 해본다. 책은 <1.커리어 우먼은 없다 / 2. 로맨스는 없다. / 3. 화려한 싱글은 없다 >의 큰 분류로 나뉘어 있다. 그런데 이게 참 눈물이 나는 것이 난 대분류만 보고도 왜 이렇게 공감이 가는 것이냐 ㅠㅠ 정말 ㅠㅠ 그중에서도 직장생활에 관한 사항은 정말 절실하게 공감이 갔다.
직장생활에서 가장 어려운 인간관계, 여직원들과의 관계, 성희롱에 대한 대처, 상사와의 관계와 눈치보기, 그리고 라인타기.. 내 경험에 의하면 대부분은 세분류의 직장인이 있었다. 무조건 상사한테 싸바싸바 잘하고 오로지 그것만 하기 위해 출근하는 것 처럼 보이는 사람, 전혀 그런것과는 무관하게 묵묵하게 일하고 월급받아서 상사의 미움을 사는 사람, 일을 쌈빡하게 잘 해서 상사가 오히려 그 사람을 믿고 의지해서 의견까지 받아주고 상의하게 만드는 사람. 캬~ 그런데 그 마지막 유형의 사람이 되기가 참 힘든거다. 선천적으로 업무 능력도 뛰어나야 하고 머리도 좀 되어야하고, 분위기 파악도 되어야하고 이왕이면 세련되고 사람도 좀 있어야 이런것들이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어렵지 아무렴 어렵지.. 비굴하게 누구에게 붙는 것은 내 타입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독불장군처럼 혼자 따로 노는 사람도 되어선 안된다. 그러면 회사 생활 오래 못 한다. 십 수년의 생활동안 우리는 오로지 취업을 위해 공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 않은가? 어렵게 얻은 직장생활에서 '공부가 제일 쉬웠어요'하던 이해 안가는 모 대학교 수석입학생의 그 멘트가 절실하게 공감되는 날이 올 것이다.
하지만 미친 사람은 진짜 뭘 해내긴 하나 보다. 그는 언제 그랬느냐는 듯 다시 얼어섰고, 사람들은 그의 열정에 침을 튀겨가며 열광했다. 당신도 비슷한 고민 중인가? 그렇다면 S씨를 만났다고 가정하라. 그리고 고민을 털어놔봐라. 그는 "진짜 미쳐 있다면 그런 고민할 겨를도 없을걸요"하고 쿨하게 말할 거다.
두 가지 길에서 갈팡질팡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지금 당신이 그 일에 미치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득할 자신이 있나. 없다면, 소시민이 된 자신을 보고 한숨부터 푹 내쉬기 전에 자신의 꿈이 진짜 꿈인지 백일몽인지부터 체크해야 할 것이다. 미치지 않았다면, 별수 없다. 소시민으로 사는 즐거움을 찾을 수밖에. p39
직업이 맘에 안 들어서, 직장생활로 도무지 만족을 못 얻어서 힘들어죽겠나? 누가 나에게 이런 고민을 털어놓으면 나는 쿨하게 말해줬다. 직장에서 자아를 찾는 너희들이 바보라고. 직업은 그냥 돈 버는 수단임을 최대한 빨리 받아들이는 게 정신 건강에 좋다고. 그러다 보면 어쩌다 직업적 보람을 느낄 때도 있는데, 그건 그냥 보너스라고 생각하라고. 절대 거기에 매달리지 말라고. p123
커리어 우먼과 로맨스, 화려한 싱글을 꿈꾸는 많은 20대 여성들이 이책을 본다면 많은 도움이 될까? 아니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만큼은 이 모든것을 이루고 드라마의 주인공처럼 사는 삶을 누릴 수 있다는 희망을 놓지 않을까? 이것이 되었든, 저것이 되었든 분명 그녀들이 경험하지 못 한 액기스들을 모두 풀어놓았기 때문에 이론만이라도 빠삭하게 된 그녀들은 조금은 덜 상처받고, 조금은 더 일찍 익숙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와.. 이런책은 정말 상을 줘도 모자란다. 짧을지 모르겠지만 30년이란 세월을 살아가면서 몸과 마음으로 받았을 상처와 수 많은 경험들을 이렇게 한권의 책으로 탄생시켜 수 많은 영혼들을 돕고자 했으니 말이다.
내가 20대에 이 책을 만나게 되었더라면 지금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사실 로맨스의 경우 나는 뒤늦게 꾸기 시작했고 기혼인 지금은 마음속으로 수시로 그려보곤 하는데,,, 결혼전에 이런 꿈을 꾸지 않아서 오히려 다행이라는 위안을 스스로 가져본다. 옛날에 어른들 말 하나 틀린거 없단 이야기를 자주 들었는데 나도 점점 어른이 되어 가는 것인지 결혼 이후에 그 말이 맞다는 것을 많이 느낀다. 특히 '결혼'이라는 부분에 대해서 말이다. 작가의 글을 중에 남자를 선택할때 '그 어머니를 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건 정말 100%다. 결혼해서 힘들어 하는 지인들을 보면 가정환경이나 어머님의 여향이 상당히 큰 관계로 데이트 할땐 감쪽같이 속였던 그의 본성이, 아니 결혼이 무덤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는 경우들이 많더란 말이다. 아~ 갈수록 이혜린 작가가 너무 궁금하다. 이건 뭐 이미 직장도 수십년은 다녀본 사람 같고, 결혼 생활도 무진장 오래 해 봤거나 연애 경험도 많이 보인다. 그렇지 않고서 이런 사실적인 글들을 어떻게 써내려 갔단 말인가? 거기에 유머러스 하면서도 직설적인 문체하며 함께 어우러진 너무나 적절한 삽화까지! 처음엔 별 기대없이, 과연 재미나게나 볼 수 있을것인가?하는 질문으로 시작했던 책이었는데 최근에 보았단 책 중에 가장 흡입력있게, 웃으면서, 때로는 아파하기도 하면서 즐겁게 독서했던 것 같다.
저자인 나조차도 아직 성공하지 못했으므로, 이 책을 읽는다고 해서 여러분이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그래도 아주 조금, 마음은 편해질 것 같다. "내 얘기야!"라며 공감도 해주길 기대한다. 그러다 보면, 밑도 끝도 없이 힘내라는 세상의 무성의한 조언보다는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p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