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미안 1 - 운명을 훔친 여자 아르미안 1
이유진 엮음, 신일숙 원작 / 2B(투비)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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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초등학교 6학년때 전학온 친구를 통해서 만화를 처음 접했다. 그땐 그 친구가 닥터 슬럼프 같은 만화를 문구점에서 사서 보거나 서서 보거나했었는데, 내용이 그렇게 흥미있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날 학교에 잡지 형식으로 된 만화책을 떡~~하고 가지고 온 친구덕에 '순정만화'를 알게 됐다. 아... 그 이름만으로 가슴 설레게 하는 '순.정.만.화' 캬~~ 순정이 무엇이간데~~~

 

그리곤 고등학생이 되어 할리퀸에 빠지기전에 순정만화를 참 열심히 봤었다. 용돈이 넉넉하거나 꼼수를 써서 돈을 좀 챙겨두는 성격이 아니라서 아껴서 한권사고 친구들과 함께 보고 그렇게 조금씩 봤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그 시절 내가 정말 좋아했던 작가는 황미나, 원수연 작가였는데... 지금도 그분들의 만화를 보고 있으면 인물, 스토리까지 흠뻑 빠져들 것 같다. 그리고 순정만화계의 지존이 있었으니 바로 '신일숙'작가님... 이분은 아마도 만화를 좋아하지 않았던 사람들도 그 이름 석자는 들어봤을 것 같다. 특히 베스트셀러의 끝왕판 '아르미안의 네 딸들'을 기억하시는가?? 소장가치가 있는 만화라고 구간도 지금 중고거래처에서 상당한 호가를 누리면서 판매가 되고 있는게 바로 이 작품 되시겠다..

 

그런데 '아르미안의 네 딸들'이 27년만에 소설로 탄생하게 되었으니!!! 바로 '아르미안'시리즈~ 이렇게 해서 난 이야기의 첫권은 품에 넣고 빛의 속도로 읽어내려가기 시작한다..

 

 

 

 

자신을 사랑한 남자를, 그 남자를 사랑한 자신의 동생을, 심지어 여자라는 점까지도 정치적으로 이용할 줄 아는 지략의 여왕 레마누아. 파국을 불러오는 아름다움을 소유한 스와르다. 지혜와 총명함을 지닌 아스파샤. 그리고 또 다른 여왕의 운명을 타고난 샤르휘나. 대대로 여왕이 다스리는 나라 아르미안에서 이 네 명의 딸들이 펼치는 각자의 운명과 사랑 이야기는 당시 시대적 배경과 그리스 로마 신화의 신들까지, 신과 인간의 세계를 넘나들며 환상적인 이야기를 펼친다.  <책 소개 펌>

 

 

페르시아에서 온 완벽한 남자 리할. 리할의 첫사랑 레마누아와 현재 그의 마음을 모조리 빼앗아간 스와르다. 언니와 동생을 동시에 사랑하게 된 리할의 운명의 장난이 너무나 심하다. 거기나 동생을 내쳐야하는 언니의 잔혹함과 그에 맞서는 샤르휘나까지.. 1권에서는 앞으로 펼쳐지게 될 기초적인 스토리들이 나온다. 사실 만화를 소설로 옮기는 것이 가능할까?하는 생각도 해봤었다. 물론 불가능할 것은 없겠지만, 원작이 만화라면 조금 이야기가 달라지지 않을까? 내용을 읽으면서 만화로 고스란히 주인공들의 감정과 상황들을 영화 못지않게 생생하게 보는 그 재미도 있고, 그런 주인공들이 살아있는 배우라도 되는냥 보기만해도 가슴이 떨리고 울렁거리던.. 그래서 얼굴까지 빨개지던 그런 재미가 있었으니까 말이다.

 

소설로 옮겨놓은 아르미안의 장점은 스토리 전개가 조금더 빨리 되는 것 처럼, 읽히는 속도가 굉장했다는 점. 처음엔 등장인물들의 어려운 이름때문에 조금 헷갈릴지도 모르겠단 생각이들었는데, 그건 괜한 걱정이었다. 만화는 인물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 해도 생김으로 알아낼 수 있지만, 소설을 그렇게 하기 힘들기에 조금 걱정했었는데, 내용이 눈에 쏙쏙 들어오니 많은 등장인물들의 어려운 이름정도는 장애가 되지 않는다. 다만, 초반부에 문체가 조금 딱딱하단 느낌이 들었는데 이야기 전개와 배경에 맞춰 일부러 그렇게 엮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아르미안1권을 접기전부터 난 만화를 사야하는지 온통 검색을 하고 있었다. 이건 나도모르게 움직여지는 본능이어라~

그리하여 마음을 먹었다. 이북으로 전권 대여해서 끝내주겠노라고....

 

다만, 아쉬운점이 하나 있다면 신일숙 작가님의 원작 그림을 중간중간 넣어줬더라면 책 보는 재미가, 작가님의 팬들이, 아르미안의 네 딸들에 정말 푹~ 빠져서 살았던 독자들에게 옛 추억과 가슴떨림을 조금더 줬을텐데... 하는 마음이 정말 컸다는것. 소설은 몇권으로 완결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지금 그녀의 만화를 대여하련다. 더이상 고민하지 않고 클릭. 그리고 2권을 사보겠지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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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 초대장 - 칭찬 저학년 어린이를 위한 인성동화 24
문인화 지음, 이경택 그림 / 소담주니어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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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TV나 육아서에도 자주 등장하는 ADHD.. 아주 심각한 부분으로만 여겨지고 관심도는 계속 상승하고 있지만, 정작 ADHD를 겪는 부모는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자주 있다고 한다.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이가 있어, 얼마전 공개수업에 처음 참석을 해 보았다. 아직 유치원생의 티를 다 벗지 못한 아이들은 수업시간에 집중하기가 힘들고 친구들과 싸우고, 심지어는 교실을 돌아다니는 아이도 있었다. 우리 아이도 수업시간이 길어지거나 집중이 흐트러지면 앉은 자세가 나빠지기도 했다. 이렇게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긴 시간 집중을 하지 못 해서 산만하거나, 친구들과 수업시간에도 노는 모습을 보이곤 하는데 그렇다고 그 아이들이 모두 ADHD는 아니다. 또한 이런 부분을 알고 있기 때문에 ADHD 자녀를 가진 부모들도 인정하지 않고 병원에 내원해보지 않는 경우도 많을 것 같다. 

 

'칭찬 초대장'의 주인공 2학년 승재는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다. 자신이 ADHD라는 것을 잘 알고 있고, 주변의 친구들도 모두 알고 있다. 하지만 자신이 인지하고 있다고 해서 행동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ADHD를 겪은 어린 아이의 시선에서 전개되는 이야기가 상당히 실감이 난다. 마음과는 행동이 다르게 나타나고, 그로인해 잦아 지는 실수와 자책감. 그리고 주변 사람들의 반응들에 대해 아이가 겪게 되는 힘겨운 상황들..

 

 



 

 

승재는 끊임 없이 사건 사고를 몰고 다니며, 이로 인해 갈등을 겪는 부모님의 모습에 고스란히 노출된다. 승재의 뒷 이야기를 하는 친구들의 모습. 9살 아이가 겪기에는 감당하기 힘든 일들이 계속해서 이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승재가 치료받기를 원하지 않는, 아니 인정하지 않는 부모님. 아이를 둔 부모입장에서 마음이 너무 답답했다. 아이를 안좋은 상황들에 더 많이 노출시키고 있는 것은 부모님으로 보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다른 방법은 찾지 않고 그저 아이 스스로 변하기만 바라는 부모님..

 

지인중에 아이가 발달장애를 겪는 집이 있는데, 그 가족들도 따로 치료를 받거나 그런 부분에 신경을 쓰지 않는 모습을 보고 놀랐었다. 인정하기가 싫은 것 같았다. 누가 봐도 조금은 특별한 아이인데, 자신이 그것을 받아들이고 인정하고 치료를 가는순간 사회적으로 낙인이 찍힐 것 같은 두려움에 시도를 하고있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이런 부모님의 판단이 정말 옳은 것일까? 초기에는 간단하게 치료할 수 있는 문제도 시간이 지나면 깊어지고 곪아터지게 될 터인데....

 

문인화 작가님은 말 머리에 자신이 어릴적 ADHD를 가진 아이었다고 고백한다. 그래서 그런지 아이의 집장에서 써내려간 글들이 정말 피부에 와 닿았다. '저학년 어린이를 위한 인성동화'라고는 하지만, 나도 읽어가면서 '선입견'을 버리고 아이들을 대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되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했던가? 승재도 선생님과 교장 선생님의 애정어린 관심과 칭찬으로 인해 행동이 변하기 시작한다.

 

개인적으로 어린시절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과 관심, 칭찬이라고 생각한다. 어릴적 받은 긍정적인 느낌이 성인이 되었을때 인격과 성격을 형성하는 가장 중요한 밑거름이 된다고 확실히 믿는다. 많은 사람들이 불우한 환경, 자라온 환경의 탓에 범죄자가 된다고 한다. 아이를 키우는데 돈드는 것도 아닌 칭찬 한마디가 인생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면 얼마든지 해줄 일이다.

 

 

이 책을 통해서 실제 ADHD를 겪고 있는 아이들은 자신감을 찾고, 그렇지 않은 아이들은 친구에 대한 선입견을 버리고 어떻게 도와주고 받아들여야 하는지를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들보단 어른들이, 선생님들이, 부모님들이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하고 싶다. 아이들은 사실 편견과 선입견이 많지 않다. 나부터도 그런 좋지 않은 시선에서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갖게 해준 고마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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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동사니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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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하지 않은 인생은 없다, 그리고 완벽하지 않은 사랑도 없다

 

평소 내가 하던 생각이다. 굴곡이 있는 인생이던 평탄한 인생이던 자신이 그 인생의 주인공이니 이야기의 내용도 흐름도 결말도 어느정도는 원하는 방향으로 맞추어 살 수 있을 것이란 것. 그렇기에 모두의 인생이 완벽한게 아닐까?하고 생각을 했었다. 물론 개인마다 완벽이라는 기준이 다르기는 하겠지만 말이다. 사랑도 그렇다. 누가 누구를 만나서 연애를 하고 헤어지고 또 누군가를 만나서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고 가정을 이루고,,, 내 이야기뿐만 아니라 남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왠지 연애소설이나 영화를 한편 찍어도 될 법한 스토리가 상당하다.ㅋㅋ

 

 

늦은 나이에 남편을 만나 결혼한 슈코. 마흔 다섯이라는 나이에도 남편에게 집착 아닌 집착을 하며 애끓는 사랑을 하고 있는 그녀는 가끔 남편과 떨어저 엄마와 여행을 하곤한다. 열다섯살의 미우미를 만났을 당시에도 여행중이었던 슈코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미우미에게 시선을 떼기가 힘들다. 여행지에서 마저도 남편만 생각하면 설레고 행복에 빠지던 슈코는 미우미의 아빠와 하룻밤을 보내게 되고, 이런 충격적인 사건에도 볼구하고 이야기의 흐름을 보고 있자니 아마도 그녀와 남편에겐 혼외 정사가 흔히 있는 일인 것 같다. 여행지의 인연으로 미우미는 슈코의 가족과 연락을 하면서 지내게 된다. 그렇게 자연스레 슈코의 남편과 알게 되고 이렇게 복잡하고도 미묘한 관계가 시작된다.

 

 

책을 보면서 대학시절 일본어 교수님께서 해주셨던 이야기가 생각이 났다. 일본 유학시절 놀란점이 있는데, 그건 회식등을 하고 나서 남녀 두명이 짝을 이뤄 가면 당연히 둘이 하룻밤을 보내고 온다고 모두가 생각한다고 했다. 더더욱 충격적이었던 것은 사랑하는 사이나 연인관계로 발전할 수 있는 그런 사이가 아니라 그냥 일회성인 만남, 그 상대가 기혼자이건 미혼자이건 그런건 관계가 없다고 했었다. 그런 문화를 참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고. 그런데 그들은 그런걸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말.

'잡동사니'를 보면서 십 몇년전에 들었던 이 이야기가 계속 떠오를 수 밖에 없었다. 슈코가 너무나 사랑하는 남편은 바람둥이다. 그녀와 결혼 했으면서도 여자친구가 있고, 그 외에도 하룻밤을 즐기는 상대가 많다. 슈코는 그런 점까지 받아들여서 자신이 그의 여자가, 그리고 그가 그녀의 남자가 되길 바랬던거다. 참.. 그거 상상이나 할 수 있는 이야기인가? 너무 사랑한 나머지 그 사람의 여자들까지도 인정해야한다는 것. 더욱 서운한 점은 남편 또한 슈코가 누구와 잠자리를 하든 질투하지 않고 오히려 상대를 소개해 줄 만큼 배포가 크다는 점. 서로 소유하고 있지만 소유하지 않은 관계. 와... 이건 이론적으로도 정말 불가능할 것 같은 이야기인데...

 

이런 내용이 등장하면서부터 공감하기가 어려워서인지 책 읽기가 수월하지 않았던 것 같다. 결국 슈코가 여행지에서 만난 미우미와도 남편은 사적으로 만나는 사이가 되었고 그렇게 서른이 훌쩍 넘게 차이나는, 그것도 미성년자인 미우미의 첫 남자가 되기까지 이른다. 남편과 만나는 여자들도 머릿속에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너무 궁금하다. 우리에게만 정서적으로 맞지 않는 이야기인지, 일본에서도 충격적인 이야기인지 모르겠다.

 

그런데 우스운점은 에쿠이 가오리.. 그녀의 문제가 너무나 담백하고 아름답기까지 해서, 자칫 지져분해 보일 수 있는 스토리가 매력적이기까지, 어쩌면 있을 수 있는 일이란 생각이 들기까지 한다. 이게 바로 그녀의 매력인 것일까? 사랑은 하는게 아니라 빠지는 것이라고 했던 작가의 말이 기억난다. '잡동사니'에서는 그런 면이 확실히 드러나는 것 같다. 눈에 콩깍지가 제대로 씌워서 그 어떤 것도 장애로 느껴지지 않는 관계.. 특히 슈코가 남편을 사랑하는 마음을 표현하는 대목들에서는 그녀가 꼭 사춘기 소녀인 것 같은, 얼마나 남편을 사랑하는지가 제대로 느껴져 나마저도 그를 사랑해야할 것 같은 생각이 마구 든다.

 

 

 

공항에 세워둔 차를 타고 연안 도로를 달리면서 나는 솔직해 지려고 했다. 해변 도시의 그 햇살, 포럼이라는 기묘한 모임,

확실히 일은 만족스러웠지만 나에게 중요한 건 하나뿐이다. 남편이 없는 장소에서 잠을 자고 눈을 뜨고 식사할 수 있었던 것, 주어진 일을 처리하고, 남들과 이야기하고 웃고 악수하고,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다고 느낄 수 있었던 것. 맛있는 것을 맛있다고, 맛없는 것을 맛없다고 느겼던 것. 나는 그런 일들이 기뻤다. 도망치지 않고, 보이지 않는 세계에 틀어박히는 일도 없이, 사물을 내 눈에 비치는 그대로 관찰할 수 있었던 것이.

 그건 남편을 만나기 이전의 나다. 남편을 만나 그에게 지배당해버리기 전의 나.

핸들을 잡고 전방의 차량 흐름을 주시한 채 어이없는 내 자신을 속으로 비웃었다. 나는 남편에ㅔ 지배당하고 싶어 못 견디면서 동시에 그 이전의 나를 고집하지 않으면 안 된다. 남편이 그토록 사랑했던 여자는 바로 그때의 나이기 때문이다.   p187

 

 

 

이런 이유로 슈코는 남편과 떨어지 있고 싶지 않으면서도 그가 없는 일상을 찾으려 했던 것이다. 그런 모습을 사랑했던 남편이기 때문에 항상 긴장하고 노력해야하는 것이다. 마흔 다섯에도 정열적인 사랑을 할 수 있다니! 그것도 남편과 말이야~~@@;;

그런 슈코의 모습이 부럽기도 하면서 나라면 절대로 맺지 못할 인연들을 감당하는 슈코가 대단해보인다.

 

 

언뜻 보자니 상상하기 힘든 바람둥이를 둘러싼 연애 소설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서평을 쓰려고 이래저래 생각해보니, 에쿠니 가오리 정도의 작가가 큰 의미없이 파장을 일으킬 만한 줄거리로 책을 썼을리가 없을 것 같단 생각이 문득든다. 단순히 사랑 이야기에 국한된게 아닌, 집착이나 놓지 못 하는 많은 욕심들은 사랑과 잡동사니로 표현한게 아닐까? 왠만하면 한번 본 책은 두번을 잘 읽지 않는 나인데, 꼭 한번 더 봐야겠단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잘 넘어가지 않는 다는 이유로 '이야기'에만 집중에서 봤었는데, 한숨 고르고 다시 읽기 시작하면 다른 무언가가 '툭'하고 떨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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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모퉁이 카페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권지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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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고인이 된 프랑수아즈 사강은 19세에 <슬픔이여 안녕>을 통해 세계적인 작가, 프랑스가 가장 아끼고 자랑스러워하는 작가가 되었다고 한다. 그녀의 이름을 발음하는 동안에도 왠지 그 이름은 작가일 수 밖에 없을 것 같은 그런 느낌이 강하게 온다. 비밀스러우면서도 고급스러울 것 같은 그런 느낌. 책을 읽기전에 작가에 대해 아는 정보가 없어서 이리저리 검색을 하다보니 그녀의 인생 자체가 소설속의 이야기를 보는 듯이 평탄치 않았던 것 같다. 두 번의 이혼과 도박, 경주, 그리고 마약까지. 50대에 들어선 그녀가 마약 혐의로 서게 된 법정에서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고 말할만큼 쎈~ 여자.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는 말은 자주 들어왔는데 이게 바로 프랑수아즈 사강이 한 말이로구나. 법정에서도 작가의 스멜이 느껴지는 멋진 한마디를 남기다니.

 

그녀에 대해 약간의 정보를 알게 되니 더욱 작품이 궁금해진다. '길모퉁이 카페'는 그녀가 40대 전후에 써내려갔던 19편의 단편 모음집니다. 과거 발행이 되었다가 절판이 되어 매우 구하기 어려웠던 책이라고 하니 이번 출간소식의 그녀의 국내 팬들에게는 더 없는 희소식이 아닐까 싶다. 자신의 인생 만큼이나 스캔들을 몰고 다녔던 그녀였기에 '사강 스캔들'이라는 말까지 생겨났다고 하는데, 그래서 일까? 작품속에 왠지 그녀의 파란만장한 삶이 드러나 있는 것 같았다.

 

개인적으로 단편집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냥 뭘 읽었는지 기억이 안나는 그런 오묘함 때문에... 오히려 짧은 글이라서 더욱 술술 읽힐 것 같은데, 단편집을 보면서는 그런 경험이 거의 없다. 그래서 좋아하는 작가의 책도 단편집은 잘 안보게 되는 경향이 있다. 19편의 단편들은 모두 '결별'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70년대에 씌였다고 보기엔 놀라울 만큼 세련되고 복잡하고 어쩌면 충격적인 상황들이 주를 이룬다. 프랑스인들의 70년대는 정말 이러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정도로...

 

다른 남자를 사랑하는 아내를 곁에 두고 임종하는 남자의 이야기, 일정보다 일찍 집에 귀가한 후 남편의 외도 흔적을 발견하게 된 아내, 한 남자와의 이별을 준비하는 기차안에서 새로운 반전을 맞이하는 여인, 무슨 짓이든 마다하지 않는 가장의 이야기.. 읽으면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내용이 대부분 우울하고 그래서 인지 공감하기 힘들었던 것 같다. 그녀의 깊이를 내가 따라갈 수 없는 것인지, 아니면 너무 기대를 많이 했던 것인지... 각각의 이야기의 결말은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반전들이 기다리고 있는 재미가 있긴 하지만 말이다.

 

그녀는 19편의 단편을 통해서 누구나 인생에 한번쯤은 맞이 할 '결정적인 순간'을 이야기 하려고 했던 것 같다. 생의 길모퉁이에서 마주친 생각지 못한 사건들로 인해 바뀌게 되는 인생.. 내게도 언젠간 그런 터닝 포인트가 오겠지만 나는 좀 희망적이고 밝은 미래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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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맨 - 제2회 골든 엘러펀트 상 대상 수상작
이시카와 도모타케 지음, 양윤옥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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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아마도 영웅을 먼저 생각하겠지? 나 또한 배트맨, 슈퍼맨, 엑스맨 등등 수 많은 영웅 시리즈를 보면서 자란 세대이고 그들을 사랑하는 사람중에 하나이니까. 그런데 '그레이맨'이라는 제목을 보자마자 나는 다른 생각을 했다. 바로 얼마전에 화제가 되었던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의 주인공 '그레이'가 생각났던 것이다. 간략한 책 소개를 보고서도 전혀 다른류의 책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단지 '그레이'라는 글자가 같다는 이유만으로 나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던 소설. 제목처럼 표지 또한 약간은 암울하고 칙칙해 보이지만 이 책은 세계적인 소설 공모전인 '골든 엘러펀트 상'에서 대상을 수상한 작품이라고 한다. 과연 어떤 매력이 있기에 여러나라의 대표들이 이 작품에 대상을 안겨줬을까?

 

 

첫 이야기에 등장하는 사유리는 친구의 소개로 성매매 업소에서 일을 하게 된다. 가진것은 수려한 외모뿐인 그녀가 가장 쉽게 돈을 벌 수 있고, 지금 당장 먹고 잘 곳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탑이라는 곳에서 고위 간부층 같아 보이는 손님들을 접대하고 거액을 돈을 받게 된 사유리. 하지만 이상하게도 접대하는 과정에서의 기억은 전혀 없고 깨어보면 몸의 상처와 아픔 뿐이었다. 그러던 중 그곳이 일반 성매매 업소가 아닌 살인을 위한 곳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이렇게 죽음을 직면했을때 나타나 사유리를 구해주는 그레이. 그리고 보석상에서 일하는 삶을 놓기 직전인 료타로의 앞에도 그레이가 나타난다.

 

회색 양복에 회색 구두, 얼굴에는 핏기가 전혀 없지만 눈동자 만큼은 타는 듯한 빛을 띈 '그레이'는 그렇게 버려진 사람, 소외돈 사람, 세상을 놓아 버리는 사람들의 앞에 시기 적절하게 나타나 그들을 구해준다. 그리고 그들이 원하는 바를 해결해 주고 심지어는 일자리까지 제공한다. 그들은 그레이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그가 해결하려고하는 '재분배'를 위해 묻고 따지는 것도 없이 함께 하기 시작한다.

 

이야기를 읽다보니 좀 잔인한 부분도 있고 충격적인 소재이기도 하지만 이 많은 사건들이 '정말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많이 들어서 더욱 섬뜩했던 것 같다. 요즘 뉴스나 인터넷 기사를 통해서도 상상하기 조차 어려운 잔인한 사건들이 많이 보도가 되고, 복수를 위한 범죄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소설 '그레이맨'에는 이러한 이야기가 모두 포함이 되어있어 이런 이야기를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 씁쓸하기만 하다.

 

암울할 것 만 같은 이야기로 보이지만 '그레이맨'의 흡입력은 정말 대단하다. 읽어 내려 갈 수록 그가 무슨 이유에서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구해주고 있는지, 그리고 그의 최종 목표가 무엇인지가 궁금해서 더욱 빨리 읽어 내려가게 된다. 사실 그렇게 초중반부의 흐름과 흡입력에 비해서 후반부에 갈 수록 조금은 허무맹랑한 이야기로 보이기도한다. 그레이 또한 10년전 한 사건의 피해자였고 그러한 복수심으로 지금의 상황과 조직을 만들어 왔던 사실이 밝혀지지만, 그의 10년동안의 구체적 이야기들이나 지금의 조직을 만들기까지 갖춰야하는 경제적, 지식적 등등 많은 측면들에 대해서는 설명되는 바가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이 세계적인 소설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아무래도 이런 사회적인 부패와 가진자와 가지지 못 한 자, 버려진자와 소외된 자의 이야기들이 어느 한 국가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보이는 공통적인 문제이기 때문일 것이란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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