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2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E L 제임스 지음, 박은서 옮김 / 시공사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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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웃기지만 처음에 제목만 보고 컬러와 관련한 책이라고 생각했다 ㅋㅋㅋㅋㅋㅋ

인터넷 서점과 지인들의 블로그에서 자주 등장해서 검색을 좀 해봤더니, 어른들을 위한 로맨스에다가 외국에서 연령대 할 것없이 안읽어본 여성이 없고 어쩌고~~하는 홍보들.... 칙릿을 좋아하고 로맨스도 항상 좋아하지만 파고들어 읽는 성격이 아닌데 왠지 꼭 읽어보고 싶었다. 그리하여 구매~ 구매를 해놓고 다시 살펴보니 '로맨틱 포르노' 이건 뭔 표현임미?? 그만큼 선정적이란 이야기인가? 아니면 자극적인 홍보를 하는 걸까? 궁금하네..

 

책을 다 읽고난 지금까지도 이 책을 읽고 리뷰를 남길 생각이 없었는데, 불과 얼마전까지도 인터넷 서점에 리뷰가 거의 없거나 한두개 있었는데 오늘보니 상당수의 리뷰가 올라와있다. 그런데 호불호가 굉장히 나뉘어있고 별점 반개도 안주는 독자들도 있는가 반면 나같이 5점,4점을 후하게 주는 독자들도 있다. 어떤 책이든 모든 독자를 만족시킬 수는 없지만,, 극과 극인 평을 보다가 나도 왜 이 책이 좋았는지 남겨보기로 한다.

 

 

 

대학 졸업을 앞둔 여대생 아나스타샤는 젊은 나이에 갑부이면서 외모까지 환상적인 남자 그레이를 만나게 된다. 룸메이트가 아파서 갑작스레 준비도 없이 인터뷰에 가게 된 아나스타샤는 너무 뻔하듯 그레이와 사랑에 빠지지뭘... 흔히 볼 수 있는 내용들이다. 평범한 사람이 갑부를 만나서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왜 이책에 빠졌을까? 그렇게 완벽한 남자 그레이가 이쁘다는 이유만으로 아나스타샤에서 집착하고 빠져들었다는 것에 대한 의문... 결국 책을 읽다보면 그의 요상한 취미 때문에 그가 그녀에게 한눈에 반하게 되었다는 이유가 성립이 되었다. 이유를 알고 나니 유치하단 생각이 한쪽 구석으로 들어가버렸다. 사실 로맨스의 남자 주인공들은 나쁜 사람들이 많다. 성격이 고약하거나 주변에 여자를 많이 달고 살거나 등등.. 하지만 그레이는 별로 나쁜 남자가 아니다. 엄청나게 매력적이고 하는 행동도 아나스타샤를 살살 녹이는... 단 하나. 변태적인 취미가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로맨스 소설 남자주인공이 변태라니 --;; 심지어는 이런 변태적인 모습조차 변태스럽지 않게 보이는 그레이의 매력이란 ㅠㅠ....  개인적인 취향이긴 하겠지만 신선(?)한 충격이 아닐까?? 평생 여자를 제대로 사랑해보지 못 한 남자. 무엇인가 말하지 못 할 비밀이 아주 많은 그런 사람. 그 사람이 그런 변태적 성향을 가지기까지 그의 인생에 영향을 주었을 과거와 과거의 사람들...

 

요상한 취미에도 불구하고 그레이를 나쁜 남자라고 단정지을 수 없는 것은...  자신의 취미생활을 위해서 만반의 준비를 하면서도 아나스타샤를 항상 배려해주는 그런 신사다움?? 그런 이유 때문이랄까? 여하튼, 그 사람의 변태성향을 알게 되었지만 그에게서 벗어날 수 없는 아나. 뭐 사랑이라는게 가슴따로 머리따로 육체따로니까 자기 마음대로 할 수가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다른 여자들과는 달리 행동한다. 책을 결말에 가서는 그레이 또한 그녀에게 육체적인 관계 이외의 것을 원하고 있다는 것을 점점 알아가게 되는데.....

 

로맨틱 포르노라고 했던 홍보는 좀 지나치지 않을까 싶다. 트왈 시리즈 처럼 판타지 로맨스는 아니지만, 많은 여성들이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을 만한 신데렐라풍의 스토리이면서 책장도 빠르게 넘어가고 흡입력도 있던걸? 물론 스토리전개상 육체적 관계가 자주 나오게 되면서 장면에 대한 묘사들이 나오지만 굉장히 자극적이거나 읽는 동안 불편하다는 생각은 하지 못 했다. 스토리의 흐름상 자연스럽게 나와야 하는 정도랄까.19금 로맨스를 읽다보면 너무 과하다 싶을 정도로, 아름다운 행위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표현이 자극적인 경우가 있는데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는 고급스런 19금이라는 표현이 내게는 적당한 것 같다.

 

더불어 그런 이야기들과는 상관없이 현재의 그레이를 만들게 된 배경, 앞으로 아나스타샤가 알아가게 되는 그 모든 내용들이 너무 궁금해졌다. 그는 왜 그런 변태적인 성향을 가질 수 없게 되었을까? 그에게 이런 취미를 가르쳐준 과거의 인물의 등장과 관계도 궁금해지고.. 그의 아픈 과거가 아나스타샤를 만남으로 인해 치유가 될 것이란 확신도 들고.. 그와 이런 관계에서 벗어나 정상적인 로맨스를 꿈꾸는 아나스타샤의 다음 이야기도 궁금하다. 그런 내용들이 너무 궁금해서 2부를 주문해야겠다. 그런데 왜 당일배송이 없냐고 --;; 거기다 3부는 9월중순에 출간이란다. 이런거 정말 싫은데.. 한번에 다 출판해주지. 궁금해서 어쩐다 ㅠㅠ

 

 

소피 킨셀라의 칙릿 소설들을 좋아한다. 그리고 트왈시리즈도 빠져서 봤었고. 아직 1부만 봐서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난 결국 3부까지 이야기의 끝과 궁금했던 스토리들을 모두 보고 말 것이고, 소장용 책으로 간직하게 될 것 같다. 1부에서는 깊은 내용들 보단 두 주인공들의 만남과 앞으로의 행보를 암시하는 이야기들만 등장해서 사실 2부가 더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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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1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E L 제임스 지음, 박은서 옮김 / 시공사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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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웃기지만 처음에 제목만 보고 컬러와 관련한 책이라고 생각했다 ㅋㅋㅋㅋㅋㅋ

인터넷 서점과 지인들의 블로그에서 자주 등장해서 검색을 좀 해봤더니, 어른들을 위한 로맨스에다가 외국에서 연령대 할 것없이 안읽어본 여성이 없고 어쩌고~~하는 홍보들.... 칙릿을 좋아하고 로맨스도 항상 좋아하지만 파고들어 읽는 성격이 아닌데 왠지 꼭 읽어보고 싶었다. 그리하여 구매~ 구매를 해놓고 다시 살펴보니 '로맨틱 포르노' 이건 뭔 표현임미?? 그만큼 선정적이란 이야기인가? 아니면 자극적인 홍보를 하는 걸까? 궁금하네..

 

책을 다 읽고난 지금까지도 이 책을 읽고 리뷰를 남길 생각이 없었는데, 불과 얼마전까지도 인터넷 서점에 리뷰가 거의 없거나 한두개 있었는데 오늘보니 상당수의 리뷰가 올라와있다. 그런데 호불호가 굉장히 나뉘어있고 별점 반개도 안주는 독자들도 있는가 반면 나같이 5점,4점을 후하게 주는 독자들도 있다. 어떤 책이든 모든 독자를 만족시킬 수는 없지만,, 극과 극인 평을 보다가 나도 왜 이 책이 좋았는지 남겨보기로 한다.

 

 

 

대학 졸업을 앞둔 여대생 아나스타샤는 젊은 나이에 갑부이면서 외모까지 환상적인 남자 그레이를 만나게 된다. 룸메이트가 아파서 갑작스레 준비도 없이 인터뷰에 가게 된 아나스타샤는 너무 뻔하듯 그레이와 사랑에 빠지지뭘... 흔히 볼 수 있는 내용들이다. 평범한 사람이 갑부를 만나서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왜 이책에 빠졌을까? 그렇게 완벽한 남자 그레이가 이쁘다는 이유만으로 아나스타샤에서 집착하고 빠져들었다는 것에 대한 의문... 결국 책을 읽다보면 그의 요상한 취미 때문에 그가 그녀에게 한눈에 반하게 되었다는 이유가 성립이 되었다. 이유를 알고 나니 유치하단 생각이 한쪽 구석으로 들어가버렸다. 사실 로맨스의 남자 주인공들은 나쁜 사람들이 많다. 성격이 고약하거나 주변에 여자를 많이 달고 살거나 등등.. 하지만 그레이는 별로 나쁜 남자가 아니다. 엄청나게 매력적이고 하는 행동도 아나스타샤를 살살 녹이는... 단 하나. 변태적인 취미가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로맨스 소설 남자주인공이 변태라니 --;; 심지어는 이런 변태적인 모습조차 변태스럽지 않게 보이는 그레이의 매력이란 ㅠㅠ....  개인적인 취향이긴 하겠지만 신선(?)한 충격이 아닐까?? 평생 여자를 제대로 사랑해보지 못 한 남자. 무엇인가 말하지 못 할 비밀이 아주 많은 그런 사람. 그 사람이 그런 변태적 성향을 가지기까지 그의 인생에 영향을 주었을 과거와 과거의 사람들...

 

요상한 취미에도 불구하고 그레이를 나쁜 남자라고 단정지을 수 없는 것은...  자신의 취미생활을 위해서 만반의 준비를 하면서도 아나스타샤를 항상 배려해주는 그런 신사다움?? 그런 이유 때문이랄까? 여하튼, 그 사람의 변태성향을 알게 되었지만 그에게서 벗어날 수 없는 아나. 뭐 사랑이라는게 가슴따로 머리따로 육체따로니까 자기 마음대로 할 수가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다른 여자들과는 달리 행동한다. 책을 결말에 가서는 그레이 또한 그녀에게 육체적인 관계 이외의 것을 원하고 있다는 것을 점점 알아가게 되는데.....

 

로맨틱 포르노라고 했던 홍보는 좀 지나치지 않을까 싶다. 트왈 시리즈 처럼 판타지 로맨스는 아니지만, 많은 여성들이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을 만한 신데렐라풍의 스토리이면서 책장도 빠르게 넘어가고 흡입력도 있던걸? 물론 스토리전개상 육체적 관계가 자주 나오게 되면서 장면에 대한 묘사들이 나오지만 굉장히 자극적이거나 읽는 동안 불편하다는 생각은 하지 못 했다. 스토리의 흐름상 자연스럽게 나와야 하는 정도랄까.19금 로맨스를 읽다보면 너무 과하다 싶을 정도로, 아름다운 행위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표현이 자극적인 경우가 있는데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는 고급스런 19금이라는 표현이 내게는 적당한 것 같다.

 

더불어 그런 이야기들과는 상관없이 현재의 그레이를 만들게 된 배경, 앞으로 아나스타샤가 알아가게 되는 그 모든 내용들이 너무 궁금해졌다. 그는 왜 그런 변태적인 성향을 가질 수 없게 되었을까? 그에게 이런 취미를 가르쳐준 과거의 인물의 등장과 관계도 궁금해지고.. 그의 아픈 과거가 아나스타샤를 만남으로 인해 치유가 될 것이란 확신도 들고.. 그와 이런 관계에서 벗어나 정상적인 로맨스를 꿈꾸는 아나스타샤의 다음 이야기도 궁금하다. 그런 내용들이 너무 궁금해서 2부를 주문해야겠다. 그런데 왜 당일배송이 없냐고 --;; 거기다 3부는 9월중순에 출간이란다. 이런거 정말 싫은데.. 한번에 다 출판해주지. 궁금해서 어쩐다 ㅠㅠ

 

 

소피 킨셀라의 칙릿 소설들을 좋아한다. 그리고 트왈시리즈도 빠져서 봤었고. 아직 1부만 봐서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난 결국 3부까지 이야기의 끝과 궁금했던 스토리들을 모두 보고 말 것이고, 소장용 책으로 간직하게 될 것 같다. 1부에서는 깊은 내용들 보단 두 주인공들의 만남과 앞으로의 행보를 암시하는 이야기들만 등장해서 사실 2부가 더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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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관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북폴리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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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성장통을 경험했을 것이다. 하지만 난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니 그렇다 할 성장통의 경험이 없는 것 같다. 가족 내에서 내 위치가 항상 정해져 있었기에, 그냥 나의 삶이 그렇게 흘러가고 나의 인생에 선택권도 별로 없고 무조건 순종해야 하는 사람이 바로 나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결론만 말하자면 필요 이상으로 수동적이고 답답하고 멍청해 보이는 그런 삶을 살았던 것 같다. 가족에선 늘 무관심의 대상이었기 때문에 내가 그런 대접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다니.. 그 흔한 형제간의 갈등이나 질투도 없었고, 질풍노도의 시기에 생길만한 불량스러운 행동이나 생각도 전혀 없었다. 그랬기에 지금 평화롭고 안정적인 삶을 사는 것이겠지만, 만약 그 당시 조금이라도 나의 의견이 표현하거나 사춘기 시절의 그런 감정들을 표출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면 지금의 나는 어떤 모습일까? 나이가 들면서 자주 하는 물음인데, '물의 관'을 읽으면서 더더욱 깊게 생각해 보게 되었다.

 

 

 

시시하다.

팔베게를 한 이쓰오는 콧김을 길게 내뿜었다. 시시하다.

바로 자기 자신에게 한 말이었다. 요즘에 자주 그런 기분이 들었다. 요시카와 이쓰오는 몹시 지루하고 따분한 인간 아닐까. 뭐랄까 너무나도 평범하지 않은가. 예를 들어 텔레비전 학교 드라마의 한 장면에서 초점이 맞지 않는 곳에 비치는 학생처럼. 성적도 보통. 이름도 보통. 키도 보통. 얼굴도 보통. 반에서 눈에 띄지도 않거니와 존재 자체가 희박하다. 좋아하는 사람도 없거니와 누가 좋아하는 것 같지도 않다. 부모님이 여관을 경영한다는 점도 외지 사람이 보면 특이할지도 모르지만 이 마을에서는 그리 드물지 않다.    p19

 

 

 

시시하고 평범한 일상을 반복하는 이쓰오에게 평범을 갈구하는 소녀 아쓰코가 등장한다. 부모님의 이혼으로 인한 갑작스러운 이사로 전학생이 된 아쓰코는 집단 따돌림과 괴롭힘을 당하는 피해 학생이다. 이쓰오는 그녀가 자신의 동네로 이사 온 첫날부터 우연히 알게 되고, 학교 문화제를 함께 준비하면서 그녀만의 비밀도 알게 된다. 누구에게도 말하고 싶지 않았던, 들키고 싶지 않았던 아쓰코는 이쓰오에게 초등학교 졸업 기념으로 묻은 타임캡슐을 꺼내는 일을 도와달라고 부탁한다. 이쓰오는 그녀의 부탁을 들어줄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이상하게 그녀에게 신경이 쓰였고, 타임캡슐에 넣어 두었던 편지를 바꿔놓기 위해서 생전처음 부모님께 거짓말을 하고 가슴이 두근거리는 경험을 하게 된다. 아쓰코를 만나면서 이쓰오에게도 일상의 탈출구가 생긴 것이다. 두 사람은 필요 이상의 대화를 나누진 않았지만 그녀가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과 타임 캡슐의 편지를 바꾸려는 의도가 자신에게 설명해준 것과는 차이가 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게 되고, 다시한번 그녀의 인생에 손길을 내밀게 된다.

 

두 사람의 관계가 애정의 관계는 아니지만, 누구에게 딱 무어라 정의할 수 없는 그런 공감과 기류가 흐르고 있었다. 이쓰오와 아쓰코의 이야기와 함께 등장하는 이쓰오의 할머니 이야기는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다. 아이와 함께 자연관찰 책 속에서 보았던 도롱이벌레 이야기도 함께 잘 어우러진다. 형형 색색의 이쁜 종이를 오려주면 무지개빛 도롱이를 만들고 사는 도롱이 벌레. 사람들은 그 내면인 아닌 겉만보고 아름답다고 이야기한다. 도롱이벌레처럼 화려한 배경의 주인공이었던 할머니의 숨겨진 진실을 알아가는 과정, 그리고 겉보기엔 평화롭지만 죽음을 생각할 만큼 괴로운 일상을 살아가는 아쓰코, 행복할 것만 같은 평범한 일상속의 이쓰오가 느끼는 지루함에 대한 고민들, 이런 이야기들이 다른 것 같으면서도 잘 어우러져 있었다.

 

 

 

그냥 자살하면 될 텐데 어째서 이렇게 번거로운 짓을 했을까. 어째서 남의 도움을 받으면서까지 타임캡슐 속의 편지를 바꿔치기했을까. 합숙 통신표 같은 것까지 만들어달라고 해서.

답은 간단하다.

죽기가 무서웠으니까. 싫었으니까. 살고 싶었으니까.

하지만 그대로는 살아갈 수 없었다. 그래서 그렇게 실패할지도 모르는 번거로운 계획을 세워서 일부러 에둘러 가는 길을 택했다. 마음속 어딘가에서 계획이 실패하기를 바라면서.    p278

 

 

 

아쓰코는 자신이 지어낸 이야기속에 행복한 일생을 마무리하고 싶은 생각에 타임캡슐 속 편지를 바꾸길 원했었다. 물론 이쓰오에겐 진실되게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말이다. 모두에게 복수하는 마음으로 썼던 편지를 꺼내고 평화롭고 평범한 일상을 보냈다고 자기 스스로의 과거를 지어낸다. 그렇게 그녀는 죽음으로 가는 준비를 하고 있었고, 자신이 없는 세상에서 그렇게 기억되고 싶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이쓰오를 통해 다시한번 삶을 살게 된 아쓰코는 다른 방법으로 괴롭힘을 중지시킨다. 읽는 내내 안타깝고 답답했던 마음이 후반부에 되어서야 풀리고 나니 그래도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다. 일본에서는 '이지메'라는 말로 오래전부터 왕따문화가 심했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는데, 이제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학교폭력과 왕따문제가 심각해지기 시작했다. 얼마전 여성 걸 그룹의 왕따문제도 그렇지만, 자녀를 키우고 있는 부모이다보니 내 아이가 가해자 또는 피해자가 되면 어쩌나하는 생각이 종종 들기도 한다.

 

미치오 슈스케의 작품은 처음 읽었지만 그가 스릴넘치는 글을 쓴다는 호평을 종종 보았던 것 같다. '물의 관'에서는 스릴넘치거나 생동감있더나 잔인한 그런 장면은 나오지 않지만, 청소년기에 아쓰코가 겪어야 했던 집단 괴롭힘은 그녀의 삶에 있어서 어떤 일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잔인한 기억으로 남지 않을까? 중학생의 나이로 자살을 구체화하고 실행하는 모습이 무섭기도하고 대단하기도 하지만, 사춘기시절 부모님의 호된 잔소리에 막연하게 가출이나 자살을 생각해봤던 사람들이라면 공감가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어쩌면 그런 환경들이 내가 직접 경험하지 못 했던 것이기에, 글로만 보고 넘길 수 있는 것이기에 감사하기까지 했으니까.

 

이쓰오는 할머니와 아쓰코 덕분에 지루한 일상을 잠시라도 탈피하고 평생 기억에 남을 만한 과거를 가지게 되었다. 나의 청소년기의 기억은 비오는 날 친구와 웅덩이를 밟아가면 병콜라는 마시던 것, 질이 나쁜 선배에게 불려갈 뻔 했던 것, 고등학교때 부모님 몰래 했던 수 많은 미팅들~ 뭐 이런 것 뿐이라, 좋은 기억이건 나쁜 기억이건 '특별할 것 없던'그 시절이 마냥 아쉽기만하다. 이쓰오와 아쓰코가 겪어야만 했던 너무나 특별한 성장통이 시간이 흐른뒤에게 그들에게 성숙한 작용을 해 줄 것이라 생각한다.아직은 미치오 슈스케가 정말 제2의 무라카미 하루키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의 다른 책들도 경험하고 픈 욕구가 충분히 생기는 작품이었고, 좋은 작가 한 명을 알게 된 좋은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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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 향기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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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쿠니 가오리의 문체에 중독되어 있는 사람중 한 명인 나는(그렇다고 그녀의 작품을 모두 읽어 본 것은 아니지만,) '그녀가 추리 소설이라도 쓴게 아닐까?'하는 심정으로 책을 잡았다. 사실 추리물에는 영~~ 흥미를 못 느끼는 나이기에 간만에 그녀의 작품을 보고도 감흥이 없는 그런 기억이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닌지 염려 되기도 했었다. 뭔, 걱정을 미리부터 한담. 늘 그랬듯이 그녀의 책은 표지부터가 남자른 느낌! 호기심과 감수성을 황창 자극하는 색.다.느낌이었다. 제목은 '수박'으로 시작하는데 초록색도 아닌 시릴만큼 파란색이 어떻게 이렇게 잘 어울리는 것일까?

 

192쪽의 적은 분량이지만 무려 11개의 단편이 실려있었다. '미스터리'라는 문구만 보고 추리 소설 그 비슷한 무엇을 연상했었는데, 늘 그랬듯이 일상에서 일어날 수 있는 조금은 특별한 에피소드 11개가 담겨져 있었다. 이 모든 이야기의 공통 된 점은 '어린 소녀의 미스테리한 여름 날의 추억'이라는 것. 모든 이야기가 각각의 단편에 등장하는 소녀의 기억이면서도 누군가의 기억이다. 미스터리라고 해서 끔찍하거나 공포에 휩싸이게 되는 그런 이야기들은 아니다. 에쿠니 가오리의 책에서 항상 볼 수 있듯이 우리 모두에게 일어날 수 있었을 법한 일들이면서 사소할 것 같지만, 이상하게도 특별히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고 평생을 머릿속에 맴도는 일들. 사실 나도 그 비슷한 어린 시절이 아직 기억에 남아 있기에, 그녀의 이야기들이 조금 더 가깝게 다가왔는지 모르겠다. 비밀이라고 할 것 까지는 없지만, 남들이 모르는 나만 알고 있는 추억들. 수십 년의 시간이 흐르고 난뒤 생각해보니 실제로 있었던 일인지, 그저 내가 상상했던 이야기인지 헷갈려 구분이 되지 않는 그런 이야기들 말이다.

 

유쾌한 기분으로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들은 아니다. 대체적으로 이야기들에 나오는 소녀들은 친구가 없고, 누군가의 관심 밖에 있는 것 같으면서 상당히 외로워 보인다. 아마 그런 점들이 소녀들에게 누군가와의 일들을 '특별한 기억'으로 만들어줬던 것 같다. 여러 에피소드 중에 숙모의 집에서 가출을 해 남의 집에서 하룻밤 신세를 지게 된 소녀의 이야기 <수박 향기>와 비오는 날이면 장화를 신고 달팽이를 살육하는 남모를 취미를 가졌던 소녀의 이야기 <물의 고리>, 학창 시절부터 연락하고 지내는 M과의 기묘한 우정을 그린 <그림자>라는 이야기가 특별히 인상적이었던 것 같다.

 

이번 작품에서도 작가 특유의 문체가 너무너무 좋았다. 가벼운 단어들로 쉽게 써내려 가지만, 누구보다 더 가슴깊이 느끼게 해주는 그런 글들. 간이 딱 맞는 음식을 맛있게 싹싹 비운후 표현하기 어려운 만족감을 느끼는 듯한 그런 기분이다. 그래서 자주 생각나고 자꾸 먹고 싶은 그런 중독성 있는 문체다. 책의 마지막 해설에서 씌여진 말처럼 11편의 이야기들을 읽기 시작한 순간에, 한참 읽는 도중에, 그리고 다 읽고 나서는 더더욱 이런 이야기들을 이해하게 된다. 그런데 그 이야한다는 것을 나 또한 무엇을 어떻게 이해하는 것인지 설명할 길이 없다. 그저 느낌이라고 하면 쉬워질까? 소설이지만 왠지 그녀의 어린시절 비밀들을 함께 공유한 그런 느낌도 들고, 다 읽고 나서는 나만 가지고 있는 이야기들을 풀어내고 싶기도 한다. 하지만, 자기 얘기는 시답잖다.(p184)

 

예전엔 그녀의 작품을 보면서도 느낌이 오지 않는 책들이 종종 있었는데, 최근에 만나는 그녀의 작품은 나와 너무나 코드가 잘 맞았다. 소설, 에세이 모두다. 그래서 또 그녀의 담백한 글 맛을 기다기리로 한다. 다시 한번.

 

 

 

 

파르스름한 새벽 공기 속에 덩그러니 서 있다 보면 학교의 표정이 여느 때와는 전혀 다르게 보여 놀라웠다. 그것은 그저 밋밋한 건물이었다, 평화롭고 얼빠진. 작은 새들의 재재거림이 통통 튕기듯 귀를 적시고, 나는 아직 아무도 숨 쉬지 않은 신선한 공기를 마셨다. 수업이 있는 날이면 어김없이 뒷마당에 차 있던 급식 냄새가 그렇게도 싫었는데, 그 불 꺼진 급식소마저 청결하게 보였다. p34

 

 

나는 신칸센을 싫어한다.

질서 정연한 차량 안의 모습도, 어쩐지 현실감이 없는 안내 방송도, 수레를 밀며 군것질거리를 파는 여자의 유니폼도. 꺠끘하고 커다란 창문, 반질거리게 닦인 은색 창틀, 멋대가리 없는 옷걸이, 그 허술한 커튼 따위도.   p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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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을 권하다 - 삶을 사랑하는 기술
줄스 에반스 지음, 서영조 옮김 / 더퀘스트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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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어갈수록 심리서적이나 철학과 관련된 책에 눈이 자꾸 돌아간다. 지금도 심리학 공부를 하고 있는 나로서는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르겠지만, 심리학 공부를 시작한 이유 또한 자꾸 관심이 생기고 필요한 것 같고, 또 내 정신 건강을 위해서라도 배워두면 좋을 것 같다는 그런 기대감과 깨달음 그 비슷한 것 때문이었다. 쏟아지는 책 중에 심리학, 철학에 관련된 책들이 상당수 있는 것을 보면, 아마도 나만 그런 분야에 관심이 있는 건 아닌 것 같다. 철학이라는 단어만 보면 막연한 무게감 때문에 접근하지 쉽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종교인들의 에세이나 명상집, 쉽게 접할 수 있는 심리학 책에서도 철학이라는 것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철학을 권하다>의 저자는 대학 시절부터 사회불안장애, 우울증, 외상후스트레스장애 진단을 받았다고 한다. 그 와중에 학업은 문제없이 잘 진행이 되었지만, 공황발작까지 나타나는 등 그의 증상은 그냥 두고봐서는 안될 상황까지 나타났다고 한다. 그리하여 그는 <인지행동치료>를 하는 모임을 찾게 되고, 조금씩 자신의 병을 치료하기 시작했고 지금도 회복중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렇게 인지행동치료를 통해 만났던 철학에 흥미를 느끼게 된 그가 지금은 영국 최대의 철학 커뮤니티의 창립자가 되었고, 이렇게 책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이 접한 <삶을 사랑하는 기술>철학을 만인에게 들려주고자 한다. 책을 펼치면 아테네학당에 모인 철학자들의 그림이 있는데, 그림 속 철학자들의 이름이 하나하나 쓰여있다. 그냥 보기에도 흥미로운 이 그림을 책을 다 읽고 나서 다시 본다면, 왠지 모를 어마어마함과 두근거림으로 바라보게 된다.

 

<기조연설, 오전 수업, 점심시간, 오후 수업, 졸업식>의 구성으로 되어있는 내용들을 일일이 이야기 하는 것도 어렵겠지만, 사실 축약하는 것도 크게 의미가 없을 것 같다. 누구나 알법 한 철학자 '소크라테스'부터 생전 듣지 못 했던 철학자들의 이야기와 그들의 철학까지 이해하기 쉽지만 조금은 깊이 들여보고 생각해봐야 하는 것들에 대해 상당히 많은 이야기를 해주고 있다. 더불어 그저 지루한 이론에 지나치지 않고 많은 사람들의 예를 보여줌으로써 조금은 흥미진진한 마음으로 철학을 접할 수 있게 도와준다. 막연하게 생각했을땐 어려울 것 같은 철학도 제대로 들여다보면 모두가 자신의 마음먹기,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그리고 이 모든것이 자신이 선택하기 나름이라는 조언도 해주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심리학 공부하며 들었던 용어들이 자주 등장하고, 또 자주 보아왔던 철학 사상들도 알게 되니 조금은 더 흥미롭게 봤던 것 같다. 내용 전체에서 작가가 철학에 대해 확실한 믿음과 매력에 한껏 빠져있다는 느낌이 많이 들고, 그의 열정도 느껴졌다.

 

책을 읽고 있자니 나도 그동안 내공이 쌓여서 그런건지, 학습을 통한 결과물인 것인지... 많은 이야기들을 이미 알고 있고, 나도 모르게 생활습관처럼 실천하려고 하는 것들도 많이 있어서 조금은 기뻤다. 가볍게 읽어 내려갈 수 있는 책은 물론 아니지만, 그렇다고 펜으로 줄을 그어가면서까지 공부해야 할 책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저 마음으로 느끼고 머리로 새기면서 조금은 가볍게 맑은 정신으로 읽어보길 권하고 싶다.

 

 

 

우리가 삶의 목표라고 말하는 쾌락은 일부 사람들이 잘 모르거나 편견 탓에, 아니면 의도적으로 잘못 해석해서 이해하는 것처럼 방탕한 쾌락이나 관능적인 쾌락을 가리키는 게 아니다. 우리가 말하는 쾌락이란 신체에 고통이 없고 영혼에 문제가 없는 상태다. 즐거운 삶이란 끝없이 술 마시고 떠들며 노는 것도, 성을 탐닉하는 것도 아니고, 화려한 식탁에 온갖 산해진미를 차려놓고 먹는 것도 아니다. 즐거운 삶이란 냉철하게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무엇을 선택하든 회피하든 그 근거를 찾고, 영혼을 잠심하는 잘못된 믿음을 없애는 데서 얻을 수 있다.    p131

 

 

 

 

저녁이 찾아오면 나는 집으로 돌아와 서재로 간다.

서재 문 앞에서 흙과 땀이 묻은 작업복을 벗고

궁정에 들어갈 때 입는 옷으로 갈아입는다.

이렇게 엄숙한 옷차림으로 고대인들이 모여 있는 궁정에 들어서면,

그들은 나를 반갑게 맞이한다.

그곳에서 나는 온전히 나만의 것이며 내가 태어난 이유인 음식을 맛본다.

고대의 성현들에게 삶의 동기가 무엇이었냐고 물으면, 그들은 친절하게 답해준다.

이렇게 서재에서 네 시간쯤 보내다 보면 세상사를 잊고,

짜증나는 일들도 모두 잊는다. 가난도 더 이상 무섭지 않고,

죽음에 대한 두려움으로 떨리던 마음도 편안해진다.............

 

 

- 니콜로 마키아벨리가 프란체스코 베토리에게 보낸 편지 중에서(1513년 12월 10일) - p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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