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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의 선물 - 커피향보다 더 진한 사람의 향기를 담은 눈물겹도록 아름다운 이야기
히말라야 커피로드 제작진 지음 / 김영사 / 2010년 12월
평점 :
군것질을 좋아하지 않는 내가 유일하게 중독 수준으로 즐기는 것이 있다면 바로 커피이다. 임신을 해서도 끊을 수 없었고 수유중에도 끊을 수 없었던 커피. 학창시절 독서실에서 즐기는 커피는 밤샘을 즐기던 벼락치기 학생에겐 꿀맛같은 휴식이었고, 사회생활을 시작하곤 출근해서 가장 먼저 마주하는 모닝커피의 즐거움은 모든 피로를 풀어주는 피로회복제였다.내 여행가방에 준비물 1호인 커피. 나는 커피에 대해 얼마나 알까? 흔히 마주할 수 있는 다방커피를 선호하는 나이기에 더더욱 커피에 대한 취향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았었고 어쩜 그런 이유로 커피에 대한 상식이 더욱 없었던 것 같다.
<히말라야의 선물>은 EBS 다큐프라임 <히말라야 커피로드> 제작진이 담아낸 이야기이다. 히말라야의 깊숙한 산골짜기 마을에서 커피를 키우는 사람들의 이야기. 아직 다큐를 보지 못 한 나였기에 커피를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써 커피와 관련된 이야기라는 것 하나만으로도 호기심을 자극하기엔 이미 충분했다. <히말라야 커피로드>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통해 사회에 공헌하고자 하는 마음을 담아 제작진 전원이 재능기부로 참여했다고 하니 이미 책을 손에 쥐기전부터 훈훈하고 아름다운 마음들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차가 진입할 수 없는 히말라야 품속 깊은 곳에 자리한 멜레마을. 이곳에는 커피만을 바라보며 사는 11가족이 있다. 마을의 위치만 보더라도 그리 넉넉하지 않은 형편의 사람들. 아이를 넷 둔 젊은 과부에 가족을 부양하고자 해외로 떠나야만 하는 젊은이들, 14살의 최연소 커피농부까지.. 어려운 환경에서도 그들에겐 '커피'라는 희망이 있다. 커피를 키우기에 최적의 조건을 가진 말레마을. 사람이 죽으라는 법은 없다고 히말라야의 자연이 그들에게 준 선물이 바로 자연이 아닐까? 동전 몇개만 넣으면 쉽게 만날 수 있는 그 흔한 커피가 농부의 어떤 수고와 노력끝에 우리의 입속에서 향기를 내게 되는 것인지를 절실하게 느끼게 된다.
그들에게 커피는 배불리 밥을 먹을 수 있게 해주고 사랑하는 아이들을 학교에 보낼 수 있는 수단이다. 커피가 아니라면 마땅한 수입원이 없기 때문에 삼십그루부터 몇백그루에 이르기까지 각자의 사정에 맞게 모두가 커피 농사를 한다. 커피를 3년을 기다려야 열매를 맺는 다고 하니 그 기다림이 길고 지루할 법도 한데 그들은 매일 수확의 기쁨만 생각하며 한그루 한그루의 나무를 정성껏 돌본다. 농약도 기계도 없는 말레마을의 커피는 철저한 유기농법으로 재배가 되고 손으로 일일이 따는 작업을 거쳐 탄생하는 것이다. 약을 치지 않기에 열매의 익은 정도를 일일이 눈으로 보고 하나하나 수확을 해야하는 번거로움도 그들에겐 그저 기쁨으로 다가온다.
참 아이러니하게도 말레마을 사람들은 취재진에게 "커피는 어디에 쓰일까요?","옥수수처럼 먹는 건가요?","이왕이면 동물이 아니라 사람이 먹었으면 좋겠어요."라고 물었다고 한다. 이 얼마나 당황스러운 일이었을까? 한잔의 커피로도 쌓인 피로가 확풀리는데 그렇게 고단하게 일하는 말레마을 사람들은 정작 커피가 어떤 용도로 사용되는지 어떻게 먹는 것인지조차 모르고 있다. 다행히 촬영기간중 굴미커피협동조합에서 커피 시음회를 열어주었고 그렇게 커피는 또 다른 모습으로 말레마을 사람들에겐 없어서는 안될 존재로 자리잡게 된다. 농부의 손에서 직접 프라이팬에 볶아지는 원두. 산지에서 직접 맛보는 커피는 어떤 맛일까?
커피... 책을 읽기전엔 단순히 커피의 탄생과정이 궁금했던 것 같다. 내 몸속에 들어가고 내가 자주 마시는 커피가 과연 믿을만한 과정으로 탄생하는 걸까? 커피는 어떤 조건에서 생산될까? 어떤 모습을 가졌을까?... 하지만 한알의 커피를 위해서, 얼굴도 모르는 이의 건강을 생각해서 유기농법을 고집하는 농부들을 보면서 그들의 수고로움에 쌀농사를 짓는 농부들에게 그러하듯 감사한 마음이 먼저 들었다. 밥을 남겨 버리면 벌을 받는다고 했던가? 쌀 한알이 농부의 땀방울이라 생각하듯이 커피 한방울 한방울이 그들의 꿈과 노력이라는 것을 생각하게 된다.
커피왕 브라더스 사이에서 열띤 이야기들이 오갔지만 결론은 같았다. 더 이상 젊은이들이 돈을 벌기 위해 타지에서 고생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것. 더 이상 가족들이 생이별을 하지 않아야 하며 함께 모여 살아야 한다는 것. 자라나는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서는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수입원이 마을에 꼭 필요하다는 것. 그리고, 그 모든것을 해결해줄 수 있는 열쇠가 바로 커피라는 것이었다. P 224
가난했던 말레마을 사람들이 다시 희망을 품게 되었던 것은 우리 나라의 공정무역 단체인 '아름다운커피'를 통해 3천그루의 커피나무를 지원받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공정무역이라는 이야기를 여러번 듣기는 했어도 한번도 내손으로 구입해본 경험이 없었는데 책을 보면서 반성도 하고 앞으로는 이용을 많이 해야겠단 생각을 해본다. 공정무역은 저개발국 생산자에게 정당한 몫, 공정한 대가가 돌아가도록 한다는 목적 아래 펼쳐지고 있는 운동이라고 한다. 무엇보다 철저한 유기농법이 아니면 안된다는 조건이 있으니 내 몸에 좋을 것이고 어려운 환경에 있는 농부들을 돕는 것이니 일석이조가 아닐까? 되물림 할 수 밖에 없는 가난때문에 노동을 위해 가족을 떠나 보냈고 자녀를 학교에도 보낼 수 없었던 말레마을 사람들. 그렇기에 히말라야의 커피나무는 그들의 희망과 함께 자란다. 그들의 아이와 함께 자란다.
이제 커피를 마주할 때마다 그들의 수고와 노력이 생각날 것이고, 그들의 꿈과 희망이 생각날 것이다. 그렇게 매일 히말라야 산골의 말레마을 사람들을 만나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