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곱하기.십 - 내 인생의 발칙한 3일 프로젝트
장현웅 외 지음 / 소모(SOMO)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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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 각기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는 10명의 사람들이 모였다. "3일의 시간이 주어진다면, 당신, 무얼 하고 싶은가요?"라는 짧은 질문으로 시작되는 이 책은 10명의 저자들이 보낸 특별한 삼일간의 시간들을 다루고 있다.

 

 3.. 내가 가장 좋아하는 숫자. 너무 적지도 그렇다고 너무 많지도 않은 모자람도 넘침도 없는 숫자. 보통의 여행이 2박3일, 3박4일 하듯... 3일이라는 시간은 심리적으로 가장 편안한 시간이 아닐까 싶다. 생을 살면서 온전히 나만을 위한 3일을 갖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생각만으로도 설레이는 온전한 나만의 시간. 학창시절엔 공부하느라, 성인이 되어서는 직장생활을 하느라, 결혼을 하고서는 가족과 아이들을 돌보느라 온전히 나만을 위해 시간을 갖기란 쉽지 않다. 수십년을 살면서 단 며칠간의 자유도 만끽하지 못 하는 사람들도 수 없이 많으리라.

 

 재미로만 읽게 되는 책이 있는가 하면 읽는 내내 생각에 빠지게 하는 책이 있다. '삼 곱하기 십'은 주제만으로도 많은 생각을 하게 했고 그 생각만으로도 가슴을 뛰게 만들었다. 나라면 3일간의 시간동안 무엇을 할까? 그 시간을 채우는 계획은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았다. 무작정 3일내내 집에 있고 싶기도 하다가 여행을 떠나고 싶기도 하다가 누군가를 만나고 싶기도 하다가.. 10명의 작가들도 3일간의 시간에 앞서 많은 생각들을 했을 것 이다. 쉽게 주어지는 시간이 아닌만큼 특별하게 보내고 싶었을 테니까.

 

 이름만 들어도 '아! 누구구나!'하는 유명인들은 아니지만 작가들의 프로필은 가히... 입이 떡 벌어졌다. 그만큼 자신의 분야에서 열심히 하는 프로라는 증거이겠지. 누구보다 더 바쁜 일상을 보냈고 있었을 그들의 3일은 어떤 모습일까? 누군가는 동물원으로 나섰고 누군가는 여행을 떠났다. 누군가는 얼굴도 모르는 오래된 인연을 만나기로 했고 누군가는 소중한 지인들을 만나며 3일을 보낸다. 특별할 것도 없었던 일상에서 이어진 인연들과 추억들이 그들이 3일을 보내는 출발점이 된다.

 

 솔직히 말하자면 어떤면에서는 조금 지루했다. 유명인의 일상을 궁금해하는 쪽이 어쩌면 더 익숙한 시대에 살고 있다보니 내가 좋아하는 작가도 아니고 그렇다고 유명인도 아닌 그들의 추억과 여행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흥미롭지 않은 부분들이 있었다. 그렇게 조금은 지쳐있을 즈음 눈에 띄였던 작사가 조은희씨의 '지금 만나러 갑니다'편은 가장 특별한 3일로 기억에 남는다. 오래전에 했던 약속을 지키지 못 하고 있었던 그녀는 3일의 시간이 주어지자 그 약속을 실행하기에 이른다. 현대를 살아하는 우리들이 가장 자주 하는 실수가 지키지도 못 하는 약속들을 수없이 하는 것이 아닐까? 지키지않고 싶어서가 아니라 너무나도 빡빡한 삶에 자연스럽게 잊혀지는 것이 더 맞을 것 같다. TV에 나오는 연애인도 아닌 작사가를 동경하는 팬을 만나러 떠난 여행은 가장 신선하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었던 것 같다. 얼굴한번 본 적이 없는 그를 만나기 위해 큰 마음을 먹고 직접 찾아나선 조은희씨의 용기에도 박수를 보내다.

 

 아직도 결정을 할 수는 없다. 나에게 3일간의 시간이 주어진다면 무엇을할까.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워야할지 여행을 떠나야할지 아니면 그저 3일내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어야 할지.. 내게도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온전한 나만의 시간을 위해 가끔은 즐거운 상상을 하면서 계획을 세워보아야겠다. 나에게 시간이 주어진 것은 아니지만 책을 읽는 시간만큼은 그들과 더불어 나의 지친 몸과 영혼을 돌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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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
공지영 지음 / 오픈하우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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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의 제목만 접하고는 공작가님이 오지마을의 학교의 모습을 담은.. 아이들이 막 뛰어놓고 자연속에서 더함도 덜함도 없이 행복한 아이들의 이야기일 것이라 생각했다. 행복학교라고 하니까 아무래도 나도 모르게 그런 소재가 머릿속에 떠 올랐나보다. 지리산 행복학교는 시문학반, 기타연주반, 목공예반,사진반 등 9개 과목을 배울수 있는.. 뭐 도시로 말하자면 한마디로 '문화센터'같은 곳이다. 도시의 분주한 삶을 떠나 지리산에서 자발적 가난을 선택한 예술가들을 주축으로 탄생한 '지리산 행복학교'. 책은 과감히 도시의 삶을 떠나 지리산을 선택한 수 많은 공작가의 친구들 이야기로 가득하다.

 

 

 

 

 

누구나 도시에 지치지만 아무나 도시를 떠날 수는 없다.

지금 그들이 지리산을 등에 지고, 섬진강을 바라보며 옹기종기 모여 산다. 그곳이 바로 지리산 행복학교다.

 

 

 개인적으로 산과 바다를 선택하라고 하면 난 늘 바다였다. 숲의 맑은 공기와 시원한 그늘은 좋지만 벌레들과 이끼들은 딱 질색 팔색인 나이기에 늘 바다를 선택한다. 그렇다고해서 내가 수영을 하거나 물놀이를 즐기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바다에 서면 땡볕아래 쉴 곳이 없어 지치는 일이 많고 물놀이를 즐기지 않는 성격에 사진 몇장을 담고나면 여행이 끝나버리기가 일쑤다. 그런내가 한살 한살 먹어가면서 '전원생활'에 대해 생각해본다. 아이들이 크고 조금 더 나이가 들면 전원주택에 살고 싶단 생각까지 해보게 되는 걸 보면 나도 늙고 있는가보다.

 

 '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는 그녀가 주인공이 아니다. '바람도 아닌 것에 흔들리고 뒤척이기 싫어' 도시를 떠난 그녀의 친구들은 1년에 50만원이면 살 수 있는 그야말도 돈이 없어 돈걱정하지 않고 살 수 있는 평화로움을 누린다. 1년에 200만원 벌이면 1년 내내 자장면을 먹을 수 있다며 그 어떤 부자보다 행복해 하는 이들. 꽁지작가의 친구들은 저마다 애칭도 특이해서 버들치 시인, 낙장불입 시인, 고알피엠 여사, 최도사, 강남좌파 등 보기만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매력 또한 가지고 있다. 조용할 것만 같은 시골생활은 시도때도 없이 찾아드는 반가운 친구들덕분에 매일이 즐겁다. 자연과 함께해서 즐겁고 친구가 있어 그렇게 행복한 생활이 더해지는 것이다.

 

 물론 행복이라는 것이 꼭 전원생활에서만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더더욱 꼭 지리산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들이 있어 행복하고 그들이 지리산에 있기에 행복학교가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이다. 지리산 행복학교를 연재하면서 지리산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더욱 늘었다고 하니 이젠 낯선 모든 사람들이 그들의 친구와 후원자가 되어 지리산은 더욱 북적거리고 배로 행복할 것이다.

 

 

 

 



 

 

 

  책 속에 등장하는 그들은 이젠 지리산에서 처음부터 나고 자란듯 녹아들었다. 공작가는 도시의 삶에 익숙하기에 서울을 떠날 수는 없지만 지리산을 지키는 많은 친구들의 활기 넘치는 모습에 반해 지리산을 자주 찾는 것 같다. 도시의 삶에 지쳤을때, 무언가 생각이 많아질 때, "더도 덜도 할 수 없는 봄날이야."하는 전화 한통에 흔쾌히 "그럼 내려와!"하고 이야기해주는 친구들이 있어 지리산에 중독이 된 것 마냥 찾게 되는 것이다. 나도 조금더 나이가 들면 저렇게 진국인 친구들을 남길 수 있을까? 시도때도 없는 방문에 환영하고 안방과 냉장고까지 내어주는 스스럼없는 친구들. 자연을 벗삼아 사는 그들의 명랑생활보다 나이가 들었음에도 천진하고 개구지기까지 해보이는 그들의 우정이 너무나도 부러웠다. 억만금을 주더라고 살 수 없는 것이 우정일텐데 그런면에서 공작가는 참 복이 많은 사람이다.

 

 책을 읽다보니 나 또한 그곳에 가고 싶다는 욕구가 치솟는다. 하지만 완전한 귀농을 꿈꾸기에는 너무나도 소심한 간을 지닌 나이기에 이 책을 읽고 방문했을 수 많은 독자들처럼 '지리산 행복학교 순례코스'를 만들어 돌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뭐 실제로 책에 나온 곳들을 수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고 있다고 하니 정말 '코스'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많은 사람들이 도시의 팍팍한 삶에 지쳐 귀농을 꿈꾸고 있지만 그마저도 실패하고 다시 도시의 품속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건 바로 도시에서 베인 부지런한 습관을 버리지 못해서 그렇다고 한다. "부지런히 일해서 악착같이 모으려면 서울서 살지 뭐 하러 여기오냐고. 놀멘 놀멘... 그런 사람들이 여기 귀농에 성공하는 거여." ..귀농조차 <성공>이라는 틀에 가두려고 하니 실패할 수 밖에...

 

 

 



 

 

 

 

 내 삶을 살면서 시간은 내것일 수 없는 도시의 생활. 나 또한 짧은 생을 살았지만 정작 나 스스로를 위해서 시간을 내본게 언제인지 손안에 꼽는다. 욕심을 버리고 물욕을 버리는 것은 쉽지 않다. 도시 생활이라는 것이 돈이 있으면 한없이 편리한 것 아닌가. 아이들 학원은 어떤걸 보내야 할지, 무엇을 해야 남들보다 여유있게 생활 할 수 있을지.. 하루하루가 고민의 연속인 도시생활. 환경이라는 것이 그러하듯 그렇지 않은 곳에선 쓸데없는 고민이 될 텐데.. 나의 삶도 돌아보니 매일매일 작은 고민의 연속이고 이 또한 대부분 도시생활자만의 고민이다. 그러하기에 '바람도 아닌것에 흔들리고 뒤척이기 싫다'면 잠시라도 떠나보자. 책을 읽는 내내 재미있는 소설 한편을 신나게 읽어내려간 기분이 든다. 꼭 귀농이 아니라도, 지리산이 아니라도 자연과 친구가 주는 여유로움과 행복이 그립다면 잠시라도 시간을 내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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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을 읽고 리뷰를 작성해 주세요
그냥 - Just Stories
박칼린 지음 / 달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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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엇을 하던 특별해 보이는 사람. 그냥 거기에 있을 뿐인데 눈에 확 띄는 사람. 2010년 가장 이슈가 되었던 인물을 꼽으라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단연 '박칼린'이라고 이야기 할 것이다. KBS2방송국의 '남자의 자격'이란 프로그램을 통해서 '칼마에'란 별명을 얻고 대한민국 국민의 가슴에 뜨거운 불을 지펴준 주인공. 물론 그녀가 TV에 출연하기 이전부터 가지고 있는 타이틀도 있었기에 약간의 유명세를 타긴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남격'을 통해서 그녀를 알았을 것이다. 나 또한 박칼린이란 사람에 대해서 혼열인의 최초 음악감독이란 정도, 그리고 한때 그녀는 지금의 짧은 머리가 아닌 긴 머리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 정도만 알고 있었을 뿐이니까.

 

 그런 그녀가 TV프로그램이 종료되기가 무섭게 에세이집을 출간했다. 참.. 사람이 그럼 안되는데 왜 시기상 순수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일까? 3년전부터 준비했다는 에세이집이 그녀의 유명세가 최고조일때 나오는 것을 보니 이쁜 눈빛으로만 바라볼 수가 없었다. 하지만 궁금했다. 박칼린이라는 사람이... 내눈에는 무엇을 해도 특별해보이는.. 그리고 무한능력을 가지고 있을 것 같은 그녀의 생활이 너무나도 궁금했기에 책을 접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냥'이라는 제목에서 오는 느낌이 뭔가 더 특별함을 줄것 같다. 그녀의 유년시절,삶과 일, 그녀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책 한권에 가득했다. 하지만 딱히 뭐라 특별히 꼬집어 말할 이야기는 없었다. 말그대로 '그냥'인생을 즐기고 사는 그녀의 일상을 그렇게 '그냥'담아낸 것이다. 그녀의 유년시절, 가족과 일, 동료와 제자, 그리고 여행에 대한 이야기. 그렇다할 순서도 없이 생각나는 대로 써내려간 듯한 그녀의 글은 그래서 더 편안한 느낌이 들지도 모르겠다. 또한 그렇기에 칼마에가 가지고 있는 특별한 무언가를 원하는 사람이었다면 약간은 지루한 책이 될수도 있을 것이다.

 

 나 또한 특별할 것도 없는 그녀의 일상사에 지루하던차에 그녀의 재산이 너무나도 부러워졌다. 바로 '사람'. 그 시대엔 더욱 어려웠을 특별한 애정으로 길러주신 부모님과 부모만큼이나 그녀를 아껴주었던 스승들. 여러사람에게 누구보다 특별한 관심과 사랑을 받고 성장한 그녀였기에 배운만큼, 그리고 사랑을 받은 만큼 제자들에게도 베푸는 그녀의 모습. 그런 그녀를 따르는 많은 사람들. 그녀의 이야기엔 처음부터 끝까지 사람의 이야기로 가득하다. 가족과 동료,제자,그리고 그녀와 특별한 인연을 맺고 있는 우리는 감히 만날 수 없을 유명한 인사들도 두루두루 알고 있다.사람이 재산이라는 말이 박칼린의 인맥에서 느껴졌고 그런 관계가 부럽기까지했다. 다만 어딘지 모르게 그렇게 바쁘고 많은 사람들 가운데서 조금은 쓸쓸해 보이는 그녀의 모습이 조금은 안타깝기도 하다. 그렇기에 그녀는 누구보다 더 일에 열정적일 수 있는게 아닐까?

 

 사실 책의 내용이 전반적으로 여행과 친구와 일에 대한 내용이 반복되는 느낌도 조금은 있다. 000라는 식의 제목을 붙인 이야기들도 급조 된것 같은 느낌이 살짝 들기도 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그녀가 조금은 다가가기 버거운 인상이었다면 '그냥'을 통해서 조금은 친숙해지고 인간미를 느낄법도 한데 그녀의 일상자체가 워낙 평범한 우리네의 이야기와는 많이 달라서 조금더 거리감이 생기기도 한다.

 

 에너지와 사랑, 열정이 넘치는 박칼린을 제대로 만나고 싶다면... 특별한 이유없이 시대의 아이콘인 박칼린의 사소한 일상이 그냥 궁금한 독자라면 욕심없이 읽어보기를 권한다.  복잡함 없이 [기쁘고 즐겁게 그냥 사는 방법]을 배우고 느낄 수 있을테니까.

 

 

 

 

 

 

무엇을 하느냐는 중요치 않다. 그 무엇은 자기 삶의 표현법일 뿐이지, 우리 삶의 목적이 될 수는 없다. 그것이 무엇이든 그것을 '어떻게' 이루느냐가 중요하다. 할 거라면, 살 거라면 가장 뜨거운 곳 그 한가운데에서 가장 뜨겁게 사는 게 중요한 게 아닐까. 적어도 나는 그렇다. 밋밋하게 죽으러 살 바에야 활활 타오르고 싶다. P 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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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렁커 - 제2회 중앙장편문학상 수상작
고은규 지음 / 뿔(웅진)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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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unker : 멀쩡한 집 놔두고 트렁크에서 자는 사람

 

 

 참 그럴듯하다. 멀쩡한 집을 놔두고 트렁크에서 자는 사람들이 있다니 말이다. 요즘 같이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개성을 가진 사람들이 많은 시대에는 '관도 아니고 트렁크에서 잔다는데..'하며 그런 이들이 있을 것 같은 생각이 절로 드니 말이다.  '트렁커'는 제2회 중앙장편문학상 수상작으로 아주 간략한 이력을 가진 고은규 작가의 작품이다. 현재 다른 일을 생업으로 하면서 글을 쓰는 고작가는 우연히 공원에서 트렁크를 여는 사람을 보고 글을 써야겠단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000수상작'이라는 타이틀 자체페 선입견이 심한 나였기에 책장을 들추기전부터 '기대는 안해야지..'하는 주문을 걸면서 책을 집어 들었던 나였기에 결론부터 말 하자면 '새해에 들어서 읽은 첫 작품인데 참 잘 골랐다'는 결론을 내려야겠다. 2010년을 시작하면서 읽었던 '프라임 타임'도 너무 좋았던 기억에 한 해를 새롭게 시작할 수 있겠다~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트렁커'는 기대이상의 작품이라는 평을 감히 해본다.

 

 유모차 판매원으로 일하는 '온두'. 그녀는 저녁이 되면 집안을 정리하고 공원에 주차된 자신의 차 트렁크에서 잠을 청한다. 그러던 어느날 낯선 차 한대와 함께 그녀처럼 잠 취향이 독특한 밸런시스트 '름'을 만나게 된다. '슬트모(슬리핑 트렁커들의 모임'의 정회원인 그녀에세 무서운건 없다~ 하지만 '름'은 그곳이 자신의 땅이라고 주장하고 온두는 그 자리를 지키기위해 어쩔 수 없이 그가 개발한 '치킨차차차'게임을 하며 가깝게 지내게 된다.

 

 그들은 왜 트렁크에서 잠을 청하게 되었을까? 어떻게 보면 공포스럽기도 한 그들의 취향. 어릴적 다녔던 교회 수련회에서 야심한 밤에 관에 들어가는 체험을 한 적이 있다. 물론 공동묘지에서 진짜 관에 들어가는 그런 공포스런 체험은 아니었다. 예배당에 체험 코스를 여러군데 만들고 그중 한 코스가 관처럼 생긴 나무 상자를 짜 놓고 한 사람씩 들어가면 뚜껑을 닫고 밖에 있는 사람들이 못질을 하는 흉내를 내는 그런 체험이었다. 취지야 그동안 살아온 삶에 대해 반성을 하라는 것이었겠지만 어찌나 무서웠던지 눈물이 줄줄 흘러나올 정도였다. 트렁크에서 잔다고하니 문득 기억 저편에 숨어버린 어린시절 체험이 떠 올랐다. 칠흙 같은 어둠속에서 웅크리고 있을 그들의 모습을 생각하니 어쩌면 그 모습이 엄마 뱃속에 있는 태아의 모습과도 비슷할 것이란 생각도 든다. 소설에서 처럼 안에서 문을 열수 있는 장치와 밖을 볼 수 있는 작은 창, 개인에게 필요한 수면 용품들과 잠자리를 따뜻하게 해주는 난방장치까지 겸하면 나쁠 것도 없을 것이다. 더불어 그곳에 음악까지 있다면 외부와는 차단 된 전혀 다른 나만의 공간이 탄생될 테니 말이다.

 

 이쯤이면 이 둘이 정상적인 배경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추측이 자연스럽게 든다. 어느새 '치킨차차차'게임은 '진실게임'이 되어버리고 게임에서 진 사람이 자신의 과거를 풀어나가기 시작한다. 상상하기 조차 어려운 가정폭력을 겪으면서 살아온 '름'과 동반 자살에서 살아남아 성적 학대와 열악한 환경 속에서 자란 '온두'. 그들이 말하는 과거는 읽는 이로 하여금 자연스레 얼굴을 찌푸리게 하지만 당사자인 름과 온두는 너무나 덤덤하다. "무거운 주제일수록 서사는 가볍게 진행하고 싶다"고 말한 작가의 의도가 그대로 드러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에게 가슴아프고 무거운 주제를 다룬 이 책이 나에게 많은 공감을 얻어낸 것일까? 시간이 갈 수록 아픔을 가진 사람들의 소외된 이야기들이 더 가깝게 느껴지는건 내가 나이를 먹어간다는 증거일까? 아니면 누구나 하나쯤의 아픔은 가지고 있다는 생각에 위로가 되어서일까? 어쩌면 이런 이야기를 접할때마다 자연스럽게 어린시절 엄마를 너무나도 힘들게 했던 할아버지가 떠오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지워버릴 수 없는 큰 상처를 가지고 있는 주인공들이 서로에게 위로가 되고 힘이 되어 극복해간다는 희망적인 스토리 또한 나에게도 힘이 된다.

 

 책을 접한 독자라면 누구나 그랬겠지만 '슬트모','밸런시스트'같은 책에 등장한 단어에 대해서 실존 여부를 검색했을 것이다. 실제로 '트렁커'를 검색해보니 연관검색어에 '슬트모'가 자연스럽게 나올 정도니까. 하지만 어디까지나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일 뿐. 오히려 상상에서 나온 이야기라는 것이 아쉽기만하다.

 

 누구나 완벽한 인간은 없다. 누구나 완벽한 삶을 사는 사람도 없다. 기울어지는 빌딩처럼 완벽한 균형이 없는 것이다. 모두 조금씩 기울고, 비틀어진 상태인 것을 인정하지 않거나 확인하지 않는 것일 뿐. 나만 상처를 가진 영혼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책을 읽는 독자들이 희망을 갖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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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의 선물 - 커피향보다 더 진한 사람의 향기를 담은 눈물겹도록 아름다운 이야기
히말라야 커피로드 제작진 지음 / 김영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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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것질을 좋아하지 않는 내가 유일하게 중독 수준으로 즐기는 것이 있다면 바로 커피이다. 임신을 해서도 끊을 수 없었고 수유중에도 끊을 수 없었던 커피. 학창시절 독서실에서 즐기는 커피는 밤샘을 즐기던 벼락치기 학생에겐 꿀맛같은 휴식이었고, 사회생활을 시작하곤 출근해서 가장 먼저 마주하는 모닝커피의 즐거움은 모든 피로를 풀어주는 피로회복제였다.내 여행가방에 준비물 1호인 커피. 나는 커피에 대해 얼마나 알까? 흔히 마주할 수 있는 다방커피를 선호하는 나이기에 더더욱 커피에 대한 취향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았었고 어쩜 그런 이유로 커피에 대한 상식이 더욱 없었던 것 같다.

 

 <히말라야의 선물>은 EBS 다큐프라임 <히말라야 커피로드> 제작진이 담아낸 이야기이다. 히말라야의 깊숙한 산골짜기 마을에서 커피를 키우는 사람들의 이야기. 아직 다큐를 보지 못 한 나였기에 커피를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써 커피와 관련된 이야기라는 것 하나만으로도 호기심을 자극하기엔 이미 충분했다. <히말라야 커피로드>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통해 사회에 공헌하고자 하는 마음을 담아 제작진 전원이 재능기부로 참여했다고 하니 이미 책을 손에 쥐기전부터 훈훈하고 아름다운 마음들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차가 진입할 수 없는 히말라야 품속 깊은 곳에 자리한 멜레마을. 이곳에는 커피만을 바라보며 사는 11가족이 있다. 마을의 위치만 보더라도 그리 넉넉하지 않은 형편의 사람들. 아이를 넷 둔 젊은 과부에 가족을 부양하고자 해외로 떠나야만 하는 젊은이들, 14살의 최연소 커피농부까지.. 어려운 환경에서도 그들에겐 '커피'라는 희망이 있다. 커피를 키우기에 최적의 조건을 가진 말레마을. 사람이 죽으라는 법은 없다고 히말라야의 자연이 그들에게 준 선물이 바로 자연이 아닐까? 동전 몇개만 넣으면 쉽게 만날 수 있는 그 흔한 커피가 농부의 어떤 수고와 노력끝에 우리의 입속에서 향기를 내게 되는 것인지를 절실하게 느끼게 된다. 

 

 

 



 



 

 

  

 

 그들에게 커피는 배불리 밥을 먹을 수 있게 해주고 사랑하는 아이들을 학교에 보낼 수 있는 수단이다. 커피가 아니라면 마땅한 수입원이 없기 때문에 삼십그루부터 몇백그루에 이르기까지 각자의 사정에 맞게 모두가 커피 농사를 한다. 커피를 3년을 기다려야 열매를 맺는 다고 하니 그 기다림이 길고 지루할 법도 한데 그들은 매일 수확의 기쁨만 생각하며 한그루 한그루의 나무를 정성껏 돌본다. 농약도 기계도 없는 말레마을의 커피는 철저한 유기농법으로 재배가 되고 손으로 일일이 따는 작업을 거쳐 탄생하는 것이다. 약을 치지 않기에 열매의 익은 정도를 일일이 눈으로 보고 하나하나 수확을 해야하는 번거로움도 그들에겐 그저 기쁨으로 다가온다.

 

 참 아이러니하게도 말레마을 사람들은 취재진에게 "커피는 어디에 쓰일까요?","옥수수처럼 먹는 건가요?","이왕이면 동물이 아니라 사람이 먹었으면 좋겠어요."라고 물었다고 한다. 이 얼마나 당황스러운 일이었을까? 한잔의 커피로도 쌓인 피로가 확풀리는데 그렇게 고단하게 일하는 말레마을 사람들은 정작 커피가 어떤 용도로 사용되는지 어떻게 먹는 것인지조차 모르고 있다. 다행히 촬영기간중 굴미커피협동조합에서 커피 시음회를 열어주었고 그렇게 커피는 또 다른 모습으로 말레마을 사람들에겐 없어서는 안될 존재로 자리잡게 된다. 농부의 손에서 직접 프라이팬에 볶아지는 원두. 산지에서 직접 맛보는 커피는 어떤 맛일까?

 

 커피... 책을 읽기전엔 단순히 커피의 탄생과정이 궁금했던 것 같다. 내 몸속에 들어가고 내가 자주 마시는 커피가 과연 믿을만한 과정으로 탄생하는 걸까? 커피는 어떤 조건에서 생산될까? 어떤 모습을 가졌을까?... 하지만 한알의 커피를 위해서, 얼굴도 모르는 이의 건강을 생각해서 유기농법을 고집하는 농부들을 보면서 그들의 수고로움에 쌀농사를 짓는 농부들에게 그러하듯 감사한 마음이 먼저 들었다. 밥을 남겨 버리면 벌을 받는다고 했던가? 쌀 한알이 농부의 땀방울이라 생각하듯이 커피 한방울 한방울이 그들의 꿈과 노력이라는 것을 생각하게 된다.

 

 

 



 

 

커피왕 브라더스 사이에서 열띤 이야기들이 오갔지만 결론은 같았다. 더 이상 젊은이들이 돈을 벌기 위해 타지에서 고생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것. 더 이상 가족들이 생이별을 하지 않아야 하며 함께 모여 살아야 한다는 것. 자라나는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서는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수입원이 마을에 꼭 필요하다는 것. 그리고, 그 모든것을 해결해줄 수 있는 열쇠가 바로 커피라는 것이었다.       P 224

 

 

 

 가난했던 말레마을 사람들이 다시 희망을 품게 되었던 것은 우리 나라의 공정무역 단체인  '아름다운커피'를 통해 3천그루의 커피나무를 지원받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공정무역이라는 이야기를 여러번 듣기는 했어도 한번도 내손으로 구입해본 경험이 없었는데 책을 보면서 반성도 하고 앞으로는 이용을 많이 해야겠단 생각을 해본다. 공정무역은 저개발국 생산자에게 정당한 몫, 공정한 대가가 돌아가도록 한다는 목적 아래 펼쳐지고 있는 운동이라고 한다.  무엇보다 철저한 유기농법이 아니면 안된다는 조건이 있으니 내 몸에 좋을 것이고 어려운 환경에 있는 농부들을 돕는 것이니 일석이조가 아닐까? 되물림 할 수 밖에 없는 가난때문에 노동을 위해 가족을 떠나 보냈고 자녀를 학교에도 보낼 수 없었던 말레마을 사람들. 그렇기에 히말라야의 커피나무는 그들의 희망과 함께 자란다. 그들의 아이와 함께 자란다.

 

 이제 커피를 마주할 때마다 그들의 수고와 노력이 생각날 것이고, 그들의 꿈과 희망이 생각날 것이다. 그렇게 매일 히말라야 산골의 말레마을 사람들을 만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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