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성 탈출
피에르 불 지음, 이원복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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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성 탈출'은 영화를 통해서 알고 있는데, 그 영화를 본적은 없지만 고릴라들이 사람들을 괴롭히는 내용이라고 기억이 된다. 물론 그런 기억때문에 내가 더더욱 그 영화를 볼 일은 없었다. 소설을 좋아하긴 하지만 개인적으로 SF,추리 소설들은 별로 안좋아하는 나이기에 소설을 원작으로 영화가 존재했다는 사실도 몰랐다. 이번에 '혹성 탈출 : 진화의 시작'이 개봉하면서 책도 비슷한 시기에 출간되는 걸보니 상당히 재미있는 모양이다.

 

표지에서도 보이듯 고릴라가 어딘가를 째려보고 있다.. 아,, 그래서일까? 책이 계속 손에 들리지 않았다. 그런데 웬걸? 결론부터 말하자면 너무나 흥미진진하고 재미있어서 손에서 떼어놓지 않고 책을 읽었다는 사실... 아! 이래서 영화가 또 나오는구나!!! 검색을 해보니 1968년작 영화가 있는 걸 보면 007시리즈 정도까지는 아니어도 영원히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작품임에는 분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주를 떠돌던 편지 한통으로 시작하는 이 이야기는 유인원은 고등 동물이 되고 인간이 하등동물이 되는 정말 상상할 수 없는 그 날을 이야기한다. 인간들이 실험에 이용하는 동물중 가장 흔한 것이 유인원인데, 그들은 그런 실험을 통해서 점점 진화하기 시작하고 인간들은 귀차니즘에 빠져 그들에게 모든것들을 내어주기 시작한다.  서기 2500년 지구로부터 약 300광년 떨어진 초거성 베텔게우스를 탐험하게 된 기자 윌리스 메루. 그가 남긴 이 편지에는 믿을 수 없는 진실들이 담겨있다. 탐험대가 발견한 '소로르'행성. 그곳엔 인간이 존재하지만 그들은 왜인지 동물의 느낌을 많이 준다. 점점 더 드러나는 소로르의 모습. 그곳은 바로 유인원이 지배하는 곳으로 유인원은 고등동물이 되어있고 인간들은 언어조차 존재하지 않는 하등동물이 되어있다. 탐험대 또한 유인원들의 포로가 되어 잡혀하게 되고, 윌리스는 일행중 유일하게 그들과 의사소통을 하게 된다... 그렇게 자신이 고등 동물임을 증명하는 윌리스는 어떤 미래를 맞이하게 될까?

 

 

 

일단, 기대도 하지 않았고 손에 잡기조차 어려웠던 이 책은 흡입력이 대단했다. 그리고 평소 내가 즐겨하지 않는 장르임에도 불구하고 작가의 무한 상상력에 저절로 혀를 차면서 한장 한장을 읽게 되었다. 고릴라들이 화면에서 잔뜩 보이는게 싫어서 영화를 접하지 않았던 것이 무지막지하게 후회되면서, 책을 읽고나서는 개봉중인 혹성 탈출을 꼭 보겠노라고 다짐했고 결국 그렇게 했다. 마치 책이 씌여진 그 날이 서기 2500년인듯 섬세하고 세밀하게 씌여있는 글들을 보면서 작가가 천재가 아닐까?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그런데!! 이 작품이 1963년 작품이라니! 요즘 사람도 상상해내기 힘들지경으로 무한 상상력에 쏙 빠져본다. 더불어 우리가 실험 대상으로 삼고 있는 그들이 더욱 진화하지 말란 법은 없지 않은가? 언제고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라는 생각을 하게 되니 소름이 돋기까지 한다.

 

그들의 생명을 쥐락펴락하는 인간들. 하지만 고등동물이 된 그들 또한 인간을 대상으로 같은 일들을 반복하고 있다.  조직을 구성하고 정치를 시작하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 인간을 대상으로 실험을 하게 되고, 또 그들이 실험하는 인간들은 점점 더 진화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유일하게 정신을 차리고 있는 윌리스 메루. 그의 용기가 매우 가상하면서도 그가 탈출을 통해 돌아온 지구에서 그를 반겨주고 있는 존재들을 상상하니 '헉!'소리가 저절로 나온다.

 

 

 

나는 지금까지 관찰한 모든 것―대체로 나도 모르는 사이에 기억된―을 떠올렸다. 이 고릴라들과 침팬지들은 전혀 우스꽝스럽지 않았다. 나는 이미 유인원들이 변장한 동물, 혹은 서커스를 위해 재주를 부리도록 훈련받은 원숭이가 아님을 알고 있었다. 고릴라가 머리에 쓴 모자가 지구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웃음을 자아내는 볼거리겠지만 나에게는 고통의 원인이었다. 이곳에서 유인원들은 전혀 우습지 않았다. 모자와 머리는 조화를 이루었고, 유인원들의 모든 몸짓은 아주 자연스러웠다. 빨대로 음료를 마시는 암컷 고릴라는 귀부인의 모습을 하고 있었고, 어느 사냥꾼 고릴라는 호주머니에서 파이프를 꺼내 꼼꼼하게 담배를 채운 후 불을 붙였다. 그 행동들은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연스러웠다.---p.70

 

"젠가 우리가 모든 분야에서 인간을 능가하는 날이 올 거야. 자네도 그렇게 생각하겠지만, 우리가 인간의 뒤를 계승한 것은 우연의 결과가 아니야. 이 사건은 진화 계통수에 기록되어 있지. 이성을 지닌 인간이 임기를 끝내자 우수한 유인원이 인간을 계승했고, 비록 침체기이긴 하지만 지금은 인간이 일으킨 문명을 보존하며 그 결과들을 제 것으로 만들고 있어. 그리고 이제 곧 새로운 미래를 위해 도약할 거야." --- p202

 

 

 

책을 덮고 부랴부랴 개봉중인 '혹성 탈출'을 봤다. 원작의 내용이 어떻게 표현되었는지 정말 궁금해서 잠이 오지 않을 지경이었다. 그 정도로 책을 너무 재미있게 봤던 것이다!! 물론 영화는 책과는 사뭇다른 이야기, 더불어 '진화의 시작'이라는 부제와 걸맞게 흥미진진한 내용은 뒤로하고 유인원의 시초가 어떻게 탄생했는지를 그리고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무진장 지루하고 하품이 나오더라는.. 물론 영화자체만의 평점이 좋긴하던데, 책을 기대하고 보았던 나는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던지라 과거의 혹성 탈출 시리즈를 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정말 이정도의 이야기라면 '해리 포터'를 능가하는 시리즈물이 탄생했을 수도 있었을텐데, 한권으로 이야기가 마무리되어 엄청나게 아쉽다. 기대를 하지 않았었기에 더욱 좋게 느껴졌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오랜 세월이 흘러도 피에르 불의 상상력을 뒤흔드는 작품은 나오기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나 처럼 이런류의 책에는 전혀 관심없는 사람들에게 추천해주고 싶다. 무엇을 생각하든 상상 그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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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소녀들
안드레아스 빙켈만 지음, 서유리 옮김 / 뿔(웅진)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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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독일 심리 스릴러 소설계의 신동이라 불리는 안드레아스 빙켈만. 스릴러물은 취미가 아닌지라 작가의 이력은 잘 모르지만 인상깊에 읽었기에 글 몇줄을 남기기전에 약간의 이력을 찾아봤다. 그는 작아이기전에 군인, 택시기사, 설계사 등등 여러 가지 일을 경험하기도 했다고하고, 특이하게도 아내와 딸, 그리고 기르는 강아지에게까지 감사의 인사와 사랑을 표현하는 애정 넘치는 남자이기도 하다.

 

소설을 읽기는 하지만 추리, 스릴러, SF 이런쪽은 거의 취미가 없는지라서 다들 재미있게 봤다고 해도 이상하게 나는 진도가 안나가는데, 사라진 소녀들은 책의 표지부터 뭔가 모르게 흥미를 당기기 시작했다. 실제로 책을 펼치는 순간 흡입력과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인해서 순식간에 책을 읽어 내려갔다.

 

 

어느 한적한 오후, 앞을 볼 수 없는 10살의 여자아이가 실종된다. 그리고 정확히 10년이 지나고 동일한 사건이 일어나게 된다. 이 사건을 담당하게 된 여 형사 프란체스카와 10년전 동생을 잃은 막스. 그들의 추격이 시작되고 싸이코 변태 범죄자를 밝혀내는데 성공한다.

 

 

역자인 서유리씨는 또래의 여아를 키우는 부모이기에 이 작품을 맡아서 일을 하는게 꺼려졌다고 하는데, 이 심정을 충분히 이해할 수가 있었다. 요즘 같이 무서운 세상에 딸을 가진 엄마들은 안심하고 지내기가 힘든데다, 하루가 멀다하고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생각하기도 싫은 나쁜 일들이 귀에 들어오기 때문에 더더욱 그런 것 같다. 남아이건 여아이건 아동에게 질나쁜 범죄가 행해지는 것은 정말 참기 힘든 일이다. 책에서도 사건을 다루는 형사들이 아동을 상대로한 범죄자에게 갖는 증오심이 대단하게 느껴졌는데, 아무래도 작가도 딸을 키우는 아빠이기에 그런 느낌들이 더욱 생생하게 전달이 되었던 것 같다.

 

책을 보면서 너무나도 재미있게 일었던 '19분'과 '러블리 본즈'가 문득 생각났다. 정신적으로 특이한 이력을 갖게 되는 사람들의 상당수가 대부분 환경의 문제가 있다는 것. 어릴때 주어진 환경으로 인해서 한 사람의 인생이 좌우되고, 내 아이가 올바른 가치관을 갖는 사람이 될지 아니면 조금은 남다른 사람이 될지에 대해 판가름이 난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게 해주는 책이었는데, 사라진 소녀들도 같은 느낌을 갖게 한다. 책속에 범인은 하나지만 범인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등장하는 많은 연관된 인물들은 저마다 각자 하나씩의 상처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들의 유년기가 어떠했는지에 따라 성인이 된 그들의 삶을 지배하고 있다. 결국 평범하지 않은 가정속에서 자란 그들은 누구는 범죄자가 되고 누구는 지울수 없는 상처를 평생끌어안고 살아가고 있었다. 그들의 유년시절 상처가 배경이 되어 사건이 발단하게 된다는 공통점은 19분을 연상케하고, 여자를 대상으로 싸이코적인 범죄를 일으킨다는 내용은 러블리 본즈를 생각나게 한다. 어쩌면 '사라진 소녀들'은 누구나 쉽게 생각해낼 만한 결론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여형사와 막스의 러브라인 또한 너무 뜬금없으면서도 빠져서는 안될 요소로 느껴졌으니까. 하지만 구성이 매우 탄탄하고 묘사가 생생해서 소름이 끼칠 지경이다.

 

이런류의 책은 그리 홀릭되고 싶지 않은데, 오랜만에 정말 순식간에 책을 한권 읽고 말았다. 읽으면서도 내심 2권으로 이어지길.. 하는 이상한 바램까지 가지게 되었으니까. 부디, 이런 내용들이 현실에서는 절대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며, 안드레아스 빙켈만이라는 좋은 작가를 만나게 되었다는 것을 수확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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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포트 피크닉
김민서 지음 / 노블마인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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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영화로 탄생했던 원작 소설 '나의 블랙 미니드레스'의 작가 김민서. 난 그녀의 책을 처음 접한다. 1985년의 젊은 그녀는 모습도 어리고 여려보이지만, 상당한 미모를 지닌 것 같다. 순간 그간 많은 책들을 펼채내고 자신의 자리를 굳힌 그녀가 정말 젊은 작가라는 사실이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에어포트 피크닉은 2010년 발생한 아이슬란드 화산폭발로 인해 인천공항에 발이 묶여버린 영행자들에 대한 이야기다. 각기 다른 이유에서 한국에 머물렀던 그들은, 같은 이유로 '공항 노숙자'신세가 되어간다. 하루이틀을 보낼 사이가 아니었기에 처음엔 서로에 대해서 경계를하고 자신을 숨기던 이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진정한 우정을 나누는 사이가 된다. 출세한 영화감독, 과거의 영광만 생각하든 전쟁 영웅, 미래를 고민하는 십대.. 그렇게 전혀 다른 세상에서 살던 다른 배경의 사람들이 인천 공항에서 울고 웃고 친구가 되고 사랑에 빠지게 된다.
 
 
공항.. 내가 사는 지역에서 인천공항까지는 약 3시간거리다. 아마도 <공항>이라는 단어만으로 여행을 떠나본 사람이든, 아직 떠나지 못 한 사람이든 가슴속에 무언가 두근거리는 것을 품게 될 것이다. 나 또한 해외여행을 생각하면 마음부터 들뜨니까. 안그래도 여행에 목말라있던 내게 '에어포트 피크닉'이란 제목자체가 너무 인상깊에 받아들여졌다. 공항으로 소풍을 떠나는건 어떤 기분일까? 2년전 여름휴가로 4살 아이와 함께 괌에 다녀오고, 둘째를 임신하고 출산하는 일로 해외는 당분간 나가지 못 할 상황.. 사실 해외를 떠나서 9개월된 둘째까지 데리고 국내를 여행하는 일도 쉽지 않다. 기회가 되어서 인지 1-2년에 한번씩은 해외 여행을 해왔던터라,, 경제적인건 둘째치고 나가지 못 하는 상황에 매우 목이 말랐는데, '공항'이라는 말만 들어도 머릿속에 피톤치드가 송송 솟아나는 듯한 기분이었다.
 
막상 내용을 보고 있자니 뭐랄까.. 처음접하는 김민서 작가가 나와는 소통이 잘 되는 않는 것 같다.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던 화산폭발에 대한 사건을 보고 이런 생각을 꺼냈다는 발상이 신선하고 신기하기도 했지만, 뭐랄까.. 책을 통해서 무언가 가슴속에 확~느껴지는 것이 없었다. 그렇다고 내가 나이가 많아서 인생 전반에 걸친 경험이 많은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글은 무언가 확,, 느끼게 하고 싶은데 100% 발산되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이 많이 들었다고나 할까? 공항에 체류하고 있는 국적과 인종이 다른 수 많은 사람들을 통해서 여러 인생과 고민들은 꺼내어 이야기하고, 그렇게 그들뿐만 아니라 독자들에게도 자신의 삶을 뒤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하고 싶었던 것 같은데,,, 살짝 발만 담그고나오는 것 같은 느낌이든다.  조금은 지루한 부분도 있었고, 정말 소설이나 영화에서 나올 법한 상황들이 피부에 와닿지 않았던 것 같다. 특히,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영화 <러브액츄얼리>의 마지막 공항 장면이 연상될 정도..
 
그래도 <에어포트 피크닉>은 쉼없이 굴러가는 일상 속에서 원치 않은 휴식의 시간을 가졌을때, 그 상황을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가 어떠할지, '나라면 어떻게 그 시간을 받아들일 것인지'에 대한 생각을 끊임 없이 해보게 해주었다. 더불어 그렇게 인천 공항게 남게 된 여러 사람들도 어쩔 수 없는 화산사태로 인해, 자신들의 삶을 돌아보고 결국엔 대부분의 사람들이 긍정과 희망을 가슴에 품고 각자의 길로 떠난다는 마무리도 가슴에 아련하게 남는다. 결국 비행기를 타지 않아도 인생자체가 떠나고 돌아오는 일상의 연속이리라.
 
 
새로운 것을 찾아 나서거나 낡은 것을 잊지 위해서, 경험하거나 기억해 내기 위해서, 쉬거나 일하기위해서, 다른 사람이 되려 하거나 자신을 찾기 위해서 여행하는 사람들.  p332
 
 
책의 덮고나니 다시 여행에 대한 욕구가 샘솟는다. 때마침 신랑이 아이와 함께 갈 수 있는 곳이 괌이나 사이판말고 어디가 좋냐고 물어본다. 떠나지 못 한다고 해도 생각해보는 것 만으로 피로의 반은 풀리는 것 같다. 여행, 그간 나는 무엇을 목적으로 여행을 떠났던 것일까? 다행히 나는 추억을 만들고 시야를 넓히기 위해서 떠났던 것 같다. 부디 앞으로도 여행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 설레이는 <에어포크 피크닉>을 상상해본다.
 
 
 


 

 밤하늘은 새카맣고 별도 보이지 않지만 황금빛 불빛이 활주로를 수놓았다. 잠결에 뒤척이듯 이따금 움직이는 활주로가 그들에게서 최근의 비일상적인 일상이 심어준 미지의 감각을 이끌어냈다. 인생은 잠시 정지되었으며 다시 정상적으로 운행되기 직전, 그 찰나의 간극에 갇혀 있다는 감각, 현실도 비현실도 아닌 세계에서의 피크닉이 그들을 케케묵은 삶의 고민들과 미루고 싶은 결정들에서 잠시나마 자유롭게 만들었다.---p.157

 


 

 모든 사람은 자기만의 공항을 품고 있다. 그곳엔 아무것도 머물 수 없다. 채워지는 순간 필연적으로 비워지는 곳. 가족과 연인, 친구와 일, 멋진 집이나 차, 세상에 존재하는 그 어떤 것으로도 채울 수 없는 거대하고 황량한 벌판. 그것은 인간이 철저히 홀로 끌어안아야 할, 인류 공동의 블랙홀과도 같다. 어쩌면 사랑은 그 미지의 땅을 정복하기 위한 인간의 마지막 몸부림일지도 모른다.---p.277

 

 

 공항이란 곧 떠나고 돌아오는 곳. 일상을 함축적으로 담은 캔버스다. 특수한 공간에서도 계속되는 보편적인 삶. 사람들은 그 보편적인 삶을 무기로 하루하루 외로움과 맞서 싸우고 있다. 이것은 고요한 일상이자 치열한 전투다. 그리고 그 안에, 진짜 이야기가 있었다.---p.316


 

 단출한 배낭 하나를 짊어지고, 혹은 커다란 트렁크를 끌며 혼자서, 혹은 사랑하는 사람과 어디론가 향하는 사람들. 그들 모두 공항에서는 같은 이름으로 불린다. 여행자. 새로운 것을 찾아나서거나 낡은 것을 잊기 위해서, 경험하거나 기억해내기 위해서, 쉬거나 일하기 위해서, 다른 사람이 되려 하거나 자신을 찾기 위해서 여행하는 사람들. 유리창 너머로는 활주로가 펼쳐져 있다. 그 광활한 벌판은 여행자들을 사색에 잠기게 한다. 하늘로 날아오르기 전, 그들은 커다란 유리창 앞에 서서 여행의 목적을 다듬으며 티켓에 설렘을 싣는다. ---p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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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딸의 엄마에게 - 아주 특별한 입양 이야기
이정애 지음 / 동녘라이프(친구미디어)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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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TV를 통해 유명 연예인들이 공개적으로 아이를 입양하는 경우를 본다. 실제로 유명한 국내외 공인들이 아이를 입양하고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것을 보면, 내 자식 하나도 버거운 세상인데 참으로 마음도 넓고 사랑도 넘치는 사람이란 생각과 함께 그 사람이 사물 다르게 보이기도 한다. 나이가 들어서일까? 20대 초반까지만 해도 한번도 봉사나 나눔에 대해서 생각을 한 적이 없는데, 어느 순간 주변에 있는 어려운 사람들이 눈에 들기 시작했다. 내가 성격이 워낙 유들유들(?)한 부분이 좀 있어서 주머니에 돈을 털어 드리기도 하고 사무실에 내방하는 할머니들의 떡을 팔아드리기도 하고.. 그런건 자신있었는데, 그런 수준을 떠나서 나 한사람의 행동이 다른 사람의 인생에 조금이라도 보탬이된다면 얼마든지 좋을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많이 들었다.

 

좀 엉뚱하지만 난 강아지를 무척 좋아했다. 그리고 아기들도 무척 좋아했다. 하지만 내가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고 내 아이를 갖는다는 것은 상상하기가 힘들었다.. 그런 나는 지금 두 아이의 엄마다. 큰 아이를 출산하고는 내 연봉에 후원하는 아이가 하나도 없다는 생각에 뭔지 모를 공허감이 생기기 시작했고, 그렇게 신랑몰래 한 재단을 통해서 아프리카의 아이 한명을 후원하게 되었다. 그리고 일년쯤 지난뒤엔 다른 아이 한명을 후원하게 되면서 5년안에 아이들을 직접 만나보리라는 목표까지 생기게 되었다. 그리고 자녀 계획이 딱 한명이었기에, 아이가 조금크고 시간이 지나면 딸아이 한명을 입양하고 싶다는 꿈을 가지게 되었다. 입양수출.. 이라는 오명을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 내 새끼를 낳아보니 거리에 있는 모든 아이들이 내 자식처럼 느껴졌고, 항상 행복하지만 해도 부족한 아이들이 어려운 환경에 처했다는 소식을 들으면 가슴이 찢어졌다. 자식이 생기니 세상의 모든 아이가 내 자식이 된 것이다.

 

 

이정애 씨는 학원을 운영하는 선생님이면서, 외국어 대학원에 다니는 학생이자 조교이며, 엄마다. 그녀가 이제 책을 출판하게 되면서 공식적으로 가지게 되는 직업은 다섯 개. 열번의 유산 끝에 두 아들을 얻었지만, 부부는 딸아이를 입양하여 셋째를 맞이하게 된다. 몇개월을 기다려야 아기를 만날 수 있다던 기관의 말과는 다른에 '선생님을 꼭 닮아 다른 곳에 보낼 수 없는 아기'가 그녀의 품에 안기게 된다. 아이의 이름은 민효. 그녀는 가슴으로 낳은 민효를 얻음으로써 마음, 몸가짐이 사뭇 달라지고 정말 사랑이 넘치는 엄마가 되어간다. 더불어 남편과 두 아들까지 민효로 인해 세상 어느 곳 보다 밝고 따뜻한 집이 되어간다.

 

이 책은 어디선가 민효를 그리워 하고 있을 민효의 엄마에게 쓰는 편지이자, 민효에게 하는 엄마의 고백이다. 더불어 대한민국 국민에게 '입양'이라는 제도와 사회적 편견에 대해서 이야기 해주고 있다.  같은 엄마의 마음 만으로도 책을 읽는 내내 가슴이 아리기도 했지만, 나도 모르게 흐르는 주책없는 눈물을 참느라고 이를 꾹 물기를 몇번 해야했다. 그녀는 이야기한다. 입양을 원하는 수 많은 사람들도 마치 애견 센터에서 키울 애완동물을 고르듯 아이를 골라간다고. 혈액형이나 성별, 개인적 취향에 따라 걸러져 입양이 되고, 못생겼거나 키가 작아서, 혹은 여느 아기와 다른 특징때문에 평범하게 자랄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하는 아기들이 많다고... 그리고 우리 나라 입양제도는 간단한 조건외에 특별히 까다로운 규제가 없는데 외국의 그것과 비교하니 창피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이렇게 말하는 그녀 또한 아들이 둘 있어서 아들은 입양 할 수 없다는 조건을 걸고 딸 아이를 입양했다. 주말에만 볼 수 밖에 없는 바쁜 일상속에 아이를 입양하고 정성과 노력을 다한다. 책을 읽는 도중  이 모든것이 엄마인 저자를 위해서 만들어진 상황이 아닌가..하는 아쉬움이 생겼다.  일하고 공부하느라 지치고 피폐한 몸과 마음을, 아들과는 다른 애교넘치는 딸 덕분에 피로를 풀면서 삶의 이유와 목적을 그렇게 이야기 한다.

 

그녀는 입양이 대단한 일이 아니길 바라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흔하지 않은 일이기에 대단한 것이 맞다. 더불어 둘째가 6살임에도 불구하고 아이의 입양이 결정되고 난 후에 마른젖에서 수유를 할 정도의 젖을 만드는 노력까지 하는 정도이니 정말 민효에게 만큼은 끔찍한 엄마가 아닐 수 없다. 프로 작가가 아닌 저자의 글은 상당수 중복되는 내용도 있고, 민효의 친엄마에게 이야기를 하다가도 어느순간 자신의 과거사나 가족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서 자전적 책의 내용을 상당수 보이기도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민효에 대한 사랑이 철철 넘쳐 흐른다.

 

 


아이들 입에 들어갈 음식과 아이들에게 입힐 옷가지, 아이들이 볼 책을 살 때는 돈을 쓰면서도 행복합니다. 젊을 때는 내게 투자하는 게 중요했는데 아이를 키울수록 변해 갑니다. 아직 다른 엄마들처럼 나를 희생함 아이들을 위한 삶을 살고 싶지는 않습니다 .아이들과 내가 함께 성장하고 발전해 나갈 수 있는 삶을 꿈꿉니다. 내 삶의 목표와 아이 셋을 양육하는 일, 부모로서 역할과 나의 자아 발전을 위한 노력이 잘 맞물려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미쳤으면 합니다.   p83

 

 

 

얼마전 시청했었던 MBC드라마 '반짝반짝 빛나는'을 시청하면서 '길러준 부모와 낳아준 부모'에 대한 생각을 참 많이도 했었다. 더불어 내가 저런 상황이라는 어떤 마음으로 사건을 정리할지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 낳아준 정도 크지만, 길러준 사랑과 정은 정말 무시를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하물며 재미로 보는 가상의 이야기로 그려진 TV를 보면서도 끝나는 내내 많은 생각들을 했었는데, 실제로 입양가족의 이야기를 보고 있지나 더 많은 생각들이 들었다.  '내 딸의 엄마에게'는 한 가정에서 일어난 이야기를 담았지만, 단순히 그 가정에만 국한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나라의 입양제도와 사람들의 편견에 대해서도 이야기 하고 있다.

 

누구든 민효네 가족이야기를 통해서 조금이라도 '입양'에 대해 새로운 시선을 가진다면 더 큰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마음으로 눈물 없인 읽지 못 하는 '내 딸이 엄마에게'를 통해 건강하고 밝게 자라주고 있는 내 아이들에게 다시한번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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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미안해 그리고 사랑해 - 진실, 진영에게 띄우는 엄마의 첫 번째 편지
정옥숙.이이림 지음 / 웅진윙스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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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4학년 가족중에 나를 많이 아껴주시던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도 이상한 것이 크게 눈물이 나지 않았다. 어린 나이이지만 '죽음'이라는 단어가 무엇을 의미하고 있는지 충분히 알고 있었음에도 내 눈에서는 눈물이 나지 않았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갑자기 설움이 북받쳐 오르면서 눈물이 나기 시작했다. 모든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는 눈물 한방울이 나지 않더니, 혼자 있는 방안에서 눈물이 나기 시작했다. 아마, 그전에는 가까운 사람중에 죽음을 맞이한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그 이후에 20년이란 세월이 흘렀지만 그 사이에는 난 가까운 곳에서 소중한 사람을 잃은 경험이 없다.

 

성인이 되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보니, 내가 나이를 먹는 만큼 어느 덧 한발 더 늙어가고 있는 친정 부모님이 생각날때가 종종있다. 난 친정 바로 옆동에 살면서 매일 부모님을 뵙고 있지만, 가까이 있기에 아직도 편하고 그만큼 불만이 많기도 하다. 하지만 주변에서 부모님을 잃는 가까운 친구들이 하나 둘 생길때마다 '아직 우리 부모님은 정정하신데,, 언제고 이런일이 내게 일어나면 어쩌지?'하는 생각을 종종해보게 된다. 짧게 생각해 보더라도 아마 난 미쳐버리고 말 것이다. 효녀축에 들지도 못 하는 내 생각이 이럴진데 자식을 먼저 하늘로 보낸 부모의 심정을 어떨까? 그것도 단 둘뿐인 자식을, 모두 먼저 보냈어야 하는 어미의 마음은 어땠을까?

 

국민배우 최진실. 난 그녀의 팬도 아니고 그녀에게 관심이 있던 국민의 일부에도 속하지 않는다. 야구선수 조성민과의 결혼으로 큰 뉴스거리를 만들었던 그녀는 둘째를 임신한 상태에서 이혼을 감행하고, 그렇게 아빠없는 아이 둘을 엄마와 동생 최진영과 함께 키우게 된다. 아마 이정도 내용은 나처럼 그녀에게 특별히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라도 충분히 알고 있을 것이다. 그후로 들려오는 여러가지 소문들... 말은 참 무섭기도 하지, 어디부터 진실이고 어디부터 거짓인지 구분할 수 없는 많은 이야기들이 사람들사이에 떠돌기 시작한다. 그렇게 힘든 시간을 보냈을 그녀가 '장밋빛 인생'이란 드라마로 재기에 성공하지만 2008년 10월 그녀는 자살을 택하고 만다.. 그렇게 두 아이를 남겨두고 홀로 떠난 그녀. 그녀가 지어야 했을 짐이 얼마나 무거웠을까? 하지만 그녀가 떠난 그자리, 그 무거운 짐은 동생 최진영에게로 고스란히 전해졌던 모양이다. 동생 최진영 또한 2010년 3월 누나의 곁으로 떠나고 만다.

 

이 책은 최진실, 최진영의 엄마 정옥숙씨의 에세이다. 그들의 어려웠던 시절부터 성공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과정, 그리고 아픔을 겪게 된 그들의 생활과 진실, 진영의 죽음까지... 두 아이를 먼저 떠나보낸 엄마의 두 손으로 씌여졌을 생각을 하니, 참으로 많은 눈물을 흘리면서 집필을 했을거란 생각에 가슴이 미여진다. 그들은 찢어지게 가난하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줄 만큼 열악한 환경속에서 살았다. 이제 국민배우로 거듭나서 행복하게 사나 싶었는데, 그녀는 결혼을 하면서 부터 삶이 어려워지기 시작했던 것 같다. 내용을 보니 그 둘의 결혼을 양가에서 모두 반대를 했는데, 조성민이 약을 복용할 정도로 진실을 사랑했고 그렇게 허락된 결혼이었다. 말 그대로 목숨까지 걸고 했던 사랑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신중인 아내를 두고 외도를 한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때부터 아마 모두의 마음에 깊은 상처가 시작된 것 같다. 그럼에도 두 아이를 위해 꿋꿋하게 살아가려 했던 그들. 시간이 지나면 왠만한 일들은 희석되기 마련인데, 하늘도 무심하시지 그들의 앞엔 더 많은 시련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똑똑한 여자가 남자 잘 못 만나서 망한다는 이야기를 종종 들어왔던 터라, 그리고 눈으로 목격한 경험도 있고... 그녀가 대스타지만 너무나도 순진하고 맑은 사람이었음이 너무너무 아깝다. 정말 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 한다는 말이 맞는구나... 하지만 왜 남자는 여자하기 나름대로 되지 않았던 것일까?

 

사실, 책을 집어들기 전에도 '그녀에 관한 여러가지 루머들에 대해서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지 않겠나?'하는 호기심이 상당히 있었다. 결론을 말하자면 왠만한 궁금증이 이 한권으로 풀리게되었고, 같은 여자로써 감당하기 힘들만큼의 상처를 안고 있었을 그녀의 선택이 이해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진실은 평소 생활중에 일기같은 메모를 수시로 남겼다고 한다. 책 안에 펼쳐지는 그녀의 필체에서조차 아픔의 무게가 느껴진다. 더불어 그녀가 힘들어했을 당시의 많은 기록들을 두 눈으로 확인하게 된다. 
 

"엄마, 내가 왜 이러지? 바람이 불면 바람이 부나 보다, 비가 오면 비가 오나 보다. 왜 이렇게 아무 느낌이 없고... 나 왜 이러지?"

진실이는 봄부터 가을까지 밥을 먹어도 헛헛하고 사람들과 함께 있어도 외롭다고, 사는 게 즐겁지 않다고 했다.

"아파서 그래, 네가 아파서. 너도 아프고 엄마도 아프고."

"엄마는 왜 아파? 엄마보다 내가 더 아파."   p200

 

너희만 멀리 가니 편안하냐고, 남겨진 엄마의 슬픔은 왜 헤아리지 못했느냐고 나는 가끔 허공에 대고 원망의 말을 쏟아붓는다. 그때마다 두 아이가 "엄마, 미안해."라고 말하는 것 같다. 너희도 너무 힘들어서 그런 선택을 했겠지. 하지만 그래서는 안 되었던 거라고 화를 내다가 깜박 잠이 들면 어느새 날이 밝아 있다. 그러면 또 하루가 버겁다. 하지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귀한 이 아이들을 지켜주자고, 손자손녀가 다 클 때까지 힘을 내자고 다짐한다. p133

 

 

 

나 또한 두 아이의 엄마이기에 자식을 먼저 보낸 어미의 마음을 상상하는 것 조차 힘에 겹다. 이 책을 단순히 그녀의 루머에 대한 궁금증을 풀기에 적합한 흥미로운 책이라고만 분류하고 싶지 않다. 배우이기전에 여자였던 그녀의 삶과 아픔이, 그래서 좋은 선택은 아니었지만 결국 죽음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그녀의 심정을 이책을 통해 누구든 조금이라도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녀가 살아있을때 제대로 된 정신과 치료를 받거나, 마음편히 말할 수 있거나, 국민들에게 조금의 이해라도 받았다면 아마도 그녀는 지금도 스크린에서 환하게 웃고 있지 않을까?

 

남아있는 아이들, 그 아이들이 평생 지니고 가야하는 상처. 그 상처들을 생각하니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칠순을 바라보는 외조모는 오로지 그 아이들을 위해 살아간다. 많이 늦었지만 그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게 되고 진실(?)을 알게 되었다는 것 만으로 많은 응원이 될 것 같다. 부디 두분모두 하늘에서 평안하시길,,, 환희와 준희 모두 건강하고 밝은 아이로 자라주길 다시한번 기도하고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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