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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을 바꾼 스무살 여행
브라이언 트레이시 지음, 강주헌 옮김 / 작가정신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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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리뷰에 보니 여행기로서는 미흡하다는 의견이 많던데 제가 읽기에 이책은 여행기가 아닙니다. 얼핏 여행기처럼 보이고, 저자도 여행기를 원하는 사람 역시 읽어도 된다고 해놨지만 여행기가 아닙니다.

[누가 내 치즈를 옮겼나?](던가요? 제목이...-.-;;)가 동화처럼 보이지만 동화가 아닌 것처럼 이 책도 여행기처럼 보이지만 여행기는 아닙니다. 여행에서 갖가지 경험을 했고, 그 경험을 통해 이러이러한 교훈을 얻었는데 그게 알고보니 성공에 꼭 필요한 것이더라...하는, 좀 새로운 방식으로 쓴 성공학 책입니다.

여행기가 아니란 것만 알고 읽으면 꽤 잘쓴 성공학 책입니다. 교훈도 꽤 그럴듯하구요. 하지만... 제게 이책이 매력적이었던 건.. 아이러니하게도 참 재미있는 여행기라는 거였죠.

사하라 사막이 어떤 곳인지 자연의 웅대함이나 뭐 그런 식으로 쓴 책들은 많잖아요?
이책처럼 자동차도 못버티고 맨날 고장이 날 정도로 험한 곳이고, 파리떼는 하루 종일 귓가에 윙윙거리고 등등 그런 곳이라는 실제적인 정보들이 제겐 아주 재미있었거든요.

그리고... 책 초반부에 있는 한 구절이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전 여행의 장점과 마력.을 이보다 더 잘 설명한 구절을 일찌기 본 적이 없습니다.

'우리는 아프리카를 찾아갈 방향에 대해 가끔 이야기를 나누었을 뿐, 진지하게 논의해 본 적도 없었다. 그저 아프리카를 생각할 뿐이었지만, 어느새 아프리카는 우리 삶의 중심점이 되었다. 그 꿈은 우리 삶을 지탱해 주는 확실한 기둥이었다. 때로 직장일이 지겹고 불만스러울 때면 언제나 내면을 들여다보고 껄껄대면서 이렇게 위안을 찾았다. '그래, 조금만 참으면 돼! 곧 아프리카로 떠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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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섬, 라스트 파라다이스
김진혁 지음 / 들녘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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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다큐멘터리에서 필리핀의 어느 섬에서 한 남자와 그 가족이 무인도를 일구며 산다는 얘기가 나온 적 있다. 이 책은 그 섬을 취재했던 PD가 취재 후일담을 쓴 것이다. 김진혁 공작소란 독립 프로덕션의 김진혁 PD인데 이 사람, SBS 아침 프로에 맨날 해외 취재 코너 방송하기 때문에 평소에도 내가 늘 부러워하는 사람이다. 와, 여행도 하고, 일도 하다니! 뭐 이런 차원에서.^^;;

꽃섬, 플라워 아일랜드는 필리핀의 무인도.였다가 지금은 프랑스 남자 씨어리가 필리핀인 아내 로즈와 함께 일곱 아이를 키우고 있는 곳이다. 17년째 직접 집을 짓고, 해변을 가꾸고, 낚시를 하면서, 다섯 채 소규모 방갈로에 알음알음으로 찾아온 손님들을 상대하며 최소한의 수입과 소비로 사는 것. 어쩌면 누구나 한번쯤 꿈꿔본 생활 아닐까? 그래서 저자는 제목을 이렇게 지었나보다. 파라다이스라고. 하지만 그곳이 과연 정말 파라다이슬까? 이 물음이야말로 책을 쓴 이유겠고.

하지만 이들이 마냥 행복하기만 하다면, 아마 이 파라다이스를 믿지 못했을 것이다. 이들에게도 행복을 위협하는 요소는 참으로 많다. 외부의 위협과 내부의 위협 모두 있는 것이다.

난 저자의 생각이 두 가지 면에서 맘에 든다. 하나는 취재를 하면서 '지역'이 아니라 '사람'을 본다는 것. 꿈같이 아름다운 곳에서 고향을 떠나 사는 사람이면 다 파라다이스의 주민인가? No~ 사실 씨어리에겐 형이 하나 있고, 이 형 또한 고향 프랑스를 떠나 필리핀에서 살고 있다. 애초에 사회부적응자 동생에게 필리핀에서 살아보라고 권한 사람도 형이지만 김진혁 PD의 눈에 형은 그냥 프랑스 인일 뿐이라는 거다. 필리핀에 와서도 프랑스에서 살던 삶을 버리지 못했으니까 말이다. 떠나면 뭘해, 이곳에서와 똑같은 모습으로 산다면 구태여 떠날 필요가 있나? 이거라고나할까?
(사실 애들에게 입시위주 교육을 시키기 싫다며 이민을 간 사람의 대다수는 아마 그곳에서도 한국식으로 공부 시키면서 살지 않을까? 그들이 원하는 건 경쟁 위주의 교육이 아니라 경쟁을 좀 수월하게 할 수 있는 교육.일테니까.)

또 하나 맘에 드는 건 파라다이스를 보는 시각. 아름다운 바닷가, 맛있는 해산물, 느긋한 생활이 파라다이스.라고 허겁지겁 달려들지 않는다. 꽃섬을 취재하면서 저자가 계속 생각하는 건 '이곳이 파라다이스인가?'가 아니라 '파라다이스는 어떤 곳인가?'이고, 나름대로 결론을 내린다. 저자가 찾아낸 파라다이스는 이런 것이다. 자신이 간절하게 원하는 것을 하면서 사는 것. 그곳이 어떤 곳이고, 그 일이 어떤 것이든 말이다.

책의 결론은 이건가보다. 천국은 내 마음 속에 있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걸 알고, 그걸 하는 것이 천국이다...... 씨어리와 다른 대다수 사람들의 차이점은 하나이다. 남들은 원하기만 했고, 씨어리는 직접 뛰어들었다는 것! 진정코, 모두들 파라다이스를 찾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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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맞고는 못살아
사이토 히로시 지음, 김미애 옮김 / 다해출판사 / 200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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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움을 위해 도둑질을 하는 남자와 가장으로서의 권위를 지키기 위해 도둑에게 맞서는 남자의 이야기! 소설은 이런 문장으로 끝이 난다. '그렇다. 전형적인 소시민이었던 이치타로의 가슴 깊은 곳에는 -비록 자기도 눈치채지 못했지만- 아주 오래 전부터 자기 인생이 크게 비약할 거라는 희망이 잠재돼 있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H/O/P/E!' 구태여 의미를 찾자면 이런 걸까?

내가 매달리고 있는 것이 남들 보기엔 아무리 가소로운 것이라도,-이치다로와 도로보의 치열하기 그지없는 싸움이 독자들이 보기엔 우스꽝스럽기만 한 것처럼-내가 지키려는 것이 아무리 보잘것 없는 것이라도, -이치다로가 그렇게 지키려고 발버둥치는 가족간의 유대와 사랑이 결국 처음부터 존재하지도 않았던 것처럼- 그래도 변하려고 하는 자, 꿈꾸는 자는 해낼 수 있다! 그리하여 우리도 다 함께 H/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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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절
장-자크 피슈테르 지음, 최경란 옮김 / 책세상 / 199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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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읽는 재미있는 소설이다. 소설은 프랑스 최고의 문학상인 공쿠르 상이 발표되는 날부터 시작해. 올해의 수상자는 외교관 출신의 호남아 소설가 니콜라! 주인공인 에드워드는 니콜라의 소설을 영국에 번역하는 번역자인자, 영국 판권을 가진 출판업자이자 니콜라의 아주 오래된 친구지. 그렇다면 당연히 니콜라의 개가를 기뻐해야 마땅하지만... 기뻐하기는 커녕...본격적인 복수를 시작해.

니콜라와 에드워드의 사이는...뭐랄까, 이런 사이 상상할 수 있겠니? 한 사람은 늘 주목받고, 늘 일이 잘 풀리는데 한 사람은 늘 그 뒤치다꺼리만하는 시다바리 같은 사이 말이야.그런데도 잘 나가는 친구는 무심한 애정을 가진데 비해 시다바리(!)는 언제나 그 친구가 자기에게 관심을 보여줄까 전전긍긍하고, 본인도 그게 싫지만 어쩌다 잘나가는 친구가 던진 한마디 '고마워'에 그만 기뻐해버리고 마는 사이..

이들이 처음 만난 건 이집트였어. 두 사람 이집트에서 소년시절을 보냈거든.어른이 된 후, 프랑스어로 쓰여진 니콜라의 소설을 에드워드가 영어로 번역하면서 에드워드는 한가지 고민에 빠지게 돼. 니콜라의 소설이 이거 영, 아니거든. 하지만 에드워드는 우정을 위해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해서 번역을 해. 그러다보니 니콜라의 소설은 늘 고국인 프랑스보다 영어권 국가들에서 더 인정을 받는 거야. 에드워드는 때로 '그 소설은 내꺼야!' 외치고 싶기도 하지만, 뭐 어쩌겠어.

늘 여자들에게 둘러싸여 사는 니콜라에 비해 에드워드는 벌써 여자를 안아본게 30년은 지났나보다. 하지만 에드워드에겐...추억과 상처가 있거든. 소년시절 에드워드는 한 이집트 소녀와 사랑에 빠졌었어. 하지만 소녀가 부잣집 하녀로 들어간 후 두 사람은 자주 만날 수 없었고, 어느 날엔가 그 소녀가 시체로 발견됐거든. 임신한 채로. 아마도 소녀의 아버지가 딸이 정조를 잃었음을 깨닫고 죽인 거겠지. 자기 때문에 사랑하던 여자가 죽은 기억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에드워드는 평생 그녀만을 사랑하며 살아 온 거고.

그런데... 이젠 중년이 된 니콜라가 에드워드에게 새로운 소설을 들고 오면서 사건이 시작된거야. 평소의 니콜라답지 않게 아주 생생하고 감동적으로, 훌륭하게 쓴 그 소설은 놀랍게도 니콜라와 평생 에드워드가 자신의 연인으로 믿고 있었던 그 이집트 소녀의 사랑 이야기였어. 이집트 소녀가 하녀로 갔던 집은 니콜라의 집이었고, 그녀는 그곳에서 니콜라와 새로운 사랑에 빠졌던 거야. 그리고 니콜라의 아이를 가진 채 죽음을 당했던 거고. 물론 니콜라는 에드워드의 얘기를 전혀 몰랐지만 말이야. 에드워드는 평생 니콜라의 그늘에서 살았지만 정말 이것만은...참을 수가 없었어.

에드워드는 그 소설의 표절작을 하나 만들었어. 문제는 표절작이 먼저 출판된 것처럼 만들었다는거야. 아니나 다를까, 공쿠르 상을 받은 작품이 알고보니 표절작이었다는 사실은 전대미문의 스캔달이 되었고, 니콜라마저 자기가 무의식중에 표절을 했다고 생각하고 자살해버려. 가장 상처입은 자가 완전범죄에 성공한다...이런 얘길까? 에드워드를 폭발하게 만든 건 어릴 적 사랑한 소녀의 일이었지만, 그건 눈이 잔뜩 쌓인 나뭇가지 위에 사뿐히 얹힌 한 줌의 눈..같은 거였겠지. 그 눈이 얹힘으로해서 나뭇가지가 부러졌지만, 진짜 원인은 그때까지 차곡차곡 쌓인 다른 눈의 무게인 것처럼 말이야.

능력이 있으되 숨어 있어야 하는 존재의 슬픔... 성공이 반드시 능력 순이나, 인격 순으로 되는 건 아니잖아. '언젠가 나를 알아주는 시대가 올거야...' '내가 없으면 저 이의 성공은 불가능했어!' 혼자 아무리 얘길 해봐도 허허, 그걸 알아주는 사람이 자기 말고 또 누가 있겠어? 데뷔작으로 이렇게 딱떨어지는 심리 소설을 써낸 피슈테르는 원래 역사학자였대. 프랑스 혁명기에 대해선 인정받는 학자라는군. 그가 이 소설을 쓴 이유는 뭘까? 혹시 자기가 연구하고 자기가 썼는데 지도 교수 이름으로 발표해야했던 불운한 대학원생 시절이 프랑스의 피슈테르에게도 있었던 걸까?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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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05-09-07 0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윽, 정말 재미나게 리뷰를 읽었지만... 음... 책 내용이 너무 자세하게 소개되었네요... 음... 끄응...
 
사고
프리드리히 뒤렌마트 지음, 유혜자 옮김 / 아래아 / 199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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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의 후기까지 합해봐야 100쪽 겨우 될 정도로 짧은 이 소설은 성공한 세일즈맨 트랍스가 출장길에 자동차가 고장나는 바람에 길가 어느 집에서 하룻밤 신세지는 데서 시작한다.문제는 이 집에 혼자사는 노인이 은퇴한 판사라는 것이고,친구 노인들 역시 전직 검사, 전직 변호사란 것.이들은 밤마다 소크라테스 등 역사적 인물을 피고로 해서 모의 재판을 하는 게 취미인데, 오늘 밤 트랍스에게 피고 노릇을 해달라고 제안한다. 댓가는 아주 멋진 저녁 식사와 공짜 민박! 자기가 지은 죄라곤 옛날 하룻밤 외도를 한 것 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트랍스는 재밌는 놀이라고 생각하고 기꺼이 수락한다.

하지만 재판이 진행되면서 트랍스의 외도 상대는 상사의 부인이었고, 그 상사는 아내와 부하직원의 외도를 아는 바람에 심장 마비로 죽었으며 덕분에 트랍스는 승진을 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평소 트랍스는 전혀 이 사건들의 연계성을 깨닫지 못했지만 재판이 진행되면서 그럴수도 있겠다고 수긍을 하고 결국 사형 선고를 받는다. 노인네들은 즐겁게 밤 시간을 보냈다며 트랍스에게 인사를 하지만 진짜 사건은 그날 밤 일어난다. 사형선고를 받은 트랍스가 스스로에게 형을 집행해 버린 것이다. 소설은 이것으로 끝.

왜 트랍스는 자살을 해야만 했을까? 죄책감 때문에? 게임과 현실을 분간 못할만큼 멍청한 놈이라서? 역자는 이 얘기를 비록 법적으로는 죄가 아니더라도 우리 마음 속에 도사리고 있는 부도덕성을 고발했다고 썼다.한편으로는 주인공 트랍스가 자신의 소시민적인 무가치함을 극복하기 위해서 죽음을 선택한 얘기라고.

아닌게 아니라, 트랍스가 자살을 한건 무슨 죄책감이나 반성 때문은 아닌 것 같다. 오히려 자기가 사형 선고를 받을만큼 '뭔가 있는' 존재가 된 걸 기뻐했으니까. 게임은 끝났어도 여전히 '뭔가 있는' 존재로 남기 위해서 사형을 집행한 게 아닐까? 그럼...우리는 뭔가 내 인생이 의미를 갖기 위해선 살인범이 되고, 사형수가 되어도 좋다고 생각할만큼 우리는 우리 삶이 지루하고 무의미하다고 느끼는 걸까? 이왕 태어났으니 훌륭하고 의미있는 삶을 살아야한다고 하나님이 우리에게 숙제를 낸 것도 아닌데, 왜 늘 그런 부채감에 시달리면서 살아야 하는건지..

지구촌 탐험류의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오지의 원주민을 보면서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사람은 저렇게 단순하게, 명쾌하게 살 수도 있는 존재인데 왜 이렇게 복잡하게 만들어버린걸까...하고. 홈페이지를 만든다면 제목을 심플라이프로 할까, 싶다.

추신-
이 소설을 쓴 뒤렌마트 할아버지는 노벨상에도 단골후보라는데 읽고 나서 내내 머리 복잡한 얘길 너무도 짧고, 너무도 유쾌하게, 너무도 유머러스하게 써놓고선 에필로그에 이렇게 써놨다.'이 세상엔 아직도 작가가 쓸 이야깃거리가 남아있는 걸까?' 못된 영감탱이 같으니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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