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헤세의 책이라는 세계
헤르만 헤세 지음, 김지선 옮김 / 뜨인돌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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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의 책이라는 세계

헤르만 헤세 (지음) | 김지선 (옮김) | 뜨인돌 (펴냄)

사람들에게 취미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지금은 여행, 게임, 운동, 창작활동(그림 그리기, 악기 연주, 노래 부르기...) 등 손에 다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지만 독서와 영화감상이 대다수이던 시절이 있었다. 요즘은 리서치, 설문조사라고 불리지만 앙케이트라고 하던 그 시절부터 내게도 취미는 쭉 독서였다. 장르를 가리지 않고 활자중독처럼 그저 읽어대기만 하던 독서는 나이를 먹을 수록 취향도 생기고, 깊이 있게 읽고 싶다는 욕심까지 더해지게 되었다. 책을 좋아하기 때문인지 아이들 책 얘기든, 성인들 책 얘기든 책 얘기를 할 때면 눈이 반짝인다고 주변 지인들이 말해주곤 한다. 책을 읽는 것 뿐만 아니라 책에 대해 얘기만 해도 그저 행복해진다고나 할까? 그래서 헤르만 헤세가 일기처럼 대화처럼 책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펼쳐놓은 이 <헤르만 헤세의 책이라는 세계>가 제목부터 눈에 쏙 들어와버렸는지 모르겠다.

헤세는 역시 헤세였다. 그가 남긴 세계문학들과 비교해보아도 <헤르만 헤세의 책이라는 세계>에서 표현된 문장들의 은유와 아름다움은 손색이 없었다. 그러나 그는 쓰는 것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한다. 화가의 언어는 색채, 음악가의 언어는 선율이라 표현하며 글을 쓰는 이들의 도구인 '언어'가 주는 한계점을 말한다. 창작자로서 느꼈을 헤세의 고민이 보인다. '알려진 작가'라는 타이틀을 내세워 '공인된 필력'이라며 엉터리 장사라고 일갈하는 대목에선 오늘날 일부 작가들과 출판업자들도 반성해야 하는 대목이 아닌가 싶었다. 어느 작가의 작품들 중 몇 가지를 골라 '전집'을 내는 것을 비판하고도 있다. 하지만 책을 좋아하는 이들은 읽는 만큼 소장의 기쁨도 누리고 싶다. 특별판 혹은 한정판으로 나오는 대문호들의 전집은 개인적으로 소장하고 싶은 잇템이다.

세계문학, 고전문학을 사랑하는 독자들에게 번역은 애증의 관계와도 같다. 몇년 전 빅토르 위고의 웃는 남자를 읽으며 '번역문학도 이토록 아름다운데 원서로 느끼는 문학의 아름다움은 얼마나 더 클까?'하고 크게 아쉬워했던 적이 있었다. 이런 비슷한 고민을 헤세도 했었나 보다. 훌륭한 고전들이 번역 중에 원서와 달라져버려 작가의 의도마저도 변질 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김소월의 <진달래꽃>을 영어로 번역한다면 과연 어떻게 표현할 것이란 말인가!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를.

책을 좋아하는 소위 책쟁이들이 공감하며 "맞아, 맞아"를 연발하게 하는 대목들이 곳곳에 넘쳐난다. 그래서인지 한 페이지 읽는데 소요되는 시간이 제법 길었다. 어려운 단어 하나 없는데도 글이 주는 공감과 깊이에 음미하고 곱씹게 되니 매페이지마다 나를 쉽게 놓아주지 않았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읽어보기를 추천하고픈 <헤르만 헤세의 책이라는 세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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