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닫을 때 나는 삶을 연다 - 기본적인 송가 민음사 세계시인선 리뉴얼판 38
파블로 네루다 지음, 김현균 옮김 / 민음사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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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닫을 때 나는 삶을 연다
파블로 네루다 정확히 누구고 말하긴 어려웠지만 어디선가 들어본 이름이었다
칠레의 대표 시인이자 외교관이며 노벨 문학상을 받은 그의 필명
가장 먼저 <보이지 않는 사람>을 시작으로 공기(aire)에서 포도주(vino)까지
알파벳순으로 잘 정렬된 시의 목차를 보면 재미있다.
관심 있는 단어와 계절을 골라 읽다 보니 어느새 다 읽게 됐다.
약간 병적으로 순서대로 읽어야 하는 사람인데 (단편집도……처음부터 읽어야 함)
이건 조금 나답지 않을 수 있어서 좋았다. 틀을 깨는 일이 어렵다는 걸 점점 더 느끼는 요즘
기분 좋은 변화였다, 시를 읽으면 호흡이 엉망진창인 나일 때조차 시가 보듬어 준다, 그 상황이나 감정에 따라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온전한 나의 몫이지만..

익숙한 것들을 시인의 시선으로 재해석했다니 내가 미처 보지 못하는 것을 알게 되는 신비감이 든다. 양파나 토마토 그리고 빵 같은 친근한 소재와 질투, 슬픔, 고독, 평온 같은 쉽게 정의 내리기 어려운 상태들에 대한 시가 흥미롭다.

단어를 아무렇게 툭툭 나열한 느낌이지만 단어가 다른 하나의 수식어를 입고 새롭게 태어나는 느낌을 받았다, 이 단어에 저런 수식어가 어울렸던가? 싶다가도 하루 종일 그 문장에 사로잡히기도 하고 밥 먹으면서 떠오르곤 했다.

가장 추천하고 싶은 작품은 <삶을 기리는 노래 Oda a la vida> 이다.
밤새도록
고통이
도끼로 나를 내리쳤다.
그러나 꿈은
피투성이 돌들을 검은 물처럼
씻으며 지나갔다.
오늘 나는 다시 살아 있다.
삶이여,
오늘 다시
내 어깨 위로
너를 일으켜 세운다.


오 삶이여,
투명한 잔이여,
갑자기 너는
구정물로,
김빠진 포도주로
가득 채워진다.
그러자 많은 사람들은 네가
그 지옥의 색깔을
영원히 간직할 거라 믿는다.


그렇지 않다.
느릿느릿 하룻밤이 지나가고,
찰나의 순간이 흐른다.
그리고 모든 것이 바뀐다.
삶의 잔은
투명함으로
가득 채워진다.
(중략)



조금 실망스러운 부분은 18,69,72,119,168,257,277 페이지에 여성의 가슴을 표현한 부분에서 흐린 눈을 하고 넘겼다. 고전 문학이나 시를 읽다 보면 경험하는 일들이지만 여전히 비위 상하고 불쾌한 기분을 지울 순 없다,
그래도 내게 새로운 시선과 아름다운 단어들을 선물해준 고마운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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