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름답고 추한 몸에게 - '아무 몸'으로 살아갈 권리
김소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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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표지:

보라색 바탕에 둥글둥글하고 검은 형체가 놓여 있다. 바탕색과 같은 작은 동그라미가 하나, 그 안에 검은 동그라미가 하나 더 찍혀 있다. 그 눈과 마주친 순간, 당장이라도 흘리내릴 것 같은 검은 슬라임이 몸이라는 걸 알게 됐다.

어떤 몸도 완벽하지 않고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 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이미지라고 생각했다. 표지에 그려진 몸은 어느 방향으로 가는지 알 수 없고 어떤 모양으로 바뀔지도 알 수 없다. 이 책은 그런 '아무 몸'들의 자취를 담아냈다.


목차, 내지:

『나의 아름답고 추한 몸에게』는 4부로 구성되며 각 부의 끝에 인터뷰가 실려 있다. 어떤 취급을 당하고 어떤 일을 수행하는지에 따라 1부 '관리당하는 몸', 2부 '추방당하는 몸', 3부 '돌보는 몸', 4부 '당신은 혼자가 아니라는 인기척'으로 나뉘었다.

목차 부분과 표제지에는 형광주황색 종이가 쓰였다. 쪽번호도 같은 색으로 인쇄되었는데 자꾸 보다 보니 눈이 피로해져서 조금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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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는 상대적으로 가벼운(?) 축에 속하는 '여성의 몸'에 대한 단상 모음이다. 20~40대 여성 독자라면 어렵지 않게 공감하며 술술 읽을 수 있다. 단순히 감정적으로 토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마사 누스바움의 <혐오와 수치심> 등의 책에서 인용한 내용을 곳곳에 배치해서 설득력이 있다.


2부 '추방당하는 몸' 중에서도 특히 장애인에 대한 글을 곱씹어 읽었다. 작년부터 (드디어) 화제가 된 장애인 이동권 시위를 불편하게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다른 건 몰라도 박김영희 대표 인터뷰는 꼭 읽어야 한다!


150. 🔖휠체어를 끌고 줄줄이 타니 한 역에서 30분씩 걸렸죠. 그때 인텔리로 보이는 한 남자가 우릴 보고 말했어요. "우리나라는 집단이기주의가 문제야." 제가 그랬어요. "선생님, 제발 아프지도 말고 늙지도 말고 장애인도 되지 말고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세요." 그렇게 살 수 있는 사람,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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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핵심 메시지는 아마도 이것 같다.


249. 🔖한 사람이 사는 세상은 그 사람이 공감각하는 고통의 경계까지다.


다양한 몸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이 작가는 왜 이렇게 쓸데없이 열을 내며 나에게 불쾌감을 선사하는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가 당신과 멀다고 여기지는 않으면 좋겠다. 우리는 모두 아름다운 동시에 추한 몸을 가졌으며 언젠가는 반드시 다른 몸으로의 변화를 경험하게 된다. 튼튼하고 '정상'적인 몸만이 아니라 '아무' 몸이라도 잘 살 수 있는 세상을 바라며 책을 덮는다.



※ 한겨레출판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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