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쓰는가 - 조지 오웰 에세이
조지 오웰 지음, 이한중 옮김 / 한겨레출판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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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민한 사람이 오랜 세월 직접 몸으로 부딪치고 죽을 고생을 해 가면서 한 발 한 발 내딛었던 사고의 궤적을 책 한 권 읽는 것으로 편안하게 따라갈 수 있다니 횡재했다는 기분이 든다. 민족주의 비판이 역시 제일 인상적이었고, 좌파 이데올로기의 허위를 폭로하는 부분도 재미있었다. 정직하지 못한 것에 대한 증오와 개인의 자유에 대한 사랑에 절실하게 공감했다. 글쓰기를 통해 자신 안의 好惡를 공적인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을 잘 배웠다. .

England, Your England (1940)
기독교와 국제 사회주의는 애국주의에 비하면 지푸라기처럼 연약하다. 히틀러와 무솔리니가 그들의 나라에서 권좌에 오른 가장 큰 비결은, 그들은 이 사실을 파악했고 그들의 적들은 그러지 못했다는 데 있다.
- P88

England, Your England (1940)
워털루 전투가 이튼 학교의 운동장에서 이긴 싸움이라면, 그 뒤에 있었던 모든 전쟁의 開戰 전투들은 이튼의 운동장에서 진 것이라 할 수 있다. 지난 70여 년 동안 영국인의 삶에 나타난 두드러진 현상 하나는 지배 계급의 능력이 크게 쇠퇴했다는 점이다.
- P107

England, Your England (1940)
이제는 지식인이면서 어떤 의미에서든 ‘좌파’가 아닌 경우는 없다는 사실을 언급할 필요가 있다. 아마도 마지막 우파 지식인은 T.E.로렌스였을 것이다. 1930년경부터 ‘지식인’이라 칭할 만한 사람이면 누구나 기존 질서에 대한 만성적인 불만 속에 살았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게, 사회가 그들을 미처 수용하지 못했던 것이다. 더 이상의 발전도 없고, 그렇다고 해체되지도 않는 정체된 제국에서, 그리고 우매함이라는 자산밖에 가진 게 없는 이들이 지배하는 영구에서, ‘똑똑한’ 사람은 수상쩍은 사람이었다. T.S.엘리엇의 시나 칼 마르크스의 이론을 이해할 수 있는 머리를 가진 사람에게, 윗사람들은 절대 중요한 일을 맡기지 않았다. 그러니 지식인들은 문예비평과 좌파 정당에서만 제 역할을 찾을 수 있었던 것이다.
- P116

Wells, Hitler and the World State (1941)
‘레프트 북클럽Left Book Club’은 본질적으로 ‘스코틀랜드 야드Scotland Yard’의 산물이었으며, 그건 ‘평화서약연합Peace Pledge Union’이 해군의 산물인 것과 매한가지이다.
- P126

Looking Back on the Spanish War (1942)
그런데 당시에도 그랬고, 그 이후로도 줄곧 인상적이었던 것은, 잔학행위를 믿고 안 믿고 하는 것이 순전히 정치적인 편향에 따라 좌우된다는 사실이다. 모두가 증거 조사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적의 잔학행위는 믿으면서 자기편의 것은 믿지 않는 것이다.
- P138

Notes on Nationalism (1945)
사실을 무시하는 태도. 모든 민족주의자들은 비슷한 유형의 사실들이 가진 유사점을 무시하는 능력이 있다. (중략) 민족주의자는 자기편이 저지른 잔학행위를 반대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런 일에 아예 귀를 닫아버릴 수 있는 놀라운 능력을 가지고 있다. (중략) 모든 민족주의자는 과거가 바뀔 수 있다는 믿음에 사로잡혀 있다. 그는 자기 시간의 일부를 역사적 사건이 자기가 바라는 대로 일어나는 공상의 세계에서 보내며 이 세계의 단편들을 가능한 한 역사책에다 옮겨놓으려고 한다. (중략) 그들은 아마 자신들의 본 것이 하느님이 보신 ‘그대로’이니 그에 맞게 기록을 재편해도 좋다고 느끼는 것일 터이다. 객관적 사실에 대한 무관심은 세상의 일부가 다른 일부로부터 완전히 차단되는 바람에 더욱 부추겨지며, 그 때문에 실제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기가 점점 더 어려워진다.
- P190

Notes on Nationalism (1945)
요는 두려움, 증오, 질투, 그리고 세력에 대한 숭배가 개입되자마자, 현실감각을 잃어버린다는 것이다. 이미 지적한 바와 같이, 무엇이 옳고 그른가에 대한 감각마저도 상실하게 된다. ‘우리’ 편이 저지른 것이면 어떤 범죄도 용서받지 못할 게 없다. 어떤 범죄가 저질러졌다는 걸 부인하지는 않는다고 해도, 그것이 부당하다는 걸 지적인 차원에선 인정한다고 해도, 그것이 잘못됐다고 ‘느낄’ 수는 없는 것이다. 충성이 개입되면 연민이 기능을 멈춰버리는 것이다.
- P206

Notes on Nationalism (1945)
민족주의적 애증은 우리 마음에 들건 안 들건 우리들 대부분이 가진 기질의 일부이다. 그런 기질을 없앤다는 게 가능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그것에 맞서 싸우는 것은 가능하며, 그런 투쟁은 본질적으로 ‘도덕적’ 노력이라고 확신한다.
- P207

The Prevention of Literature (1946)
‘개인주의‘와 ’상아탑‘을 비난하는 어떤 장광설도, ’참된 개성은 공동체와의 합일을 통해서만 획득할 수 있다‘는 식의 경건하고 상투적인 어떤 주장도, 매수된 정신은 망가진 정신이라는 사실을 넘어설 수 없다.

- P240

Pleasure Spots (1946)
인간은 자기 삶에서 단순함의 너른 빈터를 충분히 남겨두어야만 인간일 수 있다. 그런데 현대의 수많은 발명품들(특히 영화, 라디오, 비행기)은 인간의 의식을 약화시키고, 호기심을 무디게 하며, 대체로 인간을 가축에 더 가까운 쪽으로 몰아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 P248

Politics and the English Language (1946)
우리 시대에 정치적인 말과 글들은 주로 변호할 수 없는 것을 변호하는 데 쓰인다. 계속되는 영국의 인도 지배, 러시아의 숙청과 추방, 일본에 대한 원자탄 투하 같은 일들은 변호할 수 있긴 하다. 단, 대부분의 사람들이 너무 잔혹해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당이 표방하는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주장을 해야만 변호가 가능하다. 때문에 정치적인 언어는 주로 완곡어법과 논점 회피, 그리고 순전히 아리송한 표현법으로 이루어진다. (중략) 가령 러시아의 전체주의를 옹호하는 마음 편한 영국의 교수를 생각해보자. 그는 대놓고 ‘나는 좋은 결과를 낼 수만 있다면 반대자들을 죽여도 좋다고 생각한다’는 말을 할 수가 없다. 때문에 아마도 다음과 같은 식으로 말할 것이다. (다음에 계속)
- P270

(위에서 계속)
‘소비에트 체제가 인도주의자들은 개탄할지 모를 어떤 특징을 표출한다는 점을 터놓고 인정하는 한편, 나는 정적에 대한 어느 정도의 권리 박탈은 전환기의 불가피한 부수 현상이라는 점을, 아울러 러시아 인민들이 겪어야만 했던 고초가 실질적인 공로의 영역에서는 십분 정당화된다는 점을 우리가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P270

Some Thoughts on the Common Toad (1946)
중요한 건 봄이 주는 즐거움은 누구나 접할 수 있으며 공짜라는 점이다. (중략) 런던 한복판에서 반경 4마일 이내에 새가 수백만은 아니어도 수십만 마리는 있을 텐데, 그들 중 누구도 집세로 반 페니도 내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면 제법 흐뭇해진다.
- P279

Why I Write (1946)
생계 때문인 경우를 제외한다면, 글을 쓰는 동기는 크게 네 가지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산문을 쓰는 데 있어서는 말이다.). 이 동기들은 작가들마다 다른 정도로 존재하며, 한 작가의 경우에도 시기별로나 시대 분위기별로나 그 정도가 다를 것이다.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1)순전한 이기심 (2)미학적 열정 (3)역사적 충동 (4)정치적 목적
- P292

Why I Write (1946)
사람들 절대다수는 그다지 이기적이지 않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서른 남짓이 되면 개인적인 야심을 버리고(많은 경우 자신이 한 개인이라는 자각조차 버리는 게 보통이다) 주로 남을 위해 살거나 고역에 시달리며 겨우겨우 살 뿐이다. 그런가 하면 소수지만 끝까지 자기 삶을 살아보겠다는 재능 있고 고집 있는 사람들도 있으니, 작가는 이 부류에 속한다. 나는 진지한 작가들이 대체로 언론인에 비해 돈에는 관심이 적어도 더 허영심이 많고 자기중심적이라고 생각한다.
- P293

내가 할 일은 내 안의 뿌리 깊은 好惡와 이 시대가 우리 모두에게 강요하는 본질적으로 공적이고 비개인적인 활동을 화해시키는 작업이다.
- P299

Lear, Tolstoy and the Fool (1947)
비극적 상황은 정확히 선이 승리하지 ‘못하지만’ 인간이 자신을 파괴하는 힘보다 고귀하다고 여전히 느껴질 때 성립되는 것이다.
- P357

Such, Such Were the Joys (1947)
세인트 시프리언스의 경우에는 솔직히 모든 게 일종의 신용 사기를 위한 준비 과정이었다. 우리의 임무는 실제로 아는 것보다 더 많이 안다는 인상을 심사위원에게 심어줄 것들만 배우고, 뇌에 부담이 되는 것들은 가능한 한 피하는 것이었다.
- P384

Writers and Leviathan (1948)
모든 좌파 이데올로기는 당장 권력을 잡는다는 기대를 갖지 않았던 사람들이 발전시킨 것이었다. 따라서 그것은 극단적인 이데올로기였다.
- P440

Writers and Leviathan (1948)
다른 어느 누구와 마찬가지로, 작가는 찬바람 새는 회관에서 연설을 하고, 길바닥에 분필로 글을 쓰고, 투표를 호소하고, 전단을 나눠주고, 심지어 필요하다 싶으면 내전에 참가할 각오도 되어 있어야 한다. 단, 자기 당에 대한 봉사로 다른 건 무엇이든 해도 좋지만 당을 위해 글을 쓰는 것만큼은 하지 말아야 한다.
- P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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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찬과 착한 사람들 Kwon Sun-chan and Nice People K-픽션 12
이기호 지음, 스텔라 김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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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과 술을 마신 후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아파트 단지 정문을 막 들어서려던 나를 그가 불러 세웠다.
저기... 교수님이시죠?
그는 맨발에 운동화를 신은 채 도로를 뛰어 건너왔다. 평상시 앉아 있는 것만 봐서 잘 몰랐는데, 그는 오른쪽을 다리를 조금 절었다. 손에는 A4용지 두 장이 들려 있었다.
죄송한데... 이것 좀 봐주시면 안 될까요...
남자는 내게 종이를 내밀면서 말했다. 남자의 목소리는 얇은 철삿줄이 울리는 것처럼 여렸고, 몸에선 쉰내가 났다. 종이엔 남자가 대자보에 옮겨 쓸 내용이 적혀 있었다. 2014년 6월 3일 하나은행 권순찬의 모친 김복순의 농협 계죄로부터 일금 칠백만 원이 국민은행 김석만 계좌로 또 한번 입금....
나는 종이에 적힌 문장들을 가로등 불빛에 의지해 읽어나가다가 말고 남자에게 물었다.
한데, 이걸 왜 저에게....?
저기.... 맞춤법 좀 봐주셨으면 해서요.... 이게 틀린 게 없이 정확해야 하거든요.....
- P50

더운 국을 먹을 때나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할 때, 그러지 않으려고 하는데도 저절로 남자 생각이 났다. 어렸을 때 키우던 고양이가 가출했던 기억이 새삼 떠오르기도 했고, 군 시절 혹한기 훈련을 하면서 보았던 은하수와 언 강물 같은 것들이 뒤죽박죽 계통 없이 떠오르기도 했다. 늑골에 자잘한 돌무더기가 우르르 굴러다니는 기분이었다.
그런 기분은 비단 나뿐만은 아니었는지, 10월 첫째 주엔 아파트 엘리베이터 옆 게시판에 특별 모금을 한다는 안내문이 나붙었다. 딱한 사정에 처한 502호 할머니와 단지 정문 건너편 남자를 위해 작은 정성을 모으자는 취지의 안내문이었다.
- P56

김석만의 등장으로 ‘우리가 애꿎은 사람들에게 화를 내는 이유’는 분명하게 밝혀진다. 우리는 이 사회에 고통을 만들어 내는 진정한 악인(강자)은 제대로 인식조차 못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시야에는 고작 자신들처럼 약하고 선한 사람들만이 존재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약하고 착한 사람들은 서로에게만 화를 냈던 것이며, 당연히 해결되지 않는 문제 앞에서 그들은 무력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중략) 우리 사회의 진정한 악에 대한 분명한 인식에서부터 권순찬과 ‘착한 사람들’이 겪는 무력증과 성냄은 극복될 수 있을 것이다.
(이경재)- P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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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zuaki 2019-05-05 18: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제 해결을 위한 의사소통(또는 글쓰기)에는 무엇이 필요한가를 묻는 짧은 이야기. 이기호의 소설을 좀더 읽고 싶어졌다.
 
사이토 다카시의 2000자를 쓰는 힘
사이토 다카시 지음, 황혜숙 옮김 / 루비박스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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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는 것은 스포츠다.
- P12

문장의 질은 개개인의 독서 체험이나 인생 경험, 그리고 재능에 따라 좌우되기 때문에 하루아침에 향상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제부터는 문장의 질을 향상시키고 나서 양을 신경쓰는 것이 아니라, 양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으면 질도 향상시킬 수 있다고 생각을 전환하자.
- P14

글을 쓰는 것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머릿속에서 구상한 것을 구체적인 형태로 만들어가는 작업이다.
- P30

자기 주장이 있는 글이란 그 속에 내재된 의미를 타인이 분명히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글은 외국어로 번역하기도 쉽다. (중략) 문장의 형태는 갖추었지만, 의미가 담겨 있지 않은 말은 외국어로 번역할 수 없다.
- P51

자기가 쓰고 싶은 것을 하나의 키워드로 머릿속에 잘 인식해 둔다. 그런 다음 그 키워드를 그물망처럼 펼치면서 책을 읽어 나간다. 그 그물망에 빠져 나가지 않고 걸려드는 것이 내가 글을 쓸 때 필요한 재료가 되는 것이다.
- P65

내용이 서로 다른 세 가지 인용문을 고르는데, 읽는 사람이 그 인용 부분만 읽어도 만족할 만큼 흥미로운 것을 고르는 것이 비결이다. 그리고 각각의 인용구에서 독자의 시선을 끌 만한 주된 개념을 이끌어낸다. 즉 인용문을 핵심으로 세 개의 주요 컨셉을 완성한다. 그런 다음 그 세 가지를 연결하는 문장을 간단히 메모한다. 이것이 나중에 생각을 정리할 때 많은 도움이 된다. 이렇게 세 개의 인용구를 연결하면 글이 술술 잘 풀릴 것이다.
- P72

하고 싶은 말을 적절히 표현하면서도 결코 평범하지 않은 한 줄의 키 프레이즈를 서두에 제시하자. 그것은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아 계속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한 문장으로 된 키 프레이즈를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것은 ‘사고의 해동 작업’에 비유할 수 있다. 키 프레이즈를 한 문장으로 만들기 위해 자신의 사고를 결빙시켰기 때문이다. 따라서 키 프레이즈를 논리적으로 설명하듯이 써나가는 작업은 결빙된 사고를 다시 해동하고 사고의 과정을 파헤쳐나가는 작업이다.
- P89

문체는 개성에 의해 좌우되기 때문에 연습만으로는 익힐 수 없다. 하지만 구성은 훈련만으로 누구든지 익힐 수 있다. 그러므로 문장을 향상시키려면 우선 구성력을 익히는 것이 지름길이다.
- P112

원래 쓰고 싶은 것을 쓰는 일은 매우 힘겨운 작업이다. 글을 쓰기 전에는 그 내용을 남 앞에서 이야기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한다. 아이디어를 도난당하기 때문이 아니라 말하는 것으로 만족해버리면 자기 안에 글을 쓰려는 욕망, 즉 내압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중략) 그러므로 자기 안에 에너지를 자꾸자꾸 축적해서 내압을 높이고 한발 한발 힘든 산행을 계속하듯이 글을 쓰자.
- P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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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zuaki 2019-05-05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움이 될 듯한 부분들을 발췌해 뒀는데, 실제로 도움이 될지는 글을 써봐야 알 듯. 어쨌든 용기를 주기는 한다.
 
글쓰기의 최전선 - ‘왜’라고 묻고 ‘느낌’이 쓰게 하라
은유 지음 / 메멘토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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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어떤 말을 ‘합리적 인식’이 아니라 ‘자신의 정서’로 판단했다. 자신이 이해하면 선이고 불편하면 악이 되는 구조였다. 더러 소통대란을 겪을 때마다 나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 우주의 섭리를 해명하는 일처럼 막막했다. 과연 나의 판단은 옳은 것인가 헷갈렸다. 아니라고 생각하는 걸 그렇다고 말할 수는 없는 일. 그렇다면 서로의 차이는 어떻게 인정하고 공존할 수 있을까 궁금했다. 나를 포함해서 사람은 바뀔 수 있을까 회의했다. 삶이 굳고 말이 엉킬 때마다 글을 썼다. (중략) 한 줄 한 줄 풀어내면서 내 생각이 꼬이는 부분이 어디인지, 불행하다면 왜 불행한지, 적어도 그 이유는 파악할 수 있었다. (중략) 어렴풋이 알아갔다. 글을 쓴다는 것은 고통이 견딜 만한 고통이 될 때까지 붙들고 늘어지는 일임을. 혼란스러운 현실에 질서를 부여하는 작업이지, 덮어두거나 제거하는 일이 아님을 말이다.
- P8

이제껏 내가 살아온 것과는 다르게 사는 사람들을 만난다는 점에서 글쓰기 수업은 여행하고 참 비슷해요. 서로 호기심을 갖고 깊은 대화를 나누고 좋은 자극 주고받으세요. 내 안에 수다가 많으면 글쓰기에 유리하거든요.
- P48

삶에 관대해질 것, 상황에 솔직해질 것, 묘사에 구체적일 것.

- P63

쓰기는 ‘읽으면서 쓰기’에 다름 아니다. 좋은 글에 대한 감각을 길러놓아야 내 글의 어디가 문제인지 짚어내고 고쳐 쓰며서 더 나은 글을 지향할 수 있다.

- P82

논술 담당 교사에게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다. (중략) 한참 자라는 아이들에게 자소서가 아닌 자소설을 쓰게 하고, 자기 상품화의 격전장에 내보내기 위해 동원된 논리라는 것이 못마땅하긴 했지만, 자기만의 글을 쓰라는 원칙은 새겨들을 만했다.

- P124

"잃어버린 시간을 차자서"의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의 문장은 길고 난해하기로 유명하다. 유럽권 작가는 거의가 만연체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을 밀고 나가는 데 주저함이 없다. 오랜 시간 형성된 지적 풍토와 문화에서 형성된 문체가 아닐까. 쓰는 사람도 읽는 사람도 꼬리가 긴 글에 어려움을 덜 느끼는 것이다.

- P152

글쓰기는 파편처럼 흩어진 정보와 감정에 일종의 질서를 부여함으로써 ‘주제’를 부각하는 행위다. (중략) 나의 경험의 의미는 미리 주어지지 않는다. 글 쓰는 과정에서 만들어가는 것이다.

- P159

작은 부분에 진실로 들어가는 단서가 있다.
- P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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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zuaki 2019-04-29 1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쓰기를 가르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그냥 잘쓰는 사람‘이 분명히 존재한다. 필자의 인생 얘기를 읽으면서 이 사람은 ‘그냥 잘쓰는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렇지만 ‘못쓰는 사람들‘을 가르쳐 온 필자의 경험은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느꼈고, 그 지점에서 내가 느끼는 글쓰기의 어려움을 타개하는 데에 도움이 될 조언들을 찾아낼 수 있었다. 최근에 글쓰기와 관련된 책들을 연속해서 읽고 있는데, 이 책 정도면 준수하다.
그런데, 글쓰기 강의에서 ‘최전선‘은 뭐야? 이 썩을 군사주의 문화ㅋ.
 
매일 아침 써봤니? - 7년을 매일같이 쓰면서 시작된 능동태 라이프
김민식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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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큰돈 버는 시대는 갔구나. 쉽게 취업할 수 있는 세상도 아니구나.’ 이런 깨달음을 얻은 일본의 젊은이들에게 새로운 트렌드가 생겼어요. 그게 바로 ‘작고 소박한 생업 만들기’입니다. 생업은 거창한 창업이 아니예요. 창업에는 자본이 들고, 자본을 회수하기 위해 자신을 혹사시켜야 합니다. 자신을 착취하는 구조인 거죠. 프랜차이즈 업체 배 불리고, 매장 인테리어 공사비만 날리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그런 창업보다는 취미인지 일인지 모호한 작은 일들을 권합니다. 적게 버는 생업만으로 생존할 수 있으려면 소비와 지출을 줄이는 게 우선입니다. "가난을 기꺼이 즐길 수 있는 능력보다 더 큰 노후 대책이 있을까요?" 라는 고미숙 선생님의 얘기처럼, 소득을 늘리는 건 쉽지 않지만 소비를 줄이는 건 가능합니다.
- P39

비평이나 평가를 염두에 둔 작문은 즐겁지가 않아요. 무엇이 됐든 잘하려면 자주 해야 하고, 자주 하려면 즐거워야 합니다. 블로그나 페이스북에 글을 써보세요. 자기 주도적으로 쓸 수 있고, 다양한 피드백도 받을 수 있어요.
- P68

정철의 "카피책"은 카피라이터나 지망생들을 위해 쓴 카피 작성 교본인데요, 글쓰기 공부 교재로도 좋아요. 글을 잘 쓰고 싶다면 카피 뽑듯 써야 합니다. 광고 카피에서 첫 번째 고려 사항은 경제성입니다. 신문 지상이든 방송 화면이든, 카피 한 자 한 자가 다 돈이거든요. 짧고 힘 있는 글쓰기가 광고의 승부처입니다.
- P69


첫째, 스스로 마감 시간을 정하세요. (중략) 둘째, 자기 최면을 거세요. 사람들의 시선을 너무 의식하면 글이 나오지 않아요. 남들은 내글에 그다지 관심이 없다고 생각하면 부담이 줄고 글이 술술 나옵니다. 셋째, 몰입하세요. 글쓰기에 몰입하는 비결은 간단합니다. 앉아서 한 줄이라도 쓰면 그 문장을 붙들고 집중하게 됩니다. 앉아서 무조건 쓰기 시작하면 몰입하게 됩니다. 여기에 하나 더 보태자면, 습관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글을 쓰는 자신의 루틴을 만드는 겁니다.
- P128

자기소개서든, 회사 업무상 서류든, 비즈니스 이메일이든 읽는 사람 눈치만 살피면 글의 알맹이가 없어집니다. 말하고자 하는 바가 분명하지 않거든요. 어떤 글이든 글을 쓸 때는 항상 쓰는 사람의 입장이 먼저 담겨야 하고, 그런 다음 수정 과정에서 읽는 이가 배려되어야 합니다. 한마디로, ‘초고는 나를 위해, 수정은 독자를 위해’라고 할 수 있어요.
- P177

고교 진로 특강에 가면 PD나 기자 지망생들을 향해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여러분, 직업은 꿈이 아니에요. 의사가 되고, 변호사가 되고, PD가 되는 건 꿈이 아니에요. 그 직업을 통해 무엇을 하느냐가 진짜 꿈이에요. 의사가 되어 아픈 사람을 도와주고, 변호사가 되어 정의를 실천하고, PD가 되어 재미난 이야기를 만드는 것, 그게 진짜 꿈이지요. 의사가 아니라도 아픈 사람을 도울 방법은 얼마든지 있어요. 변호사만 사회 정의를 실천하는 것도 아니고요. 마찬가지로, PD가 아니라도 얼마든지 이야기를 만들고 나눌 수 있어요. 블로그도 있고 팟캐스트도 있고 유튜브도 있어요. 개인이 미디어를 만들기가 이렇게 좋은 세상이니, 부디 방송사 PD나 기자라는 직함에 너무 얽매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 P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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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zuaki 2019-04-28 0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쁘게 보면 여기저기서 긁어온 생각들을 잡다하게 붙여 넣은 것 같기도 하지만, 50대 직장인이 가진 세상 살이의 노하우는 역시 만만치 않다. 마감 시간을 정해 놓고 적당히 포기하면서 쓰라는 얘기는 정말로 PD 답다고 생각했다. 나의 성격을 고려하면 그다지 따라해 보고 싶지 않은 글쓰기이지만, 그래도 참고할 만한 곳이 여기저기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