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축의 전환 - 새로운 부와 힘을 탄생시킬 8가지 거대한 물결
마우로 기옌 지음, 우진하 옮김 / 리더스북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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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후에 세계는 어떻게 변화할까에 대한 경영대학원 교수의 간략 브리핑. 정보 통신 기술들이 더 발달해서 일자리가 줄어들 거고, 기존의 잘 사는 나라에서는 중산층이 줄어들 거고,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저개발 국가들이 발전하면서 도시화가 가속화되고 중산층 시장이 커질 거고, 여성들과 노인들이 지금보다 더 부유해질 거란다.


그렇구나, 그렇겠네... 하면서, 별 감흥 없이 읽었다. 대학교 때 교양으로 경영학 원론을 들을 때도 느꼈지만, 이 분야는 별로 관심이 가지 않는다. 뭔가 좀 얄팍하다. 현실에 대해 별로 고민하지 않고, 나타나는 현상들을 긍정적으로 수용한 다음, 그 속에서 어떻게 하면 돈을 많이 벌 수 있을까에 대한 낙관적인 얘기로 달려가는데, 이래도 되는 건가 싶다.

우리가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노년층 인구가 청년층 인구보다 많아지고, 여성들은 남성들보다 더 많은 재산을 소유할 것이다. 아시아의 중산층 시장은 미국과 유럽을 합한 것보다 커질 것이다. 또한 우리는 공장 노동자들보다 더 많은 산업용 로봇, 인간들의 두뇌보다 더 많은 컴퓨터, 인간들의 눈보다 더 많은 감지 장치, 그리고 국가들의 수보다 다양한 통화에 둘러싸일 것이다. 그것이 바로 2030년의 세계다.
- P10

밀레니얼 세대에 대한 세간의 관심은 과장되어 있다. 일반적인 생각과는 달리 밀레니얼 세대는 전 세계적으로 봐도 그리 빠르게 성장하는 소비자층이 아니다. 실제로 소비가 빠르게 늘고 있는 세대는 따로 있다. (중략) 지금 이들은 전 세계 자산의 최소한 절반 이상을 소유하고 있으며, 미국의 경우에는 비중이 80퍼센트 이상이다. 이들은 바로 60세 이상의 세대다. 2030년이 되면 전 세계 60세 이상 인구가 35억 명에 달할 것이다.
- P70

유럽과 미국에서 중산층이 붕괴하는 원인은 단지 사람들이 세계화나 자동화 때문에 좋은 직장을 잃고 있어서뿐만 아니라 젊은 세대가 안정적인 직장에 취업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 직장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다. "젊은 세대가 중산층으로 들어가는 길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OECD가 멕시코와 미국, 그리고 몇몇 유럽 국가들의 자료를 바탕으로 2018년에 진행한 한 연구의 결론이다. "이전 세대들이 새로운 세대들에 비해 노동 시장의 변화나 저소득의 위험으로부터 보호받고 있기 때문이다. 베이비 붐 세대 이후 중간 정도의 수입이 있는 계층은 세대를 거치면서 계속 줄고 있다." 예를 들어 현재 30세 전후의 밀레니얼 세대 중 60퍼센트가 중산층인 반면, 베이비 붐 세대의 70퍼센트 가까이는 30세 초반부터 지금까지 중산층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정말 우려되는 점은 자녀가 생기는 순간 그 가정은 중산층에 진입하기가 더욱 어려워진다는 사실이다.

- P138

런던 정경대학교 교수 폴 돌란Paul Dolan은 미국인들의 행복에 관한 자료를 바탕으로 이렇게 설명한다. "우리는 사람들의 인생을 시간에 따라 추적하면서 좋은 자료들을 얻곤 한다. 이제는 뭔가 다른 말을 해야 할 것 같다. 당신이 남성이라면 결혼하는 게 좋을 것이다. 여성이라면 결혼에 신경 쓰지 마라." (중략) 자신이 추적한 자료들을 근거로 돌란 교수는 이렇게 결론 내렸다. "가장 행복하고 건강한 집단은 한 번도 결혼하지 않고 자녀도 없는 여성들이다."
- P165

OECD는 2030년이 되면 전 세계 인구의 절반가량인 40억 명이 심각한 물 부족 현상에 시달릴 것으로 예상하는데, 특히 도시들이 대단히 빠르게 성장하는 동아시아, 남아시아, 중동 지방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한다.
- P210

훨씬 큰 차원에서 보면 잘못된 농업 방식 때문에 가장 심각한 물 문제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전 세계에서 인간이 사용하는 물의 70퍼센트가 농업용수이며 산업 용수가 20퍼센트, 그리고 가정용 용수가 약 10퍼센트를 차지한다.
- P213

기후변화는 우리가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대규모 가뭄과 홍수를 일으키며 물의 순환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여기에 지구온난화가 새로운 위협으로 등장해 몇 가지 즉각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기온 상승은 수증기가 증발한다는 의미인데, 강이나 호수를 채워 도시를 포함한 모든 지역 거주민들을 유익하게 하는 물들의 순환 방향을 바꾼다. 초목들의 변화도 빗물의 흐름을 바꾼다. 온난화는 빙하를 녹여 결국 사라지게 만들고, 강이나 하천으로 끊임없이 흘러들던 물줄기를 빼앗아 갈 것이다. 농업용수로 사용할 수 있는 물의 양은 더욱 줄어들 것이다.
- P214

이 도시들은 이른바 "창조적 변화를 주도하는 사람들"을 끌어모은다. 토론토 대학교 교수이자 유명 저술가인 리처드 플로리다는 과학자에서 공학 기술자와 건축가, 예술가, 디자이너에 이르는 전문 지식인들을 대상으로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고 말한다.
- P223

플로리다 교수는 자신이 제시한 성 소수자 지수Gay Index와 방랑자 지수Bohemian Index가 높은 도시가 경제적으로 크게 성장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관용을 특히 남녀 성소수자들, 그리고 화가나 음악가처럼 자유분방한 방랑자 기질이 있는 다양한 사람들을 한곳에 모을 수 있는 개념으로 정의했다.
- P224

중국에서는 국가 안보 기관이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얼굴 인식 기술로 작은 마을에 사는 사람들까지 일상적으로 감시하고 있다. 이른바 날카로운 눈의 감시를 뜻하는 쉐랑공청(雪亮工程, Sharp Eyes)의 목적은 사람의 행동을 바탕으로 사상을 점수 매기고 감시하는 데 있다.
- P242

영국의 경제학자 가이 스탠딩Guy Standing은 이러한 노동자들을 일컬어 "불안한 노동자 계층" 혹은 "프레카리아트precariat"라는 용어를 만들었다. 프레카리아트란 이탈리아어로 ‘불안정하다’는 뜻인 ‘프레카리오precario‘와 독일어로 ’노동 계급‘을 뜻하는 ’프롤레타리아트proletariat‘의 합성어다.
- P285

우버와 에어비앤비에 대해 일부 사람들은 때로 폭력까지 써가며 강력하게 반발한다. 공유지의 비극이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규제받지 않는 차량 공유 사업이 도로 이에서 더 큰 정체와 불편을 만들어낸다고 두려워한다. 혹은 택시 운전기사들에 비해 미숙한 일반인들이 사고를 일으키거나 이용자들에게 피해를 입힐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이미 방치된 것이나 마찬가지인 대중교통 체계가 관련 어플리케이션이나 사업 등과 경쟁하다가 더 큰 나락으로 떨어질 위험성도 있다고 지적한다.
- P302

나는 수평적 사고를 바탕으로 세 가지 주장을 제시하여 디지털 공유 경제 사업을 변호하려 한다. 첫째, 공유는 천연자원과 관련된 압박으로부터 우리가 벗어나도록 도울 수 있다. 예컨대 차량 공유는 사람들의 편의를 위해 굳이 평소에 많은 차량을 준비하지 않아도 괜찮도록 해준다.(중략) 둘째, 일반 사람들도 자신들의 삶에 가치를 더해주기 때문에 공유 경제에 기꺼이 참여하는 듯하다. (중략) 마지막 셋째이자 가장 중요한 주장은 다음과 같다. 공유지의 비극이 사람들이 공유 자원에 무임승차할 때마다 일어나는 필연적인 결과라는 주장은 결코 사실이 아니다.
- P303

노동 시장에서 블록체인 기술이 미치는 영향은 6장에서 살펴본 자동화 만큼이나 거대할 것이다. 말 그대로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계약법과 기록에 바탕한 자유 자본주의는 경제 및 금융 거래와 관련된 결산, 검증, 이행, 합의, 기록 관리 같은 다양한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중간 역할을 해주는 수많은 일자리들을 만들어냈다. 이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은 전 세계적으로 수천만 명이 넘는다. 그런데 누구든 쉽게 접속할 수 있는 온라인을 기반으로 분산화한 블록체인 기술은 중간 역할을 하는 사람들의 존재 의미 자체를 사라지게 할 수 있다. 그저 이들을 거치지 않고 일을 처리하게 만듦으로써 말이다. 높은 보수를 받는 일자리들이 몰려 있는 금융업 분야도 판도가 영원히 바뀔지 모른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한 스마트 계약은 변호사나 회계사의 업무마저 대신할 수 있다.
- P341

수평적 사고의 7가지 원칙은 다음과 같다.
1. 멀리 보기
2. 다양한 길 모색하기
3. 천릿길도 한 걸음부터
4. 막다른 상황 피하기
5.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낙관적으로 접근하기
6. 역경을 두려워하지 않기
7. 흐름을 놓치지 않기
- P346

지나치게 직선적이거나 수직적이어서 도움이 되지 않는 전통적 사고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2030년의 도전들을 이겨낼 수 없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변화를 위한 가장 빠른 때다. 성공하기 위해서는 7가지 수평적 비결과 방식들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한다. 그리고 기억하라. 이제는 돌이킬 수 없다. 우리가 아는 세상은 변하고 있으며 결코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세상은 변하고 있다. 그것도 영원히. 극작가 유진 오닐은 이런 말을 남겼다. "행복을 추구하다니. 얼마나 멋진 일인가." 2030년을 기다리며 다가올 기회를 붙잡자.
- P3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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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여행 (양장) 아직도 가야 할 길
M.스캇 펙 지음, 조성훈 옮김 / 율리시즈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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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동부의 부유한 집안 출신. 판사인 아버지 밑에서 세속적인 자유주의적인 교육을 받음. 하버드 대학 졸업. 정신과 의사로 활동. 40대에 불교에서 기독교로 개종. 종교와 영성에 대한 베스트셀러들을 여러 권 집필하고, 인기 있는 대중 강연자로 활동.


책 내용 중에 저자의 강의가 특히 미국 남부의 경건한 기독교 지역에서 인기가 많다는 얘기가 있었다. (그 동네를 Bilble Belt라고 부른다는 것도 이 책에서 알았다.) 이성과 양심을 전통적 신앙과 조화시키는 데에 어려움을 느끼는 경건한 기독교인들에게 그럴 듯하면서 듣기 좋은 해답을 주는 내용이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예의가 바르고 교양이 있어서 읽기에 괴롭지는 않았고, 미국 문화를 구경한다는 점에서도 흥미 있는 책이었다. 그러나, 목마른 기독교인이 아닌 내 입장에서, 딱히 열심히 읽어야 할 필요성은 느껴지지 않았다. 

미성숙한 사람들의 가장 큰 특징은 서로서로 둘러앉은 채 인생이 자신의 욕구를 채워주지 못한다고 항상 불평을 늘어놓는 것이다. (중략) 성숙한 사람의 가장 큰 트징은 인생에서 자신의 욕구를 채우는 것은 자신의 책임 - 심지어 기회 - 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 P23

사람들은 대부분의 경우, 자신의 죄나 결점을 밝히는 증거가 드러나거나 그러한 증거 때문에 궁지에 몰리면, 흔히 뭔가가 잘못되었으므로 자기 교정에 나서야 한다고 스스로 깨닫느다. 그런데 이러한 공식에서 벗어나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그들을 ‘거짓된 사람들’이라고 부른다. (중략) 이들을 이끄는 동기는 어떠한 대가를 치르든, 어떠한 증거가 이들의 죄나 결점을 드러내든, 언제나 스스로를 선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중략) 그들 대부분은 부적절하게 증거를 없애버리고 부당하게 다른 이들을 비난하면서 악을 저지른다. 여기서 비난은 재미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
- P45

낡은 사상이 사라지고 새롭고 더 좋은 사상이 발생하려면 이런 혼란의 시대를 거쳐야만 한다. 이런 시대에 산다는 것은 불편하고 때로는 고통스럽다. 그럼에도 그것은 축복이다. 시대를 살면서 마음이 가난함을 느끼지만 새롭고 더 나은 방법을 찾고 있기 때문이다. (중략) 사실상 이 세상의 모든 악은 자신들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확신하는 사람들이 저질렀다. 스스로 혼란스럽다고 여기는 사람들은 악을 저지르지 않는다. 마음이 가난한 자는 악을 저지르지 않는다.
- P113

이 자리에서 오레스테스를 변호한 아폴론 신은 이 모든 뒤틀린 일이 신들의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왜냐하면 오레스테스는 이 사건에서 실질적으로 아무런 결정권도 없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그 자신이 저지른 일에 대해 비난받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바로 그때 오레스테스가 일어나 아폴론의 의견에 반대하며 말했다. "어머니를 살해한 것은 신들이 아니라 바로 저였습니다. 이 일을 저지른 것은 바로 저였습니다." (중략) 오레스테스의 말을 듣고 신들은 토론을 벌려 저주를 풀어주기로 결정했다. 퓨리스는 에우메니데스로 그 호칭이 변했는데, 이는 글자 그대로 ‘자비의 여신들’이라는 뜻이다. 그 후 복수의 여신들은 신랄하고 시끄럽고 부정적인 목소리를 내는 대신에 지혜의 목소리를 냈다. 이 신화는 일종의 정신 질환이 매우 건강한 상태로 변화하는 과정을 상징한다. 이러한 변화는 자신과 자기 행동에 대해 책임을 진 대가라고 할 수 있다.
- P146

내 경험에 따르면, 근본주의자들은 성경을 상당히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이상하게 오용한다. 실제로 ‘근본주의자’란 용어는 잘못 붙여진 이름이다. 그에 대한 적당한 용어는 ‘성서 전면 신봉자’ 정도가 딱 맞을 것이다. 이들은, 성경은 신성한 영감을 받은 신의 말씀일 뿐만 아니라 신의 말씀이 그대로 전해져서 여원히 변치 않을 거라고 믿는다. 또 성경을 글자 그대로 해석할 수 있는 유일한 권한은 오직 자기들에게만 있다고 믿는다. 이런 생각은 성경을 메마르게 만들 뿐이다.
- P149

이 세상에는 수많은 종류의 숭배와 중독이 있으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약물 중독보다도 훨씬 더 위험하다는 점을 명심하는 것이 중요하다. 권력 중독, 안전 중독도 있지 않은가. 사회 전반에 미치는 비용을 따져보면 약물이나 알코올 중독은 어떤 의미에서는 그 폐해가 가장 적은 편에 속한다.
- P188

지난 몇 년 동안 나는 정신과 치료를 그만두고 공동체 장려 재단을 설립하기 위해 여러 사람들과 함ㄲ 일해왔다. "평화 만들기 The Different Drum"의 출간도 전적으로 이러한 노력의 일환이다. 이 책에서는 공동체가 위기에 대처하면서 자연스럽게 발달되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중환자실의 대기실에 있는 낯선 사람들은 각자가 품었던 깊은 두려움과 기쁨을 정말이지 금방 공유할 수 있는데, 그 까닭은 가족이나 친지가 복도 건너편 중환자실에 있기 때문이다. (중략) 문제는 위기가 사라지면 공동체도 ㅎㅁ께 사라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라져버린 위기를 아쉬워하는 사람들이 대단히 많다.
- P201

복음서가 전적으로 정확하다고 주장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어떤 것은 분명히 첨가된 것 같고, 또 어떤 내용은 확실하게 유실된 것 같다. 예를 들면 예수의 유머 감각과 예수의 성에 관한 것이다. 예수의 성에 관한 문제는 일부러 배제되었을 수도 있다. 내가 보기에 예수의 성은 다소 애매한 것 같기 때문이다. 예수는 창녀였을 수도 있는 막달라 마리아를 매우 좋아한 것 같고, ‘예수가 사랑한 한 사람’으로 여겨지는 사도 요한과 친했던 모습이 자주 묘사된다.
- P224

급진적인 페미니즘은 분명히 불쾌하고 평정심을 잃었을 뿐만 아니라 무례하고 반사회적이며 때로는 어리석게 비춰지기도 했다. 급진적인 페미니스트가 상당수 포함된 청중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 그때 정말로 힘들었다. 진행하는 내내 성차별이 없는 용어를 사용하고 성차별과 싸우느라 진땀을 흘려야만 했기 때문이다.
- P276

사이비 종교의 10가지 특징
1. 카리스마를 지닌 단 한 명의 지도자를 숭배
2. 숭배받는 내부 집단
3. 비밀스러운 관리
4. 재정 은폐
5. 의존
6. 천편일률
7. 특수한 언어
9. 교조적인 교리
9. 이단
10. 속박된 하느님
- P295300

특정 단체를 평가해서 그 단체를 사이비 종교 집단이라고 판단을 내릴 때 이 열 가지 기준을 모두 만족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서너 가지만 들어맞으면, 일단 의심해 볼 수 있다. 사이비 종교는 흔해서 아무 데고 널려 있으며 또한 수많은 기업도 사이비 종교와 같다는 걸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 똑같이 입고 똑같이 보이게 하고 똑같이 행동하도록 사원들에게 엄청난 압력을 행사하는 IBM도 본질적으로 사이비적인 요소를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가톨릭교회도 앞에서 제시한 기준에 대부분 들어맞는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하지만 미국의 가톨릭교회가 사이비 종교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1960년대의 바티칸 제2공의회가 열리기 이전에는 사이비 종교였을 수도 있다.
- P300

우리는 배우자나 연인이 우리에게 신이 돼줬으면 하고 기대한다. 그들이 우리의 모든 욕구를 충족하고, 우리를 실현시키고, 우리에게 영원한 지상 낙원을 가져다주기를 바란다. 그러나 그러한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
- P313

신이 성적인 존재일 뿐만 아니라 특히 유혹적인 존재라는 개념은 아마도 우리가 전통적으로 신에게 품어온 남성적 이미지와 어느 정도 부합할 것이다. 분명 신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남성과 관련시키는 사냥을 하는 데 있어서, 공격적으로 행동한다. (중략) 신은 믿기 어려울 만큼 우리를 사랑하며, 아무리 빨리 아무리 멀리 도망가더라도 우리를 소유하려 한다는 것이다.
- P322

지난 세대 동안, 지극히 단면적이고 거의 전적으로 물질주의적인 의료 모델과 함께하면서 정신 의학자들은 점점 더 스스로를 궁지로 몰아간 형국이다. (중략) 나와 같은 정신 의학자들이 내가 제안한 역사적 태도의 변화를 경험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들이 정신뿐만 아니라 영혼이 싶은 곳에서 생각함으로써, 더 이상 자신의 영성에 당황해하지 않고 인간을 영적인 존재로 인정하는 변화의 역할을 선택하기를 바란다. 영적인 존재인 인간에게, 정신 의학은 생화학적인 조정뿐만 아니라 적어도 영적인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몇몇 방법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 P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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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데우스 - 미래의 역사 인류 3부작 시리즈
유발 하라리 지음, 김명주 옮김 / 김영사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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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긋기 수가 제한되어 있는 줄을 처음 알았다. 아직도 할 말이 남아서 계속.

이야기하는 자아는 과거의 고통이 무의미했음을 인정하지 않기 위해 미래에도 계속 고통을 겪는 쪽을 택한다. (중략) 이제 우리는 이야기하는 자아 역시 국가, 신, 돈과 마찬가지로 상상 속 이야기임을 알 수 있다. 우리들 각자는 저마다 이야기를 지어내는 정교한 장치를 갖고 있는데, 그 장치는 경험의 대부분을 버리고, 고르고 고른 몇 가지 표본만 간직한다. 그리고 그것을 우리가 본 영화, 우리가 읽은 소설, 우리가 들은 연설, 우리가 음미한 몽상의 파편들과 뒤섞는다. 그런 다음에 그 뒤범벅 속에서 내가 누구이고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는지에 관한 일관되어 보이는 이야기를 짜낸다. 이 이야기는 무엇을 사랑하고 누구를 증오하고 무엇을 할지 알려준다. 심지어 이 이야기는 줄거리에 필요하다면 내 목숨까지 희생시킨다. (중략) 하지만 이 모든 것은 결국 이야기일 뿐이다.
- P417

뇌의 생화학적 기제들이 한 순간의 경험을 일으키고, 그런 경험은 일어나는 순간 사라진다. 그런 다음 또 다른 순간적 경험들이 재빠르게 이어서 일어났다가 사라진다. 이런 순간적 경험들이 모두 더해져 지속되는 본질이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다. 이야기하는 자아는 끝이 없는 이야기를 지어내어 이 혼돈에 질서를 부여하려 한다. 그런 경험들은 이 이야기 안에서 저마다 자기 자리를 갖고, 따라서 모든 경험이 지속되는 의미를 가진다. 하지만 아무리 설득력 있고 매력적일지라도 이 이야기는 결국 허구이다. 중세 십자군 전사들은 삶의 의미가 신과 천국에서 온다고 믿었고, 현대의 자유주의자들은 인생의 의미가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에서 나온다고 믿는다. 하지만 둘 다 망상에 지나지 않는다.
- P418

21세기 경제의 가장 중요한 질문은 아마도 ‘그 모든 잉여 인간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일 것이다. 거의 모든 것을 더 잘할 수 있는 높은 지능의 비의식적 알고리즘이 생긴다면, 의식을 가진 인간은 무엇을 할 것인가?
- P435

대박을 터뜨리는 기술을 개발한다면, 쓸모없는 대중이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아도 그들을 먹이고 부양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은 무엇에 몰입하고 만족할까? 사람은 뭐라도 해야지 그러지 않으면 미친다. 그들은 하루 종일 무엇을 할까? 약물과 컴퓨터 게임에서 한 가지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쓸모없는 사람들은 점점 더 많은 시간을 3D 가상현실 세계에서 보낼 것이고, 그 세계는 바깥의 따분한 현실보다 훨씬 더 흥미진진하고 정서적 몰입이 잘된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인간의 생명과 경험이 신성하다고 믿는 자유주의적 신념에 치명타를 가할 것이다. 환상의 세계에서 가짜 경험에 빠져 시간을 보내는 쓸모없는 게으름뱅이들이 뭐가 신성한가?
- P447

인본주의는 노년이 지혜와 깨달음의 시기라는 환상을 심어준다. 인본주의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노인은 몸은 비록 약하고 병에 걸렸어도 마음만은 빠릿빠릿하고 날카로우며, 80년간의 통찰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노인은 사리분별이 정확하고, 손자손녀와 그를 찾는 다른 사람들에게 언제나 훌륭한 조언을 해준다. 하지만 21세기의 80대 노인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 인간의 생물학적 조건을 훨씬 잘 이해하게 된 덕분에, 의학은 우리의 마음과 ‘진정한 자아’가 해체되고 분해될 때까지 우리를 오래 살려둔다. 그렇게 해서 남는 것은 대체로 모니터, 컴퓨터, 펌프로 유지되는, 기능부전에 빠진 일군의 시스템들이다.
- P454

유럽 제국주의의 전성기에 스페인 정복자들과 상인들은 색깔 있는 구슬들을 주고 섬과 나라를 통째로 샀다. 21세기 대부분의 사람들이 여전히 가지고 있는 값진 자료는 아마 개인적 데이터베이스일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겨우 이메일 서비스와 웃긴 동영상을 제공받는 대가로 첨단 기술기업에 그 데이터를 넘기고 있다.
- P467

지금까지 인간의 마음과 경험에 대한 대부분의 연구들은 서구의Western 많이 배우고Educated 산업화되고Industrialised 부유하고Rich 민주적인Democratic 사회에 사는 사람들WEIRD를 대상으로 실시되었다. 사실 이들은 인류를 대표하는 표본이 아니다. 지금까지 인간 마음에 대한 연구는 호모 사피엔스가 곧 호머 심슨이라고 가정했다.
- P485

설령 우리가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모든 인간집단을 연구한다 해도, 사피엔스가 지닌 마음의 스펙트럼 가운데 한정된 일부밖에는 다루지 못할 것이다. 요즘은 모든 인간이 근대의 수혜를 받고 있으며, 우리는 모두 하나의 지구촌을 이루는 구성원들이다. 칼라하리 사막의 수렵채집인들이 하버드 대학교 심리학과 학생들보다 다소 전근대적이긴 할 테지만, 그렇다 해도 먼 과거에서 온 타임캡슐은 아니다. 그들 역시 그리스도교 선교사, 유럽 상인, 부유한 에코 투어리스트, 호기심 많은 인류학자들의 영향을 받았다. (칼라하리 사막에 사는 전형적인 수렵채집인 무리는 스무 명의 사냥꾼, 스무 명의 채집인, 쉰 명의 인류학자로 구성된다는 농담이 있을 정도이다.)
- P486

시스템은 다운그레이드된 사람들을 선호할 텐데 그것은 그런 사람들이 가지게 될 초인간의 특성 때문이 아니라, 그런 사람들은 시스템을 방해하고 속도를 떨어뜨리는 성가신 성질을 갖고 있지 않아서이다. 모든 농부들이 알고 있듯이, 염소 무리에서 가장 골치 아픈 존재는 대개 가장 똑똑한 염소이다. 농업혁명 과정에서 동물의 마음 능력을 떨어뜨리는 일이 반드시 필요했던 이유가 이것이다. 기술 인본주의자들이 꿈꾸는 두 번째 인지혁명은 똑같은 일을 우리에게 할 것이다. 즉 그 어느 때보다 효과적으로 데이터를 전달하고 처리할 수 있지만, 집중하고 꿈꾸고 의심하지 못하는 인간 톱니를 생산할 것이다. 수백만 년 동안 우리는 성능이 향상된 침팬지로 살았다. 그리고 미래에는 특대형 개미가 될지도 모른다.
- P497

정치과학자들도 인간의 정치구조를 점점 데이터 처리 시스템으로 해석한다.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처럼, 민주주의와 독재도 본질적으로는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경쟁 매커니즘이다. 독재는 중앙 집중식 처리 방법을 사용하는 반면, 민주주의는 분산식 처리를 선호한다. 지난 몇십 년 동안 민주주의가 우위를 점한 것은 20세기 후반의 독특한 조건 아래에서 분산식 처리가 더 잘 작동했기 때문이다. 다른 조건에서는, 예컨대 고대 로마제국에 널리 퍼져 있던 조건에서는 중앙 집중식 처리가 유리했ㄷ. 로마 공화국이 무너지고 권력이 원로원과 평민회에서 한 명의 전제적 황제에게 넘어간 것은 이 때문이다. 이런 역사적 사실은 21세기에 데이터 처리 조건이 다시 바뀌면 민주주의가 몰락하거나 사라질 수도 있음을 암시한다.
- P511

현재 기술은 너무나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데, 의회도 독재자들도 미처 다 처리할 수 없는 데이터 앞에서 어쩔 줄 모르고, 따라서 지금의 정치인들은 1세기 전의 정치인들보다 생각의 규모가 훨씬 작다. 그 결과 21세기 초에 정치는 장대한 비전을 잃었다. 정부는 단순히 행정부가 되었다. 정부는 나라를 운영할 뿐 이끌지 못한다. 교사들의 급여가 제때 지급되고 하수도가 넘치지 않게 할 뿐, 20년 뒤 나라가 어디로 갈지에 대해서는 아무 생각이 없다. 어느 정도까지는 이것이 좋다. 20세기의 거대한 정치적 비전들이 우리를 아우슈비츠, 히로시마, 대약진 운동으로 이끌었음을 생각하면, 근시안적인 관료들이 차라리 나을지도 모른다. 신 같은 기술과 과대망상증적 정치의 결합은 재앙의 레시피나 다름없다.
- P515

하지만 권력 공백은 오래가지 않는다. 21세기에 전통적인 정치 구조들이 유의미한 비전을 생산하기에 충분할 만큼 빨리 데이터를 처리하지 못한다면, 새롭고 더 효율적인 구조들이 진화해 그 자리를 채울 것이다. 그 새로운 구조들은 민주적인 것이든 독재적인 것이든, 이전의 어떤 정치제도와도 다를 것이다. 남은 질문은 누가 이 구조를 만들고 제어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인류가 이 일을 맡지 못한다면 다른 누군가에게 기회가 주어질 것이다.
- P517

구태여 누가 나서서 사람들을 설득할 필요도 없을지 모른다. 특히 스무 살 이하라면 말이다. 사람들은 스스로 데이터 흐름의 일부가 되기를 바란다. 설령 그것이 자신의 사생활, 자율, 개인성을 포기하는 것을 의미한다 해도 상관없다.
- P527

전통적인 종교는 당신이 하는 모든 말과 행동은 우주적 규모의 장대한 계획의 일부이고, 신은 매순간 당신을 지켜보며 당신의 생각과 감정에 신경 쓴다고 말했다. 이제 데이터교는 당신의 모든 말과 행동은 거대한 데이터 흐름의 일부이고, 알고리즘은 항상 당신을 지켜보며 당신이 행동하고 느끼는 모든 것을 신경 쓴다고 말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것을 매우 흡족해한다. 진정한 신자들은 데이터 흐름과 연결이 끊기는 것을 인생의 의미 자체를 잃는 일로 생각한다. 내 행동이나 경험을 아무도 모르고, 그것이 전 지구적 정보교류에 아무 기여도 하지 못한다면, 뭔가를 하고 경험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 P529

당신이 인도에 가서 코끼리를 볼 경우, 당신은 코끼리를 보면서 ‘어떤 느낌이 드는지’ 자문하지 않는다. 당신은 스마트폰을 꺼내 코끼리 사진을 찍어 페이스북에 올린 뒤 2분마다 한 번씩 ‘좋아요’가 얼마나 많이 달렸는지 확인하느라 바쁠 것이다. 자기만의 일기장에 일기를 쓰는 것(이전 세대들이 흔히 했던 인본주의적 관습)은 요즘 많은 젊은이들에게는 완전히 쓸데없는 짓으로 보인다. 아무도 읽을 수 없는 것을 왜 쓰는가? 새로운 모토는 이렇게 말한다. "경험하면 기록하라. 기록하면 업로드하라. 업로드하면 공유하라."
- P530

로크, 흄, 볼테르 시대에 인본주의자들은 "신은 인간 상상력의 산물"이라고 주장했다. 이제 데이터교가 인본주의자들에게 그들이 한 대로 똑같이 돌려줄 차례이다. "신은 인간 상상력의 산물이지만, 인간 상상력은 생화학적 알고리즘의 산물이다." 18세기에 인본주의는 신 중심적 세계관에서 인간 중심적 세계관으로 이동함으로써 신을 밀어냈다. 21세기에 데이터교는 인간 중심적 세계관에서 데이터 중심적 세계관으로 이동함으로써 인간을 밀어낼 것이다.
- P534

"자신이 누구인지 알고 싶은가?" 데이터교가 묻는다. "그러면 산과 미술관은 잊어라. 유전자 염기서열을 분석해 봤는가?" (중략) "하루 24시간 혈압과 심박수를 측정해주는 웨어러블 생체측정 기기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잇는가? 들어봤다니 다행이다. 그런 기기들 가운데 하나를 사서 착용하고 그것을 스마트폰과 연결해라. 또한 쇼핑하러 가거든 휴대용 카메라와 마이크를 사서 당신이 하는 모든 것을 기록해 온라인에 올려라. 또 구글과 페이스북이 당신의 모든 이메일을 읽고 당신의 모든 채팅과 메시지를 보고, 당신의 모든 ‘좋아요’와 당신이 클릭한 모든 것을 알 수 있도록 승인해라. 이 모든 것을 한다면, 만물인터넷의 위대한 알고리즘이 누구와 결혼하고, 어떤 직업을 선택하고, 전쟁을 해야 할지 말지 알려줄 것이다."
- P538

설령 데이터교가 착오이고 유기체는 단순히 알고리즘이 아니라 해도, 데이터교가 세계를 접수하지 못하리란 법은 없다. 이전의 많은 종교들도 사실적 오류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힘과 인기를 얻었다. 그리스도교와 공산주의가 할 있다면 데이터교는 왜 안 되는가? 데이터교는 현재 모든 과학 분과로 퍼지고 있다는 점에서 어느 종교보다 전망이 밝다. 통일된 과학 패러다임은 난공불락의 교의가 되기 쉽다.
- P540

만일 데이터교가 세계를 정복한다면 우리 인간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까? 처음에는 인본주의의 과제들인 건강, 행복, 힘의 추구가 가속화될 것이다. 데이터교는 이런 인본주의의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약속하면서 널리 퍼져나갈 것이다. 우리가 불멸, 행복, 신 같은 창조 능력을 얻기 위해서는 막대한 양의 데이터를 처리할 필요가 있는데, 그것은 인간의 뇌 용량을 벗어나는 일이다. 그러므로 결국 알고리즘들이 우리 대신 그 일을 할 것이다. 하지만 권한이 인간에게서 알고리즘으로 옮겨가는 즉시 인본주의 과제들은 폐기될 것이다. 우리가 인간 중심적 세계관을 버리고 데이터 중심적 세계관을 채택하는 즉시 인간의 건강과 행복은 보잘것없는 문제처럼 보일 것이다. 훨씬 더 나은 모델들이 존재하는데 왜 한물간 데이터 처리 기계에 신경을 쓰는가?
- P541

과거에 검열은 정보의 흐름을 차단하는 방식으로 작동했다. 그런데 21세기의 검열은 사람들에게 관계 없는 정보들을 쏟아붓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사람들은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지 모르고, 그래서 중요하지 않은 쟁점에 대해 조사하고 논쟁하느라 시간을 보내기 일쑤이다. 고대에는 힘이 있다는 것은 곧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오늘날 힘이 있다는 것은 무엇을 무시해도 되는지 안다는 뜻이다. 그러면 이 혼돈의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 가운데 우리는 무엇에 초점을 맞춰야 할까?
- P543

우리가 생명이라는 실로 장대한 관점으로 본다면, 상호 관련된 다음의 세 과정 앞에서 다른 모든 문제와 상황들은 작게 보일 것이다.
1. 과학은 모든 것을 아우르는 하나의 교의로 수렴하고 있고, 이 교의에 따르면 유기체는 알고리즘이며 생명은 데이터 처리 과정이다.
2. 지능이 의식에서 분리되고 있다.
3. 의식은 없지만 지능이 매우 높은 알고리즘들이 곧 우리보다 우리 자신을 더 잘 알게 될 것이다.
- P544

그리고 이 세 과정은 세 가지 중요한 질문을 제기한다. 당신이 이 책을 덮은 뒤에도 이 질문들이 오랫동안 당신의 마음속에 남아 있기를 바란다.
1. 유기체는 단지 알고리즘이고, 생명은 실제로 데이터 처리 과정에 불과할까?
2. 지능과 의식 중에 무엇이 더 가치 있을까?
3. 의식은 없지만 지능이 매우 높은 알고리즘이 우리보다 우리 자신을 더 잘 알게 되면, 사회, 정치, 일상에 어떤 일이 일어날까?
- P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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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바 2021-08-31 0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린아이와 같은 순진함으로 쓰여진 빅히스토리. 유발 하라리는 너무 거품이 많이 끼었다.
 
호모 데우스 - 미래의 역사 인류 3부작 시리즈
유발 하라리 지음, 김명주 옮김 / 김영사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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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피엔스>처럼 술술 읽히지는 않지만, 훨씬 더 자극적이고 재미있었다. 밑줄 그어야 할 부분이 너무 많아서 옮겨 적는 데도 한참 걸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좀처럼 생각하지 않는 일이지만, 지난 몇십 년 동안 우리는 기아, 역병, 전쟁을 통제하는 데 그럭저럭 성공했다는 것이다.
- P15

1692년과 1964년에 인구의 15퍼센트에 해당하는 약 280만 명의 프랑스인이 굶어죽었지만, 그동안 태양왕 루이 14세는 베르사유 궁전에서 情婦들과 놀아났다. 이듬해인 1695년에는 에스토니아에 기근이 닥쳐 인구의 5분의 1이 죽었다. 1696년은 핀란드 차례가 되어 인구의 4분의 1 내지 3분의 1이 죽었다. 스코틀랜드는 1695년과 1698년 사이에 심각한 기근을 겪었고, 몇몇 행정구역은 거주자의 20퍼센트를 잃었다.
- P17

전례 없는 수준의 번영, 건강, 평화를 얻은 인류의 다음 목표는, 과거의 기록과 현재의 가치들을 고려할 때, 불멸, 행복, 신성이 될 것이다. 굶주림, 질병, 폭력으로 인한 사망률을 줄인 다음에 할 일은 노화와 죽음 그 자체를 극복하는 것이다. 사람들을 극도의 비참함에서 구한 다음에 할 일은 사람들을 더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다. 짐승 수준의 생존투쟁에서 인류를 건져올린 다음에 할 일은 인류를 신으로 업그레이드하고, ‘호모 사피엔스’를 ‘호모 데우스’로 바꾸는 것이다.
- P39

어떤 희귀한 돌연변이에 의해, 땅콩 한 알을 먹으면 행복한 감각이 영원히 지속되는 다람쥐가 탄생한다면 어떻게 될까? 기술적으로 다람쥐의 뇌 회로가 바뀌면 실제로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 누가 아는가? 수백만 년 전 어떤 운 좋은 다람쥐에게 실제로 이런 일이 일어났을지. 하지만 그랬더라도 그 다람쥐는 지극히 행복할 뿐 아니라 지극히 짧은 생을 살았을 것이고, 그 희귀한 돌연변이는 그냥 사라져버렸을 것이다. 행복에 도취해 배우자는 고사하고 땅콩도 더 이상 찾아나서지 않았을 테니까. 땅콩 한 알을 먹고 돌아서면 다시 배가 고픈 다른 다람쥐들이 오래 살아남아 자신의 유전자를 후대에 전달했을 가능성이 훨씬 높다. 정확히 같은 이유로, 우리 인간들이 그러모으는 땅콩(돈 많이 버는 직업, 큰 집, 잘생긴 배우자)도 우리를 오래 만족시키지 못한다.
- P61

아담과 이브는 에덴동산에서 수렵채집인으로 살았다. 그리고 그들이 에덴동산에서 쫓겨나는 장면은 농헙혁명과 놀랍도록 닮았다.
- P113

알고리즘은 오늘날 세계에서 단연코 가장 중요한 개념일 것이다. 우리의 삶과 미래를 이해하려면 알고리즘이 무엇이고 그것이 감정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반드시 이해하고 넘어가야 한다. 알고리즘은 계산을 하고 문제를 풀고 결정을 내리는 데 사용할 수 있는 일군의 방법론적 단계들이다. (중략) 사람은 자판기보다 훨씬 더 복잡한 알고리즘이지만, 그렇다 해도 알고리즘인 것은 확실하다. 인간은 차를 우릴 뿐 아니라 자신을 복제하는 알고리즘이다. (자판기처럼 올바른 조합의 버튼들을 누르면 또 다른 자판기가 탄생한다.) 자판기를 제어하는 알고리즘은 기계장치와 전기회로를 통해 문제를 해결한다. 인간을 제어하는 알고리즘은 감각, 감정, 생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한다.
- P122

오늘날 우리는 예루살렘의 고대 사원이 커다란 유대교 회당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곳에서 눈처럼 흰 예복을 입은 성직자들이 독실한 순례자들을 맞이하고, 미성의 합창단이 찬송가를 부르고, 향기로운 향냄새가 퍼졌을 거라고. 하지만 사실 그곳은 도축장과 바비큐 식당을 섞어놓은 듯한 장소였다. 순례자들은 빈손으로 오지 않았다. 그들이 데려온 양, 염소, 그밖에 동물들의 행렬이 끝도 없이 이어졌다. 그 동물들은 신의 제단에 희생제물로 바쳐졌고, 의식이 끝나면 그것을 요리해 나눠먹었다. (중략) 성경시대의 정신에 더 가까운 모습은 예배당에서 성경공부를 하면서 축일을 보내는 정통 유대교 가족보다는, 자기집 잔디밭에서 바비큐를 먹으며 축일을 기념하는 현대 유대교 가정이다.
- P131

하지만 사냥꾼과 농부들이 그들의 신화를 가졌듯이, 연구개발부서 사람들도 마찬가지이다. 그들의 가장 유명한 신화는 링컨셔 울즈소프 마을에 있는 한 저택의 정원으로 무대만 옮겨왔을 뿐, 선악과와 에덴동산의 전설을 뻔뻔하게 표절한다. 그 신화에 따르면, 뉴턴이 사과나무 아래에 앉아있을 때 익은 사과가 그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중략) 울즈소프 정원은 눈먼 자연법칙들에 의해 운영되는 곳이며, 그 법칙들을 해독하는 일은 인간의 몫이다.
- P140

에덴동산 신화에서 인간은 호기심을 참지 못한 탓에, 그리고 지혜를 얻고 싶다는 소망을 품은 탓에 벌을 받는다. 신은 그들을 낙원에서 추방한다. 하지만 울즈소프 정원의 신화에서는 아무도 뉴턴을 벌하지 않는다. 그의 호기심 덕분에 인류는 우주를 더 잘 알게 되고, 더 막강한 힘을 가지고, 기술 낙원을 향해 또 한 걸음을 내디딘다. 전 세계 수많은 선생님들이 호기심을 가지라며 학생들에게 뉴턴 신화를 들려주는 것은, 우리가 충분한 지식을 갖추기만 하면 이곳 지상에 천국을 건설할 수 있음을 암시한다. 사실 뉴턴 신화에도 신은 존재한다. 뉴턴 자신이 신이다.
- P141

2012년 갤럽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오직 15퍼센트만이 호모 사피엔스가 신의 개입 없이 자연선택만을 통해 진화했다고 생각한다. 32퍼센트의 미국인은 인간이 초기 생명 형태부터 수배만 년에 걸쳐 진화했을 가능성이 있지만 신이 이 쇼 전체를 지휘했다고 주장한다. 46퍼센트의 미국인은 성경에 적힌 그대로 신이 지난 1만 년 동안의 어느 시점에 지금의 형태로 인간을 창조했다고 믿는다. 3년간 대학을 다녀도 이러한 견해는 절대 바뀌지 않는다. 같은 조사에서, 문학사 학위를 받은 대학 졸업생들 가운데 46퍼센트가 성경의 창조 이야기를 믿는 반면, 14퍼센트만이 인간이 신의 감독 없이 진화했다고 생각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중략) 학교가 진화에 대해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것이 분명하지만, 열성적인 신자들은 그것도 모자라 진화를 아예 가르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혹은 지적설계론도 함께 학생들에게 가르치라고 요구한다.
- P147

그런데 왜 진화론에는 이렇듯 격렬한 반대를 일으키면서도 상대성이론이나 양자역학에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을까? (중략) 상대성이론은 아무도 화나게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우리의 소중한 믿음 가운데 어떤 것고도 모순되지 않기 때문이다. (중략) 반면 다윈은 우리에게서 영혼을 박탈했다. 당신이 진화론을 제대로 이해한다면 그것이 영혼은 없다는 이야기임을 알아차릴 것이다.
- P148

마음의 흐름을 구성하는 의식적 경험이란 정확히 무엇일까? 모든 주관적 경험에는 기본적인 특징 두 가지가 있다. 바로 감각과 욕망이다. 로봇과 컴퓨터는 의식이 없다. 왜냐하면 수많은 능력을 갖추었지만 아무것도 느끼지 않고 아무것도 갈구하지 않기 때문이다.
- P153

튜링 테스트에 따르면, 컴퓨터가 마음을 갖고 있는지 알려면 컴퓨터 그리고 사람과 동시에 소통해야 한다. 이때 당신은 어느 쪽이 컴퓨터이고 어느 쪽이 사람인지 모른다. 당신은 원하는 질문을 무엇이든 할 수 있고, 상대방과 게임하고 논쟁하고 심지어 장난도 칠 수 있다. 시간도 원하는 만큼 쓸 수 있다. 그런 다음 어느 쪽이 컴퓨터이고 어느 쪽이 사람인지 결정해야 한다. 당신이 결정을 내리지 못하거나 실수하면 그 컴퓨터가 튜링 테스트를 통과한 것이고, 그 컴퓨터를 실제로 마음을 지닌 존재처럼 취급해야 한다. (중략) 튜링 테스트는 1950년 영국에서 모든 동성애자 남성이 받아야 했던 일상적인 테스트 ‘당신은 이성애자 남성으로 간주될 수 있는가?’를 그대로 재현한 것이다. (중략) 컴퓨터가 실제로 의식이 있는지 없는지는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가’일 것이다.
- P172

우리가 세계를 정복한 주요 요인은 여럿이 소통하는 능력이었다.
- P187

러시아 혁명은 1억 8000만 농부들이 차르에 항거해 일어났을 때가 아니라, 소수의 공산주의자들이 적시 적소에 있었을 때 터져나왔다. 1917년 러시아의 상류층과 중산층이 최소 300만 명이던 반면 공산당원은 겨우 2만 3000명이었다. 그럼에도 공산당원들이 광대한 러시아 제국을 손에 넣은 것은 조직력이 뛰어났기 때문이다.
- P189

이온 일리에스쿠는 루마니아 대통령으로 선출되었고, 그의 동료들은 장관, 국회의원, 은행장, 백만장자가 되었다. 지금까지 그 나라를 장악하고 있는 새로운 루마니아 엘리트층은 주로 전 공산당원과 그 가족들로 구성되어 있다. 티미쇼아라와 부쿠레슈티에서 목숨을 걸었던 대중은 찌꺼기에 만족해야 했다. 협력하는 방법과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효율적인 조직을 만드는 방법을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 P194

대부분의 사람들은 실재가 객관적이거나 주관적이며 제3의 옵션은 없다고 생각한다. (중략) 하지만 실재에는 제3의 층위가 존재한다. 그것은 상호주관적 실재이다. 상호주관적 실재들은 개개인의 믿음과 느낌보다는 여러 사람들 사이의 의사소통에 의존한다. 역사의 중요한 동인들 가운데 많은 것이 상호주관적실재이다. 예를 들어 돈은 객관적 가치가 없다. 당신은 1달러짜리 지폐를 먹을 수도 마실 수도 입을 수도 없다. 하지만 수십억 명이 그 가치를 믿는 한 당신은 그것을 사용해 음식, 음료수, 옷을 살 수 있다.
- P204

한때 소련은 인류 전체를 파괴할 수 있는 권력이었지만, 펜 놀림 한 번으로 사라졌다. 1991년 12월 8일 오후 2시, 러시아, 우크라이나, 벨라루스의 지도자들이 비스쿨리 근처의 한 시골 저택에서 벨라베자 조약에 서명했다. 그 조약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1922년 연방조약에 서명한 소련의 창립국들인 우리 젤라루스 공화국, 러시아 연방, 그리고 우크라이나는 소련이 국제법의 적용 대상이자 지리적 정치적 실재로서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음을 밝힌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소련은 그렇게 사라졌다.
- P206

돈이 상호주관적 실재임은 비교적 받아들이기 쉽다. 또한 고대 그리스 신, 악한 제국, 외래문화의 가치가 상상 속에서만 존재한다는 것을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꺼이 인정한다. 하지만 우리 신, 우리 나라, 우리의 가치가 허구라는 것은 받아들이고 싶지 않다. 우리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자신의 인생이 어떤 객관적 의미를 지니고, 자신의 희생이 머릿속에서 지어낸 이야기보다 중요한 뭔가를 위한 것이라고 믿고 싶어 한다. 하지만 사실 사람의 인생은 그들이 서로에게 말하는 이야기의 그물망 안에서만 의미를 가진다.
- P206

역사를 공부한다는 것은 이런 의미의 그물망들이 생기고 풀리는 것을 지켜보고, 한 시대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였던 것이 후손에 이르러 완전히 무의미해진다는 것을 깨닫는 일이다.
- P207

사피엔스가 세계를 지배하는 것은 그들만이 상호주관적 의미망을 엮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공동의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법, 힘, 실체, 장소로 이루어진 그물이다. 이런 그물은 인간만이 십자군, 사회주의 혁명, 인권운동을 조직할 수 있게 한다.
- P212

성경은 실제의 진정한 본성에 대해 사람들을 오도할 때조차 수청 년 동안 권위를 유지할 수 있었다. 예컨대 성경의 역사인식은 기본적으로 오류임에도 전 세계로 퍼져나갔고 지금도 수많은 사람들이 믿는다. 성경은 일신론적 역사이론을 널리 그리고 집요하게 퍼뜨리며, 나와 내 행동을 다른 무엇보다 소중히 여기는 전능한 유일신이 세계를 지배한다고 주장했다. 무언가 좋은 일이 일어난다면 그것은 내 선행에 대한 보상임이 틀림없다. 그리고 재앙이 닥친다면 내 죄에 대한 처벌임이 틀림없다. (중략) 이런 자아도취는 모든 인간이 유년기에 보이는 특징이다. 모든 종교와 문화권에서 아이들은 자기가 세상의 중심이라고 생각하고, 타인의 조건이나 감정에 진정한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중략) 부모가 자기 때문에 싸운다고 생각하는 아이처럼, 일신론자는 페르시아인들이 자기 때문에 바빌로니아인들과 싸운다고 확신한다.
- P240

오늘날 사학자들은 성경보다 헤로도토스와 사마천에 동의한다. (중략) 하지만 헤로도토스와 투키디데스가 성경 저자들보다 실제를 훨씬 잘 이해했다 해도, 두 세계관이 충돌할 경우에는 성경이 케이오 승을 거두었다. 유대인이 그리스인의 역사관을 채택한 것이 아니라, 그리스인이 유대인의 역사관을 채택했다. 투키디데스 시대로부터 천 년이 흐른 뒤, 그리스인들은 야만인 무리가 침입해오는 것은 자신들의 죄에 대한 신의 처벌이 분명하다고 확신하게 되었다. 성경의 세계관은 비록 오류이긴 했지만 대규모 협력을 위한 더 나은 토대를 제공했다.
- P242

실제로 오늘날에도 미국 대통령들은 성경에 손을 얹고 취임선서를 한다. 마찬가지로 미국과 영국을 포함한 전 세계 많은 나라에서 법정에 서는 증인들 역시 성경에 손을 올리고 오직 진실만을 말할 것이며 진실이 아닌 것은 어떤 것도 말하지 않겠다고 맹세한다. 허구, 신화, 그리고 오류가 넘쳐나는 책에 대고 진실을 말할 것을 맹세하다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 P242

허구는 나쁜 것이 아니다. 허구는 꼭 필요하다. 돈, 국가, 기업 같은 허구적 실체에 대한 널리 통용되는 이야기가 없다면 복잡한 인간사회가 제대로 돌아갈 수 없다. 똑같은 허구적 규칙들을 모두가 믿지 않으면 축구 경기를 할 수 없고, 허구 없이는 시장과 법원의 이점을 누릴 수 없다. 하지만 이야기는 단지 도구일 뿐이다. 이야기가 목표나 잣대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것이 단지 허구임을 잊을 때 우리는 실제에 대한 감각을 잃게 되며, 그때 우리는 ‘기업을 위해 많은 돈을 벌려고’ 또는 ‘국익을 보호하려고’ 전쟁을 시작한다. 기업, 돈, 국가는 우리의 상상에만 존재한다. 우리는 우리를 도우라고 그것들을 발명했다. 그런데 왜 그것들을 위해 우리의 생명을 희생하는가?
- P247

종교는 다른 무엇보다 질서에 관심이 있다. 종교의 목표는 사회 구조를 만들고 유지하는 것이다. 한편 과학은 다른 무엇보다 힘에 관심이 있다. 과학의 목표는 연구를 통해 질병을 치료하고 전쟁을 하고 식량을 생산하는 힘을 획득하는 것이다. 과학자와 성직자 개인이 다른 무엇보다 진리를 우선시할 수는 있겠지만, 집단적인 제도로서 과학과 종교는 진리보다 질서와 힘을 우선시한다. 그러므로 이 둘은 의외로 잘 어울리는 짝이다. 타협 없는 진리 추구는 영적 여행이라서, 종교나 과학의 제도권 내에 머물기 어렵다.
- P275

근대는 놀랍도록 간단한 계약이다. 계약 전체를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을 정도이다. 즉 인간은 힘을 가지는 대가로 의미를 포기하는 데 동의한다는 것이다.
- P277

수천 년 동안 과학의 성장로가 막혀 있었던 것은 사람들이 세상에 관한 모든 중요한 지식이 성경과 고대 전통에 담겨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중략) 과학의 가장 위대한 발견은 무지를 발견한 것이었다. 세상에 대해 아는 것이 얼마나 없는지 깨달았을 때 비로소 인간에게 새 지식을 찾아나설 타당한 이유가 생겼고, 이것은 진보를 향해 가는 과학의 길을 열었다.
- P294

인류는 이중의 경주에 내몰려 있다. 한편으로는 과학 진보와 경제성장의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린다. 10억 명의 중국인과 10억 명의 인도인들은 미국 중산층처럼 살고 싶어한다. 그들은 미국인들은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과 쇼핑몰을 포기할 생각이 없는데 왜 자신들만 꿈을 보류해야 하는지 알 수 없다. 다른 한편으로 우리는 생태적 아마겟돈보다 적어도 한 걸음은 앞서 있어야 한다. 해가 갈수록 이런 이중의 경주를 해내기가 어려워진다. 델리의 빈민들이 아메리칸 드림에 한발 더 가까이 다가가려고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지구는 파국에 한발 더 가까이 다가가기 때문이다.
- P297

자유주의 정치는 유권자가 가장 잘 안다고 믿는다. 자유주의 예술은 아름다움은 보는 사람의 눈에 달려 있다고 주장한다. 자유주의 경제는 고객이 항상 옳다고 주장한다. 자유주의 윤리학은 좋게 느껴지면 하라고 조언한다. 자유주의 교육은 모든 답이 자기 안에 있으니 스스로 생각하라고 가르친다.
- P343

현 사회경제제도를 이해하고 다른 모든 사람들의 경험을 고려할 때 비로소 내가 느끼는 것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고, 공동 행동을 통해서만 제도를 바꿀 수 있다. 하지만 과연 누가 모든 인간의 경험을 고려해 공정한 평가를 내릴 수 있을까? 이런 문제 때문에 사회주의자들은 개인의 자아탐구를 권하지 않고, 우리를 위해 세계를 판독해주는 강력한 공동기구(예컨대 사회주의 정당과 노조)를 설치하자고 주장한다. 자유주의 정치에서는 유권자가 가장 잘 알고 자유주의 경제에서는 고객이 항상 옳다면, 사회주의 정치에서는 정당이 가장 잘 알고 사회주의 경제에서는 노조가 항상 옳다. 권위와 의미는 여전히 경험에서 나오지만(정당도 노조도 사람들로 구성되고 인간의 비극을 줄이기 위해 일한다.), 그럼에도 개인들은 자신의 감정보다는 당과 노조의 말에 귀 기울여야 한다.
- P349

히틀러도 자유주의 반전 예술가들처럼 일반 병사들의 경험을 신성시했다는 사실은 중요하다. 실제로 히틀러의 정치경력은 20세기 정치에서 보통 사람들의 개인적 경험에 주어진 막대한 권위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이다. 히틀러는 장교가 아니었다. 전쟁 4년째 되던 해에 겨우 하사 계급으로 승진했다. (중략) 그는 무일푼의 이민자였다. 히틀러가 독일 유권자들에게 표를 호소하며 신뢰를 구할 때 내세울 것은 딱 하나뿐이었다. 참호에서의 경험이 대학, 총사령부, 정부 부처에서는 결코 배울 수 없는 것을 자신에게 가르쳐주었다는 점이다. 국민들이 그를 따르고 그에게 투표한 것은 히틀러와 자신을 동일시했기 때문이었고, 그 사람들 역시 세상은 정글이며 자신을 죽이지 않은 시련은 자신을 더 강하게 만든다는 것을 믿었기 때문이다.
- P354

나치즘의 공포 때문에 진화론적 인본주의의 통찰에 눈을 감아서는 안 된다. 나치즘은 진화론적 인본주의에 특정 인종차별주의 이론들과 초강력 민족주의 감정이 결합해서 생겨난 산물이었다. 모든 진화론적 인본주의자가 인종차별주의자는 아니며 인류가 더 진화할 잠재력이 있다고 믿는 세력이 반드시 경찰국가와 강제노동수용소의 설치를 요구하는 것도 아니다.
- P355

1949년 무렵 동유럽은 소련의 위성국가가 되었고, 중국 공산당은 중국 내전에서 승리했으며, 미국은 반공 히스테리에 사로잡혀 있었다. 세계 전역의 혁명가들과 식민반대 운동가들이 모스크바와 베이징을 부러운 눈길로 바라보았던 반면, 자유주의는 인종차별적인 유럽 제국들과 같은 취급을 받았다. 붕괴된 유럽제국들은 자유민주주의 구가가 되지 않고, 대개 군사독재 국가 또는 사회주의 국가가 되었다. (중략) 1960년대와 1970년대에 서구의 많은 대학에서 ‘자유주의자’라는 말은 욕으로 통했다. 북아메리카와 서유럽에서는 자유주의 질서를 무너뜨리려는 급진적인 좌익 세력의 시도가 잇따르면서 사회 불안이 증가했다. 파리, 런던, 로마의 학생들과 ‘버클리 인민공화국’ 학생들은 마오쩌둥 주석의 작고 빨간 책 (마오 주석 어록"을 탐독하고 영웅 체 게바라의 초상을 침대 머리맡에 걸었다.
- P364

자유민주주의는 점점 노쇠한 백인 제국주의자들의 배타적인 클럽처럼 보였다. 그들은 다른 세계는 고사하고, 자기들의 젊은 후손에게조차도 줄 것이 별로 없었다. 워싱턴은 자유세계의 지도자임을 자처했으나, 같은 편의 대부분은 권위주의 국가의 왕들(사우디아라비아의 칼레드 왕, 모로코의 하산 왕, 페르시아의 샤)이나 군부독재자들(그리스의 대령들, 칠레의 피노체트 장군, 스페인의 프랑코 장군, 한국의 박정희 장군, 브라질의 가이젤 장군 그리고 대만의 대원수 장개석)이었다. 이 모든 왕과 장군들의 지지에도 불가하고 바르샤바 조약기구가 북대평양 조약기구NATO보다 군사적으로 압도적인 우위를 점했다. 서구 국가들이 재래식 무기로 그들과 같은 수준에 다다르려 했다면, 아마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을 철회하고 영구적 전시 상태에 놓인 전체주의 국가가 되어야 했을 것이다. 자유주의를 구원한 것은 핵무기였다.
- P367

그런 다음 모든 것이 달라졌다. 자유민주주의가 역사의 쓰레기통에서 기어나와 전열을 가다듬고 세계를 정복했다. 슈퍼마켓이 강제노동수용소보다 훨씬 강하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이 전격전은 남부 유럽에서 시작했다. 그리스, 스페인, 포르투갈에서 권위주의 정권들이 붕괴하고 민주주의 정부가 들어섰다. 1977년 인디라 간디는 비상사태를 끝내고 인도에 민주주의를 재건했다. 1980년대에는 라틴아메리카와 동사이아의 나라들(브라질, 아르헨티나, 대만, 한국)에서 군부독재가 민주주의 정부로 대체되었다. 자유주의의 물결은 1980년대 말과 1990년대 초에 쓰나미로 변해 막강한 소련제국을 쓸어버리고 ‘역사의 종언’이 도래할 거라는 기대를 높였다. 패배와 좌절의 몇십 년을 겪은 뒤 자유주의는 냉전에서 결정적인 승리를 거두었고, 상처를 입긴 했어도 인본주의 종교전쟁에서 당당히 살아 돌아왔다.
- P368

자유주의는 경쟁자였던 사회주의자와 파시스트들의 다양한 사상과 제도를 채택했는데, 대중에게 교육, 건강,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약속이 그중 하나이다. 하지만 자유주의 패키지의 알맹이는 놀라울 만큼 바뀐 것이 없었다. 자유주의는 여전히 개인의 자유를 다른 무엇보다 신성시하고, 유권자와 고객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갖고 있다. 어쨌거나 21세기 초에 우리가 선택할 만한 것은 자유주의뿐이다.
- P369

물론 그럼에도 수억 명의 사람들이 이슬람교, 그리스도교, 힌두교를 계속 믿을 것이다. 하지만 역사에서 숫자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역사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은 뒤를 돌아보는 대중이 아니라, 앞을 내다보는 소수의 혁신가들이다. 1만 년 전에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수렵채집인이었고, 중동에 사는 소수의 개척자들만 농부였다. 그런데도 미래는 농부들의 것이었다.
- P373

승리한 자유주의 이상들은 이제 인류에게 불멸, 행복, 신성을 추구하라고 강요하고 있다. 과학자와 공학자들은 이른바 절대 틀리지 않는 고객과 유권자의 소망을 등에 업고 이런 자유주의 과제들에 점점 더 많은 에너지를 쏟아붓는다. 하지만 과학자들이 발견하고 있는 것과 공학자들이 개발하고 있는 것들은 자유주의 세계관에 내재된 결함 그리고 고객과 유권자의 무분별함을 은연중에 폭로할 것이다. 유전공학과 인공지능이 잠재력을 온전히 드러내면, 자유주의, 민주주의, 시장경제는 돌칼, 카세트, 이슬람교와 공산주의만큼이나 낡은 것이 될 것이다.
- P382

사실을 말하면, 경험하는 자아와 이야기하는 자아는 별개의 실체가 아니라 긴밀하게 얽혀 있다. 이야기하는 자아는 경험을 이야기를 구성하는 중요한 (하지만 유일하지는 않은) 원재료로 이용한다. 그리고 그런 이야기들은 다시 경험하는 자아가 실제로 느끼는 것에 영향을 미친다.
- P410

환상을 갖고 사는 것이 훨씬 더 쉬운 것은 그것이 고통에 의미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성직자들은 수천 년 전에 이 원리를 발견했다. 수많은 종교의식과 계명의 근저에 이런 원리가 깔려 있다. 신이나 국가 같은 상상의 실체를 믿게 하려면, 사람들이 가치 있는 뭔가를 희생하게 해야 한다. 희생이 고통스러울수록 그 희생을 바치는 대상의 존재를 더 확실하게 믿게 된다.
- P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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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가지 인생의 법칙 - 혼돈의 해독제
조던 B. 피터슨 지음, 강주헌 옮김 / 메이븐 / 2018년 10월
평점 :
절판


목사님 설교 같은 느낌도 좀 들지만, 절대 뻔한 내용이 아니다. 오히려 도발적이다. 그리고 설득력이 있고 희망적이다. 지금 여기에 꼭 필요한 의견이라고 생각한다. 공감하는 점이 많았다.


(번역에 문제가 많다고 느껴서 별을 하나 뺐다. 가독성이 떨어진다고 느꼈고, 알라딘의 다른 리뷰를 보니, 재창작 수준의 오역도 않은 모양이다. 원서로 보고 싶은 책이다. )

미래를 상상하며 이렇게 생각해 보자.
‘나 자신을 제대로 보살핀다면 내 인생이 어떻게 달라질까? 어떤 일을 해야 과감하게 도전하고, 신나게 일하며, 세상에 도움을 주고, 기꺼이 책임을 지며, 보람을 느낄 수 있을까? 시간을 어떻게 써야 더 건강해지고 많이 배울 수 있을까?’
지금 당신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야 한다. (중략) 또 당신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도 알아야 한다. 그래야 삶에서 혼돈을 줄이고, 질서를 재정립하며, 세상에 대한 희망을 품을 수 있다. 또 당신이 나아갈 방향을 정해야 한다. 그래야 당신 자신을 다스릴 수 있고 결국에는 원망과 앙심과 잔혹성을 떨쳐 낼 수 있다. 당신만의 원칙을 명확히 세워야 한다. 그래야 당신을 부당하게 이용하려는 다른 사람들에게서 당신을 지킬 수 있고, 안전하게 일하며 삶을 즐길 수 있다. (중략) 세상이 더 살기 좋은 곳이 되면 좋겠지만, 천국은 저절로 오지 않는다. (중략) 우리는 더 강해져야 한다. 당신 자신부터 시작하라. 당신을 보살펴라. (중략) 19세기 독일의 위대한 철학자 니체는 "왜 살아야 하는지를 아는 사람, 삶의 의미를 아는 사람은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다."라고 하지 않았는가. - P103

현재는 언제나 결함이 있다. 그러나 현재 상태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정말 중요한 것은 나아가려는 방향이다. 행복은 산 정상에서 느끼는 잠깐의 만족이 아니라, 산을 오르는 길에서 느끼는 희망이다. 행복은 희망에서 나온다. 지금 걷는 길이 아무리 멀고 험해도 희망이 있다면 불행하지 않다. - P146

훈련과 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은 어떤 목표도 세울 수 없다! 순종하며 배우지 않으면 우리는 무엇을 목표로 삼아야 할지도 모르고, 어찌어찌 훌륭한 목표를 세웠더라도 목표를 이루는 법을 모른다. 그리고 목표로 정할 것이 없다고 성급하게 결론을 내린다. 목표가 없으니 방향을 잃고 방황한다. - P159

아이들의 무한한 창의력이 어른들의 교육과 참견 때문에 제약받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여러 연구 결과를 보면 이는 사실이 아니다. 극소수의 사례를 제외하고 일반적인 아이들의 창의력은 그렇게 대단하지 않다. 그리고 엄격한 제약이 창의적인 성취를 방해하기는커녕 오히려 촉진한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법칙과 체계가 아이들을 파괴한다는 믿음에는, 충분히 기회를 주면 아이들 스스로 언제 밥을 먹고 무엇을 먹을지 훌륭히 선택할 수 있다는 의견이 짝으로 붙어 다닌다. 이런 생각은 근거 없는 추정이다. 아이에게 충분히 기회를 주면 햄버거와 프라이드치킨, 과자만 먹을 것이다. 피곤에 지쳐 쓰러질 때까지 밤새 부모와 실랑이를 벌일 것이다. 어린 침팬지가 성인 침팬지를 괴롭히는 것처럼 아이들도 집 안을 어슬렁대며 의도적으로 어른을 자극하여 짜증나게 할 수 있다. 침팬지와 아이는 어른들 반응을 보고 자유의 한계와 범위를 인식한다. 그 한계를 확인하는 시점에는 일시적으로 짜증을 내거나 불만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그 한계가 바로 아이들의 안전망이다. - P187

습관적으로 엄마 얼굴을 때리는 아기가 있다고 해 보자. 왜 그런 짓을 할까? 답은 분명하다. 엄마를 지배하기 위해서다. 나쁜 짓이 어디까지 허용되는지 확인하려는 것이다. 아이가 폭력적인 게 걱정되는가? 폭력은 당연한 것이다. 폭력은 인간의 본성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오히려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평화다. 평화는 배우고 노력해서 얻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 P188

자기방어가 아닌 경우에는 물어뜯거나 때리거나 발로 차지 마라. 다른 아이들을 괴롭히지 말고 위협하지 마라. 그래야 감옥에 가지 않는다. 음식을 먹을 때는 감사하는 마음으로 예절 바르게 먹어라. 그래야 즐거운 마음으로 너를 식사에 초대할 것이다. 친구들과 나누고 공유하는 법을 배워라. 그래야 다른 아이들이 너와 함께 놀려고 할 것이다. 어른이 말할 때는 귀담아들어라. 그래야 어른이 너를 싫어하지 않고, 너에게 뭔가를 가르쳐 주려 할 것이다. 잘 시간이 되면 조용히 잠자리에 들어라. 그래야 부모가 너를 귀찮게 여기지 않을 것이다. 가족과 친척을 함부로 대하지 마라. 그들과 함께함으로써 다른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배울 수 있따. 다른 사람에게 좋은 일이 생기면 함께 즐거워해라. 그래야 지미있는 일에 초대받을 수 있다. 너와 함께하면 누구나 즐거워하도록 행동해라. 그래야 모두 너와 함께하고 싶어 한다. 이런 규칙들을 알고 실천하는 아이는 어디에서나 환영받을 것이다. - P205

높은 수준의 사회성이 갖춰진 후에야 개인의 정체성도 의미를 갖는다. - P213

당신은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를 100퍼센트 활용해 왔는가? 직장에서 전력을 다해 일하고 있는가? 혹시 분노와 원망에 사로잡혀 맥없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지는 않은가? 형제와는 잘 지내고 있는가? 배우자를 존중하는가? 자식들을 애정으로 대하고 있는가? 건강과 행복을 파괴하는 나쁜 습관은 없는가? 당신에게 주어진 책임을 다하고 있는가? 친구와 가족에게 꼭 해야 할 말을 하는가? 주변을 더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하는 일이 있는가?
당신 삶을 깨끗이 정리했는가?
그렇지 않다면 지금부터라도 이렇게 해 보자. 당신이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들, 그것들을 중단하라! 오늘 당장 중단하라! - P232

다른 사람의 의견은 중요하지 않다. 오로지 당신의 판단이 행동의 기준이다. 세상이 정한 행동 기준을 따라야 할 필요는 없다. 그렇다고 당신이 속한 문화의 전통을 무시하지는 말라. 인생은 짧다. 전통이 오랜 시간에 걸쳐서 발견한 것들을 혼자서 알아낼 만한 시간은 없다. 과거로부터 이어져온 지혜는 어렵게 얻은 것이다. 전통과 문화 속에는 분명히 삶에 유익한 지혜가 있다. - P233

거짓 행동으로 삶을 왜곡하는 것을 중단하면 훨씬 더 나은 삶을 경험할 것이다. 그때쯤에는 조금 더 미묘하고 새로운 당신의 잘못이 드러난다. 그런 것이 있다면 역시 중단하라. 몇 개월 혹은 몇 년 동안 꾸준하게 하면 당신의 삶은 점점 단순해질 것이다. 판단력이 향상되면서 꼬이고 뒤틀린 과거 문제들도 정리된다. (중략) 그래도 인생의 비극은 피할 수 없다. 하지만 냉소와 기만으로 그 비극이 더 악화하는 것은 막을 수 있다. 그렇게 타락의 길에서 빠져나온 당신은 전보다 훨씬 더 강해져 있을 것이다. 인생의 피할 수 없는 비극에 좀 더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비극을 그저 비극으로만 머물도록, 그 비극이 불지옥으로 변하지 않도록 자신을 조절하는 법도 알게 될 것이다. (중략) 당신은 여전히 나약한 존재지만, 맑아진 정신은 삶의 좋은 면을 발견할 것이다. 궁극적으로 당신은 누구보다 평화와 세상의 모든 선함을 지키는 강력한 힘이 될 것이다. - P234

신분이 상승할수록 내면의 어둠이 모습을 드러낼 가능성도 커진다. 피와 약탈, 파괴에 대한 욕망은 권력욕에서 큰 몫을 차지한다. 인간이 단지 고통에서 벗어나려고 권력을 탐하는 것은 아니다. 궁핍과 죽음, 질병을 극복하려고 권력을 탐하는 것도 아니다. 권력은 복수를 가능하게 하고, 복종을 강요하고, 적을 부숴 버릴 수 있는 힘을 뜻한다. 카인에게 권력이 있었다면 아벨을 그렇게 죽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죽이기 전에 상상할 수 있는 온갖 방법으로 아벨을 천천히 괴롭혔을 것이다. 그리고 그 후에는 다른 대상을 찾아냈을 것이다. - P268

진화론의 핵심을 이해하게 되면서 어린 시절에 배운 기독교 교리에 완전히 흥미를 잃었다. 그 후로 나는 기독교 신앙의 기본적인 교리와 소망적 사고를 구분할 수 없었다. 기독교 신앙의 대안으로 사회주의에 잠깐 관심을 두었지만, 사회주의도 실체가 없는 공허한 구호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곧 깨달았다. 위대한 작가 조지 오웰을 통해, 사회주의적 사고가 가난한 사람에 대한 진정한 배려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부유한 사람에 대한 증오심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 덕분이었다. - P283

내가 무엇을 의심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현실 세계는 고통에 짓눌려 있다. 이 명제는 반박할 여지가 없다. (중략) 고통은 실재하는 것이다. 따라서 다른 사람에게 고통을 가하는 행위는 잘못된 것이다. 이런 생각의 흐름이 내 믿음의 밑바탕이 되었다. 내 의식의 밑바닥과 내 모든 생각과 행위를 낱낱이 뜯어봤다. 그리고 나 자신에게도 나치의 수용소 교도관이나 수용소 군도의 인민 위원 혹은 지하 교도소에서 어린아이들을 괴롭히는 악당처럼 행동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제야 비로소 ‘세상의 죄를 대신 짊어진다’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완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중략) 최악의 죄가 순전히 고통을 주려는 목적에서 다른 사람을 괴롭히는 것이라면, 선은 그 와 완전히 반대편에 있는 모든 것이다. 그런 잘못된 행위를 멈추게 하는 것이면 무엇이든 선이다. - P286

이런 추론 끝에 나는 다음과 같은 기본적인 도덕률을 정리할 수 있었다. 높은 목표를 지향하라. 주의하고 집중하라. 고칠 수 있는 것이면 고쳐라. 현재의 지식에 교만하지 말라. 겸손한 마음을 가져라. 전체주의적 자만심은 무자비와 억압, 고문과 살상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나의 부족함을 정확하게 인지하라. 나의 내면에 감추어진 비겁함과 악의, 원한과 증오를 인정하라. 남을 비판하기 전에, 세상의 잘못을 바로잡겠다고 나서기 전에 나의 잔혹한 심성을 살펴라. 어쩌면 세상이 잘못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모든 책임이 나에게 있을지도 모른다. (중략) 무엇보다, 거짓말하지 말라. 어떤 경우에도 거짓말하지 말라. 거짓말은 지옥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수백만 명이 목숨을 잃은 것은 나치와 공산주의의 거짓말 때문이었다. - P286

불평등하고 고통스러운 삶은 아무리 원망해 봤자 바뀌지 않는다. 불필요한 고통과 아픔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는 길을 찾는 게 훨씬 의미 있는 삶이다. 거창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인생의 수고로움을 덜고 세상을 좋게 만들기 위해 해야 할 일은 많다. 하루를 시작하기 전 오늘은 무엇을 할지 생각해 보라. 귀찮아서 오랫동안 미뤄 둔 서류 작업도 좋다. 어질러진 방을 깨끗하게 청소하는 것도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다. 가족들에게 건강하고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주는 것도 훌륭한 일이다. 이 모두가 세상을 조금 더 좋게 만드는 일이다. - P288

쉬운 길을 선택해서 원하는 것을 갖는 것보다, 어려운 길을 선택해서 의미 있는 것을 갖는 편이 훨씬 낫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게 뭔지,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게 뭔지 우리는 잘 모르기 때문이다. 의미는 자연스럽게 다가오는 것이다. 높은 목표를 세우고 그것에 맞게 행동하면 의미는 저절로 모습을 드러낸다. - P290

전체주의자는 개개인이 삶에 대해 궁극적으로 책임져야 한다는 것을 부정한다. 전체주의는 ‘발견되어야 할 것은 이미 발견되었다’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되면 모든 것이 계획대로 정확하게 전개될 것이다. 완전한 시스템이 체택되면 모든 문제가 영원히 사라질 것이다. (중략) 특히 공산주의는 억압받는 노동자에게보다는 지적인 오만함으로 항상 자신이 옳다고 확신하는 지식인들에게 더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공산주의가 약속한 유토피아는 실현되지 않았다. 오히려 스탈린의 러시아, 마오쩌둥의 중국, 폴 포트의 캄보디아가 지옥으로 바뀌는 것을 목격했다. 하지만 그곳 국민은 동포를 배신하고, 직접 보고 겪은 일을 외면했다. 그 결과 수천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 P315

‘혼돈으로부터 질서를 만들어내는 로고스는 자신을 포함한 모든 것을 하나님에게 재물로 바친다.’ 이 하나의 문장이 기독교 교리를 압축해 보여 준다. - P321

진실을 보고, 진실을 말하라.
진실은 구호도 아니고 이데올로기도 아니다. 많은 사람이 공유하는 의견이라고 해서 진실이 될 수는 없다. 오히려 진실은 지극히 개인적이다. 당신의 진실은 당신이 처한 독특한 환경에 근거하고 있다. 오로지 당신만이 말할 수 있는 것이다. 당신의 개인적인 진실을 파악한 뒤 당신 자신과 다른 사람에게 신중히 그리고 명확하게 전달해 보라. 그러면 현재의 믿음 체계를 유지하면서도 확실한 안전과 풍요로운 삶을 누리게 될 것이다. 또한 이미 지나가 버린 과거에서 벗어나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 P330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리고 혼돈이 얼굴을 드러낼 때 우리는 말을 통해 혼돈을 바로잡고 질서를 찾을 수 있다. 정확하게 말하면 어떤 것이든 분류하고 정돈해서 원래의 자리로 되돌려 놓을 수 있다. 그와 동시에 새로운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다. - P389

서구 사회에서 성공 가능성을 가장 정확하게 예측하는 지표는 지능과 성실성이다. 지능은 인지 능력이나 지능 검사로 측정되는 것이고, 성실성은 근면함과 유순함으로 대표되는 성격 특성이다.
- P435

개는 사람의 친구이자 충실한 동반자다. 길들어지고 사회적이며 위계질서를 따른다. 개는 가족 서열 밑바닥에서도 즐거워한다. 관심을 받는 만큼 충성과 존경과 사랑으로 보답한다. 한 마디로 개는 위대하다.
하지만 고양이는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독특한 동물이다. 사회적이지도 않고, 일시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위계질서를 따르지도 않는다. 완전히 길들어지지도 않는다. 재롱을 부리지도 않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친근감을 표시한다. 개는 주인 말을 잘 따르지만, 고양이는 스스로 결정한다. 고양이는 자기만의 이유로 인간과 자발적으로 교감하는 듯하다. 내가 보기에 고양이는 자연 그 자체이자, 가장 순수한 형태의 존재다. 인간을 무심하게 바라보며 이해한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면, 인간보다 우월한 존재라는 느낌마저 든다. - P486

길을 걷다가 고양이와 마주치면, 존재의 경이로움이 삶에서 피할 수 없는 고통을 보상해 준다는 것을 잠시나마 떠올려 볼 수 있지 않을까?
길에서 고양이와 마주치면 쓰다듬어 주어라. - P488

세상과는 어떻게 지내야 할까? 자신이 존재하는 게 존재하지 않은 것보다 더 나을 수 있도록 행동하라. (중략)
학생들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자신이 진정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그들과 공유하라. - P4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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